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예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실제로 그런 류였으니까. 허나 역시 여기서 쓰는 것은 조금 꺼려지는지 예성은 보여주려는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요청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자세한 것은 예성만이 알 뿐이었다. 괜히 주먹을 조금 더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던 예성은 완전히 주먹을 아래로 내리면서 화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불 강. 그 말에 예성은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만들지는 또 별개였지만. 일단 말을 아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던 예성은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일단 화연 씨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차후 검토는 해보겠습니다."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 예성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고 가만히 훈련장 내부를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올려 뭔가 공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듯이 천천히 형태를 만들며 움직이다가 아래로 내렸다. 그러다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그래도 이용하는 이들은 이용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알기로는 일단 최소 세 명. 뭐, 차후에 다시 공지를 하던가 해야할지도 모르겠군요. 사실..일을 하다보면 여길 이용할 겨를이 있을까도 싶습니다만. 혹시 모르죠. 소라 선배가 단체로 체력 검증을 하겠다고 여기로 다 부를지도."
적어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해두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며 예성은 저 편에 있는 사격장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모름지기 새로운 생명이란 것은 사랑이라던가 자애로움 같은 것으로 안겨있어야 하건만, 때로는 분노나 증오같은 것을 안고 있는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괴리감은 어린소녀에게 있어 세상의 부조리함과 불공평함으로 와닿았고, 이는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켰으나 자신의 살풍경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포자기하는 심정과 스스로의 감정에 휘둘려 비수같은 말을 던지는 이들은 늘 그러하듯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수 없는건 당연하니까, 독심술에 능하거나 행동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몰라도 그녀는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타인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품은 호기심만큼 관심이 기울었고, 그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변질되어 의심으로 싹을 틔워냈다. 부정은 쉽게 가라앉는 법이었다. 그리고 겹겹이 쌓여갈수록 진득한 늪으로 바뀌어 떠오르려 할수록 가라앉게 만들었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라면서, 분명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면서, 취한듯한 주절거림의 반복은 이미 떠나간 희망을 잡으려 허우적대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잡지 못한것은 다름아닌 자신이란 것도 깨닫지 못한 채.
하지만 그녀는 늪에서 건져올리는 법을 모른채 자라왔으며, 그들이 잡고 빠져나올 것을 깎아 내밀었을 때엔 이미 모두 가라앉아 있었다.
사민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선배'호칭에 움찔 떨었다. 혹시 내가 선배라고 착각한걸까? 사민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너무 어려보이는게 제 콤플렉스였는데 이제는 너무 늙어보일까 걱정이다. 알다가도 모르는게 인생이군... 사민은 연우가 자신을 선배로 오해하는 것 같아 그 오해를 정정해주기로 했다. 물론... 오해하는 쪽은 사민이었다.
"헉, 그죠! 기대시켰으면 제가 책임을져야죠! 선배님."
선배님이라는 말에 강세가 있는지라 들리기에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사민은 주눅들지 않았다.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연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연우가 민망해한다해도 모르는 척 넘어갈 의지로 가득차있었다. 스스로를 눈치 좋고 배려심 넘치는 후배라 속으로 자화자찬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일이요?"
떨떠름한 목소리였다. 엄청난 사람이다. 밥 시간에도 일을 한다니. 사민은 슬쩍 양손을 가슴께로 올리고는 따봉을 날렸다. "...짱!"
부대찌개집은 가까웠기 때문에 금세 도착했다. 오랫동안 그곳에 자리를 유지해온듯 색바랜 간판과 오로지 부대찌개와 부대볶음만 파는 메뉴를 보면 인증된 맛집이라 할 수 있겠다. 사민은 척척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다시끔 노트북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바로 미간을 모았다.
"일이 엄청 많나봐요? 저도 나중이 되면 일이 늘어나겠죠? 역시 돈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아... 위, 위험한 일도 많이 생기겠죠?"
//개...ㅇ신합니다............. 이렇게 바빠질 줄이야.............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