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얼얼한 혀 때문에 잠시 씹는 걸 멈추고 있던 사이 드디어 우리 테이블에서도 대화가 시작됐다. 시작됐다? 아직은 일방적으로 저쪽에서 말을 걸었을 뿐이지만. 그래. 절대 사과 안 할거라고 다짐한 그 대상이 말이다. 하필 말을 걸어도 가장 어색한 상대가 걸어오다니 오늘 회식은 틀림없이 마가 낀 것 같다. 유즈키 씨가 고기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방문을 걸어잠그고 결사항전(?)을 벌였어야 했다. 그랬으면 최소한 지금처럼 어색할 일은 없었을테니까!
"......“
그건 그렇고... 말을 걸어온 요리미치의 태도가 너무나도 태연해서 잠시 뇌가 정지했다. 뭐야? 그렇게 난리가 났었는데 보통은 좀 어색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말을 걸지? 심지어 비꼬는 말도 아닌... 아니 비꼬는건가? 저 말의 의미가 뭐지? 그렇게 뇌가 정지해버린 탓에 대답을 돌려주기에는 다소 어색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래서 결국 내가 택한 것은 침묵이었다. ...어색하다.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불판 위에 고기를 보충했다.
조금 과하게...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고기로 뒤덮인 불판을 보며 생각했다. 이거 언제쯤 끝날까.
어째선지 상황은 점점 더 어색해져간다... 아니, 내가 '으엥 나 혀깨물었당ㅠㅠ'하고 주변에 말한 것도 아니고, 혀를 깨문 티라고는 먹다가 잠시 멈칫했을 뿐인데 왜 저 녀석이 그걸 알고 있는거야? 뭐냐고 대체... 병실에서도 그랬어.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멋대로 머리에 손을 대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이거! 멋대로 다가오는 사람따위 정말로 싫어...!
"필요없어.“
보여주는 약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불판만 보면서 툭 내뱉었다. 필요없어. 그런 거 필요없어. 입에 바르는 약이라고? 그런 약을... 남의 걸 빌려 쓸 것 같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멋대로 다가오지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진짜 싫어! 또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금방이라도 격양될 것 같은 감정을 누르며 익은 고기들을 집어 앞접시에 놓았다. 그래 진정하자... 고기를 먹으면서 진정하는거야... ...아니 먹어도 진정하기보단 체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은 먹자. 내가 불판에 올린 고기니까..
그런 이유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유를 말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걸 하나하나 말해줄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까. 그래. 거리. 심리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 거리감. 멀다고 느끼는 거리감. 같이 생활하는 유즈키 씨조차도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거부감이 든다. 타치바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유즈키 씨보다는 좀 더 가까이 와도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어깨를 토닥이는 정도는... 괜찮아. 같은 나이, 같은 여자아이라서일까? 그것과는 다르게 어째선지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타치바나 역시 너무 가까워지면 거부감이 들 거야.
그리고 요리미치와 카시마. 같은 반, 같은 파일럿. 그걸 제외하면 아무 접점도 없다. 묘한 친근감을 느끼는 타치바나,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유즈키 씨와는 다른 것이다. 요리미치와 카시마에게 내가 허용한 거리도 당연히, 더 멀다. 카시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카시마와 나의 거리는 지금이 딱 적당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리미치는... ...어째서인지 자꾸만 침범해온다. 병실에서 단번에 침입해온 이후로도, 오늘도. ...불편해, 싫어. 짜증나.
"......하아.“
마음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사람도 많고, 유즈키 씨가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 안 잡을라나? 그럼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잠시 유즈키 씨의 자리를 흘끗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포기하고 그냥 먹자. 앞접시에 놓인 고기를 다시 한 점 집었다.
아 이거 그거지? 병 주고 약 주는 거? 지금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데, 거기에 대고 기분이 편해질거야 하면서 내놓는거야??? 대체 뭔데 이 자식?! 가까이에 놓인 음료수(부탁 안 함)와 이어지는 말에 진짜로 발끈했다. 너 이 지금 누구 때문에 내가... 이게... 따지고보면 전부 네 탓인데!!! 머리 진짜 이상한 거 아니야?! 마음같아서는 소리지르면서 상이고 뭐고 다 엎어버리고 싶지만 참아야했다. 여긴 집도 병실도 아니고 그냥 자영업하는 사장님의 가게일뿐이고 우린 여기 회식하러 온 거니까. 젓가락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 아니야 역시 못 참겠어. 더 참으면 다음에 에바에 탔을 때 이 자식을 제일 먼저 갈겨버릴지도 몰라(?).
젓가락을 그대로 상에 내려두었다. 아니, 젓가락으로 상을 내리 찍었다는 말이 어울릴까. 쾅-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으니까. 그렇게 내려두고 잠시 밑을 보면서 숨을 고르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출입문으로 직진.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다. 유즈키 씨가 뭐라고 할까봐 빠르게, 전술작전부가 있을 테이블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아아 진짜...! 짜증나...“
짜증나 부분은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긴 했지만. 아무튼 '많이 먹었으니 잠시 걷고 올게요'라는 느낌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네. 그대로 가게를 나서서 걸어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적당히 화가 풀릴 때까지 걸으면 되겠지.
/하지만 이 친구는 갈등하는 상황이 오면 도망쳐버린다구요(??? 아무튼 산책갔다오는 느낌이니까 나중에 또 와서 일상에 슬그머니 끼어들고 해야겠네요 흐히히
(치이익, 하고 들리는 고기 구워지는 소리. 한창 열심히 고기가 구워지고 있지만 여기 이 소녀는 조용합니다. 모두가 한창 즐겁게 고기를 즐기고 있지만 타치바나만은 조용히 야채를 뒤적이고 있습니다. 샐러드나, 자른 양배추, 양파같은 굽지 않은 야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 (타치바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조용히 야채를 우물거리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말을 건다면,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