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르 떨리는 그 떨림마저도 내 품 안에서만 떨라는 듯이 하의 팔이 새슬을 그러쥐었다. 숨이 막히거나 고통스럽거나 갑갑하지 않을 만큼 느슨하게, 하지만 자신이 정해둔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몇 차례인지 모를 자제심 없는 입질이 잠깐 멈췄다. 새슬의 목과 승모근 쪽에 마구잡이로 찍힌 빨갛고 흉측한 열꽃들을 하는 느릿하게 핥았다. 개가 주인을 한 번 물었다가 깨문 자리를 핥아주는 게 '내가 당장이라도 너를 해칠 수 있으니 까불지 말라' 고 엄포를 놓는 행동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잔뜩 물어놓고 나서 다독이듯이 핥아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진 행동일까. 아니 의미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기는 할까.
빛이 담기는 일 없이 새까맣던 하의 눈동자에 달빛이, 아니 달빛에 비친 새슬의 얼굴이 한가득 담겨서 일렁이고 있었다. 힘겹게 간헐적으로 숨을 비틀거리는 새슬을 바라보며, 하는 나직이 새슬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울어도 돼."
네가 떠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약속을 잊지 않도록. 새슬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팔을 들어 하는 새슬을 한 번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잔뜩 새겨줄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하고 중얼거리며, 하는 메마른 입술을 혀 끝으로 살짝 축였다.
"내가 너의 최악이 되어준다면, 네가 나보다 더한 고통을 받지 않을 테니까."
내가 너의 가장 밑의 돌바닥이 되어, 네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줄게. 하는 다시 입을 벌렸다. 새하얀 이빨들이 가지런히 반짝였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메말라 있던 것들을 서로에게 새겨주기 위해 다시 새슬의 하얀 목덜미로 달려들었다.
깨물고, 깨물면서, 하는 조금씩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자신이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긴 세월 동안 그가 앓아왔던 그 누구도 그렇게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 공복감과 공허함이 아침 햇살에 안개처럼 걷혀가는 것이, 마치 오랜 상처에 앉아있던 딱지가 떨어져나가는 해방감이 그를 휩쓸고 있었다. 그는 직감했다. 이제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주저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겠다고.
하는 문득 언젠가 교과서에서 읽었던 짧은 소설을 상기했다. 프로방스의 어떤 목동이 말했던가,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노라고. 그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났다는 것이, 자신의 돌바닥 같은 품에 누군가가 기대러 왔다는 사실이, 자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 그는 믿기지가 않았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면 무안했을텐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말 덕에 무안하지 않아서, 아랑은 조용히 미소했다.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을만큼, 아주 살짝만 머리를 기댄 것도 좋았다.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 ”
응이라고 대답하고 내려준 후에 사이다 캔을 가져가 내용물을 비우고 던진 것까지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개를 살짝, 정말 아주 살짝 젖히려는 시도를 하자마자 바로 뭔가 닿는다.
“ ...이건 너무 가깝지 않니~? ”
1cm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아랑은 두 발짝 정도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연호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두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가 되었을까.
힘든 건 조금 나아졌냐는 말에 애매하게 미소하곤 모자를 눌러 썼다.
“ 잠깐마안. ”
기다려 달라는 뜻이었을까, 그 말을 남기고 아랑은 자판기로 가서 이번에는 자기 가방을 열고 지갑을 꺼내 지폐를 넣고서 음료를 뽑는다. 이번에 뽑은 건 밀크티다. 마시려는 용도는 아니고, 눈가에 대고 있으려고. 거스름돈을 지갑에 넣고 손수건으로 얇게 캔을 감싼 후에 눈가에 댄다. 손수건을 가져오길 잘했지.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을 이미 보여버렸지만, 계속 보여주긴 또 그래.
“ 이러고 있으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
목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려면, 부기는 좀 제대로 빼고 가는 게 나을 것이다. 가족들이 걱정할테니, 부기가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도 해야 할 테다.
너의 말대로 도피했다고한들 내 잘못은 아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고 잔인하기에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걸 고작 어린 나이의 내가 버티기엔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저지른 일들아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네 말 한마디에 조금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말에 대한 재능은 내가 갖고 있는데 어째 너가 나보다 낫다.
" 서로에게 잘못은 없을테니까. "
지금 네 곁에서만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리자고 생각했다. 일부러 현실과 마주하고 고통받는 심신을 뒤로하고 너와 단 둘이 있다는 이런 상황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잠깐의 여유가 생긴다면, 버티다 부러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너는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네 얼굴을 잠깐 빤히 바라본다. 너는 어디를 붙잡고 있는거야?
" 조금 누나 같은 분위기는 맞아. "
너의 농담에 나도 똑같이 살짝 웃으면서 농담을 건넨다. 그러다 네가 한 말에 맞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손을 그대로 너의 허리춤에 두른다. 그리고선 내쪽으로 살짝 끌어당기며 너가 편히 안길 수 있게 하며 말했다.
" 얼마든지. "
네가 내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하면서 작게 웃어보인다. 뭐든 못해줄게 없으니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만큼 너에게 해주겠다는 마음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내 소중한 친구, 너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는 마음은 정말 진짜였는데. 안타깝게도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은 정말 동화에만 나오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건 너무 가까운것 같지 않냐고 말하자, 어쩐지 흥쳇핏 거리는 듯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직후에 그녀가 두 걸음 정도 더 멀어져서, 결국에는 세 걸음 정도 떵어진 듯한 거리가 되었다. 연호는 그건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신이 멀어진 것 만큼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 "
그녀가 다시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는걸 보고, 마실게 부족했는지 생각하려는 찰나에... 눈에 가져다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눈이 부었으니, 차가운걸로 붓기를 빼는건 좋은 방법이다.
" 얼굴이 안보이는건 아쉽지만.... "
아주 작게 속삭이듯이 말한 목소리. 과연 아랑이 들었을까? 들었든 듣지 않았던간에, 그는 아랑이 말한대로 벤치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을테다.
>>742 괜찮아요... (토닥토닥토닥) 답레보다 연호주가 안전하게 귀가하시는 게 더 중요한 걸요! >:D 퀼과 텀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한대로 느긋하게 주세요! <:3 이번 목표 중에 하나인 연호 응석 받아주기도 이미 했구... 자각하는 건 (이것도 목표이긴 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 둘까요?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리는 당신에게 그 이상의 추궁도, 질타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사실 조금은 바라고 있던 전개였으니까, 물론 평소에 생각해왔던 당신과는 제법 차이가 나는 성격이긴 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 대신 태연하게 자신의 말을 수긍해보이는 모습 또한 싫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쉽게 바뀔수 없다던데 자신이 이렇게 만들어버린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았을까, 물론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답해나가면 될 일이겠지만... 아직은 미미하게나마 그런 죄책감이 남아있었다.
"후후후후...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이상한 부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재능이 있네요~"
자신을 감싸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가는게 느껴졌을까, 가벼운 입맞춤 뒤에는 더 적극적으로, 그 잠깐의 온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가볍게 무는 감각 또한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더 원하게 되었던 걸까? 그녀가 바라고 있던 것, 그리고 당신이 바라고 있던 것이라 생각하자니 역시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그런 감정을 품는건 서로에게 예의가 아닐거 같았기에 더 마음을 담아 차근차근 나아가기로 했다.
"그것 참...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평소라면 어떻게든 잡아떼서 저녁 먼저 해결했겠지만, 벌써 몇번이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버릇으로 남기기엔 꽤 위험한 감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자신의 등쪽에 닿았던 당신의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춤추듯 리듬을 타면서도 감정에 솔직해지도록 부추기듯 쓸어내리자 오늘만큼은 당신이 던진 미끼를 바로 물러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나 큰 고양이를 낚았는데, 놀아주지 않으면 역시 섭섭하겠지요?"
잔뜩 가라앉아 열기를 띈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전해지면서도 그 말을 당신이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조심스럽게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던 그녀는 자신보다도 더, 마냥 뽀얗게만 보이는 당신의 팔을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당연하게도, 어떤 맛을 바라고 그러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이런 행동으로도 묘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753 어서오세요.. <:3 (토닥토닥) 나 좋아해? 하고 물어보면 한방에 자각할 거 같긴 하지만... (흐릿) 이건 또... 고민이 되는 레스... <:3 천천히 쓰겠습니다만... 연호주에게 묻고 싶은데 이번 만월 자각 없이 넘어가고 싶으세요, 자각하고 넘어가고 싶으세요...? 아니면 자각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으신가요? <:3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건 의지할 양이 나 하나라서야? 묻고 싶지만 묻지는 않았다. 왠지 이런 말을 꺼내도, 저런 말을 꺼내도 돌아올 대답이 조금 무섭다. 왜 무서울까. 너는 내게 무섭게 굴지 않으려고 애써주는데.
“ 저번은 어떤 거였어? ”
라고 물으며 아랑은 살금살금 다가가 거리를 좁혀 앉았다. 반사람 쯤에서 살짝 멈추었다가 성큼 더 나아가 1cm의 간격을 두고 멈추었다. 매번 다르다지만, 오늘 느끼는 건 외로움이라니까. 가까이 왔어.
“ 외롭다고 해서 다 양은 아니지만. ”
“ 네가 양이라고 느끼고 있으면, 오늘은 정말 많이 외로운 거겠지. ”
가까이 붙어서 조금 고민했을까. 음료를 반대편에 살짝 놔두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연호의 손을 조심히 감쌌다.
“ 닿아있으면. 덜 외롭지? ”
아랑은 희미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감싸던 손을 움직여 그의 손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몸을 아주 살짝 기울여 그에게 기대었을 것이다. 닿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아마 양처럼 덜 외롭지 않을까. 아랑은 아마 아까 전처럼, 그가 제 머리 위에 무겁지 않을만큼 아주 살짝 머리를 기대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기대왔다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756 ....??? 계피 우린 게 맛있... 나요...? (조금 충격) 으악... 미리 비상식량이랑 약을 준비 해놓으세요... 8ㅁ8 시아주도 비상식략이랑 약 준비해 놓으세요...8ㅁ8
>>7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빵 대사군요. 만약 이번 만월에 나 좋아해? 라고 묻지 않는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 만월 끝나고 알려주세요! 어... 써왔긴 했는데, 저 말들과 행동으로 연호가 자각할지는 모르겠군요 <:3 저도 연호주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토스!)
>>760 다 똑같은 색... ()() 다 무채색 후드집업과 저지일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튀는 컬러 하나 넣어주고 싶다) 어서오세요 문하주! >:3 그리고 옷장에 빈공간이 많나요....? 그리고 색깔 옷이 하나쯤은 있겠죠...? <:3 어서오세요 문하주~! >>762 (티미 냠냠) 잡곡밥... 흰쌀밥햇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건강이랄까 식단을 챙기고 있군요... <:3
>>763 져지는 확실히 다 똑같은 색이지만 후드집업은 의외로 색깔이 다 달라! 블랙, 그레이, 베이지 같은 무난한 색도 있지만 저번의 그 자칫 분홍색으로 오인받을 수 있는 주황색(아랑이에게 웬일로 분홍색 옷을 입고 왔냐는 말을 들은 뒤로 안 입고 있음)이랑, 검정색인데 후디끈이나 소매 시보리나 태그나 후디 주머니 솔기 같은 데에 노란색으로 악센트 들어간 거라던가, 헤링본 무늬(지그재그 무늬)가 들어간 거라던가 하는 패셔너블한 게 두 벌 정도. 나머지는 교복이나 트레이닝복 바지, 이런저런 이너웨어들, 겨울용 파카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의외로 일반적인 학생의 옷장과 비교해봤을 때 뭔가 막 심각하게 모자라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거야. 조금 허전한 정도? 색깔 들어간 옷은 베이지나 그레이, 차콜 같은 무난한 색들인데, 개중에 한두 벌씩 튀는 색이나 무늬로 된 옷이 끼어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