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대구에 들린 적 있어. 그곳의 게이트는 언데드가 컨셉이었던 모양인데 파티에 위관급 가디언 셋이 포함되어선 생각 이상으로 게이트를 빠르게 공략해나갔지. 그러다가 게이트의 보스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보스가 좀비였던 거 있지? 좀비가 왕관을 쓴 채로 근엄하게 왕좌에 앉아있는 거야. 그 장면을 보곤 웃음이 나와서 경배하듯 손을 들어올리고 말했지.
빈센트는 지도가 가리키는 건물 앞에 섰다. 벗겨지고 까진 벽에서 페인트 너머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고, 벽에 달라붙은 이끼는 이 건물의 내력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분명 3층이라고 했던 건물은, 3층이 아니라 2층까지만 세워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2층까지만 남아있었다. 빈센트가 본 사진에서는, 분명 건물이 낡긴 했어도 3층까지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사진에 있던 건물은 지금보다 훨씬 깨끗했고, 사진의 화질도 훨씬 좋았음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는 적어도 십 년 전에 갱신이 멈췄구나.
빈센트는 탄호동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이들을 지나쳤다. 예측치안 시스템조차 이곳은 신경쓰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이들을 기억하기를 거부했다. 시대가 이들에게 영원한 망각이라는 보금자리를 주었다.
태양보다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유찬영을 비추고, 밤과 싸우는 수많은 조명들이 영웅과 준영웅들을 비추고, 자애로운 불빛이 이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을 내려본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불빛은 없다. 이들은 그 누구도, 어떤 것도 비춰주지 않는다. 이들을 비춰줄 불빛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 빈센트의 생애에 그 불빛이 켜지는 일은 볼 수 없으리라.
"헤... 아흐... 에..."
옆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한 여자가 주사를 흘린 채, 풀린 눈으로 빈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은 푸석푸석해졌고, 눈동자에는 수많은 혈관들이 눈동자를 포식할 기세로 달라붙어서 눈을 붉게 칠했다. 그 눈동자를 받치는 눈가는, "마약"이라는 선택을 한 그녀의 검은 죄악으로 칠해졌고, 이를 벌리면 하나 둘 빠져서 무너진 이빨들이 보였다. 빈센트는 손바닥을 뻗어 그 중독자를 조준하고 고뇌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까.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누군가는 성취에서, 누군가는 평생을 먹고 살 돈을 벌고 나서 남국의 무인도를 사서 여생을 보내며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이 세상의 가장 비천한 이들에게도 공평한 안식이 있었으니, 죽음이었다.
빈센트가 손가락만 튕기면, 이 여자는 죽음에서 안식을 찾으리라.
"..."
하지만 빈센트는, 안식을 거두기로 했다. "재미"를 위해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자신한 빈센트지만, 저 여자에게는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정말로 들지 않았다.
내가 길바닥에서 죽어갔으면 짓밟고 가실 양반들이! 맨날 당신들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해놓고. 그럼 걔네들한텐 왜 그래? 토머스 웨인이 TV에 나와서 애도해 줬으니까?
옛날에 보았던 영화의 한 구절을 생각한 빈센트는 한숨을 쉰다. 이 세상의 모든 훌륭하신 영웅들과, 성직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제일 악의적인 악당들까지. 그들이 죽으면 그들은 신격화되고, 그들의 삶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비극이 된다. 가장 끔찍한 악당조차, 유명해지면 어쩌닥 그가 그렇게 됐는지 사람들은 생각하고, 그를 동정한다. 하지만, 이 밑바닥에서, 그저 밑바닥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이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들은 그저, "매 1분마다, 11명의 사람이 굶어죽고 있습니다."라는 무미건조한 통계를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었고, 그들의 죽음은 소위 "행복도"와 "빈부격차"를 논할 때 나오는 통계수치에 불과했으니. 빈센트는 이 여자도 얼마 가지 않아 "통계"가 될 운명이라 생각하고, 짧게 애도했다. 빈센트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녀의 삶을 불태우는 쾌락으로 가득찬 마약을 없애는 것이 유일하리라.
두건을 쓴 남자는, 그런 건 여기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이걸로 세 번째, 빈센트를 보자마자 경계하던 사내는, 빈센트가 대뜸 마약을 요구하자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냐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 이미 예측했다. 허우대는 멀쩡한 녀석이, 옷도 멀쩡하게 차려입고서는 대뜸 와서 마약을 달라 한다면... 빈센트가 마약상 입장이라도 시치미를 뗄 것이다. 빈센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곳에서 조용히 놀 생각은 없었고, 잠시 떠봤을 뿐이다. 빈센트는 돌아서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자신의 손을 가디건 속에 넣은 채 손가락을 튕겼다.
빈센트의 두 다리를 감싸는 폭발과 함께 빈센트를 이 땅에 잡아주던 바닥 겸 천장이 사라지고, 빈센트의 몸을 중력이 잡아끌었다.
"으아악!"
"뭐, 뭐야 씨발!"
부서진 콘크리트가 회색 먼지를 내뿜고, 바닥을 구르는 이들의 비명 소리가 망가진 벽을 대신해 신음했다. 빈센트는 그렇게 지하로 내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사방에서 노기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격적인 싸움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뭐, 의념 각성자만 없다면 상관 없다. 빈센트는 느긋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빈센트의 바로 앞에는 수많은 플라스크와 구체가 놓여있었고, 거기에는 온갖 불길한 색깔로 빛나고 온갖 독한 향기로 코를 찌르는 화학 물질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감옥 같은 곳에 수많은 흰색 가루들이 투명한 포대에 잠든 채 쌓여있었다. 빈센트는 그 뽕쟁이가 틀린 말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교육은커녕 당장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동네다. 이 동네에서 고작 애들 화학실험이나 하자고 퀴퀴한 지하에다가 화학 작업대를 갖다두지는 않았으리라. 그리고, 저 흰색 가루들은... 다른 곳이었다면 빈센트의 뇌에 자리잡은 오컴의 면도날이, 저건 마약이 아니라 밀가루 봉지라고 최대한 선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깊은 심연인 탄호동에서는, 오컴의 면도날조차 저것이 마약이라고 단정했다. 이제 시작해보자. 빈센트는 양 팔을 쭉 뻗고, 누군가의 칼이 빈센트의 옆구리로 날아왔다.
"이야아아아아악!!!!"
슬쩍 허리를 아래로 숙이자, 찌를 곳 잃은 칼은 허공으로 자신의 주인을 인도하고, 칼을 든 사내는 빈센트의 몸에 걸려서 땅을 굴렀다. 그 칼잡이에 발이 걸린 몽둥이 사내도 꼴사납게 넘어졌다. 누군가 칼을 던지지만, 의념 각성자의 청각이 바람 가르는 소리를 구분하고,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그 칼은 빈센트의 얼굴에 난 솜털 하나 베지 못한 채 반대편에서 총을 들고 뛰어오던 다른 이의 목에 꽂혔다.
"꺼허억!"
컥, 크허억, 어억... 바닥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있던 빈센트. 그 빈센트에게, 넘어진 채 엉켜있던 두 사람이 일어나 칼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두 명, 복도를 채운 그 모습을 보고 빈센트는 더 이상 피할 수 없겠다고 느끼고 두 주먹을 들었다. 하지만 그 때, 뒤에서 칼을 던지던 친구가 한번 더 빈센트의 아군이 되어주었다.
"으아아악!!! 내 눈! 내 눈!"
빈센트의 뒤통수에 꽂혔어야 할 칼이 칼을 든 남자의 눈에 정확히 꽂히고, 빈센트는 칼잡이가 달려오던 방향으로 슬쩍 몸을 틀어 몽둥이 사내를 피했다. 몽둥이 사내는 슬쩍 회피하려는 빈센트를 눈에 담으려다가, 빈센트의 다리에 걸리는 자신의 발을 미처 보지 못하고 화학 작업대 위로 넘어졌다. 쿠당탕! 쨍그랑! 파삭! 화학 작업대가 부서지고, 플라스크들도 함께 박살났다. 빈센트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무질서하게 사내의 몸으로 흘러드는 것을 보고, 마침내 웃을 준비를 했다.
"으으...?! 악! 흐아악! 아아아아가가아악! 끄하아아아악!"
빈센트가 아무 능력도 쓰지 않았는데도, 통제 없이 섞인 화학물질은 사내의 체온만으로 발화했다. 화학물질이 온 몸을 적셨으니, 그의 온 몸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스턴트맨처럼 불탔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지옥에서도 들리지 않을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다니며, 사내는 온갖 곳에 불을 붙였다. 마약 포대를 붙잡고 울어대고, 어머니를 부르고, 열기에 바싹 구워져가는 폐를 두들기며 제발 살려달라고 하고. 빈센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크게 웃었다.
"풉, 푸하하하하!!!"
시중일관 진지하던 빈센트의 얼굴이 구겨지며, 미친 듯한 웃음을 보였다.
웃겼다. 너무 웃겼다.
빈센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했고, 또 피했다. 그런데 저들끼리, 빈센트가 아군인지 적인지도 판단하지 않고 마구 달려들다가 넘어지고, 칼을 던지다가 죽이고, 마지막에는 화학물질과 부딪쳐 온 몸을 화끈하게 달궜다. 손 하나 쓰지 않았는데 벌써 세 명이 죽었다. 웃겼다. 너무 웃겨서 웃음이 다 나왔다. 이게 웃기지 않으면 뭐가 웃기단 말인가, 저 끔찍한 고통이 웃기지 않은 이들은 불행하다. 그리고 빈센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했다. 빈센트가 미친듯이 웃던 와중에, 불타던 사내는 마약 포대를 껴안은 채 늘어졌고, 마약포대가 불타면서 화재가 일어났다.
"어... 어어어?! 안 돼! 마약이 불타잖아!"
죽은 동료보다도 마약이 중요한 이들이여. 빈센트는 너무나도 완벽한 인간쓰레기의 교과서를 만났음에 감사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제 부모보다도 소중할 마약을 지키겠다고 수많은 조직원들이 뛰쳐나왔다. 소화기를 든 그들은 불타는 사내는 무시한 채 소화기를 가져와서 진화하려고 했다. 빈센트는 저들에게 파이어볼을 날리려다가, 더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광경이 생각나 손가락을 튕겼다.
"야! 위에다 쏘지 말고 아래에다가..."
팝!
"야! 너 안 끄고 ㅁ..."
팝!
"야! 너네 뭐야! 왜 그래!"
팝!
손가락을 튕기자, 사람들의 머리가 부풀어올랐다. 흉측하던 사내의 머리는 대두형 외계인처럼 위로 솟아오르고, 비실해보이는 사내의 머리는 푸슉! 하며 머리의 모든 구멍으로 김을 뿜고, 마맛자국이 난 사내의 얼굴은 터지다가 말았다. 아아, 이렇게 웃길 수가 있나. 이렇게 웃기니까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다 망하는 거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마약을 잡아먹고 더 크게 솟아오르는 불꽃과 마주했다. 빈센트는 그 불꽃을 붙잡고, 어떻게든 진화하려고 용쓰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날려보냈다.
"어... 어어?! 불길이 왜 이래!"
"으... 으아아아!!!"
그들은 왜 그곳에 서 있었을까. 마약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빈센트는 그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고통받기 위해 그곳에 서 있었다.
"...이 개새끼..."
"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빈센트를 욕하는 세 사람을 묶은 채, 빈센트는 장갑을 고쳐 끼웠다. 기회만 되면 빈센트를 죽여버리겠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그들 중에 의념 각성자가 있었다면 빈센트도 힘든 싸움을 각오해야 했겠지만, 일이 너무나도 싱겁게 끝난 것으로 봐서는 아니었다. 아니면 의념 각성자더라도, 레벨이 5도 안되는 아기 각성자였거나. 그렇기에 그들이 저주를 퍼부어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새끼야, 너 두고 봐. 내가 너네 집 찾아내서, 니 애비랑 애미 둘 다 죽여버릴 거야!"
"우리 부모님은 제가 다섯 살일 때 돌아가셨습니다. 유감이군요."
"아 그래? 너 부모 없는 새끼였구나! 하하하! 넌..."
딱, 손가락을 튕기자, 빈센트를 어떻게든 화나게 하려던 사내의 머리가 불덩이로 변했다.
빈센트를 향하던 도발이 1초만에 살려달라는 애원이 되었고, 2초만에 죽여달라는 지옥의 애원이 되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빈센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머리에 붙어있던 불이 전부 꺼졌다. 하지만 빈센트가 불을 거둘 수는 있어도, 불이 그의 머리에 남긴 끔찍한 후폭풍은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얼굴이었을 것이 필설로 나타낼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서, 열풍에 구워진 폐로 쌕쌕거리는 광경. 한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벌벌 떨면서 빈센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설마 너... 방화범 동전이냐?"
"내가 그렇게 유명했나? 뭐, 알아봐주시니 영광입니다. 네, 제가 그 방화범 동전이고, 전 협조하지 않는 친구를 저렇게 만드는 취미가 있죠."
"..."
빈센트는 자신의 정체를 간파한 사내의 턱을 붙잡고, 얼굴을 강제로 머리가 불탄 동료 쪽으로 돌렸다. 빈센트는 저 모습을 똑똑히 보여주면서, 무미건조하게 경고했다.
"그러니까, 대답할 혓바닥이 남아있을 때, 대답을 잘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저기 저 친구처럼 머릿고기 구이가 되던지."
"그... 그래! 알았어!"
"대답할게! 제발!"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힘의 논리만큼 훌륭한 대화수단도 없다. 참으로 동물적인 이들이지만, 심문할 때는 이들이 편하다. 빈센트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고, 그들은 회피 없이 대답했다.
"우리가 돈 때문에 시작한 건 맞아... 하지만 우리도 형님들한테 바치면 남는 게 별로 없었어! 겨우 입에 풀칠만 했다고... 그래서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려고, 한 봉지라도 더 팔려고 자극을 세게 만들었지.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빈센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조용히 물었다. 회피 없이 질문하던 그들의 눈에 두려움이 서리고, 빈센트의 질문을 거부했다.
"그럼 그 형님들은 누구고, 윗선은 누굽니까?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죠?"
"그... 그건..."
"모... 못 말해! 그걸 얘기하느니 차라리 죽을 거야!"
차라리 죽겠다라. 빈센트는 피식 웃었다. 죽음이라. 저들은 빈센트의 사악하고 배배 꼬인 본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빈센트는 한 명을 걷어차서 눕혔다.
"큭!"
그리고, 빈센트는 넘어진 사내를 바닥에 결박했다. 너무 빡빡하게 묶어서 피가 안 통할 정도였지만 빈센트는 그를 오래 살려둘 생각은 없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빈센트는 주머니를 뒤져서 동전을 잔뜩 꺼냈다. 10원, 100원, 500원, 다양한 크기의 동전들이었다. 빈센트는 그 동전을 넘어진 사내 위에 뿌리면서, 그 사내가 겪을 운명을 간접적으로 예언했다.
"차라리 죽는다, 라. 그거 저도 잘 하는 일입니다. 좋은 말로 얘기할 때 안 들은 친구들은, 전부 '차라리 죽여달라'고 부탁했지요."
"...다, 당신... 대체 무슨 일을..."
빈센트는 앉아 있던 사내를, 넘어진 사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보시면 압니다."
사내의 몸 위에 뿌려져 있던 동전 위로, 파란색 불꽃이 타올랐다.
불꽃에 달궈진 동전은 점점 그슬리다가, 이내 빨개졌고, 노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랗게 변한 동전은, 얼마 가지 못해 흐물흐물 녹아내렸고, 자신의 뜨거운 몸에 덩달아 녹거나 불타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안아줄 땅바닥을 찾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빈센트는 동전(이었던 것)들이 몸에 올라간 사내를, 의자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그제야, 의자에 앉아있던 사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빈센트는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대답을 잘 한다면, 빈센트가 이 세상의 악인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을 줄 생각이었다.
"...그래. 말할게. 우리 윗선은... 인신매매 집단이야. 습격 장비를 구해야 한다고 빨리 돈을 구해오랬어. 그래서 마약을 더 팔려고 했던 거야. 주소가 복잡해. 인천광역시에..."
"...그렇군요. 협조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다 말한 사내는, 후우! 하고 긴장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가득찬 눈으로 빈센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약속, 지킬 거지?"
"그럼요."
빈센트는 웃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팍! 앉아있던 사내의 머릿속에서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오고, 힘을 잃은 몸은 축 늘어져서 넘어졌다.
그는 죽음에서 안식을 찾았다.
빈센트는 이미 죽어버린 그에게 관심을 끄고, 아직도 살아있던 머리가 불탄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고백하자면, 전 당신 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
"내가 사람을 태우면, 나는 괴물이라고 불리지만, 당신을 태우면, 나는 영웅이 됩니다. 내가 사람을 고문하면 감옥에 가지만, 당신을 고문하면, 나는 법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다크 히어로가 되어서 기사로 가죠. 사실 그건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겁니다. 난 당신들 죽는 게 정말 좋아요. 고통스럽게 죽으면 더 좋죠. 그렇기에, 난 댁들이 존재한다는 게 감사합니다. 기뻐하세요. 당신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
빈센트는 숨이 완전히 멎은 사내를 뒤로 하고, 건물을 나왔다. 빈센트가 열심히 태운 덕분에, 안에 마약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들이 증거를 찾느라 개고생을 하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이면 UGN이건 UHN이건 조사관을 불렀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빈센트는 사내가 알려준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준비는 철저해야 했다. 이 세계에서 아직도 인신매매를 할 깡이 있는 집단이, 설마하니 의념 각성자 하나 없을 리도 없을 테니까.
방화범 동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끝나려면, 아직 죽어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킬을 가르쳐준다면서 사람을 두들겨패는 사람을요. 어쨌든 스킬을 얻긴 얻었으니, 방법이 심하게 잘못되었을 뿐 결과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기에는 결과가 너무 심하군요."
빈센트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태호에게 유감을 표한다. 특별반의 저 사람은, 항상 장난기 많아보이는 인상이었지. 안경을 쓰고 다니지만 전투시에는 벗어도 딱히 문제를 느끼지 못하던데, 빈센트는 저게 있어보이려는 건지, 아니면 성격의 폭주를 막는 리미터인지 잘 몰랐다. 어쨌든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의 신체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렇게 맞고도 돌아다니실 수 있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 저는... 두들겨맞은 건 아니고..."
빈센트는 짧게 말한다.
"저랑, 제 동행인이 떨어진 채로 습격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동행인이 한번 "화가 나면"... 이성을 잃는 성격이어서, UGN인지 UHN인지, 하여간 그곳에 나온 집행관을 들이받았다가 크게 다쳤죠."
그런 사람한테 '한 방 먹이려는' 거나, 집행관한테 '들이받는' 거나, 정도의 차이일 뿐 미친 짓인건 똑같지 않나?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불타는 투기가 눈동자에 가득한 것을 보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웃으면서 긍정한다.
"잘 되시길 바랍니다. 누가 압니까. 언제 그 사람보다 강해질지."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곤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피곤하다. 차라리 빈센트가 레벨빨로 억눌러 버릴 수 있는 거면 억누르겠는데, 빈센트가 억누를 수 없으니까. 빈센트는 베로니카가 무슨 일을 저지르면, 계속 그것에 끌려다니던 옛날을 생각하며 한탄하듯 말한다.
" 어..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싸워서 이겨먹으려는건 아니고 그냥 한 방 먹여주는게 목적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겠네 "
그 사람보다 강해질수도 있지 않겠냐는 빈센트의 말에 태호는 감정적으로 복수를 선언했던 방금전과 달리 이성적인 모습으로 그건 좀 힘들지! 라고 하면서, 아까까지 보여준 감정적인 면모를 포기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게 이성과 감정의 밸런스를 잡은 거라면 좋겠지만, 태호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좀 이상한 친구입니다.
" 에이, 통제라니. 무슨 동물원 야수도 아니고 같이 다니는 친구한테! "
통제라는 단어는 뭔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 음.
태호는 읏샤, 하는 소리를 내면서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몸의 중심을 가볍게 잡은 뒤 빈센트에게 말합니다.
"저도 그 친구를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싶습니다만... 피 맛을 보면 집행관이고 뭐고 들이받는 친구입니다. 상대가 자기보다 강한지 약한지는 신경 쓰지도 않아요."
빈센트는 고개를 젓는다. 레벨이 5 정도 차이나는 거면,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죽일 리가 없으니 빈센트가 다른 사람들의 인간방패가 됨과 동시에, 베로니카를 최대한 저지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베로니카의 피의 갈증이 식을 때까지, 아니면 UHN 집행관이 와서 베로니카를 진정시킬 때까지. 하지만 빈센트는 베로니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기에, 통제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 냄새를 맡거나, 피 맛을 보거나, 피를 보거나. 그러면 미칩니다. 제가 처음에 그 친구를 구했을 때... 저에게 달려들던 친구가 실수로 제 팔을 찌르고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다가 그 피가 그 친구 얼굴에 튀었는데..."
빈센트는 진중한 성격이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몸이 벌벌 떨렸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 어떻게든 막으려 하다가, 생각해보니 지금 보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지금 보는 게 다행일지도."
지금은 멀쩡한 상태다. 하지만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소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소개하려면 지금이 낫다고 생각했다. 만약 나중에 만났는데, 태호가 그녀가 누군지를 모르고 막 덤벼들었다가는... 특별반 학생이 특별반의 친구 때문에 죽는 미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으니. 빈센트는 소개와 주의를 겸해서, 베로니카를 소개시켜주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저 친구는 상대가 누구건 전부 들이받습니다. 둘째, 저 친구는 레벨이 38입니다. 셋째... 이미 아시겠지만... 피를 보면 안 됩니다. 이 정도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아시리라 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베로니카가 있을 양호실 칸 쪽으로 가서, 사락, 커튼을 펼치고 머리만 내민 채 베로니카에게 물었을 것이다.
"...베로니카, 있어?"
"..."
빈센트는 마치 시한폭탄을 찾으러 가는 사람처럼, 슬쩍 커튼 틈을 열어서 태호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노란 금발이 인상적인 우아한 베로니카가 눈을 감고 자고 있었을 것이다. 빈센트는 태호에게 당부의 말을 했을 것이다.
"베로니카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은 그녀를 데려가려고, 모르는 이들은 만만해 보여서 함부로 건드리다가 자극을 하죠. 만약... 이 친구가...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린 모습을 보인다면, 베로니카를 떼어낼 생각은 하지 말고, 시비를 거는 친구를 뜯어말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빈센트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 기절한 사이 이렇게 아는 사람에게 뒷담을 듣는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었다. 만약 태호가 아무 악의 없이 한 행동이, 베로니카를 자극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랐다.
레벨이 38이란 소리에 달아올랐던 호기심이 갑자기 차분해지는걸 느끼면서 빈센트를 따라간 태호가 커튼 틈으로 본 것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분. 피를 보면 미치는 광전사라는 이전의 이야기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모습에 순간 벙쪘던 태호는 정신을 차리곤 곧장 빈센트의 옷깃을 부여잡고 압박수사를.. 아니, 38레벨을 자극해선 안되죠. 잡았던 옷깃을 슬쩍 놓고 이너-피스를 되찾기 위해 호흡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쉰 태호는 차분한 목소리와 정중한 톤으로 한마디 말을 내뱉습니다.
" 죽어, 이 기만자. "
이런. 포장지는 그럴싸한데 내용물은 영 꽝이네요!
" 일단.. 알았어. 겉보기로는 그렇지 않아도 실상은 위험한 사람이란거지? "
누군가 이 베로니카란 여성분에게 시비를 걸거나 집적거린다면 보다 커다란 재앙이 되기 전에, 자극을 주는 쪽을 제압해라. 빈센트가 알려준 대응법을 머릿 속 한 구석에 저장한 태호는 다시 빈센트를 바라봅니다. 베로니카의 얼굴을 보기 이전과는 다른, 약간 가라앉은 눈으로
영 꽝, 보다는 재앙이 맞지 않을까,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빈센트가 어떻게 베로니카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빈센트가 범죄자에게 내리던 가장 인도적인 조치는 죽음이었으니까. 게다가 베로니카의 범죄 행각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예를 들어 살해된 피해자가 베로니카의 가족을 죽였다던지, 아니면 베로니카에게 사기를 쳐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던지.) 그렇기에 처음에는 그녀를 죽이려 했지만, 빈센트가 그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빈센트가 망념을 감수하고 불을 쏴도 베로니카는 웃으면서 맞았고, 목을 조르면 마치 어린아이가 철봉을 짜부라뜨리겠다고 붙잡고 낑낑대는 느낌이었다. 결국 포기한 빈센트는, 나중 가면 그녀를 강하지만 위험한 도구 정도로 취급하기 시작했지. 하지만, 무슨 일인지, 어느샌가 빈센트는 그녀를 여전히 신뢰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을 열게 되었다. 인간이 어찌나 이리 간사한지. 빈센트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옛날이었다면 그저 다른 이들을 베로니카로부터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베로니카를 베로니카로부터 지키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빈센트는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고, 한태호에게 말한다.
"그래도... 멀리하거나 그러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제 친구, 뭐 그런 느낌이니까요.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베로니카만큼 괜찮은 친구가 없으니, 정말로 말이 잘 통할 겁니다. 평소에는."
고요하고 별조차 뜨지 않는 밤보다 짙은 색을 지닌 소년은, 자신의 인상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은 기이할 정도로 어두워서 가만히 뜬 채 무표정하게 바라보면, 그것만으로도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은 가능할 것이라는 예전의 농담을 소년은 여즉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별로 상처인 건 아니었습니다만,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건 신경쓰이는 일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년은 잘 몰랐지만 웃음이 많은 성격이었으며 한 번 웃음을 배우기 시작하니 이제와서는 웃지 않는 게 어색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표현이긴 합니다. 오늘도 소년은 제 무표정을 보고도 무서워할 사람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특별반의 수업이 끝나고 일어나던 참이었습니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 멍한 무표정으로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이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짙은 남색이 밤하늘을 떠오르게 만드는 장신의 마른 사내였습니다. 삼백안이 눈에 띄었고, 그 눈과 가만히 마주치고 있던 소년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방긋 미소지었습니다. 그 뿐입니다만, 기이하고 공허하던 인상이 단번에 순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잠시 웃는 얼굴로 사내를 보던 소년은 거침없으나 단정한 걸음걸이로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신가요?"
하는 말은 그저 평범한 인삿말이었습니다. 자세는 바르고 양 손은 곱게 아랫배 쪽에 모아둔 예의있는 자세였습니다.
언제나 태양에 가려져 살아가는 별은 자연스럽게 빛나는 것을 꺼려하기 마련이다. 지금 눈 앞에 나에게 다가와 안녕하신가요 라고 예절 바르게 인사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까칠하게 인사를 받아친 나는 얌전히 그를 지켜보며 그의 행동을 가늠했다. 과격하게 예절이 바르고 적을 만들기 싫어해 보이며, 미움 받기 싫어해 보인다.
"넌 파필리오 라고 했던가? 그래서 나에게 찾아온 이유는 뭐야?"
살짝 으르렁 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매점에서 사온 팩음료에 빨대를 꽂으며 마시기 위해 입가에 가져다 대다가, 문득 그의 시선을 보면서 견주어보려고 했으나, 아무리 봐도 무슨 생각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소년은 생글 웃었지만, 눈썹은 살짝 쳐졌습니다. 다만 이는 상대의 날 선 반응에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으며 그저 조금, 상대가 걱정될 뿐이었습니다. 대체로 까칠한 행동의 기저에는 좋지 않은 기분이 깔려있으며 이는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초면인 상대에게 거기까지 관여할 건 못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말입니다.
"방금 눈이 마주친 듯 하였기에. 그리고ㅡ 같은 특별반인 만큼 다소의 친교는 필요할 듯 하여서."
자신의 목적을 말했고, 상대, 준혁이 미리 알려둔 자신의 지뢰 요소에 대해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덧붙여 소년은 준혁의 가족 사항에 대해 짐작하는 게 없었습니다. 지식이 많았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소년의 특성은 그에 관련된 건 없습니다.
"들어본 적은 있네요. 보통 체스는 경험해 본 적 있습니다만, 그것도 별로 잘하진 못했기에 손 댈 엄두도 못내고 있지요."
부끄럽다는 듯 소년은, 자신의 뺨을 긁적였습니다. 소년은 게임을 잘 하는 편은 아닙니다. 애시당초 경험이 드문 것도 있습니다만, 전략안이 특출난 것도 아니니까요. 남들만큼은 하지만 그 이상은 조금 힘듭니다. 지식을 쌓고 지혜를 다듬는다면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합니다만 소년은 당장의 배우는 것들 만으로도 벅찹니다. 적어도 소년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쎄요. 어쩔 수 없는 게 아닐지."
의외로, 쓸모에 대한 이야기에 소년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근처의 빈 자리에 앉고 톡톡, 자신의 손 등을 두드렸죠. 천천히 내뱉은 말에는 소년의 생각보다는, 헌터로써 작동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희는 헌터고 의뢰라는 것은 대부분 목숨의 위험을 동반하니, 타인에 대한 판단을 하는 건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라고 하며 소년은 잠시 말을 끊었습니다.
"게이트의 특징과 의뢰 내용, 사람의 성향과 능력의 조합에 따라, 준혁 씨가 말하는 '쓸모'란 건 매우 달라지기 마련이니 전략전술에 흥미 깊은 사람이라면 이런건 즐거울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웃는 얼굴로 정말로 기뻐합니다. 칭찬에는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소년은 자신의 감정에 적당히 솔직합니다. 숨겨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요. 그들은 같은 특별반 소속이며 완벽한 타인이 아닙니다. 언젠가 같은 의뢰에 갈 일도 있을테죠.
소년은 즐거운 일에 대해 잠깐 고민하다 대답했습니다.
"누구를 잠깐 재워줬던 것과, 누구와 놀 약속을 잡은 것과, 누구와 차를 마셨던 것. 정도일까요?"
소년은, 상냥하게 웃으며 '어중간하게' 대답했습니다. 이건 고의입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정확히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흘렸습니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낯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만 진실을 숨기는 것은 합니다. 경계하지 않습니다. 적이 아니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사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보니까 사람 이름은 말하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어느 쪽일까요.
새벽 4시. 눈을 뜨면, 홀로그램 화면에 청록색 숫자가 떠서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인천 광역시의 마천루들은 하늘로 빛을 쏴댔다. 빈센트는 수평선에서 올라오는 태양의 파랑과 힘을 합쳐, 이 세상의 어둠과 싸우는 것을 감상했다. 때가 되었다. 아직 '작업'을 시작할 시간은 아니었지만, 빈센트가 '준비'를 시작할 시간은 되었다. 허우적대며 일어난 빈센트는,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얼음물을 마시고 욕실로 들어가 온 몸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사기를 당했을 때의 분노 때문에, 탄호동의 마약굴을 불태울 때의 희열 때문에, 빈센트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지금은 그것을 식힐 필요가 있었다. 빈센트는 차가운 물을 맞으면서, 눈을 감고 피식 웃었다.
"나도 참 웃긴 인간 군상이란 말이죠."
빈센트는 사실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냥 사기꾼을 신고해서, 사기꾼을 잡아 처넣은 다음에 그 중고 거래를 위해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거나, 아니면 합의금 명목으로 새 물건을 그놈 돈으로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마약을 위해서 수습할 수 없는 사기를 친 마약 중독자였고, 그 때문에 빈센트는 화풀이 용도로 탄호동의 건물 하나를 불태워버렸다. 그곳에는 변변한 소방서도 없었고, 그곳에서 난 불이 다른 곳을 덮쳐야 소방차가 출동할 테니 빈센트가 어떻게든 수습했지만. 그리고 지금, 빈센트는, 의념 각성자가 몇이나 있을지, 대 의념 각성자 장비를 얼마나 갖추었을지도 모르는 인신매매 조직으로 혼자 들어가려고 한다.
멍청한 마약 중독자 하나가 일으킨 일치고는 나비효과가 너무 컸다. 어쩌다가 빈센트가 여기까지 왔을까? 빈센트는 식은 몸을 닦아내면서 고민했다.
그 불쌍한 마약 중독자를 위해? 죽음의 계급화를 타파하기 위해? 그들의 마약 때문에, 그들의 악업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불운한 영혼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세계의 공의를 위해? 정의를 이 땅에 다시 세우기 위해?
아니, 그건 아니었다. 빈센트는 그런 인류의 대의를 위해 봉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것을 위해 죽는 건 위인전 속 위인이면 족하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것도 괜찮다. 다음 번에는 이렇게도 한번 싸워봐야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빈센트는 그것을 위해 인천까지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빈센트의 동기는, 더 개인적이고, 더 이기적이었다.
사기당한 게 화나서? 범죄자들 생긴 게 좆같아서? 사람을 불태우징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려서? 어쩌다보니 엮여서?
대의보다는 좀 더 그럴싸하고, 빈센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몇 가지는 그런 이유로 저질렀지만, 빈센트는 더 좋은 답을 알고 있었다. 정장을 갖춰 입은 빈센트는, 문을 열면서, 웃으면서 그 답을 내놓았다.
"재미있으니까."
빈센트는 자신이 얻은 모든 정보를 짜맞췄다. 한글 초성과 키릴 두문자어로 구성된 복잡한 인신매매 광고문을 독파하고, 수많은 '판매 품목'들의 원산지와 '생산자'들을 특정했다. 그들 중에서 동아시아에서 노예를 주로 수집하는 이들을 선별했다. 그리고 그들을 현지 수집책과 중간 운반책으로 나눴다. 심문 결과에 따르면... 빈센트가 노리는 이는 "노예 수집"과 "노예 운반", 그리고 "노예 판매"를 모두 겸하는 조직인 것 같았다. 빈센트는 토르 v2.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그들에게 향하는 비밀 암호문을 입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확인했다. 그들은 참 많은 것을 팔고 있었다. 빈센트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찡그렸다.
인종도 백인, 흑인, 이 정도가 아니었다. 백인을 예로 들면 켈트, 게르만, 슬라브...였고 미국, 영국, 러시아, 이란 등등 개체의 "원산지"까지 꼼꼼하게 따졌다. 나이와 복종도 같은 것까지 전부 나와 있었다. 빈센트는 그들을 보다가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자주 묻는 질문"란이 나와있었다.
Q: 의념 각성자도 취급하나요? A: 미쳤냐?
"...그렇군요."
빈센트는 상대 조직이, 어렵긴 하겠지만 파훼가 불가능한 조직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념 각성자를 팔아먹으려는 조직이면, 상식적으로 의념 각성자를 짓누를 수 있는 보험이 있어야 한다. 의념 각성자가 행패를 부린다면 사람 하나 둘 쯤은 매일 죽어나갈테고, 이판사판이 되어서 아무나 멱살 끌고 지옥으로 들어가자고 한다면... 조직의 존망이 걸린 문제가 될 테니까. 하지만 그 정도 보험을 갖출 수 있는 조직은 아니다. 저 조직은 의념 각성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의념 각성자를 억누를 만큼 강한 조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빈센트는 브라우저를 끄고, 인천광역시 경찰국 사건파일을 보았다. 보도자료 정도였지만, 빈센트는 그 안에서 행간을 읽어냈다. 상대는 (가디언 기준으로) 위험도는 낮아도 군대와 같은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군대의 조직체계라면, 이 피와 살이 넘쳐흐르는 세계에서 군대의 무기를 가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빈센트는 잘못하면 뒤통수에 총알이 꽂힐 수 있음을 상기하고, 그들의 경계를 깨버릴 방법을 생각했다. 다행히도, 개활지가 아니라 항구. 컨테이너와 크레인 같은 엄폐물들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저들은 빈센트를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알 수 있는 건 여기까지군요. 이제는 시작해야겠어요."
택시에서 내린 빈센트는, 인천항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청력을 최대한으로 강화한 빈센트의 귀에 여러 소리가 들렸다. 비통에 찬 울음소리, 끔찍한 비명소리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거래하고 협상하는 목소리였다.
- 그 정도로는 안 돼. 요즘 단속이 얼마나 빡세졌는데. 게다가 이 미친 놈들아. 이번에 뭘 납치했는지 너네가 알기나 해? - 이봐, 그런 말 들은지가 몇번째야. 여태껏 문제 없었잖아. 여기서 더 가져가면 우리 뭐 남는다고. - 여태껏 아무 문제 없었던 게 나 덕분이지 너네 때문이냐?
빈센트는 어둠 속에 숨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펑퍼짐한 재킷을 걸친 여자고, 한 명은 경찰이었다. 단속 현장을 가장하려는 것인지, 길바닥에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뒤로 꿇려서 수갑에 결박당한 채 누워있었다. 빈센트는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적당히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들려오는 소리에, 빈센트는 멈춰야 했다.
- 경찰 나리. 이렇게 하지. 이번에 들어온 애들 중에... 저기 밑바닥 빈민가 거지들 사이에서 사온 애치곤 꽤나 반반한 놈이 있어. 대어야. 대어. - 그래서? 뭐 어쩌라고? - 그 녀석을... "운반 과정 중 유실"된 셈 치고, 댁에게 넘기지. 어때? 자, 봐봐 사진을... - 밥만 축내는 노예 새끼가 얼마나... 뭐야, 이거 좀 괜찮네?
"..."
찾았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어둠 바깥으로 나와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좋아. 딜. 이 녀석으로 해. 대신에 사진 보정빨 먹인거면 너네 각오해."
"알았어. 알았어어어?! 저새끼 뭐야!"
경찰과 여자가 놀라서 빈센트에게 삿대질을 날렸다. 빈센트의 맞잡은 양 주먹이 이글이글 불타는 것을 보면서, 두 사람은 빈센트의 정체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최소 의념 각성자, 최대 가디언. 정확히는 그 중간인 헌터였지만. 경찰이 권총을 꺼내 겨누고, 여자도 질 수 없다는 듯 칼을 꺼냈다. 빈센트는 여자가 든 칼에서 알 수 없는 의념의 흐름을 느끼고 눈을 찌푸렸다. 젠장, 의념 각성자였나.
"멈춰, 손 들고 무장 해제해! 경찰이다!"
"그딴 말이 통하겠어?! 야! 그만 쳐 누워있고 저새끼 덮쳐!"
그 말과 함께, 바닥에 누워있는, 또는 누워있는 척하던 이들이 수갑을 힘으로 풀고 빈센트에게 달려들었다. 빈센트는 손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던 불을 던지고, 불은 바닥에 닿더니 빈센트의 의념을 연료 삼아 타올라서 그들을 덮쳤다. 그 모습은 마치 수천 마리의 붉은색 늑대 같았다. 흐아악! 으악! 빈센트에게 달려들던 잡졸들이, 자신의 몸에 달려드는 불타는 늑대에게 물렸다.
"으악! 살려줘!"
"아아악! 흐끄아아아악!!!!"
의념을 각성하지 않은 악당은, 몇 명이 와도 그저 놀잇감일 뿐이다. 빈센트는 그들에게 흥미를 거두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오, 꽤나 머리 쓰는군.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 사람을 본다. 빈센트에게 집중한 나머지, 자기의 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군. 빈센트는 지그재그자로 달려오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머리 위에 술식을 그렸다.
클랩!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두 팔이 날아갔다. 여자는 어떻게든 빈센트를 죽이려고 허우적댔지만, 비어버린 양 팔은 애석하게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의 사라진 두 팔을 보고 패닉에 빠졌다. 빈센트는 비명을 지르는 그녀를 보면서 혀를 찼다.
"좀 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보시지 그러셨습니까. 당신이 그렇게 지그재그자로 오건, 아니면 직선으로 오건, 결국 당신은 날 찌르기 위해 온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경찰에게 다가간다. 수십명을 불태우고, 의념 각성자의 양 팔을 날려버린 괴물이 다가오니, 경찰은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 두 눈은 눈 앞에 다가오는 불타는 죽음을 보고 풀렸고, 입도 뭔가 달싹거리면서 말을 만들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잘 됐다. 협조는 잘 하겠군. 빈센트는 아직 식지 않은 손으로 그의 목을 잡고 물었다.
빈센트는 베로니카와 자신이 어떤 사이였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일단 연인 관계는 아니다. 연인 관계는 상호간의 사랑이 있거나, 식었더라도 한때 진심으로 가득차서 사랑했던 때가 있어야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다. 이게 사랑이면 스토킹 때문에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저승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 셈이리라. 그렇다면 스토킹당하는 관계일까? 그것도 100% 맞는 말은 아니었다. 어찌됐든 이 관계에서, 빈센트는 엄청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베로니카가 죽어도, 빈센트가 죽어도 완벽한 베로니카의 패배였고, 베로니카가 모든 것을 잃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주인과 노예의 관계일까? 그것도 아니다. 빈센트는 한때 그녀를 그렇게 취급했던 적이 있다.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베로니카를 죽을 수도 있는 곳에 던져두기도 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니,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표면적으로는 친구입니다. 친구."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더 생각했다가는 빈센트도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빈센트는 그러면서 이야기를 덧붙인다.
빈센트의 말을 들으면서, 태호는 오른손을 가볍게 말아쥐고 입가로 가져가면서 콧소리로 모든 의사표현을 마칩니다.
소설이나 만화책에서나 보일 법한 러브코미디의 왕도적 전개! 베로니카라고 하는 여자애가 지금 깨어있지 않다는게 다행인 상황인지, 아니면 아쉬운 상황인지 가볍게 턱을 쓰다듬던 태호는 엄지와 중지를 맞대 튕기면서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손을 뻗어 빈센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줍니다.
" 그래, 일단은 친구. 알겠어! "
참고로 태호의 머릿 속에서 이 '일단은 친구'는 친구와 여자친구 사이 그 어딘가인 러브코미디식 용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사실.
러브코미디의 참맛은 이 애매한 거리감이지, 암! 그리고 이제 이 애매한 거리감을 차차 좁혀나가는것이 순리! 옆에서 그걸 은근슬쩍, 간혹 대놓고 도와주는것이 내 포지션에서의 역할! 아아, 나중에 깨어있는 베로니카랑 빨간 친구(아직도 빈센트의 이름을 모른다)를 시내에서 만나거나 할 때가 기대되는구만...
일단은, 이라. 빈센트는 한태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좀 더 제대로 말할 걸 그랬다. 빈센트와 베로니카의 관계는, 빈센트는 베로니카에게 있어 일방적인 사랑의 대상이었고, 베로니카는 빈센트에게 일방적인 악우였다.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 이 사람 앞에서 할 생각은 아니고, 빈센트는 상대에게 말한다.
"어쨌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베로니카가 잠들었을 칸막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빈센트를 찾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베로니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자기가 없으니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아. 열 명 정도.."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는 집인가.. 서울 대치동의 미리내고의 위치와 가까운 맛집은 언제나 붐빕니다. 그나마 다행히 이른 시간에 와서 웨이팅이 적은 느낌이긴 한데. 한 타임정도만 돌면 먹을 수 있겠네요.
...어쩐지 저 뒤에 있는 이가 자신을 발견하고는 화색이 돕니다. 태호 씨인데요. 여기에 관심이 있으셨나? 라는 의문이 듭니다.
"일행이 있으신가요?" 라고 앞쪽에서 차례대로 물어보는 점원에게 혼자입니다. 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저 뒤쪽에서 자신을 반짝반짝 보고 있는 태호 씨를 보고는 올 거면 오라는 듯 빤히 보는 중입니다. 염치 불고하고 끼면 자신에게 물으려 오는 점원에게 둘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을까?
얼마 전 동영상 사이트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나타난 영상의 가게가 이 근처라는것을 알게 된 뒤, 한번 찾아가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가는 중입니다. 한시간은 일찍 출발하라고 했지만 마침 게임 큐가 잡혀버려 한판 끝내고 오느라 좀 늦어버린 상황..
" 이야, 사람 많은데.. "
가게 안은 당연히 꽉 차있고, 긴 줄이 늘어져서 가게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맛집의 증명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맨 뒤에 서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걸! 그렇게 줄의 맨 뒷쪽으로 다가가며 슥 한번 훑어보는데 저 앞에 있는 사람이 어딘가 익숙한 모습.. 지한이잖아?
순식간에 태호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맨 뒤로 가던 발걸음은 줄을 선 사람들의 옆으로 거칠 것 없이 지나 지한이 서 있는 곳까지 도착합니다.
맛집맛집. 서울의 맛집. 웨이팅이 엄청나지만 지한은 꽤 이른 자리에 서 있지. 사람이 많은 것을 태호가 보고 있는 줄도 몰랐지만 거기로 끼어들자 조금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어서오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습니다. 좀 늦었어요." 가벼운 타박같은 말을 하지만 진심은 아니네요. 점원이 마침 다가오자. 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라는 것처럼 태호를 바라보다가 점원이 일행이 둘인가요. 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리 주문을 하는 타입은 아니네요. 그렇게 점원이 2명을 적고 뒤쪽으로 가는 동안...
목소리를 줄여서 다행이지. 목소리를 높였으면 나가! 라는 항의의 말이 나왔겠지... 태호가 유튜브라는 말을 하자 그런가요? 라고 작게 알아들었다는 긍정의 표시를 합니다.
"저는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오게 되었지만요." 블로그에서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는데. 아마도 그거는 저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지 않을까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올라가고 조회수도 올라가고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양심의 가책 어디? 태호의 질문을 듣고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글쎄요.. 기본 세트를 먹어볼까요." 아니면.. 스페셜 세트도 있는데.. 그럼 태호 씨는 뭐 드실 건가요? 라고 물어보는 지한입니다. 이건 다 무슨 맛집인지 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 녀석들은 총을 들고 있어. 이제는 정규군을 운용하는 국가에서는 전부 퇴출된 구식이지만, 여전히 사람 죽이는 데는 쓸만한 자동 소총을 들고 있어. 그리고 의념으로 강화된만큼은, 아니지만 야시경도 있고. 통신 체계도 있어서 누가 죽었다는 걸 알면, 모두가 빠르게...'
빈센트는 경찰이 죽기 직전 성실하게 이야기했던 것들을 생각한다. 빈센트는 그들에 대응할 행동 양식으로 '속전속결'을 생각하며, 어둑어둑한 항구의 옆에 난 개구멍으로 들어갔다. 이곳으로 누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지, 두 병사가 총을 든 채로 낄낄대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5달러가 뭐냐. 과자 하나면 된다 이 말이야. 과자... 응?"
"응?"
두 사람의 어깨에, 빈센트의 손이 올라갔다. 두 사람이 빈센트를 돌아본 순간, 빈센트가 양 손에 힘을 주었고, 빈센트의 양 팔에서 흘러나온 의념이 그들의 몸으로 파고들어갔다. 준비는커녕 인지조차 못 한 이들의 몸에, 통제되지 않은 불타는 의념이 들어가면 그 결과는 뻔했다. 두 사람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잿더미로 화했다. 빈센트는 사회악을 땅에 뿌리면 유용할 잿거름으로 만들었음에 자부심을 가지며 나아갔다. 하나, 둘, 셋, 넷. 빈센트가 지나간 곳에는 서 있는 병사들 대신 잿더미만 남았다. 정말로 완벽하게 은폐하려면 어떤 잿더미도 남지 않을 정도로 연소해야 했지만, 그걸 이 안에 있을 수많은 병사들에게 하기에는 빈센트의 능력이 딸렸기에 이쯤에서 만족했다.
"본부. 뭔가 이상하다. 서쪽 섹터의 사람들이 연락을..."
화륵!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병사도 잿더미가 되었고, 하나 둘, 그렇게 이곳에서 범죄의 꿈나무로 자라나던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갔다. 하지만 빈센트는 이들을 죽이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서쪽 섹터에서 연락이 끊긴 것을 눈치챌 것이고, 좀 있으면 이곳에 누군가 왔음도 깨달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멈출 수는 없었다. 서쪽 섹터를 거의 다 불태운 빈센트는,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서 쌍안경을 들었다. 그 경찰, 꽤나 쓸만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 크레인 위에 저격수들이 올라가 있을거야. 그 녀석들은 진짜 위험하다고. 의념 각성자를 죽일 수 있는 총알을...
"그건 좀 곤란하지."
빈센트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한 짓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빈센트는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서, 살금살금 서쪽 섹터로 다가오던 한 병사를 잡았다.
"어억?!"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인영에, 병사가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의념 각성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빈센트는 병사를 가볍게 제압하고, 병사의 옷을 뺏어서 갈아입었다. 빈센트의 몸에 대면 정말로 커서 헐렁했지만, 아무리 스코프를 가진 저격수라도 멀리서 그 위화감을 알 수는 없을 테니 상관없었다. 빈센트가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병사들이 누군가 들어왔음을 눈치챘다.
'흑색 상황! 흑색 상황! 다들 최고 경계 태세로 집결해라! 누군가 침입했다!'
'적의 존재는 미상! 경찰은 아닌 듯하다! 저격수! 주변 확인해!'
'오르카, 여기는 본햄 3-1. 우리 동료...였던 것으로 보이는 잿더미들이 보인다. 열기가 뜨겁다.'
'의념 각성자군. 모두 조심해! 저격수! 위치로!'
"..."
빈센트는 빽빽 울어대는 무전기 소리로 그들의 상황을 파악했다. 빈센트는 어둠 속에서 숨어서, 저들 중 절반을 태워죽인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절반이나 죽였다고 기뻐해야 하나, 절반밖에 못 죽였다고 슬퍼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밝은 가로등 밑으로 나왔다. 정말로 대놓고 보이는 곳이었지만, 이곳에 자리잡은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가로등 아래의 불꽃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담뱃불빛 하나가 더 잘 보이니까. 빈센트는 저격수들을 전부 제거할 때까지 모습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빈센트의 강화된 시력이,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저격수들에게 꽂혔다. 빈센트는 그들을 보고 의념을 집중해 손가락을 튕겼다.
빈센트에게는 작은 손가락질 한번이지만, 저기 서 있는 저격수들에게는 평생에 다시 없을 거대한 폭발이었다. 저격수들의 팔다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병사들이 패닉에 빠져서 무전망을 가득 채웠다.
'뭐야! 뭐야!'
'저격수! 보고하라!'
'저격수 생명반응이 없어졌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
저격수가 사라졌다, 고 알아서 말을 해주는군.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전기 버튼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
'...'
여지껏 듣지 못한 이질적인 목소리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빈센트는 자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로 했다.
"빈센트. 여러분들을 죽이러 온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
정신을 차리면, 빈센트는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의 비명 사이에 서 있었다. 온 몸을 불에게 내어준 사람, 속에서부터 천천히 끓어서 익어가는 사람, 온 몸의 신경이 집요하게 불타는 사람, 많은 이들이 있었다. 빈센트는 그들을 흡족하게 지켜보았다. 샤덴프로이데, 라는 단어가 있다. 남의 고통에서 행복을 느끼는 심리라고. 그건 정말로 맞는 말이었다. 빈센트는 저들의 고통이 너무 좋았다. 저들이 더 고통받지 못하는게 원통하고 또 원통했다. 빈센트는 그렇게 불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한 가지만 더 끝내고 가기로 했다.
빈센트는 컨테이너들을 돌아다니며 귀를 강화했다. 뭔가, 컨테이너에서 들릴 만한 소리가 아닌 것이 들려왔다.
- 엄마... 여기... 어디... - 아영아. 기다려라. 아빠가 돈 벌어서...
"..."
문을 열면, 두려움에 빠진 수많은 이들의 눈동자가 보였다. 수갑에 매인 손이 보였다. 그렇게 대접받아서는 안 되었을, 하지만 그렇게 대접받은 수많은 영혼이 보였다. 빈센트는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곳은 다 정리됐습니다. 나가서 선선한 공기라도 마시면서 쉬시죠."
"...정리됐다는게... 무슨 말이죠?"
"여러분들을 잡아온 그 사람들. 전부 죽었다는 말입니다."
인천항을 떠나는 배에 실려서, 어딘지도 모를 이국의 땅에서, 그들을 산 얼굴도 모르는 주인의 노예가 되었어야 할 그들은, 천천히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그들은 눈 앞에 적혀있는 수많은 한글로 된 간판들을 보며, 이곳이 한국임을 깨달았다. 공기 중에 섞여오는 짜디짠 소금 내음이 이곳이 인천항임을 알렸다. 그리고... 빈센트의 폭거에 타죽은 이들이 내뿜는 연기가 그들의 코를 간질이며, 빈센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 아아...!"
"엄마! 엄마!!!"
빈센트는 컨테이너를 하나, 하나 열었다. 시끄러워진 주변에 동요하던 사람들은, 그 시끄러운 소리가 풀려난 다른 사람들의 소리임을 깨닫고, 기뻐서 바깥으로 우르르 몰려나갔다. 해봤자 열 개일 줄 알았던 컨테이너는 수십개로 늘어났다. 지금 빈센트 때문에 살아난 사람만 1000명은 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저들의 목숨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마지막 컨테이너 앞에 섰다.
"이건 좀 특이한데."
빈센트는 눈 앞에 있는 컨테이너는, 다른 컨테이너와는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전부 푸른색인데 이것 혼자 빨갠식이었던 것도 그렇고, 특수하게 강화된 컨테이너의 골격이 드러난 것도 그랬다. 잠금 장치도 복잡해서 빈센트가 쉽게 손으로 열 수 없었다. 빈센트는 그 컨테이너에 손을 대보았다. 딱히 특이한 반응은 없었다. 귀를 대보면, 안에서 뭔가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곳에서는 여러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에는 숨소리 하나만 들리는 게 이상해서, 빈센트는 이 사람도 어쨌든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을 절단해서 열기로 했다.
"집중하자. 집중."
빈센트는 불이 퍼지는 방향을 한 곳으로 집중해, 그 부분에 불을 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컨테이너는 열을 만나자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이내 노란색으로 빛났다. 이제 됐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불을 아래로 내렸고, 빈센트의 화염 광선이 컨테이너의 굳게 잠긴 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조금씩 녹여서 강제로 열어버렸다. 마침내 문을 다 녹여버린 빈센트는, 자신이 만든 문 틈을 붙잡았다.
"음?"
그때, 참으로 둔하고, 도움 안 되던 직감이 빈센트의 발목을 붙잡았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붙잡고,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옆을 봐도 아무도 없었다. 분명 아까 전에 수많은 사람들을 풀어줬건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인가? 이곳이 진저리가 나서 다른 곳으로 갔다면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도시의 소음도, 바다의 파도소리도.
빈센트는 자신이 뭔가 오해했겠거니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제꼈다.
"...계십니까?"
"...읍... 우우읍..."
빈센트는 눈 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눈 앞의 상대는... 뭐라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손에는 팔뚝보다 훨씬 두꺼운 수갑이 채워져있었고, 양 발은 족쇄로 매여서 단 한 발짝도 제 발로 걸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에는 입구멍만 간신히 뚫려있는 양동이 모양의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그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으니 참으로 비참한 꼴이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그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다. 대체 어쩌다가 그 꼴이 되었는지는 나중에 물어도 늦지 않았다. 빈센트는 묶여있는 상대의 신체부위를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손, 발, 목, 머리."
펑! 펑! 펑! 펑! 폭발음에 쇠조각 떨어지는 소리가 찾아왔다. 상대는 머리가 너무 답답한지 머리를 탁탁 치면서 어떻게든 구속구를 벗으려고 했다. 빈센트는 그 모습이 처량해서, 상대의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는 구속구를 자세히 관찰했다. 이제 보니 위로 밀어올려서 벗는 게 아니라, 앞뒤로 분해하는 방식 같았다. 빈센트는 세심하게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구속구를 한 번에 벗겼다.
"허어억!"
드디어, 그녀에게 찾아온 자유. 황금을 실로 뽑아낸 것처럼 빛나는 금발에 빈센트가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녀의 선혈처럼 붉은 눈동자에 빈센트의 얼굴이 담겼다. 빈센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인의 얼굴을 보면서, 혹시 자신이 자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을 구한 건지 돌이켜보았다. 생긴 것만 보면 정말로 귀족 같다. 어디 유럽의 소국에서 귀족의 3녀 정도 되어보이고, 그곳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가 여기에 갇혀 있는지. 사랑의 도피라도 한 건가? 빈센트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가 신경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뒤로 돌았다.
"당신."
"...난 당신이 아니라 빈센트입니다."
"비... 빈센트."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빈센트는 자신은 당신이 아니라며,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의 눈에 빈센트가 다시 꽂혔다. 어둠 속에서, 비록 가로등이 만든 인공의 빛이지만, 그 인공의 빛을 받아서, 절반 정도 빛나는 빈센트의 얼굴이. 아무런 생각도 없어보이는 그 얼굴이.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갓 풀려난 그녀도 바깥으로 따라 나왔다. 그녀는 다시 빈센트를 불렀다.
"당신."
"전 당신이 아니라 빈센트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빈센트. 왜 날... 구한 거죠?"
"흠."
빈센트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가로등 아래에서 보니, 꽤나 괜찮은 여자였다. 그런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그냥 구하고 싶으면 구하는 거고, 구해줬으면 고맙다고 말하면 가면 되지. 빈센트는 그냥 가라고 얼버무리려다가, 알 수 없는 소리로 쫓아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에게 짧게 던졌다.
"재미있으니까."
"...네?"
"재미있으니까. 그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빈센트의 눈에, 허우적대면서 걸어오는 병사가 잡혔다. 빈센트에게 말을 건 여인의 뒤에서,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병사는 베로니카를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이 속삭였다.
"베, 베로니카...? 악몽일거야. 분명해..."
"...젠장."
땅을 박차고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빈센트는 여인을 붙잡고 뒤로 돌아서서, 등을 병사에게 내보인 채 눈을 감았다.
2초 동안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도합 20발의 총알이 박히고, 20번의 뜨거운 격통이 빈센트의 등을 강타했다.
그리고 여자가 갑작스런 신체 접촉을 뿌리치려고 빈센트를 밀치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빈센트의 뺨이 총알에 찢겨나가며 여자의 얼굴에 빈센트의 뜨거운 피가 튀었다.
빈센트가 등에 뜨거운 통증을 느끼며 뒤늦게 의념을 전개한 자신을 원망하는 사이,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한 방울, 두 방울 그러모아서 손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여자는 그 피의 냄새를 맡더니,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는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불 앞에서 의연하던 모습을 버리고, 끔찍한 공포감에 떨었다. 여자는 빈센트의 양 어깨를 붙잡은 채, 빈센트의 목에 얼굴을 묻고는 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중간에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웃음소리가 끝나면 여지없이 빈센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빈센트는 방금 전에 자신에게 총을 쏜 병사를 다시 돌아보았다.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학생들이 과학실의 개구리에게 하는 짓을, 만약 이 사람에게 했다면 딱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목울대부터 회음부까지 세로로 길게 갈라져서는, 좌우로 벌어져 그 사이에 있는 내용물들을 전부 보여주었다. 그리고 양 팔과 양 다리는 그녀가 부러뜨린 갈비뼈에 꽂혀서 벽에 매달려있었다. 모든 힘줄은 정확하게 절단당했고, 병사의 목에는 열린 배에서 끌어올린 내장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병사는 살아있었다. 아래턱이 뜯겨나가 더 이상 입술로 감정표현을 할 수 없었지만, 남아있는 한쪽 눈이 빈센트와 마주치자 벌벌 떨리며 눈물을 쏟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살아서 처음으로, 악당의 운명을 애도했다. 빈센트는 악당의 고통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나니, 아무리 악당이라도 저런 일을 당할 만큼 사악했는가 싶어서, 빈센트는 손가락을 튕겨서 저 병사의 운명을 끝내고자 했다. 하지만, 빈센트의 손길을, 그녀의 무시무시한 악력이 막아버렸다. 빈센트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서, 두려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아... 지금은... 저만을 바라봐주세요. 저만... 저만...♥"
빈센트는 그때 그 뉴스를 생각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게이트 내 헌터 살해 및 게이트 공략 방해 혐의로 생사불문 수배령이 내려진 용의자 베로니카씨가, 가디언 후보생을 살해하고 도망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베로니카 씨는 범행 당시 향정신성 약물을 치사량으로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상세한 조사를 위해 이송 중에 있다고 UGN-경찰 합동본부가 발표했습니다.
그때 경찰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 그 정도로는 안 돼. 요즘 단속이 얼마나 빡세졌는데. 게다가 이 미친 놈들아. 이번에 뭘 납치했는지 너네가 알기나 해?
"..."
빈센트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괴물을 풀어줬다. 그것도 그냥 괴물이 아니라, 제일 끔찍한 괴물을.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잘못하면 빈센트의 숨을 멎게 해버리고, 남아있는 빈센트의 흔적을 가지고 사랑을 속삭일 거라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빈센트가 풀려난것은, 소요사태를 인지한 경찰들이 가디언과 함께 출동한 뒤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끔찍한 기억이라, 빈센트는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다. //아직 한편 더 남았습니다.
"그냥.. 맛집으로 검색하니까 많이 나오더라고요." 지역까지 걸어둬서 그런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기본 세트라는 말에. 그래도 기왕 웨이팅까지 하는 거. 스페셜로 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메뉴판을 봅니다.
"저렇게 되어 있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 [스페셜 세트만의 혜택] 이라고 대놓고 써져 있기도 하고.. 라는 말을 하면서 의뢰 열심히 뛰면 돈이야 벌 수 있는 게 아니겠나요. 라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아. 그래 지금 플레이어 중에서 돈 안 써서 수위에 든다고 그러는 거니?
"아니면.. 빌려드릴까요?" 선선히 말합니다. 그게.. 본인만 스페셜 먹고 태호만 기본 먹으면 그것도 좀. 그렇잖아요.. 태호와 뭔가 좀 많이 친해진다면 다른 메뉴 시켜서 나눠먹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잖아요?
"다음에 또요?" 그건 그렇죠. 다음에 또 오면 되는 일이지만, 기왕 이렇게 둘이 온 거.. 같이 스페셜 먹으면서 대화 나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추가되는 걸 보면 좋아보이는걸요." 상술이라고 해도 상술이 매력적이니까 사람들이 사는 게 아닐까?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는 상품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건 더 좋지 않을까? 같은 매우 상술에 현혹된 전형을 보여주는 지한입니다. 하지만 태호가 그렇게 반대하면 밀어붙이기엔 그러니...
"그렇다면... 그냥 기본 하나 스페셜 하나로 할까요..?" 라고 말하면서 으음.. 하는 소리를 냈지만 태호가 고민을 하더니 스페셜로 한다는 말에 묘하게 화색이 돕니다. 아닌 것 같아도 같이 먹는데 차이점이 느껴지면 그렇다..라는 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느낌이잖아요? 빌려줄 필요가 없다는 말에는 다행이다고 생각하나요? 짠돌인가..(아닌데요) 어쩐지 지한의 속마음이 태클을 건 것 같네요.
"명진 씨네요" 쓰레기통이 넘어진 광경을 지한은 보지 못했지만 그 쓰레기통이 넘어져 생긴 일을 처리하는 명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있다 보니 꽤 눈에 띄는 편 아닐까요? 지한은 명진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쓰레기통의 범위가 좀 넓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명진이 있어서 이정도로 줄어든 거지..
"쓰레기를 줍는 건가요?" 보면 모르는 일인가. 싶겠지만. 확인을 받는 것이랑 확인 없이 지레짐작하는 것은 다르다고요.
"동참해도 될까요" 아 먼저 머리카락부터 묶고. 라는 농담을 속으로 생각하며 슬쩍 물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명진 씨."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말을 걸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지만 쓰레기를 줍지 않고 그냥 지나갔더라도 인사치레를 하기는 했다는 거겠나요?
"머리카락을 묶으면 어른스러워 보이나요?" 저는 반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라는 말을 하며 장갑을 끼기 전에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뒤 장갑을 끼고는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주워담으려 합니다. 그 전에 쓰레기통을 제대로 세워서 더 쏟아지지 않게 하는 것도 포함되었을까요?
"명진 씨랑 같이 줍다 보면 금방 끝날 것 같지만요." 어떤 방화광이나 폭탄마 같은 이들에 의해 쓰레기통이 전부 터져버리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솔직한 것도.." 가끔은 나쁘지만. 이라는 생각을 말로 하지는 않으며 그저 미소로 넘깁니다. 바로 가자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료수 자판기로 향하자. 괜찮죠.. 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음료수를 보며 큰 감흥은 없었으나. 갑자기 보인 마라탕이나 오이맛이나 눈물맛은.. 미묘하게 으음.. 하는 소리가 나올 만한 인선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ㅁ...아니요" "저기 있는 비타민 이온음료가 좋겠네요." 라면서 가리킨 비타민 이온음료를 가리킵니다. 상큼한 레모네이드 맛의 이온음료는 적절한 가격이라서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명진 씨는 뭐 마시실 건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저기 있는 괴식들 중 하나라면
메뉴가 나오면 먹어야죠. 얼마나 맛있는 것이라고 해도 먹히기 위해 나온 이상 그 본분을 다해야죠..!
"정말로 맛있네요" 그런데 기도...인가요. 라고 생각합니다. 기도를 하는 것은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이해가 됩니다. 지한이 맛있다라고 단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요. 그런 만큼 어마어마한 맛집입니다.
"그렇네요.. 지갑에게 미안해지면서도.." "포기를 못하는 맛이네요. 라는 말을 하며 조심스럽게 한 입 더 떠서 먹으면 한 입을 이미 먹었는데도 맛있음이. 입 안에 꽉 차는 맛입니다! 게다가 거기에 샐러드를 곁들이면 입을 씻어주고 또 먹으면 맛있고의 무한반복이 된다고요?
"후아.." 어느새 싹 비워진 음식입니다. 맛이 아직도 입에 감돌면서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옅게 남습니다.
"블로그의 칭찬도 헛것이 아니었네요." 그러고보니 그 블로그의 이 음식점 소개할 때 나만 알고싶은데 나만 알면 망할까봐 걱정되는.. 이었지요?
"어리석었다니요." 같이 스페셜 먹고싶었던 것 뿐이었는걸요. 라는 말을 하지만 지한도 어쩐지 기본 세트를 먹고 으으으 거리는 태호를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죠.. 추가주문하면 배가 불러서 이 감동이 조금 퇴색될 것 같기도 하니까.." 후식이라면 과일 종류가 있었으니. 그걸 조금 먹으며 나가야겠지요.. 추가 주문은 밖에서 웨이팅하는 이들이 저희를 죽일 것 같다는 말에 지한도 동의한 부분이라. 나가자는 것에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다음 웨이팅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도네요.
계산은 선결제였으니. 그냥 나가면 되겠지요. 사람이 좀 있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주의해야 할 듯.
각 게이트마다 물리 법칙이나 화학 적용, 또는 새로운 화학물이나 화학식, 새로운 기계나 기계 장치, 여하 등등이 다르거나, 같거나, 작용이 다른 등. 진행 중에는 일부러 편의를 위해 하나로 통용했지만 보통 다르거나 틀린 경우가 많이 발생함. 즉.. 게이트학 석사다. 라는 말은 최소 다른 학문들의 석사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란 말이 되기도 해.
"그래. 내일 보자. 그리고, 항상 기억해. 나처럼 할 자신 없으면, 그냥 증시추종 펀드에 넣어."
친구의 전화를 끊고, 빈센트는 10층 계단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첫번째 발은 두번째 발의 기초가, 두번째 발은 세번째 발의 기초가 되어, 중력을 거스르고 빈센트의 위치를 차츰차츰 높였다. 평범한 사람들의 등허리에는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땀이 식으며 몸과 속옷을 적시고, 계단참이 쉬라고 유혹하며 그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빈센트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니. 의념으로 강화된 두 다리는, 계단을 걷는 정도로 부하를 느끼는 것은 더 이상 불가하게 되었고, 빈센트의 폐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범한 호흡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빈센트는, 옛날을 생각하며 걸었다. 계단 한 층, 한 층이, 마치 외계의 거성인 것처럼,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저 대기권까지 뻗은 산처럼 느껴졌던 시절을 생각하며. 그 때의 빈센트는, 의념을 각성했기는커녕, 남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 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 발에 자신의 체중을 10초도 실을 수 없었고, 심박 보조 임플란트의 도움이 없이는 심장이 스스로 100번도 뛸 수 없었고. 그 때. 그 때 보았던 계단을, 지금은 사뿐사뿐 밟았다. 그러면, 쓸데없이 생생한 유년기의 악몽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었으니까.
"..."
띠릭, 띠리디릭. 의념으로 작동하는 도어락의 벨소리가 빈센트를 환영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빈센트가 없는 동안 이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어둠이 빈센트를 반긴다. 후우! 빈센트가 바람을 불자, 빈센트의 눈 앞에 있던 모든 전등들과 횃대가 일제히 빛을 발하고, 어둠은 빛의 틈새에 가려 물러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추방당했다. 추방당한 자리에는, 그간 어둠이 꽁꽁 싸매고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보였다. 100인치 TV, 불곰의 털을 깐 가죽 소파, 우윳빛이 감도는 매끈한 대리석 바닥, 하이엔드 컴퓨터, 완벽하게 작동하는 최첨단 패시브 하우스 시스템, 수천 권의 책을 품은 채 주인을 기다리는 가구. 빈센트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하지만 웃다가 보니 외로웠다. 다섯 살, 부모님을 잃은 다섯 살 이래, 그는 영원히 혼자였다.
유일하게 뜨였던 머리로, 세상 물정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았기에 망정이지, 빈센트는 자신이 앞으로도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대로만 살다 보니 이런 결과가 찾아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혼잣말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혼자려나."
'나랑 같이 살아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빈센트가 뒤를 돌아보았다. 빈센트가 생각했던 더러운 집은 없었다. 그 대신 빈센트는, 마치 다른 차원의 자기 집처럼, 너무나도 깨끗한 안방과 마주했다.
빈센트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돌린 곳에는, 빈센트가 생각한 현실 따위는 없었다. 흰 접시들이 잔뜩 처박혀 있어야 할 싱크대는 완벽하게 텅 비어있고, 물기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말라있다. 그 옆의 가스 레인지에는 아무것도 올라가있지 않고, 몇 년을 방치했는지 모를 누런 기름때가 벗겨지자, 흰색의 매끈한 타일이 해방의 기쁨을 그 반짝반짝거리는 자태로 외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바닥에는 바퀴가, 천장에는 거미가...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마치 그곳에, 빈센트 외에는 그 누구도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는 건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빈센트의 눈길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빨래통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빈센트는 자신이 남긴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많은 빨래가 쌓여있어야 할 빨래통은 텅텅 비었고, 세탁을 마친 옷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서 옷장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
빈센트는 기억을 되돌려본다. 빈센트 그가 과소비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소비는 어디가지나 물품에 그쳤을 뿐, 누군가에게 청소를 부탁하는 "용역"까지 구입한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해, 가정부를 고용한 적은 옛날에도, 지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빈센트는 손에 불꽃을 만들어내고, 풀려있던 오감을 날카롭게 연마했다. 분명 뭔가 있다. 기척을 죽였지만, 빈센트를 피해갈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방 안을 돌아다니던 빈센트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발견한다.
인간의 손길을 완전히 지워버린 모델하우스 같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냄새가 나는 음식이었다. 딱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었고, 딱 두 사람이 먹으라는 건지 수저와 포크도 두 사람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빈센트는 그 모습을 보고 표정을 찌푸렸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빈센트를 죽일 의도라면, 기다리고 있다가 덮치면 되었을 텐데. 굳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랑 같이 먹는다고 이런 짓을..."
"저랑 같이 드셔야죠."
이번에는, 어깨에 양 손이 닿고, 귓가에 여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빈센트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면,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빈센트는 자신이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약을 찾았다.
"드디어 내가 미쳤나보군. 빨리 정신병원을 가봐야겠어. 일단은..."
"빈센트,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목소리는, 빈센트에게 정신병이라는 도망칠 구멍 하나 주지 않았다. 빈센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이번에는 그 여자가 피하지 않고 빈센트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전 당신에게 미쳤답니다."
"...베로니카."
빈센트의 눈동자가 떨렸다. 눈 앞에 서 있는 여자는 베로니카였다. 빈센트가 보는 앞에서, 빈센트에게 총질한 병사를 산 채로 발골해버리고, 빈센트를 껴안은 채 좋다고 사랑을 속삭이던 여자. 가디언 후보생을 살해하고 재판 대기중이던 그 여자. 그 의념범죄자가 빈센트를 보고, 너무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빈센트가 뒷걸음질치려 했지만, 창문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잠겨있었다. 빈센트는 침을 삼키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빈센트 앞에 어떤 스위치와 편지를 내밀며 이야기했다.
"소개가 늦었지만... 당신만의 베로니카랍니다."
마치 심연의 괴물이 준 물건을 받듯, 빈센트는 편지를 조심히 받아서 뜯어보았다. 편지에는 UGN과 UHN의 소인이 함께 찍혀있었고, 그 안에는 '통지서'라는 제목의 계고장이 붙어있었다.
로젠탈-프레이저 복종 실험 결과: 매우 불안정. 도플러 대인관계 검사 결과: 빈센트 반 윌러에 대한 신앙 수준의 애정. 연인이 곧 윤리의 기준임. 빈센트 반 윌러 신뢰성: 사적제재를 남발하고, 화재를 좋아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나, 레벨 38의 베로니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이건 꿈이야..."
"맞아요. 빈센트. 저도 너무 꿈 같답니다... 자아, 그래서... 빈센트. 무엇을 원하나요? 일단 식사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통제해서, 게이트 공략에 잘 이용하라'는 내용의 고지서를 보고는 기절해버렸다.
베로니카는 빈센트와 여러 알콩달콩한 연애를 기대했지만(사실 될 리가 없었다.), 그녀가 빈센트의 목줄을 차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다름이 아니라 기절한 빈센트를 안정시키는 일이었다.
새빨갛게, 선홍빛으로 흘러내리는 핏방울이 바닥을 향해 뚝, 뚝 떨어집니다. 베로니카는 두 손에 단검을 쥔 채로 바닥을 향해 한없이 낙하하고 있는 핏방울을 바라봅니다. 붉게 물든 눈동자가 더욱 붉게 물들어가고, 두 손이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떨리기 시작합니다. 베로니카는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행복만을 가정하진 않았습니다. 잠시 공기가 일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베로니카는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웃지 않는 눈으로, 웃는 입술을 만들기 위해 한없이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왼손과 오른손의 손등으로 입술을 가득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빈센트를 바라봅니다.
" 헤, 헤헤, 헤헤.. "
베로니카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은 웃음소리입니다. 그 웃음소리는 처음에는 부드럽게, 점점 높은 음으로, 마지막에는 찢어지는 듯한 음색으로 소릴 지릅니다.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털어내려는 듯한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맙니다. 고기방패, 아니면 그녀가 죽을 법한 범죄. 빈센트는 적어도 이번 일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레벨을 한참이나 상회하는 레벨 43의 각성자를 상대로, 베로니카는 빈센트에게 휘둘러진 바람의 칼날을 막기 위해 팔을 뻗었고 선명히 그어진 상처로부터 흐르는 피를 바라봅니다.
" 보여요? 나, 여기. 피가 나.요. "
베로니카의 목소리는 이상합니다. 마치 아이를 연기하기라도 하듯 몸을 떨면서, 두 단검을 끌어안습니다. 칼날이 자신의 몸을 찌르고 있음에도, 그걸로 상처가 조금은 더 벌어졌음에도 베로니카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바람의 칼날이 다시금 날아와 베로니카의 육체를 덮치고, 수많은 자상들을 그어냄에도 베로니카는 입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미소를, 더 미소를 피워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다시금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 불과 화염.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빈센트는 급히 마도를 운용하려 하지만,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히죽
단검을 쥐고,
히죽
의념을 끌어올리며
히죽
순식간에 한 사람의 울대에 단검을 박아넣습니다.
피투성이 무도회
말했잖아. 말했잖아. 싫다고 했잖아. 싫다고 했잖아. 아픈 건 싫다고, 붉은 거는 싫다고, 흐르는 거는 싫다고, 근데, 근데 참겠다고 했잖아.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기울어지는 시체로 손을 뻗어 단검을 뽑아낸 베로니카는 그대로 시체를 쥐어 던집니다. 몸을 기울여 피하기 위해 몸을 기울였을 때, 허공을 가르고 한 개의 단검이 빠르게 쏘아집니다. 쏘아진 단검으로부터 붉은 선이 피어오르고, 베로니카는 그 선을 쥐고 움직입니다. 단검이, 마구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다치게 하지 마. 날 죽여. 차라리 날 죽이라고. 목을 졸라. 전기로 지지던지. 단숨에 죽일 수 없다면 닥치란 말야. 어지러워. 어지러워. 어지럽다고.
마치 꽃이 피어오르듯, 핏줄기들이 피어나는 기괴한 모습. 베로니카를 보며 빈센트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합니다. 죽는 시체들은 모두 정확히 약점이라고 할 법한 곳을 꿰뚫고 있었고 약점을 보호하려 하면 교묘히 움직이는 베로니카가 그의 목이나 손, 발을 노려 방어를 부수곤 마침내 목에 칼을 꽂아넣습니다.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살인 기계라 보아도 무방할 움직임. 베로니카는 실을 쥐어 단검을 늘인 채, 하늘을 바라봅니다.
"준혁 씨가 그렇게 대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저는 딱히 으르렁댈 생각은 없어서요" 현재석씨의 제자인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한은 아마 제대로 소개받지 않았으면 현성현이랑 현준혁이 사실 친척인가.. 사실 오촌당숙이라서 큰아버지뻘인가.. 라는 말에도 납득할 만하군. 했을 텐데.(?)
"작동하긴 하겠죠." 웬만해서 최신식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제일 잘하는 거라고 해봐야.. 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기라고 해야하나요. 지금 가장 강한 건.. 무기술을 다루는 것이나. 돌파창인데.
"그럼 해보도록 하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기술을 써서 창을 꽉 쥐고는 기술을 사용해 멀리에서부터 박차고 달려가 허수아비를 꿰뚫으려 합니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허수아비가 두동강 났을까..
투덜거리며 지한의 창술을 살펴본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창술이 쾅 하고 박히자 허수아비가 두동강 나며 쓰러졌다. 방어쪽인 부분은 보이지 않았기에 전위에 바로 설 순 없다, 하지만 중위에 세워두고 방금 보여준 돌격을 응용한 갑작스러운 전위 합류와 이후에 이어지는 창의 압도적인 사거리와 휘두름을 통한 일대다수의 교환비를 응용한다면 좋은 패가 될 것 같았다. 체스의 말로 따지자면 룩이겠지.
"나쁘지 않아, 아니 ...좋네, 칭찬할건 칭찬해야지. 무미건조한 너와는 정 반대인 창술이라 순수하게 감탄했어"
박수를 드릴게요 짝짝
"그럼 이번엔 아까와 똑같은걸 보여줘, 단 이번엔"
품에서 권총을 뽑아든 나는, 천천히 팔을 내려 지한이를 겨누었다. 그리고 나의 의념을 불태워, 머릿속에 하나의 키워드를 연상하였다. 명령 : 허수아비를 공격할 것 이런 단순한 명령이 지금의 한계지만, 이것 만으로도 독재의 의념은 충분히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아마도 공격력 증가의 버프 따위가 걸리겠지
"하지만 아까 전의 모습은 으르렁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까?" 고개를 갸웃하지만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는 듯합니다. 체스의 말로 따지면 룩이라는 생각을 알지는 못하지만. 체스로 따지자면.. 룩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퀸이 될 수 있을까요?
"무미건조하다는 것은 조금 오해가 있어보이지만..." "창을 꽤 오래 수련했으니까요" 창에 붙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휘두르는 것보다는 찌르는 게 좀 더 익숙하다고 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휘두르고 찌르고 그런 것들을 자유자재로 해나가야 하겠지만 그건 지한주가 고민해야 하는 거고(당면 과제: 진동으로 의사표현하기.)
"음.." 공격력 증가의 버프가 걸린 것은 몸은 가볍지만 창의 무게는 어히려 더 묵직해지는 것으로 느껴지며, 새로 생성된 허수아비에게 돌파하듯이 창으로 꿰뚫자. 아까보다도 더 큰 소음과. 두동강을 넘어 여러 갈래로 찢어진 것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브레스 이터를 적용시킨 지한이 창을 내지르는 순간, 충격파가 퍼지면서 허수아비의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뚤려버렸다. 충격을 일점에 집중해서 내지르는 것이 정말 가능하구나 하고 감탄하며 지켜보았고 지한이의 창술은 찌르기에 특화되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휘두르기, 내려찍기, 창대를 이용한 무술은 보이지 않았다. 돌진과 찌르기에 능함..이라고 헌팅 네트워크에 있는 메모장앱에 적어두고 다시 지한이를 살펴본다.
"그럼 의뢰가자..물론 ..의뢰는 아직 결정하진 않았찌만, 네 말대로 채집이나 간단한걸 찾아볼게"
그런게 있으면 말이야, 아무튼 테스트는 끝났다, 내 식 대로 말하자면, 눈 앞에 있는 지한이의 쓸모를 찾기 좋은 시간이었다고 해둘 수 있겠지 창수는 언제나 중위와 전위 둘 중 하나를 고정하는 식이었지만, 지한이와 같은 케이스면, 중위와 전위의 위치를 스위칭 시켜서 응용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전투라는게 언제나 순항하는것은 아니지만.
헌터 생활을 하면서 일찍 죽길 바라는 녀석은 없다. 대부분의 목표는 큰 돈이었고, 돈이 기반이 되면 안정적인 삶을 바란다. 그리고 안정적인 삶이 마련되고 나면 명예를 추구하게 되고 명예마저 얻게 되면 권력으로 눈을 돌린다. 결국 손에 하나가 쥐여쥐면 더 큰 것에 욕심을 부리니 의념 각성자 사이에서도 헌터를 들개라고 부르는 것이다. 단지 조금 큰 길드라는 족보가 있으면 품종을 쳐줘 그럴싸한 취급을 해줬고 그런 이름마저 없으면 품종 없는 잡종. 결국 족보 없는 천것이 되어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를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현은 둥근 얼음이 담긴 잔을 들어 얼음을 천천히 회전시켰다. 원을 그리며 얼음과 잔이 부딪쳐 청아한 소리를 내는 것을 한참을 듣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이 잔에 독한 게이트산 명주들이 가득 차있었는데 지금은 얼음만이 살짝 녹아 잔 아래 남은 술들과 뒤섞였고 남은 물기를 삼키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서울이라는 지역은 한때는 구 대한민국의 수도로써, 현재는 신 한국의 수도로써 그 가치를 달리 했다. 과거에는 모든 유행과 편의가 서울에 집약되어서, 현재는 게이트라는 폭탄에서 누구보다 안전한 유찬영이라는 이름 때문에 여전히 서울의 집은 비쌌다. 그런 서울에 집을 마련했다는 것은 곧 성공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운이 좋았다지만 그만한 재능도 있었다. 일성의 제 2공략팀장. 그것이 성현의 직함이었다. 아무리 헌터가 가디언보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중에서도 일부. 가려지고 가려져 뽑히는 것이 일성 길드의 헌터였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모아 게이트를 공략하는 2팀의 팀장. 누가 보더라도 성현의 인생은 성공을 말하고 있었다. 괜한 감정에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성현은 창가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곤 몸을 돌렸다. 단정한 검은 슈트에 어울리지 않는 트레이닝 팬츠를 입은 독특한 패션 센스의 소유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술병을 들고 비척거리다가 소파에 그대로 쓰러지면서도 한손에는 '필마운'에서 구한 최고급 포도주를 주스처럼 벌컥거렸다. 그 모습에는 교양이라곤 조금도 없었지만 성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무렴. 일성 길드의 헌터는 기본적으로 예절과 예의, 규칙 같은 것들을 따져가며 교육을 받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것이지 그들의 실제 모습마저 다를 거라곤 기대하기 힘들거다. 그러니 최고급 와인을 포도주스처럼 벌컥거리는 부팀장에게 성현은 걱정스런 말을 건넸다.
생각을 해서 힘드니까. 부팀장의 나발은 계속됐다. 마침내 1리터 가까이 차있었던 병이 완전히 비어버리자 그는 기분 좋은 딸꾹질을 했다. 불그스름한 얼굴로 병을 적당히 던져버리자 각성자의 힘을 버티지 못한 술병이 산산히 부서졌지만 여기 조각에 다칠 사람이 없기도 했고 건물에 각인된 마도문자에서 힘이 흘러나와 깨진 유리병을 집어삼켰다. 조각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병에서 튀어버린 와인방울조차도 말이다. 대신 부팀장은 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같이 풍경을 바라봤다. 인천의 옥탑방에서부터 시작됐던 인연은 서울의 고층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와 다르지 않은, 그러나 많이 다른 풍경을 둘은 눈에 담았다.
" 예쁘네. 빌어먹게도. " " 그러게. 이 풍경이 이리 예뻤었나. "
평범한 밤하늘인데도 두 사람은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잠깐의 의념을 끌어올리면 오른 취기마저도 사라지겠지만 그러면 이때의 풍경이 사라질까, 두 사람은 가만히 바깥을 지켜보았다.
" .. 우리 성공했지? " " 어. " " 하.. 시X.. 왜 행복한데, 이리 빈 것 같냐. " " 취했냐? " " 어. 맞아. 취한거야. " " 중화제 있어. " " 그게 아냐. 그냥.. 이 취기가 가시면, 이 풍경들이 사라질까봐. 그냥 우리는 뭣도 아닌 헌터지망생이고 너는 검 F랭크, 나는 분석 F랭크일까봐. 그게 존나 무서워서 의념을 못 올리겠어.. 이 풍경이 다 날아갈까봐.. "
성현은 슬쩍 눈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외모에는 노화의 흔적이 조금도 없었지만 그때의 그와는 다른 느낌이 났다. 과거의 그가 순수하고도 순박한 시골 학자의 느낌이 났다면 지금의 그는 노회한 정치인의 느낌이 있었다. 성현도 갓 검을 잡고 휘둘러 행복해하던 그는 없었고 이제는 바디워시의 향보다 각종 피냄새로 찌든 역거운 비린내가 더 익숙해졌으니 그에게 변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단지 의념을 끌어올려 자신의 취기를 잊게 하고 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려 실없는 말을 할 뿐이었다.
" 새끼야. 그때로 돌아가면 이득이지. 너 말고 유명한 헌터들 데려다가 가르치면 되겠네. 신지한이나 한태호, 태명진. 이런 애들로 말야. " " 걔네가 일성이 눈에 차기나 하겠냐? 신지한만 해도 서산 신가가 자기 거에 한태호는 명예 가디언, 태명진은 UHN 의원이잖냐. 애초에 그런 원석들이 모여있던 특별반이 존나 돌아버린 공간이었다니까? " " 특별반.. " " 그래. 누가 알았겠냐고. 쟤네들이 ------------ 할 줄은. "
부팀장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남아있었다. 우리와, 쟤네는 확연히 다르다는 차별점. 그 차별점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재능이 넘쳤다던 특별반과, 각성 몇년동안 F등급 기술 얻었다고 좋아하던 성현의 격차는 한참이나 벌어져 있었다.
" 새꺄. 과거로 돌아가면 다른 거 다 필요없어. 너 특별반에나 들어가. 지금 실력의 반의 반만 있어도 그땐 먹혔을 거 아냐. 특별반도 처음에 뜬소문 존나 많았다며? 가디언 수준이니 어쩌니. "
결국 걔네들도 다 X밥 시절이 있었을테니까. 그때 확! 그물을 던지듯 손모양을 하던 부팀장이 시원하게 웃었다.
" 낚아버리는거지. 야. 걔네들을 다 모으면 그것도 불가능이 아니겠지? " " 야. 설마.. " " 일루니티. "
전설도 꿈이 아니잖아? 하고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는 부팀장에게, 성현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불가능은 아닌 것이다. 그들을 모으고, 하나가 되게 한다. 저 과거. 전설이라 불리던 일루니티처럼. 그러나 불가능하기에 꿈은 아니라고,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313 파필리오는, 조에게 거둬지지 못한 IF일 경우 최소한의 인간성도 배우지 못하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다 비틀렸을 거 같습니다. 의념 속성은 아마 '폐기' 자신을 폐기물로 칭하며 질투에 가득찬 녀석이지 않았을까아 존댓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정령들만 소중히 하지만 그나마도 거부당할 것 같은 인상이다요
준혁이의 빌런 if는 자신의 삼촌 처럼 열망자에 투신할 것 같네요 불로서 세상을 정화하자가 아닌, 그렇게 노력해도 자신을 봐주지 않은 아버지와 자신의 방해물인 형에 대한 증오를 불로 태워 지워버린다 라는 느낌일 것 같아요 형의 제자인 일반반 학생들을 독재의 의념으로 조종해서 형을 습격하려나요
>>313 태호가 빌런이 되었다면.. 빌런 단체들처럼 이념이나 신념같은건 없고, 단순히 본인의 만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이 되었을 것 같네 서로 친한 사람들을 습격해서 한 명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선택을 강요한 다음,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걸 비꼬면서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비웃는 싸이코 느낌? 의념 속성은 비난? 양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고!
>>307 성현이가 회귀하기 전에도 미리내고 특별반이 있었군요... 회귀 전 세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위에서 빌런썰 얘기가 나와서 생각해본 거지만... 강산이 빌런 IF는...뭔가 잘 상상이 안 가는데, 얘가 흑화하거나 하면 그냥...뭐 어디 조직에 안들어가고 지 혼자 저 좋을대로 떠돌아다니면서 망나니짓 하면서 살 것 같달지 그렇네요. 미리내고 오기 전의 빈센트랑 비슷해지려나요...?
A1. 기본적으로 게이트의 입장에는 헌터 자격, 가디언 자격이 필요하고 헌터 작업은 UHN에 의념 각성자임을 인증받는 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A2. UHN에서 일정 기간동안 모집하는 헌터들 사이에 끼어서 갑니다. A3. 모든 의념 각성자가 의념 속성을 개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연희: 108 종이가방은 모아 둔다 vs 버린다 "그런 걸 모아서 어디다 쓰는데? 재활용?...아하. 그럼 모아둘까." 138 사진을 찍을 때 자주 취하는 자세는? "포즈라니 낯 간지럽게, 뭐...미소 짓고 V...펴,평범한거잖아!" 339 기습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너...아니, 기습적으로 질문했잖아?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을 해서 순간적으로 너가 싫어졌어. 그래서 너라고 했는데??...야, 농담도 못하냐? 그렇게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냐...미안하다니까."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오. 여기 토스트 맛있네. 라면서 냠. 하고 먹은 뒤 잔해를 쓰레기통에 넣은 지한은 수련장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한산한 듯 한산하지 않네요. 다른 특별반 학생도 보이고...사용제한 걸린 가야금을 쓰려는 강산의 감을 날카롭게 유지하자!를 알 리 없는 지한은 강산이 보이자 인사를 하며 다가옵니다.
"안녕하세요 강산 씨." 그러고보니 저번에 소식을 알려주셨던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냥 안부 수준이긴 했지만.
동기도 좀 방향성이 다르죠. (끄덕 연희가 타인을 위해서 헌터가 되었다면 강산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니까요! 강산이네 가족들이 자기보다 세다는 것도 있고 말이지요. 상태창 정보에 명시되어있진 않지만, 진행에서 나온 언급대로라면 아마 (강산이 레벨*2)<<<(강산이 엄마 주혜인씨 레벨)인 듯 하니까요...!
좀 더 강력하고 빠른 공격들이 연이어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당황함 없이 신속 능력치를 강화한다. 일부는 피하고 일부는 스태프로 맞받아친다. 무기를 맞댈 때마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 흐름이 창격을 맞받아쳐 흘려내는 스태프에 힘을 더해준다. 공기의 흐름이 마지막으로 바뀌어 지한을 휩쓸고 지나갈 때-
신속 능력치의 강화에 따라잡기 위해 자신도 강화해서 스태프와 부딪히는 것을 밀어내려 합니다. 다만 그 공기의 흐름이 넘어가고 넘어오는 것의 마지막이 지한에게서 넘어가는. 지한에게 휩쓸리는 공기의 흐름이었기에 빈틈이 나오기 좋았고.
"악!" 옆구리를 세게 얻어맞은 지한입니다. 3판 2선승이었는데 2선승이 벌써 끝나버려서 허무하리만큼 빠르게 끝났네요. 창을 놓치고 주저앉습니다. 옆구리를 부여잡지는 않는 걸 보니. 승부의 결정은 났지만 멍이 시커멓게 들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주저앉은 채로 강산을 올려다보는 얼굴이 묘하게 삐죽이는 게 묻어납니다.
"아. 져버렸네요." 대련에서 이긴 적이 적은 건 뭐가 문제지(물론 지한주의 저주받은 수준의 다이스 운 때문이다) 지한의 기술이나 창술 실력이 문제는 아닐 텐데. 역시 사용자의 역량이 문제인가보다.
"아. 괜찮습니다. 조금 아프긴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나을 거니까요" 좀 욱신거리긴 해도 치료되기 전까지 건강을 강화하면 괜찮을 겁니다. 라고 판단하며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려 하는 지한입니다.
"그러게요.. 꽤 금방 끝나긴 했습니다." 조금의 아쉬움을 담은 말입니다. 창 연습을 많이 했다는 질문에는 그렇죠..? 라고 말하는게. 본인이 얼마나 하는지 기준점이 애매해서 그런 의문문으로 끝났지만. 객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연습량이 있었습니다.
'속성을 조금 써서 급격한 정지상태로 돌입시켜 타이밍을 빼앗아올 수 있었으면 괜찮았을지도.' 지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가 강산의 질문을 듣고는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유롭다.같은 말을 하긴 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있을 곳이나. 자신에게 있어서 많은 것을 얻을 게 특별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들을 통합해서 말할 만한 말아 있나요?
"...꿈인가요.." 조금은 허심탄회한 듯한 말로 중얼거리다가 역시 지금은 애매해서 말로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졌으니까 음료수는 제가 사지요.라면서 여기있어요.라면서 자판기 쪽으로 강산을 슬슬 밀려 시도합니까?
바람의 상급 정령의 제안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건넨 소년은, 잠시 생각했답니다. 저 높은 바람은 다른 곳에 있는 보랏빛 꽃을 아는 것일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나비는 다른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답니다. 지금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아 보였으니까요. 응. 응. 홀로 고개를 끄덕인 나비는 빙그레 웃어보였습니다.
"바람께서 한 제안은 참으로 기쁩니다만... 바람께서 원하시는 대가가 저희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실망시켜드릴 수 있으니, 바라시는 대가를 먼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무작정 하겠다고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게 좋죠!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작도 전에 끝나 버린 상황에 웨이는 조금 놀랐고, 동시에 일단 생을 마감한 존재에 대한 애도의 감정으로 웃음기를 조금 거두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고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잠깐, 파필리오에게 연락이 왔으므로 웨이는 그렌트 할아버지에게 애도의 말과 알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파필리오> 바람의 상급 정령의 제안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건넨 소년은, 잠시 생각했답니다. 저 높은 바람은 다른 곳에 있는 보랏빛 꽃을 아는 것일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나비는 다른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답니다. 지금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아 보였으니까요. 응. 응. 홀로 고개를 끄덕인 나비는 빙그레 웃어보였습니다.
"바람께서 한 제안은 참으로 기쁩니다만... 바람께서 원하시는 대가가 저희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실망시켜드릴 수 있으니, 바라시는 대가를 먼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무작정 하겠다고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게 좋죠!
#대가를 확인합니다
<라임> 재잘거리던 새에게서 보라색 꽃이 피었던 목동나무와 호숫가의 암염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 정보를 파티원에게 공유하고...
파필리오에게, 바람의 정령이, 대가를 치르면 꽃을 구해주겠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아 처음 만났던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파필리오에게 합류합니다.
<유웨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작도 전에 끝나 버린 상황에 웨이는 조금 놀랐고, 동시에 일단 생을 마감한 존재에 대한 애도의 감정으로 웃음기를 조금 거두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고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잠깐, 파필리오에게 연락이 왔으므로 웨이는 그렌트 할아버지에게 애도의 말과 알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즐거운 하루의 시작이다-라고, 말하는건 어울리지않겠지. 미리내고에 대한 이야기와, 특별반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은 들었다. 그리고 최근 일어나는 다윈주의자와 관련된 사건들. ...신경쓰고싶지않아도 의념 각성자인 이상 귀찮은 일에 말려들 수도 있으려나... 가능하면 학업이랑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말이야. 속으로 끙끙대봤자 별 수 없나. 그러고보니 오늘이 며칠이었더라? #집에서 날짜와 시간을 확인합니다!
>>456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파필리오의 심장을 가리킵니다. 심장, 그 의미를 생각했을 때 파필리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지팡이를 꾹 쥐어버립니다. 설마 인신공양을 말하나? 하고 고민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고민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바람의 정령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립니다. 숲 전체가 거대한 바람에 의해 떨리는 모습은 신비롭고, 위협적이지만, 파필리오를 해칠 의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파종하는 자여!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의 원천이다. 그대가 나아가고자 하는 힘. 그 힘의 일부를 내가 취하고자 하니! 그 대가를 치루겠는가!
그는 파필리오가 방출하는 의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치는 망념을 기준으로.. 220 정도가 되겠네요.
라임은 파필리오에게 합류합니다. 거대한 산천초목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파필리오는 한 곳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 소리가 색, 색, 불어오고 있지만. 그 바람에는 알 수 없는 미온한 온기가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아주 잠깐, 정령에게 있어 심장이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한 소년입니다만, 금방 호탕하고 유쾌한 바람에 안도를 내비칩니다. 소년은 웃는 낯으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네요."
소년의 긍정은 꽤 가벼웠습니다. 지금 망념이 약간 차오른 상태이긴 합니다만, 여유는 상당량 남아있고 잔여 망념도 가득 차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중화제를 포함하면, 300을 좀 넘어서 까지 끌어올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할 만큼 하는 게 좋겠죠.
"그럼, 그 곳에서 잠시만 가만히 계셔주세요."
심호흡을 한 소년이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띄운 채 의념을 끌어올립니다. 소년의 의념 속성은 '우화' 나비가 되고 싶으신가요?
#혹시 모르니 살짝 더해서, 230 만큼의 망념을 채워서 바람의 정념에게 의념을 보냅니다.
>>486 성현은 느린 걸음으로 미광 상담소로 들어갑니다. 낡은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올라가는 길은 꽤 관리가 잘 된 듯, 깔끔한 형태입니다. 이따금 벽에 균열이 있거나, 색 바랜 부분들이 몇 보이긴 하지만 있을 법한 흔적들이고요. 몇 층을 올라가 문에 '미광眉獷'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문 앞에서 성현은 천천히 문을 두드립니다.
똑, 똑,
" 들어오세요. "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매우 굵직합니다. 천천히 문을 열자 자리에서 일어난 채 성현을 바라보는 남자가 보입니다. 키는 190을 얼핏 넘는 듯 했고 상당히 발달한 근육이 눈에 탁 띄이는 것이 상당한 강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 손님. 이 곳은 상담소입니다. 혹시 돈을 빌리러 오셨거나 한다면 제가 아는 곳이 없어서 그런데.. 혹시.. 목적이..? "
꽤 험상궂은 얼굴로 어떻게든 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성현에게 물어옵니다. 저 얼굴 때문에 일수업을 하는 사람으로 착각을 받은 적이 있는 모양이군요..
▶ 의념 로프 ◀ 제작자가 의념을 이용하여 제작한 밧줄. 의념을 불어넣으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 ▶ 일반 아이템 ▶ 저는 여의봉이 아니에옹 - 망념을 5 소모하여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578 하지만 캡틴의 깔끔한 차단! 지금은 기술 획득을 위한 교육 과정입니다! 떠올릴 수 없습니다!
망념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583 보건 교사는 빈센트의 얼굴과, 베로니카의 목에 있는 목걸이를 보곤 한숨을 쉽니다. 잠시 보건 교사가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빈센트의 나노 머신은 붉게 물들어 연락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누가 전화를 걸었지? 하고 빈센트가 보았을 때. 얼굴은 기분 좋게 구겨지고 맙니다.
<파필리오> 아주 잠깐, 정령에게 있어 심장이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한 소년입니다만, 금방 호탕하고 유쾌한 바람에 안도를 내비칩니다. 소년은 웃는 낯으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 그런 것이라면 괜찮겠네요."
소년의 긍정은 꽤 가벼웠습니다. 지금 망념이 약간 차오른 상태이긴 합니다만, 여유는 상당량 남아있고 잔여 망념도 가득 차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중화제를 포함하면, 300을 좀 넘어서 까지 끌어올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할 만큼 하는 게 좋겠죠.
"그럼, 그 곳에서 잠시만 가만히 계셔주세요."
심호흡을 한 소년이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띄운 채 의념을 끌어올립니다. 소년의 의념 속성은 '우화' 나비가 되고 싶으신가요?
#혹시 모르니 살짝 더해서, 230 만큼의 망념을 채워서 바람의 정념에게 의념을 보냅니다(잔여망념 -100 모두 사용)
<라임> 파필리오는 라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합니다.
스산히 불어오는 바람에 느껴지는 미약한 온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정신을 집중하는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응원합니다.
비록 의뢰지만 내 일처럼 나서주는 파필리오와 웨이. 참 고마운 친구예요.
라임은, 제 친구가 혼자서만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 합니다.
의념 속성은 결이 달라도, 그에게 부담을 주는 망념을 함께 감수하려 마음을 맞춰봅니다.
#잔여 망념 -50을 사용해 파필리오의 의념 사용을 보조합니다.
<유웨이> 웨이는 파필리오가 마주한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지만, 파필리오의 지팡이를 쥔 손이 꾹 조여드는 것은 볼 수 있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마주하고 있구나, 웨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라임과 함께 파필리오를 방해하지 않도록 물러났다.
힘내, 파필리오! 아마도 들리지 않을 응원을 조용히 보내며, 웨이 또한 파필리오에게 힘을 보탰다.
▶ 혈향 장갑 ◀ 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특별한 몬스터의 가죽을 무두질하여 제작된 장갑. 기분 나쁜 붉은 색과 정체 모를 피냄새가 조금 나는 것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품질은 나쁘지 않다. ▶ 고급 아이템 ▶ 생명의 원천 - 착용 시 건강이 5 증가한다. ▶ 독성 감지 - F등급 이하의 독에 닿을 경우 장갑이 검게 물든다. ◆ 착용 제한 : 레벨 15 이상
▶ '거합참' 기술서 ◀ 특별한 과정을 거쳐 거합참을 사용하는 의념의 흐름을 각인시켜둔 기술서. 거합참을 획득할 수 있다. ▶ 소모 - 숙련 아이템 ▶ 강력한 힘과 부수는 일격에 대해 - 기술 '거합참(F)'를 획득한다. ▶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 사용 후 파괴된다. ▶ 이건 캡틴의 선물이야 - 타인과 거래할 수 없다.
▶ DD - 30 ◀ 특별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망념 중화제. 약간의 참치 향기가 난다..? ▶ 소모 - 일반 아이템 ▶ 참치 향기가 편안해 - 망념이 30 감소한다.
기지개를 피며 평범한 감상을 내뱉는다. ...특별반은, 아직은 여타 반이나 학교처럼 이렇다할 시간표가 없다는 모양이다. 자신의 학교 생활은 초등학교가 마지막이었으니(그마저도 자퇴지만) 조금 각오를 했는데. 헌터 아카데미라곤 해도 그 부분은 많이 다른가?..아니, 이건 특별반이니까 그런건가.
의뢰? 나쁘진 않아. 헌터라면 평소부터 해오던 일이니까. 다만...으음, 지금이 괜찮은 시기던가. 자신에 레벨에 맞는 의뢰가 있을련지. 게이트야 씨가 말릴 일은 없을테니 그 부분은 안심해도 좋겠지만. 아이러니하다. 게이트는 인류에게 해가 되는 동시에 기회를 주니. 뭐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전까진 별탈없이 있어줬음 하다. 하하, 별로 헌터로선 이상할 것 없는 마인드지?
뭐...그건 그렇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다. 그거지 그거. '별탈없이 미리내고를 졸업하는 것'. 이 최우선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되냐...즉! 실기든 필기든 뭐든간에 최소한 합격점 안에는 들어가야된다. 특별반의 과목은 꽤나 다양하다.
"아 씨, 게이트 심화는 어떨지 몰라도 인성학개론? 야단났네 이거."
제일 배우기 싫은거 떴구만...어쩌겠나. 자신은 학생이니 배우라면 배워야지. 애초에 그러려고 오는 학교가 아닌가?
>>594 파필리오는 손을 뻗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얕은 바람 줄기가 끼어들어 파필리오와 상급 정령의 손을 잇고, 파필리오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눈을 감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좋을진 몰랐지만 파필리오가 느낀 것은.. 거대한 문이었습니다. 문의 아주 미미한 틈이 열려 파필리오가 뻗은 손으로부터, 한 마리의 나비가 피어올라 천천히 바람을 따라 날갯짓합니다. 문의 틈으로 나비가 날아들어가고, 나비를 기점으로 그 문의 틈을 바라보았을 때. 파필리오는 온 몸이 떨리는 듯한 전율을 느낍니다.
저것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게이트로 나타나는 차원들 역시 하나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어져 갈 수 있는. 파파넬라와 같은 차원과는 다른. 완전히 격리된 하나의 세계. 그 세계의 아주 미미한 틈으로부터 수많은 존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태양과 우주, 생명과 죽음, 그 셀 수 없는 표현할 수 있는 것들과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의지를 가진 체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중. 단 하나의 정령이 천천히 파필리오를 바라봅니다. 정령에겐 입도, 눈도, 무엇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덩어리진 빛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의지를 전하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그 정령은 분명히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형태. 익숙한 모양. 파필리오는 무의식적에 그 문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파필리오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라임과 웨이는 급히 파필리오를 붙잡습니다. 무언가를 표현하던 파필리오가 갑작스레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더. 나아가려 하지만 몸은 붙잡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아간 걸음마저 실상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더, 더..
파필리오는 저곳으로 향하려 마구 몸을 움직입니다.
파필리오의 팔이 마구 움직이려 하자, 라임과 웨이는 두 팔을 꽉 쥡니다. 다행히 파필리오의 포지션은 후열! 전열과 중열인 웨이와 라임은 억지로 파필리오를 붙잡아둡니다!
가려고 해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 거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직은 올 수 없다는 듯. 이 세계는 너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미미하게 열렸던 문이 천천히 닫혀갑니다.
파필리오는 감았던 눈을 뜨고, 천천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은 파필리오를 바라보며 신기하단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그대는.. 눈만 가지지 않았군.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습니다. 바람에게는 표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힘 잃은 바람에서 그가 아쉬워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아쉽구나! 만약 그대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그대로 하여금 난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것을.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약속을 지키려는 듯 손을 천천히 움직입니다. 바람을 타고 수 개의 보랏빛 꽃들이 날아듭니다.
게이트의 전조로써 의념 파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아서는 빛의 파장(적외선 자외선)처럼 의념이라는 힘의 파장이 존재하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그런 것이라기엔 의념이라는 힘이 의념 각성자에게 쥐여져 있기에 각 개체에게서 고유 파장이 존재한다.. 라고 하면 열감지 카메라처럼 파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의념 쓸 때 일어나는 파장? 의념의 힘을 가진 모든 것에게 있는 파장? 그런건가? 고유 파장이라는 언급을 보면 후자 같기도 하고, 의념을 이용해 능력을 강화할 때 그 파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느낌으로 전자랑 조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구글 검색으로 찾아본 시즌1 정보에 따르면, 버프를 받은 허수아비가 의념 파장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게 위에서 생각한거랑 연결이 될 수도..?
게이트의 발생을 파악하기 위해 관측한다고 하고.. 아이템이나 코스트에 붙어있는 특별한 능력 중에도 의념 파장을 이용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고..
유리아는 할아버지와 헤어진 뒤 필광이라는 이름에 대해 기억해봅니다. 크게 멀지는 않지만 걸어가면 꽤 먼 거리. 의념을 각성한 뒤로는 느끼지 못 했던 일반인의 육체란 생각보다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유리아의 땀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걸어.. 도착한 집은 70년대 특유의 낡은 집의 느낌이 납니다. 이 집에 사는 것이, 아마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필광일 것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정말 덥네요! 의념이 없어서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도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는 게 싫어요... 그래도 망념이 차오르지 않으니 다행인걸까요? 음,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자! 도착했어요. 여기가 핵심 인물의 집인거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없이 들어가면 붕괴될 위험이 있어요. 아무리 마을 사람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들어가서 아부지 잘 계시니? 같은 말을 하면... 좀 그렇겠죠? 다른 분들과 합류해보고 싶지만...
문을 봤습니다. 눈을 감아 느낀 것은 그것만으로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 문인지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랑이는 나비를 따라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얇게 보인 것은 차마 표현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것은 세계였습니다. 통로(게이트) 없이 오롯하게 존재하는 어딘가의 무언가입니다. 삼라만상이 호흡하는 개념과 비개념의 장소입니다. 무심코 손을 뻗고 닿지 못함에 아쉬워 할 수 밖에 없는, 어느 의미로는 더할나위 없는 이상향입니다.
헌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소리도 눈빛도 말투도 성격도 모릅니다만 저는 당신이 익숙합니다. 저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먼 과거의 인연입니까? 혹은 아직 오지 않은 것입니까? 저는 알지 못합니다. 홀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애벌레는 무지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당신이 있는 장소로 가도 괜찮을까요?
그러면, 그러면, 저는 더 나아질 듯한
나아질, 듯한.
ㅡ
소년이 눈을 뜬 건 문이 닫힌 후였습니다. 다소 몽롱한 느낌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소년은 주저앉은 채 바람의 상금 정령을 바라봅니다. 옷에 풀물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뭘 하던 것인지 눈치 챈 소년은 얼굴에 붉은 기운을 매단 채 자신을 돕던 두 사람, 라임과 웨이를 바라봅니다. 멍하고 공허한 무표정이 곧 면목 없다는 듯 부끄러워하는 웃음으로 덮어씌워집니다. 바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쉬워 하는 듯한 미풍이 스쳐갑니다. 그가 하는 말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회가 있었다면, 기회가 있었다면... 그 말이 계속해서 소년의 머릿속에 휘돕니다. 바람 같습니다. 빙빙 도는 바람 같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생각을 끊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수 많은 보랏빛 꽃들에 손을 뻗다가,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 살짝 비틀거렸습니다만 곧바로 바로 자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바람."
그저 간소한 감사인사. 지금은 그것 말고는 건넬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라임과, 웨이에게 어색한 웃음을 내보입니다. 어디로 가려는 것 같았다는 말이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두 분도 감사합니다. 그..제가 조금 부끄러운 짓을 했죠..?"
그 때 라임의 질문이 옵니다. 소년은, 잠시간 말을 고르다가 천천히 이어나갑니다.
"문과, 그 너머의 세상, 같은 걸까요."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덧붙인 소년은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새삼 생각하면 되게 부끄러운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아서, 언젠가 그 곳에 발을 내딛고 싶어서, 소년은 그 생각을 끊어냈습니다.
>>622 의념 파장이란 단순히 우리들이 알고 있는 '파장'과는 다릅니다. 의념을 가졌건 가지지 않았건 일정량의 의념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레벨에 따라 방출되는 의념 파장이 강해지기도 하고, 또는 숨기기에 따라 의념 파장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의념 파장이 단순히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라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한 게 의념 파장은 세계 전체적으로 그 힘이 퍼져있습니다. 그래서 의념 파장의 흐름이 강하거나, 약하거나에 따라 그 세계가 어떤 힘을 우선하는지 알 수 있기도 하고요. 보통 강하다면 마법이나 마나 등의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고 약하다면 신앙이나 기계공학 등을 이용하곤 합니다. 도기 코인은 하나만 차감하시면 됩니다.
>>633 [ 안녕하십니까. 국제가디언연합 집행부 소속 가디언 부이반텅입니다. 연락을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구속인 베로니카의 구속 기구의 교체를 위한 협조 요청 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
분명 교체까진 시간이 조금 남았던 것 같은데, 하고 빈센트가 고민하던 중.
[ 최근 다윈주의자의 확산세와 빌런과의 우선 접촉을 이유로 현재와 같은 목걸이형 통제 기구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협회 내부에 있었습니다. 이사회의 의견 결과 현재의 목걸이 형태에서 통제를 위한 나노 머신을 따로 추가하는 것으로 의견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원하시는 기간과 시간을 말씀해주시면 저희 담당 집행관이 파견될 예정이니. 모쪼록 원만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648 특별 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도기에게 코인 다섯 개를 뜯기고, 강산은 수련장 안으로 이동합니다!
<유웨이> 바람결을 타고 보랏빛 꽃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려앉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웨이는 잠시 감탄하다가도, 쓰러진 파필리오의 용태를 확인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나? 라임의 무릎 위에 누운 파필리오에게 괜찮아?! 하고 묻고, 눈 앞에 손가락을 갖다댄다. 자, 몇 개야?
"꼭 어디로 가려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붙잡지 않으면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향해 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며 웨이는 꽃이 상하지 않았나 살펴 보았다. 어쨌거나 희생을 치러 얻은 소중한 꽃이니까.
#꽃을 집어듭니다!
<파필리오> 문을 봤습니다. 눈을 감아 느낀 것은 그것만으로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 문인지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랑이는 나비를 따라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얇게 보인 것은 차마 표현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것은 세계였습니다. 통로(게이트) 없이 오롯하게 존재하는 어딘가의 무언가입니다. 삼라만상이 호흡하는 개념과 비개념의 장소입니다. 무심코 손을 뻗고 닿지 못함에 아쉬워 할 수 밖에 없는, 어느 의미로는 더할나위 없는 이상향입니다.
헌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목소리도 눈빛도 말투도 성격도 모릅니다만 저는 당신이 익숙합니다. 저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먼 과거의 인연입니까? 혹은 아직 오지 않은 것입니까? 저는 알지 못합니다. 홀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애벌레는 무지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당신이 있는 장소로 가도 괜찮을까요?
그러면, 그러면, 저는 더 나아질 듯한
나아질, 듯한.
ㅡ
소년이 눈을 뜬 건 문이 닫힌 후였습니다. 다소 몽롱한 느낌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소년은 주저앉은 채 바람의 상금 정령을 바라봅니다. 옷에 풀물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이 뭘 하던 것인지 눈치 챈 소년은 얼굴에 붉은 기운을 매단 채 자신을 돕던 두 사람, 라임과 웨이를 바라봅니다. 멍하고 공허한 무표정이 곧 면목 없다는 듯 부끄러워하는 웃음으로 덮어씌워집니다. 바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쉬워 하는 듯한 미풍이 스쳐갑니다. 그가 하는 말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회가 있었다면, 기회가 있었다면... 그 말이 계속해서 소년의 머릿속에 휘돕니다. 바람 같습니다. 빙빙 도는 바람 같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생각을 끊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수 많은 보랏빛 꽃들에 손을 뻗다가,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 잡습니다. 살짝 비틀거렸습니다만 곧바로 바로 자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바람."
그저 간소한 감사인사. 지금은 그것 말고는 건넬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라임과, 웨이에게 어색한 웃음을 내보입니다. 어디로 가려는 것 같았다는 말이 부정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두 분도 감사합니다. 그..제가 조금 부끄러운 짓을 했죠..?"
그 때 라임의 질문이 옵니다. 소년은, 잠시간 말을 고르다가 천천히 이어나갑니다.
"문과, 그 너머의 세상, 같은 걸까요."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덧붙인 소년은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새삼 생각하면 되게 부끄러운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아서, 언젠가 그 곳에 발을 내딛고 싶어서, 소년은 그 생각을 끊어냈습니다.
<토오루>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조금은 볼 줄 아는데, 나중에라도 침만 구해다 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리겠습니다. 여긴 약재 캐러 온 거라 침 같은 건 안 들고 와서요."
토오루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뻔뻔스레 대꾸하며 10만원을 내밀었다. 침 놓는 법 같은 건 당연히 배운 적 없지만 적어도 깨끗하게 멸균된 침으로 찌른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거기다 세상에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할머니가 침을 정말로 찾아올지 어쩔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도 의대생이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뿐이라는 건 영 달갑지 않았지만, 의념의 보조가 아예 없는 이상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판단력 뿐이었다.
#착하고 효도 잘 하고 예의바른 총각이라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유리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정말 덥네요! 의념이 없어서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도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는 게 싫어요... 그래도 망념이 차오르지 않으니 다행인걸까요? 음,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자! 도착했어요. 여기가 핵심 인물의 집인거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없이 들어가면 붕괴될 위험이 있어요. 아무리 마을 사람이라 하더라도 갑자기 들어가서 아부지 잘 계시니? 같은 말을 하면... 좀 그렇겠죠? 다른 분들과 합류해보고 싶지만...
"어휴~ 더워라..."
일단 주변에서 지켜봐야겠어요. 잠시 쉬는 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필광의 집 주변에 멈춰서서 휴식을 취하는 척 하며 주변을 둘러볼게요.
<명진> "에헤이..이것도 나름 가격 친 건데 말이지요?"
실제로 고물상으로서의 지식을 본다면 이것도 나름 가격을 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줌마는 흥정을 시도하네?
사실 그대로 7천원을 줘도 괜찮을 것 같지만...이왕 흥정한 거 좀 더 인심써주듯이 흥정을 하자.
"너무 욕심내지 말고 6천원은 어때요? 우리 사이니까 그렇지 저도 고물상으로서 나름 손해보는 거랍니다? 이 정도면."
이미 공손했던 빈센트의 목소리는 더더욱 공손해진다. 빈센트는 이야기를 경청한다. 통제 수단이라.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인간으로 보려고 했기에, 참으로 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래도 베로니카는 지금은 "통제"가 필요한 단계라 생각한다. 통제 수단... 이 강화된다면 좋지. 빈센트는 대답한다.
"좋습니다."
# "하지만... 통제방식의 변경을 위해 베로니카에게 시술이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은 언제 가능하다고도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빌런과 우선 접촉'한데다가,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크게 입었습니다."
현재는 의념 각성자를 조금 특별한 이웃, 조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 게이트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각성한 자. 등으로 생각하는 시선이 늘어났지만 과거의 의념 각성자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쉽게 숭배와 열광의 대상이 되기 쉬웠고 그런 말들 사이에서 의념 각성자는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다. 하는 말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간단한 예시를 들어 처음 검성이 나타났을 당시 사람들은 검성을 영국의 브리튼 신화에 존재하는 영웅, 아서 왕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검의 이름 역시 아론다이트라는 신화의 무기였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자신을 끝가지 한 명의 인간이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힘과 인망을 이용해 제자들을 키우면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힘은 지키고, 나아가기 위한. 조금 큰 발걸음일 뿐이지 여러분보다 특별하고 대단한 힘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 그의 제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그의 의견을 거스른 제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서 그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 되죠. 우리는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특별반 여러분들 모두는 일반적인 의념 각성자보다 뛰어난 힘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만큼 여러분이 '특별'하다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특별하고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통용되는 것은, 여러분을 빛내줄 수 있는 다른 이들이 있기에 통용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힘에 가치를 두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가디언다움이나, 그들의 마음가짐을 바라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결정적으로 그 힘을 선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랍니다. 오늘의 수업을 들은 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일지 한 번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종이 치는 소리) 수업 시간이 마쳤군요. 수업 내용은 녹화하여 특별반 네트워크에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인성학, 엘터 더글리온
>>674 " 정령과 관련된 책 말씀하시나요? 정령과 관련된 책 자체는 찾기 힘드실겁니다. 기초적인 정령의 개념에 대해 다룬 책들은 꽤 보았지만 전문적인 자료는 대부분 각 길드의 기밀이거나, 가디언 협회에 있을테니까요. "
사서는 유약해보이는 모습으로, 안경을 천천히 고쳐씁니다.
" 정령과 관련된 책은 왜 찾으십니까? 물론, 찾으시더라도 그런 책은 없겠지만.. 잠시 대화를 어울려드릴 수는 있으니까요. "
" 이건 침 값. 열쇠는 2층에 방이 있으니께. 거길 쓰면 될 거야. 원래 밥은 안 주는데.. 어차피 손님도 한 명밖에 읖응께, 얻어 먹을라믄 같이 먹고. "
내가 된장은 좀 끓이거든, 하고 할머니는 쾌활하게 웃습니다.
필광의 집은 마을의 중심과 비교하면 떨어져 있지만, 외곽이라 하기에는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집도 완전히 낡았다 보기 어려운 깔끔한 면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흘끗 바라본 바닥이 깨끗한 것에서 돈의 부족함이 있어보이진 않았습니다. 잠시 유리아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문이 벌컥 열리고, 쾌활하게 생긴 밤톨 하나가 톡 튀어나옵니다. 등에는 제 키만한 채를 들곤 문 안으로 목청을 높입니다.
" 어매요! 내 산에 갔다 올께예! " " 필광아! 늦지 마래이! 여작께 산에서 누가 넘어자까 많이 다칫다 카드라! " " 아 걱장 마소! 내가 묘덕리 짱돌인데 다치겠심까! " " 인석이!! " " 히히!! 다녀오겠심더!! "
필광은 채를 들고 힘차게 걸음을 옮기던 중에 유리아를 보고 고개를 숙입니다.
" 안녕하심까! "
아주머니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물을 넘깁니다. 60GP가 차감됩니다!
" 에잉.. 애들 과잣값이나 해야겠어. "
아주머니는 아쉬운 말투로 얘기하지만, 분위기는 꽤 만족스러운 듯 합니다. 명진이 더 쳐줬단 사실을 아는 듯 보입니다!
진행후기입니다! 첫 시작은 무난무난했던 것 같네요. 다른 분들처럼 의뢰나 수련을 하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플레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나? 아무튼 처음으로 수업 복습이란걸 해보았네요! 엘터 더글러온 교관님은 항상 느끼지만 말투로 관록이 느껴진달까...내면의 성숙함이 느껴진달까...
오늘도 수고했다구! 필광이가 쾌활하게 생긴 밤톨이라는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할머니 된장찌개도 클리어하기 전에 한 번은 꼭 맛보고 말겠다! 또 의념을 가지지 않아도 의념 파장을 방출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유가 뭘까? 신난 강산이는 풋풋해서 귀엽고 파피넬라 파티 게이트 클리어 아주 축하한다!! 그리고; 엘터 교관님; 너무; 인성학 교관님같은; 수업이었어; 마음에 들어;
흔히 창을 쓰다 보면 어디서 배웠냐는 말을 듣곤 했다. 일반적인 린나찰에서 벗어나 곡선을 다루는 법, 창대를 움직이는 법, 창날을 통해 상대에게 휘두르는 법. 그것들이 일반적인 헌터들과 다르다며 아는 척을 해오는 것이다. 가문을 벗어나고 삼 년, 처음에는 하나하나 받아주던 지한의 입에서 서산 신가가 나올 때마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사람들이 나타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은 서산 신가라는 이름에 주목하고, 그 다음으론 자신들이 볼 수 있는 이득에 대해 생각한다. 열일곱, 가문을 벗어나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망가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소녀는 지루하다는 듯 한 손으로 창을 늘여 잡았다. 창날이 바닥을 향하고, 순식간에 창을 말아올려 회전으로 다가오는 몬스터의 가슴께를 꿰뚫은 것이다. 그륵거리는 숨을 토해내던 몬스터의 입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터져나오고 곧 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소녀는 조용하게, 그러나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물은 사람을 바라봤다.
"알아도 괜찮겠어요? 뒷감당은 가능하겠고?"
음산한 듯 보이는 미소에 남자는 혼신을 다해 말을 더듬었다. 당황해선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는 폼이 꽤 우스워서 소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창을 어깨에 걸었다. 농담이예요.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남자는 불안한 표정을 내려둔 채 안도의 미소를 지은 듯 보였다.
"아가씨. 성격 세네?" "이해 좀 해줘요. 애초에 이 나이에 헌터짓 하려면 성질머리 개 더러워야 살 수 있는 거. 알잖아요?"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결국 헌터 역시 피라미드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노라며, 지한은 자신에게 주절대던 한 어른을 기억해냈다. 걸친 창을 팔에 끼운 채 지한은 살짝 고갤 기울였다.
"자. 더 늦기 전에 공략이나 마치자고요. 며칠간 게이트에서 먼지 뒤집어 썼더니. 목이 따가워서 돌겠거든요." "어, 어.. 그래.."
결국 저자세로 물러난 헌터를 보면서도, 지한에게 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 곳은 예절과 정신으로 중요한 '가문'도 아니었고, 자신에게 뭐라 할 상급자가 있는 '길드'도 아니었다. 실력과 능력. 두 가지로만 평가되는 게이트에선 이런 모습은 당연한 거였다. 실력 좋은 각성자와 함께하는 게이트는 안정적이며, 위험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지한은 자신의 성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갑질을 해대는 헌터들도 있는 이 업계에서, 자신 정도면 말이 조금 음산할 뿐. 실력은 볼 만 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키득거리던 지한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순식간에 창대를 길게 잡고 창을 들어올린 지한에 의해 사람들은 진로를 방해받아 놀란 듯 했다.
"아저씨. 이 게이트 등급. 소형 아니었어요?" "어..어. 맞아. UHN에서 그렇다고 했는데.."
목을 긁어대며 깩깩거리는 사후아긴 무리를 보면서 지한은 창대에 더 힘을 가했다.
"이상하네. 요즘 소형에선 정예급 사후아긴 부대가 나오나?" "사, 사후아긴.."
게이트를 포기해야 하나? 안절부절대는 남자를 한심하단 듯 바라보던 지한은 일행 중 한 사람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입을 꾹 닿은 채 짐을 옮기기만 하던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선 꾹 눌러 쓴 후드의 옆으로 스며들 법한 목소리를 냈다.
지한의 장난스런 목소리에 남자는 한숨을 쉬곤 후드를 벗었다. 황갈색의 머리카락과 멋을 내려는 듯, 굴절따윈 조금도 없는 안경을 쓴 남자는 웃고 있었다.
"근데. 나 칼잡인데." "예비용 칼이라도 써야죠. 그쪽. 실력은 꽤 되잖아요?" "하..피 묻으면 이 지적인 분위기가 살벌해진단 말이지."
실없는 농담을 던지던 남자가 의념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며 지한은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오히려 이런 쪽이 상대하기 편했다. 적당한 정의감, 미미한 광기. 그런 이들은 조금만 부추기면 이처럼.. 간단히 폭주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나는 상대하기 싫었어."
그런 말을 하면서도 태호는 손을 뻗어낸 채 사후아긴의 방패를 후려쳤다. 방패에 보기 좋은 일그러짐이 생기고 사후아긴이 그 힘에 튕겨나자 지한은 창대를 늘여 사후아긴의 손목을 후려쳤다. 손목이 어그러지는 듯한 고통에 무기를 던진 채, 손목을 쥔 순간. 결과는 당연했다.
"왜냐면 오늘은 얌전히 돈만 벌고 가려고 했거든." "의외네요? 그러기에는, 눈은 웃고 있는데?" "내가 좀 웃는 상이야. 보기 좋잖아?"
콰직, 카드드드득. 갑옷을 베었다는 말이 옳은가? 그런 것은 알 수 없었다. 단지 말 그대로 태호는 검을 통해 사후아긴을 갑옷 채로 베었을 뿐이다. 반으로 토막나 쓰러진 사후아긴의 시체를 멀리 던져버리며 태호와 지한은 각자의 무력을 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한은 창을 쥔 채로 적에게 찔러넣으며 자신의 의념을 끌어올렸다. 의지는 창에 깃들어, 자한의 의념을 표현했다. 그 표현에는 '정지'라는 힘이 담겨 있었다. 끼기긱, 기긱. 강한 힘을 허공에 고정한 채. 지한은 사후아긴의 앞에 도달했을 때. 정지되었던 힘을 풀어냈다. 순간적인 가속과 함께 사후아긴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은 창과 함께 말이다.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애초에 중형 길드의 행동대장급 전력인 두 사람이 나선 순간, 소형 변칙 수준의 사후아긴 부대가 견딜 수 없었다. 바닥에 철퍽이는 피를 밟으며 지한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태호를 바라봤다.
"땀냄새에 피냄새. 완전 최악인데?" "그런 것 치곤 꽤 즐거우신 모양인데 말이지."
태호는 자신의 머릴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이 놈들. 전부 머리만 당했잖아."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그것 치곤 무언가에 원한 들린 듯이 머릴 뚫어놨는데?"
특유의 장난기를 참지 못하고, 쓸데없는 장난을 던지는 태호에게 지한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마 이쪽 세계관은.. 성현의 미래에 살짝 언급된 또다른 특별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지한의 성격은 지금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니라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직후, 사촌에게 맡겨져 자랐을 경우의 성격입니다. 할아버지가 맡지 않은 세계관의 지한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아참 문득 떠오른 질문사항이 있어 남기고 갑니다! 수업내용은 메타적으로 모두에게 공유되나요? 그러니까...예를 들어 연희가 인성학수업을 보고 특정한 수업 지문을 받아냈다면, 이거는 다른 캐릭터들도 들은 적 있는 수업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저거 연희만 알고 다른 애들은 따로 공부해야 알게 되는 건가요?
의념파장이 세계 전체적으로 퍼져 있다는 류의 이야기도 생각해보자면, 의념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것, 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레벨이 높아지면 의념이 강해지고 받는 영향도 강해지니 파장도 강해지고 의념이 없는 일반인도 의념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며 세계 역시 세계에 의념 보유자가 존재하는 이상 의념의 영향을 받고 있을테니? (물론 가능성의 이야기이다)
화창한 날씨다. 하늘에는 한점의 구름도 없어 맑고 적당하다. 사람들또한 오늘만큼은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일과를 시작하겠지. 지금은 그저 적당한 곳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음 할 일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수많은 인파속에서 홀로 서있는 아이를 봤다. 처음에는 부모를 기다리고 있나-하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가려 했다. ...도저히 신경이 쓰여서 그러지 못했지만,
"...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여자 아이가 이쪽을 바라봤다. 멀리서 봤을 때도 엄청 커다란 인형을 들고있구나 했건만. 곰인형이었나. 나잇대답구만. ...솔직히 귀엽긴 하지만. 들고다니기엔 부담스러운 크기가 아닌가싶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자.
"무슨 일이 있던건데? 나한테 애기해봐."
도대체가 말야. 부모는 어디서 뭘하고 있길래 아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냐고? ...어라? 조금 울려고 하고 있지않아? 어라-? 아차...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보고 놀랐을지도. 으음. 어떡하면 좋지...아, 뭡니까. 거기 지나가는 사람 쳐다보지마시고 그냥 가시죠.
수련도 했고, 수업도 들어야 하지만... 나중에 듣지요. 지한은 이 수업을 복습하지 않았던 걸 태호와 함께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수많은 인파가 움직이는 것이 마치 커다란 강물이 흘러가는 듯한 물결이 보이는 것처럼 일렁거리는 것에 피로감을 느껴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면 명백히 이질적인 소리가 들립니다.
"우는 소린데요.." 그것도 어린애. 라고 생각하면서 그 쪽으로 물살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처럼 사람들의 소리를 헤쳐나가면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과 아이가 보입니다.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보는 데에 무리는 없었고.. 특별반 입학식에서 본 것 같은 사람입니다.(*특별반 입학식은 전원 참석했다는 걸 들었음)
"길을 잃어버렸나요?" 아이에게 고개를 숙여 나름 다정하게 말해보는 지한입니다. 지한의 눈매나 외형은 우는 아이를 진정시키기엔 괜찮은 느낌이니까요. 섬세한 속눈썹이 살짝 처진 눈매로 아이를 달래듯 말하고는 말없이 진정하는 걸 기다리는 동안 연희를 흘깃 보고는 특별반이죠? 라고 입모양으로 물어보려 하네요.
누군가가 다가온다. 머리카락은 특이한 것이, 흑색이였지만 끄뜨머리가 하얗게 점차 물들여져 있는 것이다. 별개로 풍기는 분위기는 편안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 여성이 아이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태도또한, 자신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요령이 있었다. 요령이랄까, 그저 다가와서 남들에게 하듯이 뭘하고 있냐 물어보던 나와는 다르게 달래는 모습이 놀라웠달까.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 특별반이었나.'
나는 전혀 몰랐지만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서 알고있던 모양이다. 입학식이야 하긴 했었지만, 딱히 주변 얼굴을 기억하진 않았는데 말이지. 아이는 조금 진정했는지 눈물을 뚝 멈추곤 힘겹게 길을 잃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너 굉장하네.."
순수한 감탄사였다. 진정시키기는 커녕 울려버렸는데, 이 사람은 한번 말을 걸자마자 달라졌다.
아마 머리카락을 자른다면 흰 부분이 사라지겠지만. 머리카락이 더 긴다고 해서 흰 부분이 늘어나지도 않겠지요. 언뜻 본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라는 말을 입모양으로 천천히 말하머 아이를 마저 달랩니다. 입모양으로 대충 통성명도 했을 듯.
"굉장하다고 하기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좀 진정하자. 연희가 하는 말에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부인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아이를 울리신 건가요. 라고 물어오는 목소리는 느릿했지만 아이는 아직도 좀 무서워하는 것처럼 눈을 피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언니는 언니의 일행이에요." "정말이에요. 그렇죠?"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여자아이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려 합니다. 눈치를 주는 듯 힐끗 바라봅니다. 길을 잃어버렸으니. 경찰서로 가는 거에요. 라고 말하려 하네요. 그치만 이 근처에 경찰서가 조금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으니. 가벼운 음료수라도 먹이고 데려가는 게 좋으려나.
"아-응...뭐...보다시피 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 자각은 하고있는 편이다. 게다가 자주 얼굴을 찡그리는 편이라 오해를 산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은 타이밍이 좋았다. 나 혼자였음 울음을 그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혹여나 주변에서 오해하고 이쪽을 나쁘게 바라보고 일이 커졌을지도 모르니까, 응. 정말 다행이구만.
"그으..래. 같은 학교 동창이니까 말이지."
방금 안 사실이지만 말이야. 거짓말은 하지않았다. 그 말에 아이는 동창의 얼굴을 바라보곤, 다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찡그리지않는다...찡그리지마라...휴, 또 울상이 되진 않았다. 뭐 이럴땐 상식적으로 행동하는게 좋겠지. 경찰서로 가도록 할까... 정말이지. 나도 너무 생각없이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럴때만은 머리가 냉정하게 돌아가지않았다.
"그렇게 저도 인상이 좋다고 하긴 그러니까요." 거짓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지금 연희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엔 기만이라고 보일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 얘기는 지한은 그만뒀고. 아이를 조금 더 진정시키고. 경찰서로 데려가려고 하려면..
"그렇죠.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까요?" 연희의 말에 맞장구치듯이 말하며 연희에게 조금 가까이 섭니다. 팔짱이나 손을 잡는 건 지한에게는 아직 레벨이 부족하고요. 그래도 같은 일행이라는 신뢰성을 주려면 가까이는 서야 하니까요.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지한입니다. 헌팅 네트워크 쪽에서 지도를 검색하면 경찰서의 위치가 보일 거라고 생각해서..
"경찰서를 한번 검색해주실 수 있나요?" 연희에게 물어봅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 라는 말을 꽤 진정되었는지 하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은 지한입니다.
하하하, 농담도. 그러면 나는 얼마나 안좋은거야? ..라는 걸 굳이 입밖으로 내진 않는다.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깐. 사실 인상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헌터 사회에선 첫인상으로 사람 판단하면 큰일나니까 말야. 겁나게 잘생긴 사람들이 실은 연쇄살인마라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된다. 물론 아이들은 예외다. 그런 것을 구분하기엔 아직 너무 순수하니까.
그런 의미에서지만 저 여성은 인상도 좋은 편인데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첫인상은 좋다고 할 수 있다. 말없이 아이의 손을 잡았는데도 별다른 저항은 없었으니까, 나는 그걸 보며 양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핸드폰을 꺼내 경찰서를 검색하기 위해서였다.
하긴.. 헌터 사회에서 첫인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능력과 인맥이 좀 더 비중을 두게 되는 것으로 옮겨가는 게 아닐까요. 갑질하는 헌터도 있을 거고.. 그런 면에서는 지한이나. 연희나. 매우 뛰어난 능력으로 경계받기엔 충분합니다. 아이야 그런 사정은 모르니까 첫인상으로 판단했겠지만.
"자. 그러면 다녀올까요? 바로 저기 있네요." gp를 넣고 음료수를 뽑아주는 게 바로 근처에서 보여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연희가 검색할 무렵에는 곁으로 돌아왔고요.
"그런가요? 어디 대중교통을 타고 가야 할 거리였다면 힘들었을 텐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뭘 좋아할 지 몰라서 이온음료로 사왔어요. 라고 말하면서 아이에게 여아에게 인기인 애니메이션 그림이 그려진 음료수를 쥐여준 지한이 연희에게 이온음료를 내밉니다. 본인 건.. 없네요. 딱히 목마르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이는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이 그려진 음료수를 마시며 달달하고 맛있는 것에 표정이 풀립니다. 눈물자국을 물티슈로 살짝 닦아주고는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런가요.." 공평하다는 말에 맞다고 긍정하고는 받습니다. 그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그걸 존중하는 겁니다. 길잃음이나 길치라... 불행히도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게 세상이지만(ex:게이트 터졌으여!, 수많은 사람들의 인파에 휩쓸려 떨어져버림, 졸아버려서 내릴 곳을 까먹음 등등등) 적어도 이 셋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의념 각성자고, 걸어서 갈 정도니까요.
"미아를..데려왔으니까요.. 들어가야 하는 거 맞지요.." 길을 잃었으니까 미아 맞지.. 경찰서에 들어가야죠. 그치만 어쩐지 미묘하게 들어가기엔 거부감이 있는 건. 지한이 그런 곳에 들어갈 일이 적었던 거나. UHN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가출소녀였다는 것도 영향이 있을지도.
경찰서와는 인연이라고 해야할까... 초등학교때 의념을 각성한 줄도 모르고 친구를 크게 다치게 만들어서, 그와 관련된 일로 부모와 함께 찾아갔던 적이 있다. 뭐어 친구에게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같은 건 없었으니 정말 천만다행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쪽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어머니였었다. 먼저 경찰서에 가서 아이를 찾으려하던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순간, 부모의 기색이 조금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정말이지 도대체 어디로 갔던 거니? 항상 틈만 나면 딴 길로 새고...!"
그건 걱정한다기보단, 어쩐지 화를 내는듯한 태도였다. 아무래도 평소에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꾸중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부모의 말을 듣는 아이의 모습도 익숙한 듯 하였다. 하지만...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있게 만들면 안되잖아. 아이의 표정이 보이지않는거야?
"...저기요. 먼저 멀쩡한지 확인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상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다. 그렇기에 예의상 존댓말을 한다. 물론, 상대에 대한 '존중'을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저희가 경찰서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줘서 다행이지. 무방비한 아이에게 누군가 해를 끼쳤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싶네요."
최근에는 뉴스에서도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그런만큼 더더욱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런데..어째서, 이 부모라는 사람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거지? 내 말을 들은 여성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되려 화를 내는듯 하였다.
"...아이를 찾아주신건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
하아? 남의 가정사? 그러니까 아이의 표정이 안 보이는거야? 지금도 저렇게 어깨를 움츠리고 있잖아? 무슨 말을...하는거야 이 사람..?
경찰서에 가본 적 있음에도 경찰서. 하면 조금 평범한 사람처럼 별로 갈 일이 없는 듯 행동하는 지한입니다. 경찰서로 들어가자.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부르는 것이 들립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인도하면 이대로 끝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나무라는 것에 연희 양이 조금 끼어들 것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이의 표정이 매우 어둡고 낮은 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았지만.
"연희 씨?" 글쎄. 지한의 속에서는 약간의 냉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 자체는 이해했으나. 끼어들기에 애매합니다. 연희 양이 끼어든 이상 말리긴 하겠지만.. 조심하도록 합시다.
"화가 나신 건 이해합니다만.." 지한은 둘의 사이로 살짝 끼어들어 둘 사이에 거리감을 주려 합니다. 화가 나신 것..이라는 말은 연희에게도,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해당되는 중립적인 말이었을까요. 가정사에 참견말라는 것은 지한도 좋아하지 않는 말이지만.
마음속에선 점점 불이 붙으려 하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그건 머리카락이 조금 특이한 여성. 불과 방금전까지 같이 아이를 도와준 학교 동창이다. 나와는 다르게,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와 아이의 부모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 진짜...또 이런다...알고 있다. 저쪽의 일은 저쪽의 일이다. 이쪽이 참견할 건 없다. 무엇보다, 장소가 나빴다. 경찰서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면 경찰들만 피곤해지겠지.
...머리를 식히자. 항상 하던 것처럼, 참는 것이다. 아버지또한 화를 낼 때를 아셔야한다고 하셨다. 지금의 내가 화를 낸 타이밍은, 그다지 좋지않았다. 꾸중이 끝난 뒤에 슬쩍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을, 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참지못하여 끼어들었다.
"...미안합니다."
내키진 않지만 사과를 한다. 이건 아이의 부모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 자리에 민폐를 끼친 사람들에게 하는 사과이기도 했다.
"아,아뇨...딱히 그쪽이 미안할만할 일은 없으니까요..."
상대방도 머리를 식혔는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답하였다. 아이의 표정은 조금전이랑 여전히 다를바가 없었다...
"가볍게 물이라도 마시는 것도 좋겠네요." 정수기가 어디 있나요? 라고 물어보며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물을 건넵니다. 미안하다거나. 괜찮습니다.나.. 그런 말을 들으며 진정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의 발발에 대한 원인은 건재하고, 해결이 된 게 아니니까요. 아이를 힐끔 쳐다보았습다.
좀 당혹스러운 상황이 지나가고 나서, 지한은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는 것이나. 아마도 표정을 보고 끼어든 듯한 연희 씨라던가..
"얘. 너는 어째서 길을 잃어버렸던 거니..?" 지금 들려오는 말로는 자주 그런 것 같아서. 아이의 손을 잡고는 다정스러움을 꾸며내어 물어보려 합니다. 지한으로써는 매우매우 최선을 다한 다정스러움이지만 묘하게 딱딱해보이는 감도 없잖아 있었을지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라면 꾸중을 들을 만한 일이긴 합니다. 사실.. 긍정-부정보다는 부정-긍정이 효과가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물을 마시며, 아이의 어머니는 진정을 되찾았다. 도대체 아이가 매번 미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건 분명히 있다. '그냥'이라는 이유는 없다. 아이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한은 그것을 최대한 다정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순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는 항상 날 챙겨주니까...언제나, 힘들어보이는데도 집에서도 밖에서도 아빠의 몪까지 나를 위해서 힘내주니까,"
그....건, 아이의 아버지는...지레짐작이라고 생각하고싶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 가정의 가장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혼자서 힘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내가 잠시라도 사라지면...엄마가 편해지지않을까 싶어서..."
ㅡ그런가. 어째서 아이의 얼굴이 그리 우울했었는지,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꾸중을 들어서가 아니라...아이는 걱정했던 것이다. 다시 자신때매 어머니가 힘들어질까봐. 아이다운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곁을 떠나는 것은 조금, 아니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너...그런 생각을 했었니...?"
정말로, 처음 들었다는 듯이 아이의 엄마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과 어쩌면 그 생각을 가지게된 것이 자신 때문은 아닐까라는 후회가 섞인, 표정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는 듯 했다. ...어머니가 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였다. 조심히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것이 정답이였는진 모른다. 그래도 그건, 최선이었다. 잠시간 모녀간의 포옹은 계속되었다.
(잠시 후)
"그...정말로 실례했습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존중'과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지금은 그러고 싶었다. 사과해야만 하는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쪽이 미안해할 일은 없다고 했는데...그래도,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상대방도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듯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그건, 말다툼이 일어날뻔 한걸 말려준 사람.
"방금 전은,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 딸에 대해서 안 것 같아요..."
자신에게 했던 것보다, 더욱더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니,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저는 부모 실격일지도 모르겠네요."
원래라면 의념 활용쪽 교관이 직접 맡는 게 낫겠지만.. 일단은, 의념 파장과 잔향 역시 게이트의 영향이니. 제가 설명하게 되었네요. 다들 저번 수업 이후로 죽은 사람은 없어보이고, 사라진 사람들은 몇몇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아쉽게 되었네요. 어머. 왜 다들 표정이 좋지 않네요? 설마 제가 죽이기라도 했을까봐요? (가벼운 웃음 소리와 함께 살짝 눈이 휘어지는 모습)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지금은 여러분을 제 손으로 죽일 일은 없을거랍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깨려는 듯 박수를 친다) 자.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죠. 흐음.. 여기서 의념 파장을 살피는 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갤 젓는다.) 맞아요. 여러분에게 의념 파장이란 실생활에 존재하는 공기처럼 의념과 함께 방출되고, 그 힘에 따라 강해지는 척도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거예요. 실제로 연구 결과에서도 고레벨의 의념 파장과 저레벨의 의념 파장이 다르다는 것을 관측하기도 했고요. 다들 아마 여기까진 들어본 바 있을 거예요. 실제로 미리내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에도 이런 교육은 있었거든요. 하지만 누군가가 말한 적 있어요. 모두가 의념이 같진 않은데 의념 파장의 절댓값은 어떻게 구하냐고 말이에요. (화면에는 두 개의 파장 형태가 보인다. 하나는 매우 안정적인 파장을, 하나는 매우 변칙적인 파장이 찍혀있다.) 이 화면은 기본적인 형태의 발생 게이트 파장을 보여주고 있어요. 게이트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의념 파장은 매우 안정적인 형태를 그리고 있죠. 다들 잘 모르지만 중형 이상의 게이트들은 통하는 공간 파장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소형 게이트들은 일정한 경우가 많아요. 왜인지 아나요? 역시. 이에 대해선 모르는 학생들이 많네요. 소형 게이트는 대부분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인위적으로 발생된 게이트인 경우가 대다수에요. 즉, 내부의 공간에 대해 추측하기 어려운, 자연 발생의 형태의 게이트라는 이야기가 되죠. 그래서 이런 소형 게이트를 통해 출입한 대다수는 여러분을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누가 내 침대 앞까지 갑자기 들어오면 싸우려고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살짝 농담이라는 듯 웃음소리를 흘린다.) 이렇게 발생하는 의념 파장의 형태를 기본 파장이라고 하고, 이 형태의 수치를 1이라고 해요. 그러니 '소형 게이트의 파장'을 절댓값으로 삼아 그 기준으로 의념 파장을 살피는 거죠. 그리고 역시 게이트를 클로징하는 과정에서 이 문을 부수는 파장 역시 균등한 1의 의념을 써야하는 것이랍니다. 게이트 초창기에는 이와 같은 지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보스를 잡으면 당연히 게이트가 닫힐 줄 아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초대형 게이트의 경우는 조건을 만족한 상황에서 게이트의 주인을 잡는다면 클리어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과거에는 이러한 수치를 직접 계산하고, 클로징에 필요한 파장을 맞춰야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여러분의 안구에 이식된 나노 머신을 통해 계산을 하기 때문에 클로징이 편리한 축에 들어요. 물론 나노 머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관측' 뿐이라서 직접 의념 파장을 보신 분들은 없겠지만요. 하지만.. 여러분도, 의념 파장의 형태가 어떤지 궁금하실 수는 있겠네요. (곧 메리는 손을 뻗는다. 손 끝에서 한방울씩 맺히기 시작한 핏방울들이 순식간에 학생들에게 흩뿌려져 들어가고, 모두가 잠시 눈의 통증을 느낀다.) 걱정하지 마세요. 실명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의념 파장의 형태는 어떻게 보면 바람을 눈으로 그려내는 것과 비슷했다. 모두의 파장이 같지도 않았고 허공에 움직이는 파장들도 있었으며 교관에게선 강력한 파장의 형태가 눈에 보이고 있었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는 것이 바로 의념 파장의 형태에요. 원래라면 특별한 수련을 통해 직접 깨우쳐야겠지만. 이번에는 제가 강제적으로 눈을 뜨게 했으니까. 이번만이랍니다? (곧 파장이 천천히 흐릿해지고 원래의 시각으로 돌아온다.) 어떄요. 꽤 신비롭지 않나요? 이렇듯 의념 파장의 고유함은 오직 소형 게이트의 발생 직전에만 통용되고 있어요. 발생 이후, 관측이 시작되면 그 파장값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죠. 특히 이런 파장값이 급격한 변동을 겪는 경우에는 의념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곤 하죠. 물론, 대부분은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재현형이나 사건형인 경우가 많겠지만 말이에요. 정리해볼까요?
1. 의념 파장의 기준치는 발생 직후의 소형 게이트를 기준으로 하며, 이 때 수치는 상수 1을 기준으로 한다. 2. 의념 파장은 모두에게 고유하지 않으며 각각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3. 게이트를 클로징하기 위해서는 게이트만의 의념 파장을 맞춰 의념을 방출하여야 하고, 이 때의 관측은 나노 머신이 대신한다. 4. 급격한 파장값의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의념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4-1. 보통의 경우는 재현형, 사건형 게이트에서 발생한다.
(수업 종이 치는 소리) 아쉽게도 여기까지만 수업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교육해야 할 분량이 남아서요. 설마 일찍 끝내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진 않겠죠? 해도 문제는 없지만 나중에 이걸 몰라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 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요. 종은 쳤으니 나가도 괜찮아요. 이 이후는 헌팅 네트워크에 업로드하지 않을 생각이니까. 게이트의 파장이나, 세계에 관측되는 파장과는 다르게 의념 각성자가 사용하는 의념을 그 잔재를 남겨요. 이걸 '의념 잔향'이라고 하죠. 의념 잔향은 그 의념 각성자의 파장과 동조하여 그 사람을 대조하거나 확인하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왜 의념 범죄자들이 범죄 현장에 난잡하게 큰 사고를 벌이는지 궁금했던 사람이 있나요? 바로 의념 잔향을 어지럽게 해서 관측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예요. 의념 파장을 살필 수 있고, 그를 통해 관측된 의념 잔향을 살필 수 있다면 그 지역의 의념 파장과 같이 흐름을 읽어 기억을 읽을 수 있죠. 맞아요. 이 방법이 가디언의 포지션, 그중 서포터의 심화인 '셜록 홈즈'가 사용하는 '사건 구상'이에요. 괜히 범죄 방식이 더욱 난잡해지고, 가디언들이 바보라서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건 구상'을 흐리게 만드는 방법들 역시 같이 고안되기 시작했죠. 이런 시대일수록 폭력의 가치는 올라가겠지만, 폭력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피가 튀지 않는' 방법들을 동원하기 시작했고, 아직도 각국에는 스파이나 요원들이 숨어들어 있고, 뭐 이런 얘기까진 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럼 정리해보도록 하죠.
1. 의념 잔향은 의념을 사용한 곳에 남아 특정한 파장과 같이 검출된다. 2. 이렇게 발생한 의념 잔향을 통해 의념의 사용자를 유추할 수 있다. 2-1. 의념 잔향에는 의념 각성자의 의념 속성 역시 같이 관측된다. 3. 이러한 의념 잔향을 '특수한 방법'을 통해 관측한다면 그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읽을 수 있다.
>>907 1. " 따를 만한 지휘라면 얼마든지. 하지만 타인의 피해를 감수하는 지휘에는 순응하지 않도록 하겠어. "
2. " 짓밟히고, 더러워지고, 꺾이더라도 결국 일어날 아이들은 일어나기 마련이야. 네가 그 아이들의 시련이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 일어나는 아이들은 너를 넘어설지도 모르지. 날 증오하는 것에는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네 증오가 너를 괴롭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니. "
포니는 원곡도 좋지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IK6x6sG7Ln5vjjPYpgeAw https://www.youtube.com/channel/UCo7TRj3cS-f_1D9ZDmuTsjw 커버곡은 둘이 제일 좋네유. 그때 그때 내키는 걸 들어보는 쪽이지만!
>>918 자애롭고 성품이 좋은 엘리트 형과 질투하면서 자책하고 점점 성격이 날카로워지는 동생의 대비는 참 좋다고 생각해요! 이러면 준혁이가 처음 일반반 학생들을 영입하려고 형을 찾아간건 캐붕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건 준혁이 나름대로 형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일반반 학생을 자신이 대리고 다니며 성장시켰다)을 증명하려는 노력 이라고 생각해주세요~
>>919 냉소적인 태도도 좋죠! 오만한 지휘관과 반발하는 사람의 대립은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특히 준혁이의 삼류야 라는 말에 저런식으로 대꾸하는건 연희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줘서 좋아요
>>920 진언이는 진언이 나름대로 준혁이를 배려해주는 부분이 좋아요 얼굴 오래 봐야하니 무시함으로서 분쟁을 최소화 한다는게 쿨하지만 나름 나중을 생각한다는 것으로 보여요
조심스럽고 다정한 표정을 쓰고 있는 지한은 흐릿한 편에 속하는 인상이긴 했지만..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감을 주었던 듯. 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인형을 꼭 안고 있다거나. 고개를 숙였다가 드는 등 망설임은 있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지요. 의념 각성자라서 부드럽게 한 쪽 무릎을 꿇은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랬구나."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아이의 어머니와 아이를 번갈아 보며 그들의 껴안음. 즉 이해를 잠깐 보며 물을 홀짝입니다. 말을 너무 많이 했어.. 라는 생각에서? (잠깐의 해후 끝에) 그.. 뭐라고 해야하지. 저는 그렇게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이런 감사를 받기에는 매우 곤란한데요. 같은 생각을 하던 지한은 그래도 겉으로 표현해내지는 않는 것에 성공합니다. 사실 경찰서에 들어온 뒤로 일어난 일들은 지한의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 대다수였으니까요.
"일반적으로 물어볼 것을 물어본 것 뿐이지만. 감사하다고 한다면 받을 수 밖에 없네요." 부모 실격이라는 말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말을 고릅니다. 그리고는 연희에게도 한 말씀.. 이라는 듯한 눈을 흘깃 쳐다보네요.
그야 지한이 말을 골라도 부모 실격인 것은 맞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실격인 줄도 모르기 때문에 실격인 걸 깨달으면 어쩌구 정도의 말 밖에 안 나올 거니까요. 그리고 지한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말이 묘하게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든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그러면...뭔가 사례라도..." "아, 그건 됬어요. 딱히 뭔가 보상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정말로 그렇다. 이건 의뢰도 아니였을 뿐더러 자신이 하고싶어서 한 것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가요."
수긍하는 듯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곤 작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런 광경을 천천히 바라보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다가와 커다란 인형을 건넸다. 응? 나 주려고? 하지만 이건... 아이의 어머니도 그걸 보더니, 의도를 깨달은 듯 했다.
"괜찮은거야? 비싸보이는데..."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어머니쪽을 바라봤지만 받아도 괜찮다는 눈치였다. ...여기선 거절하는게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않으려나...마지못해 손을 뻗어 인형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우왓, 역시 커다란데. 전혀 무겁지는 않지만. 선물을 받자 아이는 그제서야 가족의 곁으로 가 길을 걸었다. 이번엔, 제대로 손을 잡고서 걷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잊었던 것이 떠오른다.
"어...응. 여러가지로 민폐를 끼쳤네..."
한 손에는 인형을 든채로 볼을 긁적인다. 결과가 좋긴 했지만, 그 자리에 우연히 만난 동창이 없었다면 경찰서에서 같이 있지않았다면. 일이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는 편이었다.
사례를 말하는 것에 지한 또한 괜찮다는 표현을 했을 겁니다. 아이가 인형을 연희에게 건네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인형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의 추억을 건넬 수 있는 걸까..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폐..는 아니었습니다." 모른 척 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다가간 것은 엄연히 저의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이하생략) 을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인형을 보다가 연희 씨가 인형을 안고 있는 것도 어울리는군요. 라는 말을 건넵니다. 지한이 안고 있어도 어울렸겠지만 지한의 취향은 아니었을 듯.
"아이와 어머니가 같이 가는 게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아이와 어머니가 걸어나가는 것을 보며 연희에게 말을 건네며 저희도 이만 나가죠. 라고 말하려 하네요. 경찰분들도 흐뭇하게 보던 걸 멈추고 업무로 복귀하려나요.
모르는 척 넘어갔다면 저기! 도와줄 수 있을까! 같은 상황으로 넘어갔을지 조금 궁금해지는 게 있지만 이건 뒷사람의 쓸데없는 호기심이므로.. 지한은 어울린다고? 라는 말에 연희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네요. 안타깝게도 지한은 연희와 10센치는 차이나니까요. 게다가 오늘 신은 신발도 굽은 거의 없는 거였고.
"네. 어울립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사실 그런 쪽 미학이 부족하지 않아서 그게 은근히 설득력은 있...나?(그 부족하지 않음을 이해시키는 데에 더 큰 설득력이 필요하기에 그냥 넘어갑시다)
"그렇..네?" 이름을 묻는 말을 하는 것은 입모양의 통성명이 부족했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지한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저는 신지한이라고 합니다. 연희 씨.' 라고 통성명을 하면서 악수를 한 다음, 경찰서 문을 열고 같이 나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