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평화롭게 하루를 마치고 여러분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될 것을 기대하며 잠들었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내일도 쌓여있을 일들을 처리할 생각을 하며 잠들었을 지도 모르며, 또다른 누군가들은 즐거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며 잠들게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잠들고 일어난 여러분들은... 어제와는 미묘하게 다른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창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아침햇살과, 평소와 다름없어야 할 바깥 모습, 그리고... 거울 앞에 보이는 이상한 광경.
대체 이 동물 귀는, 언제부터 머리 위에 솟아나있던 것일까요?
머리 위로 솟아오른 이 기이한 고양이귀는, 일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감아도 말려도 전혀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기이한 것은 여러분들 본인만이 고양이귀를 달게 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가족들, 친구들, 심지어 저 밖에 걸어다니는 일반 시민들조차도 모두 다 고양이귀를 달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저 바깥의 건물들조차도 고양이 귀를 피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빌딩을 보십시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것도 달려있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기 저 옥상쪽에 달려있는 저 기이한 고양이귀는 또 뭐란 말입니까? 설상가상으로 본부에 내려가보려 하였다면, 여러분은 지오프론트에 있는 본부 건물에까지 고양이귀가 솟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 걸까요? 지금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게 꿈이라면, 하루 빨리 깨고 싶은 기이한 꿈인듯 합니다. 고양이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더더욱 꿈이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무리 만져보아도 떼어내려고 하여도 머리 위에 솟아있는 이 기이한 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을요. 하루 빨리 이 동물귀가 사라진다면 좋겠습니다. 이 기이한 귀를 영원히 달고 있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요?
부디 이 이상한 하루를 즐거이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페이즈2 에피소드1 진행중 쉬어가는 차 여는 AU이벤트입니다. ※ 캐릭터들이 꾸고 있는 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점 부분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벤 종료 이후엔 단순 개꿈을 꾸게 된 걸로 처리됩니다. ※ 단문이나 장문, 채팅이나 현실에서의 만남 등 형식이나 상황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톡형 일상의 경우 파일럿은 [ 파일럿 단톡방 ] , 오퍼레이터의 경우 [ 15년도 입사 동기 모임 ] 이란 채팅방 안에서 일상이 가능합니다. ※ AU이벤 기간은 12일 밤 10시 00분부터 14일 밤 10시 00분까지임을 기억해주세요.
엘리베이터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후 잠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음, 어차피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는 주변을 살펴보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리고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진짜로 길이 나올 것 같으니까! 진짜로! 이번엔 진짜!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장담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눈앞에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한 손에 든 블랙카드를 대면 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허가받은 인원 중 하나로 쳐주는 모양이다. 뭐 당연하지. 우리 아빠가 총사령관인데. 아무튼 다른 손에 들린 캐리어와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우유 두 잔이 다 식어버리기 전엔 돌아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어딘지 모를 곳을 걷고 있는데, 뭔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
“...하?”
엄청나게 작은 꼬마애가 있어.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환각은 아니다. 고양이귀가 달린거야 이제 좀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납득할 정도는 되었는데. 아무튼. 뭐지? 이런데에 왜 꼬마가 있는거야? 다른 사람이 보면 나도 남 말을 할 처지는 아니겠지만, 쟤는 나보다도 더 작은데? 초등학생?? ...새로운 파일럿...? 그래도 너무... 어리지 않나? 이런데 들어와도 되는 거야??? 잠깐 멈춰서서 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다시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려고 했다.
“저기... ...여긴 어떻게 들어왔니? 부모님은? 혼자서 다니면 위험하지 않아?”
정말로 남 말 할 처지는 아닌데, 그래도 난 중학생이니까!(?) 괜찮아. 아무튼 중요한건 눈 앞의 이 아이가 여기까진 대체 어떻게 들어왔냐는 거지. ...직원 중에 부모님이 계신가?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왔다던가? 그래도 아이를 이런 데 혼자 두다니 너무하잖아. 망할 아버지만큼이나 너무한데.
표정을 분석하며 물어보는 메이플은 자신이 기억하는 AI 그대로다. 기억하지 않는 부분은 말끝마다 냐를 붙이는 말투와 메이플의 홀로그램이 되게 세련된 고양이 집사 수인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지.
'괜찮아, 아마도. 수면부족 탓일걸. 카페에 가 우유 한잔 마시면 나아질거야. 걱정마.'
메이플에게 답장을 보내며 기술부 안을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를 일 투성이다. 고양이 귀는 그럴 김새가 보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양이 코와 꼬리라니.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이건 꿈일거야, 생각도 한다. 봐라, 여기 있을 리가 없는 초호기 파일럿 카시와자키 나츠키양이 기술부 복도에 있지 않은가...
...잠시만, 에?
이건 길을 잃어버린 걸까. 아니, 나츠키 양이 조금은 길치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정도일 리는 없다. 아마도 부장님을 만나러 왔거나, 싱크로 테스트를 위해 온거...겠지. 아마도. 게이트는 반대쪽에 위치해 있지만, 아마 기술부 인원이 필요해 온 걸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이유야 어쨌든 최대한 친절하게 맞이 해야지, 하면서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 동안, 나츠키양이 나에게 다가왔다. 에, 나? 콕 집어서 저요? 에, 제가 뭘 잘못...
[“저기... ...여긴 어떻게 들어왔니? 부모님은? 혼자서 다니면 위험하지 않아?”]
...아하. 하하하...
5일동안 나간 적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자신의 키는 129cm. 아이라고 오해받은 일이 꽤 많다. 동료들에게도 진짜 내 민증이 맞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수두룩하고, 하다 못해 고등학교때에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던가. 정복을 입고 있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도 자신에게는 너무 크기도 하고. 가운 소매가 팔의1.5배인게 말이 되는가. 하하...
아니다, 지금은 자조적이 될때가 아니다. 나츠키양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나츠키양을 도와줘야 할 때이다. 난 어른이니까.
"저, 처음 뵙겠습니다, 나츠키양... NERV 기술부 신입인 시노하라 카에데라고 합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무슨 소리지? 이 아이... 기술부 신입이라고? 에? 그치만 아무리 봐도 나보다 훨씬 작은 아이인데? 흐음, 귀여운 거짓말 같은 건가. 아아- 이런데 들어왔다고 혼낼 생각은 없으니까 딱히 거짓말 안 해도 되는데. 그보다 몰래(?) 들어온 건 나도 마찬가지고, 같은 처지라 혼낼 명분도 없고 말이야. 아무튼 그다지 신빙성 없는 말에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왜 메말랐냐면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 좀 기분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아이를 상대로 진심으로 정색하기도 좀 그렇고 말이지. 어릴 땐 종종 하는 실수잖아? 아마.
“뭐어, 혼낼 생각도 명분도 없으니까 굳이 그렇게 둘러대지 않아도 돼. 아, 근데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엄마랑 아빠한테 들었어? 그래도 가능하면 카시와자키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
음, 어지간한 직원들이라면 아마 내 이름은 알고 있을테니까. ...무엇보다 에바에 처음 탔던 날 본부 전체가 떠나가라 외쳤던 ‘망할 아버지!!’덕분에 한층 더 인지도가 올라간 느낌이고. 하, 진짜 왜 그런 짓을 해서 나는. 아무튼 이 아이도 부모님이 말해줘서 알고 있는 거라면 뭐, 그럴만하지.
“아무튼 일이라... ...일단 어른들이 있는 데로 가야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시노하라 양? 엄마랑 아빠는? 아니면 다른 어른들은??”
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길 알려달라고는 못하지. 여기서는 어른들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게 좋겠어.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어른들을 찾아보는데... ...음,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시노하라 양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24세?! 뭐??? 아니 카드 꺼내서 찍는 걸 보면... 물론 깡충깡충 뛰어서 대는 걸 보면 도저히 24세는 둘째치고 성인이 맞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기에 찍을 수 있는 카드가 있는 걸 보면 일단 직원이 맞긴 맞는데. ...아니 진짜로? 저 키로 24세라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에 고양이귀가 달린 것만큼 믿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귀도 현실이고 이것도 현실이었다. 실화냐. 실화구나. 아마 한 손에 음료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머리를 싸매고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진짜로.
아니 진짜, 저기... 진짠가요. 저 외모로 성인이라고...?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아직 믿기 어렵긴한데 진짜로 성인이라면 난 대체 어른을 상대로 무슨 말을 했던거지... 아니 진짜 실화인가 이거??? 뭐 어리둥절한 거랑은 별개로, 뛰어서 센서에 카드 대는 건 좀... 음... 좀... 가여워서(?) 슬쩍 제안을 건넸지만.
우와, 라고 말은 했지만 표정은 좀 덤덤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양이귀에 이어서 몸은 아이 두뇌는 어른(?)같은 사람까지 만나고 나니 솔직히 핸드폰이 말하는 정도는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말하는 점은 좀 신기하긴한데, 앞선 두 개가 너무 놀라워서 역치가... 음.. 뭐 아무튼. 그런 것이다. 카에데라고 불러달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굳이 이름으로 불러야할까? 상대방은 어쩐지 날 알고 있지만, 나는 저쪽을 처음으로 만나봤으니... 별로 그러고 싶진 않다. 그럼 적당히 타협해서 ‘그쪽 분’이라던가로 할까. 좋아, 그게 좋겠어.
“아, 예... 그럼 그쪽 분이라고 할게요. ...월차면 쉬는 게 아닌가요? 왜 여기에...”
뭐야, 내가 아는 월차의 의미랑 다른 건가? 아니면 기술부가 집...? 아니면 역시 엄마아빠 따라서 놀러온 꼬맹이인데 날 속이고 있는건가? 의아함과 미심쩍음이 반반씩 섞인 눈으로 보며 일단 내키진 않지만... 순순히 말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이상 시간이 지체됐다간 따뜻한 우유가 차가운 우유가 되어버릴 것 같고.
“그게, 그냥 엘리베이터 위치만 알려주세요. 길 잃어버린거라... 누굴 만나기로 했는데 어째선지 여기로 와버려서.”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인가. 일찍 돌아가는 건 좋은 일이지. 한참 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음음... 잠시만요 여기가 몇 층이라구요...?
"...지하17층... 진짜냐... 어어, 일단 1층이요?“
17층이라니 나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온거야... 길을 잃었다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물론 중간에 뭔가 지름길일지도!하면서 다른 길로 빠진다던가 길을 잃고나서 카드를 대면 열리는 족족 들어간다던가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지하 깊이 들어오다니... ...아니, 17층이면 생각보다 깊진 않네? 뭐야, 세이프 세이프.
"아무튼 길만 알려주셔도 돼요. 아마... 어떻게든...“
길 잃고 17층까지 내려온 주제에 어떻게든 될거라는 말을 차마 자신있게 할 순 없어서, 조금 얼버무리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음, 그래도... 역시 어떻게든 찾아가지 않을까. 아마.
아무튼간에 이제 오신 타카기주를 위해 설명을 드려보자면 >>1 레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일상의날 기념 AU이벤트를 내일 밤 10시까지 열고 있습니다. 건물도 고양이귀를 달고 사람도 고양이귀를 달고 사도는 멍멍이귀를 다는(...) 혼파망 아꿈이네 이벤트입니다. 단톡방에서 하는 채팅형 일상도 가능하시고 당연하지만 일반 일상도 가능합니다. NMPC 일상을 원하실경우 밤 10시 이후에 저를 찔러주시면 아무튼 제가 튀어나오도록 하겠습니다. (@@)
지름길이 있다면 거길 알려줘도 괜찮은데. 그래도 뭐, 어차피 퇴근하시는 길이라면 같이 나가도 상관없겠지. 어쩐지 미안하네. 그래도 더 거절하거나 하기엔 진짜로 손에 든게 다 식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냥 감사히 안내를 받기로 하자.
...걷다보니 어째 안내역인 사람이 나보다 뒤쪽에서 걷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상관없나. 그래도 걸음은 좀 늦추자... 평소보다 좀 더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이렇게 외워두면 다음엔 이렇게 내려오는 일은 없지 않을까? 그래도 본부 내에서도 자주 가는 곳은 제법 외워뒀고... 출격할 때나 싱크로 테스트하러 가는 길은 제대로 찾아가는 편이니까. ...하지만 카페나 다른 부속시설은 잘 안 가봐서 그런가, 모르겠단 말이지...
"...근데 기술부라고 하셨죠? ...며칠 뒤에 에바로 냥냥펀치 테스트를 한다던데, 알고 계셨어요?“
아유미가 그랬지, 이오리 씨가 말했다고... 그럼 기술부인 이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 왜 에바가 고양이손을 달고 냥냥펀치로 사도를 물리쳐왔다고 주장하는지 솔직히 아직도 제대로 이해는 안 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하기로 했었고. 아무튼 마침 기술부 직원이 같이 있으니 그냥 물어나 보자는 식으로 툭 던졌다. 신입이라고 해도 알고는 있지 않을까?
5일 연속 야근이라니 듣기만 해도 무서운 말이 나왔다. 대체 기술부는 뭘 하는 곳일까... 다음부턴 에바 안 깨먹게 조심해야겠다 진짜. 평소에도 이렇게 야근을 하는데 에바 장갑 하나라도 깨지면 더하겠지. 진짜 조심해야지... 그보다 냥냥펀치라는 말에 저런 반응이라는건... ...아유미랑 다른 반응이다! 오히려 나랑 비슷한 반응이야! 그렇다는건...!!! 속도를 늦춰도 조금 앞서가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런, 그런... 그럼 어제까지의 내 기억은 꿈이 아니었을수도 있어! 시노하라 씨를 돌아보며, 간절하게 보며 말했다.
"―시노하라 씨, 혹시... ...고양이귀가 달린 건물,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코르프는? 사람들 머리에 고양이귀가 생겨있는건?!“
빨리! 저 급함!! 드디어 이 미친(...)세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 걸수도 있어! 누가 보면 초등학생을 협박하고 있는 중학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결코 협박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냥... 그냥 현실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아유미의 메시지로 흠씬 두들겨 맞았던 SAN치가 다시 회복하는 느낌이다! 그래! 내가 뭐랬어! 건물에 고양이귀 달린것도 네코르프도 에바의 냥냥펀치도 머리 위의 고양이귀도 정상 아니라니까!! 세상에, 여기서 동지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잘했어, 아무데나 카드찍고 들어온 좀 전의 나, 진짜 잘했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렇지도 않아서, 심지어 어제 기억도 다 다르고... 제가 미쳐버린건가 싶었다고요...“
특히 에바에 달린 고양이손과 냥냥펀치로 사도를 때려잡았다는 말을 봤을땐 진짜로 그동안의 기억이 내가 만들어낸건가?하는 절망감이 있었다. ...아니 진짜. 생각해보라고. 모든 것이 비정상인 세계에서 혼자만 정상인 상황을. ...오히려 그건 내가 비정상이라는 뜻이 되어버리니까, 아무튼, 음, 무서웠다.
"......사도가 한 일이면 본부에서 감지했을텐데, 그런 건 없었고.. 아니 그치만 이건 도저히 다른 걸로 설명이 안 되긴 하는데. 으음... ...뭐, 사도가 한 일이라도 일단은 저도 아유미도 본부에 있을 거니까 출격하는 건 문제 없는데. 아무튼... 다행이네요. 비슷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이게 환각이 아니라면 더 문제가 있겠는데요. 거의 모든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고, 고양이 귀를 달았어요. 모든 것을 고양이로 바꾸어버렸죠... 저로써는 그저 환각을 썼다라는 생각으로, 휴가를 낸거였습니다만... 이건 조금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네요."
카에데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을 했다.
"사도의 환각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지... 지금은 심각한 내용이 아니지만, 같은 수를 써서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수도 있으니 어떤 방법을 쓴 건지 알아내야 할 것 같군요. 카시와자키양과 오늘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서로 떨어졌다가 흑막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곳이 인류 최후의 보루라는 이야기를 들은 입장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게 되버린 카에데로써는 이것이 최선이다.
그야 물론 패닉에 빠지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네. 동시다발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인식도 바꾸고 환각이 아닌 진짜 귀도 달아주고 건물에도 달고... 근데 그게 오늘 하루 같이 있어야 할 정도의 일인가? 그것도 처음 만난 사람하고? 길을 안내해주는 것은 고맙고,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감사할 일이지만... 그, 그렇게까지 한다고? 그건 싫어...
"으에... 굳이 그럴 것 까지야. 사도가 한 짓이 아니면 딱히 상관없지 않나요? 그리고 같이 있는다고 뭐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차라리 중앙지령실에서 이상징후가 있나 보는 쪽이 낫지 않을지. 아, 월차라고 하셨죠. 뭐, 굳이 불안하면 그냥 본부에 계셔도...“
...그렇게 두려울 일인가. 사도가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는 사이에 사도가 침투해서 모두의 인식을 바꿔두고 유유히 지하로 침입중이라면 그야말로 무섭고 두려운 일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뭐 딱히... 인류가 멸망하는 것도 아닐텐데. 아, 그리고 어쩐지 자꾸 까먹게 되는데...
"그리고 저 선약이 있어서. 참, 이거 식기 전에 가야하는데...! 좀 서두르면 안 될까요?“
한 손에 계속 들고 있던 음료 캐리어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솔직히 이미 따끈따끈은 지나갔고 슬슬 미지근해지기 시작했을 것 같아 두렵다. 그래. 난 이쪽이 좀 더 두렵다고...!
"음? 아, 그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걸 내부의 적이 했다는 건 말이... 아- 아니에요. 굳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왜냐하면 이게 식은 것은 아마 전적으로 제 잘못이기 때문에. ...길을 잃어서 긴 시간을 낭비한 내가 나쁜 거니까.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렇게 받을 정도로 분별이 없진 않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받지 말라고 배우기도 했고(?). 네르프 직원이긴해도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니까, 이럴 땐 거절하는게 맞는 거겠지. 살짝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앗, 드디어 엘리베이터...! 감사합니다, 시노하라 씨. ...음, 어... 죄송해요. 일부러 재촉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들뜬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잠시 멈칫했다. 아, 그렇구나. 키가 작으면 아무래도 보폭도 짧아지니까... 나도 때때로 느끼는 거지만 아마 시노라하 씨는 나보다 더 그렇겠지. ...괜히 서두르자고 했나? 좀 미안해진다. 그래도 뭐, 이미 도착했고 어쩔 수 없고... ...그, 그래. 몇층으로 가야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잠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낸다. 음음,
"일단 1층에 갔다가 확인하고 올라가면 될라나... 시노하라 씨도 올라가실거죠?“
확인하듯 물으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으으, 이 엘리베이터 찾는데 얼마나 걸린거야 진짜... 그것도 나 혼자서는 못 찾고.. ...다음부터는 길을 외우면서 돌아다녀야겠다.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앗, 네... 혹시 지상에서 더 올라가ㄱ실 거라면 1층에서 다른 엘레베이터로 갈아타야 해요. 혹시 폰을 빌려주실수 있을까요? 메이플이 정리해둔 지도가 있긴한데..."
카에데는 잠시 그 지도를 떠올렸다.
"네르프 본부가 워낙 복잡한지라... 지도로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카시와자키양이 시간이 된다면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해드릴순 있습니다만... 시간이 꽤 걸리고,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카시와자키양이 길을 외우는게 더 빠르지 않을지... 그리고 다니는 길만 다니면 거의 길을 잃어버리진 않으니 말이죠..."
지도라, 맨 처음 에바를 타고 나서 망할 아버지가 불러서 갔을 때. 그때도 직원이 안내도에 친절하게 펜으로 루트까지 그려주며 줬었지.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길을 몇 번인가 잘못 들어섰었고. ...그래. 지도를 봐도... 네르프는 너무 복잡하다고! 대체 왜 이렇게 넓고 깊고 길은 꼬여있는거냐고 정말! 아무튼 결론이 뭐냐면 그런 걸 줘도 저는 여전히 길을 잃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자주 가는 길은 외웠으니까 괜찮아요. 출격엔 문제 없고, 오늘은 그... 평소랑 다른 목적으로 와서 그랬다고 할까, 고양이귀 때문에 정신이 나갔었다고 할까... 아무튼... 항상 길을 잃지는 않는다구요. 아마..."
네비게이션 기능이라니, 그걸 핸드폰에 추가한다고? 뭔가 대단한데. ...그치만 시간이 걸린다면 역시 좀 그래. 핸드폰을 넘기는 것도 좀 그런데 시간까지 오래 걸린다면 난 연락수단도 없어지는거고. 응. 역시 사양해두자. 아무튼 어느새 도착해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먼저 올라타서 시노하라 씨가 타기를 기다렸다.
"아, 1층으로 가면 되겠네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아. 다행이다."
또 복잡하게 돌아다닐 필요없이 그냥 1층으로만 가면 될 것 같다. 입구 쪽이라고 했으니 금방 찾을 수 있겠지. 안도의 한숨과 함께 1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길 기다린다.
정말로 안심되었다는 듯 활짝 웃는다. 어차피 개발할 예정이였던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였으니, 빨리 시작해도 되겠지. 물론 블랙카드로만 출입가능한 곳은 기밀유출이기에 표시불가로 설정해놓겠지만, 직원들이 핑계로 대는건지 아니연 정말 너무나도 복잡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을 잃어버려서 지각하는 현상이 많다고 들어왔었으니, 개발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카시와자키양은, 파일럿이 되기를 원하시나요?"
적격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던져본다. 이 엘레베이터가 느리다는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지하17층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조금 답답할 정도로 느릿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오래된 모델이라면 이런 속도도 납득은 가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비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기술부가 하는 일일까. 어쩌면 에바 때문에 바빠서 이런 곳까지는 못하는 걸까. 느릿하게 바뀌어가는 층수를 보다가, 들려온 질문에 문득 정신이 돌아온 느낌이다. ...어째서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
"―원하고 자시고, 이미 파일럿이에요 저.“
파일럿이 되기를 원하냐니, 꼭 지금은 파일럿이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 질문인데... 이미 파일럿인데요? 물론 그런 뜻의 질문이 아니었겠지. 스스로가 원해서 파일럿이 되었느냐는 뜻이겠지만. ...스스로 원해서 했다기보단, 어쩌다보니 상황에 떠밀려서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은? 지금은... ...에바에 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으니까.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만큼의 희생이 존재하는지, 에바에 타지 않으면 잃게 될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의 의지로 에바에 타고 있냐는 뜻이었다면, 맞아요. 처음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맞아요. ...에바에 타지 않으면, 안 되니까."
화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이젠 여서일곱시가 되어도 해가 완전히 뜨지 않는 계절이 오게 되었습니다. 일어나면 이미 해가 떠있는 때가 얻그제만 같은데 정말이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네요. 연말이라 그런 것인지 더더욱 그런 느낌이 없지 않은듯 합니다. 아무튼간에 날씨가 쌀쌀한데 모쪼록 학식이신 분들 모두 힘내서 기말시즌 잘 이겨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오늘 본진행은 밤 10시 30분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AU이벤트는 오늘밤 10시 00분까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니 남은 기간 다들 즐거이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본진행때 뵙시다! (@@)👍
어째서 사과하는거야 이 사람... 아, 파일럿이 되길 원하냐는 식으로 좀 잘못된 질문을 해서? 아니면 뭐지? 어쩔 수 없이 에바에 타게 해서 죄송합니다란 의미? 모르겠는데... 아무 말 없이 잠시 시노하라 씨를 보다가, 다시 층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의외로 빠르게 올라와 있었다. 생각보다 느린 속도는 아니었나보네. 표시되던 층수가 B1에서 1로 바뀌고,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선다.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어...!
“아, 도착했다. 그럼 전 이만. 안내 감사합니다 시노하라 씨.”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마 혼자였으면 저녁쯤이 되어서야 지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아니면 더 깊은 지하 쪽으로 들어가서 또 LCL의 바다를 보게 되었을지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우연히 기술부 직원 시노하라 씨를 만난 덕분이지. 그러니 솔직하게 감사하단 말을 하고 조금 서둘러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혼자서도 갈 수 있을거야!
(아무튼 >>142 보자마자 대폭소 하고 있는 레캡) 이쯤에서 여러분들께 스레를 불태우기 위해 파일럿 오퍼레이터 막론하고 한가지 질문을 드려보자면..... 캐릭터들은 LCL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나츠키의 경우처럼 향기 같은 부분에서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하나요? (@@)
>>140>>144 대체 고양이 배가 얼마나 극대노하는 부위인지 짐작도 안가는 중인 레캡입니다...(@@)
>>170 나루미주 어서오세요. Good-Evening 입니다. 오늘 하루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ㅠㅠ) 바닷물농축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확실히 세컨드 임팩트를 겪은 나루미 세대라면 그런 말이 나올법하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바다나 저기 파일럿들이 들어가는 주홍빛 액체나 떠보면 별반 다를게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턱밑파가 한분 더 늘으셨군요. 일하면서 보고 있자니 이렇게 개그성으로 고양이 토론회 일상을 열어보아도 이상하지 않을거같단 생각이 갑자기 드는 듯 합니다. (ㅋㅋ)
네르프 본부의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가 쭉 가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 카페 파이커스 ] 라는 이름의 간판이 붙은 개인 카페 매장을 보실수 있습니다. 네르프의 로고와 비슷한 무화과 잎으로 장식된 간판이 눈에 띄는 그 카페는, 여느 카페와 다름없이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등등 평범한 메뉴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즈키 사오리는, 여기 이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가지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종종걸음으로 커피를 들고 나오던 사오리는, 복도에서 당신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려 하였습니다.
"세상에, 나츠키, 무슨 일이니? 웬일로 본부에서 다 보는구나! "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그녀 역시 머리에 당신과 비슷한 분홍빛 고양이귀가 달려 있는것은 똑같았지요.
아니, 진짜. 이제 고양이귀에도 익숙해졌나 했는데.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고양이귀를 달고 있는 걸 봤으니까 이제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그런 모습을 한 건 별개인 모양이다. 충격이 약간 2배 정도 센데...? 사오리 씨의 머리에 달린 분홍색 고양이귀를 보며 정신이 살짝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슬슬 현실을 인정해야지...
"그게, 어... 며칠 뒤에 냥냥펀치 테스트가 있다고 해서 좀 봐두기도 하고, 아유미도 만나고 하려고 왔어요. 하하...“
사도가 온 것도 아니고, 오라는 말도 없는데 본부에 있다가 사오리 씨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평소에는 집에 있으면 있었지 본부까진 안 왔겠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사정이 좀 달랐다. ...세상이 갑자기 고양이귀를 달고 이상해진 것 같아서 단톡방에 썼더니 뭔가 정신이 더 아득해지는 소리를 듣고... 직접 보려고 나왔다가 건물이며 뭐며 전부 고양이귀에 냥냥펀치 테스트라는 소리를 듣고 현실도피하려고 왔습니다, 라는 설명을... 과연 믿어줄까? ...아닐 것 같으니 적당히 짜깁기한 설명을 내세우고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하하.
"...사오리 씨는 잠깐 쉬시는 중이신가요? 저기, 근데... 별 일 없는 거죠? 사도라던가, 그런 거...“
커피를 들고 계시는 걸 보니 아마 잠깐 카페 들리셨던 것 같고, 그럼 쉬는 중? 그보다 이 사태의 원흉으로 의심되는(?) 사도의 출현 여부를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본부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으니 일단 확실히 아직은 나타나지 않은 것 같지만, 어쩌면 모르지. 뭔가 정보가 나올지도...
>>187 놀라고 있는 나츠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즈키 사오리는 태연한 얼굴로 웃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몇 모금 마시며 넘겨내고는 나츠키의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날 무렵이 되고서야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냥냥펀치 테스트 이야기를 꺼낼 때쯤에 그녀가 귀를 쫑긋였습니다만 놀라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고양이꿈같은 세계에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냥냥펀치 테스트는 평소 하던것 아니니. 아무튼간에 알겠단다. 그러니까 본부에 볼 일이 있어서 온 거구나! "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유즈키 사오리는, 쉬는 중이냐는 나츠키의 물음에 "그렇단다. 잠시 쉬는 시간이어서 커피 좀 사고 올라가는 길이었어. " 라고 답변하고는 이어지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아, 사도 말이니? 오늘은 프리즈비를 들고 오는 날이 아닌것 같으니 안심하렴. 사이렌도 안 울리는 걸 보아하니 오늘은 별 일 없을거란다. "
...프리즈비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사도는 프리즈비를 가지고 와 침공하러 오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와 귀가 움직였어... 아니 하긴 내 귀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랬으니 당연한 일인가. 외면하고 싶어지는 현실을 눈 앞에 마주하니 진짜로 참담한 심정이다. 애써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워낙 그쪽으로는 재능이 없다보니 지금 내 표정은 뭔가 어정쩡하게 웃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보다 평소 하던거라구요? 그 말에 뭐라고 하려다가 뒤이은 말이 더 충격적이라 모든 동작이 일시정지 해버렸다. 하... 지금... 뭐라구요...??
"...프리즈비요? 제가 아는 그 프리즈비가 맞나요??? 프리즈비라구요??????“
그거 그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그거 아니야? 원반??? 던지면 가서 물어오는거? 브로콜리...가 아니라 보더콜리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그거 아니냐고!!! 그걸 사도가 왜 들고 오는데???? 대체?? 왜????? 표정관리고 자시고 지금 이걸 듣고 관리가 되냐고!!! 그야말로 놀-람 그 자체인 표정을 하고 사오리 씨를 봤다. 아니 대체 이게 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대체, 아니, 잠깐만 사도가... 사도가 오는 목적은 지하―아, 그, 아무튼 프리즈비는 하나도 상관이 없지 않나요?!"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지하 언급을 하면 좀 그럴 것 같아서 다급하게 말을 바꾸긴 했지만, 아니 애초에 지하에 있는 릴리스를 목적으로 오는 녀석들이 프리즈비는 왜 들고 오는 건데요?! 전혀 말이 안 되잖아...?
사오리는 정말로 놀라고 있는 나츠키의 태도가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이며 되물으려 하였습니다. 그녀는 정말로 나츠키가 왜 놀라고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사도는 말이야, 저 바다 너머에서부터 우리 세계를 멍멍이 세계로 만들기 위해 오고 있단다. 모든 인간들이 프리즈비를 던지게 되는 세계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 상관이 없다니 무슨 소리니? "
......이건 정말로 당황스러운 말인듯 합니다. 사도가 프리즈비를 들고 온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습니다. 나츠키가 보고 들은 것은 지금 이것관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이 세계, 정말로 뭐가 단단히 잘못된 것 아닐까요? 혹시 이 세계는 진짜로 거대한 개꿈, 아니 냥꿈인 것이 아닐까요?
>>196 일하고 있는것 때문에 내년 1학기까지 쉬게 되었는데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기말시험을 보고 있어야 했을 레캡입니다. 🤦♀️ 아무튼간에 그렇습니다. 프리즈비를 릴리스에게 주기 위해 저 바다 너머에서 오고있는 사도들입니다...(@@)
>>197 (>>198 나츠키주처럼 Neko 붙어서 SN2 기관인줄 알았던 레캡)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수목 진행은 시간을 단축하거나 중간에 일상의 날 하루 더 끼워넣는 등으로 아무튼 진행에 반영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부분은 큰 걱정 하시지 마시고 다녀오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나루미주의 시험이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얼빠진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아마 표정도 비슷한 정도로 얼이 빠져있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모든 인간들이 프리즈비를 던지게 되는 세계로 만들기 위해 저 바다 너머로부터 오는 거라고? ...멍멍이 세계로 만들기 위해 오고 있다고?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게 대체 뭔 소리일까 싶으면서도, 이 상황을 도피하기 위해서인지 평소보다도 바쁘게 돌아가는 머리로는 지금껏 보고 들은 것들을 열심히 짜맞추고 있었다. 아, 그래서 에반게리온에 고양이손이 달리고 냥냥펀치로 사도를 쓰러트리고 그러는 건가? 사도가 멍멍이고 인류는 고양이라서? 어? 인류가 언제부터 고양이고 사도는 언제부터 강아지였던거지? 대체 언제부터?
"...하...하하... 아니... 사오리 씨, 장난치지 마시고... 저 이미 알고 있다구요? 망할 아버지가 이미 보여줬어요. 네르프 지하에 있는 그거. 그거랑 사도가 만나면 인류가 멸망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에반게리온이 사도를 막고, 우리들 파일럿이 세계의 멸망을 막는 거라고, 그런 거라고 했는데...“
설마, 사오리 씨 내가 지하에서 그걸 봤다고 생각 못하고 아무렇게나 둘러대는거 아니야? 둘러대는 것도 정도가 있지! 장난으로 하는 대답이라면 적당히 해줬으면 한다. 난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일단 핸드폰을 살짝 멀리 들고서, 가장 가까이 있는 소위 아저씨를 향해 물으려다가 아차, 이 아저씨 지금 사태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좀 늦게 따라왔다.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자마자 일이 터진 걸 보면 오히려 이 아저씨한테 도움을 요청했다간 또 다른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약간 걸어다니는 플래그 덩어리같은...? 그래, 차라리 저 뒤쪽에서 기동 시스템 올 다운!을 외치고 있던 사람들-관제실 직원들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아니, 뛰다시피 그쪽을 향해 다가가며 부르려고 했다.
"―제어봉하고 리액터 상태는 어떤가요? 기동 정지는 가능할까요?? 급해요! 빨리!"
학생에게 순순히 알려줄지는 모르겠지만... 비상상황이고, 알려줄 수 있지도 않을까. 나한테 안 알려준대도 어차피 곧 사오리 씨와 이오리 씨가 올라온다고 했으니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알아두는게 좋을 것 같은데! 아무튼 핸드폰을 가리켜 보이며 지금 통화중이고 이 사람한테 전달해야 한다-라는 걸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저거 동력원 원자로라고 했잖아... ...맞아 그랬지. ...그럼 저게 날뛰어서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하, 진짜..."
직원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이에 최악의 경우까지 상상을 마쳐버렸다. 민간인이고 자시고 저것의 동력원인 원자로가 지금 당장 터지기라도 한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삭제당할지도 모른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물리적으로... ...최악이네 진짜.
“협력…? 무슨 협력? 너희들이 어떻게 협력을 한단 말이냐? 그 거대한 기체에 타기라도 해서? “
쿠라하시 소위는 어이가 없다는 듯 갸웃이며 타카기를 향해 되물으려 하였습니다. 기체에 대해 말하는 투로 보아 그는 에반게리온에 대해 알고있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였습니다. 뭔가가 이상하였습니다. 대체 어떻게 일반 군인일 뿐인 그가 에바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단 말입니까?
“일개 아이들인 뿐인 너희들이 어떻게 막아내겠단 거냐, 꼬마야. “
비웃는 듯 한쪽 입꼬리만 올려보이며, 그는 재차 타카기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세간에선 아무리 몇호기 파일럿이니 몇 번째 아이니 소리를 듣는 여러분이라지만, 네르프 밖에 나온 여러분들은 일반인들 앞에선 그저 아이들, 아이들일 뿐이었지요. 어른들의 시야에 어린 아이들은 그저 보호해야 할 대상,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은, 에반게리온 파일럿인 여러분들에게도 다를 바 없이 주어지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는 재빨리 관제실 직원들 쪽을 향해 뛰어가다시피 다가가 물으려 하였습니다…
관제실 직원들은 그래프에 뜨고 있는 기이한 수치를 보고 있느라 몹시 바쁜 상태였습니다. 하나같이 다들 제 눈앞에 놓인 모니터의 수치를 저 뒤에 있는 상급자에게 보고하느라 바쁜 상황이었지요. 그렇기에 관제실 직원들은, 다급하게 질문하러 뛰어오는 나츠키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저들끼리 이야기해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 리액터 내압 급상승! 위험 수치까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 1차 냉각수 온도 상승중! 수치가 낮춰지지 않습니다! - 밸브 개방해, 감속재 주입하고. 당장!! - 안됩니다!!!!!! 제어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저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 펌프 출력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위험합니다!!!!!!!!
… 아무래도, 직원들에게 물어볼 것도 없을 듯 해보입니다. 나츠키가 상상하는 최악의 경우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쿵.
좀 더 그들에게 다가가 보려는 순간, 귀를 기울이려 할 것도 없이, 나츠키는 저 뒤에서부터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츠키만 소리를 듣게 된 것이 아니어서, 타카기도, 그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소위도, 현장에 있는 모든 인원들도 무언가가 울려오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쿵.
아니…..울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어딘가 익숙한 소리입니다. 처음 제3신도쿄시에 왔을 때 들었을 소리, 어쩌면 나츠키는 들었을 소리. 거대한 무언가로부터 들려오고 있는 소리! 만약에 여러분이 저 밖을 바라보았다면, 창 밖을 바라보려 하였다면, 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쿵.
저 멀리 빌딩에서부터 나와, 서서히 발을 움직이고 있는 주홍빛 기체…. 제트 얼론이 움직이며 내고 있는 소리입니다. 한 발짝 한발짝 걸을 때마다 땅 전체를 울리게 하는 소리를 내고 있는 JA-01의 모습이, 서서히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도 방향이 틀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쿵.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체는, 제트 얼론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 동력 폐쇄! 긴급 정지!!!!! 당장 시도해, 한시가 급하다! - 안됩니다, 통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어권이 뺏긴 상황입니다! - 잔말 말고 당장 시도해!!!!! 뭐라도 좋다, 저걸 멈춰보란 말이다!!!!! - 안됩니다, 정말로 안됩니다! 이 이상 시도시 노심 융해의 위험이 있습니다!!!!!
저 앞에서 들려오는 관제실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일제히 들려오고 있는 비명 소리………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인해, 관제실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였습니다. 정말로 계속해서 관제실 직원들에게 대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아이 진짜!! ―이오리 씨, 리액터 내압이 위험 수치까지 올라가고 있어요, 제어 불가능으로 보여요!! 이거―망했다...“
쿵. 쿵.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울리는 소리가 아니야. 이 소리와 비슷한 걸 들어본 적이 있다. 제3신도쿄시에 처음 온 날, 사도가 처음으로 나타난 날. 검은색 다리가... 따라오던 날. 다급하게 시선을 창 밖으로 돌리자, 소리의 근원지가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주황색 기체, 제트 얼론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이쪽으로. 아주 똑바로 말이다. 나도 모르게 전화에 대고 망했다고 말해버릴 정도로. 소리도, 모습도 점점 더 가까워진다. ...오고 있다. 이쪽으로.
"―제어권을 다 뺏겼다고 하네요. 노심융해 위험도 있다고 하고, 그리고 이쪽으로 제트 얼론이 오고 있어요. 아주 똑바로... 노리고 오는 것 같네요. 하, 이걸...“
위험해, 이대로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죽어! 저절로 얼굴이 창백해지는게 느껴진다. 어차피 정보는 대충 다 주워들었으니 더 이상 말을 걸 필요는 없겠지. 아수라장이 된 여기서 더 뭘 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관제실 직원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다시 요리미치 쪽으로 돌아왔다. 시선은 문가로 향해 있었다. 이오리 씨는... 사오리 씨는 언제쯤 올라오시는거지... 그보다 요리미치 지금 뭐라고... 일반 군인이 에바에 대해서 알고 있어? 다시 슬그머니 요리미치, 그리고 그 아저씨가 있는 곳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래, 이왕이니 문가로 가서, 이 소란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져서 좀 더 작은 소리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이오리 씨, 어떻게 하죠? 아, 그리고 소위라는 그 아저씨, 에바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에요?“
@ 에바가 없는 우린 뭘 할 수 있지? 그리고 이오링 저 아조씨가 에바를 알고 있는거같아요 이게 무슨 일이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때마다 울려오는 소리는, 단순히 땅에서 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어서, 주변으로 일제히 파장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한 발짝 가까워 질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창문이 흔들리려 하였고, 두 발짝 가까워 질때는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세 발짝 가까워 질때는 완전히 금이 가게 되어, 창문이 깨지고 사방으로 파편이 튀려 하였습니다.
“어른이기 때문인게 아니라 말이 안되서 그러는 거ㄷ…..……..?!?! “
그래요, 딱 타카기의 질문에 대답하려 하였을 무렵에 말입니다.
파편은 고스란히 안쪽으로, 창가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날아오려 하였습니다. 창문 전체에 파동이 전해졌기 때문에, 창가에 있던 사람들 그 누구도 파편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타카기와 쿠라하시 소위가 있는 쪽은 다행히도 가까스로 이 혼란에서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만, 다른 이들은 결코 예외가 되지 못했습니다.
크고 작은 유리 파편들이, 일제히 안쪽으로 쏟아지고 날아든 영향인지….. 사방에서 들리고 있는 비명소리와 절규하는 소리로,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피에 젖은 목소리들이, 타카기와 나츠키의 귀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에반게리온에만 타고 움직였던 여러분으로써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을 소리였습니다. 당연하였습니다. 제 한몸 건사해나가며 기체를 움직이기에도 바쁜 와중에, 가라앉고 떨어지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틈이 대관절 어디 있었단 말입니까?
서서히 거리를 벌리며 뒤로 물러서려 하며, 나츠키는 유즈키 박사에게 질문하려 하였습니다. 나츠키의 말이 다 끝나려 하기 무섭게, 타카기의 휴대전화에서 유즈키 이오리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굉장히 다급히 외치고 있는 소리인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나츠키 양. 그리고 타카기 군. ] [ 안전한 쪽으로 피해 계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내부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그리고…. ]
절대로 내부에서 벗어나지 말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의문이 채 가시기 전에, 유즈키 이오리에게서 다음과 같은 대답이 들려오려 하였습니다.
[ 그 군인은, 저희 측에선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 정말로 모르고 있을까요?
콰아아아아앙 - !!!!!!!!!!!!!!!!
무슨 소리인지 재차 물어볼 틈도 없이….. 나츠키와 타카기의 바로 뒤로부터 뭔가가 내려앉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지려 하였고, 일순간 퍼진 먼지바람으로 인해, 한순간이었지만 여러분들의 눈앞이 흐려져 뿌얘지려 하였습니다.
만약에 여러분께서 소리의 근원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면, 여러분은 반동에 날아가 저 앞으로 넘어지려 할 뻔하거나,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려 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뒤에서부터 날아오는 파편에 스쳐 상처를 입게 되었을지도 몰랐지요. 그러나 어느 쪽이던간에 확실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그 누구던, 이 거대한 폭음의 영향을 피해갈 수가 없단 것이었습니다.
발 옆으로 뿌려지다시피한 새빨간 자국,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소리…… 상상하려 할 것도 없을 겁니다. 아니, 상상하려 하는 게 더 끔찍할 지도 모릅니다.
창문이 깨지고 사방으로 파편이 튄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절규가 들린다. 귀를 틀어막고 싶어진다. 무서워, 대체, 갑자기 왜 이런 일이. 하지만 아직 통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오리 씨가 무언가 외치고 있다. 다급한 외침은 내부에서 나가지 말 것, 그리고― 그 군인은 네르프 측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그럼 대체. 저 아저씨는 어떻게 에바를 알고 있는거지?
"네? 그럼 어떻ㄱ―――?!“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그야말로 폭음이 울려퍼졌다. 소리가 파동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무언가의 파동이 귀로, 고막으로... 아니,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고 다리가 휘청인다. 그 직후 시야가 뿌옇고 매캐해졌다. 먼지바람이 퍼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빈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 눈을 감는다. 이미 먼지가 들어간 눈과 입은 텁텁해서 눈물과 기침이 나온다. 먹먹해졌던 귀가, 시야를 흐리게 하던 먼지가 가라앉고 나서 들리고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
엉망진창이 된 바닥. 먼지와 파편들. 그리고 흩뿌려진 새빨간 자국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소리들. 한번도, 단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것들이다. 픽션에서조차. 당연하다, 중학생에게 허용된 작품에 이런 묘사가 처절하고도 상세하게 되어있을 리가 없다. 에바에 타서도 이런 것은 보고 들은 적이 없다. 거대한 기체에 타면 이런 것들은 너무나도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는 것은 오퍼레이터의 안내와 지시밖에는 없으니까. ...이런 건, 처음인데, 처음인데... 머리 속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지. 뭐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오도카니 서 있는 내 발 옆으로 비산한 핏자국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옮긴다. 아래에서, 옆으로, 그리고... ...뒤로.
"사야카의 아이야, 걱정하지 마려무나. 너는 결코 짐이 되지 않을 거란다... " "네가 이제까지 배우고 익힌 것들이 빛을 발할 때가 왔으니, 네 능력이 아이들에게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게야. 그러니 기운을 내렴. "
후지와라 박사가 카드키를 찍게 무섭게, 문이 열리려 하였고...오래 지나지 않아 카에데는 박사와 함께 [ GATE 3 ] 의 안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온통 녹색으로 물들은 내부로 들어서기 무섭게, 카에데는 굉장히 바삐 움직이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자신과 같은 기술부 직원들, 그리고 어떠한 장비를 장착중인 거대한 기체 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랏빛과 초록빛이 섞인 거대한 기체와, 하얀색과 주황색이 섞인 또다른 기체. 에반게리온 초호기, 그리고 영호기 입니다.
"F형 장비 준비 다 끝났나? " - 아직입니다, 박사님. 3분 후에 바로 준비가 끝납니다. "빨리 준비시켜. 당장 폭격기에 싣고 이동해야 하니까. 3분도 늦다. "
주위를 바삐 오가는 기술부 직원들과 가벼이 대화를 나누던 후지와라 박사는, 카에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려 하였습니다.
"보았니, 아이야? 저게 이제부터 우리들이 도움을 줘야 할 아이들이 탈 것이란다. 사람이 만든 최후의 인조병기. 인조인간 에반게리온. "
저 앞에 서 있는 보랏빛 기체를 가리키려 하며, 후지와라 박사는 가볍게 웃으려 하며 덧붙였습니다.
나츠키는 발 끝에서부터 서서히 시선을 옮겨 뒤를 돌아보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떨리는 고개를 애써 세우고, 아래에서 옆으로, 그리고 뒤로…. 그렇게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한 나츠키의 앞에는, 다소 끔찍한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부터, 주저앉아 그저 떨고만 있는 이하며, 덜덜 떨며 애써 모니터만 보려 하고 있는 사람까지,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누워만 있는 사람까지…….굉장히 다양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과, 두동강이 나거나 무너져 있는 몇몇 자리들. 하나같이 굉장히 혼란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츠키가 물어보러 갔었던 사람들이, 모니터를 확인하며 보고하고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들이 있던 자리는, 천장이었던 것의 잔해만이 내려앉아 있을 뿐이었으며, 그들이 있던 곳의 주변엔, 오직 붉디 붉은 자국만이 흩뿌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불러보려 하여도 듣지 못할 겁니다. 말을 걸어 보아도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죽은 이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풍경 사이로....저 위에 서있는 것 같이 보이는 듯한,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총책임자, 미조구치 시구레의 모습을 나츠키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무너진 바닥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마이크를 붙잡고 현장에 있는 여러분들을 향해 소리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장에 나와계신 내빈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른 모든 직원 여러분! " "다소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진정하시고 가만히 있어주시기 바랍니다. 전략자위대가 이 일을 해결할 것입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임자의 말은 다소 상황에 맞지 않는 듯한 말로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진정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사람 진짜 진심이다. 장난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오리 씨의 태도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아니, 잠깐만... 저걸 진짜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고? 특무기관 네코르프...는 또 뭐야 네르프 아니냐고! 세계가 멍멍이화 되는 걸 막는 건 또 뭔데!!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네르프였을 로고는 네코르프로 바뀌어 있고, 오면서 봤던 건물들과 사람들에게 고양이귀가 있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부정하던 나에게 마지막 일격이라도 가하듯 사오리 씨가 질문을 던진다.
"...저번 사도는, 귀 같은 거 없었잖아요? 매끈매끈하고 뭔가 수정처럼 생겨서, 이상한 빔을 쏘는데, 왼팔에 맞았다가 엄청 아팠고... 아직도, 무서울 정도니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구요? 귀 같은 건 없었어요! 프리즈비도 없었고! 뭐에요 진짜? 아유미도 그렇고 사오리 씨도 그렇고, 다들 왜...“
이상하다. 정말로 이상하다. 이 세계는 뭔가 잘못되어 있어! 하지만 그 증거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자신의 기억뿐이라, 물리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고 오직 스스로의 심증과 기억만이 있었다. ...스스로 의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타인에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내 기억이 정말로 맞긴 한 걸까? 그런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아냐, 아냐. 어제까진 다들 이러지 않았어. 어제까진... 머리를 싸매고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니야. 이런 게 현실일 리가 없어.
"...꿈이야... 이거 전부 꿈일거야... 이런 게 현실일 리가 없어... 빨리 깨, 빨리, 빨리..."
/아무튼 일상 답레 올려두고 진행 레스 미리 써두러... ㅋㅋㅋ아아 역시 페이즈2부턴... 진라면에 청양고추 5개는 넣은 것 같군요 아 맵다 매워...(눈물
>>299 채팅형 일상은 항상 열려 있으니 미츠루주께서 괜찮으시다면 파일럿 단톡방을 통해 수시로 정신 수치 회복을 시도해보셔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 일반 일상이나 채팅형 일상이나 한번에 회복 가능한 수치는 둘다 똑같습니다. 저 역시 NMPC 일상은 채팅형 일상이라면 수시로 가능하고 하니 도움이 되드릴 수 있을 겁니다...
강아지귀가 달린 사도가 프리즈비를 쏘아대며 도시를 멍멍이판으로 만들러 오는 게 현실이라니!! 물론 사도가 도시를 개쑥밭으로 만드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건 프리즈비가 아니라 빔을 쏘고 건물을 부수고 지하로 침입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러는거고!! 머리를 마구 젓다가 고개를 들어 사오리 씨를 본다. 태연하게 정신이 아득해지는 소리를 하는 사오리 씨는... ...이게 문제야. 의외로 이건 또 꿈이라기엔 리얼하다고(????)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어제까진 건물에도 귀가 없고, 사람들도 고양이귀가 없고, 사도도 강아지귀를 달고 나오지도 않았고... 그런...“
꿈이 아닌가...? 현실인가...? 어제까지의 기억이 꿈이고 이게 현실...? 어? 그런거야....? 그런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설명이 되긴 하는데. 너무 리얼한 꿈을 꿔서 현실이라고 착각했지만, 그 기억은 나에게만 있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런 기억도 경험도 없는걸... 그럼 모두가 말하는 쪽이, 다수가 말하는 쪽이 현실...?
그럼 지금까지 믿어왔던 현실이 가짜라고? 그야말로 발 밑이 바스러지며 무너지는 느낌이다. 무서워. 그럼 난 대체 어떻게 해야... 나는... 난... 막막하다. 눈물이 고인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어제까지의 일이 꿈이고 이게 현실이라고 자꾸만 말하고 있고, 그렇다고 그걸 믿자니 지금까지 진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가짜라는 것에서 오는... 뭐라 말하기 힘든 공포감 비슷한 것이 엄습하는 것이다. 무서워, 대체 뭐가 진짜고 뭐가... 무슨...
>>314 현실이 아니라 꿈이고, 어제까지의 기억이 현실이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건 어째서일까요. 지나치게 당황스러운 것들을 봐와서 인걸까요? 여전히 혼란에 빠져 당황스러워 하고 있어보이는 나츠키를 향해 사오리는 빙그레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추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내려 하기 시작하였지요, 이런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나츠키, 너무 걱정하지 말렴. 그냥 너는 지금까지 조금 기이한 꿈을 꿔온 것일 뿐이니까. 사람들이 동물귀를 갖고 있지 않고 사도도 동물귀를 달고있지 않은 그런 꿈을 꾼 것 뿐이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도 된단다. 응? "
...과연 정말로 걱정하지 말아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침 저기 아유미가 오는구나. 아~유~미~! 여기란다~! "
저 뒤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사오리는 나츠키의 뒤편으로 손을 흔들며 외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말하는 어투로 보아 타치바나 아유미가 근처에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정말로 저 뒤에 그녀가 있는 걸까요?
동물귀라는 시점에서 사람에게 달려있는 건 정상이 아닌게... 역시 뭔가 이상하지만, 다수가 말하는 게 진짜고 내 기억이 그냥 꿈이면... 아니... 그치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게 아닌지... 혼란스럽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치만 이제 그냥, 그만두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제대로 나지 않으니... 그냥.. 그냥...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에, 아유미...“
뒤에 아유미가 있다고?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치는 사오리 씨의 모습을 보고, 나도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봤다.
/뒤에... 뭐가 있는거죠...(두려움(??? 출아법 아유미 나오면 진짜 무서울거같은데(??????
상황이 거의 막바지라 여기서 답레를 더 써보고 싶은데 츄하이의 후폭풍인지 슬슬 눈을 감아야 할 때가 온 듯 하여(...) 세 시이기도 해서 저는 이만 물러가 보고자 합니다. 아침에 >>321 에 대한 답레 올려놓고 갈 테니 일상 부분에선 정말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츠키주께서도 편안한 밤 되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321 천천히 뒤를 돌아보려 한 나츠키 앞에 보이는 것은,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타치바나 아유미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제일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으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저기 머리 위에 고양이귀가 솟아있는 사오리처럼, 아유미 역시 머리 위에 푸른빛 고양이귀가 솟아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던 타치바나 아유미는 두 걸음 앞에 서서는, 나츠키를 향해 자기가 들고온 크로플 봉투를 내밀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습니다. 그 내용이 뭐였냐면…
“아침이야. ”
- 짹짹……짹짹짹……
창 밖으로 들리는 새 지저귀는 소리, 방 안에 내리쬐고 있는 아침햇살, 울리다 말은 알람시계...이제는 익숙한 천장. 배경은 이제 더이상 네르프 본부가 아닌, 유즈키 사오리의 아파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나츠키가 일어나 거울을 보는 등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 시도하였다면, 머리 위에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고…창문 바깥을 바라보려 시도하였다면, 건물들에도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 주의 중간되는 요일 수요일 아침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시험 시즌이 언제 시작되었다고 벌써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학기말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단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어제 비가 와서인지 몰라도 오늘은 유난히 꿀꿀하고 구름 낀 날씨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이렇지만 그래도 오늘 일도 어떻게 잘 풀릴 수 있지 않겠거니 싶습니다. 아무튼간에 모쪼록 오늘 현생도 다들 힘내실 수 있기를 기원하고자 합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오늘 진행 역시 밤 10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기말고사 기간인 만큼 오늘 진행은 평소보다 조금 진행시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높단 점 미리 공지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아유미가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교복차림, 하지만 머리 위에는 고양이귀가 있었다. 역시나. 그렇겠지. 그렇겠죠... 냥냥펀치 테스트라던가 고양이손 에바를 찍어 보낸 것도 아유미였는걸.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솟는다. 두어 걸음 앞에 선 아유미가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아침이야.’ ...아침이라고? 그야 지금은 오전이고 일어난지 그렇게 시간은 안 지났을 터인데... 뜬금없는 말에 머리가 멍해진다.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곡에 섞여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
언제부터 뜨고 있었는지 모를 눈에 아침햇살이 비친다. 햇살이 드리우는 곳은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내 방의 창문, 눈을 굴리면 익숙한 천장도 눈에 들어온다. 사오리 씨의 아파트, 내 방이다. 아까까지 본부였는데, 눈을 뜨니 침대에 여전히 누워있다. 그럼... 그럼...
벌떡 일어나서 양손으로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귀, 귀는?! 고양이귀는??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아니, 역시 눈으로 확인하자!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한 발걸음으로 서둘러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거울에 비친 나는... ...고양이귀 같은 건 없었다. 없어! 없다고!! 또 다시 바쁘게 베란다로 달려가 밖을 확인한다. 직선, 때때로 곡선으로 이루어진 건물 외곽에 고양이귀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 그럼... 그렇다는건...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대로 주르륵 흐르듯이 털썩 주저앉아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그건 그냥 꿈이었어. 그래,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진짜 꿈이었던거야. 그건 꿈, 여기가 현실. 지독한 꿈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면, 지금까지의 꿈하고는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이제 됐어. 다 끝났으니까.
잠시 그렇게 주저앉은 채로 햇볕을 쬐었다. 고양이귀가 달렸을 때보다 더 고양이같은 일이지만, 사실 안도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온 도시를 보며, 제3신도쿄시에 오고나서 처음으로 베란다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 산발인채로 베란다에서 히죽거리는 나츠키를 보게 될 리얼 사오링에게 X를 눌러 joy를...(??? 아무튼 막레입니다 :3 AU일상 즐거웠습니다 레캡~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적임자를 데려오셨습니다 부장님. 제 마지막 전적이 항공모함 격침인 건 어찌 아시고."
마지막 전적, 전적이라. 되새겨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0대 1의 잠대잠 전투에서 어뢰 한 발 없이 7대를 격침시키고 나머지 3대를 따돌린 이 정신나간 레코드를 공식 전적으로 올릴 수가 없었다. 지금은 비공식 작전이니까 말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밀 사항이다.
"그나저나 3번 게이트면, 잠수함째로 정문을 통해서 들어갑니까?"
"위장 신분은....준비되어 있는거죠?"
예를 들자면 그 일곱 눈의 잠수함을 타고 왔으니까 기지 사람들이 우리를 그 쪽 사람으로 착각한다거나...
천천히 돌아본 그 곳에는 주저앉아 떠는 사람, 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 덜덜 떨면서 모니터를 보는 사람, 누워만 있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수가 적다. 그래. 적다. 조금 전까지, 리액터니 뭐니 하는 것들을 물어보려고 갔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없다. 아무리 봐도 없어. 그 사람들을 대신하듯 그 자리에는 천장이었던 것의 잔해가, 바닥에는 붉은 자국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소름돋는 바다와 닮은 색, LCL과 비슷한 색의 자국이 바닥에 한가득, 이리저리 튀어서, 잔해에도, 가득 칠해져있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챈 순간, 무언가에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니야. 부정했다. 어떻게든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바쁘게 굴러가는 머리로 어떻게든 다른 설명을 끌어다 맞춰본다. 어쩌면 저 잔해 뒤에 공간이 있지 않을까? 아까 그 사람들도 무사히 피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건 전부 꿈이 아닐까? 미성숙한 사고가 가져오는 설명이란 우습기 짝이 없어서 이 현실에 들어맞는 조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짜맞춰진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서서히 퍼지고 있는 붉은 자국, 잔해 사이로 흐르는 붉은색 액체, 흩뿌려진 선명한 핏자국.
공기와 접해 조금씩 탁해지기 시작한 붉은색이 그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거짓말....“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어떻게든 숨통을 트려고 연 입에서는 거짓말이라는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스스로의 의지로 했다기보단, 이 상황에 대한 반사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거짓말,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간신히 서 있던 다리로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선다. 덜걱, 무언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발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내려 발치를 확인하면, 뒷꿈치에 닿아있는 꽤나 거대한 파편과, 밑창을 넘어 로퍼 옆까지 검붉게 물들이고 있는 피가― 선명한 죽음의 색이 바로 옆까지 와 있었다.
“으, 아아...”
물러서다 멈춰선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덜덜 떨리는 입에서 나온 소리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난생처음 겪는 일에 사고가 모두 정지해버렸다.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 와중에 들리는 소리에, 전략자위대가 이 일을 해결할 것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외친 것 같다.
“―거짓말!!!”
먼지가 쌓여 뿌연 바닥을 진하게 물들이는 원이 하나, 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턱끝에서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내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절규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시연회장에서 봤던 사회자 아저씨를 눈물 가득한 시야로 노려보며.
“당신들이... 우리만 물고 늘어지지 말고 제대로 대응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확인까지 했으면서도 어떻게든 네르프 탓으로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런 주제에 해결하겠다고? 뭘 어떻게? 당장 제어권도 못 찾아오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뭘 믿고 가만히 있으라는거야!!”
@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 어떻게 믿어!!! 반쯤 패닉에 빠져서 울면서 빽빽 소리지릅니다. 다 너네 탓이야 너네 탓!! 이 전자놈들아!!
누군가는 저 바깥으로 도망치려 움직이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려 하였으며, 누군가들은 파편에 의한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사방이 온통 어지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관제실 내부는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진정시키려 시도한 총책임자의 선택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는 한가지 가장 큰 실수를 하였는데, 현장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역시, 반발을 사기 쉬운 발언을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조구치의 발언은, 나츠키를 포함한 네르프 인원들에게만 반발을 살 발언이 아니었습니다.
- 지금 뭔 말도 안되는 소리하는 겁니까?! 잔말말고 열어주세요. 나가야겠습니다! - 그래요, 나가게 해주세요! 우리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요! - 되도 않는 소리 마십쇼! 상황이 이렇게 되게 내버려두고 뭐?!! - 이봐요, 이봐요! 책임자라면 우선 대피부터 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부터 내보내라고, 우리부터! - 그래요, 우리부터 내보내라고요! 뭔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는거에요!!!!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장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보냅니다. 그 다음에 승객들을 먼저 보내고, 직원들과 자신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게 선장과 그 직원들이었습니다.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저 밑으로 스러질 때까지 그들은 끝까지 남았습니다.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 사고가 생긴 이상 주최측은 내빈들을 대피부터 시켜야 마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피시키기는 커녕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이들은 도로 내빈들을 앉히려 하고 있습니까?
이와중에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며, 타카기는 저 위쪽을 향해 절규하듯 외치고 있는 나츠키의 앞에 서서 소리 높여 말하려 하였습니다… 흔들리고 있는, 거의 패닉에 빠지다시피 한 나츠키 앞에서, 최대한 평정을 찾아 말하려 하였습니다.
타카기의 말이 과연 나츠키에게 진정으로 와닿았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정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쩌면 이 이야기를 듣고 다시 평정을 되찾았을지도 모르지요. 신경쓰지 마라, 기회가 있다. 집중해야 한다……모두 진정하기 위해선 좋은 말들이었습니다. 이 말들이 나츠키에게 온전히 전해졌을지가 중요하겠습니다. 과연 그녀에게 제대로 들렸을까요?
“조용히, 조용히 해주십시오. 저희가 다 방법이 있습니다. 해결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
수많은 이들의 외침과 나츠키의 외침을 다 들으려 하기 전에, 미조구치는 딱 잘라 말하며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폭주중인 JA-01 기체가 자동 정지할 때까지, 저희 전략자위대가 최대한 막아서보겠습니다. 제어권을 되찾기 전까지는 어떻게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
빈말로 말하는 것인지, 정말로 진심으로 본인들이 막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전략자위대는 본인들이 막아설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눈앞의 내빈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니 그동안 여러분들께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현 상황에 대해 기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만…”
책임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제실 안으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들어와 내부의 인원들을 둘러싸려 하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다른 직원들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불안한 눈길로 저 위를 올려다보려 하는 것으로 보아……사전에 얘기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이면 되니, 양해를 구해도 괜찮겠지요? “
빙그레 웃고 있는 총책임자의 표정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듯 하였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명백한 명령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어 없는 압박. 딱 그 모양이었습니다.
과연 나루미들은 일루미나티를 사칭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일루미나티와 다른 어떠한 조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루미나티의 문양과 나루미들이 확인한 문양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잠수함의 속도를 늦추며, 나루미는 잠수함을 끌고 3번 게이트로 진입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닌 천천히 돌아가며, 속도를 늦춰가며 들어가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게이트로 오는 나루미들의 위로, 어떠한 센서로 보이는 것이 위아래로 잠수함을 스캔하려 하였고…
- 쿠구구구……..
오래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나루미들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 부장의 말이 헛된 말이 아닌 듯 싶어보입니다.
아니…..어쩌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이곳 기지에 접근하는 것은 이 잠수함으로는 괜찮다, 라고도 말입니다.
- 쿠구구구구구구…….
완전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잠수함 뒤로, 게이트의 문이 서서히 닫히려 하기 시작하는 것인지 아까와 같은 무언가가 열리거나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정확히 1분 후부터 바닷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갑작스레 물이 빠져 내려앉는 현상에 대비하십시오!
"그렇단다. 우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이들 혼자만이 타는 것이야. 저기 저 보이니, 저 기체의 목 뒤에 솟아있는 주홍빛 원통이? "
후지와라 박사는 정말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보랏빛 기체의 목 부분에 있는 것을 가리키려 하였습니다...... 그 말대로 한창 장비를 장착하는 중이라 바쁜 초호기의 목 뒤편에, 주황빛으로 빛나는 무언가 원통형으로 보이는 것이 솟아올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게 엔트리 플러그라고 파일럿 아이들이 타는 곳이란다. 우리나 일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이 타는 곳이지. 한명씩만 타서 조종하게 되어있어, 일반적으로는 말이야. "
말하는 투로 보아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맡긴단 것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말 그들이 평범한 아이들일까요? 무언가 특별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같은 어른들이 최대한 보조나 지원을 해 주겠지만, 결국 적을 상대하는 것은 저 기체와 그 안에 탈 아이들이란다. 아직 중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에겐 가혹한 일이지만... 사도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그 아이들 뿐이니까. "
씁쓸하게 웃으며 후지와라 박사는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후방에서 파일럿을 보조하고 수시로 현 상황과 상태를 확인해 알려주며, 위급시엔 탈출 명령까지 파일럿에게 알리는. 그것이 카에데와 같은 오퍼레이터들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역할만 수행할까요? 아직 어린 아이들만이 전장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어른들은 마냥 아이들에게 맡기지만 않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일만 아이들에게 맡기고, 자질구레한 일들은 다 우리 어른들이 맡는 식이었지요. 카에데가 첫 전투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맡게 될지는...가서 확인해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불금을 앞두고 있는 목요일 오후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기말고사 시즌이 시작된지가 언제라고 벌써 종강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저희 학교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는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ㅠㅠ) 그래도 이제 정말로 막바지가 다가온다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학이 머지 않았기도 하고 남은 기간 다들 힘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
오늘도 기술의 발전의 위대함을 느끼고 가는 오후인 듯 합니다.....(@@) 별개로 AI스피커가 핸드폰도 찾아준다는 건 오늘 처음 안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집에 AI스피커 하나 장만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고 그렇네요. 아무튼간에 카에데주 어서오세요. 좋은 오후입니다.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뭘 그렇게 상세한 묘사를 침착하게 하고 있어!! 사람이 애써 안 보려고 하고 있는데!! 너 내가 눈앞에서 토하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그리고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사람이 죽었잖아?! 다친 사람도 있잖아! 어떻게 이 상황에서― 아니 지금 뭐라고?!”
앞을 가로막고 말하는 요리미치를 향해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던 말은 중간에 뚝 멈췄다. 굳이 사람이 외면하고 있던 팔이라던가 내장 같은 묘사를 쓸데없이 친절하게 해주던 요리미치의 말보다, 저 위에서 들리는 헛소리가 더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여있던 눈물은 이미 바닥으로 다 떨어진지 오래라, 저 위에서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이 쓸데없이 고해상도로 보인다. 저 빌어먹을 자식이 대체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지?
“――하. 양해라...”
한 무리의 군인들이 들어와 내부의 사람들을 둘러싼다. 포위한다. 이곳에 있던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인지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총책임자의 얼굴에 걸린 웃음은 그야말로 뒤가 구린 느낌이고, 양해라는 말도 도저히 그렇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건 명령이다. 말로 다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 군인들의 배치도, 저 미소도... 모두 무언의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아? 웃기지마.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이 상황에서? 안 그래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태에서 저런 말을 듣는다고 순순히 들을 리가 없잖아? 댁들이 하는 말 듣고 가만히 있다간 어떤 꼴이 나는지 이렇게 알게 됐는데?? 잠시 말없이 아저씨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한 손을 들었다. 가운데 손가락은 곧게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고이 말아 쥔... 전세계적으로 대체로 어딜 가든 통할 동작을 취하고 입을 열었다.
“엿이나 드세요 아저씨. 애초에 막을 능력이 있긴 해요? 사태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어? ...저 빌어먹을 깡통은 우리가 막을 거니까, 아저씨는 거기서 꿀꺽한 예산 다시 토해낼 각오나 하고 있으라고!! 여보세요? 이오리 씨! 여긴 글렀어요. 제대로 막을 생각은 하나도 없어 보여요. ...우리가 뭐라도 해야해요. 지금 당장!“
진짜로 예산을 꿀꺽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럴 땐 대충 예산 같은 거 들먹이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탈탈 털어주겠지 뭐. 일단 중요한 건 저 사람들은 저걸 막을 능력도 생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차라리 우리가 막는 편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근데 어떻게 하지? 큰소리를 쳐댄 주제에 결국 어른에게 의지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아직 아이니까. 아직도 통화가 연결되어 있던 핸드폰을 다시 들어 귀에다 대고 이오리 씨를 향해 말했다. 뭐라도 해야해요. 우리 지금 뭐라도 해야한다구요!
―통화를 이어가며,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선명한 붉은색이, 무너진 천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작게 숨을 들이쉬고, 입술을 꽉 물었다. 처음으로 접한 죽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해... 지금 당장...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 자 총책임자 아저씨 잘 보세요, 이것은 산을 의미하는 수화입니다(?) 그리고 이오링!! 들려욧?! 우리가 해결해야해욧!!!
>>477 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반응레스 초안에서는 나츠키가 타카기 말 듣고 지금이랑 비슷한 반응 하면서 속으로는 '이 상황에서 저런 소릴 침착하게 하다니 이자식 혹시 사이코패스 아녀???'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긴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심한 반응인가 싶어서 컷컷컷
재앙을 이미 겪은 이들로썬 납득하기가 어려운 이야기였고, 재앙 이후 태어난 아이들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기에 자리에 있는 다른 직원들 역시 나츠키가 손을 들어올린다 해도 나츠키의 행동에 크게 반발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속으로 동조하고 있는 이가 있으면 모를까, 총책임자의 말에 납득하는 이는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군인들이 들어온 것에 겁을 먹어 말을 꺼내지 못하였을 뿐이겠지요. 나츠키의 외침이 들리는 내내 자리에 있는 다른 내빈객들과 직원들은 불안한 눈을 한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만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참 웃긴 여섯글자였습니다. 그저 조용히 있는 걸로 괜찮아졌다면 재앙으로 수많은 이들이 가라앉게 되었을 리가 없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특무기관이고 에반게리온이었습니다. 그리고 제트 얼론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또다른 재앙이 이곳 구도쿄에서 벌어지려고 하는데 상부는 그걸 그저 보고있으라고만 말합니다. 시스템 전복을 막지 못해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들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제트 얼론 사태는 사람이 만든 재앙이었습니다.
비록 저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있으라 말해도,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할 것입니다. 타카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나츠키가 전화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더이상 사람이 죽고 주변이 파괴되는 등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아니할 것입니다. 가만히 가라앉을 바에는 발버둥쳐 사는 길을 택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방식이요, 그것이 인류가 살아남을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콰앙 - !!!!!!!!!
거세게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두 명의 여인이 관제실 안으로 서서히 들어오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키가 큰 쪽은 이상한 보호복을 입고 있고, 자그마한 쪽은 멀쩡히 정복을 입은채 뭔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오고있는….. 유즈키 사오리, 그리고 유즈키 이오리입니다.
“나츠키! 타카기! 괜찮니!??!? 다친 덴 없어?!!!?! “
사오리는 다급한 어투로 외치며 여러분을 향해 재빨리 다가가 안위를 살피려 하였습니다…. 그 뒤로 천천히 걸어오던 유즈키 이오리는, 이를 앙다물고 저 위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여전하시군요, 미조구치 박사께선. 은폐와 입단속은 전자의 주특기입니까? “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하는 어투로 보아 이전에 안면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윗층을 노려다보던 유즈키 박사는, 잠시 한숨을 깊게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아니……비단 전자 뿐이 아니지요. 언제나 이래왔으니까요. 일본 정부란 조직은. “
다른 곳에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은 책임을 지고 수습하지 않으려 하며, 뒤로는 소문이 새지 않도록 단속하고, 진실을 알리려 하는 이들을 잡아들이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이 정부란 조직이 언제나처럼 벌여오던 방식입니다. 광장에서 있던 일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오른손을 가볍게 폈다 꼭 쥐고는, 유즈키 이오리는 큰 소리로 외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 시간부로 저희 특무기관은, 독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
말이 나오기 무섭게 내부가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독단적으로 움직이겠다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요. 진짜로 직접 나서기라도 하겠다는 것일까요? 상황을 보던 총책임자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유즈키 박사를 향해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유즈키 박사, 이 일은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에요. 우리 전자의 일이란 말입니다. “ “특무기관 네르프는 이 일을 해결할 힘이 있습니다. 또한, 법률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지도 않지요. “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당신들이 끼어들 일이……! “ “저는 더 이상 전략자위대 소속이 아닙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 “……”
말이 안나오는 듯한 책임자를 보는 둥 마는둥하며, 유즈키 이오리는 침착한 어조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저 기체와 대등한 기체로 막아내며 직접 내부 시스템에 진입해야 합니다. 앞에서 막아세우는 사이 후방에서 내부 시스템에 진입해 기동정지가 되도록 시도해봐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은 그것 뿐입니다. “ “설마……! “ “예. 그렇습니다. 에반게리온을 출격시킬 것입니다. “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결연한 어투로, 유즈키 박사는 윗층을 보며 말한 뒤 여러분을 향해 돌아보곤 물으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양, 그리고 타카기 군. “ “모처럼 따라와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저 기체를 막아서는데 손을 빌려주시겠습니까? “
거센 소리에 문가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뭔가 이상한 보호복을 걸친 쪽을 보고 잠깐 흠칫했지만, 정복을 입고 뭔가 장비를 들고 있는 이오리 씨를 보고 옆은 사오리 씨라고 짐작하고선 다시 침착해졌다. 그리고 슬그머니 올렸던 손도 다시 내려서 폈고. 음, 아니, 이 상황에서 난 정말로 침착하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머리가 다시 돌아갈 정도로는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다친 덴 없냐는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통화를 종료했다.
"사오리 씨...!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아마... 아, 요리미치. 이거 돌려줄게. 길게 빌려버렸네, 미안.“
무단으로 빌려가서 미안했어. 짧은 사과와 함께 요리미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오리 씨의 외침에 시선을 그리로 향했다. 그 외침이 나온 순간부터 나는, 요리미치는 저 빌어먹을 아저씨의 말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을 얻은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들 파일럿에게 지시할 수 있는 것은 전략자위대가 아니라, 특무기관 네르프의 작전부장과 기술부장이니까. 물론 보장을 얻기 전에도 제대로 말을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어떠냐, 빌어먹을 아저씨! 의기양양한 얼굴로 위쪽의 아저씨를 보다가 이오리 씨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저 밖에서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잠수함의 높이는 변하지가 않았습니다…. 나루미의 시도가 어떻게 빛을 발한 것인지,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잠수함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잠수함은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물이 차 있었던 게 언제라고 바깥은 이제 철로 된 벽과 문, 그리고 바닥만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으로 나가면, 여러분은 [ 네르프 유럽 지부 ] 의 카드를 들고 움직이게 될것입니다. 물론 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파일럿 혼자뿐이고, 나루미를 비롯한 오퍼레이터 일행은 다시 항공모함 쪽으로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것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기지에서 항공모함까지는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요. 뭐가 됐던간에 잠수함으로 여기까지 온 시간만큼 걸리진 않을겁니다. 그렇지요?
“수고 많았네, 후카미즈 대위. 여기까지 진입하느라 고생 많았어. “
완전히 물이 빠지고 나서야, 미즈노미야가 가볍게 나루미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이 곳까지 진입하는 덴 정말로 나루미의 공이 컸습니다. 정말로, 나루미와 같은 잠수함을 몰 수 있는 이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오리는 여러분을 바라보고 말하려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타카기가 하는 말에 그러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하려 하였지요.
“그래야지, 꼭 그러마. 많이 충격적이었을 텐데 너희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 “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위로하려는 듯 타카기를, 그 다음에 나츠키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려 하였습니다… 손이 잘 닿지 않아서 타카기에게는 팔쪽을 토닥이게 되었습니다만, 어쩔수가 없으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키 차이가 나는 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한참 여러분들을 토닥이고 있는 유즈키 사오리의 뒤로, 유즈키 이오리는 고개를 까딱이곤 계속해서 저 앞을 향해 말을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이미 F형 장비를 장착한 에반게리온 기체가 이쪽으로 올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파일럿들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출격시킬 예정이오니, JA-01이 오사카까지 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입니다. 도쿄도를 빠져나가지 않도록 저희가 막아세우도록 하겠습니다. “
F형 장비는 비행용 장비를 의미하는 용어로, 지상전이 아닌 공중전 등이 이루어질 때에 장착하고 출격시키는 장비입니다. 에반게리온이 F형 장비를 장착한 채 오고 있다는 것은, 공중에서 전투를 벌이거나 떨어지게 될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시 뭔가를 말하려 하기 앞서, 유즈키 이오리는 여러분을 향해 다시 한번 물으려 시도하였습니다.
“나츠키 양, 그리고 타카기 군. “ “선택해 주셔야 합니다. 여기서 기체에 탑승하실 분은 누구입니까? “
둘 중 한명만이 에바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번복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해 주십시오. 여러분중 어느쪽이 엔트리 플러그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요리미치 너 대체 뭐냐고. 이 상황에 그렇게 침착하게 어른스러운 대사라니 이제 진짜 무서울지경이다. 나랑 같은 중학생 맞아? 사실 요리미치의 진짜 나이는 14살이 아니라던가...? 생각해보면 키도 크고 말이지... 아무튼 어깨를 토닥여주는 사오리 씨의 손길에 어쩐지 조금은... 과민해졌던 감각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F형 장비가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바가 이쪽으로 오는 모양이다. 바로 출격이 가능하다니 대체 뭐지 무서운데. 내가 여기 올라온 사이에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행이다. 도쿄도를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세우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이은 질문에, 선택하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한 명만 가능한건가? 둘 다 타는 게 아니었구나...
초호기 쪽이 기동시간이 더 길었지? 영호기는 중간에 퇴각해서 파일럿을 교체해서 다시 나오곤 했었고. 여기에 또 다른 영호기 파일럿인 카시마는 없다. 우리 단 둘이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카시마가 있었어도, 애초에 네르프 본부가 아닌 구 도쿄니까 파일럿 교체 작업도 쉽지 않을 것 같고. ...5분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3분보다는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초호기가 나가는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잠시간의 생각을 마친 후 이오리 씨를 향해 말했다.
여러분의 의사를 다 듣고나서 고개를 끄덕인 뒤 유즈키 이오리는 발을 돌리려 하였습니다. 바로 나설 생각인 게 맞는 것인지, 유즈키 사오리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발을 옮기려 하였습니다.
“불가능합니다! “
그렇게 이동하려 하는 유즈키 박사를 향해, 총책임자 미조구치 시구레가 막아세우려 외치려 하였습니다....
“내부 시스템에 진입한다고요? 좋습니다. 하지만 진입한다 해도 그 이후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내부에서 역으로 해킹이라도 시도해 볼 생각입니까? 방법은 전부 시도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물리적으로 막는 거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 “아니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
미조구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유즈키 이오리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전 프로그램 삭제 패스워드. 지금으로썬 그 방법 뿐입니다. “
전 프로그램 삭제 패스워드는, 문자 그대로 내부 시스템에 있는 모든 기동 프로그램을 지우기 위해 필요한 암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유즈키 박사는 제트 얼론 시스템을 향해 포맷을 시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내부엔 이미 오염 물질로 꽉 차있는 상태입니다. 위험합니다. “ “기적을 기다릴 순 없습니다. 저희들은 저희대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프로그램 삭제 패스워드는 최고 기밀 사항입니다. 내 관할 밖인 문제에요. 함부로 밝힐 수가 없어요. 절차가 필요합니다! “ “지금...... 한 시도 기다릴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인데 관할을 따지시는 겁니까? “
이런 상황에서도 일일이 관할이니 절차를 운운하는 것이 누가 보기엔 참 한심해 보이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조용히 머리를 쓸어넘기며 유즈키 이오리는 침착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쿄도 밖으로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움직이고 있는데 도쿄도 밖까지 나가게 되면 저걸 막아세우는 거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엔 리액터가 터져 그 자리에서 도쿄에서 있었던 일이 재현될 지도 모르지요. 미조구치 박사님께서는, 도쿄가 완전히 날아갔던 그날을 다시 보고 싶으신 겁니까? “
N2폭탄은 방사성 물질이 없는 폭탄이었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엔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트 얼론 내 원자로가 터지게 될 경우, 단순히 폭발하여 주변 건물들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방사능 오염이 반드시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거나 노심 융해가 일어나는 거랑 똑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며, 해당 지역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며, 살아있는 이들도 방사능에 피폭되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을 살게 될 것이 뻔하였습니다. 제트 얼론의 폭발만은 반드시 막아야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들의 말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조금이라도 저 앞으로 진격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하였습니다.
“미조구치 박사님. 인간의 힘을 믿어주십시오. “ “인간의 힘으로 만든, 인간의 희망. 에반게리온을 믿어 주십시오. “
유즈키 이오리는 또렷이 말하며 다시금 저 위를 올려다 보며 물으려 하였습니다. 정말로 온전히 인간의 힘만으로 개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인간의 희망은 맞으니까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요?
“패스워드를 알려주시겠습니까? “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짙게 쉬며 이마를 짚고는, 저 뒤를 돌아보려 하며 총책임자가 말하려 하였습니다.
“………희망. “ “프로그램 제거 패스워드는, 희망 입니다. “
인류의 적을 막고 평화를 가져다 줄 희망. 비록 그 희망은 절망이 되어 저 너머로 향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저 절망이 원래대로 희망이 되게 돌아오게 할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위에 있는 이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뒤, 유즈키 이오리는 여러분들을 향해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려 하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양, 그리고 타카기 군. “ “준비하십시오. 우리는 지금부터 아츠기로 갑니다. “
불타는 금요일 오후 다들 잘 보내고 계시신가요? 길었던 기말기간도 다 끝나가고 어느덧 종강이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따라 기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수도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시험이 끝나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법이지요. (@@) 아무쪼록 시험이 끝나신 분이나 아직 남으신 분들 모두 편안한 하루 되실 수 있기를 기원하고자 합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572 어서오세요 카에데주. Good-Evening 입니다. 즐거운 금요일 오후 보내고 계시신가요? 오늘은 일상 이벤트가 없는 일반 일상의 날입니다. 그대신 모든 NMPC 캐릭터와의 일상이 열려 있사오니 NMPC 캐릭터와의 일상을 원하시는 경우 밤 10시 이후에 저를 찔러주시면 아무튼 제가 튀어나오도록 하겠습니다. (@@)
별개로 모처럼의 일상의 날이기에 오늘은 조금 질문을 받아볼까 합니다. 세계관이나 설정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스레에 올려주시면 바로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질문타임은 사실상 신입인 카에데주를 위한 속성강의타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 같습니다...(@@)
>>606 나루미주 어서오세요. (사실상)종강 되신것 축하드립니다. 기말 보시느라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 별개로 저 컨셉아트 배경이 페이즈3~4 이후인데 어떻게 나루미가 잘 묘사되었다면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글라스 묘사가 의외로 하기 어려워서(...) 빠지게 되었는데 제 묘사력 부족으로 없어진 것이라 이부분은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604 타카기주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밤 되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
1. 유럽 지부 시위대 무리에는 전현직 네르프 직원들이 섞여있으며 이들 시위대에 의해 근로기준법 준수 및 주 35시간 근무제 등 구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2. 가장 크게 눈여겨봐야 할 점은 유럽 지부 내에서 이들 시위에 참여한 무리에 의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부에도 없는 노조가 지부에서 먼저 만들어지게 생겼습니다. 3. 저 바다건너 전략자위대까지 알게 될만큼 사태가 커졌기 때문에 유럽쪽 시위는 정말로 있었는데 없었습니다가 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탕탕탕. 탕탕탕. 총소리냐고? 내가 말했지. 총소리는 탕탕이 아니라 쾅쾅이라고. 코 앞의 천둥이나 다름없다고. 이건 철제 비계 위를 오가는 발걸음소리다. 안심해도 좋다 제군들.
"으그그...이제 초호기만 하면 끝이다..!"
오랫동안 다리를 쪼그리고, 목을 숙이고 있었다. 몸을 곧게 펴고 기지개를 켜자 관절들이 뽀그작대며 노래했다. 나는 어깨를 주무르면서 초호기 쪽으로 걸어갔다. 한 손에는 붓이 담긴 페인트통, 다른 손으로는 사다리를 질질 끌어가고 있었다. 장갑을 낀 손은 페인트로 얼룩덜룩하다.
네르프 본부 내에서도 익숙해진 길을 따라 걷다가 탕탕탕, 탕탕탕하는 소리에 잠시 발을 멈췄다. ...뭐야? 총소리? 본부 안에서? 내 기억으로는 이쪽엔 사격장은 없었던 것 같은데. 본부 안에 그런 것도 있나? 물론 본부 전체를 외우기는커녕 자주 다니는 길만 간신히 발에 익은 정도라, 사격장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른다. 나랑은 별로 관계 없는 장소이기도 하고... 아무튼 소리를 따라 가보니 그곳은 출격 전에 에바가 보관되어 있는 그곳이고, 누군가가 사다리와 페인트통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묘하게 낯이 익은 사람인데. ...후카미즈 씨?
"...후카미즈 씨? 뭐하세요?“
보통 에바를 점검하는 건 기술부 쪽에서 하는 일이지 않나? 후카미즈 씨는 첩보부라고 했고. 하지만 지금 하고 계신 건 누가봐도 정비나 도색같은 기술부(?)의 일인데...? 뭐지??? 일단 얼굴 정도는 익힌 사람이고, 뭘 하는지도 궁금했기에 결국 안으로 들어가 후카미즈 씨에게 다가갔다. 나름대로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다가간다고 했지만, 발소리를 완전히 죽이기엔 본부 바닥도 딱딱하고 내 로퍼 바닥도 딱딱해서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고서, 뭘 하는지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페인트통으로 시선이 향했다. ...도색이라고 하기엔, 이렇게 커다란 기체를 손으로 칠하는건 너무 비효율적인데...
...왜... 저렇게 유심히 보시는거지? 에바랑 나를 번갈아서 유심히 보는 후카미즈 씨의 시선에 뭔가 어리둥절해졌다. 옷에 뭐가 묻은 건 아닌데... 에바도 딱히 이상한 점은 없어보이고. 어, 기술부 사람이 본다면 또 모를까 일단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아무튼 그러다 들려온 판박이 스티커 얘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치만 몸에 붙인 적은 없는데.
"아- 가끔 과자같은데 들어있는거요? 알긴 아는데 몸에 붙인 적은 없어요. ...잡은 적을 몸에 기록한다구요?“
킬마크가 그런 거구나. 그보다 그거 뭔가 무서운데... 적 입장에서는 '너네 애들이 이만큼 내 손에 죽었단다^^'라고 붙이는거나 다름없잖아... ...기선제압 같은 효과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사도를 상대로 그런 건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후카미즈 씨의 엄지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에반게리온의 상체가 눈에 들어온다. 굳이 시선 옮길 것도 없이 이 공간의 대부분이 에반게리온이라 어딜 보든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아무튼. 으음, 어쨌든 원하는 곳이라...
"―어어, 그럼... 손등이나 팔 같은 곳...? 아니, 위쪽에 해야하는거면 가슴 쪽...?“
뭔가 손등에 해도 멋있을거 같긴 하고, 아니면 무난하게 팔 쪽도 눈에 잘 보일거같고, 아예 상체, 위쪽에 해야한다면 가슴? 잠깐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렸다. 그런데 이거... 멋대로 새겨도 되는 걸까?
"근데 이거, 그냥 그려도 되는 거에요? 허가받은 거라면 딱히 상관없지만...“
뭐, 후카미즈 씨는 어른이니까! 미리 허가받고 온 거겠지? 그러니 난 딱히 고민할 필요 없을 거야. 그렇게 결론짓고 다시 어디에 킬마크를 새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음음. 음...
"...역시 가슴 쪽이 좋겠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상대하게 될지 모르니까, 면적이 그나마 넓은 쪽으로."
탕! 드디어 사다리의 위치가 고정되었다! 사다리 위에 올라서 붓을 잡으니 곧 쪼그릴 무릎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린다. 나는 가뿐하게 무시했다.
본디 킬마크라는 것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보통 아이콘이나 심볼, 아니면 빗금 1세트(5개) 처럼 단순한 것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킬마크가 어디 보통 킬마크인가? 무려 에바에게 수놓아질 사도의 킬마크이다. 그런 격을 맞추기 위해서 필연적인 퀄리티 상승이 수반될수밖에 없었다. 에바도 사도도 머릿수가 적어 부릴 수 있는 사치였다. 맨 처음은 사키엘부터 시작하자.
"에바를 타는 건 좀 어때요.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조금이라도 적응이 되나요?"
슥슥 붓질을 하면서 나는 질문한다. 사키엘의 끔벅거리는 새가면 얼굴이 붓 끝에서 만들어진다.
오, 역시 허가받은거구나. 역시 어른은 달라. 사다리에 올라 에바에 붓칠을 시작하는 후카미즈 씨를 살짝 존경(?)의 눈빛으로 보았다. 뭔가 대단해보여. ...하지만 곧 목이 아파져서 그냥 고개를 내리고 대충 아무데나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어디에 시선을 두던 에반게리온의 일부가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딱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지만.
"―처음보다는요? 익숙해졌다고 할까... ...이것저것 알게 됐다고 할까...“
에바를 타는 게 어떻냐라. 여전히 LCL은 비린내가 나고, 에바가 파손되면 끔찍한 고통이 찾아온다. 사도는 매번 다른 모습이고 다른 방법으로 상대해야 하고. 그나마 적응하고 있던 건 LCL에 잠기는 일이었지만, 그것도 지하의 그것을 알아버린 다음에는 그동안 조금이라도 적응했던 것이 단번에 퇴행하듯 사라져버려서 매번 엔트리플러그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을 참다가 어쩔 수 없이 삼키게 되는 것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저번에 후카미즈 씨가 그런 말을 했었다. 사도도 에바도 같은 외계인이라고.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때는 에바가 로봇이라고 믿었기에 말도 안 된다고 혼자 생각하고 넘겨버렸지만, 의외로 그쪽이 정답이었다. 로봇이 아닌게 맞았으니까. ...첩보부라서 알고 있던건지, 아니면 후카미즈 씨의 감이 날카로운건지... 어느 쪽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했었기도 하고, 망할 아버지도 일반인한테나 비밀이지 직원한테는 비밀이라고 안 했으니까 딱히 상관없겠지 뭐. 한 손을 들어서 머리카락 끝을 빙글빙글 꼬았다. 아아, 또 떠올려버렸다. 아래쪽에 있는 바다. ...오늘은 또 기억이 안 나는 꿈을 꿀지도.
일부러 특수액체라고 한 걸 보면 LCL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그런 훈련을 받아봤다고?! 후카미즈 씨...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겁니까... 혹시 예전에 파일럿이었다던가? ...아니, 예전에도 에바가...있었나? 제대로 기동한건 내가 여기 오고나서였던게 아닌가? 잘 모르겠네. 아무튼 비슷한 경험을 했다니 뭔가 공감대가 생기는 느낌이다. 어, 물론 좀 더... 그런 고통을 공유하는게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이거나 좀 평범한 걸로 공감대가 생긴다면 더 좋겠지만.
"아하하... ...물...이면 차라리 낫겠는데요...“
그야 맛은 물이지만, 향이 전혀 물이 아니니까. ...정체도 전혀 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떠올린 기억이 한층 선명하게 물든다. 아무 맛도 안 나는 주제에 향이 비린 그 액체는 지하에서 십자가에 묶여 고행을 당하고 있는 또 다른 사도의 핏물이라는 사실이 또 다시 새겨진다. ...알고나서는 한층 더 고역인 것이다. 폐로 물이 들어가는 거부감드는 감각에, 심리적인 거부감이 하나 더 얹혀진 셈이다. 머리카락을 꼬던 손의 동작이 한층 더 복잡해져갔다.
"......그건 충격적이네요. 아니... ...원래 그런 게 있었다니. 대체 그게...“
뭐야 그건 또. 그건 또 모에요. 원래 지구에 있던 생물체라는 말인가? 그게 말이나 되나??? 아니 그럼, 대체... 아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어디서도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어디서도 배운 적도 없고... ...이렇게 부정하는 한 편, 지하에 감춰진 그것을 생각하면 아마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감추고 있는 것이 또 있다고 하더라도 딱히 이상할 게 없다는 묘하게 냉정한 생각이 들고 있었다. ...망할 아버지를 만나면, 아니면 이오리 씨를 만나면 물어볼 게 하나 늘었네.
"그럼 저도 양파껍질 한 겹 벗겨볼까요. ...후카미즈 씨, 네르프 지하에... 뭐가 있는 지 아세요?"
개인연성 항목 대충 완성... :3 너무 많아져서 일단 문단접기 해놨는데 어떻게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위키는 넘 어려운것... 빠진 낙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저도 너무 졸려서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다들 좋은 새벽되시구 주말 잘 보내시구... 오후나 저녁쯤 다시 뵈어요 :3
한 해도 끝나가고 한 해의 마지막 주말이 다가오고 있는 겨울입니다. 드디어 가장 중요한 기간도 끝나고 어느덧 진짜 연말같은 시기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거의 일주일 남긴 시기인데 마스크를 쓰고 맞게 되는 크리스마스는 올해로 두 번째인 것 같네요. 예전에는 이런 연말을 맞게 될줄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두 번째이다보니 그나마 이전보단 익숙한 연말인것 같습니다. 비록 밖은 안좋은 이야기로 뒤숭숭하고 다시 거리두기가 시작되려 하는 요즘입니다만 모쪼록 다들 편안한 하루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뭔가 멋있다. 해군이셨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그냥 배가 아니라 잠수함이라니. 뭔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잠수함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한다기보단 그냥... 상상도 못한 함종(?)에 감탄했을뿐이다. 뭔가 엄청나구나. 첩보부... 사람을 상대하듯 하라고 했던건 군인이어서 해줄 수 있던 충고같은거였을까? 다시 생각해보던 그때 유전자 이야기가 나왔다. 음. 바나나랑 인간...
"...그럼 사도랑... 인간의 조상이 같은 생물이라던가... 아니 그치만... 그치만 그럼 왜..."
바나나와 인간의 유전자가 50% 같은 이유, 침팬지와 쥐조차 90%가 같은 유전자인 이유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하나의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번식하고 진화하며 다양성을 가지게 되어 이제는 도저히 하나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습도 습성도 달라졌지만, 결국 본래는 하나였다는 증거. ...하지만 바나나랑 인간까진 알고있었지만 인간과 사도가 공통조상이라니, 새로이 들은 것이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어지러이 섞이며 혼란을 불러온다.
"...네. 제 카드는 검은색이니까요. 가봤어요. 어쩌다보니... 아버지랑."
"후카미즈 씨. ...네르프 지하에 사도가 있다고 하면 믿으실래요?"
스프레이 소리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다가 슬쩍 말해본다. 사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관 지하에, 사실은 사도가 있었다는걸... 나는 예상하지 못해서 많이 놀랐었지. 이 사람은 어떨까.
>>689 첩보2과는 1과보다 좀더 자질구레한 네르프의 어두운 일들을 맡고 있는 부서입니다. 파일럿 캐릭터 보호나 정보 은폐 및 조작 등등......타 조직 견제 차 본부 밖에서 공작을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내부 감사나 중요한 일 처리의 경우 첩보 1과에서 맡고 있습니다.
손이 정말 얼음처럼 멈추어버렸다. 지금 지하에 뭐가 있다고? 붙잡아서 뼈와 살을 분리해도 시원찮을 사도가 기지 밖도 아니고 기지 지하에 있다니. 만화나 영화를 보면 꼭 시험관 안에 있던 뭔가가 탈출해서 말썽이었다.
"사도를 붙잡아둔거죠...? 그런 게 여기에 있다니 무슨?"
나는 사도가 있다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분명히 사도를 포획한 시설이 있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사도의 AT필드를 복제할 수준의 연구 진척도면 분명히 그 과정에서 사도의 배를 가르게 될 일이 필요했을테니. 그건 순순히 납득할 수 있다.
내가 놀란 포인트는 사도를 잡아놨다는 것이 아니었다. 요점은 사도를 '여기에' 잡아놓은 것이다. 배를 가른 사도를 전투가 일어나는 여기에 두면 곤란하지! 그게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다가 여기까지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파국이 아닐 수 없다! 서드 임팩트가 일어날지도 몰라!
"아 그건... 조취를 취할대로 다 취해놨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랬어요. 깨어날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봤을 때도 정말로 깨어날 것 같지도 않았고. 하지만... ...밖에서 오는 사도들은 지하에 있는 그 사도를 노리고 오는 거라고 그랬어요.“
이오리 씨가 그랬으니까, 아마 깨어날 걱정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당장은. 아니 그보다 사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놀라지 않으시네. 그리고 단번에 믿어줬어. 난 엄청 놀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역시 어른은 다른 걸까. 아니, 후카미즈 씨도 사도에 대해 뭔가 알고계셨으니 어쩌면 그리 놀라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이곳에 있다는 부분에선 좀 놀라신 것 같다. 그것도 그럴만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에반게리온이 있는 거래요. ...밖에서 오는 사도랑, 지하에 있는 사도가 접촉하지 못하게.“
그걸 막기 위해 나는 에반게리온에 타는 거고. ...그걸 막기 위해, 이 기체를 만들다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면 초호기는 엄마의 유품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나.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위쪽으로 시선을 올렸다. 킬마크는 어느새 세 번째로 상대했던 사도만이 남아있었다.
"밖의 놈들이 자기들끼리 접촉인지, 융합인지, 번식인지.. 안 하고 있으니까요. 나 참."
양파껍질 하나를 더 까도 나오는 건 역시 다른 껍질이었다. 말을 말자. 퍼즐 조각 몇 개는 그 자체로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모든 퍼즐 조각이 모일 때 서로 빈틈을 메우면서 완전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법. 내가 지금 할 일은 퍼즐 조각을 모아서 상자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건 앞으로도 계속 그려줄거에요. 제가 예전에 느낀 게 있는데.. 사람이 고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뭔가가 생각보다 거창하지는 않았었죠."
지금은 전부 끝나고 돌아보는 입장이라 평화를 위해 싸웠다고 말하지만, 그 때는 아니었다. 휴가를 받으면 그 식당에 꼭 가봐야지. 귀항하면 넓은 침대에서 자야지. 옆동네 잠수함이랑 내기해서 이겼으니까 초콜릿 한 상자를 뜯어와야지. 이것봐라, 킬마크가 이만큼 쌓였네...
산다는건 슬픈 일이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보람들. 일상을 지켜주는 잡동사니들이 있으면 사람은 슬픔을 견딜 수 있다.
"카시와자키 양은 앞으로 많이 힘들거에요. 다른 칠드런들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럴 때마다 되새겨보세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말이에요. 그게 얼마나 명예로운 일이었는지."
라미엘을 그린다. 앞선 두 사도보다 훨씬 공들여서. 외모는 가장 단순한데 말이지. 이상한 일이야. 치이이- 치이이익...
"이건 내가 카시와자키 양과 파일럿들에게 보내는 예우에요. 우리를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하는..."
그리고 군인에게 필요한 것 하나 더. 어린 군인에게는 명예와 인정, 찬사가 특히 절실하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받아봐서 안다. 작은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강력한지.
예전에 내가 받았던 것들을 지금은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셈이니 아깝지 않다. 뭐가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마지막으로 사키엘의 머리 위에 작게 끄적였다.
"번식...은 모르겠지만 접촉하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으니까. 후카미즈 씨 말대로 아래에 있는 사도는 특별한 사도일지도...“
인류를 멸망시키는게 사도들의 번식법이라면 좀 무서운데. 아니, 중요한건 사도들의 번식 방법이 아니라 아무튼 인류가 살아남는 것이다. 아무튼 후카미즈 씨의 말대로 아래쪽에, 지하에 못박힌 그것이 뭔가 특별한 사도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벌이나 개미의 여왕개체와 비슷한 느낌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야기는 잠시 뒷전으로 넘겼다. 킬마크를 앞으로도 계속 그려주겠다는 대답이 들렸으니까. 이제 막 다 그려진 수정 모양의 킬마크... 세 번째 사도를 보고, 그 뒤로, 아직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곳으로 서서히 시선이 움직인다. 사도는 앞으로 얼마나 찾아오게될까. 나는 앞으로 얼마나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게 될까. ...나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모두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예우...“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예우...? 아직 비어있는 공간에서 떨어진 시선이 후카미즈 씨를 향했다가, 다시 킬마크로 향한다. 처음으로 상대했던 사도, 사키엘의 머리 위에 적힌 글귀에 어쩐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아니, 진짜, 어째서 이 정도의 일로?? 스스로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뜬금없이 말이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도,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라는 말도, 우리의 출격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모두 이해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였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무리 부담스럽고 무섭고, 아픈 일이지만... 해야 하니까.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다. 대단한 일이고, 명예로운 일이라고.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인정받은 것이다. 정말로 인정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비어있는 곳을 전부 다 채울 수 있게. ...감사합니다, 후카미즈 씨.“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에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물만큼은 어찌저찌 잘 참아낸 것 같다. 살짝 고개를 털어내고, 다시 킬마크를 눈으로 훑는다.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절차니 관할이니...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어떻게 이오리 씨가 잘 설득(?)한 덕에 프로그램 제거 패스워드를 알게 되었다. 희망. 희망이라... ...아이러니했다. 한순간에 이곳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만들어버린 기체가 희망이라... 흔들리는 동공이 다시 붉은색으로 향하지 않게 온 힘을 다해 집중하다가 이오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오리 씨, 저 옷을 입었다는 건... 이오리 씨가 안에 들어가는 걸까? 요리미치도 같이?
“아, 네. 준비라고 해도... 저는 지금 이대로, 바로 출발하면 돼요. 아, 사오리 씨랑 이오리 씨의 기기 아직 못 돌려받았는데...”
...음?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앗, 맞아. 사오리 씨랑 이오리 씨의 기기들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는데. 괜찮은걸까? 말 끝을 흐리면서 대답했지만... 아무튼 그것만 제외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는 상태니까. 괜찮겠지...?
@ 앗 기기 슬쩍하는거 잊어버렸다... 암튼 바로 출발 가능하니 바로 이오리를 따라 갑니다
나루미는 조심조심하여 다시금 서류와 카드를 확인하려 시도하였습니다… 카드에는 [ NERV EURO ] 라는 문구와 함께 유럽 연합의 상징이 푸른색으로 박혀 있었는데, 이것이 네르프 유럽 지부의 로고인 듯 싶었습니다. 유럽 네르프 본부와 달리 붉은 색은 일절 사용되지 않은 카드였으며, 뒷면에는 [ Nina Flynn ] 이란 이름과 [ Technical Department ] 란 소속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술부 소속 연구원 니나 플린, 이것이 이곳에서 나루미가 가지는 위장용 신분입니다.
항공모함 안의 중앙지령실은 물 밑이 아닌 물 위, 그것도 갑판 밑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설계도를 기준으로 보면 왼쪽에 자리잡아있으며, 나루미가 찾아야 할 [ 부탁하신 것 ] 은 갑판 밑 3층, 설계도를 기준으로 하면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치가 위치이기 때문에 수중에서 접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잠수함을 지상으로 끌어올린 뒤 진입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설계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원통형의 [ 스틱스 통로 ] 에 의해 맨 윗층부터 맨 밑층까지 층 전체가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통으로 내려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당 통로 부근에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미츠루는 3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해당 통로 쪽을 이용해 5호기가 있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3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방향을 바꾸는 일 없이 곧장 앞으로 계속해서 직진하시다보면 거대한 통로가 있으니 이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수함은 이미 베타니아 베이스 내부에 진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바로 잠수함 바깥으로 나가는 대로,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될 것입니다.
나츠키와 타카기는 이오리 일행을 따라가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두말할 것 없다는 듯 바로 문 밖을 향해 움직이려 하였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런 숨막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일 것입니다. 감상에 빠질 시간이란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만 합니다.
“기기 부분에선 걱정하실 게 없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제가 돌려받을 테니까요. “
완전히 문 밖으로 나가기 전, 유즈키 이오리는 나츠키에게 다음과 같이 호언하려 하였습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바로 대답하는 것이 확신이 있어보이는 태도였습니다. 전략자위대에게서 어떻게 돌려받을 방법이라도 있는 모양인 것일까요?
- 끼이익…
문을 닫고 나오기 무섭게, 유즈키 사오리는 타카기를 향해 묵직해 보이는 장비를 건네보이려 하였습니다. 사람이 입는 형태로 보이는 장비였는데, 유즈키 이오리가 입고있는 장비와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자, 타카기, 받으렴! 내부 진입용 방호복이란다. 착용시 방사능 물질 등과 접촉하는 것을 막아줄거야. “
과연 원자로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제트 얼론답게, 내부 시스템 진입 역시 그냥 진입하긴 어려운 듯 하였습니다. 그냥 플러그 슈츠만 입고 들어가도 되었던 에반게리온과 달리 아예 이런 우주복 같은 보호복을 착용하고 가야 한다니, 참 이게 무슨 일일까요?
어... 음. 하긴, 내가 돌려달라고 하는 것보단 이오리 씨가 직접 돌려받는 편이 더 수월하고 빠른 방법이겠지. 어른이기도 하고, 뭔가 이오리 씨의 대답에서 유추해보건대 뭔가 확실한 방법이 있는게 아닐까?싶을 정도라. 아무튼 그럼 내가 신경을 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뭐야, 나 괜히 관제실 올라왔던건가... 어쩐지 조금 허탈한 기분으로 문을 빠져나오자, 사오리 씨가 요리미치에게 장비를 건네고 있었다. ...이오리 씨와 같은 옷이다.
"...이오리 씨도 같이 들어가는 건가요? 제트 얼론 내부로.“
우와 뭔가... 입고 걷기만 해도 내일 근육통 예약일 것 같은 느낌이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아니, 아니지. 난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가 신경써야할 것은 제트 얼론의 움직임을 막는 쪽이니까.
철저하게 되어있단 평을 내리며 타카기는 보호복을 챙기려 하였습니다… 보호복은 비행기에 다시 타고 나서 착용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가는 도중에 입을 시간이라곤 없을 테니 일단은 그냥 들고 가도 괜찮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타카기군 혼자 내부 시스템에 진입하긴 어려우실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가 같이 동행하게 될 것입니다. “
내부로 들어가는 거냐는 나츠키의 물음에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곤, 타카기의 질문에 응답하려 하였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작전을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직진하고있는 제트 얼론을 초호기가 한손으로 붙잡고 있는 사이, 다른 손으로 저희들을 든 채로 입구에 놓아줍니다. 제트 얼론의 등쪽에는 사람이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달린 백팩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 백팩에 달린 입구를 통해 내부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
맨몸으로 들어가긴 당연히 어렵습니다. 미친 듯이 속도를 내며 움직이는 제트 얼론을 인간의 걸음으로 따라잡는 것 역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서 초호기의 역할은 내부시스템에 진입할 이의 역할만큼이나 더할나위없이 중요하였습니다. 제트 얼론을 붙잡으면서 타카기가 진입하도록 도와야 하였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패스워드는 아마 로마자로 입력해야 할 텐데,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쳐야 하니 너무 걱정하실 건 없을 겁니다. 암호가 바뀌어 있지 않는 한 암호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
비상계단을 향해 내려가며 유즈키 이오리는 타카기의 물음에 응답하였습니다… 과연 패스워드가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해킹 공격을 두번 이상 받았기 때문에, JA-01의 패스워드 자체에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되겠습니다.
제트 얼론을 한손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등쪽의 입구 쪽으로 이오리 씨와 요리미치를 놓는다. ...초호기로, 사람을 옮기는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그래, 한번도. 기껏해야 무기를 쥐거나 사도를 쥐어패거나... 아, 아니지. 대체로 무기를 쥐었던 손이지. ...괜찮을까. 힘의 가감이라던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미리 사서 걱정하는 것은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하지만 걱정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게 아닐까? 하지만 걱정거리는 이걸로 끝이 아닌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암호가 바뀌어 있다면요? 최악의 경우엔 해킹한 쪽에서 바꿔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 최악의 경우까지 상상해버리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 모든 일에서 항상 그런 결과를 전제로 상상해버리는 것도. 아무튼 바쁘게 걸어가며 얼핏 들리는 대화에 조금씩 끼는 걸로 조금이나마 불안을 해소하고 싶었다. 대화의 내용이 불안을 해소하기엔 적절하지 않았지만.
“응? 파일럿이 내리고 나서 물 위로 올라가야지. 항모는 다리로 건너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대위. “
여기서 내리냐는 나루미의 물음에 미즈노미야는 그렇지 않다는 듯 단칼에 고개를 저으려 하였습니다. 파일럿이 아닌 우리 직원들의 목적지는 바다 밑에 잠겨있는 이곳 베타니아 베이스 기지가 아니라, 저 바다 위에 떠 있는 항공모함입니다. 배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물 위로 올라가야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기서 파일럿을 내려주고 나서, 게이트를 나와 무서운 속도로 저 바다 위로 올라가야 하였을 것입니다.
“아마 여길 나와 올라가자마자 물 위로 가면 바로 보일걸? 올라가자마자 바로 한 300~400m 정도 옆으로 이동하면 될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도록. “
정말로, 너무 염려할 것이야 없다는 듯 오른손 엄지를 척 올려보이며 미즈노미야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진입한 것만으로 우린 거의 다 온 셈이니까, 안그래, сестра? “
….그 누님이란 호칭은 한쪽 눈을 감으며 할 필요가 없을텐데요, 그렇지요?
천천히 들어왔던 곳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미츠루는 잠수함 밖으로 빠져나오려 하였습니다… 못할 것이야 없습니다. 훈련받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미츠루는 이제까지 에반게리온 파일럿으로써 여타 파일럿들과 달리 수많은 훈련들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니 다른 파일럿들이 당황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손쉽게, 아주 능숙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정말로 미츠루는 상부를 온전히 신임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중요한 게 아닐겁니다. 그렇지요?
- 덜컹,
제일 윗쪽에 달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다시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온 미츠루는, 조심스레 잠수함 입구에서 저 아래 바닥에까지 내려간 뒤 그의 목적지인 3번 게이트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3번 게이트의 문은 에반게리온들이 있는 격납고로 진입할 때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문이어서, 적어도 이곳 게이트 내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전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이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부터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른 방향으로 꺾는 일 없이, 미츠루는 곧장 3번 게이트 내부로 진입하였습니다.
… …… ……..
짧은 시간동안 밝은 조명의 통로를 지나 게이트 밖으로 나온 미츠루는, 붉은 조명이 내리쬐고 있는 굉장히 어두운 복도 내부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과연 바다 밑에 있는 기지란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 치기에는 지나치게 어두운 느낌이었습니다. 좁지는 않고 꽤나 넓은 편인, 사람 여러명이 한번에 오갈 수 있는 복도였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썩 반겨지지는 않은 내부인 듯 하였습니다…. 왼쪽과 바로 앞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통로가 나 있었는데, 이 기지가 정확히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입증하듯 어느 쪽을 돌아보아도 바로 앞의 통로가 아닌 이상 통로는 어딘가로 휘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에 해킹 때문에 암호가 바뀌었다면 다른 암호로 시도해 봐야겠지요. 알아낸다기보단 추측해낸단 표현이 좀더 정확할 것입니다. 저희는 해킹범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암호로 바꾸었을지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저 유추해 낼 뿐이지요. 어떤 식으로 바꾸었을지 말입니다. “
한 걸음, 한걸음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가며 유즈키 이오리는 타카기와 나츠키의 물음에 계속해서 응답하려 하였습니다… 타카기가 생각했던 대로. 두 번의 해킹이 있었던 만큼 총책임자가 말한 [ 희망 ] 이란 패스워드가 그대로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단 가능성을 생각하고 가야만 할 것입니다.
“패스워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패스워드는 최대 세 번까지만 입력할 수 있으며, 세 번 이상 입력 오류시 해당 시스템에 더이상 패스워드 입력을 통해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이점 꼭 반드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여러분 일행이 완전히 1층에 도착하였을 무렵, 복도로 나가려 하기 전에… 본인 역시 확신이 없는지, 이오리는 한숨을 짙게 쉬더니 여러분이 내려오고 있는 쪽을 향해 돌아보려 하며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3회 이상 입력해보아도 패스워드가 풀리지 않는다면….. 내부 시스템에 있는 제어봉을 물리력을 써서 밖으로 밀어내 강제 셧다운을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방법으로 시도해야만 하며, 어느 제어봉이 전원이 꺼질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로 신중해야만 합니다. 제어봉을 잘못 건드릴 경우, 내부 리액터ー그러니까 원자로가 폭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반드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
이오리는 한숨을 다시 깊게 내쉬려 하며 타카기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덧붙였습니다…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요리미치 군. “
타카기의 손에, 도쿄도 전체가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느냐 아니냐가 달려있습니다.
말하는 내내 그녀의 시선은 어딘가 떨리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타카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려 손 역시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듯 싶어보였습니다. 제아무리 침착하려 하고 있는 그녀라 해도, 이번 일은 역시 보통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 않은 듯한 모양입니다. 톡톡, 하고 타카기의 오른쪽 어깨를 두들기려 하고는, 유즈키 이오리는 그녀의 자매와 함께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 하며, 여러분을 향해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려 하였습니다.
세 번 이상 입력하면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직접 제어봉을 밖으로 밀어내 셧다운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제어봉으로 전원이 꺼질지는 모르고, 잘못 건드리면 리액터가, 원자로가 폭발할 수 있다니. 암호가 희망이 아니라면, 해킹범들이 암호를 바꿔놨다면 그때부터는 승산이 별로 없는 거 아니야?? 만약에 전부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엔 그럼...
"――추측한다고 해도, 뭐 단서가 있어야 추측을... ...아, 관제실 화면에 뭐가 있긴 했는데. 뭔가 나무같은거...“
뭐 추측할 게 있어야 하지 않나? 제일 좋은 건 암호가 그대로인거지만 분명 바꿔놨을 것 같고. 그럼 뭐... 해킹범이 바꿔놨을 법한 것들을 유추하기 위한 단서라도 있어야 하는데. ...관제실에 막 들어갔을 때, 화면에 뭐가 떠있긴 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진 않아서, 그냥 뭔가 나무같이 생겼네 싶은 정도의 인상만 남아있고... 그려보거나 설명하라고 하면 도저히 할 자신은 없었다. 자신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더라도, 자신이 없어도, 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춰서는 안된다.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한다.
@ 아휴 그걸 어케 유추해요... 뭐 나무같은 그림이 있었던거 같긴한데 잘 몰?루겠고... 암튼 갑시다...
>>792 확인할 필요도 없이, 조종실만 확인해 보아도 나루미는 알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이상 두 번째 아이는 이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저 잠수함 밖으로 나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였지요. 하지만 미츠루가 받은 명령을 알지 못하는 나루미로썬 걱정이 앞섰을 것입니다. 과연 저 어린아이가 혼자 힘으로 에반게리온 5호기가 있는 곳까지 진입할 수 있는가?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그를 믿고 그냥 보내도 좋습니다. 카시마 미츠루는, 나루미가 본 것처럼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아니 그런가요?
“하하……이거 참 하나를 알고 둘은 모르는구만! “
나루미의 말에 미즈노미야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려 하며 다음과 같이 물으려 하였습니다.
“후카미즈 대위, 자네는 저 [ 세컨드 칠드런 ] 이 정말로 미훈련 인원으로 보이는가? “
퍼스트 다음 세컨드, 타치바나 다음이 카시마입니다. 나츠키와 타카기가 소식을 듣고 오기 전까지 줄곧 본부에 있던 파일럿은 이 둘 뿐이었습니다. 정말로 미츠루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아니하였을까요?
“확실히, 자네 말이 맞아……항공모함에서 물건을 빼오는 것 자체에 에바는 필요하지 않지. 5호기는 적당히 시간을 끌어주는 역할을 맡을거야. 어디까지나 5호기는 저 기지에서 시간 벌이를 할 뿐, 에반게리온 5호기 탈취는 이번 작전에서 하지 않는다. “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미즈노미야는 저 창문 바깥으로 눈짓하곤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을지는, 도착해서 보도록 하자고. сестра. “
…불안한 느낌이, 어째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 합니다. 설마 저 기지에서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거라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베타니아 베이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나루미 앞에 있는 이 첩보부장, 미즈노미야 슈이치와 연관되 있을 거란 점이었습니다.
>>796 미츠루는 음산한 분위기의 복도를 가로질러 저 가운데 통로로 향하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둡고도 붉으며, 붉고도 어두운……. 오직 붉은 조명만이 켜져 있는 복도를 걸어 저 앞으로 향하였습니다. 아아, 이곳이 좀더 주홍빛이었다면 익숙하다 여겼을텐데요!
통로를 걸어가고 걸어가며 미츠루는 저 앞으로 향하였습니다. 종종 다른 통로가 보이거나 하였습니다만, 방향을 돌리는 일 없이 미츠루는 바로 저 앞의 길로, 가운뎃 길로 향하였습니다. 이렇게 어찌저찌 나름 빠른 걸음으로 가고는 있었습니다만, 이 넓은 베타니아 베이스에선 속력을 높여 걷지 않으면 제 시간에 맞춰 가지 못합니다. 어렵다 할지라도, 조금 속력을 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 위로 올라가게 된다면, 더더욱 속력을 내야 할 것입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요, 3분이나 5분은 지났을까요? 걸어가고 걸어간 끝에, 미츠루는 저 앞에 무언가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온통 유리창이 있어 거의 뜷려있다시피 한 복도와, 그 앞에 놓인 한 엘리베이터. 유추할 것도 없을 겁니다. 저 앞에 있는 것이 통로입니다!
핵미사일 스위치가 눈 앞에 있어도 손을 제압당하면 스위치를 누를 수 없다. 에바가 있어도 그곳까지 가려면 재래식 교리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소년병...! 이런 망할 소년병.... 소년병은 국제법 씹어먹고 효율로만 따져도 엉망진창인것을. 소년병 키운다고 효과가 있으면 초강대국은 아프리카에서 나왔을 겁니다.
"소총 두 개 놓으면 딱 세컨드 키 정도가 될텐데. 이런 맙소사... 세컨드를 경호할 사람도 부르셨어야 했습니다."
안경을 살짝 들어올려 콧잔등을 두 손가락으로 집었다. 미쳤나봐 진짜로. 지금 부장놈을 권총 손잡이로 까서 기절시키고 파일럿을 데려온 후에 다시 본부까지 퇴각해도 군 법정에서 참작받을 수 있는거지? 이런 작전이 세상에 어디있어!
".....파일럿이랑 통신은 됩니까?"
니미럴, 나도 모르겠다 이제... 파일럿 죽어도 내 책임 아니다.... 난 분명히 말했어...
이곳이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그럴지도 몰랐다. 그러나 겁난다는 생각 따위 해선 안 된다. 이건 그저 임무고 상정된 상황이라고, 자신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계속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대로 보이질 않네...'
얼마쯤 왔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들어온 문은 이미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꽤 걸어온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다. 얼른 발을 움직였다. 걸어 나갈수록 어둠은 뒤에서부터 쫓아온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않아? 희미한 붉은 조명이 누군가의 목소리로 묻는 듯했다.
가만히 있으면... 속으로 삼킨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주홍빛이 그립다고 말하면, 그것이야말로 모순적이었다. 왜? 그 피 냄새를 왜 그리워 해?
어둠을 피해 달리면 그 끝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 사실은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수많은 버튼을 살폈다.
확실히, 타카기 혼자서는 절대로 해낼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아무리 성장했다 하더라도 타카기는 중학생. 여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였습니다. 뛰어난 과학적 지식을 지니고 있지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도 아니한, 평범한 아이. 그건 제3신도쿄시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나츠키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타카기와 달리 총사령관의 자녀란 굳건한 배경이 있을 뿐,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 않은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걱정할 것이야 없을 겁니다. 여러분은 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니까요.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둘이라면, 셋이 모인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가지도록 합시다. 이미 세 차례나 사도를 막아낸 여러분인 만큼, 저 앞으로 향하고 있는 저 무기물덩어리를 막는 건 식은죽먹기일 겁니다. 그렇지요?
의지 좀 하겠다는 타카기의 말에, 이오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내부 시스템에선 길잃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
……믿어도 될까 싶지만, 믿어도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나츠키와 타카기가 나누고 있는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던 사오리는, 둘의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에 조용히 머리를 넘기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지금 너희들이 말하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해양 생태계 보존 연구 기관의 정화 시설이 그런 모양으로 생겨있던 걸로 기억한단다. 그런데 관제실 화면에 대체 그게 왜 떠있던 건지 잘 모르겠구나. 대체 관제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이건 좀 당황스러운 소리인 것 같습니다. 일본 해양 생태계 보존 연구 기관이, 지금 왜 여기서 언급되고 있습니까?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 세번의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저희에겐 분명 승산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
걱정할 것이야 없다는 듯, 제일 앞에서 앞장서 걸으며 이오리가 나츠키를 향해 말하려 하였습니다. 세 번. 딱 세 번입니다. 남은 시간이 다급하지 않는 한 머리를 싸맬 시간은 충분할 겁니다. 상의할 시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단지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세번일 뿐이니까요. 그렇지요?
.. ….. ……….
계단을 나와 복도로, 복도를 가로질러 입구로…… 휴게실을 지나고 행사장을 지나, 여러분은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은, 저 헬기들 앞에서 유유히 내려앉고 있는 한 거대한 전투기였습니다. 추측컨대 저 전투기가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이송해 왔을 것입니다. 다만 전투기가 전투기였기 때문에, 만일 저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면 여러분은 조금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F-35를 고작 병기를 이송하는데 쓰다니, 특무기관은 제정신인 걸까요?
“빨리 왔네~ 이거 너무 빨리 온 거 아니야? 말하자면 특급 배송? “ “신속히 오도록 미리 지시해 두었습니다. 더 큰 사고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하니까요. “
당황스러울 것도 아니라는 듯, 유즈키 이오리는 완전히 착륙해가는 전투기 앞으로 걸어가며 여러분께 말하려 하였습니다.
“자, 서두릅시다. 정말로 서둘러서 움직여야 합니다.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아츠기로 갑니다. 지금 바로 간다면 기체를 따라잡을 수 있을겁니다. “
"...해양...? 그게, 제가 들어갔을 땐 이미 그 나무같은 그림이 떠있었고, 저희 방에 들어왔었던 아저씨가 더 높아보이는 사람들한테 네르프는 관계 없다는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더 조사해보라고 했고... 그리고 나서 30초 후인가 제어권 뺏기고 제트 얼론이 움직이고, 그리고... ....그, 아... ......네. 그랬네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라는 물음에 차례대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물론 상황도 상황이고 지금 이동중인지라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그간 있었던 일은 자연스럽게 조금 전에 있었던 참상까지 이어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다시 떠오른 기억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흐지부지하게 끝맺어버렸다.
"...일단 평범한 상황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비행기라는 건 알겠네요...“
어,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나오니까 헬기가 아닌 거대한 전투기가 내려앉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기종이라던가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일단 평범하게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비행기가 아니라는 점은 나도 알 수 있었다. 서두르자는 이오리 씨의 말에, 당황도 감탄도 접어두고 일단 움직였다. 바로 들어가서 초호기에 탑승하고, 기체를 따라잡아야 한다.
"아, 네!"
@ 탑승 전 소소한 플래시백...^^ 아무튼 이오링을 따라 서둘러서 움직입니다. 착륙하는 동시에 바로바로 올라탈게요
>>831 재래식 교전에서 소년병은 잘 훈련된 병사에 비해 전투에선 크게 쓸모가 없었습니다. 학도지원병 등 여태까지 소년병이 쓰인 전장을 살펴보면 아마 답이 나왔을 지도 모릅니다. 높으신 분들이 보는 시야에서 소년병들은 그저 총알받이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고, 이것은 재래식 병기로 교전을 벌이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소년병들은 총을 드는 게 아니라 에반게리온에 타고 적과 싸우며, 그들의 적은 사람이 아닌 사도입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병법이 통하지 않는 바로 그 사도가 파일럿들이 상대하는 적이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그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가능합니다. 기체에 올라타 AT필드를 펼쳐, 상대를 제압하고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적어도 대사도전에서는, 우리는 더이상 재래식 교전 같은걸 떠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이런……♬ 대위는 내가 저기서 교전이 있을 걸 예상하고 보낸 것 같나? “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미즈노미야는 나루미를 슬쩍 내려다보려 하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저 기지에선 재래식이니 뭐닐 생각할 필요가 없네. 총을 들고 있을 사람은 진작에 다 빠졌거든. 정말로 모두가 저 밖으로 이미 대피해 있는 상황이네. 항공모함으로든 일반 선박으로든 나갈 사람은 다 빠졌어. 근데 그게 누구에 의해 그렇게 되었는지 아나?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저 자신을 엄지로 척 가리키려 하였습니다.
“바로 나, 이 미즈노미야가! 미리 다 손을 써놨다 이말이야! “
이런 미친 작전이 세상에 어디 있냐면 여기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부장, 미즈노미야 슈이치가 짜고 실행에 옮기려 하는 작전입니다.
“파일럿 쪽으로 통신이라면 플러그 슈츠에 장비된 것을 통해 될 것이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여기 잠수함에 있지만 않을 거거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고……이런, 슬슬 물이 차는군. “
저 위로 서서히 물이 차고 있는 것을 보며 미즈노미야는 지긋이 미소짓고는 나루미를 향해 슬쩍 물으려 하였습니다.
>>832 궁금하다면 떠올려 보는 것이 좋겠지요. 뭐가 됐던 그리워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둡고도 따뜻했던, 무섭긴 커녕 오히려 편안했던 그곳을 말입니다. 기억하시겠지요?
미츠루는 재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눈앞에 보이는 저 엘리베이터로 향하였습니다.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문이 열렸고, 미츠루는 바로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누르자마자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꼭, 모든게 무언가에 의해 세팅되어 있는 것마냥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앞서 서류에서 살펴보았겠지만, 5호기는 가장 윗층, 꼭대기로 올라가기 거의 직전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에 5호기가 있는 층으로 가고자 한다면, 미츠루는 B가 사라지기 전의 숫자를 눌러야 할것입니다.
나츠키의 이야기를 다 듣는 내내 사오리의 표정은 점점 어둡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렇냐는 듯 그저 밝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만, 계속되는 내용을 듣자 심각해지더니, 이야기가 다 끝날 무렵엔 그녀는 조용히 나츠키에게 물어와 이런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나츠키, 아무래도 우리가………아주 제대로 일이 꼬여버린 모양인 것 같구나. “
이마를 부여잡으며 사오리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 말을 계속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예상하는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확실한 건 적어도 그 문양을 띄운 사람들은, 제트 얼론을 멀쩡히 냅둘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구나. 멀쩡히 냅두려 했으면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이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버렸어. 정말로! “
누가 봐도 수상쩍던 나무의 문양, 그리고 그 문양과 관련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단체. 퍼즐이 서서히 맞춰지고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가 않았습니다. 정말로 이 사건은 그 기관에 연관된 일인 걸까요?
“보통은 띄울 일이 없는 비행기이니까요. 어지간해선 에바는 제3신도쿄시 내에서만 운용하니 저 기체로 가져올 일이 없습니다. “
놀라지도 않는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오리는 앞장서서 저 앞으로 열리는 전투기에 탑승하려 하였습니다… 그 뒤를 사오리가 이어 앞장서려 하였고, 나츠키와 타카기가 그 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재빠른 걸음으로 움직여야만 하였습니다. 에반게리온에 자주 타보지 않은 나츠키인만큼, 혼자 기체에 타는 것은 아직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훈련된 파일럿이라면 도움 없이도 그냥 탈 수 있겠지만, 슬프게도 나츠키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파일럿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자신이 할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내부에 완전히 들어서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분은 거대한 보랏빛 기체가 전투기 안 격납고에 누워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랏빛에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기체. 에반게리온 초호기입니다.
아무튼간에 주말의 꽃 일요일 점심 다들 즐거이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오늘도 진행 시간을 공지해 놓고자 합니다.
오늘 진행 역시 밤 10시 30분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외파트는 드디어 베타니아 베이스에 진입하였고 국내파트는 거의 출격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속력을 내어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느릿느릿 진행이 되었는데 이번 진행부터는 각잡고 초스피드로 진행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바 탑승 #가보자고 🔥
저 뒤에, '아이'가 혼자. 그리고, 저 곳이 가장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곳. 역시나, 질문해야 할 것 같다. 어른들이 도와주지만, 아이들이 결국 상대한다니...
"아이들이란, 무슨 아이들을 의미하는 건가요...? 중학생들이라니... 저 같은 사람은 못 타는 건가요...?"
가혹한 일... 당연히 가혹한 일이지. 중학생들 밖에 되지 않았다. 겨우 14세에서 16세인 아이들이란 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전쟁을 알리고, 사도들을 상대한다니...이건 주객전도가 아닌가.
"애초에, 아이들에게 가혹한 걸 아는데도...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건가요...???"
중학생들. 내가 중학생일 적에는 무얼 하였는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자들이, 중학생에게. 정말로... 뇌회전이 안 돌아간다. 아니, 돌아가기를 거부하는것일까. 이게, 어른이고, 인류라니. 이것이 최후의 보루라니. 도대체... 무슨.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이미 시연회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시점에서 모든 게 꼬여버린 게 아닐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시선으로 대신했다. 일단 확실한건 해킹범들이 진짜로 그 해양 뭐시기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멀쩡히 냅둘 생각이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근데 그게 어디가 어떻게 골치가 아픈건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리고 해양 뭐시기가 뭐하는 녀석들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걸 물어보기에는 지금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나중에 언젠가 꼭 물어봐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넘기는 수밖에 없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사도는 전부 제3신도쿄시로만 올테니까."
이오리 씨, 그리고 사오리 씨를 따라 전투기에 탑승했다. 평소보다도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서 걸어간다. 내부에 완전히 들어서자 익숙한 기체가, 초호기가 누워있었다. 비행기가... 진짜 생각보다 크구나. 보랏빛 보스턴백을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갈아입고 올게요.“
어디서 갈아입지... 이곳으로 돌아오라고 한 걸 보면 다른 곳에서 갈아입고 오라는 말이겠지.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며 옷을 갈아입을만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둘러야 하니까, 최대한 가깝고 이동하기 편한 곳이면 좋겠는데.
카에데의 물음에 후지와라 박사는 조용히 끄덕여 보일 뿐 대답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대답이 필요 없을만큼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인 듯 싶었습니다.
“사야카도 그런 얘기를 했었단다. 아이들에겐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니냐고. “ 네 어머니는 너무 옳은 말을 하고 다녔단다. 씁쓸하게 웃으며 후지와라 박사는 저 너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단다. 우리 어른들은 [ 적격자 ] 가 아니기 때문에, 그 아이들처럼 타서 싸울수가 없거든. “
에반게리온 파일럿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지, 박사는 적격자 운운해보이며 다시 한번 쐐기를 박으려 하였습니다… 적격자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되는 것이고, 또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 걸까요. 이제 막 들어온 카에데로썬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이야기 투성이였습니다. …어머니가 계셨더라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 초호기 이송 준비 완료했습니다! “수고 많았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네. 이륙 준비시켜. “
저 앞에서 들려오는 기술부 직원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후지와라 박사는 다시금 카에데를 내려보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사도가 대체 무슨 이유로 제3신도쿄시로 오는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의문투성이입니다만, 저 본부 아래를 보고 온 나츠키에게는 더이상 의문투성이가 아닐것입니다.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의문이 아니라 그저 사실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해 볼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사도는, 제3신도쿄시로만 올수밖에 없는 걸까요?
나츠키는 플러그 슈츠로 갈아입기 위해 가방을 들고 이동하려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오른쪽 한켠에 본부에서 있었을 때와 비슷한 하얀 탈의실이 있어, 금방 갈아입고 돌아가려 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플러그 슈츠는 재질도 재질이기 때문에 빠르게 갈아입고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호복은 아니었지요. 평소 입는 가벼운 재질의 플러그 슈츠가 아닌, 무거운 소재로 만들어진 보호복을 착용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 왼쪽 한켠의 하얀 탈의실로 이동해 보호복으로 갈아입으러 간 타카기는, 분명 갈아입는 과정이 좀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입는 방식 자체는 일반 슈트와 똑같았기에 어찌저찌 갈아입으려 하고 돌아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통 방호복이 다 이런식으로 꽉 끼고 무거운 느낌인가 싶습니다만, 어떻게 움직이는 데 지장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튼 위험 물질에 노출되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지요?
여러분들이 갈아입으러 이동하시는 사이, 잠시 딛고 계시는 바닥이 흔들렸긴 하였습니다만, 큰 문제는 없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단순히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이니 걱정하실 건 없을 겁니다. 가는 도중에 사고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요?
이동하는 사이에 바닥이 흔들렸다. 아까 땅이 울렸을 때와 비슷한 감각에 잠시 발이 얼어붙었지만... 억지로 내딛었다. 비행기니까, 아마 이륙한 거겠지. 서두른다고 했으니까. 그래. 나도 서두르지 않으면...
오른쪽에 다행히 본부에 있는 거랑 비슷한 탈의실이 있었다. 여기도 하얀색이네. 익숙한 색이라 안심이 되긴 하는데... 아무튼 갈아입는 것 자체는 빠르게 끝났다. 익숙한 옷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지체할 시간조차 아까워 옷을 정리해두자마자 빠르게 다시 이오리 씨와 사오리 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준비 끝났어요. ...그런데 탑승은 어떻게...“
본부에서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여긴 본부가 아니라 비행기 안이고, 인원도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대기중인 직원들이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알아서 타야하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할 수 있을까.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조금 초조해지는 느낌이다.
>>958 정말로 기지에 위험할 게 아무것도 없을까요? 글쎄요, 무슨 일이 있을지는 과연 모르겠습니다만……걱정할 건 없을 겁니다. 적어도 가는 길에 있어서 그 두번째 아이에게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요?
잠수함을 이동할 준비를 마치기 무섭게 게이트 전체에 물이 차더니, 곧 문이 열리려 하기 시작히였습니다. 왔던 길로 다시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젠 단순 올라가기만 하면 될 것이니 너무 염려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글쎄……언어 부분에서는 문제는 없을것 같아보이니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은데? “
특별히 뭐가 떠 있지 않은 레이더 화면을 슬쩍 바라보며 미즈노미야는 나루미의 물음에 이렇게 응답하려 하였습니다.
“지나치게 티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대놓고 뭘 찾고 있다는 티만 나지 않으면 될거야. “
요컨대 얼굴에 대놓고 ‘나 뭐 가지러 왔수’ 같은 게 떠있지만 않으면 된단 소리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지 내에서 언어 문제는 전혀 없을거란 점을 생각해 보자면 나루미는 그나마 다행인 편일 겁니다….
이 길로 나가 곧장 올라가려 시도한다면, 나루미는 정확히 2턴 후 항공모함에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960 Bethany Base 정말로 선택지가 적어지고 있을까요? 다행히도 엘리베이터 내부에 글자들은 숫자들을 제외하곤 영어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미츠루가 알아보지 못할 글자는 없었습니다. 이 점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습니다. 잠수함을 나오고 미츠루가 본 글자들은 지금까지는 영어 뿐이었으니까요. [ B-02 ] 란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미츠루가 탄 엘리베이터는 저타 위로 치솟기 시작하였습니다.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위태롭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엘리베이터 뒤편 밑에서 무언가 심상쩍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긴 하였습니다만, 별 소리는 아닐 것이니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좋을 겁니다. 너무 밑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긴가민가한 소리입니다. 지금 이 층까지 이 소리가 올라오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것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바로 눈앞에 카드키를 찍어야 하는 게이트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츠루가 타러 가고자 하는 기체가 바로 그 뒤에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1분 뒤 문이 열릴것입니다. 놓고 온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후진하여 다시 기지 밖으로 나온다. 잠수함은 부드럽게 함수를 치켜세우면서 항모를 향해 순항한다. 수면에 떠 있는 항공모함과 그 아래에서 부상하는 잠수함이 그려진다. 하하하하하... 항모의 스크류 소리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다. 잠수함 앞에서 경계를 풀고 있는 항모라니. 다 차려진 밥상같잖아. 내 소속이 아직 해군이었으면 그대로 용궁행 급행티켓을 끊어줬을텐데.
불법조직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카에데가 들어온 조직은 정상적인 단체가 맞으니까요. 특무기관 네르프는 국제연합 산하의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물론 특무기관 하나만 달랑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위로 또 상위조직이 있습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선 이제 막 들어온 카에데가 자세히 알고있을 리가 없으니 넘어가도 좋을 겁니다. 그러니 자질구레한 건 너무 염려하지 말고, 이 눈앞의 박사님을 따라가 보도록 합시다.
… ….. …….
후지와라 박사를 따라가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 초록빛 철벽을 본 지가 언제라고 카에데는 이젠 회색빛 내부에 들어서 있게 되었습니다. 좌석이 생각보다 편안하지 못해 가는 길이 좀 많이 불편하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외에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없었을 테니 아무렴 어떨까요? 비행기를 타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버틸만 할테니 걱정할 것은 없을 겁니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시겠습니까? 당장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좋습니다. 아직은 작전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카에데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맞은편에 후지와라 박사가 노트북을 피고 앉아있으니, 궁금한 게 있다면 그녀에게 물어보려 해도 좋습니다.
확실히 비행기 내부에는 인원이 거의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급하게 나온 만큼 비행기 안에는 굉장히 소수의 인원만이 있었으며, 이들이 나츠키의 탑승을 도와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과연 이들중에 에반게리온 탑승에 손을 써본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탑승 과정을 밟긴 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타야할지는……초호기를 살펴보려 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탑승 말이니?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단다. 저기 보렴. "
초호기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려 하였다면, 나츠키는 엔트리 플러그가 목 뒤로 빠져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이 이미 열려있는 상태인 것이, 이미 파일럿이 탑승할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인 것 같아보였습니다. 엔트리 플러그에 들어가는 대로 나츠키는 바로 탑승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본부에서 바로 기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동 과정이 조금 변경될 수 있으니, 이점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977 “글쎄, 기동 실험 참관 및 내부 감사 차원이라고 해둘까. 5호기의 개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본부와 유럽 지부에서 각각 파견되어 오게 되었다, 라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면 되지 않을지 싶네. "
대외적인 이유를 묻는 나루미의 말에 미즈노미야는 그저 입꼬릴 올려 그럴듯한 이유를 둘러대보일 뿐이었습니다. 다 바쁜 상황에서 과연 어느 직원이 물어볼지 싶습니다만 만일을 대비해 기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언제나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말하는 와중에도 잠수함은 서서히 위로 올라가, 물 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금은 더이상 다른 배를 격침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늘의 일은 항공모함을 무너트리기 위함이 아닌, 항공모함 내부로 진입하기 위함이기에, 마음을 편히 가져도 괜찮을 겁니다.
“아마 나는 바로 중앙지령실 쪽으로 갈 거라, 내부로 진입하고 나면 따로 움직여야 할거다. 물건을 찾고 나면 중앙지령실로 오도록. 비슷한 층에 있으니 오래 걸리진 않을거다. "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미즈노미야가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지금.....신입 직원 혼자 움직이게 해 놓고 저 혼자 딴길로 새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거기서 별도로 일을 벌일 생각이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