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럽다. 추악하다. 내게 붙은 평가들이었다. 하룻밤의 여흥으로, 불어터진 몸으로 내 몸을 깔아뭉개던 그들이 내게 잔에 담은 물을 얼굴에 부우며 했던 이야기들은 아직도 날 살아있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내 얼굴과, 몸을 보고, 터진 입술에 흐르는 피를 삼킬 즈음에는 난 그들에게 방긋 웃는 얼굴로 인사해야만 했다. 그게 내 역할이었다. 이름 없는, 단지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는 인형. 죽는 것도 거부된, 그저 살아야만 하는 인형.
▶ 급속 회복 키트 ◀ * 3 의료 회사인 도미니카 社에서 제작한 급속 회복 키트. 특별한 의념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아군에게 집어던지면 순식간에 아군의 피부에 스며들어 대상의 신체를 빠르게 회복시킨다. ▶ 고급 - 소모 아이템 ▶ 이중 행동! - 전투 중 사용할 수 있다. 아이템의 사용에 한해 이중 행동을 선언할 수 있다. ▶ 아주 빠른 회복 속도 - D랭크의 치유 기술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다. ▶ 근데 공짜가 아님ㅋㅋ - 망념이 8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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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라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교관들은 현재 회의중입니다. 교관실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271 빈센트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깡, 깡, 깡, 누구보다 흥겹게 두드리는 철의 노래. 느리고, 그러면서도 빠르고 흥겨운, 철과 철이 맞물려 울리는 철의 노래에는 알 수 없이 사람을 고양시키는 감각이 있습니다. 불꽃 속으로 쇠를 집어넣고, 불타는 쇠를 두드려 형태를 빚어내는 모습은 왜 대장장이가 신을 닮아가는 존재라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길게 이어지던 노래가 끝나고, 허리가 크게 굽은 노인은 빈센트를 바라보며 의문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 몸을 보자니 무기 께나 쓰지는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눈을 보자니 증오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무슨 일로 이 낡은 가게에 오셨는가? "
노인은 제 몸만한 망치로 땅을 짚고, 빈센트를 빤히 바라봅니다. .. 노인에게서, 엄청난 의념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의념 각성자라곤 보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수많은 빈센트의 생각들이 헤쳐지고 나서. 단 하나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기술의 강함과 수준의 강함은 별개라는 거군요. 레벨이 중요하지만, 기술도 레벨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거네요. 의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든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서든 기술은 꾸준히 연마해야겠어요. 그럼 수업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기술 수련을 위한 연습을 해야겠어요. 특별 수련장이 있다던데.. 거기로 가볼까요?
사탕 조랑말의 젤리 깃털을 먹고, 왜인지 머리가 조금 말끔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탓...일까? 어쨌든 조금은 망념이 회복됬겠지.
다음에 갈 목적지를 체크하며, 2개월동안의 일은 다시금 곱씹어본다. 노력의 결정체인 듯한 신한국의 무기장匠 진마율은 자신에게 웨폰 마스터리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나는 그것을 배우기위해서 단련의 단련을 거듭했었다. 진마율은...자신이 느끼기엔 어떤 사람이였던가. #진마율에 대해서 떠올려봅니다.
지출은 있었지만 불만은 없다. 여느때와 같이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꽃잎을 툭툭 털어내며 걸었다. 친구들은- 준비 중일테고. 일반반 친구들은- 공부 중일테니. 남은 건 훈련 정도인가.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걸었다. 아까 털어낼 때 다 안 떨어졌는지, 고갯짓에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이 보였다. 매화다. 붉은 매화. 눈앞을 가로지르며 저 너머로 바람타고 흩날리는 꽃잎을 보면, 무언가가 생각났다. 홍화. 붉은 꽃, 하늘하늘 거리는.. 그 붉은 잎은 꽃과 같으니(홍엽여화)
" ..뭐 내가 피워내는 건 정말로 붉은, 홍화지만!"
키득키득거리며 걸으니 문득 그 생각이 난다. 이름도 모르는 회색 마탑의 마탑주. 앞으로 더 만날 일은 있으려나- 싶은 그 사람. 봄볕 내리쬐는 이 날까지 나를 도와줬던 그 노인. ..첫만남이 좋았냐면 지금도 질색할 자신은 있다. 뭐, 그래도. 훗날에 아름다운 꽃밭을 피울 수 있게 된다면 달려가줘야지.
>>299 노인은 빈센트를 빤히 바라봅니다. 자글자글한 얼굴에 깊게 파인 눈두덩이, 늙은 눈에는 알 수 없는 지혜로움과 가치를 살피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 손. "
노인은 제 손을 쭉 뻗으며 말합니다.
" 손 내놔봐. 가장 오래 쓴 무기가 있으면 그것도 내놔보고. "
>>300 떠올려봅니다...
꼴꼴꼴.. 술병에 담긴 술이 단숨에 비어집니다. 그 깨나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진마율은 조금의 의념도 운용하지 않습니다. 입 속으로 병에 조금 남은 술방울을 털어넣으면서 그는 아쉽단 듯 혀를 다십니다.
" 쩝. 술이 다 떨어졌네. "
그는 배를 긁으면서 연희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잘 쳐줘도 한량, 아니면 그냥 망나니. 딱 그 정도 묘사에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 에이.. 쓰읍. "
그는 귀찮다는 눈으로, 연희를 바라봅니다.
" 야. 내가 좀 귀찮거든? 그러니까.. 대충 하자. 대충. "
그는 히죽 웃으면서 술병을 빙빙 돌립니다.
" 이걸로 상대해줄게. 어서 들어와. "
술병을 휘휘 흔들면서 진마율은 길게 하품합니다. 그 틈을 노리고 연희는 의념을 두른 채 검을 휘두릅니다. 바람을 부순다고 보는 게 어울릴 법한 몸놀림으로 검을 찔러넣습니다.
콰직.
그러나 진마율은 연희의 검을 이로 물어내더니 씩 웃습니다. 그의 오른손바닥이 연희의 검을 후려치고, 검에 전해진 충격에 뒷걸음질치자 그는 순식간에 세 걸음을 달려오더니 술병으로 연희의 손을 후려칩니다.
아주 미미한 의념이 담겼기 때문인지. 아프다곤 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 히야.. 너 참 재능있다. "
뜬금없는 그의 말에 연희가 의문스런 표정을 짓자.
" 너무 재능이 있어서. 네 재능을 찾으려면 게이트 넘어로 가야겠다고. 이건 뭐 어디서부터 가르쳐야할지 모르겠네. "
아쉬운 눈으로 술병을 흔들던 그는 연희를 바라봅니다.
" 니가 칼을 휘두르면 상대는 당연히 맞아줘야하냐? 싸움은 무조건 무기나 방어구로만 받아쳐야해? 늑대는 깨물고, 호랑이는 햘퀴고, 곰은 내려치고. 짐승들도 제 무기는 뭔지 알아. 근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왜 손발, 그리고 제 몸 아닌 무기들'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
그는 자신의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합니다.
" 의념 각성자의 건강은 조금만 운용을 달리 하면 이빨도 방어구가 될 수 있지. 하다못해 내 몸도 강철보다 단단해질 수 있단 말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네놈은 당연히 칼을 휘두르면 적이 막겠지. 받아치겠지 하면서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아. 당연히. 술병으로 받아칠줄 알았겠지? "
그 말에 연희는 고갤 끄덕입니다.
" 내가 왜? 미쳐서? 이 술병은 그냥 술병이야. 의념따윈 일도 담기지 않은 평범한 술병. 그런 술병으로 네 무기를 받아치면 뭐 얼마나 잘 버티게? 그냥 와장창 깨지고 내 모가지도 와장창 날아가겠지. "
자신의 마지막 말이 웃긴 듯, 그는 끅끅거리며 웃습니다.
" 그러니까 그 생각부터 버려라. 무기를 다양하게 다룬다? 만능이 된다? 그딴 거는 지금 니 수준에서 무리야. 일단 첫번째. 모든 상황을 가정하여 전투하는 법을 배운다. "
바로. 나에게. 진마율은 처음과 다른 눈으로 연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연회색의 머리카락과 폼에 어울리지 않는 옷들은 어느새 정갈한 모습으로 변화하여 연희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 단 하나만 말해주지. 네가 내 성에 차지 않는다면 그 순간 내 가르침은 끝이다. 그 전까지 너는 내 가르침에 따라 나를 스승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그 예를 다해야 할거다. 그렇지 않는다면 네놈에게 돌아가는 것은 단 조금도 없을 거라고 맹세해주지. "
물론 언제까지나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살 순 없는 법이다. 어쩌면 여태까지 자신은 운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말대로 세상은 마냥 안전하지 않았으니. 세상엔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이루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어쩌면 만나기도 전에 스러진 인연이 있을수도 있겠지. 그렇기에 강산은 그 작전에 참가하는 것을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