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단호하게 틀렸다를 말할 수 있어야 옳은 집단이라고 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것은 없다. 잘못된 문장 속에도 옳은 단어가 있고 옳은 단어들로 고쳐나가면 결국 문장은 맞는 문장이 된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겠고, 상대가 참지 못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틀린 것과 다른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공감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와, 공감하되. 다른 의견의 차이는 극명하다.
"네. 하지만, 저는 지한 씨를 믿었죠. 그때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제 불을 멈추시지 않았습니까."
의념으로 만든 불마저 멈춘다면, 의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저 사물들을 멈추는 것이야 얼마나 쉽겠는가. 망념의 증가치는, 아마 오차범위조차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할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옆으로 비키라고 하거나, 아니면 패딩이라도 입혀줬을 것이지만, 빈센트는 그녀를 믿었기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좋은 구경을 했다는 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말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순서대로 터뜨렸을 뿐 동시에 터뜨린 건 아니니까요."
온전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했을 뿐, 만약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신지한에게 다시 말한다.
"그리고... 아까도 말한 것 같지만, 벨로 토벌 때는,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신지한 씨."
소년은 간파 기술서를 품에 안고서 기쁘게, 동시에 조금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보답임은 훌륭했으나 한 일에 비하면 다소 과하게 받는 기분도 확실히 들었고. 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년이 생각할 무렵, 결계가 풀리고 에릭이 등장했다. 내뱉은 말은 별로 좋은 느낌은 없었다.
토오루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꼭 직접 칼에 베이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엘터를 봤을 때와는 달랐다. 그 때는 자신에 대한 불쾌감은 느껴졌을지언정 이렇게 잘못 건드리면 단단히 잘못될 것 같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평소의 한지훈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상태인데 굳이 말을 걸고 싶지는 않았던지라, 토오루는 지훈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조심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렇..습니까." 물론 보스 몬스터는 멈추지 못했지만(마도에 스킬까지 보조되었어도.. 무리였을지도.) 부서진 도자기 파편들이 날아오면 살짝 쳐내는 것을 했고 성공적이었으니까. 의문은 사라져도 좋을 듯 싶다.
"부족한 점이 많다면 그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이십니까." 응당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발언에 그럴 것이냐고 당돌하게 말하는 지한입니다. 벨로 토벌 때에 대단했다라는 말은 역시 경험이 많아 보였던 태식 쪽이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지한이지만. 여기에서 전 아닙니다. 라고 하기엔 지한은 애매합니다.
"빈센트 씨 또한 대단했습니다. 핵이 드러난 공격이라던가 말입니다." 빈센트 및 다른 분들을 띄워주기로 결정한 지한이 말을 이어갑니다. 태식 씨나. 유나 씨 같은 분들 또한 다 잘해주었기에 토벌에 성공한 것이겠지요.
>>285 교관을 만나러가는 게 '좋다'는 건 아닐거예요! 뭘 할지 막연하다면 교관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감을 잡을수도 있겠지만, 다른 행동을 하셔도 좋은걸요! 말그대로 자유행동! 좀전에 나온 상태창을 보니까, 신도들과 사이가 별로인 느낌인데.. 광신이 메인 특성이기도 하니까 신도를 만나보고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거나.. 하는 방향도 있겠네요! 그쪽으로 어떤 스토리가 이어질수도 있겠구요!
"사실, 모험주의적인 결정이었죠. 머리는 신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가슴은 스릴을 즐기고 싶은 상황에, 가슴이 이겨버렸거든요. 만약 운이 없었다면... 낭비였겠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그 때는 재미있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재미있었지만, 그 불타던 열정이 식은 지금, 이성이 뇌의 지분을 더 크게 차지한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정말로 심각한 도박이었다. 핵이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핵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잔해들을 치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민보다 행동이 앞서야 할 때라고 생각해 잔해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빗자루라도 가져올 걸 그랬군요..."
혼자서 잔해들을 치우고 있던 빈센트는, 다시 바빠졌다. 모든 것은 불타건, 아니면 원상복구되건 해서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빈센트의 생각이었기에. 빈센트가 치우던 중에, 신지한에게 넌지시 묻는다.
이 긴장감...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시험관 앞에 서는 기분은 왠지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된 기분이에요. 속은 위축되더라도 겉으론 드러내지 않는다. 애써 당당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펴고 걸어간다. 교관님은 어디에 계셨죠? 느릿한 발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교관을 찾아봅니다.
"모험주의적인 성향이 있다는 걸까요" 지한이라고 해서 모험적인 성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운이 좋았던... 거라기보다는 그 상황에서는 둘 중 하나였으니 선택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판단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빗자루라면 청소용구함에 있지 않겠습니까?" 저쪽쯤에. 라고 손끝으로 가리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가지러 갈까. 라고 생각하던 중에. 들려온 말은..
"만날 기회는 언제나 있겠지만. 그것을 잡는 것은 재량이지 않겠습니까." 만날 기회라는 말을 하는 빈센트를 바라보며 말을 한 다음에 잠깐 뜸을 들이고는 빗자루를 들고 와서 쓰는 것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하며. 지한과 빈센트가 함께 슬쩍 치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