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은 잡아 달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이 있으니 손을 잡고 어깨가 있으니 그것을 끌어안고 너는 나의 뺨을 만지다 나의 뺨에 흐르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겠지 이 거리는 추워 추워서 자꾸 입에서 흰 김이 나와 우리는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느낌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 것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소박한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추위와 빈곤에 맞서는 숭고한 순례자가 되어 사랑을 할 거야
전화 잘못 걸었다고 끊는 게 진짜 잘못걸은 줄 아는 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귀엽다... 사회성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구나... 같은 상황이라도 반응 달라지는 게 흥미로워. 옛날 일상 중에서 세아의 사회성이 제일 올라갔던 때 기억나? 그 때의 세아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저런... 빨리 쾌유되길 바라 ! 흑역사 얘기는 잘 참고할게. 많이 늦고 있지...ㅠㅠ 이번에 답레 올리고 나면 늦어진 원인을 니름대로 분석해보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쌓여가고 내 통장 잔고는 바닥으로 내려가고.... 장염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이 있어서 그런데 남일같지가 않다 아프지마 희인주 물 많이 마셔야해
커플룩! 스웨터나 맨투맨 같은거 제발 하나 맞췄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아무 말 없이 서로 만났을 때 같은 엇 입고 좋아하는거 보고싶고... 세아는 아마 미소를 짓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희인이가 엄청 좋아하는 강아지같은 모먼트가 생각났고 귀여워.
세아의 쇼핑! 인터넷 쇼핑이 주가 되지만 엄마랑 같이 백화점을 갈 때도 있고 친구랑 가끔 같이 옷 사러 갈 때도 있어! 눈만 땡글땡글 굴리면서 슉슉슉 지나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다가가서 살펴보고 다시 슉슉슉 보통 코디가 되어있는 체로 파는 옷을 사는 편이야. (그래야 패션-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옷을 사용할 수 있다)
그곳에는 눈이 왔나요, 이근방에는 눈이 왔습니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날이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고 희인주 생각이 나는것 같습니다.
마네킹 체로 사는 이유는 그래야만 주위에서 자신을 귀찮게 구는 다종다양한 가십을 사전차단할수 있기 때문이며 패션은 사회적 상호작용 가운데 보편적인 미의식과 변화하는 유행 두가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작용 가능한, 세아입장에서는 9서클마법에 비슷하기 때문에... 예 그렇게 큰 관심은 없습니다.
내심 웃어주기를 바라며 했던 행동에, 원하던 결과가 눈으로 보이게 돌아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또 있을까. 오늘처럼 네가 걱정될 때에는 더욱이. 조금은 풀린 듯한 네 기분에 공헌을 했다는 기분 좋은 뿌듯함을 느끼며 불이 켜지지 않은 집안에 발을 내딛는다.
"그럼, 실례할게."
네가 불을 켜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까. 분명히 전화 너머로는 네게 아무도 없다고 전해들었는데도. 어쩌면 내가 오기 전까지의 네 기분은 주변의 암흑과 겨우 주파수를 맞추고 싶을 만큼 어두웠는지도 모른다. 굳이 스위치를 찾아 벽면을 더듬지 않은 것은 내가 전등 스위치 위치를 익히 알 만큼 너의 집 구조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네가 잠겨있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 어둠을 택했다면 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새벽빛에 비치는 네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얼어있는 검지손가락을 부러 네 다리가 얹혀있으리라고 생각되는 소파에 뻗었다. 손끝이 네 다리에 닿았을 때, 다음 손가락인 중지를 내세워 네 다리 위를 횡단한다. 하나, 둘, 셋, 넷... 비어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손가락 걸음을 걷고는 공간을 가늠해 네 옆에 풀썩 몸을 내려앉혔다.
"잘 안 보였으니까."
변명인지 핑계인지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를 목소리에 빙긋 웃는 표정마저 어둠에 먹혀 버렸다면 나도 안심하고 모르는 척을 해도 괜찮겠지.
"불은 일부러 안 켜는 거야? ...크게 상관은 없지만 궁금해서 그래."
장애물이 없는 곳에 봉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작은 박스에 포장되어 있는 달달한 간식을 꺼냈었다. 손끝에 닿는 푹신한 것은 아마 편의점 행사 코너에 진열되어 있던, 안기 좋은 사이즈의 인형이었다.
잘 안 보였으니까- 라는 너의 대답은 냉철히 생각해 보자면 변명으로서 유효했다. 익숙한 구조의 공간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우리의 뇌는 그곳을 보는 것 처럼 처리하는 능력이 있고, 또 나는 충분한 암순응의 보정을 받아서 어둑하고 서늘한 거실을 꿰뚫어볼 수 있었으니까. 그에 비하여 너는 밤을 물리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눈에 감아 낮에나 띄울듯한 동공을 지닌 체였으니까. 하지만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내 입꼬리중 어딘가가 올라가는 것은 왜일까. 허벅지를 건반이라도 되는 듯 가볍게 누르고 훑는 너의 손길에 나는 별 다른 반응을 해주지 않은 체 네가 나를 위해 사왔다던 선물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 불빛은, 그렇지. 눈이 너무 부실테고 빛 아래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
손을 느릿하게 뻗어서 아직 포장지에 쌓여있는 인형을 살짝 만지다가 돌연 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있지. 사실 네가 무엇을 사줬는지는 조금밖에 궁금하지 않았어. 중요한건 네가 나를 생각해서 무언가를 해준다는 행위가 물질적인 증거로 남아서 나에게 온다는 점이었고, 소중한건 그 생각 자체야. 이해해? "
너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귓가에 나직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생각을 전했다. 이해란 중요하니까. 우리가 서로 같은 상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란 것은 무엇보다도 강렬한 인상이니까. 이해하냐는 말 뒤에는 무거운 숨을 토해내고, 너에게 무너지다가, 일부러 너와 함께 쇼파에 머리를 추락시켰다. 아프지는 않을거야. 충돌거리도 시간도 짧은 그 순간의 가속도에 나는 눈을 감았고, 의심할여지 없이 네가 쇼파와 나 사이에 끼워진 모양이 되었다면 조금 더 몸을 밀착시킨체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 중요한 질문을 하기 앞서 한가지 사소한 질문을 할게. 너는 너의 감각에 과잉된 적이 있어?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거나, 색체가 과잉되었다거나. "
이동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의 시청각실은 종종 애인들을 위한 밀회소가 되기도 하며 서희인 강세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 가능성이 이제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밀회로서의 기능을 전혀 염두해두지 않은체로 둘만이 불이 꺼져 어두워지고 커튼이 쳐져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격리된 장소에, 학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는 동안 자리를 지켰을 뿐이지만 마지막에 나간 하나의 학생에게 꽤 그럴듯한 추측을 할 수 있을 여지만은 남겨둔 체였다.
아직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세아를 걱정해서인지, 서희인이 근처로 다가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크리스마스 때 어릴때의 강세아는 캐롤의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라든가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를 듣고서 반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어.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기준은? 그것은 절대적으로 옳은가? 선물을 나눠주는 데에 착하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합리적인가?
>>251 전세계를 24시간만에 이동하며 생기는 각종 문제들과 백인이 시혜성으로 소수성을 지닌 어린이에게 선물을 배푸는 일이라던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판단하여 선물을 줄지 말지 결정하고 하는 일이 너무 비윤리적이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존재였기에 세아는 어렸을때부터 산타의 존재를 부정했지
맞을지도 몰라? 음. 점점 더 궁금해진다! ㅋㅋㅋㅋㅋ 아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나는 거 같아. 세아는 산타를 믿냐고 물었던가? 어쩌면 인종 문제에 은근히 관심이 많은 걸까.
그리고 나 생각해왔어~ 뭐든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같은 얘기를 들은 기분이라 무척 고민되더라 ㅋㅋㅋ 즐겁긴 한데 막상 하나로 좁히려니까... 세아가 만년필 고를 때를 보고싶어. 가게에서 골랐는지, 인터넷으로 샀는지, 재질이나 형태는 뭘 보고 골랐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 아직 답레도 쓰고 싶은데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세아는 산타를 믿냐는 질문을 희인주가 했었고 내가 대답한 적이 있었지~ 그ㄸ랑 지금의 대답은 조금 다르지만~! 인종문제에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편이야 과학과 사회학은 좋은 무기지.
>>254 지금으로서는 산타의 개념이 주는 유익성(아이들에게 선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특별한 날을 만드는 역할, 등)을 인지하고 있으니까 적당히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로 대해주지 않을까~ 어린이집 봉사활동은 안 갈것 같지만 (왜냐하면 어린 인간들의 연약함과 그에 대비되는 자신의 위치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린이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