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대구에 들린 적 있어. 그곳의 게이트는 언데드가 컨셉이었던 모양인데 파티에 위관급 가디언 셋이 포함되어선 생각 이상으로 게이트를 빠르게 공략해나갔지. 그러다가 게이트의 보스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보스가 좀비였던 거 있지? 좀비가 왕관을 쓴 채로 근엄하게 왕좌에 앉아있는 거야. 그 장면을 보곤 웃음이 나와서 경배하듯 손을 들어올리고 말했지.
얼마 전 동영상 사이트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나타난 영상의 가게가 이 근처라는것을 알게 된 뒤, 한번 찾아가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가는 중입니다. 한시간은 일찍 출발하라고 했지만 마침 게임 큐가 잡혀버려 한판 끝내고 오느라 좀 늦어버린 상황..
" 이야, 사람 많은데.. "
가게 안은 당연히 꽉 차있고, 긴 줄이 늘어져서 가게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맛집의 증명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맨 뒤에 서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걸! 그렇게 줄의 맨 뒷쪽으로 다가가며 슥 한번 훑어보는데 저 앞에 있는 사람이 어딘가 익숙한 모습.. 지한이잖아?
순식간에 태호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맨 뒤로 가던 발걸음은 줄을 선 사람들의 옆으로 거칠 것 없이 지나 지한이 서 있는 곳까지 도착합니다.
맛집맛집. 서울의 맛집. 웨이팅이 엄청나지만 지한은 꽤 이른 자리에 서 있지. 사람이 많은 것을 태호가 보고 있는 줄도 몰랐지만 거기로 끼어들자 조금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어서오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습니다. 좀 늦었어요." 가벼운 타박같은 말을 하지만 진심은 아니네요. 점원이 마침 다가오자. 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라는 것처럼 태호를 바라보다가 점원이 일행이 둘인가요. 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리 주문을 하는 타입은 아니네요. 그렇게 점원이 2명을 적고 뒤쪽으로 가는 동안...
목소리를 줄여서 다행이지. 목소리를 높였으면 나가! 라는 항의의 말이 나왔겠지... 태호가 유튜브라는 말을 하자 그런가요? 라고 작게 알아들었다는 긍정의 표시를 합니다.
"저는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오게 되었지만요." 블로그에서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는데. 아마도 그거는 저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지 않을까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올라가고 조회수도 올라가고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양심의 가책 어디? 태호의 질문을 듣고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글쎄요.. 기본 세트를 먹어볼까요." 아니면.. 스페셜 세트도 있는데.. 그럼 태호 씨는 뭐 드실 건가요? 라고 물어보는 지한입니다. 이건 다 무슨 맛집인지 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 녀석들은 총을 들고 있어. 이제는 정규군을 운용하는 국가에서는 전부 퇴출된 구식이지만, 여전히 사람 죽이는 데는 쓸만한 자동 소총을 들고 있어. 그리고 의념으로 강화된만큼은, 아니지만 야시경도 있고. 통신 체계도 있어서 누가 죽었다는 걸 알면, 모두가 빠르게...'
빈센트는 경찰이 죽기 직전 성실하게 이야기했던 것들을 생각한다. 빈센트는 그들에 대응할 행동 양식으로 '속전속결'을 생각하며, 어둑어둑한 항구의 옆에 난 개구멍으로 들어갔다. 이곳으로 누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두 병사가 총을 든 채로 낄낄대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5달러가 뭐냐. 과자 하나면 된다 이 말이야. 과자... 응?"
"응?"
두 사람의 어깨에, 빈센트의 손이 올라갔다. 두 사람이 빈센트를 돌아본 순간, 빈센트가 양 손에 힘을 주었고, 빈센트의 양 팔에서 흘러나온 의념이 그들의 몸으로 파고들어갔다. 준비는커녕 인지조차 못 한 이들의 몸에, 통제되지 않은 불타는 의념이 들어가면 그 결과는 뻔했다. 두 사람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잿더미로 화했다. 빈센트는 사회악을 땅에 뿌리면 유용할 잿거름으로 만들었음에 자부심을 가지며 나아갔다. 하나, 둘, 셋, 넷. 빈센트가 지나간 곳에는 서 있는 병사들 대신 잿더미만 남았다. 정말로 완벽하게 은폐하려면 어떤 잿더미도 남지 않을 정도로 연소해야 했지만, 그걸 이 안에 있을 수많은 병사들에게 하기에는 빈센트의 능력이 딸렸기에 이쯤에서 만족했다.
"본부. 뭔가 이상하다. 서쪽 섹터의 사람들이 연락을..."
화륵!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병사도 잿더미가 되었고, 하나 둘, 그렇게 이곳에서 범죄의 꿈나무로 자라나던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갔다. 하지만 빈센트는 이들을 죽이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서쪽 섹터에서 연락이 끊긴 것을 눈치챌 것이고, 좀 있으면 이곳에 누군가 왔음도 깨달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멈출 수는 없었다. 서쪽 섹터를 거의 다 불태운 빈센트는,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서 쌍안경을 들었다. 그 경찰, 꽤나 쓸만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 크레인 위에 저격수들이 올라가 있을거야. 그 녀석들은 진짜 위험하다고. 의념 각성자를 죽일 수 있는 총알을...
"그건 좀 곤란하지."
빈센트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한 짓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빈센트는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서, 살금살금 서쪽 섹터로 다가오던 한 병사를 잡았다.
"어억?!"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인영에, 병사가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의념 각성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빈센트는 병사를 가볍게 제압하고, 병사의 옷을 뺏어서 갈아입었다. 빈센트의 몸에 대면 정말로 커서 헐렁했지만, 아무리 스코프를 가진 저격수라도 멀리서 그 위화감을 알 수는 없을 테니 상관없었다. 빈센트가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병사들이 누군가 들어왔음을 눈치챘다.
'흑색 상황! 흑색 상황! 다들 최고 경계 태세로 집결해라! 누군가 침입했다!'
'적의 존재는 미상! 경찰은 아닌 듯하다! 저격수! 주변 확인해!'
'오르카, 여기는 본햄 3-1. 우리 동료...였던 것으로 보이는 잿더미들이 보인다. 열기가 뜨겁다.'
'의념 각성자군. 모두 조심해! 저격수! 위치로!'
"..."
빈센트는 빽빽 울어대는 무전기 소리로 그들의 상황을 파악했다. 빈센트는 어둠 속에서 숨어서, 저들 중 절반을 태워죽인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절반이나 죽였다고 기뻐해야 하나, 절반밖에 못 죽였다고 슬퍼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밝은 가로등 밑으로 나왔다. 정말로 대놓고 보이는 곳이었지만, 이곳에 자리잡은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가로등 아래의 불꽃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담뱃불빛 하나가 더 잘 보이니까. 빈센트는 저격수들을 전부 제거할 때까지 모습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빈센트의 강화된 시력이,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저격수들에게 꽂혔다. 빈센트는 그들을 보고 의념을 집중해 손가락을 튕겼다.
빈센트에게는 작은 손가락질 한번이지만, 저기 서 있는 저격수들에게는 평생에 다시 없을 거대한 폭발이었다. 저격수들의 팔다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병사들이 패닉에 빠져서 무전망을 가득 채웠다.
'뭐야! 뭐야!'
'저격수! 보고하라!'
'저격수 생명반응이 없어졌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
저격수가 사라졌다, 고 알아서 말을 해주는군.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전기 버튼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
'...'
여지껏 듣지 못한 이질적인 목소리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빈센트는 자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로 했다.
"빈센트. 여러분들을 죽이러 온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
정신을 차리면, 빈센트는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의 비명 사이에 서 있었다. 온 몸을 불에게 내어준 사람, 속에서부터 천천히 끓어서 익어가는 사람, 온 몸의 신경이 집요하게 불타는 사람, 많은 이들이 있었다. 빈센트는 그들을 흡족하게 지켜보았다. 샤덴프로이데, 라는 단어가 있다. 남의 고통에서 행복을 느끼는 심리라고. 그건 정말로 맞는 말이었다. 빈센트는 저들의 고통이 너무 좋았다. 저들이 더 고통받지 못하는게 원통하고 또 원통했다. 빈센트는 그렇게 불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한 가지만 더 끝내고 가기로 했다.
빈센트는 컨테이너들을 돌아다니며 귀를 강화했다. 뭔가, 컨테이너에서 들릴 만한 소리가 아닌 것이 들려왔다.
- 엄마... 여기... 어디... - 아영아. 기다려라. 아빠가 돈 벌어서...
"..."
문을 열면, 두려움에 빠진 수많은 이들의 눈동자가 보였다. 수갑에 매인 손이 보였다. 그렇게 대접받아서는 안 되었을, 하지만 그렇게 대접받은 수많은 영혼이 보였다. 빈센트는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곳은 다 정리됐습니다. 나가서 선선한 공기라도 마시면서 쉬시죠."
"...정리됐다는게... 무슨 말이죠?"
"여러분들을 잡아온 그 사람들. 전부 죽었다는 말입니다."
인천항을 떠나는 배에 실려서, 어딘지도 모를 이국의 땅에서, 그들을 산 얼굴도 모르는 주인의 노예가 되었어야 할 그들은, 천천히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그들은 눈 앞에 적혀있는 수많은 한글로 된 간판들을 보며, 이곳이 한국임을 깨달았다. 공기 중에 섞여오는 짜디짠 소금 내음이 이곳이 인천항임을 알렸다. 그리고... 빈센트의 폭거에 타죽은 이들이 내뿜는 연기가 그들의 코를 간질이며, 빈센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 아아...!"
"엄마! 엄마!!!"
빈센트는 컨테이너를 하나, 하나 열었다. 시끄러워진 주변에 동요하던 사람들은, 그 시끄러운 소리가 풀려난 다른 사람들의 소리임을 깨닫고, 기뻐서 바깥으로 우르르 몰려나갔다. 해봤자 열 개일 줄 알았던 컨테이너는 수십개로 늘어났다. 지금 빈센트 때문에 살아난 사람만 1000명은 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저들의 목숨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마지막 컨테이너 앞에 섰다.
"이건 좀 특이한데."
빈센트는 눈 앞에 있는 컨테이너는, 다른 컨테이너와는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전부 푸른색인데 이것 혼자 빨갠식이었던 것도 그렇고, 특수하게 강화된 컨테이너의 골격이 드러난 것도 그랬다. 잠금 장치도 복잡해서 빈센트가 쉽게 손으로 열 수 없었다. 빈센트는 그 컨테이너에 손을 대보았다. 딱히 특이한 반응은 없었다. 귀를 대보면, 안에서 뭔가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곳에서는 여러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에는 숨소리 하나만 들리는 게 이상해서, 빈센트는 이 사람도 어쨌든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을 절단해서 열기로 했다.
"집중하자. 집중."
빈센트는 불이 퍼지는 방향을 한 곳으로 집중해, 그 부분에 불을 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컨테이너는 열을 만나자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이내 노란색으로 빛났다. 이제 됐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불을 아래로 내렸고, 빈센트의 화염 광선이 컨테이너의 굳게 잠긴 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조금씩 녹여서 강제로 열어버렸다. 마침내 문을 다 녹여버린 빈센트는, 자신이 만든 문 틈을 붙잡았다.
"음?"
그때, 참으로 둔하고, 도움 안 되던 직감이 빈센트의 발목을 붙잡았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붙잡고,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옆을 봐도 아무도 없었다. 분명 아까 전에 수많은 사람들을 풀어줬건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인가? 이곳이 진저리가 나서 다른 곳으로 갔다면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도시의 소음도, 바다의 파도소리도.
빈센트는 자신이 뭔가 오해했겠거니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제꼈다.
"...계십니까?"
"...읍... 우우읍..."
빈센트는 눈 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눈 앞의 상대는... 뭐라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에는 팔뚝보다 훨씬 두꺼운 수갑이 채워져있었고, 양 발은 족쇄로 매여서 단 한 발짝도 제 발로 걸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에는 입구멍만 간신히 뚫려있는 양동이 모양의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그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으니 참으로 비참한 꼴이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그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다. 대체 어쩌다가 그 꼴이 되었는지는 나중에 물어도 늦지 않았다. 빈센트는 묶여있는 상대의 신체부위를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손, 발, 목, 머리."
펑! 펑! 펑! 펑! 폭발음에 쇠조각 떨어지는 소리가 찾아왔다. 상대는 머리가 너무 답답한지 머리를 탁탁 치면서 어떻게든 구속구를 벗으려고 했다. 빈센트는 그 모습이 처량해서, 상대의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는 구속구를 자세히 관찰했다. 이제 보니 위로 밀어올려서 벗는 게 아니라, 앞뒤로 분해하는 방식 같았다. 빈센트는 세심하게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구속구를 한 번에 벗겼다.
"허어억!"
드디어, 그녀에게 찾아온 자유. 황금을 실로 뽑아낸 것처럼 빛나는 금발에 빈센트가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녀의 선혈처럼 붉은 눈동자에 빈센트의 얼굴이 담겼다. 빈센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인의 얼굴을 보면서, 혹시 자신이 자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을 구한 건지 돌이켜보았다. 생긴 것만 보면 정말로 귀족 같다. 어디 유럽의 소국에서 귀족의 3녀 정도 되어보이고, 그곳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가 여기에 갇혀 있는지. 사랑의 도피라도 한 건가? 빈센트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가 신경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뒤로 돌았다.
"당신."
"...난 당신이 아니라 빈센트입니다."
"비... 빈센트."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빈센트는 자신은 당신이 아니라며,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의 눈에 빈센트가 다시 꽂혔다. 어둠 속에서, 비록 가로등이 만든 인공의 빛이지만, 그 인공의 빛을 받아서, 절반 정도 빛나는 빈센트의 얼굴이. 아무런 생각도 없어보이는 그 얼굴이.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갓 풀려난 그녀도 바깥으로 따라 나왔다. 그녀는 다시 빈센트를 불렀다.
"당신."
"전 당신이 아니라 빈센트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빈센트. 왜 날... 구한 거죠?"
"흠."
빈센트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가로등 아래에서 보니, 꽤나 괜찮은 여자였다. 그런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그냥 구하고 싶으면 구하는 거고, 구해줬으면 고맙다고 말하면 가면 되지. 빈센트는 그냥 가라고 얼버무리려다가, 알 수 없는 소리로 쫓아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에게 짧게 던졌다.
"재미있으니까."
"...네?"
"재미있으니까. 그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빈센트의 눈에, 허우적대면서 걸어오는 병사가 잡혔다. 빈센트에게 말을 건 여인의 뒤에서,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병사는 베로니카를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이 속삭였다.
"베, 베로니카...? 악몽일거야. 분명해..."
"...젠장."
땅을 박차고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빈센트는 여인을 붙잡고 뒤로 돌아서서, 등을 병사에게 내보인 채 눈을 감았다.
2초 동안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도합 20발의 총알이 박히고, 20번의 뜨거운 격통이 빈센트의 등을 강타했다.
그리고 여자가 갑작스런 신체 접촉을 뿌리치려고 빈센트를 밀치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빈센트의 뺨이 총알에 찢겨나가며 여자의 얼굴에 빈센트의 뜨거운 피가 튀었다.
빈센트가 등에 뜨거운 통증을 느끼며 뒤늦게 의념을 전개한 자신을 원망하는 사이,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한 방울, 두 방울 그러모아서 손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여자는 그 피의 냄새를 맡더니,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는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불 앞에서 의연하던 모습을 버리고, 끔찍한 공포감에 떨었다. 여자는 빈센트의 양 어깨를 붙잡은 채, 빈센트의 목에 얼굴을 묻고는 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중간에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웃음소리가 끝나면 여지없이 빈센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빈센트는 방금 전에 자신에게 총을 쏜 병사를 다시 돌아보았다.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학생들이 과학실의 개구리에게 하는 짓을, 만약 이 사람에게 했다면 딱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목울대부터 회음부까지 세로로 길게 갈라져서는, 좌우로 벌어져 그 사이에 있는 내용물들을 전부 보여주었다. 그리고 양 팔과 양 다리는 그녀가 부러뜨린 갈비뼈에 꽂혀서 벽에 매달려있었다. 모든 힘줄은 정확하게 절단당했고, 병사의 목에는 열린 배에서 끌어올린 내장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병사는 살아있었다. 아래턱이 뜯겨나가 더 이상 입술로 감정표현을 할 수 없었지만, 남아있는 한쪽 눈이 빈센트와 마주치자 벌벌 떨리며 눈물을 쏟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살아서 처음으로, 악당의 운명을 애도했다. 빈센트는 악당의 고통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나니, 아무리 악당이라도 저런 일을 당할 만큼 사악했는가 싶어서, 빈센트는 손가락을 튕겨서 저 병사의 운명을 끝내고자 했다. 하지만, 빈센트의 손길을, 그녀의 무시무시한 악력이 막아버렸다. 빈센트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서, 두려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아... 지금은... 저만을 바라봐주세요. 저만... 저만...♥"
빈센트는 그때 그 뉴스를 생각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게이트 내 헌터 살해 및 게이트 공략 방해 혐의로 생사불문 수배령이 내려진 용의자 베로니카씨가, 가디언 후보생을 살해하고 도망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베로니카 씨는 범행 당시 향정신성 약물을 치사량으로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상세한 조사를 위해 이송 중에 있다고 UGN-경찰 합동본부가 발표했습니다.
그때 경찰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 그 정도로는 안 돼. 요즘 단속이 얼마나 빡세졌는데. 게다가 이 미친 놈들아. 이번에 뭘 납치했는지 너네가 알기나 해?
"..."
빈센트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괴물을 풀어줬다. 그것도 그냥 괴물이 아니라, 제일 끔찍한 괴물을.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잘못하면 빈센트의 숨을 멎게 해버리고, 남아있는 빈센트의 흔적을 가지고 사랑을 속삭일 거라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빈센트가 풀려난것은, 소요사태를 인지한 경찰들이 가디언과 함께 출동한 뒤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끔찍한 기억이라, 빈센트는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다. //아직 한편 더 남았습니다.
"그냥.. 맛집으로 검색하니까 많이 나오더라고요." 지역까지 걸어둬서 그런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기본 세트라는 말에. 그래도 기왕 웨이팅까지 하는 거. 스페셜로 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메뉴판을 봅니다.
"저렇게 되어 있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 [스페셜 세트만의 혜택] 이라고 대놓고 써져 있기도 하고.. 라는 말을 하면서 의뢰 열심히 뛰면 돈이야 벌 수 있는 게 아니겠나요. 라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아. 그래 지금 플레이어 중에서 돈 안 써서 수위에 든다고 그러는 거니?
"아니면.. 빌려드릴까요?" 선선히 말합니다. 그게.. 본인만 스페셜 먹고 태호만 기본 먹으면 그것도 좀. 그렇잖아요.. 태호와 뭔가 좀 많이 친해진다면 다른 메뉴 시켜서 나눠먹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잖아요?
"다음에 또요?" 그건 그렇죠. 다음에 또 오면 되는 일이지만, 기왕 이렇게 둘이 온 거.. 같이 스페셜 먹으면서 대화 나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추가되는 걸 보면 좋아보이는걸요." 상술이라고 해도 상술이 매력적이니까 사람들이 사는 게 아닐까?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는 상품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건 더 좋지 않을까? 같은 매우 상술에 현혹된 전형을 보여주는 지한입니다. 하지만 태호가 그렇게 반대하면 밀어붙이기엔 그러니...
"그렇다면... 그냥 기본 하나 스페셜 하나로 할까요..?" 라고 말하면서 으음.. 하는 소리를 냈지만 태호가 고민을 하더니 스페셜로 한다는 말에 묘하게 화색이 돕니다. 아닌 것 같아도 같이 먹는데 차이점이 느껴지면 그렇다..라는 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느낌이잖아요? 빌려줄 필요가 없다는 말에는 다행이다고 생각하나요? 짠돌인가..(아닌데요) 어쩐지 지한의 속마음이 태클을 건 것 같네요.
"명진 씨네요" 쓰레기통이 넘어진 광경을 지한은 보지 못했지만 그 쓰레기통이 넘어져 생긴 일을 처리하는 명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있다 보니 꽤 눈에 띄는 편 아닐까요? 지한은 명진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쓰레기통의 범위가 좀 넓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명진이 있어서 이정도로 줄어든 거지..
"쓰레기를 줍는 건가요?" 보면 모르는 일인가. 싶겠지만. 확인을 받는 것이랑 확인 없이 지레짐작하는 것은 다르다고요.
"동참해도 될까요" 아 먼저 머리카락부터 묶고. 라는 농담을 속으로 생각하며 슬쩍 물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명진 씨."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말을 걸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지만 쓰레기를 줍지 않고 그냥 지나갔더라도 인사치레를 하기는 했다는 거겠나요?
"머리카락을 묶으면 어른스러워 보이나요?" 저는 반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라는 말을 하며 장갑을 끼기 전에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뒤 장갑을 끼고는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주워담으려 합니다. 그 전에 쓰레기통을 제대로 세워서 더 쏟아지지 않게 하는 것도 포함되었을까요?
"명진 씨랑 같이 줍다 보면 금방 끝날 것 같지만요." 어떤 방화광이나 폭탄마 같은 이들에 의해 쓰레기통이 전부 터져버리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