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것을 긍정하며 지한은 어른의 음료수 대신 그냥 음료수를 홀짝이며 대작하는 기분을 내려 해봅니다. 뭔가 혼자 마시는 것보다 같이 마시는 것이 은근히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까요.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로 저지른 게 정당화되는 건 아니군요." 그렇습니까. 라며 가볍게 맞장구를 쳐줍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이해를 어떻게 했는지는 빈센트가 말하지 않는 이상 그러했다. 같은 정보로만 남아있겠지요. UGN에서 데려갔다는 말을 하는 것에 이르러서는 지한은 빈센트에게 슬쩍 술을 따라주기도 했으려나?
"그 이해의 과정이나. 미친 이유와 그 데려감은... 관련이 있다면 좀 나간 걸까요." 가끔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관계에서도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UGN에선 그런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요. 라고 덧붙이고는 뇨끼를 하나 떠서 입에 넣습니다. 메뉴가 많은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음식이네요.
글쎄, 요리 대회라고 하면은 공평하게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서 정해진 요리를 만들거나 일제히 조리를 시작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회는 제한 시간이 따로 없고 조리를 언제 시작하든 완성된 음식을 심사위원에게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 특별했어요.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 지한과 함께 신청서를 제출하고 조리대도 배정받은 라임은 "그럼, 재료를 가지러 가자." 하면서 커다란 뷔페처럼 대회장을 둘러싼 냉장고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관계가 있었다면, 오히려 UGN이 베로니카를 죽일 생각을 했겠죠."
빈센트는 그녀가 풀려났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알면 알수록, UGN에게 있어 중요 전력이라는 가디언조차도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로니카의 범죄로 두 명의 가디언 후보생 4학년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베로니카에게 저라는 억제기가 생기고 나서, 그들은 귀중한 의념 각성자 두 명이 죽은 것에 한 명을 더 얹어서 죽이는 대신, '살아남은' 하나라도 잘 쓰기로 했습니다. 그 살아남은 하나가 베로니카였죠. 처음에는 그게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제 목숨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이가 나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계속 나쁘지만은 않았고..."
빈센트는 다시 술을 마셨다. 이곳에 와서 음식보다 술을 더 먹는 기분이었다.
"양가적인 감정인지, 제가 많이 유해진 건지, 떠나니까 꽤나 쓸쓸하더군요. 처음에는 기뻤는데."
이곳에 찾게 된거지.라면서 주방쪽을 바라본다. 실제로는 더 큰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병을 얻게되면서 온전히 생활을 자신 혼자서 부담했었기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잖이 쌓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중화 요리집을 발견하게 된 것은 정말로 사소한 계기에 불과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강렬한 맛이 아니면 느끼지못하던 상태라서, 맛이 강한 중화요리를 먹으려 한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사연이지만, 지금도 시간이 나면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카레는 당연하게도 카레가 주재료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엄청 달라지니까요. 고기? 버섯? 고기도 종류가 엄청 많고 버섯도 종류가 엄청 많아요. 라임은 오랜만에 신이 난 듯 재잘재잘 떠들면서 밝은 표정으로 걸어갑니다.
"일단은... 카레 하면 당근이지? 아니, 감자인가?"
아무튼. 카레에 틀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무난한 야채부터 골라보기로 할까요? 뿌리야채는 흙이 묻은 게 신선하다? 아니. 그냥 냄새를 맡아보면 되죠!
흥.흥...
야채 코너에서 큼지막한 당근 하나를 집어든 라임은, 당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해요. 그러면 신선한 냄새가 나니? 아직 잘 모르겠는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후각이 떨어졌나? 잠깐 눈을 깜박이던 그녀는 어느새 기다랗게 드러난 귀를 쫑긋거리면서 당근 냄새를 맡아요.
... "쿠후후... 야채 코너에서 신선한 토끼고기를 구했군!" "아악! 야! 이거 안 놔?"
이게 웬 소란이죠? 라임이 당근 냄새를 맡느라 방심한 틈에, 등 뒤에 다가온 멧돼지 수인이, 마치 사냥감을 잡은 것처럼 라임의 두 귀를 붙들고 위로 쑥 들어올렸어요. 쿠후후... 하고 웃는 게 정말 못된 멧돼지같네요.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붙들린 라임은 발이 땅에서 떨어져서 바동거릴 뿐이에요. 지한아 도와줘!
"그렇습니까?" 잘못 짚었군요. 라고 말하며 느리게 숟가락으로 뜹니다. 의외로 교양 있는 몸짓에 가까운 걸까요.
"안타깝게 되었지만.. 숫자라면 맞군요." 억제기가 생겼기에 쓴다고 결정했다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인력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 영월 작전 같은 것만 봐도..
"양가적 감정은 단일한 감정보다는 좀 강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정반대에 가까운 감정이 극과 극은 통한다 같이 합쳐지면 무시무시한 위력이 나오곤 한다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같은 말도 있지만 일단 여기에선 언급하지 않기로 합시다.
"유해졌다고 볼 수도 있고요." 어떤 것이라고 하던간에.. 빈센트 씨와 베로니카 씨 사이의 관계가 지금에 이르러서 변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모르겠군요. 라고 말하네요. 당연하게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네. 고기 종류나 버섯 종류나..." 여러가지 종류의 카레를 말해 봅니다. 버터치킨카레. 소고기 카레.. 시금치 카레.. 양고기 카레... 브라운 루를 넣어서 하이라이스에 가까운 카레... 그 여러가지들을 이야기하면서 야채 쪽을 보면 당근이나 감자 같은 것도 있지만.. 지한은 카라멜라이징(갈색이 될 때까지 볶기) 한 양파도 괜찮다고 말해봅니다. 그러다가 당근을 보던 라임과 조금 떨어졌을 때 사건이 발생하고야 맙니다. 지한은 바구니에 양파를 잔뜩 넣었습니다. 카레인 만큼 향신료는 절대 떨어질 일 없고...
라임이 두 귀를 잡혀 쑥 들어올려진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야채를 고르기 전에 하나 품질을 보려 들어올렸던 커다란 고깃덩이를 놓는 걸 깜박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와서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희 팀원을 내려놓으십시오." 라고 멧돼지 수인에게 항의합니다. 바락바락(실제론 조곤조곤에 가깝긴 했지만.. 지한의 평소 말투를 생각하면 바락바락에 그나마 가까웠다) 말하지만. 지한이 들고 있는 고깃덩이가 얼굴을 가려서..(절레절레)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에는. 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을 때가 있었고 빈센트의 경우가 그랬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탓했다. 그렇게 열심히 힘들다 죽겠다 말해놨더니 이젠 없어지니까 힘들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빈센트는 헛웃음을 냈다.
"제 삶에서, 누군가 죽는 것을 걱정한 적이 몇 번 없는데, 그 사례들 중 하나가 베로니카가 되었더군요. 참 웃기지 않습니까. 21년 동안 홀로 살아왔는데, 이제사 정 붙일 대상이 생겨서 누군가 봤더니, 없으면 서운한 사람이 누군가 봤더니만 그게 베로니카라니."
빈센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성적인 의미에서 좋아하는 건 아닌데, 없으면... 허전해지더군요. 악우라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그런 관계라 해야 하나." //7
"있던 게 사라지면 크게 느껴지곤 하니까요" 속담같은 것도 있지 않습니까. 라고 말해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였나?
"웃기지는 않습니다. 빈센트 씨라면 웃길 수도 있겠지만요?" "시간이 힘을 쓴 모양입니다." 빈센트가 아니기 때문에 웃기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웃긴다. 라고 해도 별 탈은 없겠지만, 지한은 정말 웃기진 않았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 표정인 건 또 아니지만.
"이 사례랑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빈센트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미운 정이 가장 먼저 생각나더군요." 악우와 비슷한 말이지만.. 사람의 기억이나 인상은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잘 기억하는 만큼.. 그렇게 인상이 깊게 남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빈센트가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네요.
라임은, 커다란 고깃덩이를 들고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멧돼지 수인을 다그치는 지한을 따라서 험궂은 말을 퍼부어요. 아무리 힘이 센 멧돼지 수인이라도, 평소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하필이면 귀를 잡힌 바람에 힘이 빠져서 빽빽 소리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쿠후후후... 그 귀하다는 인간 고기까지 얻게 되었구나! 이번 대회는 내가 우승이다!"
멧돼지 수인은 라임이 떠드는 것은 일절 무시하고 못된 눈으로 지한을 내려다봅니다. 조금 구석진 곳이긴 했지만, 근처에 있던 심사위원이나 스탭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자기 할 일을 합니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려놓으십시오." 궁극의 지고한 카레에 참가자를 잡아서 만든다니. 사후경직이나 방혈(피 빼기)같은 걸 생각도 안한 걸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인간 고기라는 말을 하는 멧돼지 수인을 보고는 인간 고기는 최상위 포식자라서 더럽고, 여러 향이 나서 좀 부적절할 텐데.. 같은 딴생각을 하다가 일단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라임 씨. 절 인간 고기라 칭하니까 좀 발언 좀 세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라고 아주 기본적인 통보를 하며 의념으로 신체를 강화하고는 자신에게 팔을 내미려 하는 멧돼지 수인의 팔을 잡고는 휙 잡아당기려 합니다.
"귀한 인간 고기는 못 잡아요. 네. 그리고 저희도 고기를 좀 많이 필요로 하는데 말입니다. 멧돼지 고기가 그렇게 깔끔한 맛과 육질을 자랑한다고 들었습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멧돼지 수인에게..
"참고로 돼지머리는 푹 고는 게 맛있다더군요." "음. 그래도 면도기랑 토치로 그슬려야 먹을 만하겠군요. 털이 많아서.." 오소리감투(내장)같은 것도 손질해서 넣으면 괜찮겠는데.. 라고 말하며 라임이 빠져나올 수 있게 말과 함께 슬쩍 의념을 이용해서 힘을 잘 못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단 라임이 빠져나오면 굳이 볼 일은 없지 않습니까? 일까..?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의 삶은 바위와도 같다. 바위 사이에는 이끼와 물이 찾아들고, 그들은 시간이 지나며 바위를 잘게 부순다. 그렇게 딱딱한 인간들이 무너졌다. 베로니카도 빈센트라는 차가운 바위에 스며든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빈센트가 차가운 만큼, 물 같던 베로니카는 더 크게 얼어서 빈센트라는 바위를 안에서부터 부숴갔을 것이고, 빈센트는 어느 샌가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겠지. 급하다보니 하나 둘 맡기고, 점점 그녀를 일적인 측면에서는 인정하다가...
"그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회사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자기 일 못해가지고 남한테 피해주는 일 없게 하는 사람이라고. 베로니카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게이트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그녀는 빈센트를 위한 조커로 활약했고, 그녀 때문에 죽을 일도 살았다. 그녀의 기술은... 정말로 무서웠다.
"만약 보스가 우리 편이 되어서, 뭔가 큰일날 것 같으면 개입해서 상황을 정리한다면. 그것이 딱 베로니카일 겁니다. 그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의념 각성자로서는... 피 도착증만 빼면, 베로니카는 욕할 수 없는 존재거든요." //9
"그렇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빈센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바위를 잘게 부수어내는 외부 요인에 빈센트가 베로니카라면. 지한은 무엇일까. 싶지만 그걸 알 리가 없으니.
"아. 저는 헌팅 네트워크에서 3인 의뢰에서 일인분 딱딱딱하는 놈이 제일이다.. 그런 말로 들은 것 같네요." 이 비유가 맞나? 라고 고개를 갸웃하고는 지한은 베로니카가 그런 존재였다는 말에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본 적은 적지만, 확실히 레벨적인 면에서.. 보스라고 비유하는 것인가...?
"의념 각성자로써는 욕하긴 그렇습니까.. 그럴 만도 하겠네요." 제대로 된 인분을 해내고, 빈센트씨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면 그럴 만도 하다는 듯 빈센트를 바라봅니다.
"레벨 20이 가면 적당한 의뢰에, 보험 형태로 레벨 38이 낀다면, 상대하는 게이트의 존재들은 보스가 뒤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겠죠."
그리고 이제는 41이고요.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빈센트의 성장을 위해, 베로니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조커 느낌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때문에, 베로니카의 성장은 조금 지체된 면이 있었다. 그래도 베로니카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건 다행일까.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꽤나 유순해졌거든요.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분리불안도 줄어들고, 알아서 행동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나만 바라보는 기계에서, 그나마 인간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은 인간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가까이하고, 멀리한다. 기계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어쩌면 빈센트는 기계를 대하다가 인간을 대하게 된 걸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11
"41이요?" 확실히 보스가 뒤에 서 있겠다.. 하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인 빈센트를 바라봅니다. 여기에서 지지부진한 건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순해졌다는 말에 빈센트 씨에게서 여러 영향을 받은 건지. 빈센트 씨와의 관계에서 무언가 달라질 만한 건지.. 라고 중얼거리다가 기계와 인간이라고 하자.
"기계에서 인간이 된 느낌..." 기계에도 정을 붙이는 사람이 있는데. 인간과 인간이라면 더욱 깊고 강한 관계가 생기게 된 것은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라고 중얼거립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다양한 면이 있지요." 가볍게는 스치는 인연에서부터 깊게는 다른 것까지. 라고 생각하면서 턱을 살짝 굅니다. 어떤 관계로 나아가고 싶냐에 따라서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이어갑니까?
빈센트는 베로니카와의 관계를 어덯게 할 지 생각하며 술을 들이켰다. 일단, 옛날처럼 어떻게든 못 죽여 안달이던 관계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조금 옛날처럼 베로니카를 공짜로 굴러들어온 좋은 도구 정도로 취급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빈센트는 그녀를 적어도 친구 정도로는 취급할 필요가 있겠지. 사랑? 그건 너무 나갔다. 빈센트는 저 혼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고는, 가볍게 웃으며 지한을 바라보았다.
"힘깨나 쓰니까 이런 요리대회에 나올 수 있었죠." 요리는 매우... 체력적인 행위니까요. 아 체력은 건강 쪽인가.. 그건 중요하지 않고, 멧돼지 고기의 누린내를 빼려면 어쩌구.. 도축할 때 한번에 보내려면 어쩌구.. 돼지머리를 고아내면 콜라겐이 풍부해서 쫀득해진다느니.. 같은 멧돼지 수인이 힘이 빠질 정도의 말을 부어내며(그 와중에도 말이 바락바락보다는 조곤조곤에 가깝다는 게..) 라임이 빠져나오자 다행이라고 라임에게 들릴 정도로 속삭입니다. 그리고 들리라고 하는 귓속말에
"맛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요리가 아니라 개먹이로 쓰는 게 낫겠습니다. 라고 평온하게 말하며 손끝에서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창대 끝을 만지작거리며 바라보는 눈이 마치 거울같습니다.
"재료를 구하러 왔다가 이게 뭔지... 빨리 재료를 골라내도록 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건드렸다가는 창으로 꿰어서 새와 개들의 밥으로나마 그 몸뚱어리의 가치를 매기겠다는 듯 바라보는 지한입니다. 다시 습격하려 한다면.. 진짜로 창에 꼬치꽂듯 꽂아서 세워버리겠다는 결심은 있었을까? 재료를 어느 정도 가져와야지 시간을 들여 만드는 걸 할 수 있겠지요.
혀의 느껴지는 지옥의 계신 염마가 뽑아가는 듯한 레벨의 고통을 명진이 느끼고 있을 때. 연희는 그저 평범하게 식사하듯이 마파두부를 먹고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말하자면, 그녀가 매운 맛에 강하거나, 느끼지못하는 것이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이 그 증거. 남들과도 같이 이 음식은 더럽게 맵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마파두부는 혀를 이쑤시개로 천개로 찌른 다음 소금을 듬뿍 뿌린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 아플 정도의 매움이...참을 수 없는 거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는 건, 그러한 의미였던 것이다. 한편 주방에서 둘의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까의 그 이상한 어미를 붙이는 여자가 아닌, 명진보단 작아도 충분히 키가 큰 근육질의 남성이였다. 딱히 별 말은 하고있지않지만, 그 눈빛엔 "남기면 용서하지않겠다."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연희의 경우엔 눈치채도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그렇지않은 경우는 글쎄.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기본적이니까요." 친구인지... 아니면... 연인인지.. 라는 지한은 연인이라는 말에는 조금 부끄러운 듯 살짝 시선을 피합니다. 연인이나 그런 말에 관심이 있기는 해서 그런가? 그렇게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묵직함도 적당한 이야기가 잠깐 사그라들 때. 영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렇네요. 곧 기습 작전도 있겠네요." "더 시킨다면.. 사이드 정도요?" 빈센트씨는 어느 쪽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라고 가볍게 묻습니다. 전법을 보아서는 C쪽은 아니실 듯한데.. 라고 중얼거리네요. 그리고는 가벼운 사이드 하나를 시킵니다.
"저는..A 쪽에 좀 기울어 생각하고 있네요." 지한주가 생각하기론 A쪽에 마도 사용자가 하나쯤 있어도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지한은 나중에 들어야 생각할 사안이려나?
빈센트는 그렇게 대답한다. A는 무언가 지켜야 하는 것이 빈센트의 성미와 맞지 않았다. 그리고 C는 민간인을 구해야 하는 건데, 이건 좋고 싫고를 떠나서 좋을 리가 없었다. 빈센트는 왜 B인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말이 있지요. 다시 말하면, 아무리 전쟁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있다는 겁니다. 내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항복한 적들이나,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지 말기. 하지만 제 능력은, 민간인들이 없거나 현저히 적은 곳에서면 몰라도, 민간인들이 많은 곳에서는 썼다가는 엄청난 참사를 보게 될 겁니다."
빈센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빈센트 앞으로 나온 스테이크 접시에 불이 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빈센트는 지한을 보면서 말했다.
"저는 적들을 태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비명소리도, 구워지는 냄새도 아주 좋아요. 하지만 그게 민간인이라면 이야기가 좀도 아니고 많이 다르죠. 그래서 저는 B를 택할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선택권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정직하게 죽이는 것. 얼마나 단순합니까?"//15
"B인가요.."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판단은 이를지도 모르지만. 저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하며 음료수를 홀짝입니다. 아직도 남아있었나.. 전쟁과 정치라는 설명을 약간 느릿하게 이해하면서(어쩔 수 없는 영성의 차이) 민간인이라는 말과 빈센트의 스테이크 접시의 화륵 타오른 것을 비교해보고는 납득합니다.
"민간인이라면 확실히.." 곤란하겠군요. 그냥 상처에 화상까지 합쳐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는 선택권이라는 말을 듣자
"비교적 단순하군요. B가 그런 면이 있겠습니다." "아마 선택 자체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비율이 쏠린다면 일부분 쳐내지겠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특별반 현재 인원을 생각해보네요. A나 C는.. 어느 정도 복잡성을 요하기 때문에 지한주는 B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A와 C에 걸맞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빈센트는 그런 이들을 몇 명 말할 있었다. 어찌 됐든 빈센트보다는 어떤 면에서 대도 나았다. 빈센트는 예를 든다며 말했다.
"C 작전에는 현준혁 씨를 고려할 수 있겠죠. 여의치 않는다면, 현준혁 씨에게 망념 중화제를 최대하능로 몰아주고, 벌벌 떨면서 구조를 거부하는 민간인들에게 독재의 의념을 싀워 지배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A작전에는 지한 씨도 괜찮을 거라 봅니다. 어떻게든 좌표 송신기를 막으려는 이들을 멈추게 할 수도 있고, 여의치 않는다면, 좌표 송신기를 박살내려는 모든 공격을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요."
"그렇죠.." 민간인이라곤 하지만.. 구출한 이들 중에 의념각성자나 헌터가 있을 가능성을 살짝 생각하지만 C쪽으로 가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기에 별 의미가 없기에 털어냅니다.
"사실 그 멈춤이라는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가 마도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이 영.. 이라는 농담을 하며 쿡쿡 웃습니다. 준혁 씨는 C에 어울릴지도 모른다 하셨지만 제가 듣기로는A쪽이라고 하던 것 같네요. 라고 가벼운 정보를 건네고는 고문 역할을 맡은 적 없다는 것에 아주 잠깐 동음이의어를 생각했지만..?
"아. 고문.. 그래도 지금 말한 것만으로도 맡을 만하지 않습니까?" 이정도의 딜레이면 그런 의미를 생각했다고 상상하긴 어려운 짧음이었을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