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단호하게 틀렸다를 말할 수 있어야 옳은 집단이라고 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것은 없다. 잘못된 문장 속에도 옳은 단어가 있고 옳은 단어들로 고쳐나가면 결국 문장은 맞는 문장이 된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겠고, 상대가 참지 못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틀린 것과 다른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공감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와, 공감하되. 다른 의견의 차이는 극명하다.
빈센트는 차갑게 이야기하고 도자기를 쌓는 데 모든 신경을 쏟는다. 이 잘못된 판단 하나가 위에 쌓은 도자기뿐만 아니라, 아래의 도자기까지 함께 끌고 죽을 수 있었기에, 빈센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신경을 날카롭게 연마했고, 그건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었다. 결국 그 도자기들을 다 쌓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도자기의 탑을 쌓고 나서야 빈센트는 상대를 지한을 바라볼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뜻밖의 상대를 보고 놀랐겠지.
"신지한 씨?"
빈센트는 헛기침을 하고 정식으로 인사했을 터다.
"그 때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수련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었죠. 이게 그 노력들 중 하나입니다."
'하긴. 집중할 때 대답을 해준 것도 나름 대단한 거 아닌가.' 집중할 때에 말도 듣지 못하는 것보단 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도자기를 쌓을 때까지 집중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저것 하나가 망하면 와르르고 도자기인 만큼 깨지면.. 이라는 것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수련의 일환인가요?" 어떤 방식인지 궁금해지네요. 라는 말을 하면서 건드리지는 않으며 가리키기만 합니다. 일단 쌓아둔 것이 생각보다 튼튼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익숙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요." 덤덤히 말하며 빈센트 씨야말로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골렘을 토벌할 때의 일이다. 한 번에, 한 번의 클랩을 신중하게 터뜨렸지. 하지만, 그 한 번, 한 번이 너무 따분했던 나머지, 빈센트는 순간의 충동에 몸을 맡겨 연속하는 여러 번의 클랩을 반복했다. 그 때의 그 느낌, 망념이 목 아래까지 차오르는 느낌과 막상막하로 싸우며 스릴을 안겨준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빈센트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지한에게 물었다.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번 한 번도 인상적이었지만(지한은 마도 사용자가 아니다) 여러 번의 중첩으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난 핵에 창질을 했던 것을 지한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망념을 웨에엑거리긴 했지만 뭐어때요. 그건 지한이 아니라 지한주가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 "그걸로 절 탓하지 않으신다면. 하겠습니다." 빈센트의 부탁을 듣고는 잠깐 침묵했습니다. 그리고는 답을 하네요. 이런 부탁을 못 들어줄 건 아니지만 해놓고서는 말을 바꾸면 곤란하지 않나요? 그래서 그런 겁니다. 빈센트가 답한다면 셋 세고 합니다? 라는 말을 한 뒤..
"하나. 둘. 셋." 셋을 세자마자 창으로 제일 아래의 도자기를 마치 젠가의 제일 밑을 날려서 빼는 것처럼 휙 날려버리려 합니다.
쌓인 망념은 없지만 아무렇게나 진행후기 써봅니다... 오늘 완전 캡틴 서비스 엄청난 것입니다...전반적으로 떡밥이 넘치는 알찬 진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한이 할아버지가 강산이를 먼저 알아봐서 깜짝 놀랐었지만 재밌었습니다. 신재원씨가 방식이 좀 그렇긴 하지만 나름대로 지한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골렘팟도 잘 싸웠고! 강산이와 필리는 각각 학교에 방문한 손님들을 만나서 선물 받았고! 라임은 수련장으로 숙련도 많이 올렸고! 성현이는 구경갔다가 회귀 전 기억을 왕창 떠올렸고...화엔은 하츠네에게 연락한 일을 계기로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가는군요ㅠㅠ... 한편으로는 다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구나 싶어요. 과연 검투사팟은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지한이는 할아버지에게 무사히 비전을 전수받을 수 있을까요. 토오루는 무사희 의뢰를 마칠 수 있을까요. 또 한지훈쌤의 연인은 무사히 생환할 수 있을까요. 모두 파이팅인 것입니다!!
"아, 괜찮습니다. 눈치 주려는 건 아니었어요. 저는 지금 보시다시피 쉬는 시간이라 괜찮고."
빈센트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자 급히 덧붙인다.
"음반은 여기서 취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 쪽에 음반가게가 따로 있긴 한데..."
강산이 고개를 저으며 음반가게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빈센트와 눈이 마주쳤던 악기점 주인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더니 시선을 돌린다. 다행히도, 다음 공연이 정해진 시간에서 지나치게 늦어지지 않는 한 그는 강산의 교류를 방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 기색을 살핀 강산이 안심한 듯 작게 휴, 한숨을 쉰다.
지한의 공격에 도자기 탑이 무너지고, 빈센트의 어두운 눈에 불꽃이 켜졌다. 저 땅 아래로 넘어지는 수십개의 도자기들을 빈센트의 눈이 간파하고, 그들의 위치를, 자신의 위치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산출해낸다. 하나, 둘, 셋, 넷, 순식간에 저들 중 어떤 것을 먼저 터뜨릴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 어떤 것을 터뜨릴지, 찰나의 딜레이에 의한 위치 변화까지 계산한 빈센트가 손을 퉁기고...
파삭! 쨍그랑! 쾅! 퍼펑!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수많은 도자기들이 땅에 부딪치기도 전에 연속해서 터진다. 그 어떤 도자기도 멀쩡하게 바닥에 부딪칠 권리를 허락받지 못했고, 수십 개의 도자기는 수만 개의 파편이 되어 비처럼 땅에 내렸다. 따닥, 따다다닥, 빈센트의 몸을 도자기 조각들이 툭툭 쳤지만, 빈센트는 눈을 감은 채, 그것을 세례처럼 받아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정적만이 남자, 빈센트는 지한을 돌아보며 말했다.
빈센트는 나중에, 베로니카에게 혹시 원하는 악기가 있냐고 물어보기로 한다. 생긴 것만 보면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비올라도, 첼로도, 하여간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클래식 음악용 악기란 악기는 다 잘 다루게 생겼다. 하지만 생긴 것만 보면 베로니카는 절대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를 악마가 아니었기에, 외모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그때, 빈센트의 PDA에 경보음이 울린다. 베로니카, 그녀가 왔음을 알리는 경보음이요, 혹시라도 그녀 때문에 죽을 이들을 위한, 미리 연주하는 장송곡.
"강산 씨. 혹시 필요할 때는 없다가, 필요 없을 때만 붙어있는 주변인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빈센트는 그렇게 물으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귀하와, 귀하를 고용하신 분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만 가봐야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