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마지막에 빈센트가 적을 붙잡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직전에 빈센트가 상대를 붙잡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빈센트는 자기가 어떻게 싸웠는지 알렸다. 어찌 보면 중요한 노하우였지만... 빈센트는 태명진과 협력관계, 못해도 중립 관계였지, 경쟁하는 관계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일이 잘 풀려서 둘 다 자기 이름을 단 헌터 길드를 가지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태명진은 몰라도, 빈센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눈을 강화합니다. 눈을 강화하고, 불꽃을 계속 터뜨리죠. 불꽃이 계속 나오다 보면, 그 불꽃이, 분명히 어그러지는 때가 옵니다. 일순간 바람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무언가 물체가 베고 지나가서 일그러지는 때가. 그러면, 그 불꽃에 누군가 지나간 것이니 공격하면 됩니다."
그 다음은 귀, 빈센트는 정맥주사가 꽂히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귀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그 다음은 귀입니다. 의념의 힘을 빌리면, 정말로 모든 소리가 다 들립니다. 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소리들을 하나하나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무슨 소리지? 저건 어떤 소리지? 그렇게. 그리고 그 중에, 분명히 칼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면..."
딱! 빈센트의 손에서 불꽃이 튀기며, 그때 일어난 일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런데, 상대가 도저히 안 될 거라는 걸 알았는지, 공격을 안 하고 무언가 기다리더군요.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상대를 못 보니까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그 녀석이 올 곳은 뻔했으니까요. 저를 죽여야 하니, 제가 있는 곳으로 올 거 아닙니까? 그래서 태명진 씨가 말한 대로, 신체를 최대한 강화했고, 제 등에 칼이 꽂혔지만... 그 녀석을 붙잡고 터뜨려버렸죠."
빈센트는 미소를 띄우면서 말한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넌 이겼지만 졌다면서 정신승리를 하던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뭐, 다 타죽은 상황에서도 그 말을 하는 용기는 인정할 만했습니다." //15
화엔: 085 채식 vs 육식 화엔: 질문의 의의를 모르겠습니다만.. 굳히 골라야 한다면... 흠. 화엔: 역시 한쪽만 먹어야 한다면 채식쪽이 나을꺼 같습니다. 필요한 영양소를 다 채우는 데에는 제격이니, 효율을 위해선 그쪽이 좋겠습니다. 화엔: 물론 육류의 장점은 무시 못하지만 말이죠. 화엔: ㅇ, 예? 너무 메마른 답이라니... 화엔: 음... 시정하겠습니다. 화엔: ☹
244 다른 사람이 가진 것 중 부러워 하는 것 화엔: 없습니다. 화엔: ...? 왜 그렇게 보십니까. 화엔: 아니, 정말로 없다니까요. 상상도 해본 적도 없습니다. 화엔: 부러움... 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도 없군요. 화엔: 각자의 자리가 있고, 제가 있을 자리는 여기입니다. 그 뿐입니다. 화엔: 아... 하지만 옳은 답은 아닐수도 있겠군요. 더 알아보겠습니다.
"토오.. 아니 키사라기씨가 사주신다면 전 꺼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편지를 주운 대가치고는 싸 보이지 않다는 것이 걸리는 지한은 따라가면서도 그게 그렇게 큰 가치인가. 싶어서 고개를 기울였지요. 그래도 나중에 다른 걸 보았을 때 토오루씨(속으로니까 거리낄 것 없다)의 필적인지는 알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다르면 못 먹을 수는 있지마는.." 기본적으로는 못 먹는 건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종종걸음으로 지한은 토오루를 따라가려 합니다.
"사실 도박이었습니다. 상대가 눈에 안 보이는 투명화 상태가 될 뿐, 다른 사물들과는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형태의 은신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영체화해서 저에게 몰래 다가가는 수준의 은신술을 썼다면..."
빈센트는 말을 맺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댄 다음, 일자를 스윽 긋는다. 죽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행히도, 상대방은 빈센트가 생각한 최악의 암살자는 아니었고, 해봤자 중간 정도 가는 암살자였다. 빈센트는 끄응! 하고 누워서 태명진에게 말한다. 굉장한 방법? 글쎄...
"그냥...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러고 뭘 할 수 없는지, 그리고 뭘 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하면 됩니다. 어렵지만, 살고 싶으면 생각해야죠. 뭘 해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맨날 생각이 나는 건 아니죠. 운이 좋았습니다. 잘못하면 망념화할 뻔했고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베로니카 때문에 또 화가 난다.
"생각해보니, 그 스토커가 저지른 짓 수습하려고 간 건데... 이거 그 스토커한테도 책임 있는 것 같아서 좀 화가 나는군요." //17
자신을 향한 명진의 시선을 가만히 마주보던 토오루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엄청 크긴 하지만, 뭐. 이 정도면 귀엽다고 쳐도 되겠지. 털이 많지도 말랑말랑하지도 폭신폭신하지도 속에 솜이 들지도 않았지만... 토오루는 명진과 유리아를 꼭 무사히 데리고 다니겠다고 결심하며 명진의 어깨를 탈탈 털어줬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베레니체 때문에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녀 덕분에 재밌는 일도 많았다. 세상에 태우면 안 되는 것은 많고, 태워도 되는 것은 태부족이라 화가 나던 차에, 빈센트는 그녀의 존재가... 솔직히 말하면, 싫지만은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면, 그 친구 덕분에 재밌는 일도 많았으니까요. 인생에 재미가 없었는데, 재미가 없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어지긴..."
'빈센트! 빈센트! 내 사랑! 어디 있어요?!"
"젠장."
빈센트는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태명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당부한다.
"절대 저 아는 척 하지 마세요. 살고 싶으면. 제가 아까부터 계속 씹어댔던 그 스토커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베개에다가 처박고 끙끙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빈센트! 내가 잘못했어요! 내 사랑!'
그 절박한 목소리, 피에 절은 목소리에, 양호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공포에 떨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생머리에 붉은 눈의, 빈센트가 꼭 피하라고 당부했던 "스토커"가 커튼을 열고 나타났으리라. //19. 막레 부탁드립니다!
못 먹는 건 없더라도 취향 정도는 있을텐데. 그걸 말하지 않는 건 사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인가? 토오루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한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걸 먹기로 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토오루는 학교 근처에 있는 제일 큰 분식집에 지한을 데려갔다는 뜻이었다. 메뉴판에는 떡볶이, 우동, 쫄면, 돈까스, 냉면 등등 한국인이라면 꼭 먹고 살아야 하는 음식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