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좀..!" 모의전이 가끔 격화되면 부상자가 있습니다. 큰 부상은 아니고 자잘한 부상이겠지만... 치료를 가진 이들이 바쁘게 돌아다닐 때 지한은 가만히 앉아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찰과상이나 타박상 정도였으니까요. 거동에 문제가 되거나 고통이 심한 부상부터(발목 삐끗함, 화상 등)을 치료한 다음. 마지막쯤에 지한에게 온 사람은 파필리오입니다.
"좀 격화되었네요." 그래서 고생이 많습니다. 정도의 말을 함의하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느릿느릿하게 팔을 내밀면 죽 긁힌 게 이곳저곳 있네요. 그냥 둬도 낫기는 하겠지만. 그 시간동안은 따가움이나 아릿한 통증이 같이 올 것이 분명합니다.
모의전 역시 사람과 사람끼리 부딪히는 전투임을 생각해보면, 늘 문제 없이 끝나리란 법은 없었다. 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존재했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짙은 푸른빛을 띈 소년은 그 사이를 바쁘게 움직였다. 여태 몇 번 있던 일인 만큼 이제와서는 꽤 익숙해 보였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무리의 수가 줄고 마지막이 될 즈음 아는 사람의 앞에서 멈춰섰다.
"그렇군요."
간결하게 대답한 소년은 익숙하게 손을 내밀었다. 눈을 바쁘게 움직여 보이는 상처를 확인하고 의념을 이용한 치료(C)를 행하였다. 얼굴에는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가 띄워져 있었으며, 눈이 마주친다면 말갛게 웃을 것이다.
"치료는 끝났습니다만."
손을 거둔 소년이 말했다.
"혹시 불편한 곳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참았다가는 큰 일이 될 수도 있답니다."
//(아직 파필리오로 진행에서 치료를 안 써봐서 이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게 맞았을까)
새의 모습은 영 알 수 없습니다. 표정도, 행동도 말이죠. 좋아하는 듯 하지만 거절한느 듯도 하고, 애정 표현을 하면서도 멀어지려는 듯도 보입니다. 이것은 귀엽습니다만 알기 힘듭니다. 그래서 소년도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죠. 덩굴나무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 무렵입니다. 닿아온 덩굴이 소년과 이어지고, 의념이 불어넣어집니다.
"-그런가요."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다소 뒤늦게서야 대답했습니다. 목소리는 살짝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슬픈듯도 보입니다.
"납득이 되는 설명입니다. 그야, 저는, ..그런 건 알지 못하니까요."
소년에게 있어 정령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적인 인식은 이면에 존재하는 주민들입니다. 교류가 가능한 만큼 친근하게 여기고, 특별한 만큼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인간과 비슷하나, 더 먼 감각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년은 새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덩굴나무를 올려다봅니다. 그는 알려줄까요? 혹은, 그저 웃을까요.
>>328 여러 위험 품목을 구매하기 위한 제한 구역으로 향합니다! 상당히 깔끔한 모습과, 주위에 경계를 서고 있는 헌터들에게서 강력한 의념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들은 일부러 보여주려는 듯 의념을 풍기며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사고를 친다면,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말이죠.
준혁이 잠시 기다리자 안에서 올드 팝 스타일의 파마 머리를 한 남성이 천천히 걸어나와 준혁을 바라봅니다.
" 오. 이건 좀 특이한 사람이 오셨네. 북해 길드의 광태자께선 무슨 일로 우리 상점에 오셨을까? "
혀를 차며 가벼운 웃음을 흘리면서, 상점의 주인은 준혁에게 인사를 걸어옵니다.
" 내가 알기론 도련님께선 폭발물 관련 자격이 없지 않으셨나? 그런데, 꽤 깔끔한 자격을 가지고 계시네. 그것도 2급으로 말야. "
2급 위험물 자격. 가디언들이 다루는 1급 위험물과, 비상 상황에서 허가된 특급 위험물들을 제외하면 헌터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위험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단지, 요청했기 때문에 간단히 내주었다?
준혁의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지는 느낌입니다.
상점 주인은 자신의 머리를 슬쩍 만지며, 몸을 살짝 기댄 채 묻습니다.
" 그래. 일단 도련님이 살 수 있는 한도 내라면 얼마든지 물건을 보여주지. 예산과 필요한 물건을 말해봐. "
수업을 들을 때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던 진언의 집중력이 간만에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자기가 흥미있는 쪽에는 유난히 잘 돌아가는게 머리라는 것 아니겠어요? 기본적인 조건-정령 관찰이 가능한지-는 정령안이 있으니 자동으로 충족됬고, 나머지가 문제네.. 생각하며 계속 설명을 듣던(물론 어려운 공식은 흘려넘깁니다) 진언은 응? 하며 고갤 갸웃입니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던 나는 2급 위험물 자격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지? 왜??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총교관 정도라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것이다 '니가 지금 껏~~~~' '이것은 그렇게 쉽게~~~~'라는 잔소리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잔소리 하나 없이 이것을 내준 이유는 도대체 뭐지?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던 나는 다가온 남자를 바라보았다 북해길드의 광태자라
"틀려"
그런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지금은 의뢰에 집중한다..
"미리내고 특별반 학생으로서 의뢰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온거야"
북해길드와는 상관없다. 내가 아무리 길드를 번성시키기 위해 포부를 다져도, 당신이 나와 길드와 당신의 관계를 중요치않게 생각하고 끊는다면 나 역시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마.
"거짓말을 잘 하지는 않아요" 아마도요? 라고 하다가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고는 기지개를 켭니다. 마치 고양이처럼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는 나중에 숙소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요." 조금 앉아 쉰다고 해서 갑자기 전투불능이 튀어나오진 않을 거잖아요? 라는 가벼운 농담을 합니다.
"잘 지낸다의 기준이 다치지 않고라면 방금도 다쳤으니 그렇진 않지만.. 헌터의 기준이라면 잘 지냈다고 해야겠네요" 다치지 않는 게 최고지만 치료할 수 있을 정도의 피해를 받는 것도 중요한 편이니까. 파필리오에게 혹시 안 먹는 주스 있으십니까? 하고 물어보고는 과일캔주스를 흔들어봅니다. 실내는 따뜻함에도 방금 뽑은 것처럼 차가워 보입니다.
사건형 게이트... 그렇다면 이 의뢰는 헌터들 개개인의 전투능력보단 게이트 내부의 사는 '기사'를 택하여 대기사시합에 우승시키기위한 육성 능력이 주가 됬다는 것이다. 중형이긴 해도 까다로운 클리어 조건이였겠는데...? 다만 그 이외에 나로선 열람할 권한이 없다. 때문에 어떤 기사가 존재하는지, 대기사시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진 알 수 없다. 이미 끝난 걸 더 알아갈 이유도 없고... 그리고 검인가. 나또한 지금은 검을 다루는 헌터다. 뭐어 칼잡이가 될 생각은 없지만...어머니또한 검이 주무기인 헌터셨지만, 검의 재능이 뛰어나진 않으셨다고 말하신다. 부전자전이라는거겠지, 하지만 무엇이든 남들만큼 잘할 수 있다. 내가 나아갈 길은...한가지만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게이트에서도 잘 살아계시려나. 나는 알 수 없었다. #수주할 수 있는 의뢰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다소 장난스럽게 웃음을 짓고, 기지개를 켜는 지한을 보며 소년은 고양이를 떠올렸다. 행동은 꽤 담담해 보이고 하니 고양이가 퍽 어울려보였다. 또 다소 똑똑해 보였고, 도도하다는 표현도 안 어울리지는 않으니, 소년은 지한을 품위있는 검은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 정의했다. 우화하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가 될까?
>>330 일광은 천천히 성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타인에게 이야기를 할때마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울대를 차고 올라오려 하는 망념의 부작용으로 이미 몸상태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너진 정신 이상으로, 몸도 같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대한 의념 각성자의 육체는, 그만큼 견고한 정신을 기반으로 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의념 각성자를 상담할 수 있는 상담사, 의념 상담사들은 '의념'이라는 힘이 나타나고부터의 범주 안에서 상담을 이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성현의 주제는, 그런 상담사에게 난해한 것입니다. 단지 꿈에서 보았던 일이라고 믿어 넘겼던 것이 현실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모든 것들이 천천히 녹아들어 자신의 현실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때. 그 미래가 천천히 자신의 목을 옥죄이고, 마음을 마모시킬 때.
성현의 몸 역시 같이 무너져 갔습니다.
" 조금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듣는 것 좋아하십니까? "
일광은 성현의 이야기가 마친 후,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합니다.
" 어릴 적의 이야기였죠. 동네에서 애들 모아다 서로 주먹다짐하면서 내가 홍왕이다! 내가 검성이다! 하며 서로 게이트 놀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의념을 각성하고, 자신 역시 위대해지리라 마지 않던 시절이 있었죠. 개중 일부는 의념을 각성하고, 증폭 현상을 겪으며 자신의 먼 미래를 상상하고 떠올리며 영웅이 된 자신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언제나 매정한 법이죠. "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일광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의념을 각성했다는 것은 영웅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섰다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의념 각성자들은 모릅니다. 당장 자신에게 일반인과 다른 힘이 있고, 지적 능력이 있으며, 필요하다면 특별한 힘들을 쓸 수도 있고, 게이트의 적과 싸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절대 다수와는 다른 '특별함' 속에 스스로의 가치를 가늠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
저 역시 한 사람이었죠. 그는 커피를 마시며 실없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 모습에 성현도, 긴장을 살짝 내려두고 웃음을 터트립니다.
" 저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예언자 역시 그 이야기를 좋아하곤 했었죠. 예언자가 보는 미래는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고, 그녀의 예언은 언제나 큰 위험을 대비할 힘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어느날 꽃을 보러 갔다가 벌에게 쏘인 겁니다. 퉁퉁 부은 얼굴로 기자에게 웃으면서 그녀는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
오늘따라, 벌이 참 빨리 나나봐요.
" 그 수많은 위험을 예지한 예언자조차도 자신의 미래 하나를 제대로 예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미래라는 것은 결국 수많은 결과들의 집합체이고, 예견되지 않은 사건들의 수렴일 뿐입니다. 물론 바꾸려 하더라도 그것들이 연쇄를 일으켜, 결국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미래를 신경쓰더라도 결국 일어날 일이라면 간단하게 미래를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
그는 손 모양으로 총을 만들어, 머리에 댄 채 가상의 방아쇄를 당깁니다. 빵 -
" 죽는 거죠. "
성현은 그 말을 듣습니다.
" 자.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본 미래는 결국 당신이라는 존재가 살아있음으로 완성되는 결과입니다. 수많은 사건들이 겹치고, 겹쳐서 마침내 완성된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라는 것이고요. 그런 시간에 내가 사라지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
그는 멀찍히 있던 시계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째깍거리던 시계를 들어올리고, 바닥에 내팽겨칩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온 시간축을 일광은 가만히 바라봅니다.
" 이미 시간이란 없는 것이 되어버리죠. "
웃습니다.
" 이것이 예언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말하는 예언의 역설입니다. 예언의 대상이 되는 단 하나만 사라지더라도 예언은 완전히 새로운 역할로 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언자들은 암암리에 자신들이 본 예언의 결과를 확정짓고, 불확실성을 지우기 위해 밤세계에서 수많은 결투들을 벌이기도 하죠. 이것이 예언자들의 전쟁. 예언 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의 내막입니다. "
다시, 의자에 앉아 성현을 바라보는 일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저 흉악한 외모에 어떻게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지는진 이해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 검을 휘두른다고 하셨죠? 그럼 검을 휘두르시면 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고, 내가 아는 것은 먼 미래에 일어날 어느 사건 뿐이라면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실력을 기르시면 됩니다. 내가 본 그 순간의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말이죠. 그것 하나만으로도 예언은 붕괴됩니다. 외에도 하나, 둘, 당신이 보았던 미래의 사소한 요소들을 '무너트릴 수 있다면' 그 사소한 요소들로 인해 미래는 무너지게 될 것이고. "
따르르르르르르릉. 시계침 없는 시계의 알람이 시끄러운 소리로 울어재끼기 시작합니다.
" 당신은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
>>332 " 그건.. 네가 스스로.. "
역시 이 캡틴은 뭘 알아서 먹여주는 법이 없어요!
>>333 제대로 익지 않은, 조절되지 않는 의념을 풍기며 두 사람은 팔을 들어올려 신체와 언어로 표현되는 의사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대충 조합해보니.. 연애사 문제로 보이네요!
고양이 같은 사람을 보며 농담을 던진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딘가에서는 고양이에게 나비란 이름을 잘 붙인다고 한다. 그 뜻은 잘 모르겠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일지, 혹은 다른 의미일지. 두리안은 먹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한 소년은 이상한 생각은 그만두고 오렌지 음료를 매만졌다. 시원했다.
"후후. 청춘인가요? 좋습니다."
아무튼 학생답다면 청춘이다. 이 시절은 이 시절이며, 내일은 오늘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의미없이 흘러간 시간에는 즐거움도 있을 수 있으니 그것도 좋은가. 음. 오늘따라 생각의 흐름이 이상하다고 소년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