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에너지 변환율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결국 그것도 익스파. 그것도 A급.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제 익스파도 한계가 분명하니까요."
체력으로 변환이 가능하다고 한들, 그것이 무한정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아닐 거라고 추측하며 소라는 걱정어린 목소리를 내비쳤다. 수 시간도 더 넘게 가능하다니. 일단 체력이 먼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혹은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하니 자연히 그녀의 고개가 도리도리 저어졌다. 익스파는 결국 뇌파. 즉,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사람마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으니 금방 지치고, 덜 지치고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무한적인 에너지는 절대로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살았던 거예요? 시골에서 지냈어요?"
요즘 시기에 산 속에서 사는 이가 있긴 한걸까? TV에서나 보이던 이가 실제로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건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산 속에 비하면야 당연히 좋지 않을까요? 여긴 도시니까요. 그것도 정부 차원에서 직접 추진한 환경도시. 아무리 그래도 산 속에 비하면 당연히 시설면에서는 훨씬 좋다고요. 자랑스러운 고향이에요. 그래서."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라는 근처에 있던 샌드백을 바라봤다.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 아주 살짝 반짝였다.
대 익스퍼 전담팀이라니. 영화나 만화에나 나올법한 경찰 조직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도 믿지도 않아줄 것이다. 물론 익스퍼의 존재 자체가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비밀이므로 말하면 안되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능력을 나쁜 쪽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활용할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알 수 있는데 그들의 범죄를 수사하고 체포한다라 ...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오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선배님은 아닌데 말이죠. "
대학 후배도 아니고 경찰 업계를 나보다 늦게 들어온 것도 아닐텐데. 하지만 그렇게 부르는게 편하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선배 소리는 대학 때 많이 들었으니 남들처럼 막 좋아라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남이 날 부르는 호칭에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편한대로 부르는게 장땡이지. 좀 친해지면 이름으로 불러줄 수도 있고.
" 일할때 편하다고 하셔서 워커홀릭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일할때 가장 편하다 ... ? 내 상식 선에선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의 얼굴을 마냥 웃으면서 바라보기만 한다.
두 다리로 섰을 때부터. 즉 아무리 못해도 1살 경이란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때부터 훈련이라니. 경찰로서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아동학대의 환경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지금 와서 찾아가서 체포니 뭐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괜히 기분이 좋지 못한지 소라의 표정이 살짝 찌푸러졌고 한숨을 약하게 쉬었다. 정말로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그녀의 입에서는 더더욱 그 관련으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뒤이어 가만히 동환의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왜 굳이 그렇게? 개인적인 사정을 캘 마음은 없었지만, 요즘 시대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듣다가 다시 한 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생동물이 살법한 곳에서 산다니. 대체 얼마나 깊숙한 곳에서 사는 거예요? 청해시가 아무리 환경도시라고 해도, 야생동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법한 곳이라면 이미 청해시와는 거리가 먼 어딘가 아니에요?"
아무리 환경도시라고 한들, 어쨌든 도시는 도시였다. 야생동물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가는 듯 하다가 소라는 동환의 말에 가만히 웃었다.
"사실상 이웃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웃집인 것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좀... 후훗. 그만큼 친숙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게요. 일단 고향이 같다는 의미로 말이에요."
뒤이어 소라는 바라보고 있던 샌드백을 가만히 바라보며 발로 힘껏 걷어찼다.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보아 아주 잠깐이지만 익스파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펑-! 하는 소리가 울리며 샌드백은 정말 높게 솟구쳤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고 소라는 오른발을 가볍게 허공에서 흔들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생각보다 탄력이 좋네요. 이 정도면 훈련을 할 때 갑자기 펑 터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네요."
>>317 주변에 있는 산을 사유지로 다 샀을 정도면 이미 보통 자산가가 아닌데요. (흐릿) 청해시의 경계에 맞닿은 외각 지대의 산이라면 가능하지만 내각 지대의 산이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환경도시인만큼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 허가되지 않은 개발을 못하도록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는 설정이거든요.
아니. 그런데 꼭 과거사가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여러분! 비설 같은 거 없어도 된다구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비극적인 설정 부여하려고,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거 부여하려고 만드는 비설은..꼭 있어야 되나..라는 그런 생각이라서. 물론 캐릭터의 서사에 꼭 중요한거라면 이야기는 다르긴 하지만요.
>>333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제 막 두 다리를 섰을 때부터' 라는 것인 시점에서 심각한 아동학대가 맞아요. 다만 소라는 옛날 일이니까 일단은 넘어간다 주의고요. 사람이 언제 두 다리로 서는지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집안이 단체로 잡혀가도 할 말이 없는 사태이기도 하고요.
말을 놓는게 편하면 놓아도 좋다는 그 말에 소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이어지는 말에 그녀는 작게 입을 막고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불편한데 일부러 말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뒷짐을 지며 그녀는 그의 앞까지 바로 다가간 후에 뒷짐을 풀고 가만히 고개를 올려 바라봤다.
"학교나 그런 곳에선 나이가 높다고 말을 낮추는게 자유로울진 모르지만 여긴 사회에요. 동환 씨. 물론 계급이 높고, 나이가 높으니까 말을 놓는 이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압도적으로 차가 클 때의 이야기에요. 여기의 사람들. 다 20대잖아요? 그리고 동환 씨는 저보다 여섯 살 연하. 나이 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인이라면 서로를 존중하는게 기본이에요."
적어도 자신은 불편한 것이 없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편안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살며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후에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여전히 시선을 맞추기 위해 목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전 프리한 것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쉽게 놓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아. 예성이야 저와 중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애거든요. 그리고... 대학 시절에 친구로 지냈던 언니와 동기도 있으니가 사적이라면 그 사람들에겐 놓을 수도 있지만 공적이나 이런 자리에서는 말을 높이고 있고요. 아무튼 동환 씨도 팀 멤버고 사회인인 이상, 존중받을 이유가 충분해요."
>>338 그러니까요. 설사 1살이 아니라도 어린 아동에게 전에 들었던 묘사대로 훈련을 시키면 진짜로 아동학대로 잡혀갈 수 있어요. 적어도 경찰의 입장에선 묵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다 큰 성인이나 그에 준한 이가 혼자 강해지기 위해서 그렇게 훈련하는 거라면 또 모를까. 여긴 어디까지나 현대사회니까요.
"그렇다면 동환 씨는 동환 씨가 할 수 있는대로 존중을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말한대로 존중이나 그런 건 여러 방향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지휘자라고 해서 요즘 함부로 말 놓고 그러면 뒷말 엄청 나온다구요. 후훗."
괜히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정말로 친한 이라면 사적인 자리에서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공적인 자리에선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며. 자신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해둔 선을 은연 중에 밝히며 그녀는 자신의 단발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면서 이어 들려오는 말에 대답했다.
"실제로 신생 팀이니까요. 아직 팀으로서 뭉친지 1주일 정도밖에 안 지났어요. 이 정도면 신생 팀 아니겠어요?"
한 달, 두 달.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신생이라는 딱지는 떨어지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며 그녀는 다른 시설을 가만히 바라보다 저 편에 있는 사격용 표적지를 확인하며 자신의 큐브웨폰을 꺼냈다. 이어 그것을 권총 형태로 변형시킨 후에 조준을 하다가 다시 큐브 상태로 돌리며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육체적인 단련도 중요하지만 경찰은 사격도 중요하니, 사격 연습도 꼭 하세요. 알았죠? 가끔 팀 전원에게 시켜서 성적을 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