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어깨에 무게감이 느껴지자 소라는 절로 어깨에 힘을 줘서 설화의 어깨를 지탱했다. 딱히 무겁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대신 젖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져 괜히 간지러운지 소라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 허나 따스한 기운이 괜히 기분이 좋아 절로 편안하다고 느끼며 소라는 배싯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랜만에 이렇게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괜히 젖어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녀는 손으로 만졌다. 물기가 쭈욱 짜이는 일은 없었으나 뭔가 힘껏 잡으면 물기가 쭈욱 흐를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며 소라는 결국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첨벙. 작은 물 소리가 들렸고 앞을 바라보니 다른 손님들이 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법 나이가 있어보이는 이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마로 많은 이들이 찾긴 하는구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절대 적은 수가 아니었다. 이 수많은 이들을 보니 더더욱 경찰로서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라는 괜히 심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공적인 자리에서 너무 건방지게 굴면 어쩔 수 없는걸. 그 점은 양해해줘. 나도 일단은 팀을 이끄는 지휘자니 말이야. 뭔가 분위기? 그런 것이 아예 없을 순 없잖아. 아무튼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나갈 생각이 없는 것은 소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뜻한 물이 마치 끈적하게 자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다고 소라는 생각했다. 어쩌면 요 근래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니었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오늘은 날이니 한번 제안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라는 설화에게 이야기했다.
"오늘은 일찍 안 자는 이들끼리 술이라도 한잔 해볼까? 별로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괜찮을 것 같아서."
물론 누군가는 빨리 잘 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늦게 잘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텔에서 잠을 자게 될테니 어차피 다음 날 늦잠을 잔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딱히 정해진 일정 없이 '워크샵'이라는 명분 하에 찾아온 휴식처였을 뿐이니까.
" 말이 그렇단거지. 곤란하게 건방지게 굴거나 하진 않을거야. 은근슬쩍 반말 하는 정도? 그런 건 애교로 봐줘. "
그 이상으로 건방지게 구는 건 애초에 익숙지 않은 스타일이었으니 할 수 있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설화였다. 여유로운 척 하지만 이런면에선 설화 역시도 평상시의 자기 자신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편이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머리카락이 닿을때 움찔거리는 소라의 움직임이 느껴졌는지 장난스럽게 고개를 살짝 살짝 저어보인다.
" 뭐, 그것도 좋긴 하네. 술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나란테 불러줄 사람이 있냐고 물어도 아직 팀원들을 잘 모르는 걸. 그나마 경찰대 출신인 유진 정도 뿐이라. 누굴 꼭 부르지 않아도 둘이 간단라게 마셔도 괜찮고 말이지. 다들 어디선가 푹 쉬고들 있을테니까. "
아까에 비해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딱히 그것을 신경쓰지는 않는 듯 설화는 덤덤하게 말했다. 자세도 여전히 기댄 체 그대로였다. 종종 입맛을 다시는 것은 애주가인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는 모양이었다. 물론 술에 환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다할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 우리 소라가 술을 잘 마시나 확인해보는건 확실히 재밌을지도. "
어쩌면 자신이 주량에서 밀릴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확인해볼만한 가치가 있단 생각을 하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체 키득거리며 눈동자를 올려 널 올려다본다.
1. 『사랑해』 > "사랑해요. 당신밖에 없어." "어, 웃는 거야? 이 말보다 더 느끼한 말 바라는 건 아니죠? 아니면 이런 말 부끄러워 하는 거야?" "그런데 정말 당신밖에 없는 걸. 내 기억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당신과 있던 날은 만년 정도로 두고 싶을 정도로.*" "그렇지만 이미 내 기억의 유통기한이 없으니 당신이랑 영원히 있고파라." "오글거리죠? 아야, 때리지 마요! 나도 열심히 뱉어봤다구."
"나, 나 혼자만? 그러면 재미 없을걸?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강한 것도 아니라서 말이야. 유진이. 불러볼까. 아. 그러고 보니 걔는 요즘 다른 대원과 되게 친해보이던데."
상당히 합리적 의심(?)을 하며 소라는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 중에서도 술을 좋아하는 이가 꽤 있지 않던가? 가만히 생각을 하며 소라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리스트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나중에 다른 이들을 만나보면 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마무리했다.
그 와중에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소라는 그만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술을 좋아했구나. 물론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소라에게 추호도 없었다. 술을 먹던지 말던지 그건 개개인의 자유였으니까. 물론 서에서까지 술을 가지고 와서 취한채로 일을 한다거나 그런 건 곤란했다. 허나 제 동기인 그녀가 그런 일을 하진 않을 거라고 믿으려고 하며 소라는 마침내 생각을 마무리했다.
"물론 정 나하고만 먹고 싶다면 상관은 없지만 먼저 뻗을지도 몰라. 나. 그러니까 재미없을거야. 그렇게 재밌지 않을까? 기대를 해도 말이야."
그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괜히 도리도리 저으면서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소라는 말을 마친 후 눈을 감았다. 이대로, 좀 더 이대로 편안하게 있는 것도 정말로 좋다고 생각을 한 게 벌써 몇번째인지. 역시 나가기 싫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더더욱 등에 벽을 붙이지만 그녀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맞춰줬다.
'아무튼 팀에 와줘서 고마워. 설화야."
/슬슬 상황을 마무리지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이후 술자리는..알아서 잘 놀았다고 처리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대치가 팀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의 문제였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른다. 그야, 그녀는 일개 경사일 뿐이고, 윗선의 일은 먼저 알려주지 않는 이상 모르니까. 하지만 그 상황에서 피해자 학생들도 구하지 못하고, 범인에게 이렇다 할 만한 타격도 입히지 못한 채 탈탈 털리고 물러섰다면 분명 제법 큰 피해가 왔을 것이다. 단순히 그날 공원에 있었던 사람들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팀 전체에게.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
"맞아. 사실 그 라타토스크라는 데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거니까."
물론 사건들의 배후에 조직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그 존재에 대해 들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이트며 아버지며, 전부 의문투성이다. 그에 반해 이쪽의 정보는 줄줄 새고 있는 것 같고 말이지. ...만약의 일이지만, 내부에 뭔가 구멍이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둘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그나저나 라타토스크라니, 이름 한번 거창하네. 중2병 환자들이 모여서 만든 비밀 결사 단체 이름 같잖아? ...이쪽 팀 이름도 못지않게 거창하긴 하지만.
"용건? 있지!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 거!"
좋아하는 거라던지, 싫어하는 거라던지, 취미라던지, 특기라던지. 뭐 그런 것들? 아직도 꽃받침을 내리지 않은 채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게 참, 기가 세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머리가 꽃밭인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제법 중요한 용건이었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좋은 게 좋은 거라구!
"그래서, 아연우 씨. 당신에 대해 알려 주시겠습니까?"
연극적인 어조로 말하며 숟가락이 마이크라도 되는 마냥 상대를 향해 겨누었다. 케이시 나이팅게일, 지금 이 순간만은 기자로 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