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어? 뭔가가 번쩍 빛났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런 섬광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왼손으로 집어들고 있던 라이플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래에 있던 도로에 금이 가서 깨지고, 라이플이 옆으로 천천히 쓰러진다. 이상하게도 굉장히 느릿하게,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지는 그것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점점... 더워지는 느낌이다. 어째서...?
"――?!“
뜨겁다. 열기가 느껴진다. 주변의 온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 든다. 엔트리 플러그에 가득한 이 액체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마치 욕조 속이라도 된 것같은, 여행지에서 들어갔던 온천마냥 뜨뜻해지는 느낌이 들고―― 그보다도 더 뜨거운 느낌이 왼팔에 작렬했다. 어깨가, 팔이, 뜨겁다. 불에 타는 듯한, 아니, 불에 타고 있어, 어째서, 뭐야, 왜, 무슨 일이, 갑자기 어깨가, 어깨에―――
"――아아아아아악!!!!!“
작열통. 화상성통증.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고통. 이제 고작 14살인 아이가 이겨내기에는 버거운 통증. 그 통증을 겪고 있는 나츠키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은 어떻게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존재를 찾아 처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뿐이었다. 그 대상이 정말로 나츠키를 보호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울부짖으며, 더는 견딜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못이겨 자해라도 하듯이 나츠키는 조종석 헤드에 머리를 박는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어깨의 통증이 사라질리는 없어서, 또 다시 이리저리 몸부림을 친다. 어깨에 붙은 실체없는 불을 어떻게든 꺼보려는 듯이. 이제는 비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쇳소리만이 나츠키의 입으로 새어나오고 있을 뿐이다. 이 통증은 도저히 나츠키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계를 넘어선 통증 끝에 나츠키의 중추신경은 결국 차단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던 나츠키의 몸이 돌연 축 늘어진다. 엔트리 플러그 내부를 채우던 비명이 뚝 끊기고 오렌지색 기포가 한 방울, 맥없이 열린 나츠키의 입에서 나와 위쪽으로 올라간다. 몸부림을 치던 중에 어디에 부딪힌건지 아니면 혈압의 상승으로 인한 출혈인지, 코에서는 붉은색 액체가 흘러나와 오렌지색 사이로 퍼져간다. 미약하게 오르내리는 흉곽의 움직임만이 유일하게 나츠키의 생존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 푸른 수정같은 구조물이 시시각각 유동하며 모습을 바꾼다. 그 모습이 마치 유클리드를 천상의 학당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려온 섭리의 사자같았다. 그래, 솔직히 인정하겠다.
'아름답다....'
직접 올려다보고 싶고, 손으로 그의 몸을 만지고 싶다. 사도를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니, 배덕적이다. 심지어 울음소리도 그렇다. 다른 사도들이 지르던 괴수같이 천박한 울음소리가 아니다. 판테온의 천정구멍에서 내려오는 태양빛을 받으면서, 넉넉한 토가를 두르고 찬미가를 부른다면 꼭 저럴지. 어째서 저토록 아름다운 존재가 '적'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안타까움에 몸서리쳤다.
나는 붉은 비가 죽죽 내리는 고주파 그래프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라미엘의 울음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서 헤드셋 음량을 조금 낮추고 주파수를 돌리는게 다였다. 카시와자키 양의 비명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환상 속을 헤메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빠!!! 엄마!!! 아아아아아악!!! 엄마!!! 엄마!!! 살려줘!!! 아파아!!!!
아차.
초호기 수신 뮤트.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내 이목을 끌기 위해 춤추는 그래프를 볼 수 있었다. 그래프의 시간을 되돌리자 사도가 공격을 할 때 냈던 소리가 그대로 기록되어있었다. 나는 명령어를 작성한다.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을 학습하라. /시간 지정]에서부터 [시간 지정]까지의 파형과 같은 파형의 발생이 예측될 시, 파일럿들에게 즉시 경고하라.
키이이이이! 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 경고하면 늦는다. ㅋ만 듣고 공격이 오리라고 예측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일을 능히 할 수 있지만, 먼저 이 파형을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파형의 전조까지도 말이다. 그것은 기계의 빈틈이고, 인간이 메워야 할 구멍이다. 나는 사도의 고주파 파형을 잘라서 화면 한구석에 붙여놓았다. 내 머리뚜껑을 따서 기계에 넣으면 그건 세계 최정상의 음향분석 인공지능이 되리라고 나는 자부한다. 다시 음량을 높인다. 파일럿들에게 말한다.
"아까 비명소리같은 거 들었죠. 공격의 전조입니다. 전조를 포착하면 즉시 신호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중앙지령실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초호기는 벌써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파일럿이 기절했다. 저건...빨리 다시 내려와야겠는데.
"적이 지반을 천공합니다! 이곳으로 침입하려는 것입니다!"
내려와도 안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라미엘 날 가져요.... 마기가 파형을 학습해서 공격 예보를 보내도록 합니다. 파형 학습이 완료될 때까지는 나루미가 직접 예측합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sf 오퍼레이터풍 바람잡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