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 그는 자신의 팔에 걸려있던 팔찌를 벗습니다. 꾹꾹 눌러담은 것 같던 의념이 수련장 안을 채워, 거대한 대호의 형세를 이뤄내고. 그것이 천천히 주민의 몸으로 스며듭니다. 어린 아이를 닮은 몸과, 얼굴이 천천히 성장하는 듯 하더니. 명진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오히려 명진보다도 큰 키와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얼굴엔 귀찮은 듯 보였지만 아직 소년 티를 벗어내지 못하던 모습에서 굵은 선이 인상적인 20대 남성의 얼굴로 변한 채.
" 흠.. 이 모습은 오랜만이군. 한 2년 되었나? "
가볍게 팔을 움직이던 주민은 명진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상대의 약점을 판단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공격을 했을 때 더 치명적인 대미지가 들어가는 곳을 확인하는 원시적인 방법. 아이템과 기술, 또는 의념 흐름을 이용하여 알아내는 의념을 활용하는 방법. 아니면 나노 머신의 개조를 통해 포착한 적의 데이터가 있다면 약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돈지랄. 이 세 가지 방법이 보통의 경우이지. "
돈이 썩어돈다면 세 번째가 제일 낫다며. 그는 천천히 몸을 풉니다.
" 자 그럼. 첫 번째 방법은 아까 시도했으니 알겠지만 실패했다. 세 번째 방법은 네가 지금 당장 180만 GP 정도가 있다면 당장 개조 시술자를 구해줄 수 있고. 하지만 그게 안 되니 네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번째 뿐이다. "
그는 명진의 머리를 붙잡습니다. 자신보다 덩치도, 키도 큰 사람이 머릴 붙잡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명진은 꽤 어색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 그리고 보아하니. 딱히 돈도 많이 없으니 아이템 부분은 패스. 그럼 딱 하나밖에 안 남지. 기술이 될 정도로 구르고 굴러서 체득하는 수밖에. "
곧, 거대한 의념의 흐름이 명진의 혈관과, 신경, 장기를 포함한 모든 곳을 건들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칼로 찔리는 것이 덜 아플 만큼 순수한 고통은 폭력 그 자체가 되어 명진의 온 몸을 난자하는 것 같습니다.
" 어허. 참아 참아. 이게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
반사반응으로 주먹을 쥐고 휘두르고, 몇 번의 공격을 주민에게 휘두르기까지 하지만 그는 순순히 맞아주면서도 명진에게 의념을 불어넣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약 한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야 명진은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릅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시간이었습니다..
" 지금 내가 한 거는 네 감각을 극도로 강화한 거다. 원래라면 느끼지 못할 감각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우 깊은 증폭이 이뤄진 상태지. "
그리곤, 채주민은 천천히 손을 풀기 시작합니다. 저기요? 왜 손을 푸세요?
" 그럼 지금부터 네가 어딜 맞아야 제일 아프고, 어딜 맞을 때 좀 덜 아픈지 알아보도록 할까? "
우드드드득. 지옥이.. 올겁니다..
>>970 풀벌레 우는 소리. 작게 고통을 토해내는 이미 쓰러진 것들의 목소리. 타닥거리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잔불들의 소리. 그 모든 것들이 소리의 형태로 빈센트에게 다가옵니다. 그것들을 분류하고, 소리의 형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쇄애액 -
쾅!
허공에서 날아오는 소리의 거리가 구분되는 듯한 감각입니다. 날아오는 단검을 폭발로 상쇄하고,
콰콰광.
허공에 선을 그어냅니다.
콰광!
불꽃이 터져나고, 바닥에 생긴 그을음 속. 약간 빈 곳으로 그 위치가 맞았다고 빈센트는 어림짐작합니다.
소년은 까만 눈으로 고민했다. 그러니까, 그렌트 나무씨는 물물 교환 밖에 안 받는다는 것 같았다. 그러면 소년으로써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이차적으로 돈이 없었고, 일차적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만들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고민하던 소년은 양해를 구하고 방금 만났던 덩굴나무를 찾아갔다. 가능하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유롭고 부드러운 만남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먹지 않은 과일이 괜시리 묵직해짐을 느낀 소년은 얕게 한숨을 내쉬고서 정령안을 빛냈다.
situplay>1596324068>633 <라임> 그렌트 나무 할아버지는 꽃을 주는 대가로 영양제 다섯 개를 달라셔요!
영양제라. 가끔가다 나무에 노란색 작은 주사 같은 게 꽂혀있는 걸 본 기억이 나는데, 그걸 말하는 걸까요?
여기는 게이트 안인데. 지구에서 쓰는 영양제와 비슷한 걸 쓸까요? 여기 나무들은 말도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다시 물어보죠!
"할아버지~ 영양제요? 저희는 게이트를 넘어와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영양제를 잘 모르는데, 혹시 어딜 가면 구할 수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또박또박 공손하게 여쭤봅니다!
<파필리오> 소년은 까만 눈으로 고민했다. 그러니까, 그렌트 나무씨는 물물 교환 밖에 안 받는다는 것 같았다. 그러면 소년으로써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이차적으로 돈이 없었고, 일차적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만들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고민하던 소년은 양해를 구하고 방금 만났던 덩굴나무를 찾아갔다. 가능하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유롭고 부드러운 만남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먹지 않은 과일이 괜시리 묵직해짐을 느낀 소년은 얕게 한숨을 내쉬고서 정령안을 빛냈다.
"실례할게요, 나무씨!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그리 말하는 소년의 얼굴에는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이 서려있었습니다.
#정령안을 쓰며 착한 덩굴나무씨 찾아가요!
<유웨이> 하기야 여기는 게이트 안, 이계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GP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되겠지만 여기의 주민들에게는 여기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도 무엇도 다른 룰이 있는 거다.
"알겠습니다! 구해 올게요!"
일단 우리가 아쉬운 쪽이니까 굽히고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오히려 이게 예의인 게 아닐까, 하고 웨이는 가볍게 생각했다.
딱히 화나진 않은 것 같으니 다행인 셈 쳐도 되겠지만. 겨울잠이라도 자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잠이 많은 모양이었다. 특별반 수련장 쪽에 강아지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긴 했는데... 그게 얘인가? 자신이 도기와 이 강아지를 헷갈리고 있는 줄도 모르는 토오루의 고뇌는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