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아무래도 그녀에겐 이 책은 조금 어려웠던걸까? 어쩌면, 특별반의 학력을 과대평가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을테니 유리아에겐 게이트학은 어려웠던거겠지. 그런 점을 생각해도 게이트학이 어려운 것은 맞다. 나도 그러했었으니.
"배워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게이트에서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기위한 조사를 하기위함도 있었지만... 덕분에 스스로도 이쪽 관련으론 전문적이진 못해도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책을 펼쳐서 스르륵 눈으로 훑어봐요. 아까보단 낫군요. 이걸로 공부해야겠어요. 시큰둥한 얼굴로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엄청난 속사정이 있나 보군요. 제가 거기까지 끼어들 문제는 아니지만요. 가족이라.. 왠지 그리운 느낌이네요~ 지금의 저는 뒤라님이 계시지만요!
"그러시군요. 가족을 위해서. 엄청 숭고한 느낌이에요. 잘 모르겠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는 그 목적을 이루시길 바랄게요."
미소를 지어주며 응원의 말을 건네요. 헌터들은 다 목적을 가지고 있군요. 휴게실에 도착해서 자판기에서 음료 두 개를 꺼내서 하나를 건네줘요. 책의 답례 라고 해둬요.
이러면 수지타산은 맞나. 나는 그녀에게 적당한 책을 추천해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유리아는 음료 하나를 주었다. 특별반의 사람들은 적어도 그에 대한 것이 확실한 헌터들이였다. 학생이기이전에, 헌터인 것이다. 그녀의 응원에는 그다지 대답하진 않았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건...누가 봤을 땐 숭고할지는 몰라도, 나는 그저 당연히 해야될 일이니까 했을 뿐이다. 가족이...가족을 도와주려하는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배우고 싶은 건 많을지도."
학구열이 뛰어나다고 해야하나이걸?...그냥 모든지 배울 능력이 되니 다 해보고싶은 심정이다.
할로윈을 맞이하여 현실의 세계가 시끄럽듯, 영웅서가 세계관 내에서도 할로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웅서가의 할로윈은 유령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의 의미보다는, 게이트에서 나타난 우호적인 이들의 문화와 지구의 문화를 적절히 교류하여 서로의 차이점을 옹호하는 기념일적인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종족의 분장을 하거나, 종족적 영웅이나 세계의 영웅을 코스프레하는 등의 이벤트가 이뤄지기도 하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는, 그런 이벤트가 일어나는 요일이기도 합니다. 특별반도 이 매력에 승차하여 안락한 할로윈 이벤트를 보내면 좋았겠지만.. 특별 수련관에 알 수 없는 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호박의 기사라는 이름을 가진 이 게이트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채 머리를 잃어 호박을 달고 떠도는 기사가 적으로 등장하는 대결형 게이트로 호박기사를 물리치는 것으로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이트에 입장하기 위해선 특별 수련관의 알 수 없는 마력에 의해.. 코인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세 개의 코인을 지불하고 호박기사와의 대결이 시작되며 파티를 짜서 호박기사에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호박 기사의 체력은 5만으로 공개되며 모든 참치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5턴간 호박 기사를 공격하고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 탈출해야만 합니다.
호박 기사 토벌 성공 시. 호박 기사를 토벌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모든 참치에게 공통적으로 수련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련 코인 20개가 지급됩니다. 또한 각자가 입힌 대미지 * 3만큼 GP를 지급하며 가장 많은 딜을 넣은 최상위 3명에게는 특별한 보상을 드립니다. 3등. 30000GP 2등. 호박기사의 사탕 조랑말 1등. 낡은 기사의 목걸이(옐로 등급의 코스트)
호박 기사 토벌 실패 시 호박 기사를 토벌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모든 참치에게 공통적으로 수련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련 코인 10개가 지급됩니다.
또한 할로윈을 맞아 세계관 내부에서도 약간의 수치 변동이 이루어집니다. 이종족 계통의 NPC들의 등장률이 증가하며 호의적인 인물인 경우 호감도 증가 속도가 소폭 증가하게 됩니다.
외에도 호박 기사를 클리어하는 데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인물에 한해 '호박 기사 모의전 소집권'을 드립니다. 호박 기사 모의전 소집권은 세계관에 정식으로 존재하는 중형 보스 몬스터 '호박 기사'와 직접 전투를 치룰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클리어를 위한 공략대를 모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외에도 호박 기사에게 1만의 대미지를 입힐 때마다 '사탕 조랑말의 젤리 깃털' 아이템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 호박 기사의 사탕 조랑말 ◀ 호박 기사가 타고 다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탕으로 만들어진 조랑말. 그의 커다란 키와 몸을 견디기 위해서인지 사탕 조랑말도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전신이 오색의 알록달록한 사탕들로 이루어져 있고, 깃털은 수많은 젤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가 있는 부분에는 호박 기사를 닮은 호박머리를 달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딘가 나사 빠진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일단은 탑승이 가능한 생명이라고 볼 수 있다. ▶ 장인 아이템 ▶ 풀 대신 사탕을 먹여주세요 - 호박 기사가 타고 다니던 조랑말을 소환할 수 있다. 탑승물은 소환자의 레벨에서 5만큼 감소한 레벨을 가지며 신체 80, 신속 220, 영성 10, 건강 95, 매력 10만큼의 스테이터스를 소유하고 있다. ▶ 살아있어요! - 조랑말이 사망 시 부활시킬 수 없으며 이 아이템은 소실된다. ▶ 가자! 호박말! 하늘을 날아라!! - 매 턴 망념이 15 증가하는 대신 낮은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 아이들이 좋아한답니다. - 청소년 미만의 나이를 지닌 NPC들에게 호감도 보정을 얻는다. ◆ 제한 : 호박 기사 레이드 대미지 2등
▶ 사탕 조랑말의 젤리 깃털 ◀ 조랑말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깃털을 만지자 이만한 젤리로 변해버렸다. 오색으로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이 젤리 깃털에서는 온갖 과일 향기가 향긋하게 풍기고 있다. ▶ 고급 - 소모 아이템 ▶ 고급 디저트 - 섭취 시 망념이 10 감소한다. ▶ 혀가 짜릿해지는 그 맛! - 섭취 시 영성이 5 증가한다. ▶ 나만 먹을거야! - 거래할 수 없다. ◆ 제한 : 호박 기사 레이드 중 1만의 딜을 넣은 플레이어에게 주어짐.
▶ 낡은 기사의 목걸이 ◀ 명예란, 본디 이미 조롱거리가 되어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를 일어나 걷게 만드는 것이다. 이 정체 모를 목걸이의 중심에는 가치가 크지 않은 호박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는데, 호박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빛의 눈물 결정 같은 것이 들어있다. 기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명예를 지키고자 했다. 이미 자신이 지킬 것은 모두 사라졌고, 그 육체는 무너졌다. 그런 기사에게 먼 시대에서 온 마녀는 물었다. 네 목표를 이룰 육체를 주겠으니 네 정신을 나에게 줘. 그 부당하고도 불리한 거래를 기사는 수락했고 기사의 정신은 호박 속에 남아있다. 마녀와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사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새로운 계약을 채결하는 것이던지. 아니면 영원한 안식 뿐일 것이다. ▶ 코스트 - 파괴 불가 ▶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 - 기사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이루려 했던 소망이 있었다. 이 목걸이는 기사가 가진 소망에 반응하여 주인과 스스로 공명하며, 이 과정에서 목걸이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 불공정 계약 수정 - 파괴가 불가능한 코스트이나 코스트를 파괴하는 것으로 마녀와 기사가 했던 계약에 계약자 중 하나로써 게약의 내용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 ▶ 호박 기사 소환 - 망념을 100 증가시켜 6턴간 호박 기사를 소환한다. 호박 기사는 35레벨과 적절한 스테이터스를 지닌 채 소환되며 6턴간 소환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함께 전투에 참여한다. ▶ 옐로 코스트 : 명예 - 어느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기사의 흔적이 남은 목걸이. 기사 계통의 NPC들에게 목걸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 시 호감도에 보정을 얻는다. ◆ 제한 : 호박 기사 레이드 대미지 1등
'필요하다면'말이다. 지금 당장은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은 배제해도 돼. 나중가서 배워둘껄..하면서 후회하더라도 이건 나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 압박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에 짓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국...내가 선택한 길이니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으-음 쓸데없이 무거워졌을 지도 모르겠네. 책에 집중할까 책.
"...그렇구나."
자신이 특별반에 들어오게된 이유가 있는 것처럼, 그녀도 음악과 관련된 이유로 특별반으로 오게되었다. 그 이유들을 설명하는 것은 좀 더 친해지고나면...아니면 영원히 듣지않을 수도 있겠지.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 어지러운 모래시계 ◀ 어떤 신의 변덕으로 만들어진 모래시계. 수 분 짜리의 시계에 알 수 없는 시간의 힘이 깃들어버렸다. 모두 떨어지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 바이올렛 코스트 소모 아이템 ▶ 플리즈 진행! - 캡틴의 동의 하에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 어딜 보시는 거죠? 이 시간은 제 겁니다만? - 1시간의 개인 진행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빈센트의 오똑한 코에, 나무 타는 냄새와, 살 익는 냄새가 섞여 흘러 들어왔다. 어떤 좋다는 담배보다도 행복한 느낌을 주는 이 연기를 맡으며, 불타는 마을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블린들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원주민들이 모두 떠나서 버려지고, 고블린들이 자신의 초록으로 더럽힌 마을은, 빈센트의 마음 속에서 뻗어나온 불꽃에 먹혀서 사라졌다.
"뜨겁게 불타는군요."
빈센트는 장갑을 고쳐 끼면서, 자신이 만든 것을 바라보았다. 판잣집은 불타서 쓰러지고, 고블린들은 거기에 깔려서 부르르 떨고, 온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뛰어다닌다. 누군가 살았고, 고블린들이 즐거이 놀았을 마을은 그렇게 끝장나고 있었다. 빈센트는 이 마을들 사이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불태웠던 집의 전경을 생각하며, 만족감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쪽은 다 끝났나요?"
그리고,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블린들과는 달리, 성큼성큼 당당하게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에 물었다.
손가락을 딱 튕기자 고블린의 머리가 팝콘처럼 피어올랐다. 빈센트는 그답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지한을 바라보았다. 죽여준다는 이야기에, 빈센트는 허허 웃으면서 긍정한다. 여러 의미로 죽여주는 것이다. 죽여주는 광경이고, 고블린을 죽여주는 상황이었고, 이 마을을 죽이고, 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중이었다. 빈센트는 아직, 이라는 말에도 스스럼없이 긍정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영원히 불태우고 싶습니다."
빈센트는 그러면서 자신의 철학을 말한다.
"자라서 숲이 되는 것은 수백년, 쌓아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수 년, 하지만 태우는 건 수 시간뿐이죠. 그렇기에 아름다운 거 아니겠습니까?"
고블린들이 지한과 빈센트를 보더니, 도망치려고 공터로 모인다. 그곳에는 불탈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들을 보고, 거대한 파이어볼을 하늘로 쏘아올렸다. 그리고...
"오랜만인 건 맞습니다."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이런 것도 즐기지 못하면 것도 애매하지. 라는 생각이 드나요? 의외의 호전성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한은 달려드는 고블린 한 마리를 창대를 이용해 저 멀리 날려버립니다. 그 자리가 불타는 곳이었기에 떨어지자마자 끼익거리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군요.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얕은 경제학적 논리로는 수요공급이던가. 라고 생각합니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확실히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말을 하며 공터로 몰린 것들을 봅니다. 거대한 파이어볼과 함께 벌어질 광경에 좀 비위가 상할 시기는 있지도 않았으니 그냥 구경하겠지만. 터져나갈까. 아니면 태양이 떨어지는 그런 거려나?
"불타는 건 이중적이죠. 짧으면 아름답지만, 영원할 수 없고. 정말로 아름답지만 동시에 슬픕니다. 영원은커녕, 찰나조차 허용받지 않는 것이라."
빈센트는 공터에 모인 고블린들을 바라본다. 고블린들은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해서, 어떻게든 하늘로 가려고 서로를 짓밟고, 어떻게든 고블린들 자신으로 기둥을 만들어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한다. 어두운 하늘에, 불덩이가 빛나고, 불덩이는 점점 커지며 가까워지는 광경을 감상한다. 그리고...
쾅! 고블린들이 덩어리로 뭉쳐있던 곳에, 파이어볼이 떨어졌다. 눈이 멀 정도의 밝은 빛에, 빈센트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지한에게 미리 경고한다.
"눈 감으시죠."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었다. 빈센트의 파이어볼은, 저 불쌍한 고블린들의 삶을 영원히 끝내고, 저 추한 초록의 집단에게 아름다운 불꽃을 안겨주었다. 불타는 사지들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비처럼 내리는 광경은... 빈센트가 보기에는 아름다웠다. 지한에게는 아니겠지만.
"시체 덩어리를 맞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지한 위에 매우 뜨거운 불의 장벽을 만든다. 불의 장벽으로 떨어지던 시체조각은, 닿자마자 불타서 연기로 화했다.
"영원해서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순간이기에 아름다운 것도 많지요." "사실 영원한 것보다는 보통 순간적인 것이 좀 더 인상깊은 편이기도 할까요" 고블린들의 발버둥이나. 그들 위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파이어볼을 따분해 보이는 표정으로 봅니다. 표정은 그래도 나름 흥미로워하고 있다고요? 나른해보이는 기본 표정 때문인 걸까..
"앗.." 눈을 감으라는 말에 눈을 감고 동시에 귀도 막습니다. 비명소리 때문이라고 하기엔 꽤 익숙해보이는 걸 보면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념이나 몬스터와는 관계 없는 것이지요. 묵직한 소리와 폭발이 이는 것이 지나간 다음 눈을 뜨면 꽤 장관인 광경입니다.
"유쾌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고보니 스톤으로 만드는 것도 장례법(*불교에서 말하는 사리의 원리로 유골을 녹이고 굳혀 원석같이 만드는 것. 유사품=메모리얼 다이아몬드)으로 있다고 들었는데. 저것들은 어떤 스톤이 나올까요. 라는 가벼운 농담..(같아보이진 않지만)을 건넵니다.
"동의합니다. 영원한 것, 영원하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남는 것들이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버 댐이나 피라미드는 십만 년도 넘게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순간이기에 아름다운 것도 있습니다. 불, 번개... 오래 못 봐서 아쉽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조미지요."
철학같지도 않은 철학을 읊는 동안, 건물들은 불에 잡아먹혀 끝내 쓰러졌다. 너무 완벽하게 태운 나머지, 잿가루들을 빼고 나무 판자도 나무 말뚝도 하나 없었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이곳은 끝장났다. 게이트가 닫히고, 이 세상과 현실 세상과의 연결이 영원히 단절되더라도, 이곳에서 다시 문명이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무너진 마을 너머, 불타는 숲을, 불타는 대지를, 지평선 너머까지 뻗은 불을, 타오르는 노란색으로 물든 하늘을 가리키면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미리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매우 건조한 곳이라더군요. 알 수는 없지만 비가 끊겼고, 대신에 불이라는 것도 사라졌고, 고블린들은 영양 섭취가 아니라, 의념의 일종으로 유지되고 있었다고요. 그래서..."
빛이 있으라, 그리고 불이 있으라, 빈센트는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해, 그들에게 불을 알려주었다. 인간들의 프로메테우스는, 불의 기적을 보였고, 고블린들의 프로메테우스는 그들에게 불의 지옥을 보여주었다. 빈센트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저 숲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불에 잡아먹혀 타죽을 고블린들을 비웃었다.
"창세기에 보면, 그런 게 나옵니다. 중동의 노인네랑 가족 몇 명, 그리고 동물 몇백 마리를 제외한 전 지구를 물로 심판한 다음에, 자비하신 주께서 다시는 이 세상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요. 이곳도 그렇게 될 겁니다. 다시는 불로 심판받지 못하겠죠."
빈센트는 알아서 불타고, 알아서 죽을 그들의 운명을 보지 못하는 걸 한스럽게 여기며 제안했다.
공부가 재밌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 지금의 나처럼 게이트학 관련 세미나를 재미가 아닌 학업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않을까..? 장소는 롯데월드 타워. 중간중간 익숙한 차림의 학생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 저기 구석에 있는 사람...사람? 아니, 익숙한 차림정도가 아니라 자세히보니 같은 특별반의 김태식이잖아. 아무래도 같은 목적으로 온 것 같긴한데...
3명정도 되보이는 무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 하아 타이밍 한번 그지같네...음, 그러니까 이게 그건가? 특별반이라는 존재자체를 마음에 들어하지않는 집단? 찡그려지는 표정을 감추고, 적당히 상대해주도록 한다.
"지금은 다른 거에 집중하고 싶어서-" "아 그래? 헤에 특별반은 공부같은 건 안하는 재능충들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였구나-"
뒤에 있던 잘나보이는 여고생이 일부러 들리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와중에 교묘하게 목소리를 줄여서, 주변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였다.
"야야, 특별반도 사람인데 공부를 하겠지-뭔 괴물새끼들도 아니고-" "그것도 그렇네!"
아직을 입을 열지않았던 누가봐도 불량해보이는 타입에 남자가 말한다. 현실에도 이런 누가봐도 삼총사같은 무리가 있구나.. ...하아, 더럽게 성가시네. 학교가 아니라고 이런식으로 나가는걸까. 문득 태식쪽을 바라본다. 아마 그들이 김태식을 발견하지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 더 만만해 보이는 쪽을 고른거겠지.
"...아-마침 저기에 같은 특별반 클래스 메이트가-"
누가봐도 연기같은 톤으로, 김태식을 부른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그들이 태식을 조금 두려워하고 있다면, 여기선 일부러 이쪽에 끌어드리는 것이 나도 편해진다. 미안 김태식...다음에 음료수라도 쏠테니까!
떡볶이를 받아 든 웨이가 이쑤시개를 떡 하나에 박아넣었다. 미끄러운 양념과 중력 탓에 손 쪽으로 미끄러지려는 것을 얼른 입에 넣어 막는다. 조금 매운 듯한 향을 풍기고 있었지만 막상 먹으면 매운맛보다는 달착지근한 맛이 우선하는 기분이었다. 케찹 같은 게 들어갔나? 아니면 물엿?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얼큰하다?"
웨이는 맛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이런 데 쓰는 말이 맞는지 헷갈렸다.
"아, 여기도 아까 먹었던 게 들어간다."
떡볶이 안에 든 어묵을 발견한 웨이가 말했다. 이건 이거대로 맛있다며, 컵의 내용물을 조금씩 비워 가는 웨이였다.
어쩐지 태식을 불렀더니, 또 다른 일행이 그를 건드렸나보다. 겁도 없지...나한테 시비건 것도 겁없는 거지만, 게다가 저쪽에서 말을 맞춰준다면 나야 편하다.
"에이-보통 친구끼린 조금씩 늦는 편이잖아?"
뭐...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좋은게 아니지만, 특히나 파티를 짜고 정해진 시간에 오지않았을 때는...사실 친구라는게 어떤 느낌이지만 모르겠다만.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나보다, 자신과 태식이 한 자리에 모이자, 시비를 걸던 세명의 일행은 주춤하는 듯 아까의 기세등등한 모습이 보이지않는다.
"...칫, 그래. 역시 몇 안되는 '특별반'답게 우애가 돈독하구만?" "텄네 텄어. 가자. 끼리끼리 놀라 그래-" "엉? 뭐여? 가는거여?...세,세미나는 어쩌고?!"
혀를 차며 그대로 제일 먼저 자리를 떠나는 남자와, 그 뒤를 따르는 여성과 불량해보이는 남성. ...세번째는 의외로 외모에 착실하게 세미나에 온거였나.
드디어 첫 의뢰를 앞둔 지금이지만 의뢰에 대한 걱정보단 같이 의뢰를 갈 파티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서 혼란스러웠다. 결국 방안에서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 슬리퍼를 끌고 나온와중 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저 녀석이 왜 여기있지..는 둘째고 마침 잘됐다.
"신지한 한가하냐?"
지금 복장이 저지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라는 평소와는 많이 다른 복장이지만 뭐 어떤가 나라고 365일 북부대공 처럼 입고 다니는건 아니다
지한은 멍하게 있었습니다. 어른어른 거리는 희미한 형체들(*정령 아님)이 움직이는 것을 쳐다보면 꽤나 시간을 죽이기엔 좋은 취미거든요. 시간을 죽이려고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쉬는 도중에 보는 거였을 뿐이지. 그 형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준혁을 봅니다.
"쉬러 나온 거니까요" 한가하냐는 질문에 한가하다고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네요. 그렇습니다. 한가한 겁니다. 옷차림에는 그닥 신경쓰지는 않지만 평소 각잡힌 게 흐트러짐. 이면 눈이 가는 법이잖아요.
"지휘나 태도인가요.." 지휘 자체에는 지금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라고 말하다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보통은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게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설명을 들어야 이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아니면 결과로 보여주던가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근데 보통 결과로 보여주려면 지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따라줘. 라는 태도의 부드러움이 필요하지 않던가. 라고 생각합니다. 준혁을 빤히 보면서 옛날 웹소에 비슷한 유형같은 게 있던가.. 라고 머릿속에서 떠올려봅니다.
현재석이 누군지 지한이가 알던가? 는 중요치 않다 아마 알겠지, 학교에 자주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아무튼 자신은 그렇게 유하게, '이거는~ ~~하기 때문에 ~~ 한거야~' 따위의 말 못한다. 설명? 왜 해줘야 하는 것 이지? 규율과 결과로 복종하게 하는 것 이야 말로 뛰어난 지휘관이다.
"그게 지휘 아닙니까..?" 개개인이 완벽하게 우수하면 지휘가 뭐가 필요 있습니까. 어딘가 부족하거나 하나에만 특출나서 그걸 보완하려고 지휘가 있는 거지 않습니까? 라고 말합니다. 막말로 홍왕님에게 지휘가 필요하겠습니까. 라고 말해봅니다. 아 홍왕님 앞에서 내가 지휘하면 홍왕님도 좋다고 할 거다라고 할 수 있는 깡이면 이건 누구라도 인정일 듯. 이라는 생각은 해봅니까?
"일반반 부족이요?" 그게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지한입니다. 혹시.. 유나 양을 말하나..? 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네요.
"부족이라고 하기엔.. 꽤 유능한데요." 치료 쪽으로 전문이라. 수술이 A랭크이고요.. 라면서 설마 A랭크 없으면서 부족이라 하시는 건가요? 라는 순수한 의문을 내보입니다.
대상이 숨은 곳이라는 제보를 받은 세 사람이 도착하여 본 것은 꽤 빽빽한 형태로 이루어진 유령도시였습니다. 몇몇 작은 마을들이 개발을 명목으로 새로 만들어졌으나, 게이트의 발생과 해결로 인해 버려진 지역들은 저 멀리 자유 마카오 령처럼 강력한 억제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 이처럼 많은 범죄자로 하여금 숨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게 됩니다. 준혁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경치를 가볍게 살펴봅니다. 주위에는 커다란 대형 건물들보단 거주를 목적으로 하기 위함인지 다세대 아파트들이 주를 이루었고, 작게나마 영업하고 있던 편의점의 전구가 깨진 채 스파크를 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시일 내에 편의점을 약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천천히 준혁은 무릎을 숙여 한쪽 다리를 꿇곤 바닥에 있는 흙을 손으로 만져봅니다.
" 언젠가. 빌어먹을 형이 그런 소릴 했었지. "
사람이 사는 환경에는 흙이 의도적으로 마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가구와 전력은 열을 부작용으로 만들어내며, 그 결과는 땅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준혁은 손에 쥔 흙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우습다는 듯이 입을 엽니다.
" 함정을 꽤나 많이 설치해둔 모양이야. 이 흙. 보면 알겠지만 너무 축축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저기 편의점은 대놓고 전기가 나갔고 아직 스파크가 튀기까지 하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처럼 속이려고 하는 꼴은 참 웃기네. "
그 말에 진언은 마도의 힘을 통해 바닥의 흙들을 살펴봅니다. 흙에서 진한 의념의 잔향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부산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언이 알아낸 것을 준혁에게 알려주자 진혁은 거만하게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 상대는 그래도 보조가 있던지. 아니면 각을 잡고 여길 설계한 모양이군. 전자라면 상대할 녀석이 느니 귀찮을거고 후자라면 함정을 더 경계하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이럴 때 가장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은 "
준혁은 지한을 손가락으로 가르킵니다.
" 가장 튼튼한 녀석을 쓰는거지. "
기초 지휘
의념의 흐름이 지한의 몸에 깃들고, 흐름은 천천히 지한에게 준혁이 바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창을 높게 쥐고, 의념을 운용하기 시작한 지한은 그 흐름에 따라 앞을 바라보고.
돌파창
가속하여 꿰뚫어냅니다.
준혁의 판단이 맞다는 듯이 지한이 수 미터를 내딛었을 때. 주위에서 알 수 없는 트랩들이 반응하며 폭발하거나, 무언가를 쏘아내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건강이 강화되어, 또한 돌파창의 효과로 어느정도의 투사체에 대해선 대미지를 경감받았지만. 건강의 보조가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팔에 박힌 화살 하나를 뽑아내며, 지한이 준혁을 바라보자 준혁은 유들유들한 미소로 가볍게 어깰 으쓱이면서
대상이 숨은 곳이라는 제보를 받은 세 사람이 도착하여 본 것은 꽤 빽빽한 형태로 이루어진 유령도시였습니다. 몇몇 작은 마을들이 개발을 명목으로 새로 만들어졌으나, 게이트의 발생과 해결로 인해 버려진 지역들은 저 멀리 자유 마카오 령처럼 강력한 억제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 이처럼 많은 범죄자로 하여금 숨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게 됩니다. 준혁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경치를 가볍게 살펴봅니다. 주위에는 커다란 대형 건물들보단 거주를 목적으로 하기 위함인지 다세대 아파트들이 주를 이루었고, 작게나마 영업하고 있던 편의점의 전구가 깨진 채 스파크를 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시일 내에 편의점을 약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천천히 준혁은 무릎을 숙여 한쪽 다리를 꿇곤 바닥에 있는 흙을 손으로 만져봅니다.
" 언젠가. 빌어먹을 형이 그런 소릴 했었지. "
사람이 사는 환경에는 흙이 의도적으로 마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가구와 전력은 열을 부작용으로 만들어내며, 그 결과는 땅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준혁은 손에 쥔 흙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우습다는 듯이 입을 엽니다.
" 함정을 꽤나 많이 설치해둔 모양이야. 이 흙. 보면 알겠지만 너무 축축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저기 편의점은 대놓고 전기가 나갔고 아직 스파크가 튀기까지 하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처럼 속이려고 하는 꼴은 참 웃기네. "
그 말에 진언은 마도의 힘을 통해 바닥의 흙들을 살펴봅니다. 흙에서 진한 의념의 잔향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부산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언이 알아낸 것을 준혁에게 알려주자 진혁은 거만하게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 상대는 그래도 보조가 있던지. 아니면 각을 잡고 여길 설계한 모양이군. 전자라면 상대할 녀석이 느니 귀찮을거고 후자라면 함정을 더 경계하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이럴 때 가장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은 "
준혁은 지한을 손가락으로 가르킵니다.
" 가장 튼튼한 녀석을 쓰는거지. "
기초 지휘
의념의 흐름이 웨이의 몸에 깃들고, 흐름은 천천히 웨이에게 준혁이 바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의념을 운용하기 시작한 웨이는 그 흐름에 따라 앞을 바라보고, 전력을 다해 질주하며 두 팔로 다가오는 공격들을 막아내기 위해 천천히 냉기를 일으킵니다.
상허천원권
웨이의 몸으로부터 거대한 빙궁氷宮의 기운이 토해지기 시작하고 웨이를 향해 날아오던 화살들은 차가운 냉기에 힘을 잃은 채 천천히 무게를 더해 기울어집니다. 뜨거운 열기의 트랩들은, 거대한 냉기가 반응하여 열기가 다가오기도 전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몇몇 화살에 대미지를 입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아서, 웨이는 박힌 화살들을 뽑아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준혁은 꽤 만족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확실히, 다른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본 무기술에 비하면 무공이라 부르는 웨이의 기술은 뛰어난 효과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것 역시 자신이기에 결국 내가 가장 뛰어나다. 라는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천천히 도시 외곽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진언은 꾸준히 주위의 의념들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마도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의념을 활용한다는 것.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의념의 흐름에 민감하기 마련이고, 눈으로 의념을 살필 수 없더라도 마도를 통하여 살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이런 환경에선 최대까지 활용해야만 합니다. 아까의 트랩들은 결국 '계기'가 없다면 아직 의념의 흐름을 눈으로 읽을 수 없는 진언이 알아차릴 수 없지만 '사람'이 발생시키는 의념의 흐름이라면 그것을 읽어낼 정도의 능력은 진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진언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이 주위에 존재하는 정령들의 시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진언은 의념을 흘려 자신이 정령들에게 묻고자 하는 것에 대해 질문합니다.
"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
한 정령이 조심스럽게 진언에게 다가와 진언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가져댑니다. 무언가 화끈거리는 감각과 함께 정령의 언어가 머릿속으로 깃드는 것을 느끼며 진언은 손가락을 뻗어 정령에게 의념을 흘려줍니다.
" 고마워. "
정령이 알려준 정보는 매우 단편적입니다. 자신들의 새 친구가 생겼다. 정령들은 결국 자연물의 근원에서 탄생하며, 이 작은 정령은 불의 중급 정령. 즉, 이 근처에서 '의념을 사용하지 않은' 불이 발생했단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진언은 자신이 알아낸 것을 준혁에게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엽니다.
" 반대쪽 외곽까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 " 이유는? " " 정보통이 그쪽에서 불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하거든. "
심심찮게 씨익 웃어보이는 진언을 보며 준혁은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찹니다. 확실히, 영성 면에서나 무력 면에서는 여기 있는 이들을 따라가기 힘든가봅니다.
" 좋아. 그쪽으로 가보자고. 근데 아무것도 없으면 네 주장권은 다음부터 묵살하도록 하지. " " 녜이~ "
그런 두 사람의 티격거림 속에서, 웨이는 자신의 감각에 잡히는 무언가를 보며 천천히 고갤 들립니다.
" 그럴 필요는 없겠는데? "
웨이는 손으로 진언이 말한 방향을 가르킵니다.
" 저기. 저 쪽에서. 누가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거든.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
소리 없이 쏘아진 한 발의 총알은 웨이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목소리 없는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어울릴 공격을 살핀 것은, 웨이의 감각이 한순간 쏠리며 날아드는 총알을 포착해냈기 때문입니다. 두 손에 의념을 불어넣고, 상허천원권의 냉기를 일으킨 웨이는 총탄을 쳐냅니다.
카가강!!!
쇠를 긁는 게 어울릴 법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힘을 잃은 채 바닥에 떨어집니다.
" 오. "
멀찍이서 두 손에 리볼버를 든, 의뢰의 대상은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 그걸 막네? "
마치 떨거지는 아니네?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 같은 모습에 두 사람을 대신해서 준혁은 입을 엽니다.
" 이제 아셨어? 아. 하긴. 머리가 모자랄테니 그런 짓을 벌이고 여기 도망치셨겠지. " " 남이사. 그럼 대가리 똑똑하신 너희는 날 지금까지 못 잡았고? "
간단히 말을 쳐낸 캠벨에게 준혁은 비웃음을 날립니다.
" 그건 니가 만난 게 잔챙이라 그렇고. 우린 다르거든. "
능력이 넘친다고. 그러니까 그냥 뒤져. 준혁의 도발에도 캠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총을 들고 셋을 바라봅니다.
왜냐면 내가 꾸준히 언급한 바가 있다면 상대는 함정을 짜거나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등. 머릴 쓸 줄 알았단 점을 알아야 함. 준혁이 사이드 위주로 진행되었기에 해봐야 뭐 나보다 떨어질텐데<< 이 판단을 가지면 안됨. 상대는 어느 길드의 중책에 있었던 바 있는 빌런임.
힌트 1. 상대는 총을 쓴다. 2. 총을 쓰는데 의념 각성자의 총은 의념으로 이뤄지거나 특수탄을 이용한다. 3. 웨이가 쳐낸 탄환은 의념으로 이루어진 탄환이다. 즉 상대는 사격을 위주로 쓴다. 4. 근데 오 이걸 막네ㅋㅋ 식으로 했지 이게 막히다니? 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5. 내가 전투를 X축과 Y축으로 보지 말고 Z축으로도 보라고 했는데, 주위 환경이 어떤지 기억하도록 하자. 6. 각 길드의 길드장이나 부길드장 등 최상위 간부들은 일부에 한해 의념기를 쓰는 경우가 있다. 7. 이걸 말해주지 않는 이유는 분명 왜 못잡는지에 대한 논쟁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8. 근데 잡으면 일단 셋 다 21은 찍을듯
의념 각성자는 항상 전성기의 신체상태를 유지하고있으니, 성숙해지는건 정신성이겠지. ..라고 해도, 헌터나 가디언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이지만.
"지금이라도 배우기위해서 특별반에 오신거면 재능은 있으신거네요."
솔직한 감상. 나는 딱히 특별반을 과대평가하지않고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가디언'과는 아직 '레벨'이 다르다. 아예 레벨이라는 개념자체를 도입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린 헌터이기때매 그 기준에서 판단해야된다. 그 반증로 좋든 나쁘든, 미리내고의 학생들은 '특별반'을 주목하고 있으니까.
"잘 치지는 않지만, 가끔 장난스러운 건 나쁘지 않잖아요?" 미소를 지어보이는 지한입니다.
"그쵸? 궁금해지는 거에서 먹어보고.. 팬이 될 수도 있지요?" 마지막 말은 농담이지만. 이라고 덧붙인 뒤 한입만? 이라는 말에 순순히 건네주네요. 캔에 그려진 말벌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확실히 향은 자몽향이 옅게 나고. 마셔보면 여타 이온음료랑 별다를 것 없는 맛이 납니다.
이번에는 웨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백 년쯤 전에는 저렇게 끊어서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띄어쓰기 하나만 틀려도 완전히 다른 뜻으로 번역됐다던데. 수많은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대화에 문제가 없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었다. 이런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두 번 연속으로 웨이한테 다시 말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다행이고. 토오루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먹고 있어."
웨이의 표정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저 웨이가 원래 다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묻는 것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뭐어...학생으로선 나이가 많은 편이다 쉽게 결정할만한 사항은 아니였을텐데. 어떤 목적으로 특별반에 오게되었을까...궁금하지만, 나로선 물어볼 만한 이유가 없었다. 나또한 공부를 목적으로 미리내고에 온건 아니니까. 남들에게 이유를 말하지않는 것처럼, 태식에게도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캐묻는 것은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만일 더 추궁했다면 진짜로 장난 많이 쳐버렸을지도 몰라요? 그야말로 그렇게 여긴다면 그렇게 되어주마. 의 전형.
"그렇죠.. 그럼 제가 마지막이면 불 다 끄고 가겠습니다." 혹시 어디 이상한 거 켰을 때가 있나. 라고 생각해보나요? 사실 지한은 성현이 입 대고 마신 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건 자신이 또 입을 대고 마셨을 경우에 문제될 수도 있는 사안이지. 자신이 입을 안 댔으니까 상관없다는 마음일 겁니다. 아니 내가 말 안했으니까 괜찮다구(?)
"그럼.. 저는 스트레칭 좀 하겠습니다." 잘 돌아가세요. 라고 말하면서 깔개를 깔고는 그 위에서 쭉 몸을 펼칩니다. 손을 흔들어줄 순 있군요.
"하하! 이렇게 관심받는 거 나쁘지 않네. 나는 내가 그닥 특별하지 않은 줄 알았거든.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미리내고에는 특별반 생긴다길래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나 보고 싶어서 온 것도 있어. 그땐 진짜로 나까지 특별반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웨이를 따라 웃는 강산, 오늘따라 더욱 솔직하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가네. 좋다. 나중에 연주도 들려주고, 너희 고향에도 가보자. 그리고 우리 고향에도 와라. 특별반 애들 집에 데려오면 오마니께서 뭐라고 하시려나?"
떡볶이를 집어먹으면서 말한다. 가볍게 친구를 초대하고 싶고,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은 마음은 이쪽도 비슷했다...다만 이쪽도 명가의 자제라는 특이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평범하지 않은 방문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친구가 많진 않아서. 마지막으로 집에 친구 데려온 게 언제더라? 초등학교 때던가?"
학교 근처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왠지 잠시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서, 그는 개구지게 웃어댄다.
미심쩍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 특별반에는 왜 이렇게 마른 친구들이 많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웨이는 토오루를 살폈다. 과한 의심의 배경에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에 둘러싸여 정말 많이 먹으며 자란 웨이의 기준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도 있었다. 하지만 뭐, 본인이 그렇다면야...
"난 의사도 뭐도 아니니까 잘 모르지만, 너무 말라 보였는걸."
달리 무슨 말을 더 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이야기해 두고 아차 싶었는지 웨이의 입가에 미미한 당혹이 번졌다. 이런 말, 막 해도 되나?
감옥에 있는 동안 10kg 넘게 빠진 체중을 겨우 복구하는 중이었으니 말라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마른 것이 맞았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는 중인 척 할 필요가 있었지만 감옥에선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괜히 이런 말을 꺼내서 웨이를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65kg까지 간 적이 있었네 어쩌네 하는 얘기는 속으로만 넘겼다.
"그런 말은 뭐라도 먹여주면서 하는 건 어때?"
토오루는 잠시 고민하다가 매점에서 파는 치킨버거가 좋겠는데, 하고 가볍게 덧붙였다. 애한테 밥을 얻어먹는 취미는 없었지만 이러는 편이 웨이의 당혹감과 미안함을 줄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 싶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산을 포함한 특별반의 모두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는 웨이의 말을 듣자, 강산은 떡볶이를 먹다 말고 폼을 잡으며 말한다.
"그럴지도. 뭐...어머니께서 허락해주셔야 되겠지만, 같은 특별반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강산 또한, 웨이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말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크게 불편하게 여기진 않는 것 같았다. 정말 본가로 갈 때 친구를 데려가도 되는지는 역시 물어봐야 알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컵을 다시 보니 떡볶이가 얼마 남지 않아서, 강산은 남은 떡 서너개를 입에 털어넣었다. 입 안 가득 떡볶이를 문 탓에 떡볶이를 우물거리는 양 볼이 볼록 튀어나온다. 다시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입 안의 떡볶이를 목구멍으로 넘겨야 할 듯 했다... 그렇다고 대화할 수단이 아주 없냐면 건 또 아니었지만. 입에 문 떡볶이를 우물대면서 강산은 칩으로 홀로그램 창을 열어 타자를 쳐서 웨이에게 보여준다.
[야 우리 그냥 저녁 좀 일찍 먹는다 치고 여기서 음식 좀 사다가 기숙사에서 같이 먹자. 생각해보니 장보기 귀찮다.]
많이 먹으면 저녁 못 먹는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대로면 분식이 저녁밥이 될 모양이다.
토오루의 일생에서 매점에서 무언가를 사본 경험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다른 학생들이 매점에 간식을 사러 다녀올 시간에 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이 일상이었지. 애초에 가봤자 살 것도 없었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근처 편의점에 몇 번 끌려가본 적이 있지만 그건 매점이라고 할 수 없었으므로 이렇게 친구와(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좀 있었지만 어쨌건 같은 반이니 친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이 매점에 오는 건 거의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릴 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 와보니 이런 것도 괜찮긴 하네. 토오루는 옆에서 고민하는 웨이를 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웃었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렇고말고! 폼을 잡는 강산을 보며 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많이 엄하셔? 특별반이 아니면 못 놀러 간다거나..."
혹시나 해서 웨이는 강산에게 묻는다. 웨이는 아무런 연락 없이 대뜸 데리고 와서 놀아도 돼요? 하고 묻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선물이라도 사 가야 할 지도 모르니까.
입 안이 꽉 차도록 떡볶이를 문 강산에게 천천히 먹어, 체할지도 몰라! 라고 어묵을 먹었을 때의 대사를 똑같이 들려주면서, 웨이도 남은 몇 개의 떡볶이를 부지런히 입으로 옮긴다. 볼이 미어지도록 들어간 모습이 조금 우스워서 미소지은 채로, 웨이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말을 하냐고 물으려 했다. 직후 칩을 조작해서 홀로그램 창을 보여준 덕에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아, 맞다! 저녁밥을 잊고 있었네."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 못 먹는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그만. 나누었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웨이도 타자로 화답한다.
[나는 좋아! 만들어 먹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고!]
잠시 고민하는 듯한 공백. 웨이는 다시 타자를 입력한다.
[아무거나 좋은데 , 뭐가 맛있을 것 같아? 추천해 줘!]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가장 곤란하다는 '아무거나'라지만, 웨이는 정말로 뭐든 괜찮고 뭐든 잘 먹는 사람이었으므로 별 고민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웨이는 매점이 붙어 있는 학교에 다녀 본 경험이 없었으므로, 미리내고에 오고 나서 매점의 존재를 안 이후에는 꽤 자주 매점을 들락거렸다. 늘어서 있는 물건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잡는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자신의 필요에 의한 혼자만의 방문이었고, 이렇게 친구와(친구라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일단 같은 반인 이상 웨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본다) 온 경험은 생각해 보니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음료 코너에서 달고나 라떼와 흑당 라떼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곰곰이 고민하던 웨이는 골랐어? 라고 물으려다가,
스튜? 그러고 보니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거의 식재료였다. 버섯이 있는 걸 보니 버섯 스튜를 만드려는 걸까. 봉지 하나를 받아든 웨이가 내용물을 기웃거리며 생각했다. 어쩐지 많다고 생각했던 것은 세일 기간이라서였구나 싶어 웨이는 이해했다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으음, 확실히 혼자 먹기에는 좀 많을지도 모르겠다."
느끼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걸 넣어서 끓인다고 생각하면 몇 인분이나 나오려나, 요리에 그다지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웨이로써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많은 양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라임의 방문 앞까지 들어다 주면 되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웨이는 라임의 발걸음이 방문을 지나치는 것을 보고 일순 멈칫했다가, 걸음이 복도 끝의 공유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뒤를 따라갔다.
"저녁? 아직 안 먹었는데... 아, 설마 요리해 주는 거야?"
얼굴이 화악 하고 펴지는 게 사양은커녕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인다.
"나야 고맙지! 마침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하지만 마냥 얻어먹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웨이는 뭔가 도울 게 없는지 라임에게 물었다.
웨이가 사양하지 않고 흔쾌히 같이 먹어주겠다고 하니까 라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숙사의 공유 주방은 처음 이용하는 거라서, 주방에 도착해선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식기나 조리기구 등이 어떻게 구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네요.
라임은 널찍한 조리대에 봉투를 올려놓고서, 옆에 있는 개수대에서 간단히 손을 씻고 봉투에서 야채를 꺼내 손질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면서 도마와 칼도 두 개씩 꺼내서 간단히 세척한 후에 조리대에 올려놓아요.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같이 해야 즐겁잖아요!
"응. 그럼... 거기 담겨있는 고기 좀 썰어줄래?"
웨이가 들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고기의 크기는 웨이가 먹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다고 덧붙입니다. 혹시 웨이가 칼질이 서투르더라도 의념 각성자니까 손이 베일 일은 없지 않을까요! 웨이는 중화 쪽 친구라서, 왠지 칼 솜씨가 뛰어날 것 같은 느낌이라 조금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토토토토... 둘이 나란히 서서 도마에 칼질을 하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져요. 야채를 써는 라임의 칼질은, 생각보다 조신하고 얌전합니다.
꼭꼭 씹어먹고 있는지 양 볼이 조금씩 홀쭉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웨이는 강산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얼굴은 자신이 홀로그램 창을 켜자 금방 웃음으로 지워지고 말았지만.
[각성자??]
처음 안 사실이었으므로 웨이는 물음표를 한 개 더 덧붙인다. 각성자, 그것도 1세대다. 수업 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1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기를 보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이 많은 것도 이상하지 않다. 전국 여행은 걱정 안 하셨으려나? 웨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분이시구나!"
이윽고 강산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므로, 웨이도 입가에 묻은 양념을 훔치고 입을 열었다. 집을 떠나서 후회한 적은 아마도 없다. 설령 있었더라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즐거운 기억에 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고향과 부모님 이야기를 하니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여력이 된다면 전화라도 한 번 걸어 보자고 웨이는 다짐했다. 물론 국제 전화니까 수신료는 웨이 부담으로.
"감사합니다!"
물론 강산에게도 고마워해야겠지만, 우선 솜씨 좋게 음식을 포장하는 아주머니를 향해 웨이는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주셨다는 데에, 그리고 친구와 이렇게 진솔하게 대화할 기회를 주셨다는 데에.
칼이? 웨이는 방금 전까지 고기를 썰었던 중식도와 라임을 번갈아 보았다. 중식도는 도끼처럼 생겨서 그냥 식칼에 비해서야 무겁긴 하지만, 각성 전이나 후나 비교적 완력에 자신 있었던 웨이에게는 그다지 신경쓸 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잘 다룬다는 뜻이려나, 같은 느낌으로 웨이는 일단 그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봤다.
고기가 팬 위에서 볶이는 동안 뜨거운 물을 받아 라임에게 건넸다. 의심한 적은 없지만 요리를 잘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스튜를 저을 때마다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웨이는 군침을 삼키면서도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좋아, 맡겨 줘!"
식기를 꺼내 달라는 라임의 말을 들은 웨이는 곧바로 일어나 찬장에서 2인분의 수저를 꺼내고, 공유 주방의 식탁에 열 맞춰 가지런히 올려 놓는다. 스튜를 담을 오목한 접시도 조심스럽게 옆에 놓아 두었다. 같이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나, 자기소개 때는... 뭐랄까, 조금 강단 있는 친구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웨이였다.
아, 고기가 더 많이 들어갔는데 괜찮나. 둘째 딸 웨이는 국자에서 접시로 스튜가 옮겨 가는 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뒤이어 샐러드가 식탁 위에 놓이자 웨이는 어느 틈에? 라는 듯이 라임을 바라봤다. 생각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간은 먹어 봐야 알겠지만, 일단 매콤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웨이는 후추통을 집어들어 스튜 위에 톡톡 뿌린다. 숟가락으로 건더기가 많이 들어가게끔 한 스푼 큼직하게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응, 맛있어!"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웨이는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으며 해사하게 웃었다. 푹 익은 야채와 국물이 배어든 고기가 김을 내고 있는 라임의 스튜는 집에서 종종 먹었던 소고기 감자 조림이나 잡채탕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향신료가 다르기 때문에 맛은 다르겠지만. 젓가락을 집어들어 라임이 자투리 채소로 만든 샐러드도 맛본다. 만드는 데 특별한 공정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소스에 버무린 아삭하고 시원한 채소가 스튜로 데워진 입 안을 식혀 주는 것 같아서 맛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그치?"
요리가 훌륭하기도 했고, 한창 클 나이의 몸이라 먹으라고 한다면 전부 먹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임이 복도 쪽에 눈길을 주었던 것을 웨이는 놓치지 않았다.
망념이라는 대가성 화폐를 가끔은 과감하게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쓰면 힘들지만 일상 한두번으로 채우는 게 가능한 선 정도라면..? 또한 현재 시나리오(다윈주의자)가 진행중이기에 가디언이나 빌런을 만남의 확률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다이스가 망해서 잘 못 만났지만..
진행은 제가 생각하기엔 캐릭터가 여타 롤플레잉 게임의 등장인물이 되었다는 느낌으로, 그가 바라고 하고싶어하는 행동을 하시면 몰입하기 수월할 거라고 생각해요. 간단히 예를 들면 윤이는 수련을 좋아하니까, 망념이 여유로울 때 수련장에서 수련을 해서 실력을 쌓는다든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캐릭터와 함께 의뢰를 가보는 것도 재밌겠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행동은 '망념'을 투자하는 것에 따라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으니 무언갈 찾아보거나 행동하거나 할 때에 일정량의 망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진행중에 어떤 정보를 원한다면, #을 붙이고 조금 상세하게 원하는 바를 기술하시면 캡틴께서 의도를 확인하기 수월할 거예요. 정보를 찾을 때에도, 예를 들어, 막연히 '격투술에 대해 찾아본다' 보다는 '근접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슨무슨 방식의 권법에 대해 찾아본다' 하고 보다 자세히 적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웨이는 웨이대로 이모저모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고민하던 저녁을 해결하기도 했고. 그것도 맛있는 음식으로. 버섯을 씹어넘기던 웨이는 라임이 다 먹어서 자리를 뜨는 줄 알고 잠시 멈칫했다. 팬과 식탁의 거리가 멀지 않으니까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럼 사양 않고!"
국자로 거의 빈 접시에 스튜를 더 담는다. 라임이 마트에서 사 온 품목 중에 생수병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에, 웨이는 고마워, 라고 짧게 전하며 컵에 생수를 따랐다. 고향에서는 개울물도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것 같은데-원래 그러면 안 된다. 웨이가 멋모르고 목이 마르다고 무식하게 마셨다가 욕봤던 기억을 잊었을 뿐이다-처음 생수를 마셨을 때 똑같이 자연에서 채취한 물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니, 하고 놀랐던 경험은 이후로도 생수를 마실 때마다 가끔씩 떠오르곤 했다.
"나? 그야 잘 지냈지! 기술도 배웠고, 맞다. 친구들과 같이 의뢰에 가게 됐어."
다 같이 사람을 상대해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네! 말투에는 긴장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긴 했지만, 어쨌거나 웨이는 그렇게 말했다.
"파파넬라 게이트에서는 큰일이었지... 이대로 의뢰를 실패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캠벨씨는 함정 특화고 제법 긴 시간 폐허에 있었어요 아마 함정을 설치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거기다 웨이를 공격한것도 그렇고 진지하게 상대하기 보다는 시험한다는 의미가 강한것 같아요 캠벨이 은신을 쓴 지금 무리하게 추적하지말고 웨이가 방어, 진언이 수색 하는걸로 제자리에서 경계하죠
음.. 캠벨 파티의 전투 장소가 어디였죠? 바닥에 흙이나 모래 같은 게 있다면 냅다 뿌려보는 것도 상상이 가는데. 상대가 은신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에 대비한다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세 명이 수적으로 우세이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맹공을 퍼부어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통하지 않더라도 예측이 가는 곳에 주변 지형지물을 냅다 던지거나 하면서 다른 이들은 역공에 대비하며 전략을 더 꾸려보는 것도 떠오릅니다!
토오루는 고개를 젓고는 치킨버거 옆에 있는 닭가슴살을 집어들었다. 진짜로 치킨을 얻어먹기엔 미안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아침부터 속에 튀김으로 기름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치킨은 나중에 시킨 다음에 같이 먹자고 하면 되겠지. 이래도 되나 싶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치킨 얘기를 꺼낸 것이 자신인데.
"이걸로 됐어."
같이 먹을 야채와 음료수, 후식인 과자까지 전부 합해서 98GP. 토오루는 웨이의 지갑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많이 사준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고른 음식을 품에 안아들었다.
눈으로 의념을 살필 수 없더라도 마도를 통하여 살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이런 환경에선 최대까지 활용해야만 합니다. 의념의 흐름을 눈으로 읽을 수 없는 진언이 알아차릴 수 없지만 '사람'이 발생시키는 의념의 흐름이라면 그것을 읽어낼 정도의 능력은 진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1. 상대는 총을 쓴다. 2. 총을 쓰는데 의념 각성자의 총은 의념으로 이뤄지거나 특수탄을 이용한다. 3. 웨이가 쳐낸 탄환은 의념으로 이루어진 탄환이다. 즉 상대는 사격을 위주로 쓴다. 4. 근데 오 이걸 막네ㅋㅋ 식으로 했지 이게 막히다니? 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5. 내가 전투를 X축과 Y축으로 보지 말고 Z축으로도 보라고 했는데, 주위 환경이 어떤지 기억하도록 하자. 6. 각 길드의 길드장이나 부길드장 등 최상위 간부들은 일부에 한해 의념기를 쓰는 경우가 있다.
-까지만 긁어왔는데 사람이 발생시키는 의념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 는걸 보면, 차라리 진언이 캠벨의 의념 흐름 읽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 그 위치를 준혁하고 웨이한테 말해주고 -> 웨이가 그쪽을 쳐낸다거나 - 도 되지 않을까 싶으요
근데 이러면 캠벨이 선공 잡은 이상 누구 한명이 피격당할수도 있을거같고... 아음..... 어렵네....
"세일하니까 사오긴 했는데.. 그냥 구워 먹기엔.." 다 모이기도 그렇고 구워먹을 판때기도 영...
그래서 갈비찜을 만드려는 지한입니다. 왜냐면 정육식당에서 갈비가 세일을 했기 때문이다... 갈비의 핏물을 빼고, 데쳐서 익힌 뒤 조려내는 정석 방식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중불로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들 때까지 조려내는 동안 데치는 데 쓴 용기나. 부재료들을 손질한 것을 처리하려는 지한입니다. 표고버섯 남은 건 라면에 넣어먹거나 국물내는 데 쓰라고 비닐봉투에 넣어두기도 하고..
"쓰레기통이랑... 설거지.." 그렇게 설거지를 하는 동안 누군가 들어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음.. 아닌가? 갈비찜 향이 확 퍼질 거니까?
설거지를 하고 있어서 이리오너라. 라는 말은 반쯤 흘려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건 목소리 덕인지. 아니면 깔 때문인지.. 그건 굳이 말로 하는 게 아니에요. 설거지와 쓰레기 처리가 끝나고 싱크대에서 손을 씻으며 준혁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 갈비가 세일을 해서 사왔는데요. 라는 말을 하면서 생갈비로 구워먹기엔 좀.. 그렇잖아요. 라고 말합니까?
"와아. 유능한 부하 취급이군요." 너무하셔라. 라고 말하고는 갈비찜은 조금 더 조려야 합니다. 라고 말하며 그동안 밥이라도 퍼고 계세요. 라고 말하며 전기밥솥을 가리킵니다. 뜸들이기가 막 끝난 모양입니다. 아니면 반찬을 꺼내거나 수저라도 놓으십시오. 라는 제안...아니 일을 시키며 갈비찜을 뒤적거려 조림 정도를 확인하네요.
내일을 기약하며 푸르름을 남기고 사라진 나무도 앙상해진 겨울. 하늘하늘 내려오는 분홍빛 비가 그리워질 무렵이면 들르는 곳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 테지만 나는 초봄의 꽃망울보다 인내심이 없었다. 가벼운 걸음으로 익숙한 공원으로 들어갔다. 안면이 생긴, 떠올려 보면 두 번째 방문부터 알아봤던가 싶은 관리자에게 손인사를 하고 안을 돌아보았다. 어떤 특수한 처리라도 한 것인지 사시사철의 꽃이 바깥의 추위에 지지 않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발을 놀렸다. 어느 구석, 파스텔톤의 비가 내리는 벚꽃구역. 나처럼 봄이 그리운 것인지 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닿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냥, 빙긋이 웃어주고는 손을 뻗어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았다. 봄내음은 아직 멀지만 잔향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공원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알고 있었다. 나쁜 시선이 아니라는 건 알았기에 그냥 웃어주고 넘겼는데, 오늘은 눈에 띄는 게 나 혼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꽤 큰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슬쩍 다가갔는데 원근감이 조금 이상한가 싶었다. 근접했을 때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컸다.
"내가 작긴한데."
그걸 감안해도 이 사람은 너무 크지 않아 싶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치켜들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보니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하고 굵은 나무같은 사내를 보면서 하나 둘 뭔가를 연상시켰다. 목련, 사랑초, 라플레시아, 나무수국. 무화과. 무화과?
실수했다는 생각을 방금 했다. 사내가 내가 한 말을 중얼거렸을 때였다.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그 와중에 눈에 닿는 곳마다 있는 꽃이 참 예뻤고, 덕분에 진정할 수 있었다. 으음..하고 늘어지는 소리를 낸 나는 살짝 뒤로 물러서서 상대의 얼굴을 보기 쉽게 하고 입을 열었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내, 제가 사람을 이름보단 꽃으로 먼저 기억하거든요."
그마저도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싶을 때만 그런다고 이어서 말했다. 나도 왜 무화과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곧 납득했다. 몸에 좋고, 무화과의 큰 특징이 몸집이 큰 상대가 잘 어울렸다. 과거의 내 생각은 나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이해가 나쁘지 않게 되어주었다. 슬쩍 눈을 올려뜨며 성격 좋은 사람일까 생각했다. 다짜고짜 말을 걸었으니 당황했을테고, 그건 물음에도 꽃잎처럼 붙어나오는 듯 했지만 어조가 꽤 정중했다. 무엇보다 이 공원에 온 것을 보면 꽃을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네." 그런 갈등을 하는 준혁을 뒤로 한 채로 설거지도 일차적어로 해치웠고. 갈비찜도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두 공기를 퍼면 잘된 거죠. 왜. 뭐. 왜. 그냥 먹으면 될 것이지.. 말은 안하고. 티도 잘 안나서 다행인가.
"아." 뒤져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뒤지는 걸 봅니다. 김치나.. 버섯스튜나.. 닭가슴살 샐러드나.. 제과류를 만드는 이들이 만든 버터바 정도가 있으려나.. 젓가락으로 슬쩍 건드렸을 때 뼈와 분리될 것 같은 갈비찜을 그릇에 덜어서 가져옵니다. 자신은 이정도 먹을 것 같으니. 준혁은 저정도로..
"부족하면 더 가져와서 드십시오." 냄비째 먹으면 그거 세균창궐이잖아. 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그걸 염두에 뒀기에 덜어온거죠.
"버섯스튜는 네트워크에 올라온 거 보니까 웨이 씨랑 라임 씨가 만든 것 같습니다." "닭고기 만두.." 괜찮으려나?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지한은 준혁에게 갈비찜을 퍼줬고.. 지한도 갈비찜을 먹습니다. 부드럽고 양념맛이 잘 밴 갈비가 입 안에서 춤을 춘다.. 오늘 요리는 역시 잘 되었습니다. 당연하지요. 그렇게 예쁘게 색이 났는걸요. 라고 생각하며 뿌듯한 표정을 살짝 짓다가 준혁이 먹는거나 말하는 것에 으음 하는 소리를 내곤
"감이죠 감." 손맛은 없어도(비닐장갑 끼고 함) 감은 있다..!
"그냥 레시피 보고 꺼낼 때가 되면 알 수 있습니다." 대충 다르다라던가. 그런 걸 말하지만 준혁이가 알아듣기엔.. 괴상한 말일 뿐이다.. 그래도 레시피야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거기에서 더 넣으면 맛있겠다. 싶은 거를 소리가 다르다거나 색이 다르다는 말을 하니까 글렀지만.
배려심 있는 사람이었다. 편하게 해달라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몸이 크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넓어지는가가 궁금해졌다. 짧은 고민이었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키도 덩치도 작지만 마음이 넓은 대인배기 때문이다. ..차화헌불이라고, 상대의 장점에 왠지 나를 묻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 생각은 그만뒀다. 나는 보기보다 속이 좁은 사람이라고 나도 알고 있다. 듣자하니 그는 특별반인 모양이었다. 겉보기에도 강해 보이니 납득이 바로 되었다. 꽃은 목화가 제일이라고, 겉모습 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지만 겉모습에서 알 수 있는 실속도 많은 법이다. 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열여섯살인 서 윤! 이야!"
홍두깨에 꽃이 핀다는 게 이런 건가보다. 나보다 한 살 많지만 또래가 맞고 같은 반 학생을 이 공원에서 만나게 된다는 건 좋은 느낌이 강했다. 같은 취미가 있다면 대화가 편하고 즐겁다. 1살 차이인데 대체 키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건지는 생각하기 싫었다. 슬퍼진단 말이다. 올해, 이팔청춘. 어서 자라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저는 저 개인의 배경보다는 저 자체를 좋아해저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가볍게 말하면서(이게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갈비찜을 챙겨가라는 것에 갈비찜을 선호한다는 걸 알면 해드릴 수 있겠군요.라고 말하며 부드러운 갈비를 밥에 얹어서 암냠. 하고 먹습니다.
"오늘은 없습니다." 그쪽은 있어서 그런 겁니까? 라고 물어봅니다.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네요.
돌려 말하지 않았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 그에게 어울리는 나이는 이십대 초중반 정도였다. 열일곱살에 벌써 저 키라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 나는 명진이 형의 3~4년 후가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 키가 정확히 몇인진 모르지만 그 때 쯤이면 2m는 가뿐히 넘을 것 같았다.
"그래? 확실히 거기, 개성 넘치니까 말이야!"
나는 엄청 귀엽고 엄청 멋있지만 항상 눈을 끌지는 않는다고, 검지손가락을 세워서 내 뺨을 쿡 찔렀다. 남자가 이런 말에 이런 행동을 하면 보통 인상은 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 모습은 그런 성벽의 장벽을 무시하는 힘이 있었다. 얼굴이 남자답게 멋있는 게 아니라 귀여운 상인 이유도 있었고.
"상관은 없는데. 음. 형 여기 처음 와?"
주변을 살펴보고서는 머릿속으로 이 곳의 구조를 생각했다. 아까 들어올 때 관리인씨가 새로운 꽃이 있다고 말해줬으니까 나도 보고 싶으니 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여기서 말하는 옆으로 크다는 건 지방을 뜻하는 게 아니다. 어깨나 팔뚝같은 것을 뜻했다. 저 사람은 베어 허그로 바오밥 나무도 부러뜨릴 수 있을 거 같았다. 듣다보면 명진이 형은 특별반 사람들과 많이 만나본 것 같았다. 나는 아직인데. 너무 조용히 돌아다녔나 싶었다. 학교에서도 후드를 꾹 눌러쓰고 다녀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당당하게 다닐까. 조용히 속으로 다짐했다.
"좋아! 그럼 따라와!"
가볍게 발 끝으로 울타리 위에 서서 외쳤다. 방금까지 그가 자신을 빤히 보던 것 같았으나 그런 일은 아주 익숙했어선지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내 일생 십육년.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던 적이 더 적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을리는 없지만 가슴을 쭉 펴고 화중군자는 연꽃이 아니라 나라고 외쳐도 될 정도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응. 자주 왔어."
코끝을 간지르는 꽃향기가 좋았다. 향기에 색을 입힐 수 있다면 내 눈과 같은 분홍빛이 아닐까? 장미의 붉은 색도 제비꽃의 보랏빛도 좋았다. 풍성한 수국의 귀여움을 따라갈 수 있는 건 드물다.
맞다...그리고 상태창 하니까 생각난 건데...강산이 상태창의 망념치가 이상하네요...? 제가 알고 있는 거랑 많이 다른데 이건 진행 때 말씀드려야 할 것 같고... 정산스레에 정리용 스프레드시트 링크가 여러개 있던데, 내용이 다르더라고요. 제일 밑의 걸 보면 되는 게 맞는 거겠죠?
정확히 20cm만 더 커졌으면 좋겠다. 아니 거기서 5cm만 더. 나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시야를 가지고 싶었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올려다 볼 일이 훨씬 많았다. 연꽃과 같은 아름다움도 좋지만, 장미 같은 성숙함은 누구나 동경해보는 일이 아닐까. 예전 친구 중 한 명은 나보고 벚꽃이라 했다. 좋은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꽃이 작아서 그렇다는 말 듣고 걷어찼다. 영 좋지 않은 과거사에 순간 부글거리던 심정은 흐드러지는 꽃들로 진정되었다. 이 공원은 꽃이 잠 잘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다. 관리도 잘 되어있고. 어쩌면 여기 관리자도 의념 각성자가 아닐까? 상당히 가능성 있는 추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칭하길 호랑이 같은, 남들이 말하길 고양이 같은 움직임으로 공원을 돌아다니며 눈을 빛냈다. 내 눈을 지금 못 보지만 분명 빛나고 있을 거라 생각해. 꽃들에게 시선이 팔리고 있는데 명진이 형이 질문을 했다. 아아. 보통 잘 안쓰는 말이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 화천월지는 꽃 피는 봄날의 달밤 풍경, 화홍유록은 인공미 없는 자연 그대로를 뜻해. "
꽃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다보니 저절로 알게된 말들이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사용했던 게 지금은 버릇이 되었다. 다소 어리고 괜한 버릇같지만 마음에 들었다. 중2병이라고? 나는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 흑역사는 미래의 내가 부끄러워 해줄 것이다.
오늘의 주강산은...평소처럼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특별 수련관 쪽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대략 저런 내용으로 특별반 단톡방에 호들갑을 떨었고, 다행히 그걸 보고 다가오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강산은 지한, 라임과 함께 호박기사에게 첫 타를 날리게 된 것이었다.
"와 줘서 고맙다. 준비들은 됐어? 처음이니까 무리들은 하지 말고!"
게이트에 돌입하며 강산은 스태프를 꺼내들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창을 쓰는 지한과...궁수인 라임. 이 상황에서는 강산이 전열에 서야 할 것 같다.
"빠르게 시전 가능한 것 위주로 가야겠군."
호박 기사가 그에게 무기를 겨누자,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의념을 끌어올려 자주 애용하던 주문을 외웠다. 스태프에 의념의 불길이 깃들자 그는 먼저 호박기사에게 덤벼들어 스태프를 휘두른다.
이건 진지하게 하는 말이었다. 너무 크면 시설 사용도 불편할 듯 했다. 지금도 천장에 잘 닿을 것 같은데. 대신 앞으로 자랄 키를 나에게 주면 좋겠다. 반이라도 좋으니까. 의미를 듣고 좋아하는 형을 보면, 그래도 크다고 다 무서운 건 아니라는 감상을 하게 되었다. 인상이 순박한 것도 이유였다. 생각보다 목련이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지만 역시 무화과가 맞았다. 꽃이 없기에 무화과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그 열매가 꽃이라는 무화과. 꽃은 목화가 제일이라고, 겉보다 실속이 중요한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 그건 이 공원 관리자에게 맞는 말이야. "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면 이 신비로운 화원을 만든 사람이 저 너머에서 보였다. 나는 이런건 못 만든다. 꽃을 좋아할 뿐, 피워낼 수 있을 뿐. 척척박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괜한 게 아니다. 옛 성현의 말 중에 틀린 건 아마 과반수를 넘긴 할테지만 적어도 이 말은 틀리지 않은 쪽에 속하리라 생각했다. 돈이랑 강함 같은 거 빼고는 대체로 잘 맞지 않을까. 가만히 형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걸 직접 말로 건네는 게 좋을지 아닐지 잠깐동안 고민이 들었다. 물론 내가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잘 아는 건 당연했고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나름 겸손을 떤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명진이 형이 하는 말은 뭔가 썩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싫었다는 게 아니다. 상대에게 신경이 쓰였다. 나는 잠깐동안 고민하다가 말을 던졌다.
" 형은 좋아하는 거 없어? "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걸 알아가는 것. 형의 말처럼 이건 굉장한 일이지만 그만큼 흔한 일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그걸 알아가는 건 보통이지 싶다. 하다못해 게임도, 좋아하니 공략을 찾아보고 지식을 늘린다. 그래서 궁금했다. 저 사람은 좋아하는 게 없는걸까? 정확히는 취미같은 게 없나?
명진이 형이 말한 것들은 나와 같은 범위에 들어가는, 그런 취미는 아니었다. 소박하게 하루에 스쳐가는 일들. 그건 형도 알고 있었고 나도 그걸 대단하게 포장해줄 능력은 없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게 틀리진 않았구나 싶었고, 그래서 그게 엄청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인생에서 사랑할 수 있는 건 그 개수가 정해져있다고 어디선가 봤다. 아마 책이었을 거다.
" 굳이 인생에 필수적인 건 아니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으려나.. "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참 목을 들어야 하는 키, 덩치, 그럼에도 순박한 얼굴은 그가 나보다 한 살 밖에 많지 않다는 걸 되새기게 해주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꽃잎이 붙어있는 그에게 말했다.
" 뭐 어때! 앞으로 오래 살테니까, 나중에 찾으면 되는 거지! "
내가 일찍 찾은 거다. 남들과 비슷하면서, 남들과 약간 다른 경험을 했고 그로 인해 내 일생에서 중요한 조각을 일찍 찾은 것 분이다. 아 자세하게 생각났다. 사람의 생이란 퍼즐 같아서, 그 개수가 정해져 있다고. 그게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대다수의 이야기들이 그렇듯.
" 찾으면 좋겠네! 흐흐. 취미 선배로써 말해주자면, 좋아하는 건 대단하다구! "
어쩌면 수련이 그런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 모른다. 내일이나 모레, 먼 미래의 너만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씩 하고, 웃었다. 좋아하는 게 없는 인생보다 있는 인생이 훨씬 좋은 건 당연하다. 그 누구도 부정 못할 사실이다. 얼마나 좋냐면.. 대충 4.5배 정도. 우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헌터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당장 내일 객사한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은 건 아니다. 오래 살고 싶다. 그러니 미래를 생각한다.
" 다음에 만났을 때 못 찾았으면 500GP! "
장난스럽게 외치고, 키득키득 웃었다. 미래는 모른다. 꽃이 언제 필지 어림짐작은 하더라도 그 정확한 일시는 아무도 모른다. 꽃망울이 터지며 세상에 인사할 때는 언제일지.
윤이에 대한 반응은 같은 의념각성자 사이에선 조금 미온할 수 있습니다. 각성과 동시에 영성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어서 외모를 조금 덜 따지게 된다고 할까요. 하지만 의념각성자 중에서도 외모를 따지는 유형이나 여타.. 일반인 계통이나 게이트의 존재들에게는 잘 통할 수 있습니다.
수련장에서 수련을 한다! 는 것은 루틴 같습니다. 아닌가.. 불규칙하니까 루틴까지는 아닌가..? 수련장을 다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적어서 넓게 쓸 수 있으니 꽤 괜찮습니다. 반응성 테스트도 해볼까 했지만. 이런 반응성 테스트는 누구랑 같이 하면서 내기같은 게 곁들여져야 참맛 아닌가요.
"참참참?" 허수아비에게 창대로 참참참 시전중이군요. 게이트에선 못할 일이죠(?) 창으로 꿰뚫고 하핫 내가 이겼다.. 란 말은 안하는 게 최선이군.(표정은 진지하다) 한차례 수련을 마치고는 잠깐 앉아서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자판기에서 뭐 뽑아먹지. 라고 고민하던 지한에게 인기척이 덮친다..!
걸음은 가볍게 움직임은 날렵하게. 나는 완력보다 속도가 장점이고, 몸의 유연성이 뛰어나다. 사실 적을 잡아서 땅에 심어버리는 것도 해보고 싶지만 그건 나중이다. 지금은 더 잘 적을 후려패서 꽃의 양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았다. 결론. 나는 오늘도 수련장으로 간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오는 수련장의 공기는 익숙했다. 팔다리를 쭉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며 들어가는데, 누구 한 명 선객이 있었다. 특별히 신경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 어제에 이어서 두번째란 말이지.. "
익숙한 얼굴이었다. 뭔가 떠오를까 말까 고민이 되어서 그 쪽으로 통통 튀듯 다가갔다. 가까워질 수록 보이는 검은 머리나 모습에서 뭔가 떠올랐다. 아 석곡. 다가가면서 보니 허수아비를 상대로 뭔가를 하고 있던 것 같다.
허수아비를 후드려팬 뒤에 간단하게 쉬고 나서 반응성 테스트나. 대련이나. 게이트 시뮬레이션을 돌려야죠. 그렇게 생각하던 당신에게 인기척이 다가왔고. 공상에 있던 당신은..
"히엣." 하는 소리를 내버리고 만 것이다. 집중해서 허수아비를 후드려패던 중에 삐끗해서 낸 소리라기엔 너무...그런 거 아닌가..? 돌아보고는 아. 입학식 때 본 적 있던.. 이라 중얼거리다가
"크흠흠.. 안녕하세요." 뭐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보시다시피 허수아비를 통해 공격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지금은 좀 쉬려고 거두던 참이었고요. 라고 덧붙이고는 음.. 이름이.. 라고 중얼거리다가 윤..이었나요? 라고 슬쩍 말하려 합니다. 성까지 외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보다 다섯 배 정도, 귀여운 목소리를 낸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석곡보다는 안개꽃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았다. 아니다 델피니움도 괜찮은데. 고개와 몸을 양옆으로 까딱거리며 고민하던 건 인삿말에 끊겼다.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좋아. 델피니움으로 하자.
" 아 맞아. 윤이야. 서 윤. 너는, 너..는.. "
허수아비와 공격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던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근데 나는 몰랐다. 눈을 돌려 허수아비를 괜히 발끝으로 툭툭 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좋은 버릇이 아니란 건 알고 있는데. 사람을 이름보다, 연상된 꽃으로 기억해두는 거. 외모덕분에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어서인지 생긴 버릇 이었다.
" 미아안. 석곡으로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 꽃 말이지.. "
상대는 기억해주는데 나는 기억 못한다는 건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꽤 미안했다. 헌터인 만큼 영성이 높을테고, 그런 만큼 외모에 영향을 덜받으니까 말이다.
"안개꽃이요?" 히엣이라는 말은 부끄러운 게 맞습니다. 그리고는 윤이 맞았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 윤이라는 걸 기억합니다. 대단한 외모이긴 하네요. 석곡...? 뒷사람이 잠깐 석곡을 검색해본 것입니다. 하얀 꽃이군요. 지한이 꽃에 대해서 많은 정보가 있을 리 없기에 꽃이라는 것에 의문을 표합니다. 그것보다 델피니움이라 하면 안 좋아할걸요. 꽃말이 좀.. 지한이 선호하지 않는 타입이고?
"꽃..이요?" 석곡이라는 꽃을 모른다는 양 바라보면서 저는 신지한..입니다. 라고 가볍게 소개를 하는군요. 소개를 받았으니 소개를 하는 게 이상할 리는 없지요.
살살 손을 흔들었다.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남을 꽃으로 불러버리는 일 말이다. 다시금 보면 달맞이꽃도 괜찮을 거 같은데. 하지만 석곡도 잘 어울리겠다 싶고? 흰꽃이 어울리는 느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하며 잠시간 빤히 본 것을 깨닫고 몸을 슬쩍 뒤로 뺐다. 그러고보면 되게 소녀같은 모습인데 어째서 팬지가 아니라 석곡이었으려나.
" 지한이구나. 나보다 연상일까? 나는 열여섯이거든. 누나라고 불러야 해요? "
고민은 멈추고 재잘거렸다. 여기서 나보다 어린 쪽이 드물다는 건 알고 있어서 하는 질문이었다. 키는 작지만, 내가 올려다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지만. 연상일 가능성도 높았다.
" 응. 맞아요. "
잊고 있던 목적을 떠올리고 다리를 흔들었다. 허수아비를 가지러 갈까 고민했다. 내가 이름 붙이길, 꽃밟기라는 기술을 연습할 생각이었다. 허공에 꽃을 피워서 발판 삼는 거. 허공답보는 로망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흰꽃이 어울린다니. 영광인 걸까. 개인적으론 블랙 릴리같은 거나 블랙 로즈같은 걸 생각했던 지한주는 먼산만 봅니다.(대체?)
"연상일까요 아닐까요" 맞혀 보시겠습니까? 같은 짖궂은 말을 하네요. 은근히 그런 면도 있단 말이죠. 연상인지 동갑인지 모를 지한은 그렇게 말하다가도 연상..인 편이죠. 라고 사실대로 말했겠지만. 그래도 누나라고 부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편하신 대로? 라고 말을 재빠르게 잇네요.
"아. 그러면 이쪽에 있는 편입니다." 허수아비를 보면서 저쪽에서 가져오시면 된다고 하고는 자신은 잠깐 쉴 거라면서 자판기를 보다가. 한 잔 하시겠습니까? 라는 이유없는 호의군요.
흰 꽃잎 흩날리며 창을 휘두르는 모습은 좋지 않을까. 달도 없는 까만 밤에는 특히 말이야.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하게 짓궃은 모습을 보이는 지한이 누나에게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다행스럽게도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아서 곧 연상인 편이라고 대답해주었다. 호칭은 편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 누나라고 부르는 건 최소한의 예의에요.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잘 못하거든.. "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아서 그런지 말을 편하게 하는 편이었다. 저번에 어머니라고 불렀더니 소름끼친다고 질색하셨다. 보통 만나는 사람들도 또래인데다가 한두 살 연상이어서 그런지 존댓말이 입에 잘 안 붙었다. 선생님들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 고마워! "
알고 있었지만, 감사인사는 상식이다. 자판기를 통한 권유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사두면 나중에 식을 거 같고, 수련이 끝난 뒤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으로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는 게 좋았다.
"연상으로 보이다니. 놀랍네요" 농담에 가까운 말인 모양입니다. 지한은 누나라고 부르는 게 편하다는 것에.. 그래요.. 라고 작게 중얼거립니다. 누나라고 불리는 게 틀린 건 아니지만. 어색하잖아요. 왜 다들 나보다 큰 겁니까.. 누나라고 불리면 좀 어색하게. 라고 속으로 한탄해도 키는.. 솔직히 더 커봐야 1센치.. 2센치..가 한계 아니야?
"천만의 말씀입니다." 간단하게 받고는 그럼 구경은 쳐내지 않으실 건가요? 라고 물으며 이온음료를 뽑아와서는 주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수련하는 거 구경할 생각 만만이군요. 아니 뭐 보이는 걸 안 보려 하는 것보다는 대놓고 구경이 더 낫지 않나요?
얼마나 연상인지는 몰라도 아마 한 살에서 두 살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이 다 큰 키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키가 작다는 게 얼마나 슬픈지 나도 알고 있었다. 작년까지 160을 찍지 못했던 사람으로써 제대로 알고 있었다.
" 응? 응. 그건 상관 없는데. 재밌진 않을 거얼. "
꺼내온 허수아비를 앞에 두고, 양팔을 교차로 하여 쭉쭉 뻗어 몸을 풀면서 대답했다. 일단 해둔 말이었다. 나도 남 수련하는 거 보면서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샌들도 벗어 던지고 씩 웃으면서 아주 가볍게 뛰어올랐다. 하늘로 쭉 뻗은 다리를 아래로 내려쳐 허수아비를 가격하고 그 반동으로 다시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떠오른 그대로 자세를 잡아 허공에 꽃을 피웠다. 아주 잠깐 고정되는 그걸 딛고 허수아비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 ...으음 잘 안되네.. "
방향이 어긋나는 것을 보고 인상이 써졌다. 아무래도 공중에서 움직임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간단히 수긍했다. 맞는 말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었고 불구경이 속담으로 남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본인이야 어떻든 남들이 보며 하는 판단은 다르지. 그러며 다리를 휘두르다 멈춰서 허수아비의 양 어깨에 발을 대고 섰다. 어쩐다. 고민이네. 지한 누나가 말을 걸어온 건 그 쯤이다.
" 으응. 발판이 불안정해서 말이에요. 익숙하지도 않고. "
땅에 내려선 뒤 허공에 꽃을 피웠다. 허공에 뿌리내린 듯 움직이지 않는 연꽃이었다. 줄기도 없이 덩그러니 떠있던 연꽃은 곧 파스스하고 사라졌다. 내 발은 크지 않았고 발판으로 삼기 충분한 크기였지만 아무래도, 안정감이 없었다.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나 자신도 허공에서 방향을 비트는 건 아직 익숙하지 못했다.
"허공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임이 보장되면 편리할 거 같아서 시도하고 있는데 힘드네에 "
가볍지만 높게 뛰어올라 다시 피운 꽃 위에 섰다.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있다가 꽃이 사라지기 직전에 다시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내려섰다. 좀 더 크게 피워볼까?
허허. 노인같은 웃음소리를 내다가 빠르게 몸을 돌려 허수아비를 올려찼다. 쭉 뻗은 다리가 허수아비를 타격하고, 그 중심에서부터 분홍빛 꽃잎이 펑하고 터지듯 주변에 퍼졌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고? 시야를 가려 이후 행동에 제약을 두는 데에 좋다. 추가적인 데미지도 들어가는 것 같았고. 의념을 둘러 치는거니 그냥 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이런건 익숙한데. 하고 중얼거렸다.
" 여러송이를 피워서 하는 것도 좋긴 하겠다. 의견 고마워. "
그러면 안정감이 올라갈 것 같긴 했다. 대신 좀 느리려나? 하나를 피워내는 것과 여러개를 피워내는 건 다르고. 그래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긴 했다.
" 그치? 아 예측은 괜찮아. 기본적으로 아까 했던 것처럼, 꽃이나 꽃잎으로 적의 시야나 감각을 방해하는 거 잘하거든. "
빠른 기동성을 살리는 전투방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는 교란을 특기로 삼는 경우도 있고, 나는 거기에 살짝 발을 걸쳤다. 간파 당했다면 그것대로 페이크를 줄 수도 있다. 현실은 이론이 아니지만.
원래 스킬 이펙트라는 건 양날의 검이다. 게임하면서 화려한 이펙트 때문에 공격 패턴을 못 보고 죽은 경우는 누구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과거 친구들과 게임할 때 파티원 이펙트를 끄지 않아서 눈갱을 당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이건 현실이라 아군 이펙트 해제도 못한다. 심지어 후각까지 영향을 받으니 조심해야 했다.
" 어차피 두곳 다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협업 해주면 나야 고맙지! "
그만큼 두 배로 까일 가능성이 아른거리지만 괜찮다. 꽃이 먼저 펴야 열매가 맺으니,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게 고통스러워도 말이다! ..하는 생각은 지한 누나가 떨면서 덧붙인 말에 급격하게 기운을 잃었다.
" ..맞아? 폭력? 교육을 받는데? "
어느 정도이길래 헌터 교육생이 몸을 떨 정도인거지. 내 눈도 저절로 떨렸다.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실전위주 교육이라면 정말로 두들겨 패면서 가르칠 수도 있지?
서 윤. 십육세 나이로 교관에게 굴려져서 사망. 이러면 학교 이미지에 좋은 건 없을테니 복수도 하고 가는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의뢰나 게이트 사건 같은 게 아니라 교관들이 죽인거면 진짜 큰일이긴 하겠다. 진짜 죽도록 아프게 맞았던 것 같은 누나를 보면서 조금,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다.
" 대체.. 대체? "
그야말로 후드려 맞은 건가. 사람을 샌드백으로 삼는 무서운 교관이 여기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싫었는데. 으으 하고 질린 음성을 내다가 하나 궁금해진 것이 있어서 물음을 던졌다.
"커리큘럼 확인해보면 시험기간엔 죽을 것 같은 구성입니다." 복수를 하고 간다는 것에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꾸준히 공부해두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라고 말하며 지한은 공부할 것들을 생각합니다. 책도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시험이 다가올지도. 인가.
"의뢰도 구해야겠고.." 호박머리도 깨야지.. 라는 생각이 튀는 것은 윤의 질문에 다시 돌아옵니다.얻은 것.. 있었죠. 그렇죠?
"있었습니다." 약점을 보호하는 것이라던가.(약점 보호 F) 맞고 나서 의념 활용학이나 게이트학 수업 덜 들어서 고생 굴러가며 습득했던 것..(의념 공진 F)(MVP=태호 및 다른 레스주들)이라던가요.. 라는 말을 합니다. 얻은 게 있었으니 다행이지 맞고 얻지도 못했으면 매우 슬펐을 것이다...
공부머리가 좋은 게 아닌 미소년은 시험기간 일주일 전부터 교과서에 머리를 박는게 보통이었다. 시험 점수는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시험 뒤에 머리에 남는 게 없었다는 게 문제지.. 수학 문제는 이제 기억나는 것도 없었다. 작년에 뭘 배웠더라. 지한 누나가 의뢰를 구해야겠다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얻는 게 있었다고 하자 웃음이 났다.
" 그러면 괜찮겠는 걸.. "
살짝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그러면 좋다. 괜찮다. 얻는 것 없이 쳐맞기만 하는 건 물론 싫다. 아프고 싶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일단 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 하루 종일 얻어 맞는 걸로 확실히 얻는 게 생긴다면, 나쁘지 않아. 응, 꽤 괜찮아! "
아픔 정도는 견디면 된다. 죽지 않는 한 겪고 회복하면 된다. 죽음의 문턱이 내 앞에서 인사한다 할지라도, 그렇게 해서 얻는 게 있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강해지고, 훌륭하게 한 사람의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조금 흥분한 듯 하여 숨을 가라앉혔다.
양 손바닥을 마주대고 기도하듯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살짝 터트려, 벚꽃 봉오리 하나 터지듯 맑고 자그마한 소리가 났다. 나는 영성도 높은 편이 아니니까 힘낼 수 밖에. 복습 열심히 해야겠지..
" 고마워 누나. 누나도 힘내! "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인사했다. 근데 방금 뽑은 것처럼 시원한 것 치고 아까까지 음료수 뽑는 건 보지 못했다. 냉기나, 유지 관련 의념을 지닌걸까? 다음에 만나면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앞에 허수아비가 너덜너덜해질 때 까지 얼마나 걸릴까? 익숙한 꽃내음이 코를 간지른다. 내 눈을 닮은 분홍빛 꽃잎이 흐드러진다.
1. 의념 속성은 결국 의념이 어떤 형태를 띄느냐이지 성질을 따르지 않습니다. 물론 '불'이라는 속성이 '나무'라는 속성의 상성이기 때문에 동등한 상황에서는 나무쪽이 불리한 것도 맞습니다만, 무작정 불에 잘 타는 '나무'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불에 타지 않는 '나무'를 떠올려 그를 응용하려 하는 것으로 오히려 역상성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의념 속성은 단순히 속성싸움이나 나열만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의념을 표현하고, 그 것에 자신의 성향이나 형태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2. 두 개의 의념 속성이 같다면 조금 다른 결과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물리에서도 정지와 운동의 성질은 조금 다릅니다. 운동이 0이 되어 더이상 행동하지 않음을 정지라 하며, 운동은 그 외에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있을 경우 물체가 운동을 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정지라는 의념이 가하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여 멈추게 함일 것이고, 운동이라는 의념 속성이 가하려는 것은 물체가 움직여 운동하게 하려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두 속성이 부딪친다면 제 판단으로는 멈출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역시 운동이건 정지건 어느 성질을 이용하려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 확답을 드리기 어려울 듯 합니다.
3. 참여자에게는 웹박수에 이름의 표기를 부탁드린 바가 있습니다. 혹시 시트 안 내셨다면 츄라이?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꺼려하는 각자의 이유는 있겠지요. 그런 것에 가까이 다가가서 해결하려 노력하는 거나. 다른 방면으로는.. 쉬운 건 아니겠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유나의 말을 들으려 합니다. 솔직히 지한이 살갑고 귀엽게 구는 건 잘 생각 안 나기도 하고..
"천천히 다가가는.. 맞아요" 수긍합니다. 노력도 해야겠지요. 일반반이랑 완전히 유리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셜록 홈즈. 셜록 홈즈... 토오루는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했다.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며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은 충동을 내리눌렀다.
"그럼 제가 왓슨입니까?"
가볍게 맞받아치긴 했지만 속은 여전히 더부룩했다. 원래는 미안하지만 못 도와주겠다는 말이나 듣고 적당히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사실을 밝히거나. 아마 둘 다 비슷한 결말이겠지. 늦게 혼나느냐 일찍 혼나느냐의 차이일 뿐.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아까 다윈주의자 관련 기사를 봤는데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토오루는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자신의 목을 꽉 쥐었다가 놓고는 고개를 숙였다. 고작 잔소리를 피하겠답시고 가디언을 뺑뺑이 돌리며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엘터 교관 앞에서 사고쳐서 죄송하다면서 머리를 박는 일만 남았나 싶어서 조금 서글퍼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다. 어느 정도로 많냐면, 내가 그 유명한 특별반에 한 자리를 꿰찰 정도로 많다. 특별히 남들보다 뛰어나단 자각은 없는데 말이지. 생각하며 걸어가다 창문에 비친 얼굴이 보였다. 아 얼굴 빼고. 하지만 특별반이 얼굴 보고 뽑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러니,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화발다풍우라고, 일단 세상 만사는 늘 마음대로 되지 않고. 살짝 콧노래를 부르면서 걷는다.
준혁은 능숙하게 아군에게 의념의 흐름을 쏘아냅니다. 숨은 위치는 쉽게 추적하기 어려운 만큼, 민감히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곳에 특별히 들리는 소리는 없고, 상대 역시 삼류 드잡이는 아니란 점은 확실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상대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지. 그걸 알아야 합니다.
그동안, 진언은 천천히 마도를 구성해나갑니다. 돔 형태의 보호막이 흐릿하게 세 사람에게 씌여집니다.
희미한 방패
꽤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림보다도, 마치 이대로 정신력을 소모시키려는 것처럼. 상대는 우리에게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불안감이 든 것도 그때입니다. 이 모든 전략은 상대가 '먼저' 공격함을 상정하고, 상대가 사용한 리볼버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 만약. 상대가 다른 무기를 준비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기술이 있다면?
준혁이 그것을 인지하고, 급히 아군에게 말하기 위해 입을 떼었을 때.
난사
허공에서, 수 발의 산탄들이 쏘아지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의념의 방패와 닿아 찢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진언은 입술을 가볍게 깨뭅니다.
곧,
카강!
방패가 완전히 깨져버립니다.
투두두두둑,
몇 발의 총알이 정확히 웨이를 꿰뚫고 웨이는 주위를 살펴봅니다. 넓게 퍼트려진 총탄의 위치는 쉽게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 하하하.. "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 목소리는 웃습니다.
" 너희. 사람을 상대한 적은 처음이구나? "
곧 먼 폐건물의 위에서 그는 산탄총을 든 채로 파티를 바라봅니다.
" 애초에 너희는 내 구역에서 싸우겠다고 들어왔고, 난 내 영역을 지키기만 해도 유리해지는데. 그렇게 표적이 되겠소 - 하고 있으면 날 잡을 수나 있게? "
감옥에서 그렇게 얌전히 있어줬으면 적당히 잊어줘도 되지 않을까. (물론 사회적으로 봤을 땐 잊지 않는 편이 더 좋겠지만.) 토오루는 오늘 밖에 나온 사실을 몇 번이나 후회하고 있는지 세어보려다 말았다. 저 제안에 거부권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도 좀 찍힌 것 같은데 더 찍히고 싶지도 않고. 상대가 가디언이 아니라 가디언을 사칭하는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인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편하게 돌아가는 거였다면 자신은 지금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 일본에서 멀쩡히... 그만 떠올리자. 토오루는 생각을 털어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못 벗어날 거라면 얌전히 말 잘 듣는 사람인 척 하는 편이 나았다.
"헌터는 헌터죠. 특별반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나 씨가 말하는 말의 설득력이 높은 것이고요." 가디언이었다면 좀 달랐을 수도 있었을까? 아니 전자는 생각해봤는데 후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뎁쇼. 라는 생각은 뒷사람의 것. 전자가 바락바락 성질을 부렸다는 것에 이마를 짚고는 대신해서라도 미안하다고 하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립니다.
"물론 그.. 성질머리를 못 고치면 숨기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느리게 말하며 착각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요? 라고 말하지만. 표정은 고민이 많아진 얼굴이었을 겁니다.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해요. 방긋. 웃어보여요.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오는 말에 실망을 감출 수 없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말아요. 수강생은 지금 안 받고 있다. 라는 걸까요?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것 같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일러요. 저도 여유는 없지만, 지금은 교섭할 수 밖에요! 이렇게 보여도 뒤라님의 사도!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네요.. 다른 사람을 이끄는 것 정도야!
"어머나... 그럼 안되죠. 저도 여유는 그리 많이 없지만, 선금으로 3000GP 지불할게요. 가능할까요?"
눈을 마주친 상대들에게 방긋 웃어준다. 익숙한 반응이지만 싫지 않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틀렸다. 꽃노래는 수백 번 들어도 좋다. 하지만 여기에 온 건 그것을 위한 게 아니었다. 몸을 쭉쭉 펼치며 스트레칭을 한다. 수련장에서는 수련. 혀로 입술을 축이고 몸을 풀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꺼내온 허수아비를, 걷어 찬다.
몸을 쭉 뻗는다. 신체도 건강도 중간은 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신속이 빠르다. 가장 큰 무기는 그것이며, 그에 맞춰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을 사용한다. 실전을 염두에 두고, 잡히거나 하지 않도록 가속하여, 빠른 몸놀림으로. 특정한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꽃잎은 하늘하늘 날아다닌다.
수련이 계속되며 미소가 진해지는 게 느껴진다. 숨이 가빠질수록 즐겁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나도!
무언가를 부수고 베어내고 몸에 무언가가 묻는 것은 익숙하다. 원래라면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익숙해졌다. 내가 익숙해질 수 없는 건 단 하나뿐이다. 의념 조차 전부 타올라 재로 변한 나에게 있어서 가슴 깊이 박혀있는 이 감정, 고통일까 복수심일까 모르겠지만 이게 내 삶의 원동력이란 건 확실하다.
"흠"
여긴 죽은 자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게이트였다. 그렇다면 잘 다듬어진 평지를 따라가다가 보면 마을이나 도시가 나오고 거기에도 많은 몬스터rk 있겠지 #평지로 향한다.
제물 학파, 라는 말에 빈센트의 평정이 깨졌다. 제물 학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물"이라는 게 엮인 이상 현대인의 윤리적 관점으로는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지금은 그걸 파볼 수도 없고, 설령 팔 수 있더라도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신경써야 할 사람이 눈 앞에 닥쳤기에 지금 당장은 기억의 한편으로 밀어두기로 한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베레니케."
빈센트는 엷게 웃는다. 이성의 한켠에는, 베로니카의 죄목(가디언 후보생 살해)이 불탔지만, 타오를 연료만 기다리고 있는 그의 감성에, 유일하게 자신을 봐주는 이가 지옥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게 조금은 기쁘게 느껴졌다. 빈센트는 일어나서, 물을 찾아보며 묻는다.
# "오래 누워있어서 갈증이 통증으로 변했을 거야. 차가운 물로 줄까? 따뜻한 물? 말해."
빌런사냥 파티를 보면 음 무슨 방법이 좋을까요. 1. 적의 신속이 아무리 좋더라도, 엑스맨 영화에 나오는 퀵실버 수준으로 빠른 게 아닌 이상에야 건물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신출귀몰하게 파티를 공격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건물들을 엄폐물 삼아서 뛰어다녀도 될 것 같아요. 만약 의념 각성자의 능력으로 건물 옥상 사이를 뛰어다닌다면? 그러면 파티도 똑같이 대응하거나 건물에 숨어서 창문과 창문 사이를 뛰어다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아예 계단참으로 들어가서 근성으로 올라간다면, 적도 상당히 고생하겠죠. 2. 그런데 정령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는데, 적이 손에 흙을 묻혔거나, 신발 밑창에 흙이 묻었다면 흙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곳에서 흙정령의 존재가 감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3. 아니면 진언이 "증폭" 키고 유웨이가 건물을 철거시키는 건 불가하려나요? 그러면 당장 자기가 서 있는 곳이 박살난다는 게 상당한 압박일텐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500에 살짝 말씀드려보기도 했고.. 상대는 이미 주변 지형지물에 익숙하고 함정으로 지역을 장악해놓았고, 신속도 상당히 높은데다가 원거리 공격 기술이 있으니 캐릭터들이 방어적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계속 압박당해서 말라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당. 글쎄, 이미 웨이가 피격을 당했지만, 피해를 입을 감수를 하고, 적극적으로 함정을 돌파하거나 상대를 압박해나가려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유나를 만나보실 거라면, 먼저 같이 의뢰를 갔던 친구들에게 유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 유나를 찾아보는 게 개연성적인 의미로든 망념 소모량적인 의미로든 좋지 않을까 말씀드려봅니다... 유리아 쪽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니까요. (정보 없는 상태에서 음악 학원을 찾으니 망념을 쌓았는데도 칼레이드 음악 학원이 안 나왔음→강산이에게 정보를 공유받은 후에는 망념소모 없이 칼레이드 음악 학원을 찾아낼 수 있었음)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 토오루는 대충 얼버무리며 자신의 품에 들린 의도치 않은 건강식들과 웨이가 산 요거트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요거트 위에 후식으로 먹으려던 시리얼을 올려놓았다. 요거트에 시리얼은 전세계 누구나 사랑하는 조합이니까 웨이도 싫어하진 않겠지 싶어서였다. 만약 안 좋아한다고 해도 우유에 따로 말아먹으면 되기도 하고.
"같이 먹으면 맛있더라."
성장기의 어린이(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본인이 알게 되면 싫어하겠지만)는 많이 먹어야 하니까. 아무리 간식이라고 해도 요거트 하나로 때우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에 손에 쥐여진 이것은 무엇이지? 안다. 이것이 무엇인지만큼은 이상하게도 알 것 같다. 지식이 제멋대로 주입되어서 '쥬루하 나시'라는 이름의 명검이라는 것도 알겠다. 동시에―나는 이 무기가 어느정도의 가치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도신은 부러지는 일은 있어도 절대로 날이 상하는 일은 없으며, 번개같은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사용할 수 없다. 도저히 다뤄낼 자신이 없다. 나름 잘 터득했다 생각하는 검술 실력으론 무리다. 무엇보다...'레벨'이 안된다. '다르다'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자신의 기량으론 절반도 채 미치지못한다.
신기하게도 왜 이런 아이템이 자신에 손에 들어왔는가?에 대해선 그리 신경쓰이지않았다. 무언가...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그래도 정당한 값을 치뤄 손에 넣은 것 같달까.. 파는 것도 괜찮겠지. 이런쪽은 잘 알지못하는 나라도 장인이 만든 아이템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니, 전문가 눈에는 더욱 뛰어난 아이템이란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결단할 필요는 없겠지..."
갑자기 굴러들어온 것을 아싸 득템!하거나 공짜다하면서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보단 냉정하게 이 아이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자신은 판단을 보류했다. 여기가 무법지대도 아니고, 이런 걸 들고다니는 걸로 누군가 절도를 시도하진 않겠지.
"그래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론 아무 문제가 없네..."
귀속 템이라던가 저주받은 아이템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여겨야될까...아니, 어찌됬든 행운은 행운이다. 그러면 집으로 향하자. 그러면 조금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겠지. #집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