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운 계산따윌 할 줄 몰랐다. 단지 날 건드렸기 때문에 싸웠고, 나를 비웃기에 까내렸으며, 나를 나락에 빠트리려 했기에 똑같이 해주었을 뿐이다. 머리 아픈 일 대신 그에 두배로 상대에게 돌려주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잔혹하다 했다. 웃긴 것은 그들이 날 건드렸단 사실은 간단히 묵살되었고, 내가 본 피해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었다. 단지 저들이 본 차이는 두가지였다. 나는 헌터였고, 저들은 아니었다.
그 순간, 유리아의 청각을 뚫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장난스런 듯 하면서도 진지하고, 쾌활한 듯 경쾌하지만 우울하고, 술에 취한 듯 떨리면서도 청아한. 그런 목소리. 뒤라의 목소리입니다.
- 첫 어릿광대들이 대부분 어떻게 죽는지 알아? 불기둥에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몸의 일부분이나 옷이 끼어 불이 붙어버리면, 몸을 파닥거리다 죽어버리지.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하기도 괴로워하기도 한다고. 그런데 명백히 저쪽은 즐거워하는 쪽이야. 왜냐면 자신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것이니까. 개미가 죽는다고 우리가 슬퍼하진 않잖아?
>>674 "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내 지인 이야기야. "
지훈은 천천히 기억을 되새겨줍니다.
" 첫 재현형에서 왠 남자가 죽어있는 채로 시작했다고 해. 19세기 런던 특유의 암울한 느낌에, 남자는 품에 사진과 독약을 쥔 채로 행복한 미소로 죽었다고 해. 사건은 세 개의 길을 주어지고, 하나는 악기점으로, 하나는 거리로, 하나는 그의 집으로 이어졌지. 어찌저찌 잘 해결되나 싶을 때. 게이트가 붕괴됐어. 왜인지 알아? 내 지인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갔던 가게 주인이 너무 계획을 자세히 안다 싶더니, 알고 보니 공범이었던 거지. 그래서 게이트는 붕괴되고 다들 해결하지 못하고 쫓겨났어. 그 사람들 중 하나는 내가 정말 잘 하는 사람이야. "
베네토의 성녀, 이하루.
" 미친 다윈주의자는 목을 떼면 뒤지지만 재현형은 아무렇게나 목을 뗐다간 게이트가 망념 붕괴를 일으켜서 더 문제를 발생시키겠지. 그리고, 그 중 절반은 제대로 탈출하지 못하고 죽을테고말야. 3세대 중에서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그녀도, 재현형에서 그런 일을 당했어. 괜히 가디언이고 헌터고, 재현형이라면 치를 떠는 게 아니지. 셜록 홈즈를 괜히 데려가는 게 아니기도 하고. "
셜록 홈즈는 가디언들이 지니는 특화 중 하나로, 추리와 해석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니는 호방 보조 특화중 하나입니다. 그런 이들을 무조건 데려갈 정도면..
지훈의 설명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점은 이거였다. 재현형 게이트는 성녀도 실패할 정도로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핵불닭이며 미친 다윈주의자보다 더 상대하기 곤란할 수 있다. 그리고 재현형 게이트를 돌파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은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추리력, 게이트 안에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해석하는 현명함, 숨겨진 힌트를 알아낼 수 있는 관찰력 정도다. 맨 마지막 정도는 무리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긴 하겠다만... 토오루는 자신이 그렇게 머리가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된다! 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관님. 최대한 주의하겠습니다."
#교관님 앞에서 열심히 고뇌해봅니다. 스킬 없이 자신의 의념 속성만을 이용한 관찰이 일반적인 재현형 게이트 안에서 얼마나 통할지...?
어쩌면, 이게 헌터의 삶일지도 모르겠네요. 타인에게 도움을 바라거든 그에 걸맞는 가치를 내놓아라. 라는 건가요? 그럼 제게 가치가 있을만한 건... 잠깐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에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하지 말라는 그 말씀의 주인공은 저의 뒤라님이시네요. 마치 하나의 얼굴에 여러 명의 표정을 가진 것 같은 목소리세요. 귀가 황홀해지는군요... 하지만 그 내용은 좋은 가르침이에요. 저쪽은 즐거워하는 쪽이라... 그렇군요. 그런 거라면, 즐거움을 줘도 되겠지만 뒤라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저는 안 하겠어요!
"어쩔 수 없네요~ 할 수 없다는 사람보고 하게 해달라고 바짓자락을 붙잡고 애원하는 건 추하니까요.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볼게요. 그 편이 더 즐거우실 것 같고요."
이건 나중에 뒤라님께 감사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하르트만 교관님께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조금은 신난 발걸음으로 빠져나가요.
>>692 준혁은 그 순간에 빠르게 움직여보려 하지만, 상대와의 레벨 격차 때문인지 틈을 내어줍니다. 날카로운 검이 준혁의 오른팔로 향하고, 그 검이 선을 그어 준혁을 절단장애 2급으로 만들어 영원한 연금 대상자로 만들려 하지만..
순간 영관급 가디언의 손에서 쏘아진 의념에 의해 검이 하늘 높게 떠오릅니다.
" 피곤하게 하지 말자고 했잖아. "
순식간에 준혁을 밀고, 상대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곤.
의념 발화 - 경
방출합니다.
쾅!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칼을 든 남자가 간단히 벽에 쳐박혀버리고, 그는 주머니에 넣었던 한쪽 손을 꺼내어 준혁에게 뻗습니다.
" 소령 알렉스 데거웰입니다. 국제가디언법령에 따라 임시적으로 당신의 보호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다치거나 문제 되는 곳이 없으시다면 지금부터 상대의 제압에 집중하게 됩니다. 문제 있으십니까? "
그는 상대에게 한 것과 달리, 매우 부드러운 말투로 준혁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 야. 수혁아. 저새끼 의념 묶어버려. " " 얼마나요? " " 48시간. " " 와.. " " 민간인한테 칼 휘두르려 했잖아. 즉결처형 아닌 게 다행이지. "
알렉스는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손목을 준혁의 눈에 맞춥니다. 가디언 '알렉스 더거웰'의 연락처가 등록되었습니다!
" 이후 처리는 이 번호로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디언들은 언제나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존속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693 수련장에선 이미 나온 채입니다! 도기는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696 거리의 개념과 전투에서의 사용.
사실 전투에서 거리라는 개념에 대해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공격 거리를 생각하곤 해. 예를 들어 권법가라면 자신의 팔이 뻗을 수 있는 거리와, 당길 수 있는 거리. 특별한 수단이 있다면 원거리로 공격할 수 있는 거리 등. 하지만 이런 거리를 벗어나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안심거리'가 등장하게 되지. 왜. 가끔 헌터들은 그런 생각을 해. 칼을 들고 있으면 칼의 범위랑 상대가 내는 속도를 가늠해서 이 정도 거리에 있으면 되겠다. 이정도 거리에서 상대하면 되겠다 같이 말야. 사실 그런 것들이 딱딱 지켜지진 않아. 물론 일부 중열이나 후열은 이런 거리를 판별하는 기술을 가진다곤 하지만, 그런 기술은 길드에서 밀어주며 가르치거나 우리 학교에서도 장학생들에게만 전수하거든. 그렇지만 모두가 이런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냐. 그러니까 하는 얘기지만. 떨어져 있으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까이 있다고 무작정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말란 이야기기도 해. 특히 이런 것들을 전투로 가져왔을 때 가장 간단히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상대가 지능이 낮다면 재빠른 움직임의 반복은 적을 흥분시키기 좋아. 상대가 지능이 높고, 경계가 강하다면 거리를 벌린 채로 차분히 움직이거나 빠른 속도로 압박한다면 상대는 경계를 살리느라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겠지. 그냥 싸우라는 게 아니야. 상대의 습성을 살피고, 거리의 개념을 응용할 수 있어야 해. 이런 것을 잘 이용하면 상대를 살필 시간이나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거든. 그러고 나면.. 상대를 내가 먼저 움직이게 할 수도 있지.
도발(F) 상대를 도발하여 공격 우선도를 변경시킨다. 대신 적의 공격력이 일부 증가한다.
습성을 이용하고, 생각을 통틀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게 해. 그게 전략이고. 또한 전투 방법이야. 진짜 전투는 쉽고, 피해 없이 이기는 게 좋은 거야.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