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손이 정말 얼음처럼 멈추어버렸다. 지금 지하에 뭐가 있다고? 붙잡아서 뼈와 살을 분리해도 시원찮을 사도가 기지 밖도 아니고 기지 지하에 있다니. 만화나 영화를 보면 꼭 시험관 안에 있던 뭔가가 탈출해서 말썽이었다.
"사도를 붙잡아둔거죠...? 그런 게 여기에 있다니 무슨?"
나는 사도가 있다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분명히 사도를 포획한 시설이 있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사도의 AT필드를 복제할 수준의 연구 진척도면 분명히 그 과정에서 사도의 배를 가르게 될 일이 필요했을테니. 그건 순순히 납득할 수 있다.
내가 놀란 포인트는 사도를 잡아놨다는 것이 아니었다. 요점은 사도를 '여기에' 잡아놓은 것이다. 배를 가른 사도를 전투가 일어나는 여기에 두면 곤란하지! 그게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다가 여기까지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파국이 아닐 수 없다! 서드 임팩트가 일어날지도 몰라!
"아 그건... 조취를 취할대로 다 취해놨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랬어요. 깨어날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봤을 때도 정말로 깨어날 것 같지도 않았고. 하지만... ...밖에서 오는 사도들은 지하에 있는 그 사도를 노리고 오는 거라고 그랬어요.“
이오리 씨가 그랬으니까, 아마 깨어날 걱정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당장은. 아니 그보다 사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놀라지 않으시네. 그리고 단번에 믿어줬어. 난 엄청 놀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역시 어른은 다른 걸까. 아니, 후카미즈 씨도 사도에 대해 뭔가 알고계셨으니 어쩌면 그리 놀라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이곳에 있다는 부분에선 좀 놀라신 것 같다. 그것도 그럴만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에반게리온이 있는 거래요. ...밖에서 오는 사도랑, 지하에 있는 사도가 접촉하지 못하게.“
그걸 막기 위해 나는 에반게리온에 타는 거고. ...그걸 막기 위해, 이 기체를 만들다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면 초호기는 엄마의 유품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나.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위쪽으로 시선을 올렸다. 킬마크는 어느새 세 번째로 상대했던 사도만이 남아있었다.
"밖의 놈들이 자기들끼리 접촉인지, 융합인지, 번식인지.. 안 하고 있으니까요. 나 참."
양파껍질 하나를 더 까도 나오는 건 역시 다른 껍질이었다. 말을 말자. 퍼즐 조각 몇 개는 그 자체로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모든 퍼즐 조각이 모일 때 서로 빈틈을 메우면서 완전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법. 내가 지금 할 일은 퍼즐 조각을 모아서 상자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건 앞으로도 계속 그려줄거에요. 제가 예전에 느낀 게 있는데.. 사람이 고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뭔가가 생각보다 거창하지는 않았었죠."
지금은 전부 끝나고 돌아보는 입장이라 평화를 위해 싸웠다고 말하지만, 그 때는 아니었다. 휴가를 받으면 그 식당에 꼭 가봐야지. 귀항하면 넓은 침대에서 자야지. 옆동네 잠수함이랑 내기해서 이겼으니까 초콜릿 한 상자를 뜯어와야지. 이것봐라, 킬마크가 이만큼 쌓였네...
산다는건 슬픈 일이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보람들. 일상을 지켜주는 잡동사니들이 있으면 사람은 슬픔을 견딜 수 있다.
"카시와자키 양은 앞으로 많이 힘들거에요. 다른 칠드런들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럴 때마다 되새겨보세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말이에요. 그게 얼마나 명예로운 일이었는지."
라미엘을 그린다. 앞선 두 사도보다 훨씬 공들여서. 외모는 가장 단순한데 말이지. 이상한 일이야. 치이이- 치이이익...
"이건 내가 카시와자키 양과 파일럿들에게 보내는 예우에요. 우리를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하는..."
그리고 군인에게 필요한 것 하나 더. 어린 군인에게는 명예와 인정, 찬사가 특히 절실하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받아봐서 안다. 작은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강력한지.
예전에 내가 받았던 것들을 지금은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셈이니 아깝지 않다. 뭐가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마지막으로 사키엘의 머리 위에 작게 끄적였다.
"번식...은 모르겠지만 접촉하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으니까. 후카미즈 씨 말대로 아래에 있는 사도는 특별한 사도일지도...“
인류를 멸망시키는게 사도들의 번식법이라면 좀 무서운데. 아니, 중요한건 사도들의 번식 방법이 아니라 아무튼 인류가 살아남는 것이다. 아무튼 후카미즈 씨의 말대로 아래쪽에, 지하에 못박힌 그것이 뭔가 특별한 사도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벌이나 개미의 여왕개체와 비슷한 느낌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야기는 잠시 뒷전으로 넘겼다. 킬마크를 앞으로도 계속 그려주겠다는 대답이 들렸으니까. 이제 막 다 그려진 수정 모양의 킬마크... 세 번째 사도를 보고, 그 뒤로, 아직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곳으로 서서히 시선이 움직인다. 사도는 앞으로 얼마나 찾아오게될까. 나는 앞으로 얼마나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게 될까. ...나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모두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예우...“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예우...? 아직 비어있는 공간에서 떨어진 시선이 후카미즈 씨를 향했다가, 다시 킬마크로 향한다. 처음으로 상대했던 사도, 사키엘의 머리 위에 적힌 글귀에 어쩐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아니, 진짜, 어째서 이 정도의 일로?? 스스로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뜬금없이 말이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도,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라는 말도, 우리의 출격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모두 이해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였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무리 부담스럽고 무섭고, 아픈 일이지만... 해야 하니까.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다. 대단한 일이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인정받은 것이다. 정말로 인정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비어있는 곳을 전부 다 채울 수 있게. ...감사합니다, 후카미즈 씨.“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에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물만큼은 어찌저찌 잘 참아낸 것 같다. 살짝 고개를 털어내고, 다시 킬마크를 눈으로 훑는다.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절차니 관할이니...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어떻게 이오리 씨가 잘 설득(?)한 덕에 프로그램 제거 패스워드를 알게 되었다. 희망. 희망이라... ...아이러니했다. 한순간에 이곳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만들어버린 기체가 희망이라... 흔들리는 동공이 다시 붉은색으로 향하지 않게 온 힘을 다해 집중하다가 이오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오리 씨, 저 옷을 입었다는 건... 이오리 씨가 안에 들어가는 걸까? 요리미치도 같이?
“아, 네. 준비라고 해도... 저는 지금 이대로, 바로 출발하면 돼요. 아, 사오리 씨랑 이오리 씨의 기기 아직 못 돌려받았는데...”
...음?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앗, 맞아. 사오리 씨랑 이오리 씨의 기기들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는데. 괜찮은걸까? 말 끝을 흐리면서 대답했지만... 아무튼 그것만 제외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는 상태니까. 괜찮겠지...?
@ 앗 기기 슬쩍하는거 잊어버렸다... 암튼 바로 출발 가능하니 바로 이오리를 따라 갑니다
나루미는 조심조심하여 다시금 서류와 카드를 확인하려 시도하였습니다… 카드에는 [ NERV EURO ] 라는 문구와 함께 유럽 연합의 상징이 푸른색으로 박혀 있었는데, 이것이 네르프 유럽 지부의 로고인 듯 싶었습니다. 유럽 네르프 본부와 달리 붉은 색은 일절 사용되지 않은 카드였으며, 뒷면에는 [ Nina Flynn ] 이란 이름과 [ Technical Department ] 란 소속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술부 소속 연구원 니나 플린, 이것이 이곳에서 나루미가 가지는 위장용 신분입니다.
항공모함 안의 중앙지령실은 물 밑이 아닌 물 위, 그것도 갑판 밑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설계도를 기준으로 보면 왼쪽에 자리잡아있으며, 나루미가 찾아야 할 [ 부탁하신 것 ] 은 갑판 밑 3층, 설계도를 기준으로 하면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치가 위치이기 때문에 수중에서 접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잠수함을 지상으로 끌어올린 뒤 진입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설계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원통형의 [ 스틱스 통로 ] 에 의해 맨 윗층부터 맨 밑층까지 층 전체가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통으로 내려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당 통로 부근에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미츠루는 3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해당 통로 쪽을 이용해 5호기가 있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3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방향을 바꾸는 일 없이 곧장 앞으로 계속해서 직진하시다보면 거대한 통로가 있으니 이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수함은 이미 베타니아 베이스 내부에 진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바로 잠수함 바깥으로 나가는 대로,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될 것입니다.
나츠키와 타카기는 이오리 일행을 따라가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두말할 것 없다는 듯 바로 문 밖을 향해 움직이려 하였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런 숨막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일 것입니다. 감상에 빠질 시간이란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만 합니다.
“기기 부분에선 걱정하실 게 없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제가 돌려받을 테니까요. “
완전히 문 밖으로 나가기 전, 유즈키 이오리는 나츠키에게 다음과 같이 호언하려 하였습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바로 대답하는 것이 확신이 있어보이는 태도였습니다. 전략자위대에게서 어떻게 돌려받을 방법이라도 있는 모양인 것일까요?
- 끼이익…
문을 닫고 나오기 무섭게, 유즈키 사오리는 타카기를 향해 묵직해 보이는 장비를 건네보이려 하였습니다. 사람이 입는 형태로 보이는 장비였는데, 유즈키 이오리가 입고있는 장비와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자, 타카기, 받으렴! 내부 진입용 방호복이란다. 착용시 방사능 물질 등과 접촉하는 것을 막아줄거야. “
과연 원자로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제트 얼론답게, 내부 시스템 진입 역시 그냥 진입하긴 어려운 듯 하였습니다. 그냥 플러그 슈츠만 입고 들어가도 되었던 에반게리온과 달리 아예 이런 우주복 같은 보호복을 착용하고 가야 한다니, 참 이게 무슨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