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우선 갱신할게 11일에는 풀릴 줄 알았는데 14까지 빡빡할거 같다.... 방금 들어와서 씻고 쉴 준비하고 올텐데 바로 잠들지도 몰라 현민주가 먼저 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ㅜ.ㅠ 백신 후유증은 괜찮아? 앓아누웠다니...... 3차 맞은걸까 3차가 많이 아프다던데 현민주 일정도 견뎌야했을테고 아무쪼록 잘 지냈음 해
응? (지난 레스들 올려다봄) (과거회상만으로 비석 세움) 어필을 못해도 저렇게 귀여운데 어필 제대로 하면 진짜 비석세우겠구나 시간은 혐생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나는 계속 기다릴 수 있어 오늘처럼 잠깐 와서 이렇게 이야기 나누어주면, 그것만으로 나 충분히 행복해
홍매화를 눈에 가득 담았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예쁘게 피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랑은 막연하게 바라볼 뿐이다. 언젠가 나도 너처럼 너의 목소리 울림 한 번, 손길이 머금은 따스한 온도, 웃어주는 눈꼬리 같이 작고 소중한 것들로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피어야한다면 네 옆에서 피겠다고 랑은 정했다. 네가 아니라면 랑은 굳이 피고 싶지 않았다. 네가 아니라면 랑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에 네가 성공한다면 너로서 랑은 완연히 필 것이고, 만약에 네가 실패한다면, 네가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번에 본 것 같아."
랑이 귀를 뚫은 피어싱 샵은 외진 곳에 있었다. 사람과의 만남을, 접촉을 피하려고 하는 랑에게는 당연한 선택지였다. 사람이 많은 시내는 달갑지 않고, 찾아가기 쉬운 피어싱샵도 달갑지 않았다. 귀를 온전히 타인에게 맡겨야 하는 장소, 다들 자연스레 누군가의 귀로 시선을 옮기고야 마는 장소. 랑에게 귀는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는 것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는 주제이니 그렇다. 랑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귀를 뚫던 날 랑이 얼마나 폐를 끼쳤는지 생각하면 (그 날 소리없는 비명과 눈물없는 울음이 함께했다.) 가게가 엇갈려,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넌 모를 일로 묻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아직은 겨울이다. 네 옆이 뭐가 그리 훈훈했는지, 이 꽃은커녕 씨앗 같지도 않은 차돌같은 녀석에게 뭐가 이렇게 환히 피었나 모르겠다.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민은 네 옆에 머무르기로 했다. 네가 피워준 이것을 네게도 계속 보여주고 싶었기에. 말 한 마디, 맞잡아주는 손길 하나, 이따금 웃고 이따금 빨개지는 이런 조그만 순간들로 그것들을 네게 계속 보여주고 너와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들어가보진 않았고?"
하며 현민은 랑과 함께 피어싱 샵 쪽으로 향한다. 네가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네가 갖고 있는 귀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모르고 있다. 네가 다른 샵에서 피어싱을 뚫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네가 왜 다른 곳의 외진 샵을 골랐는지는 모른다. 그러다 네가 꺼낸 해골 이야기에 현민은 멋적게 뒤통수를 긁었다.
"아니, 그건 인터넷 직구. ......공연 때 끼고 갔다가 사장 형님 포함해서 다른 형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바람에, 요즘은 안 끼고 있어."
하긴 그 해골, 센스가 좀 파격적이긴 하다. 그나저나 공연이라는 건 무슨 공연 이야기일까? 형님 포함해서 다른 형들이라는 건 의외로 친하게 어울려다니는 연상 그룹이 있다는 걸까? 현민은 손을 뻗어서 문을 열었다. 피어싱 샵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피어싱이나 이어피스들을 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테리어는 흡사 작고 클래식한 부티크처럼 꾸며놓은 고급스런 가게였다.
# 혹시 랑이가 샵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하는 것으로 샵 밖에서 풀어낼 장면이 더 있다고 한다면 이 아래는 무시해도 좋아
"태욱이 형, 저 왔어요." "오, 현민이 왔네?"
카운터에 앉아 뭔가를 정갈하게 손질하고 있던 멀쑥한 조끼와 셔츠 차림의 큰 코가 인상적인 안경을 쓴 남성이 이쪽을 돌아본다. 귀와 입술에 달려있는 피어싱들만 아니었어도 번듯한 기업의 샐러리맨이라 할 수 있는 말쑥한 인상이다.
"뒤에 그 아가씨는? 처음 보는 얼굴이네. 어서오세요." "랑이라고, 반 친구요." 이 대목에서 그 태욱이 형이라는 사람은 다 알겠다는 듯한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말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형님들 그룹 사이에서 막내 연애토픽 근황이 쫙 퍼져버리게 되는 건 나중의 일이다. "랑아, 태욱이 형이라고... 우리 형 친구분이셔." "그렇구나. 편하게 둘러보세요. 찾는 거나, 도와드릴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그는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는, 두 아이가 샵에서 마음껏 쇼핑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나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