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자리에 끼어서 저 역시 왁자한 술판의 일원이 되었더니, 어느새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만 같다. 모르는 사이 저마다 가까이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니 과연 친목 다지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과 음식이 최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그는 어떤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 중 둘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조금 전 소집 안내를 했을 때 서류를 봐야 한다 말했었던가, 같은 소속이라지만 각각 지휘와 그 보좌를 맡았다면 일반 대원들보단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은 건 맞다. 밥은 드셔야 하는데,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늦는 듯하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어느 순간 그는 수저를 내려두고 따라둔 술을 홀짝였다. 예전이었더라면 이렇게 찔끔거리는 게 사내답지 못하다느니 하는 구시대적 발언을 몇 번이나 듣고도 남았을 텐데 이곳은 다들 자유분방한 듯하니 그게 참 좋다. 어디서는 허심탄회하게 이전 근무지 이야기―아마도 LA?―를 하는 듯하고, 또 어디서는 사이좋게 술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고. 새로운 직장에서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예감이 좋다. 저 혼자 딴 데를 보며 희망찬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곁에 누가 앉는 것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목소리가 들리고서야 그가 화들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아, 보이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던 사람이 드디어 왔다. "아!" 반가운 마음에 탄성부터 내고 나서 뒤늦게 인사를 했다.
"어서요세요~ 네, 고기도 맛있고 잘 마시고 있어요. 저 별로 취한 것 같진 않죠?"
그는 마주 웃으며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슬쩍 가리킨다. 그 말대로 은근한 열도 전혀 돌지 않는지 얼굴은 땀방울 없이 처음처럼 보송보송했다. 그보단 이게 아니지. 그는 소라가 젓가락을 들자 근처에 있는 빈 접시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물티슈를 가져와 옆에 두는 등 주변정리를 했다.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행동이 영 부산스럽다. 한창 세팅에 열중하는가 싶더니 소라의 물음에 잠시 손을 놓는다. 그는 습관처럼 익숙하게 한 차례 손을 마주치며 말했다.
"네. 아직 대화는 다 못 나눠봤지만 좋은 사람들 같아요. 마음도 잘 통할 것 같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인원이 많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네요! 스카우트 하시느라 꽤 고생하셨겠어요."
들려오는 물음에 그녀는 장난스럽게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적어도 소라의 기준에는 그렇게 잡혀있었다. 꼭 취한 사람들이 나는 안 취했어! 안 취했어! 라고 난동을 부리지 않던가. 문뜩 전 지구대에서 상대했던 취객을 떠올리며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익스파를 써서 킥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얼마나 들었던가. 하필 같이 일하는 이들 중 익스퍼가 아닌 이들이 많아서 참았던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녀는 오한이라도 걸린 듯, 으으- 소리를 내며 몸을 다시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세팅 안해줘도 되는데. 아무튼 고마워요.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준비과정도 널널했고... 사실 다 받아줘서 고마운걸요. 외국에서는 오기 힘들었을텐데. 일단 외국 분들의 힘도 필요할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였거든요. 이거."
익스퍼를 공개하기 전, 익스퍼의 범죄, 혹은 치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익스레이버는 당연히 정부가 추진할 정도로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만큼 다양한 인재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소라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스카웃을 했다. 때로는 전화로, 때로는 직접 찾아가서. 그때를 떠올리며 소라는 근처에 있는 캔맥주를 잡은 후에 그것을 따고 한 모금 시원하게 마셨다.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히네노 씨. 일본이니까 이렇게 부르는게 그 나라의 예의죠? 스카웃 받아줘서 고마워요. 이래보여도, 정말로 받아줄지는 저도 반신반의였거든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응해줘서. 응. 기뻐요. 익스레이버가 소집될 수 있도록 해줘서 말이에요. 바로 옆의 직속 후배 하나만으로는 팀을 결성할 수 없으니까요."
해서웨이의 물음에 자신의 근무가 어땠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본다. 경찰의 근무란 기본적으로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것...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다행스럽게도 일본의 질서는 이미 지켜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질서를 지킨다는 것보다는, 그것을 유지하고 수호한다는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야쿠자가 많아서... 그쪽과 얽히는게... 조금 많아요..."
그래서 생각나는 큰 사건이라고 하면, 그런것밖에는 없던 것이다. 유우카는 말해놓고 '국가품위에 문제가 되나...?' 생각했지만, 어차피 경찰들끼리기도 하고. 그것도 미국의 경찰에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 생각을 다시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