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렇고말고! 폼을 잡는 강산을 보며 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많이 엄하셔? 특별반이 아니면 못 놀러 간다거나..."
혹시나 해서 웨이는 강산에게 묻는다. 웨이는 아무런 연락 없이 대뜸 데리고 와서 놀아도 돼요? 하고 묻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선물이라도 사 가야 할 지도 모르니까.
입 안이 꽉 차도록 떡볶이를 문 강산에게 천천히 먹어, 체할지도 몰라! 라고 어묵을 먹었을 때의 대사를 똑같이 들려주면서, 웨이도 남은 몇 개의 떡볶이를 부지런히 입으로 옮긴다. 볼이 미어지도록 들어간 모습이 조금 우스워서 미소지은 채로, 웨이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말을 하냐고 물으려 했다. 직후 칩을 조작해서 홀로그램 창을 보여준 덕에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아, 맞다! 저녁밥을 잊고 있었네."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 못 먹는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그만. 나누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웨이도 타자로 화답한다.
[나는 좋아! 만들어 먹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고!]
잠시 고민하는 듯한 공백. 웨이는 다시 타자를 입력한다.
[아무거나 좋은데 , 뭐가 맛있을 것 같아? 추천해 줘!]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가장 곤란하다는 '아무거나'라지만, 웨이는 정말로 뭐든 괜찮고 뭐든 잘 먹는 사람이었으므로 별 고민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웨이는 매점이 붙어 있는 학교에 다녀 본 경험이 없었으므로, 미리내고에 오고 나서 매점의 존재를 안 이후에는 꽤 자주 매점을 들락거렸다. 늘어서 있는 물건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잡는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자신의 필요에 의한 혼자만의 방문이었고, 이렇게 친구와(친구라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일단 같은 반인 이상 웨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본다) 온 경험은 생각해 보니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음료 코너에서 달고나 라떼와 흑당 라떼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곰곰이 고민하던 웨이는 골랐어? 라고 물으려다가,
스튜? 그러고 보니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거의 식재료였다. 버섯이 있는 걸 보니 버섯 스튜를 만드려는 걸까. 봉지 하나를 받아든 웨이가 내용물을 기웃거리며 생각했다. 어쩐지 많다고 생각했던 것은 세일 기간이라서였구나 싶어 웨이는 이해했다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으음, 확실히 혼자 먹기에는 좀 많을지도 모르겠다."
느끼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걸 넣어서 끓인다고 생각하면 몇 인분이나 나오려나, 요리에 그다지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웨이로써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많은 양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라임의 방문 앞까지 들어다 주면 되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웨이는 라임의 발걸음이 방문을 지나치는 것을 보고 일순 멈칫했다가, 걸음이 복도 끝의 공유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뒤를 따라갔다.
"저녁? 아직 안 먹었는데... 아, 설마 요리해 주는 거야?"
얼굴이 화악 하고 펴지는 게 사양은커녕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인다.
"나야 고맙지! 마침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하지만 마냥 얻어먹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웨이는 뭔가 도울 게 없는지 라임에게 물었다.
웨이가 사양하지 않고 흔쾌히 같이 먹어주겠다고 하니까 라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숙사의 공유 주방은 처음 이용하는 거라서, 주방에 도착해선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식기나 조리기구 등이 어떻게 구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네요.
라임은 널찍한 조리대에 봉투를 올려놓고서, 옆에 있는 개수대에서 간단히 손을 씻고 봉투에서 야채를 꺼내 손질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면서 도마와 칼도 두 개씩 꺼내서 간단히 세척한 후에 조리대에 올려놓아요.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같이 해야 즐겁잖아요!
"응. 그럼... 거기 담겨있는 고기 좀 썰어줄래?"
웨이가 들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고기의 크기는 웨이가 먹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다고 덧붙입니다. 혹시 웨이가 칼질이 서투르더라도 의념 각성자니까 손이 베일 일은 없지 않을까요! 웨이는 중화 쪽 친구라서, 왠지 칼 솜씨가 뛰어날 것 같은 느낌이라 조금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토토토토... 둘이 나란히 서서 도마에 칼질을 하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져요. 야채를 써는 라임의 칼질은, 생각보다 조신하고 얌전합니다.
꼭꼭 씹어먹고 있는지 양 볼이 조금씩 홀쭉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웨이는 강산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얼굴은 자신이 홀로그램 창을 켜자 금방 웃음으로 지워지고 말았지만.
[각성자??]
처음 안 사실이었으므로 웨이는 물음표를 한 개 더 덧붙인다. 각성자, 그것도 1세대다. 수업 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1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기를 보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이 많은 것도 이상하지 않다. 전국 여행은 걱정 안 하셨으려나? 웨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분이시구나!"
이윽고 강산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므로, 웨이도 입가에 묻은 양념을 훔치고 입을 열었다. 집을 떠나서 후회한 적은 아마도 없다. 설령 있었더라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즐거운 기억에 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고향과 부모님 이야기를 하니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여력이 된다면 전화라도 한 번 걸어 보자고 웨이는 다짐했다. 물론 국제 전화니까 수신료는 웨이 부담으로.
"감사합니다!"
물론 강산에게도 고마워해야겠지만, 우선 솜씨 좋게 음식을 포장하는 아주머니를 향해 웨이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주셨다는 데에, 그리고 친구와 이렇게 진솔하게 대화할 기회를 주셨다는 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