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털어내요. 자욱하게 깔린 먼지는 태풍이 불어도 뽑혀 나가지 않는 부리를 내린 민들래마냥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도 퍼져나감이 없네요. 걸레로 닦고, 털어내고, 빗자루로 쓸고, 약품을 뿌리며 곰팡이를 닦아내고... 제가 이런 일을 한 적이 있던가요? 끽해야 집안 청소만 했을 뿐이죠. 하지만, 즐겁네요.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즐겁네요.
제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인지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정돈된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비어버린 의자, 신에 대한 이야기. 저는 미약한 제 머리로 이야기를 따라잡으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요. 신앙으로 자신을 이루고 신앙으로 지상을 축복하고, 사랑하고. 그들도 지성체이기에 죽는 것이 두렵다. 그러니 사랑한다... 아니, 사랑 받고 싶다는 걸까요?
"저는 말이죠..."
뒤라님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뒤의 거대한 물음은 저를 찔러오는 것 같았어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에 제가 매달려 단검이 날아오는 그런 상황이 상상돼요. 뒤라님은 저만의 신이었으면 해요. 뒤라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믿었으면 해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옳아매던 역할을 벗어던지고 누추한 꼴로 술을 마시며 놀아봐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울지 말아요. 실을 자르고 무너진채로 중력에 몸을 맡겨 춤을 춰요. 울면서 웃으면서 아이고 깔깔깔 노래를 불러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저는 당신만의 신도이며, 당신은 우리들만의 신.
"저는, 뒤라님을 저만의 신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고 만인이 믿게 만드는 신이 되어달라는 건 아니에요." "거죽을 벗어던져 한 순간 만이라도 좋으니 해방감을 느끼고 그 순간을 즐기는 자들을 위한 신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당신만의 위한 나팔수. 당신의 악단이 소속되어 당신을 위해 트럼펫을 부는 자가 되겠어요.
저는 당신의 나팔수. 당신을 위해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사람들을 모으며, 당신의 공연이 열리도록 돕겠어요.
거울 속으로 이동한 이후..의 기억이 없다. 뚝하고 끊기는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천천히 고개를 들기 위해 노력하며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의념도, 사용할 수 없었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거울로 이동하는 마도가 내게 있어 너무 격이 높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 이건 멀미 같은 건가? 근데..
>>514 뒤라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의 침묵을 지킵니다. 이미 이 곳의 공기는 무겁다 못해 답답한 느낌입니다. 마치 물 속에 커다란 솜을 넣은 채. 꾹 쥐고 쥐어서 물을 가득 머금을 수 있도록 부풀린 듯한 느낌. 답답한 공기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음에도, 유리아는 침묵을 지킵니다.
곧, 침묵을 깬 뒤라는 유리아의 눈을 가립니다. 시야가 가려지는 듯한 느낌. 세상이 어둠으로 가려지는 듯한 느낌. 그 어둠이 찬찬히 걷히며 유리아는 세계를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광대 모자를 쓰고, 한 발을 하늘에 있는 고리에 걸친 채로. 정체 모를 인물이 가면을 쓴 채 유리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옷은 폼이 넓은 것이, 얼핏 본다면 몸매를 가리기 위함인가 싶기도 하였고 그러나 딱 달라붙은 바지는 유려한 선을 이어 알 수 없는 눈길을 끌었습니다.
" 눈을 떴구나. "
뒤라는 고리에 매달려 몸을 천천히 흔듭니다. 끼이익, 끼익,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줄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유형을 그리면서.
" 맞아. 사실 신과 신도의 관계는 거래와 다르지 않지. 신도는 신에게 믿음을 주어 존재시키고. 신도는 그를 통해 신을 통한 믿음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
아주 느린 템포로. 유리아는 이 주위의 공간을 바라봅니다. 한때는 거대한 악단이 있었을 것이 확실한 광대의 콘서트장에는 모든 것이 사라진 채. 단 하나의 끈만이 남아있었습니다.
" 이젠 잃을 게 없으니. 언제든 소멸을 받아들일 수 있어. 단지.. 우습게도, 신은 완전히 믿음이 사라지기 전까진 소멸하지 않아. 빌어먹을 창조자의 안배라 할 수 있지. "
불평을 토해내면서도, 뒤라의 말끝에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창조자, 그 단어에 있는.. 진한 애정이 말입니다.
" 유리아. 유리야 슈루즈베리. 너에게 나의 신성의 일부를 나눠주마. 기적을 행하고, 기적으로 하여금 나의 이름을 퍼트려라. "
이 뒤라라는 이름이 영원히 이 세계에 퍼질 수 있도록. 유리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갤 끄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