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304 남궁 지원 25 강 미호 (수련레스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152 모용중원 3 강 건 95 백월 322(50% 할인권) 평 71(50% 할인권) 류호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6) 141(50% 할인권) 청려 88 경의 16(50% 할인권) 주선영 7(50% 할인권) 위연 1 재하 15
말석에 위치해 얇은 붓으로 상황을 적어내렸다. 감찰어사가 뭘 하겠나..상황 정리하고 감찰 나서고 하는데 천재가 아니고서야 상황을 죄 외워둘 수는 없는 법이다.. 제오상마전의 훤칠한 미모가 보기좋게 일그러진다. 분노한 모습에 재하가 이 상황에서 괜히 미움사지 않도록 눈을 최대한 천천히 굴린다. 이런 일은 익숙하다. 욕받이나 분노받이 해본 적 많지만 소교주는 처음이라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신중해야겠지. 고개를 숙인 남방총분타주를 발견한 재하가 황급히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청해단은 전멸 직전에 둔언백마저..분위기도, 전세도 그렇고 모두 종합하면..참으로 속된 말을 속으로 뱉을 줄은 몰랐으나 은은하게 떠오를 뿐이다.
아..양물 되었구나..
불똥이 튀기 전에 사리고 있기로 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국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사고 한 번 쳐주시면 나야 기쁘겠지만..재하는 붓으로 소심하게 종이에 점을 찍었다. 마침표가 찍힌 자리에는 낙서 한점 없이 미려한 글씨체로 '우세하지 못한 상황...' 하고 적혀있을 뿐이다.
뭔가 임무 때문에 기루에 기녀로 잠입하라는 명이 떨어졌는데 하란이는 기루 싫어하는데 일이라니까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잔뜩 뾰료통해 있는데 세가에서 위장시켜준다고 코디네이터들 붙여서 예쁜 옷 입혀주고 머리 해주고 장신구 달아주고 화장 시켜주고 하란이한테 거울 보여주니까 헉 안 꾸며도 예뻤지만 꾸미니까 더 예쁘네! 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하란이가 보고 싶다. - 겁나 쎈 인간이랑 싸우다가 수세에 몰리자 악에 받쳐서 "왜 내가 약해도 용이고 니가 강해도 인간인 줄 알아? (이하스포생략)" 대사 하기 - 맨날 쓴 약 억지로 먹이는 어의한테 더 이상 이런 폭거 용납할 수 없노라 했다가 안 통하니까 힝 하기 - 혈검문 팔룡방과 예상 외로 무난하거나 친근한 관계 만들기 - 용 되고 처음으로 잠자려고 누우니까 마음이 차분해져서 이 기쁨을 진심으로 나누고 싶은 사람 한 명이 없다 한탄하기 - 독자적인 첩보망 구축 - 선계갔다가 광막대마사 만나면 어떻게 될까 - 선계 갈 때마다 우다다 한번씩 하고 내려오기 - 남해용왕검문에 대해서 조사해 보기 - 나이 지긋한 전직 천강단원한테 너 낮익다? 소리 듣기. 사실 하란이한테 죽 퍼주던 도둑구휼 천강단이었던 거임 - 새로운 무공 만들기 ex)접룡무, 화해공(가칭) - 모용대빵으르신 제발 살려주세요. 척살대 보내지 마세요 이미 머릿속에 들어간 방검진을 어떻게 꺼내요 꺄아아악 - 충영이나 람쥐영물 다시 만나면 철학도 좋은데 정치학부터 공부해 하고 살짝 일러주기 - 레스캐나 npc랑 같이 다니다가 얼결에 무당집에 끌려가기. 무당의 반응은 과연 - 그 당가에 다리잘린무사!!!(꾸준 - 하란이기녀!!!!(꾸준2 - 이유는 모르겠는데 하란이 우는 것도 한번쯤 보고싶고 - 기녀하다가 요인을 딱 포착하면 여우짓으로 홀리고 신뢰가 쌓였다 싶으면 내가 사실 복건용왕의 딸인데 사정이 있어서 집엘 못 들어가서 이렇게 숨어 산다 제발 나 좀 도와달라 는 식으로 야바위털기. - 기녀하다가 죽여야 하는 놈이 사람없는데로 끌고가서 억지로 뽑뽀하려 한다? 어림도 없이 바로 구강 내 파이어브레스!! - 드래곤 친목회 막내로 예쁨받기 - 누군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면서 제자될 것을 권하기 - 오직 패기로만 커신퇴치하기 - 그그그 비뢰도 연비처럼 현혹령을 손목이나 허리나 비녀나 지팡이에 달아놓고 절정고수바이브로 소리 안 나게 차고 다니기 - 죽었다가 부활권으로 살아나서 장례식 도중 관짝 차고 나와서 입에 들어간 찹쌀 토하면서 장례식 갑분싸 만들기 - 아직 잘은 모르겠는데 역린이랑 관련된 뭔가를 해보고 싶다 - 곤륜파 놀러가기. 용은 용인데 혈검문 팔룡방이랑 짝짜꿍하는 이상한 용이라서 떨떠름해하는 곤륜의 사람들 - 마른 하늘으으을 달려 - 연락끊은 하란팸이 어찌알고 용궁까지 찾아옴. 신하들 있는 어전에선 무뚝뚝하게 굴다가 내실에서 신하들 물리고 만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살갑게 굴기. 정작 하란팸이 연락끊은 하란이한테 빡쳐있는 건 생각 안함 - 즉위식! 천세천세천천세! - 용폼으로 동굴에서 낮잠때리다 나무꾼한테 들키는 거임 전래동화 엌ㅋㅋㅋㅋㅋ - 용은 용 전용 도술이 있다고 했지? 수련스레 딱 기다려라 - 그냥 갑자기 지 혼자 꽈당 넘어져서 청나라 국기 그거 하기
그 귀신마저 쩔쩔맬 정도라니! 재하는 이대로라면 군공을 세울 것임을 눈치챘다. 절대 아니 될 일이지. 왜 제일상마전이 제일이 붙었겠는지. 재하는 그것만은 면해야 한다 생각하고, 배운 것을 써먹기에는 지금이리라고도 생각했다.
재희 들어라. 자고로 연기는 직접 극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법. 너는 지금부터 재희가 아니라 우희다. 패왕 곁에 있던 우미인이다 이 말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어찌 우희가 그리 답하더냐. 다리를 걷어라.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제오상마전이 자신의 주군이다. 자신의 주군이 전장으로 나선다면 어찌 되겠는가? 재하는 깨달음을 얻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주변 눈치를 보듯 쩔쩔매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저어.."
동그란 눈이 강아지처럼 축 처졌다. 전시에는 목숨이 가장 중요하지 않던가. 망설이던 눈꺼풀이 가련할만치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단호해진다.
"그 둔언백께서 사경을 헤메이는 중일 정도면 정파에서도 칼을 갈았음이 틀림이 없사옵니다. 전장에 당도하신 자체로 떨어졌던 사기는 오를 것이나 직접 나섰을 때 조금이라도 옥체가 상하신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 사료되오니, 부디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지 않겠사온지.. 천마님의 위대하신 후손이신 즉, 그 위대하신 힘에 비해 별것은 아닐지라도 간악한 정파가 어떤 수를 써낼지 모르는 상황이옵니다. 감히 고하나이다. 부디 옥체를 보존하시고 통촉하여주시옵소서."
발언할 것 다 해놓고 막판에 수심 가득하게 입술을 잠시 다물고 시선이 뭇 두려운지 긴 속눈썹 내리깐다. 감히 자신이 이런 말을 해도 되냐는 눈치였다. 아.. 주군으로 대입하였더니 과몰입 해버렸음을 질책하기엔.. 이미 엎질러진 통촉하여주시옵소스어어 였다.
나 노인은 올해 일흔셋으로, 한때 교국을 주름 잡았던 명배우였으나 지금은 교국 내를 떠돌며 후계자를 양성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중으로, 예술을 사랑하며 투자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졸부 왕 씨 덕에 루주인 주 씨를 만나 대략 4년 정도 알고 지냈다. 예기라면 모를까, 창기 가득한 주루를 운영하는 직위 때문인지 나 노인은 루주가 탐탁지 않았다. 여인 팔아 돈 버는 것은 중원에서 흔한 일이지만 주 양반처럼 야망 가득한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처음 만날 적에도 자신의 욕망을 숨긴 적 없으니 강호에 들어서면 필히 배교할 것이요,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사파가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주 주 씨가 나 노인을 이곳으로 부를 때까지는 그 양반이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창기로 극단을 세울 생각일랑 그만두라 했지만 주 씨가 발목을 붙들고 딱 한 사람만 가르치면 된다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했을 때 나 노인은 왕 씨의 정이 있으니 이번에는 교육하겠으나, 시정잡배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그만두고 나가 버릴 것이라는 조건 하에 교육에 나섰다.
"이제 됐다. 자세를 편하게 해도 된다."
재하는 허락이 떨어지자 냉큼 일자로 곧게 찢고 있던 다리를 오므렸다. 그리고 종아리를 다소곳이 모아 부자연스럽게 꿇어앉았다. 벽화 속 여인처럼 살짝 틀어앉아 비죽 튀어나온 종아리 뒤로 조그맣고 새하얀 손은 허벅지 위에 겹쳐 올려두었는데, 주름이 자글자글 하고 새하얀 머리를 질끈 묶은 나 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고 흐음, 소리를 냈다. 재하는 그 소리에 바로 나 노인을 쳐다봤고, 눈이 마주치자 고분고분하게 풍성한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나 노인이 길게 자란 수염을 아래로 슥슥 쓸며 재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분명 맨 위층 복도를 채우는 아릿한 술 찌든 내에 질려버려 첫 수업을 핑계로 그만둬버리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재희라고 불리는 눈앞의 작은 아이 때문이다. 첫날엔 온통 하얀 아이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재희야, 편히 앉으래도. 그러다 다리가 저릴 것이야." "다리가 저려요?" "그럼. 자고로 다리를 쭉 뻗고 앉아야 키도 크는 법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이 들었다. 이 아이는 연기에 한해서는 가히 난 인물이요 천재였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 중 벌써 대배우가 된 아이만 셋이 넘는데도, 그 아이들보다 훨씬 낫다. 배우는 것은 재깍 받아들이고,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했다. 그러면서도 나 노인이 73년이란 세월 동안 봐온 여러 사람 중 가장 가늠키 어려운 인물에 속했다. 어린 사내아이가 창기 가득한 기루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드물고, 치마 입고 다니는 것도 드물지만, 그런 것보다 배우는 것이 정상적인 속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 세기마다 태어나는 천재가 있다고들 하나 이런 느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나 노인이 이상함을 느낀 건 첫 만남부터 우아하게 인사하는 태도부터 시작된다. 이런 저속한 곳에서 보기 어려운 우아한 태도도 그렇고, 첫 가르침부터 아이들이 흔히 부리는 투정 하나도 없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고, 천천히 다리를 찢는 연습부터 했거늘 점점 벌어질 때마다 우는소리, 하물며 비명도 하나 내지 않았다. 자고로 아이란 마음껏 뛰놀고, 울고, 소리 지르고, 꿈을 키워야 하는 존재인데도 이 아이는 그런 점 하나 없어 꼭 누군가 인위적으로 빚어놓은 인형 같았다. 지금도 부자연스럽게 둔 다리를 엉거주춤 움직이다 머뭇거림 없이 다리를 뻗는다. 긴 치마폭 뒤로 새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잠시 고운 얼굴이 창백해지고 종아리를 바닥에서 한 뼘 띄웠다. 나 노인이 그 모습을 놓칠 리가 없었다.
"재희야." "네에." "어디 불편하더냐? 다리에 쥐라도 났디?" "아니오.."
재하는 눈을 내리깔고 치맛단을 그러모아 쥔다. 시선을 피하자 나 노인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마주 앉는다. 이제 보니 해라면 사족을 못쓰던 이 작은 아이가 해를 피해 그림자에 있는 것도 모자라 식은땀도 난다. 다리 찢는 일이 고되어 쥐라도 났나 싶었지만 이렇게 안색 파리 할리 없다. 나 노인은 "재희야." 하고 재하를 한 번 부른다. 재하는 고개를 들어 주름 자글자글한 얼굴을 마주했다.
"다리 한 번 걷어보아라."
재하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자꾸만 문가를 향해 눈을 흘겼다. 나 노인은 문밖을 남몰래 지켜보던 점소이를 쳐다보며 손을 휘휘 젓자 점소이는 "재하야, 루주는 지금 돈 계산 중이니 올 일은 없다." 하고 언질을 주며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이제 이 방엔 재하와 나 노인밖에 없다. 재하가 걸어 잠근 문을 한참이고 쳐다보다 나 노인을 쳐다봤다. 두려움 가득한 눈길에 나 노인이 이전 일을 떠올린다. 수업 사흘 차, 루주가 참관했을 때 나 노인이 무리하지 말라 해도 기를 쓰고 다리를 죽 찢던 그날. 그때는 아이가 왜 이리 필사적인가, 오기라도 있는 아이인가 했더니 이제 보니 루주 때문인 것 같다. 나 노인이 루주 성격을 알기에 수업 내내 재촉도 참 많다 했는데, 받아들이는 직위가 다르지 않던가. 나 노인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할아버지는 혼내지 않아요." "……." "참이란다. 천마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 "탕후루도 걸어주마."
불안하게 눈치를 살피던 재하는 천천히 치맛단을 올려 걷었다. 나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 뜨이고 탄식했다. 부드러운 비단 뒤로 드러난 종아리는 참담했다. 아직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아이들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다리가 나뭇가지에 스쳐 긁힌 상처가 나야 하는데, 재하는 무릎도, 다리 앞쪽도 전혀 다치지 않아 매끈했다. 그렇지만 양쪽 종아리 뒤로 길게 뻗은 상처가 앞쪽까지 붉은 기를 내보였다. 앞으로도 얼마나 상처가 심한 지가 보이는데 뒷부분을 확인하면 얼마나 참담할까? 연고를 바르긴 했지만 그마저도 새 상처에 덮여 물러 터져버렸다. 이런 다리가 바닥에 몇 분이고 붙어 있었다니! 얼마나 아팠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재희야. 아프면 아프다고 미리 말을 하지 그랬더니." "……아프다 하면 걸어 다닐 줄 알면서 거짓말한다고 더 화내실 까봐.."
재하는 한참 고운 입술을 오물거리다 병아리 같은 주둥이로 톡 뱉었다. 그 발언에 나 노인은 기가 찬다는 듯 헛숨을 뱉었다. 그제야 지나치게 조용한 이유도, 우는소리도, 비명 소리도 내지 않는 상황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도 화를 냈을 것이고, 울어도 화를 냈을 것이다. 야망 가득하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임은 알지만 이 정도면 천마님께서도 분노하시지 않을까 싶었다. 재하는 기가 차단 표정을 짓는 나 노인을 올려다보다 눈치를 살피며 허벅지에 모인 비단 자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나 노인은 재희가 여기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이 정도 된 아이가 벌써부터 주변 눈치를 보고 소리를 내지 않을 정도면 이런 체벌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임을 짐작했다.
"재희야." "…네에." "이 회초리는 언제 맞았더냐?" "……." "말하기 어렵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어제 자시子時에." "자시라면 네 잠들어야 할 시간 아니더냐." "배운 것을 보이라 하였어요. 그래서 보여드렸는데, 앞으로도 줄곧 그렇게 해야 한다고. 흐트러지면 이렇게 될 거라면서." "안 되겠다. 내 이 행동을 신고해야겠구나. 너를 이 기루 밖에서 꺼내와야겠어." "아, 안 돼요!"
재하가 다급하게 나 노인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처음 보이는 행동에 자신도 놀랐는지 한참 허둥대다 고개를 푹 숙였다. 재하의 몸이 덜덜 떨렸다. 나 노인은 괜찮다는 듯 재하의 등을 토닥이며 왜 안 되는지 물어도 되냐고 했고,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던 재하는 이내 입술을 꾹 다물다 한번 크게 히끅, 하며 딸꾹질을 했다. 딸꾹질까지 할 정도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루주가 무슨 일을 친 건가 싶었다. 나 노인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재하는 입을 더듬더듬 뗐다.
재하가 주변 눈치를 보다 다급하게 속삭인 단어는 숨결 섞인 절규에 가까웠다. 재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떨구더니 다급하게 치맛자락을 쥐었다. 주섬주섬 고운 비단을 그러모으며 놓치길 반복하다 다리를 급하게 덮으며 꼭 정신 나간 아이처럼 말을 뱉었다.
"요괴라면서, 다 비명 지르고, ㅈ, 제가 하얀색이라, 불길하다고. 저번에도, 축제 때 그랬어요. 모두 손가락질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나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루, 루주께서는, 이, 이 밖은, 제가 색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그렇지만, 여, 여기 있으면 된댔단 말이에요. . 여기 있으면 아무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예뻐해 주니까.. 그니까.." "재희야. 그렇다 해서 악행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널 좋아해 줄 사람도 충분히 있단다. 이 할아비도 있지 않더니?" "그렇지마안, 루, 루주가 잡혀가면.. 은야 누이와 백화 누이도 있을 자리를 잃어요. 내가 떠나면, 다 잃어버릴 거야. 그, 그러니까 여기 있어야 해요. 아, 안 나갈 거야……."
나 노인은 재하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물을 한잔 따랐다. 그리고 재하에게 물이 든 잔을 쥐여주며 걱정 어린 눈길로 내려다봤다. 재하는 물 잔을 덜덜 떨면서도 마셨다. 턱을 타고 흐르는 것이 반이고, 마시는 것도 반이다. 안타까웠다. 재하의 세상은 기루였고, 인질이었다. 매일같이 겁박했을 것이 눈에 선했다. 성급하게 빼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새장 속의 새를 아무렇게나 자연에 내버려 두면 필히 수리와 매가 낚아채가 찢어먹는다. 재하를 한번 안아주며 등을 쓸어내던 나 노인은 이내 진정한 듯 물을 내려다보던 재하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올려다보는 것에 고개를 기울였다.
"어찌 그런 눈이더니?" "이번 일은 루주에게 고하지 말아 주세요." "어째서 고하지 말하야 하는지 물어도 되겠느냐?" "어르신께서는 루주에게 다치지 말아야 하니까.. 채연 누이처럼 떠나지 말아요. 다 도망쳐버렸어.. 그 사람도, 채연 누이도.. 어르신만은 떠나지 말아요."
재하는 품속으로 파고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직 아홉 나이 채 넘기던 나이의 아이가 눈에 만고의 수심을 담고 있기 때문인지 나 노인은 동정심을 느꼈다.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했다. 아무리 여기 사람들이 가족같이 대해준다 해도 루주 귀에 들어가는 건 삽시간일 테니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나 노인은 몇 번 더 토닥여주고 조막만 한 재하를 품에서 떼어 어깨에 주름 자글자글한 손을 얹었다.
"이 할아비가 어찌 떠나겠니. 오래오래 수업해 주마." "그것이 참말이지요?" "물론이다. 대신, 재희야." "네." "이 할아비가 재미난 바깥 얘기를 하나씩 들려주마. 그래도 되겠니?" "…네에." 그럼 이제 네 진짜 이름을 알아야겠구나. 주 씨가 준 이름 말고 네 진짜 이름이 무엇이더냐?" "……마를 재裁, 물 하河 하여 재하요." "고운 이름이다." "정말요?" "꽃이 가인을 보면 부끄러워 수화羞花한다 하듯 물이 가인을 보면 부끄러워 재하裁河하는 법이지."
다음날부터 나 노인은 수업 날마다 재하에게 바깥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꽃 쟁탈전에 대한 이야기, 바다에 대한 이야기, 정마대전에 대한 이야기, 교국에 대한 소식과 무림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 가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른 수업도 같이 받았다. 일취월장하던 재하는 한 달이 지나자 몸놀림이 기려해졌고, 곧 자세를 잡고 대사 외울 때가 되어 나 노인은 밧줄을 꺼내 천장에 달았다. 대사를 외울 때 굳지 않고, 곧은 척추 선과 유연한 몸, 그리고 오래 돌아도 지치지 않을 힘을 위해서였다. 밧줄을 본 재하는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다 조심히 다가와 너른 소맷단으로 나 노인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아직 수업은 시작하기 전인데, 무슨 일이더냐?" "스승님, 도망치지 말아요." "도망이라니, 내 왜 도망을 치겠더냐." "저 줄은 도망치는 줄이야."
재하는 다리를 끌어안던 것을 풀고 밧줄을 잡아당겼다.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밧줄을 목 주변에 둘둘 두르고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나 노인을 올려다봤다. 나 노인이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뜨자 재하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러면 조용해지고, 불러도 답하지 않아요. 루주가 그랬어요. 채연 누이는 도망친 거라고." "재하야, 어디서 도망친 사람을 보았더냐. 여기에서?" "기억이 안 나. 그러니까 우리 수업 빨리해요. 오늘은 루주가 일이 있어 저녁에 오신 댔어요. 그 안에 안 끝내면 수업 도중에 나가야 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재하는 부스스 웃으며 침묵했다. 영 석연치 않았으나 그 사실은 재하가 한 대사를 계속 실수하며 묻혔다. 실수는 이틀이 넘고, 사흘이 넘어도 계속 이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하던 재하가 하는 실수는 단 한 가지였다. 단어의 순서를 바꾸는 것. 나흘 정도 됐을 때 루주도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루주는 그동안 나 노인이 쓴소리를 하자 수업을 전혀 참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심통이 난 건지, 팔짱을 끼며 거만하게 쳐다보는 모습에 재하는 눈치를 보다 입을 벌렸다.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재하, 틀렸다. 다시 해보자꾸나. 비구니는 무엇이라 하였지?" "여자 스님이요.." "스님이라는 것이 머리를 밀어 남녀 구분하기 어렵지만 엄연히 성별이 있는 법이란다. 그럼, 네 무엇이라고?" "사.. 사내아이요.." "네 이년-!! 정녕 네가 사내아이라 생각하느냐!!"
루주의 호통에 재하는 화들짝 놀라 밧줄을 잡던 손을 놓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런 재하를 단단히 붙든 나 노인은 루주를 나무라려다 재하가 처음 마음을 열던 날 절박하게 속삭이던 소리보다 더 크게 빌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계집, 계집입니다!! 저는 계집아이로 태어났습니다!!" "그렇지. 네 계집 아이지. 다시 한번 불러봐라." "나는, 나는.. 비구니이.. 꽃다운.." "이보시오, 아이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니요?" "이렇게 해야만 말을 들어먹는 아이요." "아이에게 그럴수록 악영향인 걸 모르오?" "나 노인, 우리가 왕 씨의 정이 있으나 내 쪽에서 단절하면 나 노인은 재희 영영 못 보오. 단절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시오."
루주를 쏘아보던 나 노인은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아래층에서 난 소란에 점소이가 뛰쳐나와 또 무림인이 말썽을 피운다고 곡을 하자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나 노인은 문이 닫히자 재하를 토닥였다.
"재하야, 너는 너다. 알겠지? 루주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단다. 마저 수업할 수 있겠더냐? 네 원한다면 오늘은 쉬도록 하마." "…해요." "으응?" "마저 해요. 마저.. 다 외울 수 있어요."
무슨 생각인지 재하는 계속해서 대사를 외웠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몇 시진이 지나도. 하지만 다음날 또 루주 앞에서 실수를 했다. 루주는 회초리를 들었고, 여린 종아리를 쳐내렸다. 너는 계집이라 몇 번을 말하냐는 호통에 재하는 어떤 오기가 들었는지 이를 악물고 참았다. 평소 같으면 열 대로 끝났을 것이 스무 대가 되고, 서른 대가 되었다. 다리를 타고 피가 흐르며 기어이 찢어지기 시작한 회초리에 살이 짓물릴 때야 재하는 부르르 떨다 눈물 한 방울을 떨구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아이도 아닌데 왜 허리띠를 하고 도포를 걸치게 하는가? 연인들을 바라보니 쌓이는 사모의 정, 가슴을 설레게 하는구나." "드디어 달달 외는구나. 할 줄 알았으면서 왜 하질 않았더냐."
루주는 회초리를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서 자리를 떴다. 은야가 황급히 달려 들어와 앞으로 휘청이다 쓰러진 재하를 품에 안고 울자 재하는 가만히 마주 안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나 노인의 호통이 듣기 싫었던 건지 수업은 일주일 동안 쉬게 됐다. 그동안 회복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점소이와 기녀들은 이틀 뒤 매정하게 왕 씨 어르신에게 첫 지명을 하자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마저도 잘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 두 명이 그렇게 기루를 떠났다. 그리고 생계를 잇지 못해 떠돌다 소식이 끊겼다. 아무리 삶이 나아진다 한들 그나마 남은 생계가 밑바닥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기에.
"못 보던 비녀구나." "왕 씨 어르신이 주셨어요. 이번엔 루주에게 뺏기지 말라고 해서.." "소중히 여길 것이 생겨서 참 좋구나." "저어, 스승님. 저 배우고 싶은 게 생겼어요." "어떤 것이더니?" "제일가는 미녀 양귀비가 술에 취했으니, 귀비취주貴妃醉酒라 하데요. 저어, 배워보고 싶사와요." "그럼 이번 곡이 끝나면 꼭 배우자꾸나." "탕후루 두 개 걸고 약조한 것이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왕 씨가 재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좋아졌으나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기루의 사정이 좋아진다는 뜻은 바빠진다는 뜻이고, 바빠진다는 것은 더 이상 재하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진단 것이었다. 재하가 모형 칼 두 자루를 쥐고 능숙하게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은 반년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귀비취주를 배우기로 약조한 겨울이 다가왔을 때 나 노인의 수업은 끝이 났다.
"재하가 떠났다고? 누구 손에?" "…저희는 아무것도 발언할 수 없습니다." "어찌 발언할 수가 없…… 아니지?" "……." "재하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이가 가버렸으니 이를 어째. 조금 더 세상을 알려줘야 하는데, 배우고자 했는데, 이제 열 살 된 아이인데. 재하야, 아이고, 재하야……."
재하가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기루의 사람들은 그날을 차마 기억할 수 없다. 감히 고개조차 들 수도 없다. 입 밖으로 낼 수도 없다. 재하는 찢긴 옷가지, 휘어잡혀 흐트러진 머리채, 부러진 비녀를 뒤로하고 떠났다. 나 노인은 소식을 듣고 달려왔으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 노인이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였다. 재하의 자유를 원했지만 이런 방법을 원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교두였던 손님의 목소리에 재하가 입마관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점소이를 통해 건너 들었을 뿐이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흐르고 흘러 나 노인은 노쇠하여 제자가 임종을 지키던 상태에서 편히 자연사하였다. 당시 재하는 입마관에 있었던 지라 소식을 늦게 전해 들었다. 그러나 늦은 만큼 빠르게 묘에 도착했다. 죽기 전까지 재하가 과연 입마관에 잘 적응했을 지 안위를 걱정했고, 유언은 되었으니 무덤 장황히 짓지 말고 땅에 묻어 풀과 들꽃이나 무성히 피워달란 것이었다는 말을 제자로부터 전해 듣고 재하는 무덤을 끌어안았다. 차가운 흙과 함께 흙 비린내가 났다. 스승님. 하고 처음 말을 꺼내고 다시금 되뇌듯 새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스승님. 스승님.. 할아버지…… 바깥에 나왔사온데 이리 가셨습니까. 차라리 잊기라도 하지, 어찌 잊지도 않고 이 못난 소마를 품고 곯다 가셨습니까. 천마님, 어찌 모두 데려가신단 말입니까. 아, 아으……."
목 끝부터 끓어오르듯 비참한 울음소리가 작게 울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떨고 울었다. 점점 소리는 작아지고 몸만 바르르 떨린다. 그 모습마저 가련해 나무에 앉았던 겨울새가 재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눈밭을 뛰던 토끼도 가만히 멈춰 섰다. 한 겨울날이라 눈발이 쳤으나 추위조차 견뎌내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눈물이 말라버릴 만큼 울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人生在世如春梦.."
비록 나 노인의 곁에서 떠났으나 차마 놓지 못하고 홀로 배운 것이었다. 재하는 몸을 빙글거리며 춤을 추다 천천히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나 노인의 묘를 찾지 않았다. 입마관에서 졸업하던 날에도, 성씨도 없이 한낱 기루에서 자란 고아 꼬맹이가 감찰어사라는 직위를 갖던 날에도. 그 춤이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는 듯. 재하는 비틀거리며 기루를 나섰다. 더 있다 가라며 아쉬워하는 여러 젊은 기녀의 손길을 툭툭 쳐내고 흰 장삼을 걸쳤다. 눈은 탁하고, 뺨은 상기되었으며, 귀한 술을 머리 위로 붓기라도 했는지 풀어헤친 머리는 잔뜩 젖고 아릿한 술 냄새가 났다. 재하는 계속 밤길을 홀로 걸었다. 손에는 모형 검이 쥐여있고, 취기가 가시지 않아도 인적은 물론이고 발걸음은 진작 끊긴 곳까지 비틀거리며 걷는다. 한 장소에 도착하자 재하가 환히 웃었다. 모형 검을 양손에 들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능숙한 검무와 함께 관리가 일절 되지 않아 습이 차고 아무렇게나 이끼가 낀 돌판을, 그리고 아무렇게나 쌓이고 풀이 자란 돌 위를 밟아 올라섰다. 검을 빙그르 돌리고 몸을 화려하게 움직이며 멈추지 않을 춤을 췄다. 옷자락이 휘날리고, 돌이 발에 채여 굴러떨어졌으며, 고운 노랫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한나라의 군사들이 이미 포위하여, 사방에는 온통 초나라 노랫소리뿐이네.. 대왕이 의기를 상실했는데 소첩만 어찌 홀로 살아남겠습니까……. 우미인이 자결하는 모습을 흉내내던 순간 재하는 수심 깊은 목소리로 탁하게 몇 번 웃더니 술에 곯아 떨어져 그 자리에 와운臥雲하여 잠들고 말았다.
재하가 술은 강한데 한번 취하면 술버릇이 좀 나쁜편이에용..다 마시지도 못했는데 마셨다면서 자기 머리에 부어버리거나..술잔을 입으로만 물고 어운魚雲(물속에서 허리를 비틀며 유영하는 물고기를 형상화 한 연기술. 천천히 뒤로 허리를 꺾는 것으로, 술에 취헌 모습을 표현할 때 주로 쓰며 귀비취주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음)하거나..보여줄 것이 있다며 부채를 펼쳐 춤을 출 때도 있어용..🤔🤔🤔🤔...
자캐가_신이라면_어떤_신 : (고심하는 짤) 어..이런건 생각을 안 해봤는데 아무래도 선계 올라가서도 부채춤 추고 그럴 것 같죵? 지금부터 재하는 오르페우스에요(?)
자캐의_공포를_참는방법 : 자장가를 부르면 마음이 편해져용! 공포스러운 상황은 있는데 입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상황(이번 제오상마전 회의가 여기에 속함)에서는 마음속으로 흥얼거릴 때도 많아용.
코피가_흐른다면_자캐_반응은 : 코피가 나는구나..(종합병원+약골) 하고 그냥 지혈하고 말아용...🙄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게임을 하면 꼭 이기고 싶다? 상관 없다?" 재하: 놀이의 승패라. 상관이야 아무렴 없사와요.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어요. 허나 주군께서 명하신다면 이겨야지요. 갑자기 없던 승부욕도 생기기 시작했사와요.
"난 너 때문에 슬퍼진다고!" 재하: 슬프시다면 양껏 슬퍼하소서. 달래주기엔 그 연유 몰라 상처가 될 수 있사오니. 소마가 매정하다 생각하시온지요. 귀인도 소마가 이리 나고 자랄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할 수 없겠지요. 그리 사시면 됩니다.
"내가 졌어. 너에게 이길 수 없었어. 그게 다야. 할 말은?" 재하: "기회를 여러번 주었음에도 승패에 집착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니 참담하고 개탄할 일이라.."
재하는 안타까운 듯, 짐짓 신도 보는 양, 혹은 미물 보는듯한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망설임 없이 부채 휘둘러 목숨 거두고 몇번 탈탈 털어낸다.
"만마가 앙복할 주군의 교좌에 이바지 할 계단 됨을 영광으로 아소서. 이로써 또 한 명이 도망치고 마는구나."
저잣거리를 처음 마실나온 겁많은 아이처럼 그저 쭈뼛대며 눈알을 굴려대는 이 초짜 손님이란 그 누가 보아도 참으로 알기 쉬운 자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그 심정이 들켰음에 또다시 조그많게 흠칫 놀라고 만다. 이 처자의 접대가 능숙한 것도 것이니와 그저 굶주린 길고양이 밥 받아먹듯 반 이상은 제발로 순순히 들어왔기에 그녀의 성정이 위험인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표독스런 겉모습관 달리 퍽이나 쉬운 여인임은 분명했다. 허나 그녀는 굳이 따져보자면 그저 허기만 달래러 온 손님은 아니었기에 아, 역시 야심한 시각에 방문을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그 부끄러움을 덜어주지 않았을꼬 하며 잠시 후회하였다.
이윽고 문이 드드륵 하며 열리니 또 거기서 잠시 머뭇거리다간 한발짝 내딛는다. 그리곤 선영이라 불리우는 듯한 그 여인이 그대로 물러날까 재빠르게 뒤를 홱 돌아보았다.
"술과 안주는."
그리 내뱉고는 또 잠시 수 초간 입을 다무는 그녀였다.
"제일 잘 나가는 것들로. 부탁하오."
순간 생각회로를 빠르게 돌려본 결과였다. 그렇게 주문이라는 두번째 난관을 넘기어 본다. 정확히는 '떠' 넘기어 본다. 그리고는 내 지금 떨리고 어색하여 미칠 지경이니 처자가 꼭 다시 와달라는 그 마음 속 투정을 꾹꾹 담은 채 그저 지긋이 바라보기만 하니 그 게슴츠레 뜬 눈에 자신도 모르게 애처로움이 절로 담겨 나오는 것이였다.
입마관에서 교육받을 적 재하는 하루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상은 넓었고, 재하가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공과 단전이라는 생소한 개념도 그렇지만, 익숙한 것이 낯설어 적응하는데 무진 애를 썼다. 밟는 흙의 감촉이 달랐고, 흘리는 땀의 원인이 달랐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에서 자신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야만 했다. 삶이 삽시간에 달라졌다. 재하는 더 이상 화려한 꽃을 선물받지 않고 들꽃을 꺾어 책 사이에 끼워둔다. 패물을 받지 않고 직접 살 수 있게 됐다. 옷에 흙을 묻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걸을 때 상처가 터져 피가 번지기 때문에 점소이가 안아올리는 대신 내공을 써 빠르게 뛰어다닐 수 있다. 소리를 맘껏 내며 웃을 수도 있고, 불만을 작게 토로해도 됐다. 물에 먹 타듯 적응은 빨랐고, 배움은 즐거웠으며, 아는 만큼 세상은 넓어졌다.
그런 삶에서 재하의 이해를 막아 세운 건 여인의 존재였다. 강호를 제패하는 사람 중 여인의 지분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강한 사람으로 함부로 대하지 아니하고 숭상 받는 단 것이다. 마교의 2장로 소수마녀도 여인이라더라. 재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에 기름 섞듯 도저히 섞이지 않는다. 받아들이기엔 비참한 사실이다. 우리가 소모품이 아니고 천대받지 아니 한단 말인가? 재하의 협소한 세상에서 여인이란 존재는 핍박받다 강제로 팔려와 주체를 잃고, 웃음을 팔고, 꽃을 팔며, 청춘을 팔다 마침내 시들어 저버리면 우악 진 손아귀에 무참히 꺾여 버려지는 것이었다. 서로 모여 의지하였으나 목소리를 낼 수 없음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당연했다. 눈물로 밤을 지새워도, 어쩌다 달려들어도, 신고를 해도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이 되레 잃는다. 팔려와 삶의 주체를 잃은 어린 꽃은 다시 분칠을 하고, 언제 찢어질지 모르는 옷을 입고, 웃음을 팔기 위해 준비했다. 재하가 자란 곳이 모두 예기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는 고급 기루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기와 창기가 섞였지만 창기의 지분이 대다수인, 밑바닥 중의 밑바닥. 그 때문에 장로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날 재하는 포근하던 침대가 가시로 이루어진 것 같아 한참을 뒤척였다. 참담함이 온몸을 짓눌렀다. 밑바닥은 저항할 수 있으며 올라설 수 있었다. 죽더라도 차라리 이 악물고 달려들었다면, 그랬더라면 조금 더 일찍 달라졌을까. 아니면 루주가 무공 배운 자 데려와 제압했을까.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재하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 당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세상은 넓고, 밑바닥의 혼탁한 공기에 익숙해진 재하는 위 세상의 청명한 공기가 먼지 가득한 더러운 폐부를 찌르는 것이 괴로워 몸을 웅크리고 밤을 새웠다.
밤을 꼴딱 지새우자 새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수업의 진행은 동일하게 집중했으나 재하는 재깍 대답하지 못하고 버벅였다. 수업이 끝나고 동기생은 그런 재하를 위로하듯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툭 치며 기루로 놀러 가자 했다. 그 순간 보인 재하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비로운 외형, 늘 자기 자신을 낮추고 두루두루 지내던, 심한 장난에도 마주 웃으며 배려하던 선한 우등생이라는 환상이 일순 부서졌다. 두 눈은 홉뜨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괴로움이 묻었다. 찰나의 순간 뒤로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짓던 표정으로 가리긴 했어도, 일전의 괴로움은 쉬이 잊지 못할 만큼 섬찟한 기품과 아름다움이 배어났다. 그 고통 뒤로 또 봄 만개하는 미소를 지었기에, 그 수심 어린 미소가 어디서 나오는지 그 편린을 본 것만 같았다.
"죄송하여요. 내일이 시험이란 사실에 벌써 긴장하여 신경이 예민하였기에. 제대로 된 반응 드리지 못하여 송구할 따름이오나, 이 상태에서 술까지 젖어버리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오니, 필히 낙제하게 될 것이어요. 나중에 시험이 끝나면 가도 될는지." "어, 어어. 그래. 피곤해 보이긴 하더라. 너 이래놓고 밤새우고 공부할 거지?" "지당하신 말씀. 기실 마 씨가 새벽 내 술을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사와요." "이 잔인한 녀석." "네에, 이마저도 악즉선에 업보. 천마님의 긍휼함이어라." "어휴, 됐다. 널 누가 말려. 우리는 먼저 갈 테니까, 마음 바뀌면 언제든 와." "부디 즐거이 즐기다 오셔요. 꼬옥 취하시는 것이어요?" "뭐래, 가자!"
재하는 자신을 두고 기루로 가는 무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것이 평범한 삶일지라. 새장은 놀러 가는 장소요, 살아남기 위했던 발악은 누군가의 여흥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삶이다. 그렇다면 나도 적응해야 하는 것인가? 발악은 잊고 여흥에 중심을 맞춰야 하는 것인가? 나는 새장 밖의 새니 새장 안을 외면해야 하는가? 거둬준 은혜를 잊고? 가장 안전한 곳을 버린 대가는 이런 것인가! 괴리감에 온몸이 떨려 재하는 방에 돌아가지 못하고 수련장으로 달려가 한참 동안 부채를 휘둘렀다. 선무를 추며 내공을 담지 않고 부드러움을 그렸다. 고통을 잊듯 살을 풀었다. 재하는 삶의 밑바닥에서 그것이 당연하다 살았던 사람이다. 다름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숙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위가, 더 큰 세상이 존재했다. 안정적인 삶의 반열에 들었기에 그 처절함을 기만하는 세상 속에서 섞이거나, 그 괴리감을 이기지 못해 동떨어져야만 했다. 선택지는 없다. 괴리감을 이겨내야 했다. 동떨어져도 더 이상 재하를 부르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왕 씨 어르신도 심장이 멈춰 백화 치마폭에서 코 박고 죽었고, 나 노인은 소식이 끊겼다. 은야 누이도, 백화 누이도 그 기루에 있을지 불투명하다. 루주는.. 재하는 기어이 소리를 냈다.
아!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수련으로 저녁을 지새우고 새벽을 공부로 지새운다. 무언가를 잊어내듯, 혹은 받들듯.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을 살살 풀어내듯. 그렇게 서럽던 밤이 지나 시험날이 지나고, 결과 나오는 날. 재하는 더 이상 고민에 밤새우지 않았다. 대신 무리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운 떼었다.
"이번 시험은 어떠하였사와요?" "유급만 안 하면 좋을 텐데.." "저런.. 과음했사와요?" "그래.." "그럼 술로 망했으니 술로 풀어야지요. 기루로 가실까요?"
재하는 직접 발 디뎌 낯익은 술 찌든 내를 맡았다. 붉은 기둥은 보기만 해도 호화롭고, 안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루주, 그 단어에 재하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회초리를 들고 제법 체구가 큰 남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40대로 보이는 여인이다. 기품있게 세월을 맞이하는 여인이 능숙하게 손님을 대했다. 재하와 함께 온 무리는 제각기 떠들다 각자 즐길지, 무리 지을지 정하듯 왁자지껄했다. 한참 웃고 떠들 청춘을 지켜보다 재하의 신이한 외형에 넋이 나간 루주의 시선을 뒤로 재하는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손 뻗어 호명된 기녀처럼 무리의 한 사람을 잡으려다 만다. 단지 제일 먼저 루주에게 가장 최근 온 아이를 불러달라 하였다.
"운이 좋군요. 오늘 첫 지명인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로 하시겠는지요." "예, 그리하다면 홀로 방 쓰겠습니다." "술상을 내 오렵니까?" "간단한 상으로 내와주십시오. 내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목 적시고 갈 터이니 문밖의 점소이도 물러주시오." "그건 조금 어려울 듯 하옵니다만." "내 보다시피 신이한 외형이니 난동을 피우고 도망친다 하여도 금세 붙잡힐 것인데 무엇을 하렵니까. 정 석연치 아니하면 입 무거운 자 문 앞에 세우시지요." "알겠사옵니다." "인마, 재하. 너 한두 번 온 게 아니구나? 그렇게 안 봤는데!" "무엇이 치사하렵니까? 잘 즐기다 오십시오, 저도 즐길 터이나 해 뜨기 전까진 돌아갈 것이요, 깨우지 아니하렵디다." "치사한 녀석."
저속한 휘파람 소리에 사붓하게 웃어 답을 대신하고 방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술상을 뒤로 재하는 협소한 방 안을 둘러본다. 이제 이 자리에, 방석에 앉을 것이다. 본디 기녀 앉아야 할 자리가 재하의 자리였다. 습관처럼 그 자리에 앉으려던 것을 멈춘다. 물끄러미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은 이 장소를 내려다보던 재하가 미닫이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주춤거리다 부드럽게 들어오던 소녀는 재하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저, 저어.. 앉지 아니하시는지요..?" "앉겠습니다."
재하는 방석에 앉는다. 아무런 감회도, 느낌도 들지 않았다. 기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배운 대로 앉자 재하는 가만히 기녀를 쳐다봤다. 기녀는 재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였고, 아직 표정을 감추는 법을 모르는 듯싶었다. 재하는 어색한 손길로 술병을 잡으려는 기녀에게 손짓했다.
"그만." "네?"
재하가 술병을 잡는다. 술이 가장 고운 소리를 낼 높이에서 주둥이를 기울이고 정확히 끝마친다. 이윽고 기녀를 향해 빈 잔을 밀어주었다. 옆방은 재하의 동료가 무리 지어 있었고, 벌써부터 고성과 함께 왁자지껄하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눈치에 재하는 입을 뗐다.
"내 이제 스스로 소리 내어 웃겠습니다. 술도 죄 마시겠습니다. 당신은 이번 잔을 마지막으로 술을 채우지도 말고, 악을 하지도 말고, 몸을 팔기 위해 내게 붙지도 마십시오." "그럼 소녀는 무엇을 하나요?" "쉬십시오." "예?" "다시는 없을 기회니 운이 좋다 생각하십시오." ".. 무례하오나 발언하여도 괜찮겠사온지." "하문하시지요." "..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이번이 첫 지명이라 들었습니다." "단지 그뿐입니까?" "다시는 없을 기회기에 이리 하였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기회가 추억으로 남을지, 간절히 바라는 족쇄로 남을지, 곱씹고 의미를 찾는 건 온전히 당신의 몫이지요. 무책임해 보입니까?" "..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허면 내 더는 발언하지 않으리다. 위로 올려드릴 테니 직접 알아가시지요. 이제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겁니다."
재하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가득 찬 잔을 모조리 목구멍 뒤로 털어넘기고 침묵했다. 안정적인 삶의 반열에 들었기 때문이다. 밑바닥에서 태어났으나 그 처절함을 기만하는 세상 속에서 섞이기로 했다. 누군가 죽기 전까지 밑바닥에서 기어 다니며 가장 간절히 바라던 삶을 밑바닥에 새로 떨어진 사람에게 내어주는 것으로 이 죄를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기를 속으로 기도하며 술잔을 다시금 채웠다.
기녀는 어쩔 줄 몰라 하다 무릎을 꿇지 않고 편하게 자리에 앉더니, 재하를 의심스럽게 한참 쳐다보다 곤히 잠들었다. 어스름한 새벽이었다. 재하는 그런 기녀가 술을 마신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옷 소매, 치맛단, 머리카락에 술을 두어 방울 붓고는, 옆방의 생도를 죄 깨운 뒤, 루주에게 이런 요물을 당최 어디에서 구해왔나 슬쩍 언질을 주었다. 좋은 물건을 건졌다는 양 루주의 밝은 표정을 뒤로 재하는 자리를 떠났다. 교국엔 머리에 먹 부은 듯 새카만 머릿결의 청년이 있다. 검은 멱리를 써 얼굴을 가린 청년은 새카만 장삼 걸치고 기루에 홀연히 나타나곤 한다. 얼굴도, 나이도, 모습도 가늠치 못하나 먹 냄새가 짙은 것이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추측만 무성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기녀를 지명하고 안지 않는단 것이다. 술을 마시라 강요하지 않고, 마셔야 할 독주를 대신 죄 마셔버리며, 웃음을 사지도 않고, 악을 듣지도, 시를 써달라 하지도 않는다. 간혹 본인이 직접 악을 하고, 시를 쓰고, 그리고 새벽이 되면 홀연히 떠난다. 어느 기녀가 용기 있게 질문했다. 어찌 이러십니까? 그러자 청년이 되레 물었다.
의외로 스스로를 숨기고 돌아다니는 일은 퍽 즐겁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저열한 욕망의 표출이라고 까내리기도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모두가 알아보고 굽신거리는 것을 보는 일 또한 굉장히 피곤한 일인데 말이다.
마주치는 눈빛 속에 보이는 비굴함과 무언가를 바라는 욕심. 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시기와 질투. 성씨가 경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얻는 무한한 호의와 끝없는 적의를 무척이나 어릴적부터 겪는다는건 썩 달가울 일이 아니다. 그들의 눈과 머리에는 나라는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천산경가의 공자님만이 있을 뿐이다.
백부는 교국의 정상에 서있는 인물 중 하나이고, 아버지는 교국에서도 능히 찬사를 받는 고수다. 가문의 숙명과 뜻을 이어야한다며 이어지는 학대에 가까운 교육, 체벌, 시험들은 어린 아이에게 크나큰 시련이고 고역이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가 말하기를 저열한 욕망의 표출을 시작한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저열한 욕망 따위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지쳐버린 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저, 나 또한 남들과 똑같이 나를 나로 봐주기를 원할 뿐이다. 그저, 이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나기를 소원한다.
차르륵.
옥으로 만든 발을 젖히고 기루 안에 들어가자 루주가 황급히 달려나온다. 내가 의도한대로건 혹은 내 뒷조사를 하여 내 신분을 알았건. 기루의 루주는 나를 단순히 돈 많은 도련님. 큰 손 정도로 대하고 있다.
"오셨어요 공자님?"
"그래요."
살포시 웃자 루주가 따라 웃는다. 그녀는 오늘 내가 쓸 돈 액수가 얼마쯤인지 알터이니 아마 그 돈을 생각하니 헤벌쭉 웃음이 나오는 것이겠지.
"왜 자주 오시지 않구 그러세요? 저희 애들이 얼마나 공자님을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기나 하세요?"
루주는 짐짓 혼내는 것처럼 친밀감을 표시해온다. 그녀 나름대로의 고객 관리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왜인지 오늘따라 더욱 과한 느낌이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에서 혼자 마시기 적적하거나 할 때나 온다고 말했잖아요. 뭘 또 그리..."
뒷 말을 흐리며 시선을 돌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하다. 아니.
오늘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년!"
짜아악!
경쾌하게 손바닥과 볼살이 접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찰진 것을 들으니 제법 볼을 치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어우. 아프겠는데요?"
내가 몹쓸 꼴을 봤다는듯 눈쌀을 찌푸리자 루주의 표정이 볼만했다.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내가 지레 겁먹고 기루를 나갈까봐 걱정인게지.
"오호호호...평소에는 되게 점잖으신 분인데 오늘따라 좀 기운차시네요. 공자님 자리는 제가 따로 마련해두었으니까 걱정 마시고 안으로 가시지요."
명백히 당황한 티를 내고 있다. 평소에 점잖기는 개뿔. 딱 보니까 오늘 처음 맞이한 손님인듯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루주라면 고객이 돌아가지 않게 잘 붙잡을 능력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루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소리가 난 방향을 힐끗 바라봤다.
기녀는 얻어맞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제법 덩치있는 남자에 외모도 나쁘지 않다. 딱 보아하니 무공도 어느정도 익혔다. 무엇이 기녀를 저렇게 패대기칠 정도로 분노하게 한 것일까.
저런.
기녀의 입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슬슬 진심으로 때리는 모양이다.
"......!"
그렇게 안으로 들어갈 때, 매우 불행하게도 나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불똥이라도 튈 것 처럼 남자의 눈매가 사납게 일그러진다. 나는 급히 고개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떠셔요? 저희가 항상 공자님이 자주 찾으시는 것들만 미리 준비해놓았답니다!"
루주가 꽤 자랑스러운듯 양 허리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었다. 나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제가 언제 올지 알고 이런 것들을 다 준비하고 그러세요."
"아이참. 저희 기루에서 제일가는 인기쟁이이신데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드려야지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비단으로 만들고 옥으로 장식한 주머니를 꺼내 은화를 몇 개 쥐었다.
"이걸 바란게 아니구요?"
살짝 웃으며 그리 말하자 루주의 눈에 순간적으로 욕망이 비쳐지나간다. 루주의 고개와 시선이 내려가고 손사래가 나온다.
슬쩍 술상을 쳐다보자 자주 즐기는 백주가 보이지 않는다. 루주가 이걸 모를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아, 그것이..."
루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진다.
"뭐 무슨 일이라도 있는게요?"
조금 딱딱하게 말이 나가버렸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말이 불편한거지 내가 편하면 된 것 아닌가? 편하게 가는게 좋은거다. 편하게 말이다.
"하필이면 오늘 백주가 다 떨어졌지 뭐에요...죄송해요 공자님."
루주가 고개를 푹 숙인다. 음, 그런데 분명히 아까 기녀를 맛깔나게 후드려대던 자의 술상에서 봤던건 백주였던 것 같은데.
"따로 구해올 수는 없나요? 오늘 백주가 너무 땡기는데."
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공자님?"
"무얼요. 남는게 시간인데요."
씨익 웃으며 그리 말하자 루주는 조금 안심한 눈치다. 얼른 다녀올 터이니 안주라도 조금 잡수시고 있으면 기녀를 올려보낼테니 즐기고 계시라며 몇 번이고 말한다. 그리도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기루를 나갈까봐 걱정인걸까. 딱히 마음에 들지 않을리가 없는데.
이 기루는 집이 있는 천산시의 바로 옆에 있는데다가 아무도 내가 천산경가의 사람인걸 모르니까. 편하게 놀고먹고마시고. 쉴 수 있는 곳에 마음에 드는게 없다고 그냥 나가버릴리가 있나.
나는 마음편히 고기 몇 점을 집어 입에 가져가 우물거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선선하게 불어오는 저녁 바람과, 콧구멍을 간질이는 풀내음. 화룡점정으로 문이 박살나는 소리...
응?
문이 박살나는 소리?
콰앙!
"딸꾹!"
얼굴이 시뻘개진 사람이다. 어딘지 낯이 익다.
"너! 아까 뭘 꼬라봤어!"
"...?"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이, 이러시면 아니되어요 나으리!"
아 옆에는 확실히 아는 얼굴이다. 저렇게 볼이 팅팅 부었는데 못알아보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아까 얻어맞고 있던 기녀가 말리려고 왔나보다. 어 잠깐만. 그러고보니까 난 사람이던가? 음,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잠시 딴 생각에 빠져있는 새에 쿵쿵거리며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응?"
나는 인간인가, 아니면 요괴인가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던 와중에 남자가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왔다.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걸까?
퍼억!
남자가 발로 술상을 걷어찼다.
"와..."
어이가 없어서 감탄사뿐이 나오질 않는다. 무슨 자신감이고, 무슨 억하심정으로 나한테 이러는걸까? 취기를 날리지 않는 것을 보니 무공은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귀찮다. 집 안에서 술먹고 놀면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와 술 마시고 좀 쉬려는건데 내가 앞에 있는 털 수북한 남자의 경지따위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다행히도 안주나 국물같은 것이 나한테 튀지는 않았다.
"너!"
시뻘개진 얼굴의 남자가 내 얼굴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것이 참 목이 아프겠단 생각이 든다.
"아까 날 비웃었지! 계집이나 때리는 한심한 놈이라고! 비웃으면서 들어갔잖아!"
골머리가 아파온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관자놀이를 짚고 휴우, 한숨쉬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해야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졸부의 자식 주제에! 날 비웃어!"
비웃은 적도 없거니와 졸부의 자식도 아니고, 돈 많은 집도 아니다. 아. 돈이 많기는 한가? 돈 보다는 부동산이 더 많은것으로 아는데.
"내가 이래뵈도! 어! 입마관을 수료한! 삼급무관......!"
남자의 말이 어지러이 울려퍼진다. 사실 더 이상 듣기가 싫어 정신을 조금 놔버린 것도 있다. 그래. 뭐.
딱히 남자의 말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은...뻔하지 않겠나?
와락!
남자가 내 멱살을 틀어잡고 날 일으켜세웠다. 구취와 섞인 술냄새가 코에 진동한다.
"어우씨..."
무조건반사다. 이건 무죄란 말이다. 이 냄새를 맡고서 쌍욕을 내뱉지 않은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딸꾹! 이 놈이 이래도!"
남자의 주먹이 높이 치켜올라간다. 조금 있으면 주먹이 내 얼굴에 닿겠지. 무공도 열심히 익히지 않고, 그렇다고 몸도 엄청나게 단련하지 않은 나다. 나이도 어렸고 입마관에 들어가기 싫다고 아버지께 떼를 쓰고 있는데 뭐 반항이라고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아니 사실은 할 수 있다. 이미 삼급무관 정도의 실력은 갖추어진 몸이니까. 명문가의 자식 교육은 참 혹독하기 짝이없어서 이런 나조차도 어떻게 끌어올리더라. 그럼에도 딱히 반격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힘을 드러내보인다던가 하면 앞으로 이 기루에 마음 편히 오지 못할 것 아닌가?
나는 얌전히 남자에게 맞아주기로 결심하고 눈을 살짝 감았다.
그 때였다.
탁.
남자의 주먹이 막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손바닥이겠지. 한숨이 나왔다. 누군가의 손바닥에 남자의 주먹이 막힌 것 처럼. 나 또한 아버지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다는걸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솔직히 호위 정도는 몰래 따돌리고 나온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나보다.
"뭐, 뭐야!"
눈을 뜨자 당황한채로 얼굴이 터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뻘겋게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남자가 보이고. 내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네 놈."
호위무사다. 사실 익숙한건 아니고, 순번을 돌아가면서 호위를 맡는데 요근래 유독 자주 걸리는 것 같은 사람이다.
"감히 천산경가를 건드려?"
아.
"천, 천산, 뭐? 천, 천...천산, 경, 경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던 남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는데에는 2초면 충분했다. 호위무사가 내보인 천산경가의 상징 때문이다.
"에휴...좋은 시절 다 갔구나."
남자는 넙죽 엎드려 잘못을 빌고 있고 호위무사는 어떻게 할까요 공자님? 하며 날 쳐다본다. 니가 제일 나빠. 호위무사 너 말이야 너!
"아..."
소문이 퍼질거고 내가 다시 여기에 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난리가 나도 어마어마한 난리가 날게 분명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편하게 가자고. 편하게."
호위무사에게 말하자 호위무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 삼급무관. 공자님의 은혜를 감사히 여기고 썩 꺼져라."
물론 남자는 그렇게 했다. 뒤로 걸어나가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빌었다. 나는 오히려 호위무사를 째려봤다. 호위무사는 왜 그렇게 자신을 보냐는듯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호위무사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뭔 죄가 있겠나.
어쩔 수 없지 뭐.
"일도 이렇게 됐으니까 그냥 돌아가자."
그렇게 방을 나서고 기녀들이 덜덜 떨면서 눈도 못마주치는 가운데 루주가 백주 몇 병을 사들고 신이 난 얼굴로 들어왔다.
"어엇. 공자님? 백주도 사왔는데 왜 그냥 가시려고 하세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루주가 서운하다는듯 말을 붙여왔다. 기녀들이 서로 눈치를 본다.
"루주. 그간 속여서 미안하고. 자 이건 백주랑 안주 값이랑..."
예? 예? 하면서 루주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호위무사의 전낭에서 돈을 빼내 루주의 손에 쥐여주었다. 호위무사의 얼굴이 썩어들어간다.
하하. 쌤통이다.
"그간 즐거웠어요."
툭툭. 루주의 어깨를 치고는 기루 문 밖을 나섰다. 뒤에서 루주가 공자님! 공자님! 하면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글쎄다. 기녀들의 천산경가에요! 천산경가! 라는 말에 발자국 소리가 우뚝 멈춰선다. 씁쓸함을 뒤로 한채로 밤하늘을 걸었다.
달도 밝고, 하늘도 맑고, 공기도 좋은 이런 날에 술도 못마시고 자주 가던 단골집도 잃었다. 아니 사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단골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가게되면 분명히 귀찮아지겠지.
그렇다고 또 새로운 단골집을 찾을 수는 없다. 이미 인근에는 소문이 다 퍼질테니까. 집에서 더 멀리까지 나가기에는 너무 귀찮은데,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그 때 기가 막힌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아버지가 말씀하셔서 귀에 딱지 앉았을게 분명한 그 말이 생각났다.
'네가 입마관에 들어가 당당히 졸업하고 나오면 집에서 술을 쳐먹건말건 상관치 않겠다.'
"그래. 그냥 입마관 졸업만 하면 되잖아?"
무심코 탁 뱉어버린 말에 호위무사의 얼굴이 멍청해졌다.
"예?"
"아니.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입마관을 최대한 빨리 졸업해서, 편하게 놀고먹자고.
나는 다음날 바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입마관에 들어가겠다고 말했고, 약조를 지켜달라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졸업만 하면 원하는대로 해주시겠다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입마관은 명문가 자제들은 쉽게쉽게 졸업한다고도 사촌형 경덕이 일러주었다.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뭐 이 정도면 금방 1년 내에 졸업해서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는 떠난다. 새장 너머로 떠났다! 저 안의 날개 꺾인 새와 달리 새 살 깎고 그 날개 온전하게 돋아나 훨훨 날아가버렸다. 밖에서 바라본 새장이 좁고 더러움을 저 새장속 새 누가 몰랐으리. 새장 밖은 아래에 고인 웅덩이만치 치열하나 당연한 삶 존재하지 아니함을 누가 몰랐으리. 아마 나만 몰랐을 테다. 맑은 공기가 이리도 아프다. 이제 다른 삶을 사는구나. 그 사실이 끔찍했다. 얌전히 있는다면 사람들이 숨만 쉬어도 무한한 애정과 찬사를 주었을 텐데 홀로 벗어나 애정 주던 사람 모두 두고 떠나버렸다. 찢긴 옷가지, 휘어잡혀 헝클어진 머리채 사이로 우악진 손길에 같이 부러진 비녀를 꽂고 그 어린 나이에. 그렇다고 다 자라 할 수 있는 것이 있나? 도움 주지 못할 망정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참담하다. 협소한 시선을 누군가 억지로 벌려 깨닫게 된 세상이 주는 감정을 형용키 어려웠고 아직도 자신이 무얼 하는지 모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 너무 중구난방해서 삭제했어용
악인이 참회한다 하여 선인 되지 아니한다. 누군가 재하를 선인이라 하였으나 재하는 선인이 아니다. 악은 악으로 단죄하는 법. 허나 악으로 물들어서는 일절 안 됐다. 재하는 자신을 늘 채찍질했다. 본성이 추악하며, 재하는 그 추악을 선으로 다룰 없으니었다. 이유없이 피 보는 성정, 죽이는 것, 모두 이 중원 강호에서 거리낌 없으니 언제라도 악을 지배할 수 없으며 물들 수 있었다. 재하는 절제했다. 느슨함을 숫제 윤허하지 않았다. 본성이 추악하다. 재하는 감히 루주의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친 추악한 자다. 아,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 주제랑 안 어울려서 뺐어용
"무상한 인생을 가진 자에게 봄날 주는 것이 기만으로 보입니까?"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았사옵니다." "나는 기만으로 느꼈습니다." "예?" "나도 무상한 인생, 봄날 처음 품어본 자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도망친다 하여 세상 사람들이 날 몰라볼 것이란 생각일 테니, 그것을 기만으로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하겠습니까. 내가 이 봄날 피워내고 많은 사람이 느끼면 더이성 기만이 아니게 될 거란 억지놀음에 불과할지도 모르지요.." > 마지막 문단에 들어갈 대사 후보중에 하나였는데 캐릭터성이랑 안 맞아서 뺐어용
314 어찌할_수_없는_이별을_앞둔_자캐는_결국엔_받아들인다_vs_끝까지_부정한다 : 이미 받아들인 적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소교주와의 이별이라면 끝까지 부정해용. 재하는 복종의 수준을 넘어 맹종하고 있는 상태고, 마지막 줄까지 놓치는 거니까용..
80 자캐가_좋아하는_과일은 : 복숭아랑 여지를 좋아해용! 석류도 좋아하는데 먹을 기회가 별로 없고 귀찮아서 잘 안먹는 편..
152 자캐는_눈물이_많은가_적은가 : 많은듯 싶은데 막상 적은 편이에용. 한번 울 때 짧게 흘리고 마는 편이라서 그럴지도 몰라용..
1.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 : "만나지 않을 날만을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이 다음은 생사결이렵디다."
2. 『증오해』 : "떠올리기만 밤 잠을 설치니 이런 귀인을 소마가 어찌 잊겠습니까. 가슴 설레고 부풀어 밤 잠 설치옵니다. 그 고우신 육신 이 부족한 머리로나마 몇번이고 길가의 개와 한 몸이 되는 것을 기대하고, 떠올리곤 하지요. 이후 만족하고 뭇 잠들곤 하옵니다. 그럼에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즉, 참으로 그리 되어버린다면 더는 상상하는 즐거움 없기 때문이어요." "예에, 그 존안 마주하면 없던 악도 샘솟곤 합니다."
3. 『고독해』 : "오늘은 잔 가득히 따라 마시겠으니, 누가 내 상대를 해주렵니까? 따르소서. 오늘 밤 마음 가는대로 마실 터이니." "부디 노래를 부르도록 허하여 주시어요. 네에? 부디." "오늘은 달이 기울어도 도무지 떨어질 기미 보이지 아니하니..그 음기 참으로 춥기도 하여라. 부디 안아주시겠사와요?"
1. 「순수한 호의가 명백한 적의와 악의로 돌아온다면?」 : "상처 받겠지요.. 허나 호의가 호의로 돌아오기만 하는 세상이 아님을 알고 있사옵기에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사와요. 어차피 적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주군의 적은 곧 소마의 적이니까요. 찰나의 상처에 매달려 감히 주군께 누를 끼칠 수 없으니 그 악의와 적의 대신 받들고 딛고 교좌로 올라서실 계단을 쌓겠사와요. 그리고 적의와 악의 품은 자가 참회한다면 그때 다시 호의를 베풀 수 있지요."
재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참회하지 않아도 호의를 베풀 심산이라는 듯 부채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닫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호의가 가끔은 타인에게 상처가 될 때도 있겠지요… 그런 경우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시 세우는 것을 감내하고는 하여요. 그리고 호의를 베풀지는 아니하지요. 삼고초려라 하였으나 그 초려草廬 찾아가는 것에 고초苦楚하는 자도 많사와요. 그런 자에겐 호의 베풀지 아니합니다. 스스로 깨닫겠지요…."
2.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걸 안다면?」 : "주군께서 소마를 해하려 한다, 라. 어찌 이리 당연한 것을 묻사온지……. 주군께서 행하시는 이유 필히 있을 것이며, 그것이 옳은 일이니 받들어야지요. 그 뜻을 위해서 이 몸 찢겨 죽어 개에게 남은 뼈 던져지더라도 행복할 것이어요."
재하는 진심으로 기쁜 듯 눈을 내리깔고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러다 은야와 백화 이야기가 나오자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한 때는 당연히 받들겠다 생각했고, 받들 마음도 지금도 충분히 있사오나 주군께서 노하셨다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차라리 소마가 먼저. 펼쳐진 쥘부채의 끝을 손가락으로 길게 쓸자 베여 피가 배어나온다. 재하의 두 눈이 수심깊게 젖는다.
3. 「싫어하는 사람이 선행을 베푸는 모습을 보면?」 : "교국 밖으로 나서면 늘 보는 일이어요. 박해하는 자 박해하였고, 교주님께서 붕어하시게 만든 극악무도한 정파의 인물들은 늘 자신의 정의를 앞세워 선행이라 하지요. 늘 있는 위선에 소마가 치를 떨거나 하지는 않사오지요. 그 선행의 끝에 악행과 휘두름만 없으면 되는 일이오니."
예전에도 분명 이렇게 기루에 끌려왔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착잡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지원은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신은 할일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인데, 밤이 깊어지고 붉은 등이 켜지기 시작할 즈음 문제가 생겼다. 바로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평소라면 호객행위를 거절하거나 아예 그쪽 길로 안 다녔겠지만...
"이번에는 거절할 수 없었단 말이죠."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힘으로 이끌려서 안쪽으로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무림인이었다면 무력으로 제압했을텐데 일반인이었던 만큼 그럴 수도 없고... 하여튼, 기왕 들어온 거 구경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정작 어디로 가야할지조차 모르겠던가.
기루 안은 늘 소란스럽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한다 해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술 찌든내가 코 끝을 아릿하게 스치고 옆 탁자에서 품안에 안겨 깔깔 웃는 기녀가 장식품인 마냥 전혀 신경쓰지 않고 식사를 해결하러 온 사람도 있다. 웃음 중 태반은 은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가식적이고 높다. 위로 오를수록 웃음소리는 높아진다. 굳게 닫힌 문은 어둡고 호롱만 켜져 인영만 간혹가다 일렁이는 곳도 있다. 그 속에서 먹 내음 풍기는 사람이 있다. 너다.
거짓된 검은 머리를 가지고 검붉은 장삼을 걸친 너는 껍질이 곱게 까인 여지를 하나씩 집어 먹으며 세월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 분칠을 짙게 한 여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지로 시작해 이곳은 어떤가, 그립지는 않나, 돌아올 생각은 없는가… 여인은 고개를 내젓는다. 이 기루는 교국과 걸쳐있으니, 여기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교국에 전할 수 있으니 됐어. 그렇게 손바닥에 글을 써주는 백화의 손길에 너는 간지러운듯 잠시 작은 웃음소리를 낸다. 적어도, 내력으로 미루어보아 거짓이 아니다. 이 장소를 이단 심문이나 배교에 넘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감찰을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뒤로, 여지를 하나 더 입에 밀어넣은 네가 자리를 뜨려 일어설 무렵 옷깃을 붙잡는 손길에 조심스레 돌아본다. 루주인 백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히 누구인 줄 알고……." "이 도령으로 말할 것 같다면 참한 도련님이시네요."
너는 붙잡은 손 위에 흰 손을 포개어 올려 두어번 토닥이려 했다. 그리고 백화를 돌아보며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괜찮다는 눈길에 백화는 입을 꾹 다물고 손을 모았다. 널 막아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기루 속에서 보인 사람은 기녀였다. 아니, 기녀였나? 언듯 보기에는 여성처럼 보였다. 자신이 아는 왠만한 여성...들도 대부분 경국지색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았기에 표현하자면, 그에 준하는 외모였다. 그들과 비슷하다거나 한 것이 아니다. 그들과는 다른 쪽으로 눈길을 끌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외모를 보는 와중에 이유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다. 단순한 기분 탓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그를 도와줄 의사를 표했다는 것.
"저, 저 죄송해요..."
뒤에서 벌떡 일어나는 여성을 보며 흠칫 떨었다. 그는 이런 곳에선 영 기세를 펴지 못 했다. 익숙치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가 여자를 어려워하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였겠지.
지원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묻는 재하를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저런 무서운(?)사람이 있는 와중에 재하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대비가 되는 법이다. 지금 지원의 눈에 재하는 마치 천사처럼 보이지 않았을런지.
"어디든 좋으니 조용한 방은 없을까요... 돈은 있어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재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자리처럼 시끄러운 곳만 아니면 되었다. 기녀가 붙던 말던, 좋은 방이건 나쁜 방이건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소란스러운 자리를 떠나는 것. 그거 하나 뿐이었던가.
흠칫 떠는 것에서 네 눈길이 잠시 여성을 향한다. 루주 백화는 막아세울 수 없음을 익히 알기에 더 나서지 않는다. 백화는 네 고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첫만남부터 너를 가장 먼저 품에 안고 어르던 여성이었기 때문인지 그 정이 더 깊었다. 백화는 어디 네 마음대로 하라는 눈치였다. 네가 고개를 돌린다. 기조차 펴지 못하는 눈앞의 사람은 아무리 봐도 무림인이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걸 보니 이전에 만난 강호의 여성 사 귀인처럼 어떠한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런 존재가 어째서 기 하나 펴지 못하는 걸까? 여성에게 약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일지도. 너는 백화를 한 번 돌아본다. 그리고 몇단어 뱉는다.
"아, 포곡조가 다른 둥지에 같은 알을 트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루에 그러한 기색 있으니 조심하시지요."
네가 루주처럼 입었으니 타인도 기루 사람으로 착각했으리,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하라. 윗사람 귀에 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뜻을 돌려 말하고는 다시금 귀인을 돌아본다. 반짝이는 눈길에 유순한 미소 한 번 지었다. 안심하라는 듯, 꼭 기루의 사람인 것처럼 차분하고 능숙하게 귀인을 이끌려 했다.
"조용한 방이라, 참으로 영민하신 분이시어라. 하면 안내해드리지요."
위로, 위로. 가장 위로. 오로지 단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 방으로. 네 이전 왕 씨 어르신을 뵙기 위해 올랐던 그 길과 비슷한 곳으로 오른다. 루주가 뒤따른다. 웃음과 소란이 희미해지고 정적이 감도는 방의 문을 기다렸다는 듯 점소이가 열고, 호위는 루주의 눈초리에 진즉 눈 감고 너와 손님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저는 여기까지 동행하겠습니다. 상을 내오도록 하지요." 하며 루주가 자리를 피하고, 너는 문지방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지원은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양을 필요 이상으로 쌓진 않았던지라 시적인 표현에는 도저히 조예가 없었고, 그렇기에 재하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을까. 유순한 미소를 짓는 재하의 모습 덕에, 그는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곧 재하의 이끔대로 지원은 따라간다. 어딘지 모르는 장소였지만 하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가는 곳은, 상당한 귀빈실이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방과는 달리 이곳만 멀리 떨어져 있어 조용했다.
비록 자신이 조용한 방을 주문한 것은 맞으나 이런 귀빈실로 들어오면 지레 겁을 집어먹고 마는 것이다. 그의 심상은 이상한 곳에서 유약했다. 생각해보면 그의 신분상 기루의 귀빈실로 간다고 해도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그와는 별개로 좋은 곳이네요. 조용해서, 안심이 되는..."
이곳은 기녀들의 웃음소리도, 취한 사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곳이라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중얼거리고는, 재하를 따라 문지방 안에 들어가서 적당한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글쎄요, 기루의 사정을 손님에게 설명하는 것은 무례한 발언이옵지요. 술맛 떨어지는 일을 누가 좋아하겠사온지……. 자, 도련님. 아무것도 못 들은 것이어요. 그저 즐기시면 되옵니다."
그저 기루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너는 말을 돌린다. 기루 안의 사정이니 손님에 대한 이야기 일절 아니라는 양. 이후 오르는 동안 귀인의 안색을 살피지 못했지만, 문지방을 밟고 방안에 들어서자 온전히 본 얼굴은 지레 겁먹은 표정이다. 그 표정을 담은 얼굴은 평범한 사람 사이에 섞이기 쉬운 순박한 인상이었다. 너는 그 겁먹은 표정 유심히 쳐다보다 소매에 손을 숨기고 가볍게 읍하듯 팔을 살포시 올린다.
"부디 편히 앉으시지요. 이런 자리는 귀하답니다."
자리에 앉아도 너는 서있다. 그저 여타 기녀와 다름없이 소맷단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서서 조근조근 묻는다.
"지명하시겠나이까. 이 자리에 앉으셨으니 이 기루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호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술을 따라주는 말벗, 노래를 불러줄 아이, 그것도 아니라면……."
너는 색이 다른 두 눈동자로 말을 흐리며 가만히 눈앞의 귀인을 쳐다본다.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기다렸고, 침묵했다.
지원은 재하에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이런 곳에 대한 경험이 드문 그에게는 모든 것이 불편했다. 저 사람들의 목소리나, 웃음소리나, 어지러운 분과 술의 향기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 차라리 예전에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소위 '도련님'들을 따라 이런 기루에 자주 다녔다면 조금 나았을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망나니들과 엮이고 싶진 않았다. 지원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고는 다시 재하를 바라보았다.
...불편해.
"저기, 낭자께서도 앉으심이..?"
말을 흐리며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재하를 지원은 어색하게 부르며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자리도 많은데 왜 안 앉으시지... 라고 생각하다가 곧 이유를 알 수 있었을까. 아, 그러니까 이 기루의 루주이신 걸까..? 재하가 뒷말을 흐렸으나 그는 어렵지 않게 그 뒷말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 당황한 듯 말하지 못 하고 어버버거릴 뿐이었나. 여기 그런 곳이었구나... 응...
뭐, 그가 그런 일을 해줄 기녀를 부르는 일은 없겠지만. 그의 성정이라던가 문제도 있지만, 가장 문제는 예은낭자다. 연모하는 사람을 두고 창기를 부른다니, 도리에도 어긋났고 애초에 그는 그녀에게 칼 맞을만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낭자로..."
지원의 호명을 기다리고 있을 재하를 향해, 지원은 조심스레 손가락을 내밀었다.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그녀라면, 그리고 다른 기녀들과 달리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편안하게 사람을 만들어주는 그녀라면 여자를 어려워하는 자신 역시 조금 편히 있다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잠시 귀인을 쳐다본다.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위는 아래의 구정물을 볼 수 없고 아래는 위의 칼바람을 느낄 수 없다. 그저 지나가는 혼잣말로 치부하였기에 더 답하지 않았다. 귀빈실 안. 깊은 침묵을 뒤로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새카만 눈동자에 꽉 들어찬 당황을 보아하니 만일 입을 마저 벌려 완벽하게 단어까지 언급했으면 얼굴마저 새빨갛게 물들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기루가 아예 처음인 건가? 조금 더 부드럽게 설명해서 이끌 걸 그랬다 생각하던 찰나,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아…?"
속눈썹이 위로 둥글게 말려 올라가고, 두 눈동자는 동그란 자태 온전히 드러냈다. 한 쪽은 햇빛에 비친 석류알 보는듯 하고, 밤하늘 보듯 새카맣기도 하다. 그야말로 가인의 자태였다. 그러면서 "저를.. 지명하신 것이어요?" 하고 한 손의 검지를 올려 자신의 쇄골 가까이에 올렸다. 방금 전 보였던 차분한 모습이 흐트러진 것 같았다. 이윽고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빤히 쳐다보다 소맷단을 들어올려 입가를 가렸다. 사르르 미소짓는다. 수줍고도 수심 깊은 미소 뒤로 무릎을 꿇고 마주 앉는다.
"..부디 후회하지 아니하기를 바랄 뿐이어요."
이윽고 미닫이문이 열리며 루주가 직접 술상을 내왔다. 일품이라 할 수 있는 두강주 세 병과 간단한 다과, 그리고 과일을 루주가 아무 소리 없이 나가버린다. 꼭 바람이 불다 간 것처럼,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는 듯. 너는 손 뻗어 병 주둥이를 두 손으로 고이 쥐었다. 그리고 잠시 속눈썹을 내리깔고 뺨을 붉혔다. 결심이 섰는지 그 값비싼 두강주 병을 조용히 앞으로 내밀려 하며 받든다면 앙복하듯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낭자가 아닌 사내아이인 즉, 즐겁게 해드리기엔 부족한 몸이오나.. 그럼에도 벗 삼길 원하신다면 부디 이 위로 쏟아주소서. 지금은 기녀 노릇을 할 수 없는 몸이온지라 술로 죄 잊고 도련님과 오늘 밤을 지새우겠사와요."
자신을 지명한 거냐 묻는 재하의 말에, 지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완전무결한 약점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는게 생경한 기분이었던가. 노련한 기녀인 것은 틀림없으나, 지명받는 것에 별로 경험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넘어가려 했다. 후회하지 말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 말의 의미를 몰랐으니까.
잠시 뒤 루주가 술상을 내오고 나서 재하가 입을 열자, 듣고있던 지원의 눈이 점점 커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내...남자요..? 낭자... 아니, 소협께서 남자..???"
이게 왜 남자죠. 아니, 이게 남자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지원은 혼란스러운지 미간을 짚었다. 아니, 남자라고? 남자인데 왜 그런 복장을... 아니, 애초에 남자일 수가 있나? 사실 내가 몸에 손을 댈까봐 대지 못 하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는게 아닐까? 그 생각은 꽤나 가능성이 있었다. 남자라고 보기엔 그의 몸은 너무나 가녀렸으며, 남자보단 여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선이 가늘었다. 키를 보면 정말 남자인가 싶다가도 저 미색을 보면 웬만한 소녀들보다도 뛰어났으니... 지원이 믿을 수 있나.
남자라는 것도 모자라 벗 삼길 원하면 술을 부어달라는 말에 혼란은 가중된다. 기루란 이런 곳인가..? 그의 첫 기루는 점소이로 남장한 살수가 있었고, 두번째 기루는 기녀로 여장을 한 미색의 남성이 술을 부어달라 하니, 슬슬 기루에 대한 편견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생각했다.
"으음... 좋습니다. 술을... 부을테니, 눈을 감아주세요. 조금 차가울 겁니다."
지원은 머리를 조아린 재하를 보며 눈치를 살피다, 두강주를 받아들고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왜 내가 더 긴장이 되는 것인지... 그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재하의 머리 위로 술을 단번에 부어버렸다. 졸졸 따르는 것보단 단숨에 끝내는게 나을 듯 하였기에. 한번에 부어버린 탓에, 재하의 머리 전체로 술이 흩뿌려지지 않았을까.
드르륵,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발을 딛는다. 손님이 먼저 들어가실 수 있도록 살짝 물러났다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천천히 안으로. 거슬리지 않도록 발소리 역시 요란하지 않게 움직이었다. 정말로 처음 온 것인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뭐가 됐던간에 확실한 것은 이 여인은 흔히 낮에 오는 끼니를 챙기러 오는 상인들 같은 경우는 아닌 것 같아 보인단 사실이었다. 단지 시기를 굉장히 이른 시간에 왔을 뿐 무슨 연유로 왔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선영은 그저 빙그레 웃어보였다. 지명에 대해선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떨려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림해서 짐작해 볼 따름이었다. 선택권을 제게 넘겼으니 선택 역시 신중해야 하였다. 조금이라도 잘못 골랐다가 손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터이니.
“편하신 대로 앉아주시지요. 곧 돌아오겠사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잠시 앉아 계시며 여독을 풀고 계시어요…. “
방 안을 가리키며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드리고 선영은 다시금 천천히 뒤로 물러나려 하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안주는 직접 들고 가야겠지, 악기는 무얼 들고 가면 좋을까, 술은 또 무얼 가지고 가야 할까…하는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늘어놓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잠시 방 안에는 정적이 맴돌게 되었다. 다만 오랜 시간 그러하진 않았으리라.
선영은 정말로 오래 지나지 않아 여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안주가 담긴 접시와 술병을 들고 온 점소이들과 함께, 잘 정돈된 차림으로 머리를 올리고 비파를 들은 채 안으로 들어선 선영은, 구석진 곳에 서서 술상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다가....완전히 차려지고 난 뒤에야, 선영은 조심스레 말을 꺼내려 하였을 것이다.
“마음에 드시련지 모르겠사옵니다. “
한 눈에 봐도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상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지 야채 요리를 선호하는지 몰라 둘 다 준비해 오기로 하였는데, 과연 잘 한 선택인지는 모르겠고 그저 손님의 취향에 맞기를 바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양하게 준비해 왔으나 한가지 특이한 점을 들지면, 고기 요리는 반드시 다 익은 것들로만 준비해 들이려 한 점이었다. 제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선영은 덜 익거나 익지 않은 안주를 들여오지 않았다. 거의 배제하다시피 하려 하였다는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리라.
"소녀, 감히 앞에 앉아보아도 괜찮으련지요. "
잘 차려진 상을 가리켜보이며, 선영은 여인에게 물으려 하였다. 제가 이 앞에 있어도 되겠냐는듯, 매우 조심스레 물어보려 하였으리라.
낭자로 알고 지명했구나. 술상 위의 과일은 여지가 아닌 귀한 복숭아와 포도고, 안주도 내륙에서 보기 힘든 생선 요리이니 무진 애썼을 것이 보였다. 가장 위에 오른 자를 위한 온갖 귀하고 화려한 그 모든것을 뒤로하고 놀란 눈동자에 수줍게 웃을 뿐이다.
"비록 루주처럼 장삼 걸치었으나, 비구니나 승려도 장삼 걸치고 하물며 협객도 장삼 걸치는 법. 안의 옷도 여인보다는 사내 입듯이 하였으니 필히 사내 아이지요. 다만 이 취급 익숙하오니 계집으로 보시어도 되어요. 기루의 사람이 어찌 여인과 사내로 나뉘겠사와요? 모두 같은 기녀랍니다."
이윽고 부복. 너는 가는 선만치 가녀리게 웅크렸다. 주군에게 부복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소교주에게 부복하던 것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바치듯 몸가짐 하나하나가 충심 가득하나 눈앞의 귀인에게는 애정 갈구하듯 마냥 조심스러운 태도다. 차갑단 말에도 괜찮사와요, 하는 한 마디 뿐이요, 이윽고 눈 감는다.
머리 위로 단박에 물줄기가 쏟아졌다. 물줄기 직격한 부분을 시작으로 뱀이 허물 벗듯 새카만 머리카락이 삽시간에 끈적하게 녹아내린다. 고개를 숙인 채 팔만 일으키듯 천천히 허리를 세우자 바닥에 검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숙인 고개를 들자 처연하게 미소지었다. 얼굴을 타고 먹이 한줄기 흘렀으나 닦아내면 될 일이다. 이 와중에도 남은 술을 타고 먹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머리 전체로 뿌려졌기 때문인지 오늘 돌아갈 적 머리칼에 술내음 가득하겠거니 생각한다. 이 향 지우려면 무진 고생하겠으나 미래의 자신에게 맡기고야 만다.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것이다.
"부디 무례를 용서하시어요. 오늘 밤 여흥에 취하기 위해서는 거짓 내보여서는 아니된다 생각하였기에……."
중원은 언제라도 배반 당할 수 있기에 약간의 거짓말을 해도 좋으련만, 그것도 참지 못할 정도로 순박한 사람이다.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소맷단으로 부끄러운지 입가를 가렸다. 아직 먹이 다 녹지 않아 드문드문 얼룩이 남았지만 제 몫의 잔을 마시면서 머리 위로 부어내면 죄 사라질 것이다. 수줍고도 나긋하게, 풍성한 속눈썹 내리깔고 도톰한 입술 오물거리며 운 떼며 양 팔 조심스레 벌린다.
"어떻게 사내를 기녀처렴 대하겠나요. 기루 내라고 해도 엄연히 다른 법인데... 이제 알았으니, 오해할 일은 없을 겁니다."
웅크린 재하를 어쩔 줄 모르며 바라보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은 자신이 본 이들 중에선 재하가 처음이었다. 어찌 이렇게 낮게 자세를 취하는 걸까. 원래 이런 곳인가, 아니면, 그가 이상한 것인가. 그가 여자가 아닌 사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불편할 뿐이었다.
먹이 흘러내리며 하얀 머리칼을 보자 지원이 한번 더 놀랐다. 이게 자연적인 색인가..? 먹으로 가리고 있던 것을 보니 오히려 흰 머리칼 쪽이 원래의 색깔인 듯 싶었다. 염료도 없이 이런 색이라니, 그 넓은 중원 대륙에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나. 잠시 감탄하여 한눈을 팔던 사이 바닥과 얼굴에 검은 술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지원은 수건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생각해보면 기루에 음식을 내오며 수건도 내오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는 소매를 늘여 재하의 얼굴과 머리를 가볍게 닦아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원래 그의 무복 또한 검은색이었으니 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것이 당신의 거짓이었나요?"
어째서 거짓을 내보여선 안 되는 건진 묻지 않았다. 그 나름대로의 철학이겠지. 두 사람이 전부 솔직해지는 시간이어야 한던가, 뭐 그런. 그 대신 그는 다른 것을 물었다. 또한, 어째서 머리카락의 색을 숨기고 있었는지 또한. 수줍고도 나긋하게 도톰한 입술 오물거리자 묘한 감정을 느끼는 그였다. 그는 남색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으레 그 나잇대의 청년들이 그렇듯 이성에 대해 한창 관심이 많을 때였다. 하지만 이 기분은 뭘까. 남자라고 밝혔음에도 오히려 이성에게나 느낄 법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가볍게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번 더 속으로 한탄했다. 이게 어떻게 남자야.
"...상관 없겠지요. 부디 편한 모습으로 있어주시기를."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희미하게 웃었다. 팔을 벌리는 것은 안아달라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뜻인가.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기에 잠시 침묵하며 아무 행동 하지 않고 재하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사람은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르다. 기루 안에 있기에 남녀구분이 없다 생각하는 너와 달리 남녀의 구분이 있다 생각하는 쪽인 것 같다. 그러려니 넘어가는 일이 여러번 반복되고 익숙해진다. 부복은 익숙하며, 복종도 익숙하다. 그저 그렇게 제 자신을 낮춘다. 그 바닥 속에서 위로 오르지 않는다. 위로 올라도 끝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먹은 흐르고 흘러 뺨을 적시고 날렵한 턱선을 끝으로 뚝 떨어진다. 느릿하게 눈을 내리감았다 뜬다. 놀란 손님의 눈에 감탄이 담겼다. 익숙함의 연속이기에 반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소매를 늘여 손을 뻗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뺨을 스치는 소매 너머의 온기에 눈을 낮게 내리깐다. "도련님의 옷이 더러워져요, 제가 할 테니……." 하다가도 입을 꾹 다문다. 이것이 거짓이었냔 말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흰 머리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어요."
손을 꿇어앉은 무릎 위에 포갠다. 희게 드러나는 머리를 한가닥 귀 뒤로 쓸어넘겼다. "바다에 용왕이 들었다는 사실이 파다히 퍼졌듯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 시선이 몰리는 일은 피하고 싶기에.." 하고 짧게 뒷 말을 이었다. 재하 남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인상이었다. 차라리 가인이기만 하면 좋으련만 머리는 희고 눈 색은 양쪽이 다르다. 환골탈태의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독특하기 그지 없기에 남의 눈에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루 최상층에 있기에 아무도 모르겠지만 제일소교주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부러 하지 않고 조용히 피하고 싶었다는 뜻으로 흘렸다.
이내 동그란 눈을 한번 깜빡인다. 어째서 안아주지 않는 걸까 싶다가도, 이 귀인이 기루에 처음 온 것 같은 반응을 보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부디 편한 모습으로 있으란 말은 한 적은 많지 직접 들어보긴 또 처음이라, 잠시 머뭇거리다 바스라질듯 한 번, 여리게 미소짓고는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이윽고 바라보는 시선에 눈치를 보다 천천히 몸을 기울이고 긴 소맷단을 덮은 손목만 꺾어보였다. 소심하게 한쪽 팔의 하박만 고양이처럼 꾹 안아보려 한 것이다.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옷이 더러워져요. 제 옷은 까만색이니 괜찮지만, 공자의 옷은 그렇지 않으니. 가만히 계세요."
입을 꾹 다문 재하의 얼굴을 열심히 닦아주었다. 사실, 이것은 어느정도의 장난기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재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걸 보고는 익숙치 않은 행위이리라 짐작하고, 일부러 반응을 보려 손수 닦아주었다. 별개로 옷이 더러워질게 분명하니 자신이 대신 닦는 것도 있었지만. 검은색 의복은 뭔가 색이 물들어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아 편해 즐겨 입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던가.
흰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는 모습에 지원은 정말 이게 남자라고? 라는 생각을 벌써 세번째 하게 된다. 행동거지가 여성스럽기 짝이 없다... ...정말, 여성스럽기 짝이 없다. 가만 보면 말투 또한 그렇다. 기시감의 정체는 이것이었을까. 분명히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기묘할 정도로 여성스러운 행동들. 실제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만큼 할까. 마치, 그러한 행동들을 그러모아 표본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뭐, 결국 기시감일 뿐이지만. 지원은 괜한 생각이라 치부하고는 넘겨버렸다.
"흰 머리에 색이 다른 눈... 심지어 한쪽은 붉은색인가요. 중원에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이 신기하네요."
손을 뻗어 재하의 볼을 쓸어내린다. 눈을 들여다보자, 한쪽은 검고, 한쪽은 붉은 눈이 지원의 시선에 들어왔다. 과연, 이 머리카락에 이 눈이라면 안 들키는게 오히려 어렵겠지. 그 어려운 것을 해냈지만. 얼굴을 가까이 하여 재하를 들여다보며 볼을 쓸어내리던 그는, 문득 자신의 손에 닿아있는 볼의 감촉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참으려고 했으나 호기심이라는 것은 원래 참는게 불가능하여 호기심이라 불린다는 자신의 말에 따라, 지원은 참지 않고 재하의 볼을 조물거리기 시작했다.
"...불편하진 않지만, 그, 뭐냐..."
한쪽 팔만 고양이처럼 안은 모습에 그는 곤란함을 느꼈다. 분명, 귀엽고, 어딘가 두근거렸다. 하지만 여자가 아니기에 난처하거나 당황스럽지는 않다. 또한, 그렇게까지 과민반응 할 일도 아니라 느껴진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런 일을 겪어봤어야 알지... 그나저나 방금건 역시 안아달라는 뜻이 맞았나?
잠시 고민하던 그는 재하의 반대편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그대로 끌어당겼다. 재하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원의 품에 재하가 안기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또 기녀보다는 귀여운 남동생 같은 느낌이라, 지원은 재하를 품에 안고는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따금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꼭 형이 동생을 귀여워해주는 모습 같다.
비록 교국에선 감찰어사로 불리며 제일소교주를 모시는 측근이나 중원에 나온 이상 그 사실을 숨기고자 하며 지금 상황에서는 한낱 기녀 일 대신 하는 묘한 사내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돕는다 해도 기녀. 한철 자고 말 꽃이자 웃음 파는 자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살아온 세월로 가늠하려 해보아도 재하 이제 지학을 두 번 넘긴 나이고 약관 채 되지 않았다.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만난 사람마다 이런 친절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또 겪어본 적 없기에 뭇 익숙치 아니한듯 꾹 다문 아랫입술만 보드라이 두어 번 오물거리고 말 뿐이다. 재하 인형이며 그 실 움직이는 인형사 존재한다면 세상 여성상 짜낸듯한 모습을 표현하려 들었을 것이라는 양, 남성에게서 보기 어려운 행동가지였다.
"숨는 건 천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볼에 닿는 온기가 익숙하지 않다. 머뭇거리다 자세히 관찰해도 좋다는 듯 풍성하고 새하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림자 드리운 공막은 실핏줄 하나 터지지 않아 깨끗하고, 검은 눈동자도 흑요석 박은 듯 미려하나 존재감 여즉 큰 것은 다른쪽 눈이다. 암만 그림자 진대도 석류알 박아놓은 듯 쨍한 눈동자는 가만히 모아낸 자신의 손 바라보다 속눈썹을 위로 들어올림과 함께 동그란 자태 온전히 드러냈다.
"도련님…?"
볼을 쓸어내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만지는 이유를 당최 알기 어려웠다. 눈동자는 내리깔림 없이 동그랗고, 상황을 파악하려는지 말 없이 한 번, 두 번 크게 깜빡인다. 입술은 작게 벌어져있다. 건조하거나 기름짐 없이 이따금 남은 먹 끈적임이 손에 남는 걸 제한다면 엄지와 검지에 적당히 들어차며 손 움직임에 따라 볼록해지다 다시 피부의 일부 되기를 반복했다. 이마저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품에 안겼음을 깨달은 건 굳은살 박힌 손이 머리를 쓸고 난 이후였다. 눈을 둥글게 뜨고 그 자리에서 상황을 파악하는데 무진 애를 썼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시금 눈 한 번 크게 깜빡이더니 천천히 안았던 팔을 풀고 소맷단 팔랑이는 작은 손 길게 뻗어 마주안으려 했다.
"잘 하시었어요."
고개 들어 말갛게 웃어보였다. 티없이 맑으니 어린 날부터 안기면 으레 자주 짓던 미소다. 이리 안겨 머리를 쓰다듬겨진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던지. 왕 씨 어르신의 그 집채만한 몸에 안겨 잠들던 날과는 사뭇 다르나 그 온기는 같았다.
스스로 뱉은 말이 꽤나 아프게 돌아와 지원의 가슴에 비수를 꼽았다. 그래, 자신은 그저 철없는 도련님일 뿐이었다. 어쩌다 운 좋게 엄청난 가문에서 태어났을 뿐인, 특출남이란 없는 무인. 그게 바로 그였다. 자신의 형님처럼 괴물같은 재능을 가진 것도, 눈 앞의 소년처럼 절세의 미색을 가진 것도 아닌. 단지 평범하고 철없는 도련님. 예은 낭자를 만난 것도, 그저 내 출신이 좋아서, 내가 태어난 가문의 무공이 신공절학일 뿐이어서, 그녀와 만나서 검을 나눌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것이겠지. 만약 자신이 아닌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적으로만 치닫는 생각에 지원은 일부러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끝이 없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해야한다. 마침 눈 앞에 보이는 소공자는 좋은 주제였다. 지원은 오물거리는 입을 보며 피식 웃음을 내뱉고는 손가락을 뻗어 장난스레 도톰한 아랫입술을 꾹 눌러보려 했다.
"그렇다 해서 공자께서 한 노력이 없던 것이 되는 것 또한 아니지요."
속눈썹을 들어올리자 그 눈이 훤히 드러났다. 자신이 본 적 없는 색이다. 마치, 하란 소저를 보는 듯한...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 붉은 색인가. 색을 비교해본 적 없어 모르겠다. 그는 이런 쪽에도 조예가 없었다.
"말랑하네요. 재미있어라."
말랑말랑. 볼을 쭈욱 늘였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하며 볼의 감촉을 지원은 한껏 즐겼다. 중독성 있는 볼이다. 과장 좀 보태자면 이것만 만지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한창 볼을 만지는데 열중하던 그는 재하가 자신을 마주안으려 하자 조금 흠칫거린다.
",,,,하하."
헛웃음을 뱉어내었다. 말갛게 웃어보이는 그 미소는 그가 아까 전부터 계속 품어왔던 의문을 한번 더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 이 미색을 얻기 위해서 분을 칠하고, 머리를 다듬으며 노력하는 여성이 셀 수 없이 많건만 정작 이 미색을 품은 자는 이런 가녀린 소년이라니. 그는 뭐가 좋은지 그저 키득키득 웃었다. 그의 웃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으니까.
"한 잔 따라주시겠나요? 가능하다면 술의 설명 또한."
그는 재하의 몸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주고는, 자신의 술잔을 내밀었다. 그의 눈빛에서 기대가 담겨있는게 얼핏 보였을까?
암만 철없는 도련님이라 본인이 못 박아도 귀인은 귀인. 네 삶에서 감히 고개 똑바로 들고 바라볼 수 없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도련님도, 철없다는 말도. 모두 생경하며 저 너머 높은 세상과 같기에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재하 가진 것은 단 하나, 절세의 미색이다. 다른 삶 가끔 상상해 보듯 누군가는 그 외모 동경하나 안타깝게도 밑바닥은 그 미색을 사용할 수 없었다. 우악 진 손길에 고분고분 따를 뿐이다. 그럼에도, 그 우악 진 손길에도 이유 있을 거라 생각했고, 위 세상도 별다를 바 없음을 알기에 시기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재하 흐르는 대로 살고, 이끌리는 대로 산다.
바로 지금처럼. 희미한 미소를 흘끔 바라보던 네가 눈 내리깔고 가만히 있는다. 연지 물지 않아도 잘 영근 앵두처럼 투명하고 붉은 기 머금은 입술 위에 내려앉은 손가락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뭇 익숙한지 놀란 기색은 없다. 익숙하기 그지없다. …찢어졌던 옷, 휘어잡혔던 머리채, 그 머리채 사이로 부러진 비녀. 연지는 번지고 태어나 처음 내지른 비명으로 목에 핏대 서던 날. 그때 찢어진 옷 갈무리하지 않고 난간에서 진즉 뛰어내렸다면 채연처럼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겁이 나 그러지 못했다.
"노력이라니, 감읍하여라.."
살아남고자 하였고 그 결과 남을 도주시켰다. 과연 그것이 노력이었을까. 운도 노력이라면 그러리. 천마님의 긍휼한 은혜 입었을 뿐이다. 아니, 노력이 맞다. 그 긍휼함 속으로 평생토록 맹종할 것이고 누가 되지 않도록 발악해오지 않나. 이건 노력이다. 제 나름의 짧은 깨달음을 뒤로 볼을 주무르는 손길에 기시감을 느낀다. 분명 백화 누이가 제 어릴 적 뺨을 꽉꽉 주무르지 않았던가. 포도 먹을 적 뺨에 가득 들어차면 새된 비명을 지르며 덥석 잡아 주물거리곤 했다. 이젠 다 컸는데도 이런 일을 겪으니 생경한 기분이다.
"도련님?"
마주 안자 흠칫하는 모습에 눈 동그랗게 뜬다. 불편했던 것인지 팔을 풀어주려다 키득거리며 웃는 모습에 덩달아 즐거운지 한번 눈꼬리 아래로 처지게 미소 짓는다. 예쁨 받았음을 알듯 부드러웁다.
"어찌 명 받들지 아니하겠사와요? 자아, 부디 받아주시어요."
품에서 조금만 몸 기울이면 술병을 향해 손 뻗을 수 있었다. 긴 손가락으로 주둥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밑을 받친다. 술병을 기울이자 백주의 온연히 맑은 빛깔이 아닌 탁한 곡류 빛깔의 술이 잔을 채운다. 그럼에도 한 방울도 튀지 않고, 소리 청아하다. 술을 따르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잔이 찰랑이는 것은 욕심이니, 절제와 욕심의 정확한 경계에서 다시금 주둥이가 천장 보게끔 세운다. 술병을 품에 고이 안고 사붓하게 미소 지었다.
"何以解憂, 唯有杜康.. 무엇으로 근심 풀까? 오직 두강주 뿐이리. 조조의 한시, 단가행의 구절이옵지요. 네에, 이 때문에 여아홍, 죽엽청 아닌 두강주 준비하라 하였사와요. 비록 눈보라 휘몰아치는 겨울에 빚고, 청아한 빛깔 아니며, 독하며 특이한 향도 없을지언정, 봄에 그 자태 만개하여 누군가를 취하게 하고 하루를 즐겁게 하며 누군가의 근심 푸는 것으로 그 사명 다 한 것이 아니겠사와요?"
근심은 두강주로 녹여내고, 걱정은 빈 잔으로 훌훌 털어내리. 마시고 취하고 달빛이 숨죽여 지켜보는 밤 지새우리. 달은 늘 침묵하고 눈 감을 터이니 아무도 모르리. 술을 가벼이 권하며 긴 손가락으로 병 주둥이를 가볍게 훑었다. . "그러니 부디 오늘 하루 이 잔에 근심 걱정 죄 잊고 푸시옵소서."
1. 목소리 목소리도 낮으나 가성 꾸며내어 차분한 여인같은 소리 낼 때 잦다. 이게 위키에 적혀있는 공식이에용. 뭐 가상 목떡 그런거 정했을 때 미야시타 유우나 마후마후같은 높은 톤에 여성스럽다! 는 절대 아니에용..뭐 내라고 하면 낼 수는 있지만 본인도 목에 무리가 가는 걸 알아서 자제하는 편이에용. 그렇다고 묵직한 것도 아니고, 나긋나긋한 미성이에용! 목에 숨결을 섞는 느낌이 좀 강해서 나긋나긋하고, 중저음 정도 돼용. 정확한 톤은 가늠하기 어려워용.. 그래서인지 조금만 목을 써도 차분하고 목소리가 많이 낮은 여성으로 착각되기도 해용. 이런 애들이 악 내지르고 목에 핏대 설 때까지 성질이라도 내면 목소리 거칠어지고 그러죵 홍홍홍홍!
2. 키 쑥쑥 자랐어용. 입마관에서 생활할 때는 약 15cm의 기적을 보였어용. 진짜로 쑥쑥쑥 컸다는 설정이 있어용..
스스로의 노력에 대해 칭찬해도 감읍할 뿐이라니, 어쩌면 눈 앞의 있는 소년은 자신보단 타인을 더 높히 대하는 것에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이 기루라고 할지라도 칭찬에 자신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남장한 기녀가 있는 기루가 존재하듯이, 그런 곳이 없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재하를 만난 뒤로 어째 기루에 대한 상식 아닌 상식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다. 지원은 괘씸함 반, 귀여움 반을 담아 재하의 볼을 한계까지(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쭈우욱 늘리다가 한번에 탁 놓고는 그만두었다.
눈꼬리 아래로 처지는 미소를 보자 지원은 속으로 꽤나 놀라워한다.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아니면 오히려 아까의 모습보단 이쪽이 본성인가. 사람의 성격을 본성이니 아니니로 나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었기에 한번 해보려 하다 그만두었으려나. 그를 오랫동안 본 것도 아니었으니, 함부로 가늠할 수 없었다.
"익숙해보이네요."
재하가 술을 따르자 지원이 홀로 중얼거렸다. 자신이 술을 따를 때면 이따금 술이 튈 때도 있었으나, 소년에겐 그런게 없었다. 익숙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훈련을 받은 것인지, 술을 따르는 모습은 안정되어 있었다.
흐응. 재하의 설명을 들은 그는 조용히 감탄을 내뱉는다. 고급 기녀들은 상당한 수준의 교양을 갖추고 있다더니 그건 사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따라야겠죠. 오늘 하루 정도는 편히 쉴 수 있겠네요."
마침 최근 너무나 많은 일이 있어 머리아프던 차였다. 그런 말까지 들었으니 근심을 품고 있는 것도 실례. 술 한 잔에 근심을 녹여 그대로 들이키고는, 뜨거운 숨을 뱉어내었다. 마음 편해져 미소지으며 재하를 바라보았다.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걸까, 네 두 눈은 그저 느릿하게 한 번 깜빡이고 말 뿐이다. 자랑스러워 할 순간은 단 한 순간 뿐이다. 눈앞의 사람이 혹시라도 그를 가늠한다면 놀랄 지도 모른다. 놀랄만치 맹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은 모두 소교주의 몫, 목숨도, 신체도, 하물며 주도권과 자아조차. 그런 재하에게 자랑은 사치이나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뺨을 당겼을 때, 가뜩이나 동그랗게 뜨였던 눈이 아예 사백안이 되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뿐. 그럼에도 이 짧은 장난이 나쁘지 않았다. 술을 따르고 설명한다. 품에 안았던 병의 주둥이를 다시금 긴 손가락으로 쓸어보이곤 수심 깊게 다시금 미소 지어보인다. 이윽고 앵두같은 입술을 벌렸다.
"애주하기 때문이렵지요."
짧은 농담으로 자신의 식견과 행동에 겸손을 갖춘다. 이윽고 천천히 고개 돌려 창문에 비치는 달빛을 본다. 달만치 새하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넘기곤 고개를 돌린다.
"아무렴, 편히 쉬셔야지요. 노래를 불러드리도록 할까요? 비록 식견은 짧사오나 오늘 같은 날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사오니."
천천히 눈 내리감았다. 달아, 오늘은 조용히 하거라. 한 사람만을 위해 바치던 목소리 들었으면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하거라. 근심과 걱정 녹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리? 숨죽이고 늘 그렇듯 부끄러워 사라지거라. 고하지 말고 구름 너머로 가거라. 재하 입 벌리며 짧은 노래 뱉는다.
"…상아가 땅으로 내려온 것 같이, 달의 씁쓸한 광한궁에서, 아 광한궁이여.."
그리 길고 긴 밤 지새고 나면 흰 머리의 신이한 소년 온데간데 없다. 루주에게 물어도 광한궁으로 돌아갔으리 하는 말 뿐이려니, 이름도 모르는 인연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으랴.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313 남궁 지원 25 강 미호 (수련레스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157 모용중원 3 강 건 95 백월 322(50% 할인권) 평 71(50% 할인권) 류호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6) 147(50% 할인권) 청려 88 경의 16(50% 할인권) 주선영 7(50% 할인권) 위연 1 재하 17
그녀가 바늘을 준 아낙의 딸과 그녀를 혼동하는 건가? 하지만 그 자는 기루가 아닌 팔려가듯 결혼할 처지라고 신하들이 말하였다. 원래 와야 할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 바 없으나 운수가 좋구나. 아무것도 팔지 않고 돈을 받게 될 테니까.
그녀는 답지않게 낮선 곳에 떨어진 괭이처럼 눈을 끔벅였다. 이 공간은 그녀가 살아온 세상과 다른 곳임을 느꼈다. 피와 철이 아닌, 알록달록한 비단과 요사스러운 노랫소리. 간드러지는 웃음과 구물거리는 손길들이 지배하는 세상임을. 달나라에 내동그라진 기분이다. 그녀의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중원의 많은 필부와 같이 그녀도 얼굴에 분 한번, 몸에 비단옷 한 벌 걸쳐보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강호의 길 위에 올랐으니 칼날 긋고 지나간 옷감이 비단이요, 진흙 먼지와 피와 눈물이 화장이었다. 그렇잖아도 성애에 관하여 엄숙주의를 고수하는 그녀에게 달리 기회가 있었겠는가? 자신의 외모가 괜찮은 축에 든다는 사실만 겨우 알고 있었을 뿐, 그것이 정확히 어느 정도이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아..아파요 머리.. 힉?"
동백기름 바른 빗으로 머리를 빗자 엉킨 머리칼이 펴지면서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차라리 비수를 들이밀고 말지. 등은 또 왜 때리는 거야. 그녀는 이런 손길이 어색하기만 했다. 촉새같은 기녀들이 나에게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불안하면서도 궁금하다.
이제 전쟁은 시작될 것이다. 재하는 밤 잠을 쉬이 잘 수 없기에 돌아가 손을 모았다. 천마님의 은혜 함께하라. 짧은 기도를 드렸다. 부디 내일 큰 일만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승기를 잡되 공은 세우지 아니하기를...아, 제오상마전도 후손인데 이러면 안 되나..?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해야하겠습니까 전하? 우유처럼 하얘 마치 만지면 흰 것이 묻어나올 것 같은 잡티없는 피부에 세상 무엇도 잘 모른다고 느껴지는 크고 순하게 둥그런 눈동자. 그 인상을 조금 다듬기 위해 눈매를 따라 옆으로 길게 꼬리를 이은 연분홍빛 색조. 볼과 광대는 살짝 붉은 끼를 내 마치 사람을 볼 때 몽롱하게 쳐다보게 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 뿐입니까? 도톰한 입술은 자연스럽게 붉은 칠을 하여 생기를 더하면서도 윤기가 흘러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깨끗한 창포물에 붉은 장미잎을 띄워 우려낸 물로 감은 머리는 옥으로 장식한 비녀를 꽂아 고정시키니 그 단아함은 가히 일국의 왕도 보고 깜짝 놀랄 것입니다. 머리카락 색과 어울리게 붉은 옷에 아름답지만 이름모를 흰 꽃들이 수줍게 수놓아져 있으니.
가히 경국지색이라!
치장을 도운 기녀들도, 거울을 직접 보고있는 하란 자신도, 그리고 성을 내며 얼른 준비시키라던 루주마저도.
오늘은 어쩐지 아무런 예감도 들지 않는다. 눈을 뜨니 전투의 시간이 성큼 다가와, 가슴이 꾹 조이는 느낌이 든다. 긴장했구나. 심호흡을 하고 머리를 다시 묶는다. 조금 낡아버린, 나비 조각이 장식 된 상아 비녀로 머리를 틀어내고 풀린 것은 그대로 흐르도록 둔다. 부채를 한번 펼쳤다 접어보이고 부디 쓸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굳건히 선다. 저 멀리 정파인이 보인다. 전장은 처음이라 벌써부터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럼에도 사자후가 들리자 재하의 눈이 둥글게 뜨였다. 쓰러지기까지 하자 주변의 사기가 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천마신의 후손이란 말인가. 덜덜 떨리던 손을 꽉 쥐었다. 재하는 눈앞의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천마신께서 말씀하신 바를 전해야 했다. 그렇지, 공적을 막는 것도 있지만 그 말씀을 전해야만 했지. 그리하여야만 하지. 나의 주군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내 교국을 위하여. 그 누구도 더는 괴로워 하지 아니하도록.
"천유양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 떴다. 부채를 펼쳐들고 재하가 뛰쳐나가는 인파 사이로 홀린듯 달렸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기나긴 시간이었다. 어떻게 만족스럽게 시중을 들어보였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 도련님 앞에서 어떻게 무사히 연주를 하고 끝까지 버틴 것만으로 충분히 잘 해보인 것이 아닐까. 선영은 기둥에 기대 깊은 한숨을 쉬어보였다.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가,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 살아남은 걸 자축하며 잠시 휴식을 취해보아용. 정말 하얗게 불태운 것이에용! 이게 무림에서 살아남기(매운맛)다!!
자....오늘 또 지명을 받는 일이 없다면, 선영은 잠시 쉬러 올라가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명을 받지 않는다 해도 선영은 쉬러 가지 아니하였을 테지. 쉰다 하여도 잠시 몸을 풀고 쉬러 갔을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쉬러 가야만 내일 있을 새로운 하루를 준비할 수 있다.
# 지명을 또 받지 않는다면 조용한 숲 같은 데를 찾아보아용. 저는 할것이다 수련! 여기 새로운 수련매크로 꿈나무가 되려는 기녀가 있다?!
검을 공동파 무인들을 향해 겨누고 말한 다음 한마신공 혹한도를 사용합니다. 순식간에 아군의 고수가 당한 상황에서 큰 소리를 듣고 주변의 온도까지 내려간다면 추워졌다기 보다는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기가 떨이지지 않을까 ? 이제 큰 싸움은 힘들것 같으니 ... 이런식으로 꼼수라도 부려봐야지
"네 어미도 그랬다. 그랬어. 네가 저 남궁세가의 공자를 바라보는 눈처럼 나를 바라봤지. 아무것도 없고 그저 낭인이었던 나를 그렇게 쳐다봐주었어. 나도 지금처럼 쫒겼고. 그 와중에 너가 태어났단다. 네 외할아버지는 내가 네 어머니를 납치한줄 알았지. 네 어머니도 갑갑하다며 너처럼 도망쳤었거든." "아버지 앞에서는 얌전하고 조신한 척 하였어도, 무공을 배우고 바깥 세상이 너무나도 궁금하다고 하였다. 나는 네 어머니와 함께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지. 사실 쫒길 때도 공포스러웠지만 그게 우리 둘의 사랑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어."
그가 한숨을 내쉽니다.
"그렇게 얻은 결실인 너도, 결국은 네 어머니와 똑같은 길을 걷는구나. 어쩌면 이렇게 되리라고 머리 한 켠에서는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내가, 그리고 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너가 겪었던 그 비극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구나."
허예은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허나."
허창언이 말을 이어갑니다.
"내 딸을 울리기라도 한다면 만약 그 때에는..."
섬짓.
불길이 타오르는 눈이 지원을 향합니다.
"아, 아버지!"
허예은이 소리치자 쯧, 하고 혀를 찬 허창언은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너희 둘의 사이를 내 인정하마..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는 법."
그가 등을 돌립니다.
"남궁세가에 들러 오해와 사정을 설명하마. 내 너를 예비 사위로 받아들이겠다." "은아 너는 이미 충분히 좋아할 듯 싶으니 묻겠다." "남궁지원."
예은낭자藝恩娘子 화산논검이 치뤄질 때 그녀가 나타났다. 빨려들어갈것 같이 깊고 커다란 눈동자. 비단처럼 부드럽고 고운 정돈된 머리카락. 백자처럼 새하얀 피부. 오른눈 살짝 밑에 찍혀있는 매력점. 도발적으로 살짝 치켜올라간 눈매와 녹의홍상. 단아한 걸음걸이. 길고 유려한 손가락. 은은한 매화향까지. 쳐다보기만 해도 뭇 남성들을 설레게할 미모의 여인. 거기에 놀라운 무공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는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녀를 쫓는 정체불명의 고수들. 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과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충돌.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낭만적이지 않을 이야기였다. ::대사건 해금조건:: - 화산논검이 종결되었을 때 - 예은낭자가 누군가에게(레스캐도 가능) 사랑에 빠져 가출 했을 때
예은 낭자가 사랑에 빠지는 조건 1. 미모에 홀리지 않되 다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 2. 최소한 평범한 외모를 지닐 것 3. 호감도 관련 약점이 없을 것
::영향:: - 천하십팔대고수제일인 허창언의 추격이 마침내 끝이 나고 강호 무림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수들의 의뢰가 모조리 취소됩니다. - 허창언의 사위가 탄생합니다. - 천하제일인의 사위, 남궁지원이 인정받으며 남궁세가의 입지가 한층 뛰어오릅니다. - 최소한 사파 중에서 허씨세가는 정파와 더 이상 적대하지 않습니다. - 흑천성주 호재필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천뢰제왕신공과 천풍검법의 숙련도가 10%씩 상승합니다. 창궁무애검법의 숙련도가 40% 상승합니다. - 6성 창궁일세 : 거대한 하늘이 펼쳐지는 것처럼 무수히 빠르게 검풍과 검기가 서린 검을 휘두릅니다. 1,100 다이스를 굴려 65이상일 때 모든 공격에 아주 강력한 검풍과 검기를 싣습니다.
철검십식의 숙련도가 30% 상승합니다. - 6성 창궁일세 : 거대한 하늘이 펼쳐지는 것처럼 무수히 빠르게 검풍과 검기가 서린 검을 휘두릅니다. 1,100 다이스를 굴려 65이상일 때 모든 공격에 아주 강력한 검풍과 검기를 싣습니다.
허예은과 남궁지원은 백년가약을 준비합니다! 둘은 중원 무림 전체에 공식적으로 약혼자가 되며 그렇게 인식됩니다.
강미호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적과, 절정 고수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살수들 사이에서 살천회의 망나니, 살천광혈의 명성이 퍼져나갑니다.
별호, 살천광혈을 얻습니다!
【 살천광혈殺天狂血 】 살수들간에 의리같은 것은 없다지만, 이토록 잔혹하고 거리낌없이 동업자들을 학살하는 자들은 흔치 않습니다. 살아남지 못한 자들이 허다하고, 운좋게 간신히 살아남은 살수 하나가 일컫기를. 온 몸은 살수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깔깔 거리니 웃고 있었다 하니. 그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그 정체를 파고보니 살천회의 고수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허나 살수들은 이에 보복할 생각보다는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살수들이 감정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며 웃고 즐거워하는 자는 보복의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니까요. 물론, 중원에서도 살수 중에 살천광혈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될겁니다. 자아... 암기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입가에 묻은 피를 핥짝이십시오. 죽어가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으십시오. 우는 아이도 듣고 울음을 멈출 시간입니다. - 살수들 사이에서 이름만 들어도 공포적인 존재로 인식됩니다. - 지명 의뢰가 증가합니다. - 암살보다는 협박과 관련된 임무가 증가합니다. - 왜인지 모르게 사람들은 조금씩이나마 당신을 두려워하는 느낌입니다. - 명성과 정신 1단계 상승
별호의 효과로 명성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정신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별호의 효과로 정신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 무순이 】 네눈박이 뱀의 형상을 취한 최하급 영물.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강한 마비독을 체내에 지니고 있어 사냥감을 마비시켜 천천히 잡아먹는다. - 영물수련 : 영물이 되기 위해 수련을 시작합니다. - 독물(수면독) : 마비독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독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수면독을 생산합니다. 호감도 : 4
숙련도에 갈 모든 경험을 경지 상승에 투자한 관계로 아쉽게도 무공들의 성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하고 빵꾸땜질식으로 만들어진게 초기 하란이였죵.. 그래서 초반시트가 상당히 앙상했었구용.. (심지어 무기도 안 정해서 김캡이 그냥 검으로 정함) 심지어 그땐 순백색의 무협뉴비라서 적응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혔던 기억도 나용.
그런 하란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건 김캡이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중심을 지키고 신경쓰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용! 그때 어설픈 캐1 수준이었던 하란이가 용왕될줄 김캡빼고 누가 알았겠서용. 상판경력이 길진 않지만 진행육성어장이 2년동안 지속되는게 엄청 대단한 일이라는건 알고있어용. 우리어장 말고 본 적이 없서용..
고 2년동안 줌강의 들으면서 몰래 어장 눈팅하고 일욜에 스케줄 잡히면 너무 슬프고 추억이 많아용 암튼 어장이 제 일상에 뿌리를 내려버린거에용. 뒤돌아보면 와 개쩔었다 여기서 엔딩내고 후일담 봐도 여한이 없다 하는데 앞을 보면 아직 절반도 안 온거에용ㅋㅋㅋㅋ아ㅋㅋㅋㅋ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남은 대사건 7개.. 7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으나...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는거에용
상판이 이사하기전에 저도 무협 장르 좋아해서 몇번 참가하려다가 정파 자리가 없어서 그냥 잊어버리고 한 1년인가 반년인가 보내버리고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참치어장에서 우연히 다시 찾으면서 그러고보니 무협 장르로 하는 스레가 있었지하고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오니 천마신교 자리가 있어서 참가하게 됬어용 아직 1년도 참가 못한 뉴비지만 절정도 달아보고 싸움도 많이 해보고 무협다움이 많이 느껴져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경험 더 하고 싶으니 건강하고 오래오래 가는거에용
030 남이 자신을 뒤에서 욕하는 것을 알았을 때 : 아~ 이거 로판 짬 있는 재하주에게 너무 슬픈 질문.. 재하는 머뭇거리다가 왜 그렇게 자신을 욕하는지 대화를 시도해용. "어째서.. 어째서 소마에게 그리 모질게 대하시어요..? 무엇 때문에.. 혹 마음에 들지 아니하셨던 점이라도 있으시온지..?" 하면서 대화를 시도해보고 말이 안 통하면 눈물 한 방울 훔치면서 "소마가 미욱하여..미욱하여...." 하고 자리 피하고는 해용.. 남들 다 보는 앞에서용.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네가 필요할 이유는?" 재하: 주군께서 아직 소마를 내치지 아니하셨기 때문이렵니다. 필요치 아니하다면 언제든 버리고 내치시올지니, 소마는 그 뜻 받아들여 살고 있는 즉. 필요한 이유는 오로지 주군께 달려있사오니 소마에게는 발언권이 없사옵니다.
"어떤 날씨가 좋아?" 재하: 모든 날씨를 좋아합니다. 바깥의 날씨는 모두 아름다웁기에..그럼에도 비오는 날은 조금 적막하지요..
"너의 이름은?" 재하: 마를 재, 물 하. 그리하여 물이 마른다 하니 재하라 부르옵니다. ..기억나는 것은 오로지 그뿐이기에...
대사건 3이 끝나게 되었네요. 어쩌면 어장을 뛰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없다지만, 각자 주인공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명품 조연에 어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중원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독사에 가까운 인물을 키우고자 했고, 그 뒤 혜연이라는 캐릭터를 거치며 다시 중원으로 돌아왔을 때. 제가 느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하. 나는 생각보다 위험 부담은 하기 싫고 주인공은 되고 싶었구나. 그 생각이 든 뒤로도 위험을 부담해보려 하거나, 아니면 날카롭게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보고 싶기도 했지만 중원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살얼음판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 아직도 제대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만 같습니다. 그거랑 별개로 이 어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로부터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 헤어졌고,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내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아직은 어려운 것들 투성이였던 제 시간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생각보다 2년이란 시간은 긴 듯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중원이로 해보고 싶은 대사가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이무기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개중 날아가는 용은 몇이나 될 거라 생각하시오? 차라리 지하에서 독을 씹어, 씹어, 씹어 삼켜선. 마침내 그 원한으로 용이 된다면 모를까. 이 하늘은 너무나도 좁고 우리가 날아오를 시간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오."
중원이란 캐릭터는 여전하게도 사람다움을 모티브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어딘가 부족해보이고, 때로는 아주 단단하지만, 그 이상으로 어수룩한 면모가 있고 그 어수룩함을 감추는 잔혹함으로 채워져 있다고요. 그런 캐릭터의 모습이 캡틴에게도 느껴질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아마 중원이란 캐릭터가 처음으로 세상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뤄질 수 없다. 나는 그저 흐름에 맡길 뿐이다! 하며 인정한 것이 바로 이번 절정 때의 일이라, 지금은 바뀌어가는 중원이의 모습에 내심 단단한 듯 보이면서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 추운 겨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가 되면 제 일은 더더욱 바빠지고, 잠들 시간마저 부족해지는 순간이 오죠. 별개로 추억이 많던 곳과 이별하여 다른 곳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기에 마음은 더욱 답답한 것들 투성이인 듯 싶습니다. 긴 주저리가 있었지만 말을 줄이며, 이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벤트 기간은 음...그래도 한 달 정도는 드려야 가능하겠죵...? 다들 현생도 있으시고 진행 요약만 하실 수는 없는 법이니까용! 한달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용!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313 남궁 지원 27 강 미호 (수련레스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157 모용중원 3 강 건 95 백월 322(50% 할인권) 평 71(50% 할인권) 류호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6) 147(50% 할인권) 청려 88 경의 16(50% 할인권) 주선영 7(50% 할인권) 위연 1 재하 17
"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재하: 귀인께서는 하늘의 명에 잘잘못을 따지시옵니까. 명이 있으면 따르는 법이요, 흠결 있다면 심판이 있는 것이 마땅하며 악으로 선을 행하는 것 아니겠사와요. ..허나 이번엔 궁금했기에 조금 지나친 면도 있었음을 인정하오니.. 네? 무엇이 궁금했냐니..(재하는 순수한 눈망울로 바라보았다.) 지금 귀인께서 답을 충분히 하고 계시지 않사온지.. 아무렴, 악인에게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군요.. 소마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너의 사는 재미가 뭐야?" 재하: 삶은 재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요. 굳이 재미를 찾는다면 하루하루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 장사꾼의 목청 높이는 소리와 창가에 앉는 새를 보는 즐거움이 아니겠사와요. ..예에, 이리도 눈치가 빠르시지. 하루하루 부흥하는 교국을 보는 것이 소마의 즐거움이요 삶의 목적이렵디다.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돼?" 재하: 소마가 미흡한 즉, 정진하여 갈고 닦고는 있사오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사오니 부디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사와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29 자캐는_프로포즈를_하는_쪽_vs_받는_쪽 : 받는 쪽이에용.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할 일이 없기 때문이에용. 재하는 현재 결혼과 연애에 뜻을 두지 않고 있어용.
142 자캐의_휴대폰_케이스_묘사 : 휴대폰이 없으니 가상 AU로 넘어가용! 재하 폰케는 투명이고 스티커나 친구랑 찍는 사진 끼워두는 등 폰꾸하는 타입이에용!
350 자캐는_주목받는_것을_꺼리는_편_vs_좋아하는_편 : 꺼려용... 생긴 것 자체가 주목을 받는 상이다 보니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용. 사람에겐 선입견이라는 게 있다 보니까용.
1.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에게서 먼저 버림받는다면?」 : 재하는 차를 마시기 위해 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아있던 자세는 일절 흐트러짐 없으며, 색 다른 눈동자는 빤히 마주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잔을 들어 차를 마신다. 진하게 우린 말리화 차를 목 뒤로 넘기고 태연히 답했다.
"주군께서 소마를 버리시는 것엔 필히 뜻이 있는 법. 비록 그 자리에서 짧게나마 소마의 쓸모에 대해 묻겠사오나 명에 불복할 수는 없사와요. 기회를 달라기엔 소마는 그럴 가치가 없지요. 쓸만한 것은 얼굴과 고작 노래하는 재주 뿐이니 무슨 가치가 더 있겠사옵니까."
2.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 "나 노인을, 채연 누이를.. 기다린 적은 있으나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있사와요. 헤어진 자를 만날 수 없으니 성립될 수 없는 게지요. 만난다고 하여도 이미 그 육신 썩어.. 썩..어.."
잠시 토기가 치밀어 올랐는지 재하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송구하옵니다. 너무 진하게 우렸는지 속이 영 받쳐주질 아니하여.."
3.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걸 안다면?」 : "한 순간의, 홀로 앓은 낯설고도 아찔한 여름병이라……"
재하는 찻잔을 손가락으로 슬슬 쓸었다.
"놓사와요. 행복하게 해드릴 수 없음을 익히 알기에 행복주는 자와 함께 하기를 기도할 뿐이지요. 그럼 값은 소마가 치르고 갈 터이니, 마저 편히 식사 하시옵소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먼 우울하고 독기 가득한 생각들이다. 내 겉을 본 이들이 이 자의 앞에서는 무엇도 숨길 수 없노라고 말할 정도의 위치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비어버린 팔의 특성 때문에 더 절절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리 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에 나는 그 경지를 꿈꿀 뿐이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 EVENT : 김캡이 플레이어가 되었다 】 무협에 익숙하신 여러분, 무협에 익숙치 않으신 여러분, 무협이 뭔지 아직도 알쏭달쏭하신 여러분. 누군가는 자기 캐릭터의 사회적 위치, 무력, 능력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저 김캡틴 또한 무협을 그렇게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림비사의 캡틴으로서 캐릭터들의 사회적 위치, 무력, 능력 등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김캡틴이 만약에 플레이어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어떨까요? 무림비사의 한 레스주이자 한 캐릭터로서 무림비사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면 어떻게 플레이하실 것 같은가요? 그것도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서 말입니다. 레스주 여러분들은 무림비사 내 캐릭터들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될 수 있을겁니다!
원하시는 분들에 한하여 신청해주신다면 시간이 날 때 마다 차근차근 김캡틴이 하나씩 플레이어로서 말해보겠습니다.
- 1인당 한 번만 신청 가능 - 딱히 기간은 없는데 기왕이면 최대한 빨리 해주시면 고마운것 - 대략적인 상황이나 미래의 방향성 정도는 설정해주실 것!
【 EVENT : 개인 진행 요약 】 무림비사는 근 2년에 달하는 즈언통과 력사를 지니고 있읍니다! 그간 쌓여있는 데이터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진행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쌓아온 추억과 시간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동시에 타인에게 있어서는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지원주가 제시한 개인 진행 요약 이벤트! 각자의 캐릭터가 겪어왔던 진행을 간단히 요약해주세요!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개인 진행 요약 완료시 김캡의 검수후 도화전 10개 지급! - 스스로 하기가 어렵다 싶을 경우 타인에게 맡길 수 있음 - 타인의 것을 대신 해줄 경우 1인당 도화전 20개 지급 - 기한은 2022 1월 31일까지!
사파의 호재필, 천마신교의 교주와 같은, 정말 강력한 연합 수단 하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연합 수단을 쓸 수 있는 기회로 지금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용. 그러니까. 지금 서로 통수치고 하하호호하는 정파가 아니라. 강력한 초인 한 명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 '정파'라는 위치용.
83 자캐의_가족관계 "누님 한 분과 여동생 하나. 그리고 저. 이렇게 모용의 독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외에는 위로 어머님과 아버님이 계시며 그 위로 할아버님이 계시지요."
431 자신이_없는_자리에서_자신의_이야기를_하는_걸_들은_자캐는_어떻게_행동하는가 "하하. 중원 아무개. 무어라 하덥니까? 차라리 앞에서 얘기해주셨다면 술이라도 한 잔 살 것을! 하하!!!"
443 자캐는_어떤_이유로든_대답할_수_없는_질문에_침묵_vs_대답할수없다고말함_vs_말돌림_vs_기타 " 정말로 듣고싶으시다면. 가감 없이 얘기해 드릴 수야 있지요. 대신. 그 뒤마저 책임지진 않을 것입니다. " 모용중원,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모용중원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자신이 바라온 것이 눈 앞에서 파괴되어버린다면?」 애초에 바라 마지않았지만 불가능하단 것을 아는 것이었다. 지독한 환상이었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 드는 아쉬움과 분노가 끓어올랐다. 봄철, 아직 녹지 않은 눈처럼 흘러가거라. 아직, 무너질 때가 되지 않았으니 무너질 날에 네 몫까지 더하여 울부짖도록 하마.
2.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오히려 담백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정말 친한 사람이라면 긴 말 없이 가볍게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등을 두드리며 오랜만일세. 이 친구야. 하고 부드럽게 답합니다. 다만 반대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담백한 미소만 짓고,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 앞에선 웃고 있겠지만 언제라도 칼을 들이댈 수 있도록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을 것 같네요.
3. 「주변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자신에게 의존한다면?」 친한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쓰도록 할게요. "이 칼을 잡아보거라. 어느 만큼의 무게가 느껴지느냐. 아주 미량의 한철이 섞인 이 검조차 휘두르고 있노라면 조금의 실수로도 내 몸을, 내 친우를 벨 만큼 날카로운 검이란다. 그런데 이 검의 날이 반대가 되어 너를 향해 휘둘러지면 어찌하겠느냐. 네 몸 어딘가가, 아주 쉽게 상처입는단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그렇단다. 네게 검을 겨누고, 그 검 위에서 아슬아슬한 검무를 추는 것과 다름이 없지. 온 몸에는 잔상처가 생기고 네 몸은 천천히 지쳐가기 시작한단다. 그리고, 너를 향한 검은 점점 날카로워지지. 그것은 누군가의 악의, 불편, 동정, 연민과 같은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너를 짓누른단다." "나는 네게 평생을 약속해줄 수 없다. 이 몸이 묶인 것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있고 이제 와 기싸움에 지는 순간. 수백의 뱀이 내 몸을 물어뜯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부디 부탁하마. 내 뒤를 따라주렴. 네가 뒤쳐지지 않을 위치에서, 환한 빛을 지고 너를 기다리도록 하마. 아무리 넘어지고, 무너지더라도. 네가 다시 일어날 시간을 기다리도록 하마." "같이 길 끝에서 만나자꾸나." #shindanmaker #당캐질 https://kr.shindanmaker.com/1079210
광검문은 어떤 문파인가? 모용세가는 어떤 문파인가? 과연 내 캐릭터 김중원에게는 '호의적'인 NPC가 많았는가? 아니다. 스레 첫 시작부터 국도 못 떠먹어서 떨구고, 할아버지에게 신임도 못받는 상황으로 시작했었다. 별호는 북천독수이고 중원의 인물들은 김중원을 두려워하면 두려워하지 '대협'이나 '협객'에 가깝게 생각치는 않는다. 그러한 행동을 하건 하지 않았건 간에, 캡틴이 풀어내는 NPC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는 그러한 편에 가깝다. 그런데 광검문의 NPC는 생각보다 썩 호의적으로 다가온다.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NPC들의 공통적인 행태는 어떠했는가? 모용의 이름을 듣고 다가오지 모용중원이라는 개인을 보고 오지는 않았다. 만약 개인을 보고 와야했다면 북천독수라는 별호가 아니라 요녕팔협이라는 별호를 얻어야 했을 상황이다. 그러니 광검문의 NPC가 호의적으로 다가온 것은 북천독수 모용중원보다는, 모용세가의 후계자에 대한 호의로 해석하는게 아무래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광검문은 모용세가의 후계자에게 호의적일까?
이전에 김캡틴이 풀었던 정보들을 생각해보자. 기억해본다면 천방표국과 광검문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 바로 아래 위치이지만 그 위로 올라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계속 올라가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 위로 올라오고 싶어하겠지.
그러면 우리 모용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할아버지 나아가서 모용세가의 숙원이라고 풀렸던 정보는 무엇인가? 중원진출. 변방에 있는 모용세가를 중원의 깊숙한 곳으로 들여보내는 것이다. 즉, 무림에서 지금의 위치보다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본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 잠깐만. 그러면.
광검문과 모용세가의 입장이 같네? 어떻게 한다면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목표가 같으니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광검문의 NPC가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광검문 측에서는 손을 잡는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렇다면 광검문의 NPC가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모용세가와 모종의 밀월 관계를 맺을 수도 있으니 후계자와 안면을 터놓으면 좋을 것이다. 라는 판단하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모용세가를 중원에 나아가게 해야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그러면 광검문을 이용하는건 어떨까?
2. 김캡틴이 '캐릭터'로서 행동하였을 경우
"광검문은 훌륭한 문파입니다. 구파일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부족하다못해 차고 넘치는 곳이지요. 하하하."
"하지만 구파일방이 달리 구파일방이겠습니까? 광검문도 참으로 훌륭하고 대단하지만, 구파일방 또한 굉장히 대단한 문파들이지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힘을 갖춘...대단한 문파들 말입니다."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는 법 아니겠습니까?"
"무릇 대문파라 한다면 홀로 자칭한다고 하여 되는 것이 아니지요. 다른 명망있고 덕있는 문파가 그를 보증해야함이 옳지 않겠습니까."
"광검문을 도울 저명한 문파가 어디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 않겠소?"
"본디 모용세가는 북방에 있어 친우가 적습니다. 마치 저처럼 말입니다. 하하하. 이리 중원에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왔으니 벗을 하나쯤 사귀어도 할아버님께 심려를 끼치는 일은 아니겠지요."
돌려 말한 셈이긴 하지만.. 너 스스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해. 언제까지고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어. 그래도 네가 날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도 내 역할이니까. 얼마든지 따라오렴. 같이 끝을 향하자. 같은 말로 해석할 수 있어용. 이리 보니까 되게 열혈만화 여스승님같은 말투에용(?
>>977 지원주는 진행할 때 전투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전투를 즐기지만, 캐릭터가 부상을 입는 것은 두려워해용! 근데 저도 캐릭터 부상 입으면 히이익 할듯;; 무엇보다 지원이라는 캐릭터를 진행할 때 스킬은 엄청 많은데 조합이나 절정의 무인이 보일 수 있는 기예들은 어려우셔서 그런건지 잘 안쓰시고 강력한 내공과 강력한 기술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용!
1. 여러가지 갈래로 나뉘어졌던 검법들을 통일할 수 있도록 수련한다. 2. 호재필이 이번 일에 직접 개입할 것이 확실해진 이상, 구월검에게 꾸준히 가르침을 받아 자신보다 강한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형태로 싸우고자 하는지 판단력을 기른다. 3. 아내를 통해 사파와 교류하는 것도 좋아보이지만 중원이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절강 지역에 조금 더 신경을 쓰도록 한다. 절강은 만약 지원이가 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임과 동시에 지원이가 '협객'이라는 이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곳이에용. 이곳을 채워넣는 것이 왜 삼순위지? 라고 물어보신다면 당장 지원이는 너무 난잡하게 싸우고, 똑똑하게 싸우질 못해요. 그런 면에선 낭인 출신인 허창언 씨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