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대충 30분 정도 걸어다니다보니 머리가 좀 식은 느낌이다. 사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이미 식었지만, 다시 회식자리로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이리저리 20분 정도를 더 돌아다녔다. 그래도 슬슬 다리도 발도 아프고 앉아서 쉬고 싶으니까... 그냥 들어갈까. 다들 한창 먹고 마시고 떠드는 중이라 별로 신경 안 썼으면 좋겠다. 조용히 슬쩍 들어가게. 작은 희망사항을 품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발걸음을 가게로 돌렸다.
가게 앞에 도착해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여전히 시끌벅적한 분위기. 물론 여전히 회의중인듯한 테이블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저쪽은 내가 갈 일이 없을테니 아무래도 좋고.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당당하게 들어가기로 했다. 표정은 영 당당하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아- 오래 걸었던 다리가 드디어 살았다고 외치는 기분이다. 아니, 진짜로 살았다. 자연스럽게 하아-라는 감탄사가 나와버린다고.
"...언제 끝날까. 이거.“
도중에 나갔다 오긴 했지만 아직도 시끌벅적한 걸 보면 단시간에는 안 끝날 분위기다. 뭐... 회식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나저나 들어오면서 봤는데 타치바나, 고기 전혀 안 먹네. 괜찮은건가? ...필요하면 자기가 가져다 먹겠지? 괜히 챙겨줄 정도의 사이는 아직 아니고.
/이대로 가다간 뛰쳐나가서 집으로 가버렸단 엔딩이 될 것 같아(...) 돌아오는 레스 올려둡니다...
옆에서는 또 다시 태연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눈길은 주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별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나름대로 거절의 뜻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안 된건지, 저쪽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상관없어. 저쪽에서 함부로 다가온다면 내가 그만큼 물러서면 되는 일이다. 더 물러설 수 없을 때는...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물러서는 걸로도 충분하겠지.
"...그러네.“
그러니 짧게 답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또 다시 고기를 굽고 먹을 뿐이다.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모두에게 하나씩 돌리는 요리미치의 행동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 삐딱한 노선을 타기 시작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라. 그리고 당연히, 내 앞에 놓인 접시에는 손대지 않았다.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먹고 싶어지더라도 내가 알아서 퍼올거야.
"필요없어.“
그리고는 꿋꿋하게 거절하는 말을 던졌다. 마음같아서는 병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밖에서 걸어다니는 걸로 식히고 들어와서 그런지, 아니면 장소가 장소인데다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제하기가 수월했다. 억지로 눌러놓는 것에 가깝기는 하지만. ...병실에서는, 그날은 그동안 쌓였던게 툭 터져버려서 그랬던거고, 늘 그렇게 하진 않으니까.
시간은 오래걸리는데 레스 분량이 적은 것은... 작성할때마다 많은 검열과(?) 타카기에게 사죄하는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안하다 타카기... 하지만 제가 미안한 것과 별개로 나츠키 입장에서는 타카기를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네요.. 따흑...
들리는가? 이 왁자지껄함. 이건 그저 시끄러움이 아니다. 부서진 인공위성의 조각이 다른 인공위성을 부수고, 그 조각이 더 많은 인공위성을 부수고. 그게 가장 비슷하다. 저 소리들도 한때는 언어였고 저마다의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수차례 난반사되고 울리며 소리는 서로를 부수고 뭉개지기 시작한다. 정신사납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문장을 쪼개서 단어로 단어를 쪼개서 음절로 음절은 쪼개어저 음소가 되고 뜻을 모를 괴성과 고함이 된다. 영락없이 조현병 환자의 말비빔처럼 들린다. 술의 광기까지 가세하니 파괴력은 훨씬 강해진다! 내 귀로 광기가 밀고 들어온다.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고기나 굽자..
배관이 꽂혀서 백만 메가파스칼로 소리를 욱여넣어짐 당하는 귀와 다르게, 내 혀는 단순명료하게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몸인데 어떻게 대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 술 한 방울을 입에 대지 않은 나는 혼이 빠져 헤헤 웃었다.
오늘의 회식에서 타치바나 아유미는 계속 조용히 야채를 오물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고깃집에서 고기가 아닌 야채만 찾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고기를 선호하지 않는 듯 싶어보였습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는 요리미치 군에게 건네받은 아이스크림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숟가락을 들지도 아니하고 그저 조용히 내려다 보고만 있었습니다.
"..."
한참을 바라보던 타치바나 아유미는, 본인의 자리 옆에 놓아둔 가방에서 약봉지를 꺼내 제 손에 털어놓으려 하였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약을 챙겨먹으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뭘 먹기 전에 약부터 먹어야 하는 걸까요? 그렇기엔 계속 야채를 오물거리고 있었는데요.
>>364 "그렇다니까! 내가 뭐랬습니까? 대피 제대로 시켜봤자 소용없다고 했죠. 제아무리 대피 시켜봤자 도망칠 사람은 도망친다니까요?! 민간인 피해가 없게 최선을 다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대체 이게 답이 있긴 한겁니까?! " "부장님, 화나신 건 알겠지만 진정하시는게... " "진짜 소용이 없습니다. 없어요. 게다가 또 뭐? 행진시위?! 위에선 어떻게든 막아보라고 하는데 택도 없습니다!!! 지금 일인시위 하는 사람들 해산하라 해산하라 요청해도 듣지도 않는데, 대체 행진시위를 어떻게 막으란 소리입니까? "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로 불타고 있는 첩보부 테이블을 향해,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르마를 타 이마를 드러내고, 염색한 긴 머리를 높게 올려묶은 여인. 전술작전부 부장, '유즈키 사오리' 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회식 보내고 있으신가요~? "
눈꼬리를 휘며 웃으며 첩보부 직원들을 하나 둘씩 둘러보았습니다. 혼이 빠져있는 듯한 나루미에게도 그녀의 시선이 닿았습니다.
>>369 타카기가 재빨리 물을 넣어주는 걸 본 아유미는, 다소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타카기를 바라보다,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한 손으로 컵을 잡았습니다. 재빨리 입 안에 약을 털어넣은 타치바나 아유미는, 빠른 속도로 물과 함께 약을 삼켜내고는 그제서야 타카기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 하였습니다.
"고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못 먹는 거야. "
그리고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 육수 정도는 먹을 수 있지만. "
고기 육수를 먹을수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고기의 식감을 선호하지 않을 뿐인 듯 싶어보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좋았잖아! 결국 마지막까지 불평불만 가득이었다. 속으로만 중얼거린 거지만. 어쨌든 이제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돌리는 듯 하니까, 나는 해방이네. 조금 홀가분해진 느낌에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회식의 소란스러움에 묻혀간다. 이쪽 테이블은 별 소란이 없지만, 다른 쪽에서 넘어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가게를 꽉 메우고 있었다. 멍하니 화로에서 일렁이는 불을 보며 소란스러움을 한쪽 귀로 흘려보낸다. 지쳤다. 쓸데없이 30분이나 걸어서 육체적으로도 지쳤지만 그것보다도 정신적으로 지쳤어.
일렁거리는 불가 너머로 타치바나가 보인다. 또 약봉지를 들고 있네. 저번에도 약을 많이 먹던데, 괜찮은건가.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이미 먼저 말을 건 사람이 있었다. 그래, 조금 전까지도 기싸움(?)하던 그 녀석이다. 칫. 뭐 됐어. 어차피 피곤하기도 하고 지쳤기도 하고. 말 걸어봤자 지금은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힘들고. 시선은 다시 물러나 화로 쪽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