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후지와라, 그리고 이오리 씨와의 대화로 알게 된 사실. 엄마가 사실은 에반게리온의 개발 총책임자였다,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 두 사람에게서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 두 사람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았으니. 첩보부 소속인 오퍼레이터, 후카미즈 씨는 아버지에게 물어보라는 조언(?)을 해줬었다. 만날 수 있다면, 엄마에 대한 것을 물어보기엔 정말로 더 없이 좋은 상대긴 하지만... 만나주기는 하려나. 설마.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흘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딸을 향해 인사는커녕 생판 남이었던 사람에게 떠넘겨버린 망할 아버지가, 본부로 찾아간다고 만나줄리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총사령관실에 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로, 망할 아버지 대신 엄마에 대한 걸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지 본부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었다. 그래, 그랬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
문제가 있었다. 이 빌어먹을 네르프 본부가 너무 넓었다. 맨날 게이트랑 중앙지령실만 오가서 그런가, 완전히 모르는, 새로운 길로 빠져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보니 내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어디로 나가야하는지,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대부분의 구역이 내 아이디 카드로 통과할 수 있었다는 점인가. 일단 아직까지는 한번도 막히지 않았다. ...아니, 막히는 쪽이 좋을까...? 막혀서 계속 카드찍다보면 부정침입이라고 보고 올라가서 누가 잡으러(구하러) 올지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좀 막막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 진짜.. 왜 이렇게 넓고 복잡한거야... 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이제 다리 아파! 더 못 걸어! 끝없이 뻗은 것처럼 보이는 복도대신, 그 옆으로 빠져있는 출입문 보안장치에 아이디 카드를 가져다 댔다. 내 카드로 열리는 방이면 들어가보고, 열리지 않는 방이라도... 계속해서 갖다 대는 걸로 구조신호(...)를 대신해 볼 생각이었다. 열리든 말든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돼라!
어, 뭐야. 문 옆에 뭐가 떴다. ...내 이름이랑... 시큐리티 레벨... 블랙? 까만색 카드라서? 그 아래에는 센트럴 도그마라는 단어가 있었다. 센트럴 도그마? 그건 또 뭐지? 여긴 대체 어디인거야? 나 대체 어디에 온 거지? 생각이 전부 다 떠오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그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
어째서 여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 당연하지. 만날 걸 일찌감치 단념하고 헤매고 헤매다 이쪽으로 온 건데.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망할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입에서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는, 망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 않았다. 그야, 너무 당황해버렸는걸. 다짜고짜 쏟아지는 길을 잃은 건지, 부장의 안내 하에 온 건지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다. 여, 여기 누구랑 같이 안 오면 못들어오는 곳인가...?
"아, 그건...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서, 그래서... 혼자 왔는데, 아니... 그보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여기 사령실도 아닌데 왜 여기 있는거야. 여긴 뭐하는 곳이야 대체...“
사령실은 이런 어둡고 으스스한 곳에 있던가? 전혀 아니잖아? 저번에 한번 갔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쭉 올라갔는데, 여기는 어느 쪽인가 하면 아래쪽이잖아? 전혀 다른 곳이잖아?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망할 아버지!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사령실에 있었다면 날 아예 만나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서 마주친건, 어쩌면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망할 아버지만큼 나도 다짜고짜 붙잡듯이 궁금했던 것을 쏟아냈다. 누군가가 본다면 부녀가 참 많이 닮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상상해보면 소소하게 열받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마침 잘됐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엄마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 그쪽이라면 엄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나한테도 알려줘.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에바 개발의 총책임자였다니, 대체 정확히 뭘 했던거야? 엄마는... ...왜... 돌아가신거야...?"
>>400 어째서 이곳에 있느냐, 이곳은 뭐 하는 곳이냐,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느냐, 무슨 일을 하시던 분이셨느냐....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나츠키는 묻고 싶은 걸 다 쏟아내려 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정말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모두 다 전해질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이다. 그래서 네가 부장의 안내에 따라 온 건가 물어본 것이다. "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하다니 대체 이곳은 뭐 하는 곳인 걸까요? 나오키의 뒤로 보이는 풍경은 나츠키가 지나온 곳보다 더욱 어두컴컴한, 형광등이 아닌 붉은 빛이 내리쬐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특별히 어딘가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벽에 웬 엘리베이터 입구로 보이는 공간이 있는 것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분명, 카드를 찍었을 때 [ FIRST GATE ] 라는 문구가 나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추측컨대 이곳은 입구이며, 이 뒤로 또다른 공간들이 줄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돌려보내긴 어렵겠군. "
나츠키의 물음을 듣고는 나오키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더니,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곤 뒤돌아서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나츠키. 네가 듣고 싶은 걸 말해주지. "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츠키가 듣고 싶은 것을 조금은 들을 수는 있을겁니다. 아마 들을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령급 이상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 ...아니, 그치만... 난 혼자서 왔는데? 왜 통과된거야 나... 길을 잃어서 얼렁뚱땅 들어왔다고? 보안 너무 허술한 거 아니야? 그리고 카드 찍었을때도, 그냥 열렸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것보다도 망할 아버지의 뒤쪽으로 조금씩 보이는 풍경이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지나왔던 복도보다, 지금 서 있는 복도보다도 어둡고, 형광등이 아닌 듯한 붉은 빛이 비치는 곳. ...엘리베이터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라가는 쪽일지, 내려가는 쪽일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 문 하나만 열렸다고 다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윽... 어? 에? 정말로?“
그냥 돌려보내기 어렵다니, 그 대사... 영화에선 그 대사가 나오면 몸에 총알 박아주고 그러던데. 아니 설마. 아무리 망할 아버지라도 딸을 그렇게 하진 않겠지... 긴장한채로 올려다보다가 의외로 시원스럽게 말해준다는 답에 또 한번 놀랐다. ...나야 좋지만, 어째 시원시원하게 풀리는게 조금 불안한데... 그래도, 따라오라며 뒤돌아서는 망할 아버지의 마음이 바뀔까, 바짝 붙어서 뒤따라갔다. ...어두컴컴한 쪽으로 가는 건가. 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저 안에서 말해준다는거지...
"...여기는...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뭔가... 있는거야 여기?“
어두운 공간, 붉은 빛의 조명은 어째서인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까 대령급 이상이라는 말도 그렇고, 어쩐지 들어서면 안될 곳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앞서가는 아버지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어깨로, 팔로, 손으로 시선이 내려간다.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아버지의 소매라도 잡아보려고 하다가... 닿기 전에 손을 움츠리고 다시 내렸다.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이 어둡고 붉은 공간보다도 훨씬 더.
>>403 대령급 이상이 아닌데도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냐면, 그건 나츠키가 받은 [ 블랙 카드 ] 덕분일 것입니다. [ 블랙 카드 ] 를 가지고 있는 한 나츠키는, 이 본부 어디로든 제약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으며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출입 카드로는 찍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도 나츠키는 들어설 수 있습니다. 다만 총사령관의 자녀인 만큼 시선이 확 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수상해보이는 시설에 접근할 경우 부장급 이상이나 다른 오퍼레이터 직원들이 반드시 동행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제일 깊은 곳에 숨겨놔야 하는 법이지. 이곳은 수시로 내가 중요 시설에 관해서 점검차 들르는 곳이다. 나만 이곳에 오는 게 아니라 부사령관이나 기술부장도 종종 방문하곤 하는 곳이고, 그들 외에 다른 이들이 이곳에 오는 일은 거의 없다. "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선 나오키는 잠시 나츠키를 향해 시선을 내리려 하다, 곧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려 하였습니다. 바로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내부로 나오키는 들어서더니, 지하 가장 밑층을 누르고는 바로 열리는 버튼을 계속 누른 채로 나츠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려 하였습니다.
"네 물음에 대해 답해주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
만약 나츠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다면, 곧바로 닫히는 버튼을 누르려 하며 다음과 같이 물어보려 하였을 것입니다.
"나츠키, 적이 왜 이 곳으로 몰려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글쎄요.....? 사도들이 왜 제3신도쿄시로 몰려오냐니요? 그러고보니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로 가도 되었을텐데 왜 굳이 이곳 제3신도쿄시에만 계속해서 사도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느 나라로든 사도는 침입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이곳 제3신도쿄시에만 몰려드는 것일까요. 다른 도시에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들은 일본 국토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 뭔가가 있지 않는 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적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는지부터 얘기해야 나머지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군. 마음껏 생각해 보도록. "
기술부장이라면 유즈키 이오리 씨...겠지? 부사령관은 그때 봤던 사람좋은 웃음이 특징이던 아저씨(...)일거고. 엘리베이터는 아버지가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먼저 들어서는 아버지를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또 다시 문은 바로 닫힌다. 눌린 버튼은 지하의 가장 깊은 곳. 그리고 먼저 물어볼 것이 있다는 말에 조심스레 시선을 올려 아버지를 봤다.
"어...? 적이 왜 여기로 몰려오냐니...“
그러고보니, 한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째서 이쪽으로 오는 걸까. 사도는 왜 이 제3신도쿄시로 오는 걸까. 우연히?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이나 우연이 겹치는건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다. 다른 나라도 있는데 어째서 일본에만, 그것도 신도쿄시 중에서도 꼭 이곳, 네르프 본부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랬어. 어째서? 왜 굳이 여기로...
"....에반게리온이 여기에 있으니까, 사도랑 싸울 수 있는 건 에반게리온이니까... 사도에게 대응할 수단이 있는 이쪽으로 유인하고 있다던가?“
사도와 싸우기 위해 개발한 인조병기, 에반게리온. 사도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가 있는 곳이 제3신도쿄시의 네르프 본부. ...그,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사도가 다른 곳에 나타나면 이 병기를 그쪽으로 파견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겠지. 애초에 등장하자마자 다 부수고 다니는 녀석들인데, 이미 운송하던 도중에 도시 몇 십개는 쉽게 박살낼게 뻔하고. 그러니까... 일부러 이쪽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구역으로 유인해서 잡는다...던가? 나방을 끌어들이는 포충기의 UV등처럼, 사도에게 유효한 무언가를 써서?
"...아니야, 적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는지를 얘기한다고 했지. 그럼 사도 쪽에서 뭔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데, 대체 뭘 노리고... 에반게리온을 노리고 오는 건가? 자기들에게 대항할 수단을 파괴하기 위해서? ...그런 지성이 있다면 에바 개체를 노리는 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으로 네르프를 노렸을 것 같은데...“
어째서 이곳으로 오는 거지, 사도의 목적은 뭐지? 그리고... 목적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듯이 말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 대체 당신은 뭘 알고 있는거야?
"...잘 모르겠지만, 적에게 목적이 있다고 확신할 정도의 정보가 그쪽에게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망할 아버지..."
>>407 나츠키가 부르는 호칭에도 개의치 않는 것인지, 나오키는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나츠키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엘리베이터의 뒷면은 창이 나있는 것인지 밖이 다 보이고 있어서, 나츠키는 내려가는 내내 바깥의 풍경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긴 원통형 공간으로 보이는 곳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단면만 보자면 에반게리온이 족히 한두 기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나츠키가 처음 에바를 타러 갔을 때 본 풍경과 비슷한, 익숙한 녹색 철벽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따금씩 내려가느라 나는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츠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외엔 조용하였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노리고 온다는 것은 맞췄군. "
나츠키의 말이 다 끝나고 나서야, 나오키는 나츠키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어떻게 정답을 맞췄으니 말해주자면, 이곳에 사도가 노리는 것이 있다. 에반게리온이 있는 건 아니다. "
사도가 노리는 것이 있지만 에반게리온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로 보아, 사도는 에반게리온을 오는 것이 아닌 걸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사도는 뭘 노리고 들어오는 것일까요? 생각할 틈도 없이 요란하게 덜커덩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곧, 문이 열리려 하였고, 나츠키는 바로 앞에 아까 들어왔을때와 똑같은 보안장치가 달린 문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리나는 여기서 죽기 전까지 이것을 연구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에반게리온을 설계하고 개발하였다. 물론 네 엄마 혼자서만 연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함께였었고, 지금보다 비교적 소수의 인원들만이 연구 및 개발에 참여했었다. "
추측컨대 그 소수의 인원들 중에 후지와라의 어머니와 미야미즈란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오키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뚜벅뚜벅 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보안 장치에 손을 대려 하기 전에 나츠키를 향해 내려다보고 물으려 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내려가고 있었다. 뒤쪽으로 난 창에 비치는 풍경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간이었다. 끝도 없이 넓은 녹색의 철벽. 대체 네르프 본부는 뭐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공간이 계속 끝도 없이 나오는 걸까. 아무튼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런 괴상한 공간에서, 기이한 선문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니. 이상한 느낌.
"...진짜냐고... 대체 뭘 노리고 오는거야 그럼...“
진짜냐. 어떻게든 때려맞춘 모양이다. 불완전한 정답이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노리고 온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도들이 몰려오는가. 그들은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원해서 이곳으로 오는가. 그 대답이 이제 바로 앞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아버지를 따라 걸어간다. 또 보안장치가 달린 문이다. 그냥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아무것도 모른채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듯... 아버지는 다시금 물어본다. 정말로 확인하고 싶냐고.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아마도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사도들이 노리고 찾아오는 목적을.
"......확인하고 싶어.“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그 망할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경고처럼 말해주는 것은, 아마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적어도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깨버리는 무언가라는 것이겠지. 이렇게 깊은 심층에 가둬놓은 것을 정말로 들여다 볼 거냐고 물어보는 물음에, 나는 주먹을 꾹 쥐고 대답했다.
"아니. 확인해야 해. 나는... 파일럿이니까.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이니까. 내가 상대하는 적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보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할거야. 그렇게 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감추지 말고 전부 보여달라고, 망할 아버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싸우는 건 싫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타라고 해서 타는 건 이제 싫어.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직접 판단하고, 내가 직접 생각해서 결정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더는 숨기지도, 감추지도 말라고...!
>>411 나오키는 나츠키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더니, 한숨을 내쉬곤 어쩔수 없다는 듯 보안 장치에 카드를 찍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좋다. "
[ SECURITY LEVEL : BLACK ] [ PERSONAL CODE : ************* ] [ SECURITY : OK ] [ NAME : NAOKI KASHIWAZAKI ]
그리고 보안장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뜨기 시작하더니...
[ CENTRAL DOGMA ] [ FINAL GATE ] [ UNLOCKED ]
치이익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천천히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안개인지 증기인지 모를 것들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처음엔 앞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왔을 무렵엔, 나츠키는 그제서야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긴 통로가 있었습니다. 철골이 얽히고 얽혀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긴 붉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저 끝까지 붉은 빛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끝에는 무언가가 서 있는 듯한 형상이 보였습니다. 안개가 아직 남아있는 영향이 있어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형상이여서 자세히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완전히 문이 열리자마자, 나오키는 앞장서서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 하고는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나츠키에게 따라오라는 듯 무심히 손짓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후회하는 일 없기를 바라지. "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따라가도 좋을 겁니다. 이 길의 끝에는, 나츠키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도들은 모두 이 곳에 있는 어떠한 존재를 찾아서 이곳 제3신도쿄시로 오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 존재와 접촉하기를 원하며, 하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에 이 존재와 사도가 접촉하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모두 무로 돌아가게 될 거다. 멸망하게 될 거란 것이다. "
통로를 걸어가는 내내 나오키는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면서, 나츠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대체 저 안에 있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나츠키에겐 정말이지 영문 모를 소리로 들릴 지도 모릅니다. 순 이해하기 어려운 말 투성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해주지도 않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아버지는 이 정보들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 이 붉은 철골의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만약에 나츠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였다면 나츠키는 웬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밖의 붉은 바다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는 옅은 색의... 너무나도 익숙한 주홍빛 물결을 말입니다.
"말이 길었다. 나츠키, ...앞을 보도록. "
이윽고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나오키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저 밖에 있는 것을 바라보려 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커다란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직경으로 수십 수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붉은 십자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거대한 형체가 십자가에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에 기이한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새하얀 형체는 가슴께에 무언가 붉은 창으로 보이는 것이 박혀있었으며, 양 손이 못으로 박혀 구속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형체는 다리가 없었는데, 단순히 다리만 없는 게 아니라 허리 아래로 있어야 할 부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꼭 어떻게 무언가로 잘리기라도 한 거마냥, 형체는 허리 아래로 선명히 베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하얀 형체의 가슴께에 사선으로 개복한 듯한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호흡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 형체는, 허리 아래로 계속 무언가 액체로 보이는 것을 흘려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는 이와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에 탈 때마다 보았고 또 이것에 잠기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 밑으로 흐르고 있는 주홍빛 그것은, 틀림없이 그게 맞았습니다.
이것, 이 액체, LCL 용액이 아닙니까?
"...소개하지. "
한참을 뜸을 들이고 있던 나오키가, 조용히 형체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제2사도 릴리스Lilith. 이 지오프론트 심층부에 숨겨놓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존재이다. "
문이 열리며 나오는 증기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앞이 안 보여... 증기가 가신 다음에야 그 앞을 볼 수 있었다. 또 통로다. 길고 긴 통로. 얽히고 설킨 철골이 만든 육각형의 붉은 통로. 그리고 저 멀리 끝에는 무언가가... ...앞장서서 들어간 아버지의 손짓을 따라, 나는 내딛었다.
"...그런... 그런 거 처음 듣는데...“
사도가 이곳에 있는 것과 접촉하면, 모두 죽는다고?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 모두 무로 돌아간다니, 그건 즉... 인류라는 종의 멸종? 제정신이야 이 아저씨?라고 하기엔 주변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네르프의 지하, 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 기이하고 불길한 공간은 아버지의 비현실적인 말이 현실이라고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패기좋게 내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한 것은,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몇 초, 몇 분 전의 나를 향해 되물어보지만 대답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스쳐지나간 과거따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
"...바다?“
통로를 지나가며 주변을 둘러보자, 일렁이는 주황색 물결이 보인다. 붉은빛의 바다같은, 지상의 바다를 닮은 주황색 물결. 아니, 바다 그 자체잖아. 어째서 여기에? 지하 아니었던가 여기? 잠시 의문이 떠오르지만 곧 들린, 앞을 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한순간 머뭇거리다 고개를 치켜든다. 그 앞에는 정말로, 정말로 기이한 것이 있었다.
거대한 십자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것. 가면을 쓴 새하얗고 거대한 형체. 붉은 창이 박혀 있고 사선으로 개복한 흔적이 남은 가슴, 그리고 하반신은 잘려나가 없었다. 허리 아래의 단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액체는 밑으로 흘러,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물이었다. 거대한 생물, 기이한 생물체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하반신, 절단면, 흐르는 액체,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 바다. ...비릿한... 냄새... 익숙한 냄새... 이 냄새와 함께 연결된 기억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엔트리 플러그... ....설마...
"아냐... 이거 바다가 아니야... 피... 아니, 설마 이거 LCL?!“
에바에 탈 때마다 호흡기를 가득 메우는, 폐포 끝까지 들어차는 액체. 비린내가 나는 오렌지색 액체. 그 액체가, 이거라고...? ...이 생물체의... 혈액...?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전신을 내달린다. 나는 그동안 피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던거야? 이 정체모를 생물체의 혈액 속에서... 그 충격이 전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한층 더 큰 충격이 귀를 때린다. 형체를 올려다보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 단어가.
"...사도라니, 이게... 하지만... 그럼... 아니...“
사도들이 여기에 찾아오는 이유라고? 이 존재와 접촉해서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고? 그리고 그러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그런데 그 것의 정체가 다름아닌 사도? ...사도끼리 하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도를 여기에 가두고, 찾아오는 사도를 섬멸하는 거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향해 무어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머리가 새하얗게 된 것 같아. 삐걱이는 시선을 돌려 릴리스라고 불린 그 것을, 제2사도를 올려다본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것은 여전히 눈 앞에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명백한 현실. 기이하고 압도적인 진실. 심층에 숨겨져있던... ...진정한 목적.
엄마가 죽기 전까지 연구하던 것,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된 것, 미야미즈 박사를 포함한 개발진들이 함께 연구하던 것. 그것의 정체는 제2사도 릴리스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에반게리온의 토대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에반게리온 역시 사도? 아니, 그치만 에반게리온은 로봇인게 아니었나? 어라? 그러면 뭐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혼란스럽다. 대체 이게 뭐야. 이런 건... 이런 건... 이런 게 현실이라고? 이런 게 진실이라고?!
"이게... 내가 지켜야 하는 것...?“
부정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차마 부정조차 하지 못할만큼, 그것은 뚜렷하게 눈에, 귀에, 뇌리에 새겨진다. 나는 그저, 아버지와 똑같이, 그 형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간에 화요일도 슬슬 해가 중천에 떠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오후 보내고 계시신가요?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는 거 아니랄까봐 좀 많이 버티기 힘든 날씨이긴한데(...) 어찌저찌 핫팩으로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모두들 부디 따뜻한 곳에서 안온한 시간 보내실 수 있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쪼록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