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아니고 본인 맞아. 여태 비슷한 질문에 꽤 시달려왔던 터라 지한이 물을 틈도 주지 않고 말이 이어졌다. 오비히로 그 새끼 맞다고. 같은 특별반인데다 편지도 주워주고 했으니 지한에게 간단하게라도 답례를 하고 싶었지만 지한이 자신과 같이 있고 싶지 않다면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에, 토오루는 일단 지한의 반응을 기다리기로 했다. 싫다면 보내주고. 아니면 밥이나 한 끼 먹는 거고.
토오루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지한은 오비히로.. 아 그런 것도 있었지. 라는 것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신문을 봐도 그다지 주의 깊게 보지 않았을 거고요. 아 물론 신 한국 쪽이었다면 세상 흉흉하네. 정도는 말했겠지만.
"그렇군요." 그럼 토오루씨라고 부르면 됩니까? 라고 물어보는 지한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일이라도 있다면 보내드려야지. 같은 생각을 하며 기다립니다. 둘의 생각이 표현은 조금 달라도 비슷하게 흐르고 있어서 둘 다 떠나지 않은 채로 기다리는데. 너네들 계속 그렇게 있으면 부담시러워하는 일반반 길 막는 거 아니니.
그렇다면 게이트 안에서 개별행동을 하게 됐을 때의 지침을 정해놓는 게 나을까. 토오루는 벽에 몸을 파묻다시피 하며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 80년 전이었다면 척추수술 1800만원 소리 듣기 딱 좋은 자세였다.
"만약 게이트 안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흩어지게 되거나, 혼자 이상한 곳에 떨어졌거나, 뭐 그런 상황이라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면서 근처에서 제일 발전한 도심가나, 어쨌건 유동인구가 많은 쪽에 있어. 그런 곳이 소문이나 정보를 듣기도 편하고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수상하게 보이지도 않을테고... 이렇게 만날 곳을 정해둬야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
의념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이 머리색 눈색 할 것 없이 휘황찬란했던지라 지한의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오히려 특이한 느낌이었다. 토오루는 가만히 지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가 토오루 씨, 라는 호칭에 또 휘청거렸다. 저번에 명진도 그러더니 대체 왜? 이름 부르는 게 그렇게 좋은 건가?
"토오루 씨 말고 키사라기 씨."
너무 당황해서 밥을 먹었냐고는 묻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빈센트도 이야기할 부분이 있다고 느껴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어차피 빈센트는 이곳에서 일주일은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처지고, 태명진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 내로 당장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피차 시간은 보내야 되겠다, 빈센트도 자기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그러면 뭐... 저도 자세히 이야기하면. 망념을 쓸 필요도 없는 잔챙이 여럿이랑, 그나마 붙어볼만한 놈 하나였습니다."
빈센트는 벌벌 떨리는 한쪽 손을 들어, 손가락을 딱, 딱, 튕긴다. 그러자 불꽃이 일어났다. 빈센트는 그 불꽃이, 더 커졌을 때 그들에게 무엇을 했는지 설명했다.
"그 때 정말 짜릿했죠. 온 몸에 불이 붙어서 도망치는 놈, 흔적 없이 사라진 놈, 순식간에 사라진 양 팔을 찾아다니던 놈. 그런데... 더 큰 재미가 있더군요. 태명진 씨라면, 은신해서 아예 볼 수 없는 적을 어떻게 상대하시겠습니까?"
저건, 마지막에 빈센트가 적을 붙잡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직전에 빈센트가 상대를 붙잡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빈센트는 자기가 어떻게 싸웠는지 알렸다. 어찌 보면 중요한 노하우였지만... 빈센트는 태명진과 협력관계, 못해도 중립 관계였지, 경쟁하는 관계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일이 잘 풀려서 둘 다 자기 이름을 단 헌터 길드를 가지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태명진은 몰라도, 빈센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눈을 강화합니다. 눈을 강화하고, 불꽃을 계속 터뜨리죠. 불꽃이 계속 나오다 보면, 그 불꽃이, 분명히 어그러지는 때가 옵니다. 일순간 바람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무언가 물체가 베고 지나가서 일그러지는 때가. 그러면, 그 불꽃에 누군가 지나간 것이니 공격하면 됩니다."
그 다음은 귀, 빈센트는 정맥주사가 꽂히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귀를 툭툭 치면서 말한다.
"그 다음은 귀입니다. 의념의 힘을 빌리면, 정말로 모든 소리가 다 들립니다. 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소리들을 하나하나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무슨 소리지? 저건 어떤 소리지? 그렇게. 그리고 그 중에, 분명히 칼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면..."
딱! 빈센트의 손에서 불꽃이 튀기며, 그때 일어난 일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런데, 상대가 도저히 안 될 거라는 걸 알았는지, 공격을 안 하고 무언가 기다리더군요.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상대를 못 보니까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그 녀석이 올 곳은 뻔했으니까요. 저를 죽여야 하니, 제가 있는 곳으로 올 거 아닙니까? 그래서 태명진 씨가 말한 대로, 신체를 최대한 강화했고, 제 등에 칼이 꽂혔지만... 그 녀석을 붙잡고 터뜨려버렸죠."
빈센트는 미소를 띄우면서 말한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넌 이겼지만 졌다면서 정신승리를 하던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뭐, 다 타죽은 상황에서도 그 말을 하는 용기는 인정할 만했습니다." //15
화엔: 085 채식 vs 육식 화엔: 질문의 의의를 모르겠습니다만.. 굳히 골라야 한다면... 흠. 화엔: 역시 한쪽만 먹어야 한다면 채식쪽이 나을꺼 같습니다. 필요한 영양소를 다 채우는 데에는 제격이니, 효율을 위해선 그쪽이 좋겠습니다. 화엔: 물론 육류의 장점은 무시 못하지만 말이죠. 화엔: ㅇ, 예? 너무 메마른 답이라니... 화엔: 음... 시정하겠습니다. 화엔: ☹
244 다른 사람이 가진 것 중 부러워 하는 것 화엔: 없습니다. 화엔: ...? 왜 그렇게 보십니까. 화엔: 아니, 정말로 없다니까요. 상상도 해본 적도 없습니다. 화엔: 부러움... 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도 없군요. 화엔: 각자의 자리가 있고, 제가 있을 자리는 여기입니다. 그 뿐입니다. 화엔: 아... 하지만 옳은 답은 아닐수도 있겠군요. 더 알아보겠습니다.
"토오.. 아니 키사라기씨가 사주신다면 전 꺼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편지를 주운 대가치고는 싸 보이지 않다는 것이 걸리는 지한은 따라가면서도 그게 그렇게 큰 가치인가. 싶어서 고개를 기울였지요. 그래도 나중에 다른 걸 보았을 때 토오루씨(속으로니까 거리낄 것 없다)의 필적인지는 알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다르면 못 먹을 수는 있지마는.." 기본적으로는 못 먹는 건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종종걸음으로 지한은 토오루를 따라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