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운 계산따윌 할 줄 몰랐다. 단지 날 건드렸기 때문에 싸웠고, 나를 비웃기에 까내렸으며, 나를 나락에 빠트리려 했기에 똑같이 해주었을 뿐이다. 머리 아픈 일 대신 그에 두배로 상대에게 돌려주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잔혹하다 했다. 웃긴 것은 그들이 날 건드렸단 사실은 간단히 묵살되었고, 내가 본 피해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었다. 단지 저들이 본 차이는 두가지였다. 나는 헌터였고, 저들은 아니었다.
>>558 게이트학 교관은 '메리 하르트만'입니다! 메리 하르트만은 붉은 홍차를 입에 머금고, 무언가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슬쩍 유리아가 바라보려 하더라도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그 내용이 한참 노이즈가 끼어있긴 하지만요.
"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을 때 다시 만났네요. 그렇죠? "
메리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유리아를 바라봅니다.
" 반가워요. 당신. 그리고 뒤라. "
>>560 파파넬라에 대해 검색해봅니다.
식물형 몬스터가 자주 등장하고, 딱히 자신들을 건들지 않으면 선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끔 먼저 공격하는 녀석들이 있긴 한데 영양제 같은 것을 주면 달라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몇몇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식물형 몬스터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건네주는 것으로 물물교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낮은 확률로 보스가 발생했을 경우 비선공이던 녀석들이 선공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쉬운 난이도로 보입니다!
>>578 그대. 돌아가다. 숙소. UHN. 제공하다. 특별반. 이제 몇 번짼지 모른다. 아무튼 집이다.
>>584 한때 교육의 메카였던 대치동에는, 이제는 헌터가 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미리내고를 시작으로 수많은 헌터 아카데미가 있는 공간에는, 알 수 없는 가라앉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뛰어난 헌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살아남으려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임이 느껴지는 감정들. 어쩐지 비웃음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무언가 찾는 것이 있나요?
>>585 "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가디언의 제1목표는 시민의 안전이니까요. "
부드러운 미소로 태호의 상처를 치료한 직후. 태호는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벼움을 느낍니다.
" 육체에 꽤 많은 피로가 쌓였더라고요. 특히 팔 쪽에 많은 무리를 받으시는 듯 해서 저 나름대로 치료해두었습니다. "
의념을 움직이고 있지 않음에도, 조금도 삐걱거리는 부위가 없습니다.
" 물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일반인이라면 치료 과정에서 의념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응급 치료를 마친 뒤 병원으로 이송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치료 마쳤습니다. "
그는 자연스럽게 태호를 일으켜줍니다. 태호의 괴력도, 이 남자에겐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테이터스의 차이보단.. 압도적인 레벨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같습니다.
>>589 특별반으로 이동합니다. 평소의 왁자지껄함보단, 조용함이 가득한 특별반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으음..
>>599 -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의 외모와 분위기라는 간단히 변할 수 있고 영구하지도, 불변하지도 않는 껍질만을 가지고 사랑을 속삭이는 작자들이 말이에요. 심지어 이들은 나를 물건처럼 대하려 하더라고요. 네가 범죄자인 것을 안다. 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신고하겠다. 같이요. 처음에는 네네 하고 넘기려 했죠. 왜인지 알아요? 달링이 사고는 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까요. 역겨운 입으로 소리를 짓걸여대든, 말을 하건, 그런 거는 상관 없어요. 달링이 내게 부탁한 거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거였으니까요.
몽롱합니다. 목소리는 조금의 노이즈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단호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제일의 목표는 당신의 곁을 지키는 것이고, 제이의 목표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가치는 제삼을, 제사를 넘어. 그 뒤 어딘가에 있어 지나지 못할 것입니다.
- 그런데요. 이들이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의념 각성자를, 그것도 정의 타령하는 가디언 후보생들을 죽이지 않았냐고요. 저에게 그리 말하며 한 얘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저에겐 자질이 있데요. 의념 각성자니까, 우월하니까. 헛된 지식을 가진 이들에겐 때때로 계몽 역시도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물었죠. 내가 당신들을 따라가면 당신들은 내게 무엇을 해줄건가요? 하고요. 그들은 내게 말하더라고요. 지금 내 목에 있는 이 개목걸이를 풀어주겠다고요. 웃기는 얘기지 않아요? 이 목걸이가 있으면, 달링의 분노와 슬픔. 그런 감정들이 번개처럼 날 찌릿하게 울리게 해서.. 내 감정을 깨워주곤 하니까요. 맞아요. 이 사람은 나보고 얘기한 거예요. 내가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결국 저는 쓰고 버릴 장기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까진 괜찮았어요. 사랑하니까요.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무엇이 중요하죠? 나를 당신이 개처럼 몰고 다닌다 하더라도, 그렇게나 나를 소유하려 한다면 난 기꺼이 당신에게 줄을 쥐여주고 바닥을 길 수 있어요. 당신의 욕심이 기꺼이 나에게 향한다면, 난 그 욕심의 모든 것에 날 물들이려 하겠죠. 그렇게 하여, 내가 당신으로 가득 차버리고 나면. 그때의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행복해서, 미쳐버려서, 즐거워서.
광증. 피를 본 베로니카의 감정상태가 복받친 것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 그래서 거절했어요. 싫다고 했어요.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당신 곁에 있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그럼 당신을 죽이겠다고, 누구보다 처절하게 죽여버리겠다고. 자신들을 따라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가치 없이 죽어 마땅한 벌레새끼들이 당신을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내 사랑. 나의 빈센트. 나의 구원자. 당신을 죽이겠다고 말했답니다.
베로니카의 웃음소리가 통화를 타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 그래서 물었어요. 왜? 어째서? 내가 따라가지 않으면 어째서 달링이 죽어야만 하나요? 그렇지. 달링도 같이 하면 어떨까요? 달링은 지루함을 많이 느끼니까, 그들이 말하는 하등한 것들을 향해 불을 쏘고, 세상을 태우려 한다면 조금은 덜 지루하지 않을까요? 그리 물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말하더라고요. 당신은 별 가치가 없데요. 내 개목걸이에 불과한데요. 그 개목걸이는.. 내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당신인데.
- 그래서 죽였어요.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려고요. 당신을 무시했으니까요. 내 사랑을 더럽히려 했으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잃게 만들게 하려고 했으니까요. 당신을 내가 더는 사랑할 수 없게 하려고 했으니까요. 그걸로 이유는 충분해요. 내 목숨따윈 얼마든지 좋아요. 당신이 내가 질린다면 단호히 내 이름을 말하며 죽으라고 해주세요. 괜찮아요. 당신의 목소리로, 차라리 죽어달라고 말한다면. 적어도 마지막으로 당신에 의해 죽게 해주세요. 내가 구원받았던 그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죽는 것은 무섭지 않아요. 내가 두려운 것은 다른 게 아니에요. 나보다, 당신이 먼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게 되는 것. 다시 그 칠흑뿐인 컨테이너 속에서 손발이 묶인 채,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만 같은 감각으로 구원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싫으니까요. 그러니까. 죽으라고 할거면 달링으로 죽게 해주세요.
그르륵, 그륵, 숨이 끊어지는 소리. 더이상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소리. 그 목소리에서 누구보다 사랑에 찬 채, 고백하고 있는 소녀.
- 그러니 달링. 사랑해주세요. 거칠어도 괜찮아요. 부드러우면 더 좋아요. 부족해도 좋아요. 그 모든 것을 만족할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래도. 마지막에는 저를 봐주세요. 저를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저는.
주위 풍경을 둘러보았을 때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숲이다' 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울창한 나무들입니다.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은 채 바람에 타고 흔들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요. 몇몇 나무들은 나른하다는 듯 살짝 기울어 빛을 받기도 하였고 새들을 팔에 얹은 채 같이 놀아주는 나무들이 눈에 보이곤 했습니다.
" 새.. 사람.. 이다.. "
그 중, 소나무를 닮은 듯 보이지만 덩쿨을 가득 휘감은 나무가 나뭇잎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따발총처럼 쏟아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빈센트는 참을 수 없는 광증을, 전염될 것 같은 광증을 느꼈다. 들리는 말을 보아하니 민간인이 아니라 범죄집단을 죽인 게 그나마 수습은 쉽겠다, 생각하다가, 더 듣다가는 그 광기에 자기까지 밀려들 것 같아서, 죽으라면 죽겠다, 부분에서 귀를 떼버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반대편이 조용해졌을 때쯤, 빈센트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다가 일단 그녀를 찾기로 한다.
"...베레니체. 긴 말은 안 할게. 첫째, 지금 너가 어디 있는지 말해. 둘째, 대체 거기서 뭔 일이 일어난건지 UHN에 보고할 수 있도록 기억을 더듬고 있어. 죽으라는 명령도 듣겠다는데, 이것도 못 수행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