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여름. 밤. 풀어헤친 머리칼이 베개를 자꾸만 비벼지고 있다. 그 이유는 미열과 두통, 잠 못 이르는 고통. 머릿속에서 하나의 관념에 대한 생각과, 그로인하여 파생되는 무수한 곁가지들의 연쇄를 의식적으로 멈출 방법이 도저히 없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바르작거리길 같이 했다. 그 관념이란 다름 아닌 하나의 사람이었고, 사랑이었고, 또 그 개념에 대한 몰이해였다. 호감과 사랑은 어떻게 다른가?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분명하게 말을 했고, 나는 지금껏 별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너의 감정의 변화는 없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렇게 확실하게 자신의 감정을 분리해서 파악하고 단어로 구체화시켜 나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또한 그 과정에서 단어라는 틀이 네가 나에게 전달하려던 의미를 정확히, 또는 조금이라도 유의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인지 알면서 그런 선택을 한 건가? 아니면 그냥?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더 커져버린 껍데기로만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지는 이들. 교육의 기회가 없었거나, 그 기회에 반항하였거나, 혹은 더 흥미로운 자신만의 세상 속으로 유폐되어버린 이들. 그런 이들의 부류에 내가 있었다. 평균적인 사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따라오는 불이익을 충분히 인내할만한 배경과 자아를 가졌지만, 그것이 내가 주류사회와 엇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려주지는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의 파장을 미처 예측하지 못하여 시끌벅쩍한 공간에 숨소리와 배경음 외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정적을 안겨주고, 차갑거나 날카로운, 경악과 경멸에 가까운 무수한 시선들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적절한 우회와 비유가 없는 표현은 나와 그들 모두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일이었으므로, 내심 기대하거나 바라던 사회적인 상호작용은 박제된 텍스트 속에서 대리만족 하기로 하였다. 가슴 어딘가에 묻어두고 활자를 안고 살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스스로의 궤도가 보편성의 스펙트럼에서 극단에 가깝다는 것은 언제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는 그 사실을 결함이나 결핍으로, 장점이나 특이성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외로움이 삶의 일부가 되었노라고.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시간이 차츰 지나면, 나도 내 나름대로 자부할만 한 지성이 있었으니 타인의 언행과 태도를 관찰하고 학습하여 내가 원하는 수준의 상호작용을 일부분 응용해낼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름 친구라 자부할 관계도 몇 사귈 수 있었지만,결코 이해자라 될 수는 없었고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하나의 관계에서 모든것을 바랄 수는 없는 법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논리였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너는 나를 좋아하지만 정말 내 모든 부분을 좋아해주는걸까? 내가 의도적으로 처리하여 뱉지 않은 날것의 감정과 감상을 그대로 전달한다면 너는 나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하나의 관계에서 모든것을 바랄 수는 없는 법이라, 나는 너에게 나의 파편만을 보여준다. 너는 내 파편만을 보고 좋아하고 흥분하고 침울해하고, 나는 그러한 너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이, 맡닿은 감촉과 숨결이 좋았다. 많은 책들의 묘사처럼 세상이 한눈에 밝아 보인다거나 은으로 빚어낸 종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의 생각을 퍽 자주 하는 편이며 다른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너와 함꼐하고 싶으니, 나는 이 관계에 불안정을 섞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에, 사람에게 운명적인 짝이 존재하여 그것이 너와 나였다면 너는 분명 나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기꺼이 감내하고 좋아해줄 수 있으리라고. 그러면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너에게 나를 내보이고 우리 둘의 관계는 고루한 연인의 관계에서 탈각하여 세상에서 오직 너와 나만이 이해하고 향유하는 유일한 관계로 나아갈 것 이라고.
최소 내일까지는 긴장타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큰 일은 없을 듯하다! 백합... 용인 가능한지 알았으면 정말 여캐로 냈을 것 애주가가 될 가능성 높아? 왜? 술... 술 일상 내 기억에 그렇게 술을 입에 대자마자 이건 내가 찾아헤매던 극락의 맛이야 이런 반응은 아녔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