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소년은 지훈이 어째서 특별반에 묶여있으며 어떤 일을 해야 그가 지금 바라는 걸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의 입장은 현재 특별반 교관이며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폭도 특별반 학생의 행동의 보조, 겨우 그 정도에서 멈췄다. 무력 행위는 불가하며 헌터로써의 행동도 불가능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 현재, 유명한 범죄조직 다윈주의자들이 신 한국에 잠입한, 혹은 잡임 예정 상태이며 아마 다윈주의자들이 지금 세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 이는 대대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들의 세력이 어떻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되는 건 그 다윈주의자의 위협이 생각보다 강하여 예외 선언을 할 정도던가, 학교에 문제가 생,
거기까지 생각한 소년이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다윈주의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모르겠으나 이름으로 봐서는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건 확실하며 그에 맞춰 생각하면 의념각성자를 더 진화한 인류라 믿고 행동하는 부류임에는 틀림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각성자가 아닌 일반 시민은 열등종이며 진화한 각성자들의 지배를 바라고, 그런 부류는 대체로 계몽을 바라며, 이 미리내 고등학교는 그런 이들의 입장에서 참 먹음직한...
거기서 과한 생각이라고 판단한 소년은 자신의 사고를 끊었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되면 명분은 생기지 않을까. ..바라진 않지만.
"..실례했습니다. 과한 참견, 죄송합니다. 타인의 일에 신경을 과하게 쏟으며 참견하는 건 별로 좋은 게 아니라고 자주 듣긴 했습니다만...."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학교에는,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낮게 중얼거리는 듯한 소년의 이 말은 방금까지 했던 소년의 생각에서 나온 진심어린 걱정이었다.
"같은 반이라고 해서 다 친구인 건 어렵습니다." 진지하게 말하지만 넌 나중에 다 친구라고 할 거다. 그렇게 말하신다면 반박은 하지 않겠다는 양 더 말하지는 않지만요.
"음악은 안 듣는 이가 적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이.. 가수의 음악은 색이 좀 깨끗한 편입니다. 라는 알기 어려운 말을 하고는 냉동만두를 담는 태호를 봤습니다.
"냉동만두는 먹기 편하도록 제조되었습니다." "꽤 편하더군요." 뭔가 지한이라면 뛰쳐나오기 전엔 냉동만두 안 먹어봤을 것 같은 편견이 방금 생겼다.(10000gp를 봐버림) 냉동만두를 흘깃 보고는 이 브랜드는 안 먹어봤는데. 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하고는 담겨져 있는 것들을 확인 후. 빨간색이 빠졌다는 말을 합니다.
오늘의 주강산은 버스킹 중이다. 연주중인 곡은 파헬벨의 캐논이었다. 평소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가야금으로 연주할 수 있으면서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아무거나 켜던 그였다마는, 오늘은 유독 클래식이나 트로트의 비중이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평소와 같은 게릴라 버스킹이 아니라 악기점 홍보 알바 중이었으니 말이다. 악기점 앞에서, 악기점에서 빌린 가야금으로, 악기점 주인이 리퀘스트한 곡들을 연주하고 있었으니 평소와 그 선곡이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어쨌든 방랑 기간동안 함께했던 25현 가야금이 수명을 다해서 새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 강산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기회였다. 상태가 나쁜 가야금을 뜯었다가 소음공해로 신고당하거나, 혹은 연습을 영 못해 감을 잃는 것보다야 이런 알바자리가 있으면 뛰는 게 분명히 낫겠지.
곧 연주가 끝내고 쉬는 시간이 되자 강산은 관중들의 박수에 미소로 화답해 보인다. 관중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인 것도 같다. 저 사람 입학식 때 보았던가....? 강산은 빈센트를 보고 긴가민가한 듯 눈길을 주었다.
//현재 제가 상의 후 시트 정정본을 따로 시트스레나 위키에 올리지 않은 상황이라... 시트랑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잇을 수 잇으니 양해 부탁드림다...위키 고쳐야 하는데!
"긍정적이군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신과는 좀 다른 스타일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 여겨집니다.
"매우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게 되었네요" 노래를 아예 안 듣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정확하게는.. 길거리에 흐르는 노래마저도 안 들을 순 없으니까. 그리고는 가수와 음악의 이름을 알려달라는 말에는 알려줍니다. 근데 노래 이름을 알려줘야지. 투명한 듯 어른거리는 분홍색이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백퍼센트 없다고 할 게 분명한데.
"김치만두.."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그걸 통해서 스스로를 알아차렸다면 자아성찰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금 고민하는 듯한 태호를 보면서 자신도 계산해봅니다. 언제나 여유분을 조금 더 두고 이상 괜찮네요. 일단 3개를 사지 않아서 여유가 괜찮고..
"살 것도 다 샀으니 전 이제 계산해야겠네요." 빨간색..처럼 보이지 않는 물건 하나를 넣고 빨간색 클리어라고 하는 게 이상해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빈센트가 토제하고 있던 모든 불을 끄고, 다시 켜려는 순간, 좌표계를 설정하던 빈센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비명소리, 불타는 소리, 고통에 찬 단말마 같은 건 익숙했고 이미 예상했다. 그렇기에 빈센트의 집중을 깨지 못했지만, 이런 곳에서는 듣기 어려운 순수한 경탄의 박수소리는 예상 외의 것이었고, 집중이 깨진 빈센트는 박수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한 남자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비꼬려는 것은 아니고, 뭔가 빈센트에게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네. 우연입니다." 고양이를 따라가기로 결정한 것은 필연이지만 그 필연은 고양이를 보았다는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우연입니다. 아무튼 우연이라고. 성현이 명상하는 거를 보며 자신도 명상을 해볼까.. 를 생각합니다
"그 고양이가 저에게 따라오라고 해서요"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성현 씨를 본 모양입니다. 라는 말을 하는 지한입니다. 고양이. 쓰다듬어도 됩니까. 라고 물어보면서 조금 가까이 다가오네요. 고양이는 냐아거리며 발을 뻗어 성현이 내려다보면 볼에 발을 꾹 누를지도. 아. 촛촉촉한 냥젤리를 볼에서 느끼다니. 부럽다.
"아니면 그냥 앉아있어도 됩니까" 거절하셔도 앉을 겁니다만. 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아니 그럼 질문이 아니라 통보인데?
거대한 흙더미가 솟아올라 거인의 몸을 이루는 모습은,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순식간에 원래의 육체를 이룬 거인은 다시금 땅을 내려봅니다.
내구력이 나쁜 대신, 수복력이 빠르다.
이래서 흙으로 이뤄진 골렘이 싫다며, 태식은 투덜거리며 검을 쥡니다. 여전히 피를 머금고, 불꽃으로 피어나는 검을 쥔 채로.
러쉬
처음 몇 걸음은 땅을 딛고, 몇 초는 하늘을 유영하여 순간에는 검을 휘두릅니다.
서걱.
그으으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인이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두릅니다. 허리를 크게 베어버리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허리에도 없다. 태식의 표정을 살핀 빈센트는 손끝을 가볍게 비비곤 의념을 피워냅니다.
터져나라.
클랩!
선명한 폭발이 발생하고, 그 몸을 이루고 있던 흙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그 파편 중 일부를 타고 태식은 골렘의 몸체에 검을 박은 채, 아래로 검을 그으며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거인의 팔이 다시금 휘둘러지려는 순간. 지한은 창을 쥡니다.
지금.
창을 쥔 채로, 거인의 팔이 태식을 공격하려는 순간. 지한이 떠올린 것은 단 하나입니다.
선, 흐름, 부드럽고, 쳐내어. 하늘 높이. 흐름을 지배하여.
이루어라.
골램의 팔이 창대의 위에 닿고, 지한은 숨을 마십니다. 손 위에서 창대의 움직임이, 원을 그리며 회전하고. 그 움직임을 의념이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힘으로, 민첩함으로. 몸으로만 창을 이루려 하는구나.
익숙한 목소리에 지한은 이를 꽉 깨뭅니다.
때론 기술에, 때론 창대의 움직임에, 때론 창날의 날카로움에, 때론 바람의 움직임에, 때론 빛의 방향에, 때론 아픈 팔의 기울기에. 그 모든 것에 집중하여 창을 쥐고 펼치지 않는다면 창은 고인다. 누구나 창에 고이기 쉽기 때문에 창은 간단한 무기이고, 숙련되기 가장 쉽다 하는 것이지. 그러나 누구도 창을 쉽게 완숙된다 하지 않는다. 왜인지 아느냐?
팔이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부드러움 속에 창을 짓켜들며, 지한은 그 목소리를 다시금 이어듣습니다.
누구도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찌른다. 거둔다, 그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창이란 무기의 가치론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창의 완숙된 자들은 흔지 않은 것이다. 창의 모든 것, 상황, 환경. 그 모든 것을 네가 지배하고 다루어 네가 중심이 되는 것.
거인의 팔을 쳐내고. 지한은 땅으로 떨어지며 태식의 곁으로 움직입니다. 날아드는 지한의 팔을 붙잡으며 태식은 씩 웃습니다. 이 녀석들. 생각보다 유능하니까요.
이 모든 것을 이루는 경지를. 창의 끝이라 하니.
할아버지가 바라 마지않는, 자신에게 기대하던.
이를 니르바나라 한다.
니르바나 1/???????
지한은 땅을 짚습니다. 여전히, 자신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 조심해!!! "
유나의 목소리와 함께, 태식은 지한을 쥐고 빠르게 옆으로 피합니다.
쿵!
거대한 손바닥이 땅에 떨어지고, 태식은 거친 숨을 고릅니다. 두 다리도 아니고, 허리도, 배도 아니다. 그 말은 남은 곳은 상체와.. 머리. 둘 중 하나입니다.
가야금의 현을 퉁기는 손은, 그 손짓으로 여러 음악을 만들어냈다. 차분한 곡조로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을 클래식(딱 빈센트가 지망하는 삶이었다)이요, 옛날 사람들이 즐겼을, 다시는 오지 않을 게이트 개방 전의 과거를 추억하며 애타게 부르는 트로트요, 수많은 추억이 연속하고, 마지막에 현을 퉁기던 손이 멈추면서 연주 이후의 정적을 사람들의 박수가 채웠다. 거리를 메우는 박수 소리에는, 분명 빈센트의 몫도 있었을 터다.
"...음."
그리고 상대방의 기술에 심취해 현을 퉁기는 것을 보고 있던 빈센트는, 고개를 위로 돌려 상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저 우연이라고 지나치지 어려운 익숙함에, 그 얼굴의 주인이 누가 있을지 생각해본다. 옛날에 베로니카 앞에서 갓 잡은 게 신선하다며 닭을 도축하다가 (빈센트가 아니었다면) 죽을 뻔했던 그 사람인가? 아니면 빈센트를 속이려다가 실패해서 경찰에 불려간 그 사람인가? 아니, 아니다. 그 사람들은 옛날의 얼굴이고, 지금도 저런 외모를 유지할 리가 없었다. 계속 가능한 루트를 줄이던 빈센트는, 그 얼굴을 본 곳을 기억해낸다.
"특별반."
사람들이 쉬는 시간을 공연 끝으로 간주하고 흩어지는 동안, 빈센트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것이다.
"그렇군요... 박수 소리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친 변수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난다. 빈센트가 맞냐는 질문에,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방을 기억해낸다. 성현, 헌터라는 것을 빼면, 어디든 있을 법한 평범히 착하고 평범히 행동하는 모난 데 없는 사람이었고, 빈센트는, 마치 전국민이 철수와 영희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의 완벽한 평범성 때문에 오히려 그를 잘 기억하게 되었다.
"파이로맨서, 마법사, 마술사, 마도사,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죠. 개인적으로는 파이로맨서라는 명칭을 선호합니다만, 어떻게 불러도 상관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