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은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가게로 들어와 악기를 살핀다. 점원의 말을 들으며 악기를 살피는 강산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이...이건...."
강산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그의 눈 앞에 떠오른 악기의 정보와, 악기를, 그 25개의 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번져나간다.
2년 반동안의 여정과, 그 이후의 시간을 함께했으나 잠시 제 소리를 잃었던 25현 개량 가야금. 그것이 그의 앞에 장인급의 아이템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오랜 벗이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다시 연주만 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었던 그에게, "정말로? 네놈은 정말 그것만으로 만족하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알고 있다고, 너는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그 날 나를 들고 집을 나왔지 않냐고. 또 다시 같이 전국 팔도를 쏘다니자고, 악기가 머금은 의념이, 정보창의 그 효과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게 맨 마지막 줄에 걸린 제한을 확인하기 직전까지의 그의 감상이었다. 제한은 전에 악기장이 말해준 예상치보다 더욱 더 까다로워져 있었다. 레벨 27, 악기 연주(D), 거기에 기술 하나 더...!!
물론 줄줄이 붙어 있는 효과들을 보고 제한이 더욱 빡빡해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머릿속으로 예측하는 것과 실제로 겪어보는 것은 다르기 마련이다. 사용 제한 조건 목록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는 잠깐 굳어버렸다. 다리가 균형을 잃고 자세가 잠깐 휘청인다. 그러나 그는 곧 의념을 둘러 다시 균형을 잡고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이거 제작하신 선생님, 아무래도 그런 가격이나 받고 작업하실만한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십니까?"
그의 앞에 만만치 않은 시련이 놓인 것과는 별개로, 그것, '백두'는 강산이 보기에는 특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 시련마저도 마치 그 악기의 일부분을, 그리고 그것을 다룰 미래의 자신을 이루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강산은 시중에서 이런 장인급 아이템을 돈 주고 사려면 9500GP는 커녕 1만 GP로도 부족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불타오르는 노을이 꺼져가고 정적이 찾아왔어요. 속삭이는 풀잎, 재잘거리는 바람, 수다스러운 나뭇잎, 비명을 지르는 새들. 모두가 하나 둘 입을 닫고 그저 밤이 찾아오는 것을 바라보듯 정적이 감돌아요.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 발로 걸어가 물 속에 잠기는 기분이에요. 입을 열고 뻐끔뻐끔. 숨과 물을 한 입.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아요.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하니까요.
밤이 찾아왔어요. 제 눈으로 본 세상 모든 것이 깜깜한 어둠속에서 번쩍이는 폭죽이 눈꺼풀에 새겨져 알록달록. 그리고 어둠이 걷히면, 커다란 광대 모자와 정체불명의 가면. 아슬아슬하게 고리에 걸친 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우리들의 뒤라님.
"뒤라님, 감사해요. 당신께서 나눠준 신성으로 하여금 기적을 행하고, 당신의 이름을 널리 퍼트릴게요."
고개를 끄덕여요. 미소를 지어요.
"당신의 나팔이 되어 세상에 당신을 알리겠어요."
빛이 저를 감싸요.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주체할 수 없어 머리를 가득 매워요. 그리고 펑- 새로운 폭죽이 되어 빛 속에서 정신을 잃어요.
>>516 윤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목은 죄이듯 답답하고, 자신의 의념은 미친듯 요동치며 이 곳에서 빠져나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늘게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차라리 지옥에서 기어올라왔다고 하는 게 어울릴 법한 것들의 모습입니다.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채. 언어 아닌 언어로 저들은 의미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그 언어에 따라 하늘에선 번개, 불, 바람, 폭풍과 같은 수많은 속성들이 몰아치고 있었고 갈라진 두 혀론 북채를 잡은 채 수없이 북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
표현할 수 없는 그 언어로 수많은 속성들이 요동치는 모습. 짧은 발구름에 공기가 요동치며, 의지에 따라 시시각각 공간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틈에, 한 남자가 검을 쥐고 있습니다.
" 나는. "
의념기
" 네가 시끄럽게 떠들라. " 허락한 적 없다.
느리게, 검이 뽑혀집니다. 무엇도 새겨지지 않은 백색의 검신. 유려하고 아름다운 검신관 다르게 헤지고 낡은 검손잡이를 쥔 채로 남자는 하늘 높이 검을 들어올렸습니다. 거대한 의념이 남자의 검에 스며들고 짧게 한 걸음을 내딥니다. 깊게 남은 발자국과 함께 검을 휘두릅니다.
귀신 떨구기
공간의 제약 따위는 이 남자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닿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의 검은 어디에라도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개의 창을 부수고, 불의 벽을 꺼트리고, 바람의 칼날을 찢으며, 폭풍을 잠재우면서.
슈륵.
검은 느리게 닿습니다.
촤아아악!!!!!!
순식간에 피가 터져오릅니다. 저 거대한 육체가 무너져, 하나의 호수라도 만들려는 것처럼 수많은 피가 몸으로부터 바닥에 흐르고 있습니다. 저 거대한 육체가 무너져 호수 사이에 하나의 섬을 만든 직후. 남자는 검을 가볍게 털어내곤 검집에 집어넣습니다.
아마, 아마도 아니 분명히 확실히 나는 웃고 있다. 상기되어 붉어진 얼굴로 두근거려 참지 못하겠다는 듯 분명 그렇게 웃고 있을 거야!
내 의념은, 겨우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이 곳의 꽃잎 하나 되지 못한다고 외치는 듯 하고 오자마자 본 재액의 풍경은 그게 맞는 이야기임을 확실시 시켜주고 있었다. 괴물들이 소란치고 아가리를 벌려 외치는데, 그 혼돈 속에서도 상관 없다는 듯 그 사이에서검하나를쥐어휘둘러참담하고시끄러운기괴를느리고아름답게베어내어내는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웃지 않는다는거야? 나는 그건 모른다. 저 검이 내 목을 향해 휘둘러졌더라도 나는 웃음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장담할 수 있어! 나는 무심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강자는 좋다. 저 높은 곳의 존재는 좋다. 동시에 그 힘을 자신만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서도 휘두르는 모습이 정말로 좋다. 그게 자유롭다면 더더욱 좋다.
나도, 나도 저 쪽으로 가고 싶어. 피어나고 싶어!
가만히 있던 나는 할아버지가 나를 흘깃 보고서야 고개를 퍼뜩 끄덕였다. 좀 더 오래 보지 못했던 건 아쉽지만 그래도 위험성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좋았다. 나는 겨우 숨을 뱉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