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소화.... 시켜야 하는데....(하지만 너무 맛있게 먹으면 바로 졸릴것 같아요... :3)
음음 탐정이라... 아마 연호 : 아니 조수님!!! 내 감이 이렇게 말하고 있어!! 지금 이 기차에서 뛰어내리면 밑에 범인이 있을 거라니까!? 조수 : 그러니까!!!! 그러다가 죽으면 범인이고 뭐고 끝이에요!!!!!! 연호 : 그럼 안죽으면 되지!!! 조수 : (울화통)
문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자신의 관할이 아니기도 했고, 원래 자신은 이런 데에 참견하거나 하는 성미가 아니었으니까. 공포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줄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문하는 화제를 옮겼다. 그러나 그는 이내 화제를 옮긴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연호가 당당히 자신에게 답례로 민트초코에 불닭소스를 섞은 것을 대접하겠다고 선언하자, 문하의 미간에 주름이 더 깊어졌다.
"답례가 아니라 벌칙이잖아. 대체 왜?"
그러나 자신의 반론도 듣지 않고 연호가 후다닥 편의점으로 달려가버리자, 문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발걸음을 재게 놀려 연호를 따라잡아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호가 종이컵에 무언가를 섞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말까지라면 어떻게든 고약한 농담이라고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해서 실행에 옮긴다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다─ 적어도 문하에게는. 문하가 장난이라고 용인해줄 수 있는 선은 그렇게 여유롭게 그어져있는 게 아니었고, 그는 이 정도의 장난에 어울려줄 만큼 유쾌한 성미가 아니었다.
"─탄산수 혹은 이온음료라고 했지, 그 두 개의 혼합물이라곤 안 했어. 그리고 이건 왜?"
문하는 불닭소스 병을 나꿔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보다 재미없는 녀석이라는 것을 충분히 말해두기로 했다.
"괴식 만드는 장난에는 나 못 어울려줘."
그리고 그는 연호가 섞고 있던 종이컵 안을 흘끔 들여다보았다. 적어도 연호가 아직까지 자신에게 직접적 악의를 표출하지는 않았기에 문하도 적어도 그것을 장난기로 받아주고는 싶었다. 그 '받아주는' 방법들 중에서 엄근진한 문하가 알고 있는 것이 '화를 눌러참고 합의점을 찾는다' 뿐이라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 종이컵 안에 탄산수와 이온음료만 들어갔다면 그것을 참고 마셔줄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 불닭소스가 들어간 기미가 보이면 주저없이 음식물 쓰레기 통을 열고 내용물을 쏟아붓겠지만.
>>33 >>36 체렌코프 현상이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방사능 수치가 엄청나게 높은 곳(ex: 원자로 노심)이 자체적으로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들 중 하나에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핵전쟁 혹은 핵사고로 멸망한 세상)도 있다구... ^p^ >>>이 작가님 인간이 싫다고 했었지<<< 아무리 봐도 문하가 집필한 소설이고, 극소수(1~2명)의 인간을 제외하고 모든 인간이 사망해 인류의 멸종이 확정되는 열린 결말일 모양...... 물론 문학적 재능이 딱히 없는 문하가 소설을 어떻게 썼을지는 몰?루
>>32 어쩌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상당히 시의적절하게 사용해서 이야기 전개를 개운하게 잘 끝맺은 걸지도 몰라. 그렇지만 데엑마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니 몇몇 독자들은 그 점에 불만을 가진 걸지도..
>>42 문하의 소설에 대해서라면, 그것보다는 일단 형식상으론 열린 결말이긴 한데 먹먹하고 공허하게 아 끝장났네... ㅋㅋ 하는 느낌 드는 그런...? 슬혜 시리즈는 슬혜다운 키워드가 나와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말대로 거의 모든 것을 풀되 맥거핀 내지 속편 떡밥을 남겨놓는(?)
조수가 울화통 터지는 엔딩이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육체파 탐정에... 두뇌파조수(두뇌파가 아니더라도 영고 상식인...)의 조합일 거 같기도 해요....ㅋㅋㅋㅋㅋㅋㅋ 음, 금아랑이 저 타이틀에 맞는 탐정이면... <:3 저주받은 일족의 신부... "언제까지 시치미 뗄 생각이죠?" 라고 후반부까지 베일에 쌓인 범인에게 단둘이 있을 때 물어볼 거 같아요. <:3 금아랑 : 언제까지 시치미를 뗄 생각이죠? 범인 : ...무슨 말씀이죠? 금아랑 : 이제 복수는 끝났잖아요, 신부님. 범인 :
>>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고나면 개운해도 비밀은 남는... 그런 전개가 있을 거 같네요... 혹하면... 탐정썰을 풀어주세요.... >:D 역시 오늘 진단 뒤에는 사람이 있어.... (끄덕) 전 저 타이틀도 너무 맘에 들어요... (흐뭇)
>>40 앗... 문하주 포스트아포칼립스에 대해 자세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하가 집필한 소설이냐구요..... 다만 이게 시리즈의 첫판이고, 인류가 멸종되고 이후에 (여러 산들고 사람들을 만난 이후에) 새로운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실까....? <:3 문하의 탐정썰도 풀어주십쇼... >:3
>>45 (아포칼립스 처돌이)(끄덕) 음... '문하가 자기를 모티브로 추리물 주인공을 서술한다면' 자기를 닮아서 말수 적고 음울한 모습일 거야. 아마 더 우울하고 더 염세적인, 왓슨 없는 셜록 홈즈가 아닐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시점에서 산들고의 문하가 추리물의 탐정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를 서술하자면...... 아마 추리물보단 액션물이 되지 않을까...? 셜록 홈즈 시리즈보다는 영화 <테이큰>에 더 가까운 추격액션이 될 거라고 생각해.
>>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포칼립스 좋아하셨어 >:D 왓슨 없는 셜록홈즈라니.......... ㅇ<-< 그건 안 됩니다.... (그래도 추리는 끝내주게 잘할 거 같다...) 테이큰은 안 봤지만, 액션영화...(히어로영화도 액션영화겠지 >:3) 는 봤어서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아요... 추격액션..... >:D (이건 영화로 상영되어야 하는 시리즈다)
탐정썰을 들었는데 왠지 다들 활약하는 시대나 나라가 다를 것 같기도 해요.... 문하는 현대 미국일 거 같고, 연호는 왠지 웨스턴카우보이 나오는 시대(미국 서부지방)일 거 같고, 아랑이는... 영국...? 정통고딕미스테리 배경일 거 같구 슬혜는 왠지 (타이틀 때문에) 일본 느낌이 나... 현대에 가까운 근대...? <:3
>>48 대충 <다이하드>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 느낌일까.. 아랑주 취향은 아닐지도 몰라 <:3c 히어로영화도 액션영화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액션영화는 초능력 같은 것은 없지만 그냥 잘 싸우는 인간들이 치고받는 그런 영화라.. 그 와중에 활약하는 시대/국가 캐해 찰떡인거 무엇... 아랑주는 캐해를 할 때에 해석하는 관점을 맛깔나게 선정하는 데 재능이 있어서 짱부러워
>>49 뭣 술을마셨어? 얼른 들어가서 쉬지못할까 천천히 줘도 좋으니까 느긋하게 해장하고 써달라구
>>49 아... 아랑이가 조수고 연호가 탐정이면 중간에 뒤바껴서 아랑이가 탐정되고 연호에게 조수 맡기지 않을까요? 머리 쓰는 건 아랑이가 하고, 육체적인 건 연호에게 맡기겠죠 >:3 그외에 또 조수나 잔신부름꾼을 고용하겠지만... <:3 (조수가 아니라 보디가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가 범인이라고 상정하고 썼는데... ㅋㅋㅋㅋㅋㅋ 호들갑 떨고 잡혀주는 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ㅁㅎ 12시 지났으니까 또 다른 진단 결과 나오겠죠?
탐정 【금아랑】 시리즈 추천 도서
"범인은 기다리면 자연스레 나올거야."
타이틀 : 『비틀린 장미 덩굴 저택』 한줄 리뷰 : 「제 입덕작품입니다.」 「두고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 「전작보다는 낫다. 전작보다는.」
>>50 ((아랑주가 안 본 영화가 세상에 너무 많군)) 초능력 없어도 치고 받고 잘 싸우는 영화라고 해도 상상가요.... >:D (왠지 차몰고 가다가 차로 들이박는 씬이랑 창문 와장창 깨는 씬도 생각나지만!) 엇... 찰떡인가요...?? (기쁘다! <:D) 제가 시대/국가를 찰떡같이 잡아온 건 (??) 다들 썰을 맛깔나게 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ㅎㅁㅎ.... 너무.. 재밌었어요... 진단 뒤에 사람 있어서 뭔가 어울리는 거 잡아주는 것도, 오너분들이 풀어준 썰도 캐에 어울리는 것도... (얌냠냠냠) 핫... 그런 재능이 있다면 진짜 기쁘긴 하겠는데 뭔갘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요.... <:3 전 문하주가 풀어주시는 문하의 문장들이나 아랑주가 안 접해본 장르를 잘 알고 계셔서 그런 거 슬쩍슬쩍 풀어주실 때마다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ㅇ.<
>>52 그런 논-히어로 액션은 폭력+유혈낭자이거나 최소 폭력인 게 보통이니까 <:3c 여기서 수다떨다 보면 다양한 관점을 겪어볼 수 있어서 좋아.
조수의 경우: 경찰서에 소속된 형사. 서류상으로는 소속된 부서에서 탐정을 '수사 자문'으로 고용했기에 탐정 쪽이 조수인 입장이지만, 형사 쪽이 실질적인 조수 노릇을 하고 있음. 추리능력은 평범한 사람 1의 수준이지만 단서를 찾아내는 능력이 좋고, 탐정이 경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전개상 무력이 필요한 파트에서 꼭 등장하는 전투씬 담당이기도 함. 탐정이 매우 자유분방한 성향일 시 탐정의 주의를 사건에 붙들어놓는 역할을 하거나 탐정의 생활능력이 영 좋지 않으면 시 보모 노릇을 하기도 함. 그러니까 "추리 빼고 다 하는" 스타일.
범인의 경우: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는 초범이며,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정교한 계획을 짜서 살인을 했을 수도 있음. 그러나 초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정교하고 깔끔한 수법으로 물증을 남김없이 제거해버렸기에 추리가 매우 제한적임. 피해자의 시체도 대단히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지 않을까? 물증을 확보해 추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추리 요소라고는 주변인의 행동 및 인간관계에 대한 제한적인 증언 정도뿐일 거라 생각. 주변인의 증언으로 추리를 성공해 문하의 양심을 자극하는 탐정의 추궁에 자백하는 결말.
>>55 그죠... 폭력+유혈낭자에 뭔가... 주변 기물들이 부서지고 깨지는 게 많아.... <:3 그게 다인스레의 장점이죠! 다양한 관점을 겪어볼 수 있는 거요!
앗...... ((대단히 자세한 썰풀이에 만-족)) >>탐정 쪽이 조수인 입장이지만, 형사 쪽이 실질적인 조수 노릇을 하고 있음<< 이 관계... 맛있다... >:ㅁ.... 너무 맛있다... 오히려 탐정 쪽이 제대로 된 사람인 것보단 자유분방하거나, 생활 능력이 영 좋지 않은 편이나 뭔가 부족한 사람(...)이어야 캐미가 있을 것 같군요... >:3 범인인 거.... (사이코패스 된 금아랑 봄) (안 봄) 크흡... 양심 자극하는 탐정의 추궁에 자백하는 결말까지... 완벽해요..... <:3 추리요소가 주변인의 행동 및 인관관계에 대한 제한적인 증언인것도 좋아요.... 문하... 인간적인 아이.... (스담) (스담담) 이 경우엔 탐정이 쫌... 문하의 양심을 자극하는 타입의 사람인 편이 좋겠네요... >:D
>>56 주도권이 아니라 폭풍대시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찌되었건 뽀뽀는 받고 싶어함.... >:3 조수쪽이 댕댕이인 척 하는 늑대고, 범인인 쪽이 늑대인 척 하는 댕댕이로도 보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요... 과연 언제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3 아랑 (탐정) : " 안 도망가면 포옹해줄텐데, 그래도 도망가고 싶니이? " (빵긋)
....??? 치명적이ㄱ요....? (사이코패스 된 금아랑봄222) (안봄) 유해하긴 할 거 같은데 치명적인 건 모르겠네요... ! 12시 지났으니까 연호도 바뀌었을 거에요! 츄라이츄라이! >:D
>>60 검거율 1000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못 되는게 일부러 잡지 않는 범인도 있을테니까...? >>54를 보시면 "이 사건은 아무도 해결해선 안 돼." 라고.. 미제 사건으로 남겨둬야 하는 건 미제 사건으로 남겨둘 거예요... <:3
흠.... 문하라면 확실히 어딘가 나사빠진 탐정의 최적화 조수가 되어줄 거 같은 느낌이에요 <:3 (끄으덕) 앗... >>연상능력이 풍부하고 마음이 따뜻한, 어쩌면 실적 자체는 별로일지도 모르는 허당 탐정<< 누가 될진 모르겠는데 이런 캐릭터도 매력적이긴 해요... (끄덕) 하지만 아랑주는 이성적이고 이지적인 탐정에게 더 끌린다... >:3 금아랑이 범인일 경우에는... 이지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는데, 인간적인 마음도 확실히 있어서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타입에게 잡혀줄지도 모르겠네요... 고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상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3 (까다로워...) 아니면 너무 연약해서 내버려둘 수 없는 타입의 여성 탐정에게 잡혀주거나요... <:3 후자가 더 가능성 높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이틀 : 『구원은 어디에』 한줄 리뷰 : 「연재 잡지를 먹여 살리는 간판작품.」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인상적이다.」 「왜 이 소설을 이제야 읽었을까...」 #shindanmaker #당만추 https://kr.shindanmaker.com/1086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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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일 경우> 헛다리만 잔뜩 짚는 것 같다가도 마지막에는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타입. 저잣거리에서는 새슬이 운이 끝내주게 좋아서 그런 거라는 소문과, 사실은 헛다리 짚는 게 다 범인을 방심시켜 헛점을 끌어내기 위한 연기라는 소문이 뒤섞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오늘도 조수에게 산더미같은 서류를 떠넘기고 안락의자에 파묻혀 졸고 있는 당사자만 알고 있겠지요.
“있잖아ㅡ. 소파가 나를 잡고 놔주질 않는데.”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쉬어야겠다ㅡ! ( ᐛ )” (잠시 후) “으아앗 <:3ㅡ……(번쩍 들려서 강제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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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일 경우> 자유분방한 행동들을 통해 예기치 않게 중요한 증거를 찾아내는 일이 많습니다. 고정관념에 틀어박히지 않고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봅니다(비록 10에 9는 엉뚱한 상상 늘어놓기지만요). 신체능력도 나쁘지 않으니 추격같은 것도 잘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새슬이를 조수로 부리는 탐정은…… 새슬이의 흥미를 아주 잘 파악하는 사람이어야겠네요 ^.^,,, 이번 사건 잘 해결하면 어떤 거 해 줄게, 같은 느낌으로 어쩐지 키워지고 있을 것 같은(대체)
“여기 뭐 있는데 ( ᐛ )ㅡ” “와ㅡ 해냈다ㅡ” “그럼 초콜릿 푸딩.”
“세 개.”
ㅡ
<범인일 경우> 작중에서 아무것도 아닌 척,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탐정의 아주 가까이에 머물다 최종장에 드러나는 타입. 독자들은 범인인 것이 밝혀지기까지 ( ᐛ )ㅡ 하고 흔히 있는 얼빠진 캐릭터인 줄 알았다가,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에 뒷통수 맞을 것 같죠. 마지막까지 들키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한 사람이 했다기에는 트릭이 일관적이지 않고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유 :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함… 익숙하든 미숙하든 해 보고 싶은 방법 그대로) 각각의 사건인 줄 알았던 것이 무언가를 계기로 하나의 줄기였다, 같은 전개일 것 같네요. 그거랑 별개로 살인범이 아니라 괴도같은 포지션도 좋을 것 같네요!
>>68 새슬 탐정의 시대나 배경은 현실보다 판타지가 약간 섞인... 그런 세계가 어울릴 거 같은데, 국가는 현실에 있는 캐나다랑 호주가 떠올랐어요 >:3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도시도 있는 나라가 어울려요!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을 핫케이크에 뿌려먹는 새슬이도 생각나구... >:3 호주에서 캥거루랑 코알라 보면서 ( ᐛ )ㅡ 와아 하는 (사건 해결하는 길에 한 눈 파는 탐정) 새슬이도 생각나구....<:D)
조수에게 들려서 강제 출근하는 것도 귀엽고, 새슬이를 조수로 부리려면 새슬이 흥미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도 좋고, 범인... ㅋㅋㅋㅋㅋㅋ 저도 어제 괴도는 떠올렸는데... 나중에 괴도썰 풀어달라고 하려고 아껴뒀는데 이렇게 이야기 나와서 좋기도 하네요 >:3 앗...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에 뒷통수 맞는 거... 너무... 그럴듯해요... (새슬주가 새벽에 풀고간 썰이 너무 맛있어서 움...) 아랑주 들고온 진단 너무 성공했다... (흡족)
>>86 그래프 신경쓰여서 들어가 봤는데... 인맥이 넓은데요...? (4! 제일 높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문하 진단 뒤에 사람ㅁ은 없는 걸로.... 왜... 왜 특징이 뼈를 후려갈긴다는 거예요... >:ㅁ.... 문하 좋아하는 사람 많다! 문하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하면 지구가 성게모양된다! >:ㅁ!!
>>86 ㅋㅋㅋㅋㅋㅋㅋ야호 ^.^~~!!! 아ㅋㅋ 연휴 아직 안끝났네 이번주 내내 연휴네^^~;; (현실도피)
>>87 너무 귀여운 것을 보면 황홀경이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랑이 분명 귀여움으로 기절시켜놓고 유유히 들어가서 털고 오는 타입 아닌지(선동과 날조) 계획 실현도가 낮은 이유....? 쓸데없는 데 한눈을 팔거나 다른 길로 새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슬쩍 가설 세워봅니다
>>87 그것마저 새슬이다운 거라고 할 수 있는 게 그냥 길 가다가 눈에 띄는 게 있으면 훔친다거나 하는 게 아닐까. https://namu.wiki/w/%EC%BF%A0%ED%82%A4%20%EB%AA%AC%EC%8A%A4%ED%84%B0%20%EC%A0%88%EB%8F%84%EC%82%AC%EA%B1%B4 같은 사건도 새슬이가 했을 것 같고
>>93 으 으아악 이 귀여운 생명체 뭐얏 ㅇ(-(...!!! 보세요... 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제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ㅎ;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틀린 해석은... 아니지 않을까요 >:3...?! 팬케이크를 즐기는 타입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럽 뿌리는 건 좋아할 것 같으니까요. 그러다 몇 번은 병 엎질러서 시럽탕이 되어버리고.....()
>>94 >>96 ㅋㅋㅋㅋㅋ아악.....(동그랑땡 입에 우겨넣기) 확실히 저런 엉뚱한 사건을 많이 벌이긴 했을 것 같네요 >:3...... 세부적인 썰을 풀긴 떠오르는 게 없어 힘들겠지만 첨탑 꼭대기에 훔친 물건 걸어놓기라던가........(씽크빅 다 주것다) 경찰들 골머리가 썩어나겠네요 u"u
>>94 주접댓글에서 배워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 내로우 앤 딥.... 적고 깊은 인간관계 평생 소중히 하는 (하고 싶어하는) 타입일까 싶기도 하네요 >:3 ㅋㅋㅋㅋ 괴도 문하가 저지를 사건이 궁금한데.... 평범하게 박물관 도둑(???)일까요....? <:3 문하는... 괴도 쪽으로 가는 게 상상이 안 되긴 해요... 차라리 경찰이 되면 모를까... <:3 왠지 아주 말단도 높은 직급도 아니고 중간에 있어서 후배 데리고 현장에 나가는 위치쯤일 거 같은데 왠지 이것도 적폐상상같아... <:3
>>97 없는 파괴력 새슬주가 보태주는 기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ㅎㅁㅎ (쓰담담) 어쩐지.. 자꾸 시럽 뿌리는 새슬이가 생각나더라니.... 시럽 뿌리는 거 좋아하는 군요... 그 스노우? 가짜눈스페이 뿌리는 것도 좋아할 거 같네요! >:3 시럽탕... 시럽탕....은 단 거 좋아하는 사람이 먹어줄 거에요... 새슬이는 시럽 적당히 뿌린 새 팬케이크 먹자...>:D 경찰 새슬이 썰도 풀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경찰복 입은 새슬이는 상상할 수 있지만, 경찰 된 새슬이는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3
>>98 실수로 팬케이크 시럽탕이 되어도 군말없이 먹을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아마) 경찰.... 유새슬? 그건 저도 마찬가지네요 >:I.... 성향이나 평소 행실을 봤을 때 애초에 시험도 합격을 못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ㅇ(-(...... 그러니 경찰복 입은 새슬이로 만족합시다(대체)
>>97 왠지 골머리 썩는 거 문하일 것 같지... ㅋㅋㅋ 사실 알고보면 주변인 기행에 골머리 앓기 최적화 캐릭터인 문하
>>98 아랑이 파괴력이 맞습니다(끄덕) 나도 저 픽크루로 뭔가를 해보려 했는데 머리색에 연갈색이 없어 u"u... 그리고 그 경찰캐해 적중률 높은데...? 일처리는 확실한데 너무 확실해서 결과는 거의 100% 가져오지만 그 지나온 길은 다 초토화시키는 막가파식 결과우선주의 형사라서 윗선에서 미운털은 박혔는데 성과는 뚜렷해서 해임은 못시키는 그런 중간직급 지박령..
>>100 으악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상상만 해도 문하 속 대환장이다...... 오늘도 괴도새슬 쫓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는데 집에 이미 놀러와있던 유새슬(괴도상태 OFF)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어ㅡ 왔어ㅡ? ( ᐛ ) 하고 뻔뻔하게 반기는 상상.... u"u
그렇잖아도 그 점에 대해서, 하늘주가 빠져서 만월이벤트의 균형이 안 맞게 됐으니 해인주가 들어와야 될 것 같다는 말을 하려고 했어.. <:3 너무 부담감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이벤트가 대부분 일상 주제를 던져주는 방식이기도 하고, 다이스를 굴려서 진행하는 방식의 이벤트라고 해도 오히려 진행하기 편하지 않을까? 해인이가 손에 안 잡히는 거라면 나라도 괜찮다면 일상 돌려서 도와줄게.
>>106 (토닥토닥) 이번 25~27일이 이벤트 기간이죠... 전에 했던 도입부랑 후반부 참고해서... 아니면 복붙해서(...) 이벤트 하는 건 어려울까요? 만월 이벤트 수가 안 맞아서... 그게 걱정이긴 해요. 해인주도 바쁘셔서 참여하기 어려우실 것도 같고... (토닥) 사람 수가 줄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드실테니까요...
해인이가 손에 안 잡히시는 건가요... 8^8 음, 캐를 너무 오래 안 돌려도 잘 안 잡히긴 하죠. 이런저런 이유도 안 잡힐 때도 있고요. 앞의 경우엔 일상을 돌리는 게 다시 캐가 익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랑주도 손 비어 있고 아랑주랑 함께 느긋하게 일상 돌려도 좋다고 생각해요.
타이틀 : 『콜링(Calling)』 한줄 리뷰 : 「내가 아는 작가 중에 제일 연출력이 좋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이라고???」 「소설을 읽다가 육성으로 '헉' 한건 이 책이 처음… #shindanmaker #당만추 https://kr.shindanmaker.com/1086014
왜 연휴인데 더 바쁜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번 주말은 좀 괜찮을 것 같아요. 다들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에요!
>>126 담배... 파이프 담배.... oO 생각보다 경아랑 잘 어울려요! >:3 전 탐정하면 떠오르는 그.. 체크무늬 빵모자? 비슷한 거 쓰고 있는 경아를 떠올렸는데, 파이프담배라는 아이템도 경아랑 어울리네요! 탐정모자 검색해봤는데.. 같이 있는 파이프담배랑, 돋보기도 경아한테 어울리는 아이템 같아요 >:3 맞아요, 스모그 낀 영국의 도시가 어울려요...! 영국의 옛날 신문도요 >:3
>>129 그렇죠? 왠지 떠오르더라고요. 파이프담배는 재질이나 모양도 은근 다양하고 예쁜 게 많으니까요~ 탐정모자라 하면...셜록이 자주 쓰는 그 사냥 모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 그림처럼요. 모자도 확실히 어울리겠네요. 영국의 옛날 신문은 그 특유의 느낌이 있죠...흑백 사진과 커다란 타이틀! 경아라면 매일 아침 여러개의 신문을 하나씩 읽어내려갈 것 같아요.
>>126 이번 연휴는 푹 쉴 수 있어서 좋았네요! ㅎㅁㅎ 하지만 이제 내일부터는... (흐릿) 아수경아주 연휴에도 일하셨구나.... (쓰담쓰담) 이번 주말에라도 푹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127 푹 쉬었어요! 내일부터는 다시 버닝 해야죠 ㅎㅁㅎ 괴도랑 경찰이라... 괴도 연호 : 마술 쪼끔 쓸줄 알긴 하지만 마술보다는 진짜 은신술같은걸 써서 도망다님. 파쿠르도 적극적으로 써서 건물 사이사이 이동하는것도 문제 없음... 경찰 연호 : 강력계 형사. 장난기가 넘치지만 범인들에게는 가차없음. 화나게 한다 싶으면 완빤치 쓰리강냉이... 괴도와 악연이 있다. 열심히 잡으려 하지만 맨날 허탕치는 클리셰적인 경찰...
>>132 사실, 파이프 담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형태부터 애니메이션 속 크루엘라가 피는 것 같은 물부리도 있거든요. 저도 얕게만 알지만 생각보다는 다양하더라고요. 아랑이는...아랑이는 확실히 담배랑은 안 어울리는 이미지죠...차라리 막대사탕을 물고 있으면 모를까요. 네, 사냥모자(헌팅캡)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회색 스모그에 흑백 사진으로 가득찬 신문! 나열하고 나니 어쩐지 근대의 흑백영화가 떠오르네요~ 갑자기 경아는 조수 없이 홀로 다니는 탐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앗, 잘 어울려요! 약간 발랄한 이미지네요~
>>133 내일은....그렇죠...왜 항상 연휴는 빨리 지나가는 걸까요? 위로 감사해요. 그래도 이번 주말엔 좀 나아지겠죠. 지금이 유달리 바빴던 것 같아요. 경찰 연호 멋지네요~ 열혈 형사님일 것 같은 걸요?
>>133 서로 힘내자구요! (스-담) 화이팅! 앗... 괴도 경찰... >:3 괴도는 뭔가 닌자 생각나는데요.... oO (은신술 때문에 그런가...?) 경찰들이 봐도 못 잡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 경찰 따돌릴 때까지 파쿠르로 이동도 가능할 거 같아서요! 강력계...! (어울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허탕치는 게... 웃기고 귀여워요... 경찰 연호가 놓치는 게 괴도 아랑일지 괴도 연호일지 모르겠군요 >:3 아랑주도 자기 전에... 괴도 아랑이랑 경찰 아랑을 떠올려야 하는데 경찰은 또 생각이 안 나네요... <:3 (안 어울려)
>>134 헉...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구부러진 갈색 파이프 담배 생각했어요... 크루엘라가 피는 건 좀 길었죠! 그건 물부리라고 하는구나.... (끄덕) 네... 막대사탕보다 카라멜...? 카라멜을 냠냠 먹고 있을 거 같기도 해요....ㅋㅋㅋㅋㅋㅋㅋ 아니면 동그란 사탕이요! <:3 헌팅캡! 들어본 적 있는데, 그게 탐정모자랑 같은 모자일거라고는 또 생각을 못했어요 :Q 조수 없이 홀로 다녀도, 사람들에게 이야기 수집은 알게 모르게 잘할 거 같아요!
>>135 문하주 어서오세요! <:3 연휴라도... 연휴라서 힘든 점도 있으니까요! (쓰담)
금아랑님께서 지금 당장 멀리해야 되는 것은 「아재개그」입니다.
그것을 멀리함으로써 금아랑님의 삶의 질은 전보다 약 「30%」 정도 좋아집니다
https://kr.shindanmaker.com/918539 #당신이 지금 끊어야 하는 것 #진단 메이커
>>136 크루엘라의 경우에는 끝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담배를 넣어서? 피는 걸로 알고 있어요. 물부리도 예쁘다고 생각해요...그 특유의 매력이 있어요. 카라멜ㅋㅋㅋㅋㄱㅋ 어울리네요! 카라멜 쥐어주고 싶다.....저도 최근에서야 얼떨결에 알게 되었어요. 비비씨 셜록에서 봤던가...? 은근 사람들에게 말 잘 붙이면서 조사하고 다닐 것 같죠~
>>138 어쩐지.. 그렇게 긴데 끝에서만 연기 나오는 구조가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일반적인 담배..를 넣어서 피는 거였군요? 물담배... 는 알고 있었어도 물부리는 또 몰랐거든요. 근데 애니메이션 크루엘라 담배 쳐보니까.. 특유의 매력을 알겠어요! 😎 쥐어주시면 념념 잘 먹을거에요... <:3 같은 영국인데 다른 도시 친구 탐정이어도 꽤 좋겠는걸요 <:3 (훈훈) 비비씨 셜록... 베네딕트 컴버배치 나오는 셜록이면 저도 압니다 >:3 맞아요. 그리고 경아가 선량한 인상에 친절한 말투라 사람들이 조사라고도 생각 안하고 정보를 잘 말해줄 거 같아요 >:3
>>142 제가 알기로는요. 그...약간 여성 악역들이 은근 많이 들고 나오는 것 같은데, 특유의 멋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귀여워라...도서관에 찾아오는 아랑이에게 주전부리를 잔뜩 주고 싶어졌어요. 친구 탐정! 그것도 좋네요. 덤벙거린다고 타박하면서도 카라멜을 챙겨주는 경아가 떠오른다면, 조금 그럴까요? 네, 그 셜록이요! 개인적으로 그 드라마 정말로 좋아해요.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죠~ 옷만 평범하게 입는다면 선량한 일반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143 닌자같은 괴도도... 매력적이에요 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분해서 젠장~~!!! 이냐구요.... (상상된다) 사소한 절도는 눈 감아주는 대신 너 내 팀이 되라 ㅇㅇ! 이건가요... (해적왕이 생각나는데....??) 깡패 경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괴도 아랑... 건수 같은 거 여러개 물어와서 같은 팀이 되면 연호 진급 한단계 이상은 시켜줄 것... <:3 괴도 연호랑 팀 되면 그건 잘 모르겠네요!
괴도 아랑 : ' 보석도 어울리는 사람 손에 있어야 빛나는 거 아니겠어~? ' (잘 훔친 보석을 달빛에 비추며 빵긋) 경찰 아랑 : (상상이 안 되니까 없음...) (굳이 간다면 교통과 신입...?)
>>145 여성 악역... 참 매력적이죠. (끄덕) ㅋㅋㅋㅋㅋㅋ 경아가 줄 주전부리에 카라멜이 포함되어 있을 거 같군요. 그... 마트가면 보이는 밀크 카라멜... <:3 탐정 경아면... 그시대면 가정에서 손수 만든 카라멜이나... 가게에서 만든 카라멜이려나? 싶기도 하네요 <:3 그러면 " 덤벙거리는 건 일부러야~ " 라면서 샐쭉 웃으며 준 카라멜을 주머니에 챙길 걸요... ㅎㅁㅎ 탐정 아랑이가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덜렁거리는 건 일부러고, 오랜 친구 앞에서 덜렁거리는 건... 챙겨주길 바라서겠네요... ㅋㅋㅋㅋ 저도 좋아해요! >:D (방방) 앗.. 경아는 평범하게 옷 입고 정보수집하다가 추리할 때는 갈아입는 건가요?!
>>146 ㅎㅁㅎ 해인이 탐정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저 진단에 해인이 넣고 돌렸더니.. 읽고 싶은 작품이 되는 거예요! <:3
탐정 【강해인】 시리즈 추천 도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없어."
타이틀 : 『슬픔에 잠긴 그대여』 한줄 리뷰 : 「감정표현이 굉장히 섬세한 작품입니다.」 「제목대로의 내용이다.」 「인간의 선함을 굳건하게 믿는 작가님.」
https://kr.shindanmaker.com/1086014
탐정 【금아랑】 시리즈 추천 도서
"사람 마음보다 알기 어려운 건 없어."
타이틀 : 『인공지능 살해사건』 한줄 리뷰 : 「취향타는 소재. 매니아는 좋아할듯.」 「작중 장르파괴범이 있다.」 「주인공보다 악인에 더 이입된다.」
요새 12시 넘길때마다 이 진단 돌리고 있는 거 같은데... 타이틀이라던가 한마디들 한줄 리뷰들이 좋아서 자꾸 재탕하게 돼요... <:3
>>148 그죠... 이 진단 메이커가 타이틀을 읽고 싶게 잘 뽑아요 >:D 해인이 주연 작품은 제목대로의 내용이라서 슬픔에 잠긴 그대(아마 피해자역?)를 위로해주는 탐정 해인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랑이 주연 작품은... ㅋㅋㅋㅋㅋ 인공지능... 현대도 가능하긴 하겠는데, 약간 근미래 sf 가미된 탐정소설(이게 더 취향타는 소재일 것 같고)이어도 재밌을 거 같아요 ;D
유명한 석공이 있었는데, 그 석공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쪼그려 앉아있는 석상을 마지막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해요.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작품은 경매에 나가게 되어 한 부자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동하는 과정에서 석상의 일부분이 파손 되고 그 안에서 낯선 여인의 시체 한구가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한건 그 여인과 석공은 아무런 연관조차도 없고 심지어 그 여인이 실종되던 날에 석공은 매일 같이 마지막 작품에 몰두하고 있었던지라 누가봐도 석공은 범인이 아니게 됩니다,
>>151 아니... 자러가려고 했더니 해인주가 명작을 써놓으셨어...?!?!? >:ㅁ.... 전... 알게 모르게 해인이는 일본의 탐정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작품 도입부 보니까.. 그리스 탐정도 괜찮겠다는 거예요... <:D 크.... 진짜... 도입부만 봤는데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요.... ㅇ<-< 석공이 여인을 살해했을 거 같은데, 연관이 없다고 하니까.... 해인이가 밝혀줄 내용이 너무 궁금해... ㅇ<-<
" 음,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걸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영광이 있으니 답례에 적절하지 않을까? "
멍소리를 논리적인 것처럼 말하고서 웃는 그의 모습에서 악의는 (아마도)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에게는 '순수한 악마상' 을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아무튼 편의점 안에서 신나게 음료들을 섞다가 소스를 뺏기자 서글픈 얼굴을 했다.
" 어... 같이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해서? "
이것도 멍소리니까 그냥 무시하도록 하자.
" 안타깝게도, 시식은 내가 먼저 할거야. "
병에 있는 음료들을 종이컵에 섞던 이유가 이거였다. 문하에게 무조건 먹이려고 했다면 음료의 내용물을 반정도 자기가 마시고서 섞어버리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순전히 섞은 맛이 궁금했던 연호는 먼저 먹어볼 심산으로 섞고있던 것이다. 문하에게 불안한 웃음을 던지고서 혼자 뛰어들어간건 오해하라는 뜻의 페이크였는듯,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려있었다.
" 부러우면 먼저 먹게 해줄 수도 있는데. "
하지만 이것도 페이크였는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서 그저 음료를 냅다 들이켰다.
" 음.... 톡 쏘는 이온음료 맛이야. "
그야 탄산수에 이온음료를 섞으면 그런 맛이 나겠지. 아무튼 별로 맛있지는 않았던 듯이, 종이컵을 얌전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5초 안에 내려놓지 않으면 먹는걸로 간주한다. 5.... 4.... "
갑작스럽게 시작된 카운트는, 문하가 가져간 불닭소스를 의미하는 것일테다. 하지만 불친절하게도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눈치없는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당신은 흡혈귀입니다. 당신은 890년 전 가장 사랑하는 이의 저주에 흡혈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890년 동안 624명의 피를 마셨으며 7명의 흡혈귀 사냥꾼에게 쫓겼습니다. 결국 당신은 8번째 흡혈귀 사냥꾼에게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shindanmaker #흡혈귀와_사냥꾼 https://kr.shindanmaker.com/933298
>>191 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젠장... 그럴싸해서 반박할 수 없다 u"u...!!! 수집품들 진짜 일관성없고 그냥 여기저기다 놓아 둔 탓에 뭔가 생긴것도 골동품점같을 것... ㅇ)-(.......... 사실 박물관도 아닌데 사람들이 멋대로 박물관이라고 이름붙여놔서 얼떨결에 박물관장 되었을 것 같아요 ^"^
크고 나쁜 늑대: 내가 무섭지? 빨간 망토: 네, 무서워요. 크고 나쁜 늑대: 그럼, 빛 없이 지새우는 밤은? 빨간 망토: 그것도 무서워요. 크고 나쁜 늑대: 바람소리 한 점 없는 침엽수림의 적막은? 빨간 망토: 그것도요. 크고 나쁜 늑대: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쌓인 눈의 한기는? 빨간 망토: 무서워...! 크고 나쁜 늑대: 나는 매일을 그렇게 살아간단다.
>>245 247 감사해요....! >:3 천천히... 천천히 써올게요...!! 전화... 알겠습니다. 연호가 먼저 분수대 앞에서 기다리는 상황도 좋습니다 >:D (경아주가 올려주신 픽크루 예뻐서... 저도 저 픽크루 만지작거리다가... 이거 오늘 복장으로 좋겠다 싶더라구요 >:3)
>>248 카키색이랑 갈색같은 약간 가을 생각나는 컬러가 잘 어울려요! >:3 (은행잎이나 머스터드색도 어울리지 않을까요?) 평소 사복 차림... (좋아!) 마시멜로우는 하나만... 넣어주십쇼 >:3
https://picrew.me/image_maker/197705/complete?cd=matwJLfHFx 금아랑 지금 공원 나가는 복장... >:3 머리핀 대신 모자 눌러썼습니다 새슬이도 저 픽크루 만들어준 거 같은데... (가물가물) 문하도 저 픽크루 만들어준 거 같은데... (가물가물) 몇판에 있는지는 모르겠단 거예요... <:3
>>263 (퐈라라라랍탈탈탈) 아마 오늘따라 자유부 활동에 문하가 얼굴을 안비춰서 체육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문하가 학교에를 안 나왔다는 말을 들을 텐데 1. 체육 선생님께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문하가 다니는 체육관에까지 가봤는데 거기도 문하는 없고 대신 트레이너가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걔 오늘 아파. 만나고 싶으면 늦기 전에 빨리 가봐- 오늘같은 날에 너같은 길잃은 양이 해 떨어지고도 늦게 돌아다니면 안되지." 같을 말을 해준다던가 2. 아니면 1을 생략하고, 그냥 집에 가려고 했다가 문하가 보고 싶어서 문하네 집으로 온다던가(대문 열려있음, 거실 베란다&문하네 방 베란다 문 열려있음) 경우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좋을 것 같아?
>>264 사실, 의외라면 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경아는 꽃차나 과일청으로 만드는 차, 밀크티까지는 곧잘 마시는 편이지만 홍차나 녹차같은 종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마실려 한다면 마시기는 하지만요. 단 거를 좋어하고 쓴 거를 선호하지 않는, 상당히 어린아이같은 입맛이라서요.
매번 문하주에게 선레를 맡기는 것 같아 이번엔 꼭 선레를 써야지 ^"^..!!!! 했었는데, 하필이면 지금 따로 하고 있는 게 있어서요 ㅇ(-(.... 그래도 조금 있으면 끝날 것 같긴 하니까, Hoxy 괜찮으시면........족굼만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욧...(주구렁)
>>271 연호주 반응이 언제나 뿌듯하네요... (코쓱) (이불 덮어드림) (스담스담) 시간대를 그래서 일부러 애매하게 적었습니다.... >:D 만월...이벤트니까 약은 먹었어도 페로몬 뿜뿜이지 않을까요....??? >:3 아뇨, 외로움 느낄 거 같아서.. 억제제를 한 알 더 먹어서 효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저번 만월보단 상대적으로 덜한 느낌으로 가고 싶은데 이거 가능한가 모르겠어요....?? <:D (페로몬은 나옵니다!)
>>278 처음 경아 만들 때 하셨던 생각이 가을, 문학소녀 이런 생각이셨을까요! >:3 금아랑 테마는... 핑발이었습니다... (제가 핑발하고 싶었다) (맛있게 만들어주다는 경아 모니터 너머로 스담... 고마워... ㅇ<-<) 앗... 단 거 좋아하는 거, 선관 짤 때 살짝 든 생각이었는데! (단거도 쓴거도 잘 먹을 거 같았음) 인데 어린아이 입맛...! 인 거 약간 반전같아서 더 귀엽게 느껴져요 >:3
>>279 약간 북유럽 동화...? 그쪽 생각났던 거 같아요 >:3 솔직히 새슬이 이미지가 겉모습이 양같은 양, 솜사탕 같은 양이라 친근감도 드는 것입니다... (앗... 고장나서 삐걱대는 거 귀여워... <:3)
음... 저번 만월 시작부분만 다시 읽고올까 싶네요... <:3 (희미한 기억 더듬음) 시작 안 읽고 썼더니만 금아랑만 너무 침착(??)한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다이스도 나만의 길을 가래...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분위기 평균고도가 많이 낮은 문하 탓인 듯도 하여... 이쯤되는 계절의 문하가 (주변의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조언을 구한 끝에) 입음직한 데이트룩을 가져왔습니다 https://picrew.me/image_maker/701767/complete?cd=xAs3tPwMux
아, 젠장. 패치. 오늘이 만월이라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패치를 확인해봤다. 없었다. 아침에 분명 붙이고 나왔을텐데. 더듬더듬 재차 확인해봤지만 없는건 없는거였다.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걷고있었는데, 스멀스멀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기운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탓인지 공원까지 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분수대 앞이었다.
-
그는 멍한 눈으로 분수대를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반쯤은 충동적으로 휴대폰번호를 입력하여 전화를 걸었다. 오간 대화는 길지 않았다. 그는 공원으로 와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솔직히, 아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그는 반신반의 하고있었을지도 모른다.
" ...... "
아랑이 손을 흔들고, 그의 근처로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서야 그는 미소지었다. 그 미소가 어딘가 부서질것 같고, 애처로워보이는 것은 기분탓이었을까.
" 응. "
아니.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는 이래서 만월을 싫어한다. 늑대들이 만월에 느끼는 감정. 그것들은 항상 달랐다. 게다가 아랑의 그 헤이즐넛 초콜릿 향. 그 향은 코를 찔러 들어오고, 그의 입안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향을 계속해서 증폭시켰다. 이러다 욕구를 참을 수 없을것 같아, 조금이나마 향을 덜어보려 아랑에게로 손을 뻗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인 그 손은, 아랑이 피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손가락 끝에 검지손가락만이 갈고리처럼 살짝 걸렸을테다.
>>286 이 픽크루 머리카락 하이라이트 색채가 좀 팝아트스럽더라구.. 그렇지만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해서 완성했어 플레이어 캐릭터들 중 문하가 그걸 물어볼 만한 친분이 있는 캐릭터 중에서(그나마도 두 명이지만) 시점이 가장 정상적인 게 아랑이니까 아랑이한테도 물어봤을 거라 생각해.
>>281 애프터눈 티 3단 트레이...경아가 정말로 좋아하겠네요. 로망이지만 학생 신분에서는 조금 비싼 편이라, 언제 한 번 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경험해 보고 싶다네요.
>>282 일단은 나무(라고 쓰고 갈발녹안)와 문학소녀! 그 정도를 생각하고 자연스레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덧붙여졌던 것 같아요. 핑크색 머리카락...예쁘죠! 아랑이와 정말 잘 어울리는 색 같아요. 시트에도 써있긴 하지만, 가끔 오너도 보면서 성격만 보면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어른 입맛일 것 같은데...하고 생각한 게 한두번이 아니예요ㅎㅎ
>>283 차는 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지만, 코코아는 정말로 좋아하니까 감사히 받을 거예요! 문하 픽크루 멋지네요~ 어째서인지 옷 색도 문하를 조금 닮은 것 같아요....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색조가요.
>>288 앗... 8ㅁ8......... ㅇ<-< (우럭됨) 그럼 상처에 반창고나 그런 거 붙였을까요...?? 연호 성격에 걍 안 붙이고 자연치유에 맡길까 싶은데 멍자국 상처자국 묘사한 거 그대로 보면... ()() (금아랑 멘탈이 안 괜ㅊ낳... 괜찮음) 연호주가 괜찮으시면... 반창고 덕지덕지 묘사로 작성하겠ㅅ브니다.. 습ㄴ.다... (우럭)
>>290 팝아트라서 오히려 좋아! 문하주 뭘 아시네요 ㅇ.< 시점이 가장 정상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게다가 꼽고 다니는 핀도 종종~가끔 바뀌고, 여름에 바다 갔을 때 패션 괜찮았던 걸(??) 아마 문하도 봤을테니까 더 (정상적인 패션센스 같은 거...) 믿음 가서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3 이런 건 어떨까~? 하고 잘 추천해줬을 거예요 >:D
>>291 나무였군요....?? 앗... 순서가 자연스럽게 정해졌네요 >:D 저도 핑발 정하고 눈동자는 파랑...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거 같아요! >:3 마침 같은 핑발인 슬혜 자안이랑 안 겹치게! >:3 (칭찬 감사합니다!) 나무... 갈발녹안도 경아한테 잘 어울려요 >< 경아는 왠지 편식 안 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의외로 쓴 거 못 먹는 게 귀여워요! (혹시 피망도 못 먹나 싶고!)
>>292 앗... 참고 픽크루 감사합니다....... ㅇ>-< (잘생겼는데 마음이 아프다....) 이 픽크루 오늘 가라앉은 연호랑 너무 잘 어울려요..... ㅇ>-< (클릭하고 벗어나지 못하는자)
>>291 나무였군요....?? 앗... 순서가 자연스럽게 정해졌네요 >:D 저도 핑발 정하고 눈동자는 파랑...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거 같아요! >:3 마침 같은 핑발인 슬혜 자안이랑 안 겹치게! >:3 (칭찬 감사합니다!) 나무... 갈발녹안도 경아한테 잘 어울려요 >< 경아는 왠지 편식 안 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의외로 쓴 거 못 먹는 게 귀여워요! (혹시 피망도 못 먹나 싶고!)
>>292 앗... 참고 픽크루 감사합니다....... ㅇ>-< (잘생겼는데 마음이 아프다....) 이 픽크루 오늘 가라앉은 연호랑 너무 잘 어울려요..... ㅇ>-< (클릭하고 벗어나지 못하는자)
흐린 빛조각 하나가 공원 한 구석에 내려, 죽은 듯 웅크려 앉은 이의 머리칼을 은은하게 물들인다. 새슬은 아무 말도, 움직임도, 소리도 없었다. 그 곳에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도 같은, 희미한 존재감만을 흩뿌릴 뿐이었다. 온 몸을 덮치는 무력감에 짓눌려 접힌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
그로부터 한참.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리고, 잔잔하게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마저 뜸해지기 시작했을 때.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머리가 움찔거리더니, 천천히 들렸다. 여느 때와는 퍽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탁한 눈동자가, 또 다른 달조각이 내린 곳을 눈에 담는다. 낡은 나무 정자의 싸늘한 고요함.
이내 회색 먼지 따위가 가득 낀 것 같던 머릿속에 무언가가 부옇게 떠오른다. 유난히 창백한 낯빛을 한. 미동도, 깜빡임도 없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하ㅡ. 한숨인지, 누군가를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흐릿하고 미약한 숨. 별안간 새슬이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홀리거나 조종당한 듯 반쯤 풀린 눈을 하고서, 비척거리며 공원을 나섰다.
불규칙한 발걸음, 행선지는, 어디, 어디였지? 구역질 날 정도로 겪어 봤으나,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생각도 할 수 없는 채로.
외로움보다 불안함이란 감정이 더 컸을까? 그래서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나왔다. 저번에... 여러모로 감정과 페로몬이 제어 안 되던 만월과 같은 느낌이라서, 더 불안했다. 가는 길에 늑대와 마주치면 어쩌지?
하지만 네-연호-가 부르면 외면할 수 없는데. 외면하고 싶지도 않는데.
그래서 인적이 덜한 쪽, 없는 쪽으로. 불안함을 최대한 누르며 뛰듯이 걷거나, 달리는 것을 반복해서 왔었다.
*
멀리서 봤을 때는 긴가민가 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얼굴에 반창고가 엉망으로 붙어있다. 반창고 밖으로 삐져나온 멍도 있었을까? 괜찮아, 란 질문은 괜한 것이었다. 아랑의 푸른 눈에 눈물이 맺힌다.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응, 이라고 대답해도 전혀 믿을 수 없다.
손가락 끝에 걸린 갈고리 같은 검지 때문인지, 너는 괜찮냐며 물어오는 질문 때문인지. 맺혔던 눈물이 빰을 가로지른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점점 양이 늘어나서 방울 수준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것처럼.
“ ... ”
< 안 괜찮아 >
입모양으로 뻐끔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흐느낌을 참았다. 아니. 참으려고 노력하는 걸까? 소리는 어떻게 참아보는데, 가냘픈 몸이 애처롭게 들썩거린다. 몸의 흔들림이 손까지 번져 연호는 아랑의 검지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에 땅이 젖는다. 모자의 챙이 아랑의 얼굴을 가렸겠지만, 그래도 아랑은 화와, 슬픔과, 불안과 다른 것들이 섞여 엉망이 된 감정을 눈물로 떨어뜨리고 있을 것이다.
“ 얼굴, 왜 그래... ”
겨우 질문하고 흑, 나오는 울음을 삼킨다. 소리는 어찌어찌 삼킨다해도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못하고 있겠지. 흑, 흑, 울음을 삼키는 소리도 계속 반복될지도 모른다.
항상 외롭게 혼자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소년이 고고하게 걷거나, 뛰어가던 길. 그리고 어느 날에는 새슬과 함께 걸어간 적이 있는 길. 조금씩조금씩 걸어가는 길에 그 날의 파편이 묻어있어서, 쏟아지는 달빛에 조약돌을 비추어 집을 찾아돌아가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새슬의 발이 옮겨간다. 그 날의 기억들은 대부분이 빵조각마냥 망각에게 쪼아먹혔으나, 일부 하얗게 조약돌처럼 남아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걸 바라보고 쫓아가기엔 충분했다.
그것을 쫓아가면, 얼마 가지 않아-아니, 꽤 오래 걸었던가-달빛 아래에 불빛 하나 켜져 있지 않아 어두컴컴한, 마치 거대한 묘실이 웅크려있는 것만 같은 집의 실루엣이 섬뜩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저 안에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그 소년이 있을지도 모른다.
손을 뻗어서 대문을 밀어보면, 무거웠으되 잠금장치가 걸려있지 않았던 그것은 차갑고 육중하기 그지없는 몸을 소리없이 천천히 틀어서 새슬이 지나갈 틈을 내어준다.
열려 있다.
안뜰로 들어서보면, 도둑도 들어왔다가 이 집이 빈집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돌아나갈 정도로 황량한 마당도 그대로다. 마당 한켠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놓여있던 자전거가 반짝반짝하게 닦여있다는 점이 조금 달랐지만 그게 새슬의 눈에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저 안에 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관문을 어떻게 여는가? 현관문은 패드락으로 잠겨 있었다.
# 아까 말했듯 건물 옆으로 돌아왔더니 거실/문하 방 베란다가 열려 있어서 그리로 들어왔다고 하면 돼! 그 외에도 저번에 말했듯 패드락 버튼 하나만 무진장 닳아있어서 그것만 눌렀더니 열렸다던가...
>>314 (눈물) 어쩔 수는...없는 일이지만...그렇다면 빨리 나아라..... 경아요? 확실히 몸싸움을 하는 타입은 아니죠. 시비가 걸린다면 그냥 웃으면서 흘러넘기다가, 선을 넘으면 본인도 웃는 낯으로 비꼬겠죠. 혹시라도 맞는 일이 생긴다면...순순히 맞아준 후에 증거를 모아서 경찰서에 갈지도 몰라요?
반창고.... 얼마 전 큰 싸움에서 생긴 상처들이었다. 피는 모두 멎었고, 상처도 아물어갔으나 멍은 아직 사라지지 않아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어쩐지 무식해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더 상처를 그대로 보이는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나... 아랑은, 얼굴에 밴드가 붙여져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솔직히 말해서 연호는 당황했다.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맺혔던 눈물이, 괜찮냐는 질문에 또르르 흘러내린다. 자신이 아랑을 울렸다는 생각 때문일까, 동요하는 그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안 괜찮아.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아랑의 몸이 흔들려 걸쳐진 검지손가락을 놓칠뻔 했지만, 그러기 직전에 힘을 조금 주어서 떨어지지 않게 했다. 여기서 떨어져버리면, 어쩐지 마음이 아파올 것 같아서.
" ..... "
얼굴이 왜 그러냐는 질문에 그는 단번에 대답하지 못했다. 싸워서 그랬다는 말을 해버리면 어쩐지 아랑이 더 슬퍼할 것 같았다. 다른 말을 찾아서 뱉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달콤한 거짓보다는 차라리 씁쓸한 진실이 낫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상대가 아랑이어서야,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선택지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 그.... 얼마전에, 싸움이 있었어. "
그는 짧게 자신의 상처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길게 말하지는 않았다. 어째서 싸웠는지를 설명하면, 그때 아랑이 생각났다는 것도 말해야 할 테니까. 어쩐지 그것을 말하기에는 부끄럽다는 느낌이 들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라고, 홀로 타협했다.
" ......울지마. "
생각보다 많이 안다쳤어. 안심시키려 하는 말투는 잔잔했다. 천천히 움직인 손은 아랑의 얼굴을,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잘못 주면 부서질듯이 살며시 들어올려서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려 했을테다.
>>295 >> 상상도 못할 만큼 예쁘게 입는 애야.<< 이렇게 말해주시면 코디가 더 고민됩니다... ㅇ<-<
아랑 : (앗... 그럼 코디 어떻게 해주지...?) 그럼 그 애 하면 생각나는 색들 말해볼래애? 거기에 맞춰서 코디해보자~
아랑 : 앗, 근데 내가 남자 코디는 정장이나 세미정장(아버지랑 오빠 복장)쪽이 익숙해서... (검색해보고 보여줌) 이런 느낌의 세미 정장스타일이면 어떨까?
아랑 : 자금 넉넉하면... (고민) 백화점이나 아예 시내 쪽에 코디 잘 된 가게에 들어가면 될 거 같아, 옷가게 쭉 늘어선 시내에 남자 옷집 중에서 코디 잘 된 데가... (생각하다가 어디 옷 가게(여자 옷 가게) 옆에 코디 잘 되고 살짝 가격대 있는 남자 옷가게 가르쳐줌) 거기가 좀 남친룩 느낌나게 디스플레이 해놨더라구~ 백화점은 너무 어른? (갸웃) 같은 느낌 날테니까 처음에는 시내에서 사보는 게 어때애? 그 애가 옷을 너무 어른스럽게 입는 편이 아니라면,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닐까?
새슬이 생각나는 색 말해주면 금아랑은 흰 셔츠에 진녹색 니트조끼 같은 거 고를 거 같은데... <:3 거기 옷가게 디스플레이가 >>284처럼 되어 있겠죠. 자금 넉넉하더라도.. 상대랑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살짝 가격대 있지만 학생이 알바하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옷집을 추천해줄 거예요. (문하의 자금넉넉의 기준을 모르기도 하고...)
>>300 앗... 강아지 젤리에 붙어 있는 건 귀여운데... ㅇ<-< (연호 왠지 패치 분실 자주... 하나....??) 아랑이한테도 글로 전해져오는 잘생김이 있나봐요... >:D (????) 앗... 네거티브 연호.... <:3 네거티브 연호 반응도 궁금해요...!! (후회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ㅇ.<) 쓰다보니까.. 금아랑 뭔가.. 저번 만월보다 좀 처연하게 (....아니면 불쌍하게...?) 우는 거 같은데 어... 저번 만월도 울긴 했는데 느낌이 살짝 다른 것도 같고, 전 좋아요 >:D
>>303 저도 핑발 벽안 좋아해요! >:D (와하하) 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예뻐요.... ㅇ<-< 그래도 뷔페 같은 데 경아 데려가면 좋아하는 음식들 잔뜩 먹었으면 좋겠어요! 앗... 식사류보단 디저트류를 더 좋아할까요? (뷔페에는 디저트도 있으니까 >:3)조리하면 잘 먹는다.... (피자나 피자빵에 올라간 피망은 먹겠군요! >:D) 생피망은... 쓴맛도 풋내도 나서 못 먹을 거 같네요... <:3
>>304 그덕도 있겠지만 (표정) 도 있지 않을까요...?? 자유분방함도 좋은 거예요 >:D ㅋㅋ 좋아하는 색 집어넣고 곱슬까지 약간 넣어서 더 양이 되지 않았을까요....??? 새슬주는... 뭔가 토끼 좋아할 거 같았는데... (털 복슬하면 좋아하실 거 같음) 양을 좋아하셨어... <:D
>>307 해인주 어서오세요~~~~~~~~ 질문... 평소 만월보다 약을 한 알 더 먹으면 그 약이 아주 쪼꼼은 효과 있는지...? 가 조금 궁금해요 <:3
힘 없이 질질 끄는 소리를 내며, 어지럽게 헤메이던 발걸음은 결국 새슬을 향하고자 했던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이상하리만치 생기 없는 적막함만이 저를 반기고. 집이 저를 부르기라도 하는 것인가, 홀린 듯 손을 뻗어 대문을 열었다. 작게라도 쇠가 뒤틀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날 법도 한데, 마치 누군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철문은 답이 없다.
비틀거리며 마당을 가로지르는 새슬의 시선이 똑바로 현관에 꽂혔다. 어딘가 기묘하고, 어떻게 보면 집요한 것처럼도 보이는 것. 도착한 현관 앞에 무너질 듯 기대 선 이의 손끝이 도어락을 더듬거린다. 삑, 삑삑, 삑. 그러나 마구잡이로 눌러 댄 번호가 들어맞을 리 없다. 경보음이 울리기 거의 직전까지 도어락을 두드려대고 나서, 새슬은 지친 얼굴을 하고 그대로 현관문에 등을 댄 채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주르륵. 손에 닿지도 않을 거리에서, 감시하듯 따라붙어 내려다보는 크고 둥근 것. 도망치고 싶다.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새슬이 집 외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현관에서 벽의 끝까지는 고작해야 몇 걸음, 꺾인 벽을 따라 돌아서 다시 또 몇 걸음. 머지 않아 눈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출입구. 거실 베란다. 어두운 거실을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다. 그 애는 자기 방에 있을까. 평소대로라면 큰 소리로 밖에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겠지만, 지금은 그런 예의 차리기에 할애할 이성 같은 건 없다.
>>323 핑발벽안은 어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진지) 정말 그럴지도 몰라요. 뷔페 비용을 메인 대신에 디저트로 잔뜩 채우고 나오는 사람...사실 디저트도 사려고 하면 은근 비싸니까, 어쨌든 간에 제 값은 하지 않을까 싶어요. 피자에 올라간 피망 정도는 잘 먹는답니다. 생피망은...그러네요, 먹기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324 그러면 배경이라도 짧게 이야기해볼까요? 당장 돌리기에는 제가 글을 내일 아침에서야 드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요...
>>319 헉 너무 현실 반응이라 뭔가 더 슬퍼요.... ((안돼 경아야 맞는건 안된다...)) 아니 물론 그게 가장 적절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맞는건.... (광광) 제일 상상이 안가는게 경아랑 연호랑 친해졌을때.... 그때가 제일 상상이 안가요ㅋㅋㅋㅋㅋㅋ 연호의 하이텐션을 경아가 어떻게 받아줄지 모르겠어요ㅋㅋㅋㅋㅋㅋ
>>323 ㅋㅋㅋㅋㅋㅋㅋ패치 분실은... (붙여야 할)패치는 집에서 자주 분실해요.... '어따뒀지?' 하다가 어디 구석쟁이에서 발견한다거나... 하지만 '이미 붙어있는' 패치는 안잊어버려요. 만월이라 특별히 한번 해봤어요 :D 네거티브 연호는 워낙 저텐션이라... 괴리감이 느껴지실스도 있어요... :3 차분연호보다 떨어진 느낌? 네... 저번 만월보다 확실히 차연한것 같아요.... 저번건 연호 때문은 아니었는데 이번건 연호 때문인것 같아서.... (아랑아 미안하다아아악...)
손을 뻗어본다. 거실 베란다 문은 잠금장치가 걸려있지 않아 살짝 미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렸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그렇게 방치되어 있는 이유가 있는 것만 같았다.
소름끼치는 적막.
텅 비어있는 묘실.
차곡차곡 깔려있는 나무 타일과, 벽지는커녕 칠 하나 안 되어있고 코팅제만 발라져 있는 콘크리트 벽, 그리고 이런저런 방으로 통하는 문. 저번에 문하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곳과 똑같은 바로 그 거실이었지만, 지금의 이 곳은 그 때 기억하던 것과도 소름끼치게 달랐다. 황량한 콘크리트 묘실에는 중압적인 공허가 자리하고 있었다. 만월을 피해 들어온 곳은 만월의 빛마저 닿지 않는 텅 빈 곳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콱, 철컥. 콱, 철컥. 콱, 철컥.
희미하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 쫓아가보면, 문하의 방 쪽은 아니다...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끔찍하게도, 그러나 어떤 의미로는 예상대로, 저번에 눈에 담았다가 외면했던, 집안에 있기에는 어색한 커다랗고 까만 철문이었다.
이 집안에 누군가가 있으며, 그 사람은 저 검은 문 뒤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상한 소리는... 마치, 무언가를 비끄러매어둔 쇠사슬이 거세게 잡아당겨졌다가 놓이기를 반복하는 소리 같지 않은가?
답레 쓰긴 했는데 아랑이가 화가 난 것입니다... 🤔🤔 ((어쩌지...)) ((왜 화났지...??)) 연호주... 일단 화난 아랑이 답레스 올려놓고, 환나 아랑이가 무섭게 느껴지면 제가 답레 다시 써올까요...?? 😭😢😢 좀 더... 처연하고 불쌍한 아랑이로 다시 써오겟습니다.. ㅇ<-<
>>329 사실 전에 해인이와 손을 잡았을 때, 경아는 어라? 하고 잠깐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확신하는 정도는 아니겠고, 정말로 잠깐 설마...? 하고 마는 정도요. 물론 해인주의 허락 여부에 따라서 정사인지 아닌지가 갈리겠지만요. 일단 약을 안 먹었거나/덜 먹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도서관의 가장 인기 없는 구석코너으로 달려갈 것 같아요. 그나마 향을 숨길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니까요. 혹시 이곳에서 해인이와 만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330 적어도 경아의 생각으로는 가장 적절하고 손쉬운 처리니까요. 먼저 폭력을 휘두르면 그 피해가 자신에게 온다는 사실도 알고, 반격해봤자 쌍방폭행 처리가 되니까요...그래도 지나쳤다 싶으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서 들고 있던 책이라도 내려칠지, 누가 알겠어요. 경아는 연호랑 친해지면~ 아무래도 즐거워하지 않을까요? 경아는 하이텐션의 친구들을 싫어하지 않아요. 같이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이라네요.
>>334 해인이는 페로몬 향이 안나니까 그렇게 생각은 안했겠지만 경아는 느꼈을수도 있겠네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해인이도 패치가 없거나 혹은 불량품이라는걸 느낀 순간 집으로 가려고하겠지만 ... 도서관 앞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페로몬에 결국 찾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만월엔 향이 정말 강해진다고 하니까요
떨어지기 직전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손가락이 안타까웠을까. 그래도 손을 붙잡지는 않았다. 더 크게 울고 싶어서. 그 마음을 참는 것만으로도 힘들었기 때문에.
“ 왜... 싸웠... 는데... ”
훌쩍거리는 소리,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섞인 짧은 질문. 싸움에 말려들었다고 말해주길 원하는 걸까? 싸움에 말려 들어서 다쳤다면 지금보다 더 화가 날 거고... 직접 누군가에게 싸움을 걸렸거나, 싸움이 걸려와서 피하지 않은 쪽이면... 그런 쪽이면 어떨까?
금아랑은 폭력 비슷한 것이 싫다. 폭력의 흔적이 남은 것을 똑바로 보는 것은 무섭다. 강압적으로 군다면 참을 수 없다. 싫다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상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울지마. 생각보다 많이 안다쳤어.
“ 지금... ”
에서 말이 뚝 끊겼다. 금아랑은 화가 났다. 화연호가 다치게 된 상황도, 본인의 상처나 감정, 갈망보다도 우선하여, 저를 달래듯이 말하는 것도. 지금 내가 우는 게 중요해? 생각보다 많이 안 다친 게 그거면, 생각대로 다치면 입원했다는 소리야? 왜 본인의 상처를 신경 쓰지 않아?
아랑은 저를 들어올리려는 손을 피했다. 화난 얼굴, 슬픈 얼굴, 어느 쪽이든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 닦지 마. 흘리게 놔 둬. ”
나는 네가 다쳐 있으면 마음이 아픈데. 너는 네가 다쳐 있어도 아무렇지 않아?
화가 난 게 더 큰 건지, 슬픔이 더 큰 건지 모르겠지만. 억누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은 소용없이 눈물이 자꾸 나온다. 아, 손가락이 연결되어 있는데도 외롭고, 마음이 아파. 날 안심시키려는 네 마음이 예쁜데, 그래서 더 마음 아파. 나보다 널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아?
“ 병원... 다녀왔어...? ”
흐느낌이 조금 더 억눌러진 느낌일까? 그래도 아까보다 더 바닥이 젖는 속도가 빨라진 거 같지.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눈물이 더 쏟아져 나오니까 그렇다. 머지않아 참을 수 없겠지. 검지가 여전히 제 손가락을 감고 있었다면 손을 꼼지락거려 새끼손가락끼리 약속하는 것처럼 조금 더 단단하게 감았다. 감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그가 손을 피했다면... 그래, 손가락의 연결이 안타깝게 떨어질 테지. 아랑은 그에게 외롭다고 매달리는 대신 떨어진 손으로 제 얼굴에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할 것이다.
지금 여기에 안락함이나 온기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그 날에 여기 있던 것이 환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하게 다급해 보이는 몸짓으로 거실을 가로질러 문하의 방에 그가 없는 것을 확인했을 때. 문 닫히는 소리가 적막 속에 삼켜지자마자, 집 안에 덕지덕지 눌러붙은 쓸쓸함이 낯선 침입자를 공격하듯 눈동자에 녹아들었다.
“.......하.”
어디 있어.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말을 붙잡을 생각도 들지 않아 그대로 놓아 둔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혼잣말을 몰래 중얼거리다, 뒤늦게서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알아챈 듯 고개를 들었다. 때로는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음.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고 움직이기에는, 본능이 조금 더 빨랐다.
까만 철문. 자신이 이 집에서 유일하게 외면했던 것. 소리는 여기에서 들린다. 천천히 문고리를 손에 쥐면, 팟, 파팟, 플래시처럼 날카롭게 흐린 머릿속을 찢어 가르는 어떤 것. 아니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리고선, 문고리를 잡은 제 손을 내려다본다. 옅게 거칠어진 숨을 애써 진정시킬 수 있었을 때 즈음. 이 집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을 바라며, 쥐어짜낸 용기를 담아 검은 문을 열기 위해 천천히 힘을 주었다.
>>336 그렇다면 그때 설마? 정도로 잠깐 의심했다~ 이렇게 둘게요. 그것도 그렇지만...고서의 향기는 숨긴다고 해도 단 우유향은 남는 걸요. 아마 그걸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경아라면 만월의 부작용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싶어 책 한 권을 집어들고 미친듯 집중해서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 정도로 해두고, 선레를 정할까요? 역시 다이스가 좋겠죠...?
>>328 ㅋㅋㅋㅋㅋㅋㅋ ^ㅁ^ 전... 핑발녹안도 좋아합니다.. (소곤) 하지만 핑발 벽안도 좋아하죠 ㅇ.< 핑발 자안도 좋아... 엇... 메인 대신에 디저트 채우는군요...??? 경아랑 뷔페 가려면 그냥 뷔페보다 아예 처음부터 디저트 뷔페나 위에...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 큰 베이커리 가는 게 낫겠어요 >:D 맞아요... 그냥 뷔페 가도 디저트 n접시 먹으면 가격은 뽑을 거예요... ㅇ>-< 생피망은... 경아에게 주지 말 것... (메모)
>>330 집에서 자주 분실하는 거 귀여운데... >>이미 붙어있는 패치는 안 잃어버림<< 이것도 좋네요.... ㅇ<-< (귀 여 워....) 만월이라 특별이구나! >:3 (강아지 잘했다... (???)) 헉... 저텐션 괴리감 있는 것도 새로워서 전 좋아요...!! (아주 맘에 듬...! >:D) 차분 연호는... 장난기 연호보다 아랑주에겐 익숙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연...처연... 처연에 단호박ㅇ ㅣ... 섞여있는데... ㅇ<-< ((죄송해짐...)) 아니야... 제가 연호(주)에게 미안해 해야 할 것 같아요... ㅇ<-< (연호야 미안하다.... ㅇ<-<) (머리박는 다람쥐짤)
>>333 ((머리박는 다람쥐짤)) (연호주께 바칩니다) 화내도 생긴 게 무섭지는 않은 편인데... <:3... ㅓ어... 안 예뻐보여서 슬프고 죄송하고... ㅇ<-< 뭔가 머리 받아야 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흑흑... 혹시 금아랑이 쪼꼼 무서워지시면... 혹은 화나고 슬픈 아랑이에게 반응이 곤란하시다면 꼭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ㅇ<-<
>>340 사실 핑발은 어울리는 색이 꽤 많죠...전 사실 핑발적안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에요. 핑발 자안도 그렇고요. 메인도 먹긴 하지만, 한두접시 먹다말고 쭉 디저트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왕이면 디저트 뷔페를 가는 편이 낫긴 하죠. 디저트...자주 생각하지만 쪼들리는 지갑에는 비싸요.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요. 생...피망 말고 생당근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의외로 단 맛이 없지는 않은 편이던데.
>>341 제가 선레네요...그러면 내일 도서관에 있는 경아로 최대한 빠르게 가져와볼게요!
>>342 핑발적안...!! (이것도 좋은데...???) 경아주랑 ㅣ이야기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핑발에 어울리는 색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거 같아요 ㅎㅁㅎ 디저트를 공략할거면 역시 디저트 뷔페가 좋은 거 같아요. 맞아요! 디저트 비싸요... >:ㅁ (심지어 점점 더 가격 오르고 있어!) 생당근도 씹다보면 아주 약간의 단맛은 있죠... <:3
왜 싸웠냐는 물음. 질문당하는 것이 두려웠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이유도, 필요도 못느꼈다.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는다. 그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살며시 열었다.
설명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집에 가는길에 마주친 다른 학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 학생들이 저를 지나치며 떠들었던, 우리 학교에 와서 벌이려 했던 일. 그리고...
" 그리고 거기에서, 네 생각이 났어. "
그래서 참을 수 없었어. 정리해보자면, 연호는 싸움을 건 사람이었다. 자신이 먼저 그들을 쳤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랑이 더 화내지는 않을까 조금씩 눈치를 살핀다. 순진한 바보. 정도가 어울리는 말일까?
" ...... "
아랑이 닦지 말라며 피하는 것에, 그는 손을 멈추고 툭 떨어트렸다. 다른 사람을 달래는데에 서투른 그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무엇을 해야 아랑이 눈물을 멈출지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그것은 좋은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애초에, 아랑이 지금 무엇에 화가 났는지... 그것을 연호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다쳤기에, 그래서 아랑이 자신을 걱정하기에 화를 내고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과분한 걱정을 받고있으면서도, 그는 몰랐다.
" 아니, 친구가 소독 해줬으니까... "
병원은 다녀왔냐는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소독과 약은 문하가 해주었다. 그러고보면 문하와 아랑은 아는 사이인듯 했다. 그래도 일단 그것에 대한 의문은 저편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아랑이 손을 꼼지락거리며 손가락을 단단히 김으려고 하는것에 맞춰, 그도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가능하다면 이제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을 잡으려고 했을테다.
" ....네 페로몬이 날 어지럽게 하는데. "
" 네가 우는 모습은, 화난 모습은 더 날 슬프게 해. "
왜일까? 라는 질문은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어쩐지 뱉기가 두려웠다. 그것에도 왜일까? 라는 질문이 뒤따랐지만, 어지러운 머리 덕에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과연, 얼마간의 시간이 남았을까?
>>340 아니요 안예뻐보인다니요 연호 걱정해서 화까지 내고있는 아랑이가 예뻐보이지 않는다면 대체 뭐가 예뻐보인다는거죠...? (아랑아 미안해...) 아니요 아랑주가 연호에게 미안해하실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 멍청한 빨간 댕댕이를 보세요.... (절레절레) 곤란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랑이가 저런 모습 보여줘서 자각하기 더 좋은 조건이 되지 않았나.... 궁예를 해봅니다.... (널부렁) 네거티브 연호는 어쩌면 이번 만월에서 나올수도 있구.... 혹은 미래에...? 나올수도 있겠지요 :3
아까의 정문과는 달리 확실한 무게감에 걸맞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차갑기 그지없는 철문은 육중하게 천천히 열린다.
그 너머는 보이지 않는다.
빛 한 점 들지 않아 정말로 그 어느 것도 볼 수 없는 완전한 암실. 문에 달린 도어스토퍼를 내리지 않고 발을 내딛으면 쇠로 된 도어클로저가 달려 있는 그 문은 새슬의 등 뒤에서 닫힐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열어둔다고 해도 들어오는 것은 마루에 쏟아진 달빛의 반사광. 핸드폰을 꺼내어 조명을 비추던가 하지 않으면, 이 방에서 시각은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반대로,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이 조금씩 예민해져 온다.
새슬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게 아니라면, 이 방의 바닥은 심지어 나무타일마저 깔려있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 그대로인지, 안락함이라곤 전혀 없는 석재 특유의 싸늘한 단단함이 양말 너머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 너머에서 콱, 철컥, 콱, 철컥, 하는 소리 사이로, 으르렁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숨을 몰아쉬는 소리 같기도 한 게 들린다. 그리고 옅은 피냄새. 그런데 문득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멈춘다.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챈 걸까.
"누구야..."
저 어둠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에 낯선 감정이 담겨 울려온다. 경계심과, 그리고... 뚜렷한 증오. 마치 '누군가' 가 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러나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기라도 한 걸까, 그 뒤에 따라붙는 낯익은 목소리에는 증오가 씻은 듯이 사라져 있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의구심.
새슬의 등 뒤로,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도어스토퍼 같은 건 애초부터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온전한 어둠과 함께 방 안에 남겨진 뒤로부터 목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아 마른침을 삼킨다. 나가고, 싶어. 그러나 움직일 수 없다. 발목을 옭아매는 미련과 공포가 뒤섞인 것. 뭔가..... 있다. 모골이 송연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떨리는 손 끝이 희어지도록 힘을 주어 옷자락을 쥔다. 금속이 쓸리고 부딪히는 소리, 짐승의 것인 양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거칠어지기 시작한 숨소리를 강제로 눌러 죽인다. 그럼에도 혹여나 새어나갈까 한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머니를 뒤졌다. 너무나도 익숙한 감촉의 네모난 것.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서 조심스레 플래시 버튼을 눌렀다.
아까부터 익숙한 듯 낯선 으르렁거림이 이상하게 가슴 한 켠을 불안한 것으로 쥐어 짜 비틀어대는 것을, 아니야, 아니야. 애써 부정하면서.
...바보. 손해 볼 말을 정직하게 한다. 하지만 거짓말 안 하는 점은 안심이 돼. ...참을 수 없었다는 건 내 생각이 나서, 라고 말하면. 먼저 주먹을 휘두른 사람이 당신이라고 해도 싫어할 수 없다. 나쁜 건, 그쪽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만 싸우지 않고... 녹음해 증거를 경찰에게 건네는 게 나았을까? 아니, 그러면 당연히 법은 늑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테고... 폭력이란 수단을 썼다 하더라도 양들에게는, 연호가 싸워준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고... 덕분에 안전해진 것이겠지.
하지만 그로인해 그가 다쳤다면, 용서할 수 없는 쪽은...
양인 나, 나쁜 속셈을 가진 사람들. 혹은 둘 다.
“ ...내 생각이 나지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을까.... ”
자그맣게 중얼거리고 훌쩍거렸다. 양인 게 비참할 때가 한두 번은 아니지만 늑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늑대였다면, 네가 싸울 일은 없었을까?
하지만 내가 늑대였다면 너와 이렇게 엮이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 친구가 소독해준 뒤로... 네가 스스로 치료 했어...? ”
제대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인 건지, 아니면 그냥 밴드만 덕지덕지 붙인 건지. 어깨가 조금 시무룩 내려갔을까. 그래도 조금씩 들썩였겠지. 여전히 울고 있었으니까. 간간이 말은 잇고 있지만 저번 만월보다 더 오래 울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 연호 네 탓은 하지 말았으면. 이건 다 내가 나약한 탓이므로.
손이 움직였다면, 잡게 내버려두었을 테다. 적극적으로 마주 잡거나 하진 않겠지만, 잡힌 손의 온기가 당신의 마음을 변하게 할까?
“ ...그래서. ”
눈물을 삼킨다. 이제는 훌쩍이는 소리는 줄었지만.
“ ....더 멀어졌으면 좋겠어, 가까워졌으면 좋겠어? ”
대신 소리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울어서 눈이 아프다. 머리도 조금씩 아파오는 것 같다.
“ 넌 잘못한 거 없어.... ”
화는 이제 가라앉았지만, 화난 이유, 지금은 말하지 못하겠어. 아랑은 한 걸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만을 살짝 가슴팍에 기대려고 했겠지. 모자의챙은 눌려있을 것이고, 눈물은... 아까보단 확연히 줄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지 않았을까.
“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
힘이 없는 몸짓, 잠긴 목소리가 그를 걱정하게 할까? 와중에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다니 염치가 없는 것도 같다. 하지만 외로워, 조금은 비참하기도 해. 내가 양인 게 싫지만, 내가 양이 아니었더라면... 아니었더라면, 네게 매달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까?
그것은 분명히 앞으로 달려나가려다 양팔이 뒤로 붙들린 자세였다. 아니, 양팔이 뒤에 있는 무언가에 매달려있는 채로 안간힘을 써서 앞으로 나아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세였다. 뒤로 쏠려 있는 양 팔과, 잔뜩 격앙돼서 앞으로 기울어진 상반신. 그리고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 안간힘을 써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발. 아무 소용없는 발걸음을 몇 번이나 내딛은 건지 온통 쓸린 콘크리트 바닥에 피가 쓸린 자국들이 선명했다. 라이트를 조금만 더 뒤로 기울여보면 새하얀 팔에 매여있는 두꺼운 쇠고랑과, 그 쇠고랑에 쓸려 온통 새빨갛게 긁힌 상처로 가득한 팔목 또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쇠고랑이 이어진 굵은 쇠사슬이 뻗어나가는 것도. 굵은 쇠사슬이 칭칭 매여 있는, 암실 중앙의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도. 그 콘크리트 기둥은 지속적으로 무언가에 쓸리기를 반복한 듯 가운데가 오목하게 패어 있었다.
그 얼굴은 봉두난발이 된 하얀 머리카락에 덮여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눈이 어디 있는지는 분명히 알 것 같았다. 빛을 비춰도 전혀 밝아지거나 빛을 머금는 일 없는 조그맣고 새까만 원이, 얼굴에 드리운 그늘 속에서 부들부들 떨며 빛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응시하려고 했다. 쇠사슬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사실 그거 생각했지만.... 원래 일상이랑 생각이랑 다르게 흘러가서 재밌는것 아니던가요...ㅋㅋㅋㅋ (널부렁) (악마날개는 제거할때 아프더라구요...)(?) 네 자각하기 좋아요... 이유는 나중에... (또 미루는 연호주) 네거티브 연호는 여기서 나올 확률이 적긴 해요. 아랑이 잘못 안했어요.... 아랑이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 안아주고 싶어요...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래도 연호주는 팔팔하니까 답레 올리고 잘거에요! 아랑주는 잘자요~ 좋은밤 좋은꿈!!
>>362 정확도 높아.. 어쩌다 매 보름마다 문하가 스스로를 기둥에 묶고 열쇠를 던져버리는지, 문하는 자기 이야기를 꺼려하긴 하지만 문하에게서 듣는 것도 불가능은 아냐. 그렇지만 정석적으로 들어보고 싶다면 트레이너에게서 어느 정도 들어볼 수 있고(새슬주의 희망 혹은 추후 전개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번 일상에서 만날 수도 있음), 문하네 아버지와 만나서 물어보면 전말을 다 들어볼 수 있어.
싸울 일이 없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가 생각나지 않을 일은 없어' 라는 대답이었다. 만약이라는 질문은 없었다. 이미 아랑과 연호는 서로에게 확실히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었으니까. '네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연호에게 있어 아랑은, 금아랑이라는 사람은 이미 마음속에서 연호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을만큼 커져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그늘속에 가려져있어서. 연호가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 응. 집에서 제대로 치료 했어. "
그는 병원보다는 혼자 하는 치료를 선호했다. 애초에 치료라고 해봤자 대충 소독이나 하고 상처를 내버려뒀겠지만, 이번엔 치료를 도와준 친구가 있었으니 조금 더 신경써서 밴드까지 붙인 것이다. 덕분에 밴드를 처음 붙인것 같은, 정갈하지 않고 덕지덕지 바르기만 한 티를 내버리긴 했지만.
" ..... "
멀어졌으면 좋겠냐, 가까워졌으면 좋겠냐. 그런것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그에게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는 속도를 조절한다는 선택지가 남아있을진 몰라도, 뒤로 물러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 가까워지고싶어. "
나지막히 속삭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손에 있는 온기를 잊지 않으려 살살 움직이는것이 느껴진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은 일말의 불안함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랑이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왔기에, 그 불안함을 잠시 잊을 수는 있었을테다.
아랑이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팔이 움직인다. 잡고있던 손을 스르륵 놓으면서, 전신으로 아랑을 감싸듯이 목에, 등에 양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 팔에는 조금씩, 그녀가 답답하지 않을 만큼 힘을 주어 꼬옥 하고 안았다. 계속해서 흘러들어오는 헤이즐넛 초콜릿 향이 그의 코를, 목을 간질였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눈을 감았다. 한쪽 손이 그녀의 머리에 닿아 아주아주 천천히, 아주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주려 했다.
파각. 손에 들린 것이 둔탁하게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 액정이라도 나간 것일 테지. 바닥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불빛이 조금 더 넓게 방 안을 비춘다. 그 가운데 마주하게 된 얼굴은, 분명히, 그렇지만, 아니야, 어떻게? 팟, 파팟. 팟. 애써 부정하며 묻었던 무언가가 다시 플래시 불빛처럼 머릿 속에 터진다. 어두운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새슬의 낯빛이 파리해진다. 발목을 묶은 것은 이제 온전한 두려움 뿐이었다. 식은땀. 눈물. 어쩌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데. 쌕쌕거리는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 아, 아. 울음 섞인 비명같은 신음과 함께 몸이 내던져지듯 앞으로 튕겨졌다.
“ㅡ잠깐, 잠깐만, 풀어, 줄, 음, 풀어줄게, 이, 이걸... 풀어, ㅡ..”
높낮이를 마구 넘나드는 불안정한 목소리. 무슨 말을 하는지 쉬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몸을 덜덜 떨면서, 새슬의 손이 쇠사슬을 움켜쥐었다. 철그렁. 차가운 금속의 촉감.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끝, 끝을 찾아. 새슬의 손 끝이 다급하게 쇠사슬을 훑으며 끝을 찾았다. 어디, 어, 어디야? 어디에, 흐윽, 어디.
사슬을 연결하는 자물쇠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극단적으로 시야가 좁아진 탓에, 자물쇠가 걸린 곳을 몇 번 정도 건너 뛰었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잡아당긴다. 캉, 캉, 열쇠 없는 자물쇠가 풀릴 리 없었지만, 집요하고 맹목적으로 한동안 그것은 반복된다. 잇새로 간혹 새어나오던 흐느낌은 어느새 울부짖음 비슷한 것이 되고. 왜, 안 열리지? 미친 듯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자물쇠를 달칵거린다. 이따금씩 콘크리트에 쓸리고 부딪힌 손 끝이 까짐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호흡만이 귓가에 어지럽게 흩어진다.
열쇠, 열쇠가 필요해. 겨우 자물쇠에서 벗어나 힘겹게 떠올린 해답. 새슬의 시선이 바쁘게 방 구석구석을 살핀다.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덩그러니 던져져 있는 무언가. 다급하게 그것을 주워 돌아왔다. 작은 열쇠. 제발, 제발, 이 열쇠가 맞는 열쇠이기를 무엇보다 바라며. 그러나 그것마저도 떨림 탓에 제대로 되지 않아 열쇠 끝이 구멍 근처를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제, 발..!”
악 다문 잇새로 흘러나오는 간절한 흐느낌. 자물쇠에 이어진 사슬로부터 느껴지는 진동이 잔인하다. 마침내 열쇠는 구멍에 들어맞고. 천천히 돌아간다.
이 패치라는 게 아직 안정적인 물건이 아니기에 종종 불량 사고가 난다고 한다. 두 가지의 약제성분이 들었는데, 두 성분 중 하나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분이라서 유효기간이 조금만 지나거나 배합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순식간에 분해되어 버려 패치의 효과가 격감한다고 했던가. 제작 과정에서 불량품을 최대한 거르고 걸러내도 불량품이 배급품 사이에 섞이기도 하고, 품질 검수 과정에서 패치가 못쓰게 되기도 하고, 운송 과정에서 패치가 못쓰게 되는 일도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럴 경우 양을 고용해서 해결한다고 들은 적도 있다. 내 사정을 들은 트레이너가 그걸 시도해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실패했다. 일종의 심리적 자기암시라고 해야 하나, 심리적 동조를 이루지 못한 양에게서는 억제작용이나 충전작용을 받을 수 없는 고약한 특이체질이라고. 능력의 부작용으로 증폭되는 부정적 감정이 양의 그것과 비슷한 이들 중 몇몇에게 발현되는 심리적 특이체질이라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거나, 형제자매이거나, 애인일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기대어봤자 안식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었다. 돈을 주고 도망친 곳에 구원은 없었다.
단 한 번 내 손으로 찾아낸 구원이 있었으나, 한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구원에도 한계는 있었고, 나는 나보다는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랐기에 이별을 납득하기로 했다. 그 이해심많은 친구를 위해 나는 그 아이를 기꺼이 떠나보냈고 그리고 뒤에 남겨졌다.
내가 붙인 패치가 불량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끝없는 허기와 온몸이 찌그러지는 것 같은 고독이 나를 좀먹기에, 나는 인간보다 굶주린 짐승에 가까운 무언가가 된다. 능력에 대한 통제권도 잃는다. 내 늑대 증상은 체감시간의 증폭. 다시 말해, 나는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에 허기와 고독을 안고 유배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두 달간의 유배. 60분의 1로, 혹은 더 느려질 수도 있는 시간 속에서 보내는 하룻밤. 한 번의 뒤척임이 몇 시간으로 늘어나고, 한 번의 흔들림에 쇠고랑이 팔을 한 번 파고드는 그 한 순간의 고통이 몇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그런 유배.
물론 고통스럽다. 그러나 나는 비명을 지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묶어야만 한다. 패치가 듣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으니까. 그 날의 멍청한 실책을 두 번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괜찮다. 익숙하다. 두 달 동안 어둠 속에 혼자 내버려지는 것은, 바깥으로 나가려고 날뛰는 몸뚱아리 위에 정신을 맥없이 얹어놓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풀어준 것처럼, 굳어진 채로 서서히 움직이던 내 몸이 풀렸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어. 이 단 냄새를 풍기고 있던 것은───── 너였구나.
"유새슬......"
하는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가 주춤주춤 물러선다. 저녁부터 내내 팽팽해서 이제 곧 끊어질 지경이 되어있던 쇠사슬이 느슨해져셔 땅바닥에 철그럭 소리와 함께 나동그라진다.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빨간 점 몇 개가 자국으로 남는다. 그러나 유새슬이 풀어줄게, 하고 말을 덜덜 떨며 그의 옆을 앞질러 그의 등뒤로 달려간다. 하는 떨리는 손을 새슬에게로 뻗었다.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널려있던 쇠사슬에 발이 걸려 한번 땅바닥에 우당탕 넘어졌다. 그러나 문하는 이를 악물며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짚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유새슬의 손끝이 정신없이 사슬마디 사이사이를 버릊기 시작했을 때, 유새슬의 어깨를 조심스레 끌어안는 것이 있었다. 유새슬의 손끝을 스치는 차가운 쇠사슬보다 더 단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 조금 더 따뜻한 게.
블리치의 등장인물 "자엘아폴로 그란츠" 의 최후는 독특한데, 주인공의 세력에 속해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쿠로츠치 마유리" 에게 단 1초라고 해도 무한에 가까운 억겁의 시간으로 느껴지게 하는 약을 강제로 투약당한 뒤에 마유리의 칼에 찔려서 죽어. 이때 마유리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에 자엘아폴로의 급소를 찔러 절명시켰지만, 자엘아폴로가 느낀 마유리의 칼이 몸에 닿기부터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 데까지 걸린 체감 시간은 수백 년이라고 해.
딸그랑. 손에 들었던 자물쇠와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풀려, 났, 나? 애초에 열쇠는 제대로 돌아갔을까.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힘겹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 한 탓에 정신이 부옇기만 하다. 아, 으, 양 팔을 쥐어뜯듯 감싸안으며 자세를 무너뜨렸다. 둥글게 말린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이기만 하다. 뒤늦게 콘크리트의 냉기와 탁한 공기가 맞닿은 맨실에 스며들어왔다. 소름끼치도록 익숙한. 힉ㅡ, 급하게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불안하게 진동한다.
“...잘못, 잘, 못... 잘못했, 어요.......”
이내 새슬이 몸을 부들거리며 강박적인 중얼거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꺼내 주세요, 잘못했어요, 착하게 굴게요. 하나같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애걸복걸하며 매달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빛 한점 들지 않는 방 안과, 바닥의 냉기가 소름끼치도록 비슷해서. 누가 봐도 새슬은 이성을 온전히 잃은 상태였다. 팔뚝을 쥔 손가락이 희어질 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불규칙한 호흡에 날카로운 흐느낌이 섞여들기 시작했을 때.
뭔가가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성의 끈을 놓쳐버린 가운데서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 더듬거리며 그것을 쥐었다. 채 잦아들지 않은 부들거림이 가득한 손이었지만. 제 이름을 부르는 환청이 들린 것 같기도 하다. .....하? 다급하게 소년의 얼굴을 찾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손 끝을 더듬거리며. 굳은 고개를 겨우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환상이라도 보는 것처럼 얼빠진 얼굴이 온통 눈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눈 앞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새슬의 손 끝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마에서부터 콧대, 눈꺼풀, 볼과 입술. 하나씩 확인해 갈 때마다 새슬의 얼굴이 무너지듯 울상이 되어 간다.
“.......문, 하.”
왈칵, 굵은 눈물방울을 흩뿌리며 달려들듯 소년을 끌어안는다.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목 놓아 울며, 계속해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하, 하. 문하, 하고. 목덜미를 꽉 끌어안고 그 어깨에 얼굴을 부벼 가면서.
수십 일을 견뎌야만 했을 굳어버린 시간이 갑자기 녹아내린 순간, 그 시선 끝에는 옹송그려 쭈그려앉은 새슬이 있었다. 자신이 짊어졌어야 할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발바닥이 통각 신호를 뇌로 올려보내고 있었지만 문하는 그것을 묵살했다. 차가운 한기가 발에 난 상처를 파고드는 것 같았지만 문하는 그것 역시 무시했다. 그는 굳은살투성이의 맨발이 방바닥에 붉은 선 몇 개씩을 남기는 것도 개의치 않고, 평소라면 꺼림칙하게 피했을 그 깎여나간 콘크리트 기둥을 향해 쇠사슬을 질질 끌며 달렸다.
너는 왜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핸드폰의 플래시라이트가 천장에 비치는 반사광은 이 달빛 한 쪽 들지 않는 관짝과 같은 방을 모두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둠 속을 뻗어간 새슬의 손끝에 질긴 가죽 같은 피부가 덮인 얼굴이 걸렸다. 갸름하고 강팍스런 턱선에 곧은 콧대까지, 새슬이 기억하는 얼굴대로였다. 그러나 그 얼굴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게 새슬의 손끝에 분명히 느껴졌다.
"나 여깄어."
네가 날 찾아서 여기까지 왔잖아. 하고 문하는 중얼거렸다. 문하는 이 관짝의 가장 깊은 곳까지 손길을 내뻗어주러 온 새슬을 품 안에 품어주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것 같지만 상관없다. 서로 끌어안는 순간, 차가운 관짝이라고 생각했던 이 지하실이 조그만 안식처가 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러니까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아팠다. 생생하게 아팠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시린 엉덩이가, 쓸려서 상처난 팔목과 발바닥이, 뒤로 과하게 잡아당겨진 어깨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기울어져 있던 몸뚱아리가 한순간 한순간, 과장되어 증폭되지 않고 생생하게 아팠다. 마치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그 끔찍한 유배에서 이제 자유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그래서 문하는 새슬을 끌어안고, 있는 대로 울었다. 서로가 마음속에 고여있던 슬픔을 어느 정도 털어내고 그걸 추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울음을 쏟아냈다. 그저 서로를 가만히 껴안고. 쓸쓸한 적막만이 감돌던 방 안이 아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눈물로 먹먹해진 정신에 알 수 없는 말이 스쳐 지났다. 분명히 알아듣지도 못 한 말이었는데, 왜 기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는지? 할 수 있는 만큼 소년의 품에 파고들듯이 고개를 묻는다. 통곡하던 두 사람의 소리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을 무렵.
“……나가자.”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가 잦은 떨림과 함께 속삭였다. 무서워, 하. 당장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제 눈 앞에서 지워지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있는 힘껏 눈을 꾹 감고서. 여전히 떨림을 주체하지 못 하는 힘 빠진 몸이었으나 감싸쥔 소년의 목덜미를 놓는 법은 없었다. 잠깐 놓으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정말로 큰일이 날 것처럼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정신을 놓는 한이 있어도 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나가게 해 줘.”
여기서. 다시 한 번 쏟아낸 속삭임. 이번에는 조금 더 흐느낌에 가까운 것이었다. 새슬이 잠시 파묻었던 고개를 들자, 어둠에 물든 녹색 눈동자가 갈구하는 빛을 띄고 소년을 향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쇠사슬이 느슨하게 풀어지자, 쇠사슬의 장력으로 팔목을 옥죄고 있던 쇠고랑도 가볍게 손목을 털어내는 것만으로 바닥에 털그렁 하고 맥없이 떨어졌다. 손목이 온통 빨갛다... 리스트컷 증후군이라기엔 너무 둔탁했고 손목을 빙 둘러가며 나있었던, 언뜻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자세히 들여다봐도 살이 튼 자국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흉터들이 어디서 난 것인지 약간의 해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손목에서 흘러내린 피는 손에도 온통 묻어 있었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손 안에 느껴지는 끈적한 감각이 손이 지금 어떤 꼴이 되어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감정의 격랑이 빠져나가 텅 빈 자리에 자리에 두려움이 들어찼다. 자신을 무서워하거나, 꺼림칙해하거나, 싫어하게 되리라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만월 때마다 자신을 쇠스랑에 묶어놓고, 종종 이성을 잃고 날뛰기까지 하는 미치광이를 도저히 좋아해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 순간, 하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고야 말았다. 여태껏 아버지와 그 망할 여자, 트레이너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지키고 있었던 비밀이 예기치 못하게 깨어져버린 것이다.
결코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그 중에서도 가장 보여주기 싫었던 사람에게, 보여줘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하가 깨달아버린, 하의 등골을 싸늘하게 만드는 사실은 하나 더 있었다. 유새슬이 양이라는 사실, 그것도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가두어두고 있던 감정적 고독의 울타리마저 뛰어넘어온 양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러면 나는 너를 요구하게 될 텐데. 네게 있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있어도 되는 곳'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뭔가 잘못됐다.
"...피 묻을 텐데."
목소리가 떨렸다. 핸드폰의 플래시가 던지는 어렴풋한 반사광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문하의 눈이 떨고 있었다.
"괜찮, 아?"
괜찮냐는 그 질문에는 너무 많은 것이 매여 있었다. 하의 손목을 옭아매고 있던 쇠고랑보다도 더 많은 것이.
만월이 찾아올 시기가 되면 언제나 외로움이 시아를 감싸곤 한다. 분명 요즘은 슬혜와의 시간을 통해서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체질이란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지 시아는 밀려오는 외로움에 머리를 쓸어넘긴다. 별 수 없다. 정말이지 귀찮기 짝이 없는 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외로움을 달래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 뭐, 이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생겼지만.. "
더이상 외로움에 젖어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정처없이 위험한 거리를 걸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기댈 곳이 있었으니까. 한없이 사랑하고 보듬고 싶은 사람. 눈을 감으면 언제나 떠오르는 그 아이만 있으면 시아는 망설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없던 자신감과 용기마저 생겨날 정도였으니까. 그 아이의 집으로 가기 전에, 마트에 들려 가볍게 즐길 달콤한 비스킷과 음료, 그리고 가벼운 식사를 만들만한 재료를 산 시아는 미리 기억해둔 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간다.
" ... 세상은 평상시랑 별로 다를게 없는데 말이지. "
분명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는 서로를 달래기 위해 만남을 가지고 있을 양과 늑대가 존재하겠지만, 거리는 한산했고, 평화로운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여태까지 그래왔으니 시아는 더이상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을 담아두지 않는다. 불필요한 생각은 접어서 던져버리고 머릿속에는 소중한 그 아이만 떠올린다. 자신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보랏빛 눈동자는 상상속에서도 아름다웠으니까.
" 아, 다 왔다. 어디 보자.. "
슬혜가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온 시아는 문 앞에 도착해선 천천히 중얼거리더니 가벼운 심호흡을 한다. 딱히 슬혜를 만날 때에 긴장을 할 것이 없음에도 괜스레 심호흡을 하게 되는 것은, 벌써부터 슬혜를 볼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리려는 발버둥이 분명했다.
또 그날이구나... 하고 막연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어수선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건 분명 그것 때문이겠지.
그녀에게 있어선 그뒤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확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즐거운 나날들에 대해서 모두 기억해내며 짜깁기를 해보아도 돌이켜볼땐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는게 가능하기라도 했다면 덜 외로웠을까? 하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그녀는 감정이 매우 무딘편이라서 직접적으로 와닿는것 외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바라다못해 매달리고 있었다.
평범한 양들이 만월일 때마다 외로움에 시달린다면 그녀는 그것에 공허함까지 더해야 할까. 물론 둘 다 평소에도 느끼는 감각, 감정이었지만 제어되지 않는 상황에선 무엇보다도 깊게 가라앉는 편이라고 하는게 그나마 적당한 표현이겠지.
"......"
차라리 무언가 만든다거나 요리를 하고 있다면 몸을 움직일 일이 많으니 그나마 공허한 기분도 덜 들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마치 제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마냥 현관에 웅크려앉아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집 안을 서성이다가도 저와 같은 처지였을 커다란 털복숭이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문앞에서 기다리다 버릇처럼 엄지 끝을 잘근잘근 깨무는 자신을 인지하자 그녀는 약간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정도면 중증이네요..."
별수 없는 일이라고 넘기려 했다. 어차피 오늘같은 날은 자주 있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자주 있는 날이 아닌만큼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기에 문 너머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예민해졌던 그녀는 익숙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보였다. 주변을 살피고, 당신을 바라보고, 그러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걸 인지하고나서야 평소처럼 차분한 미소를 지어보였을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온거 같네요? 사실 마중이라도 나가야 할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으려나~? 후후후..."
계절도 계절이지만 마냥 당신을 문앞에 세워놓는 것도 좋은 행동은 아니니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넖은 공간의 어딘가에선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고, 벽으로 보이지 않는 저쪽 어딘가의 사각에선 새까만 먼지떨이 같은게 살랑살랑 움직이다가 어느새 쏙 들어가선 대신 머리를 내놓고 있었다.
"...오라고 한건 전데, 막상 초대하고나니까 좀 쑥쓰럽네요~ 아무래도 날이 날이다보니까 그런 걸까요? 아, 물론 청소는 잘 해놓았으니까요! 뒹굴어도 된답니다?"
시아는 문을 열고 자신을 반겨주는 슬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노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열린 문과 문 앞에 서있는 슬혜의 모습을 통해 유추해본 시아의 생각은 슬혜가 자신이 오는 것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방 안에 편히 앉아있다 나왔다기엔 문이 열리는데 걸린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래서인지 물끄러미 재잘거리는 슬혜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을 것이다.
" 슬혜야. "
천천히 장을 봐온 것을 현관 벽에 기대어 세워둔 시아는 나직히 슬혜의 이름을 부르며 신발을 벗는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두고 집안에 발을 들인 시아는 슬혜의 앞으로 다가간다. 물끄러미 언제나처럼 빛나고 있는 슬혜의 눈동자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뻗어 부드러운 슬혜의 머리카락과 뺨을 매만져준다. 그리곤 몸을 조금 숙여 슬혜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간 시아는 들을 이는 슬혜 뿐임에도 비밀이야기를 하듯 속삭였다.
" 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힘들었을텐데. "
귀여워 죽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 시아는 장난스런 속삭임을 남기고 떨어져선 살며시 슬혜의 손을 매만지곤 놓아준다. 그리곤 내려놓았던 봉투를 도로 집어든 시아는 슬혜보다 먼저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 슬혜가 기다리다 지쳤을 것 같으니까, 얼른 사온 것만 정리하고 달래줘야 할 것 같네. "
슬혜에게 들을라는 듯 웃음기 섞인 말을 던진 시아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자신도 슬혜를 만나 몹시 기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슬혜를 끌어안고 푹신한 침대 위로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은근히 슬혜를 애태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에 조금씩 시간을 끌어볼까 하는 짖궂은 생각을 하고 마는 시아였다.
" 뭐, 정 급하다면 얼른 어울려줄 수 있지만? "
시아는 걸음을 옮기다 돌아서선 슬혜를 향해 눈을 곱게 접어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장난스레 혀 끝을 내밀어, 옅은 화장을 해 붉은빛을 띈 입술을 훑어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당신이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자 그때서야 자신이 무언가 서두르는 느낌이 강했단걸 깨달은 그녀는 잠깐 눈을 굴리다가도 당신이 내려놓은 물건으로 눈길을 옮겼다.
이내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색하지 않는다 해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을까,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서 앞으로 다가온 당신이 계속 시선을 맞추다가도 천천히 손을 뻗어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카락에서 뺨까지 쓸어오자 살며시 눈을 감고선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별로 기다렸다거나 지쳤다거나 그런건 아니니까요?"
물론 평소였다면 그런 기다림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맞이해주고 경우에 따라선 당신에게 장난을 쳤을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평정심이 없었는지 비밀이야기를 하듯 귓가에 속삭이는 당신에게 대꾸 아닌 대꾸를 하며 살짝 앓는 소리를 내보였다.
살며시 자신의 손을 매만지던 당신이 들고왔던 봉투를 집어들어 먼저 들어가자 옆에 있던 고양이 역시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 벌렁 드러누웠고 그런 모습에 가볍게 턱을 긁어주던 그녀는 웃음기 섞인 당신의 말에 괜히 찔리기라도 한 양 샐쭉거리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의 인내심도 없는건 아니라구요~"
그게 허풍인지 진심인지, 아니면 잠깐정도는 참을수 있다는 뜻인지 구태여 밖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바로 옆에서 작은 하품소리가 들려오는걸 보아선 평소의 그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것 정도는 확실했다.
걸음을 옮기다가도 샥 돌아서선 매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혀끝을 내밀어 부러 강조하듯 훑어보이는 당신에게서 어느정도 신경을 썼다는듯 평소보다도 붉은 빛을 띄고 있는 입술이 보이자 살짝 의식의 끈이 느슨해졌던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선 당신의 어깨를 최대한 가볍게 그러쥐려 노력하고선 꾹 눌러두었던 말을 겨우 뱉어냈다.
시아는 자신의 반쯤은 도발을 하기 위해 던졌던 말을 낚아챈 슬혜를 보며 입술을 한번 더 혀 끝으로 훑어내며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역시 평소의 슬혜와는 다르다는게 이러한 사소한 부분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슬혜의 모습마저 몹시 사랑스러워서 자신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안달이 난 것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오늘 저녁은 가볍게 카레라도 해먹을까 해서 간단하게 사왔거든. "
자연스레 슬혜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은 시아는 그대로 싱크대로 향한다. 슬혜를 싱크대 바로 앞에 서게 만들곤, 그 뒤에 자리를 잡고 선 시아는 옆에 봉투를 올려두곤 거기서 야채들을 꺼내서 싱크대 안에 담아둔다.
" 자, 카레에 들어갈 야채를 먼저 손질해두자. 일단 깨끗하게 씻어둘 필요가 있으니까.. "
슬그머니 뒤에서 백허그를 하듯 감싸안은 시아가 슬혜의 등에 자신의 몸을 맞댄다. 슬혜의 온기가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것을 느끼면서,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슬혜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가선 속삭이며 슬혜의 손을 잡아 야채를 씻기 시작한다.
" 이렇게 감자는 먼저 물에... "
조곤조곤 슬혜의 귓가에 속삭임과 숨결을 불어넣으며 틀어둔 수도꼭지의 잔잔한 물소리를 반주삼아 시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두사람의 거리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시아는 여전히 아무것도 의식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마치 자신이 슬혜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하고 손을 움직여 슬혜의 손을 맞잡아 재료들을 손질해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10분, 20분 시간을 보내던 시아는 흘깃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한순간에 슬혜에게서 떨어진다. 여전히 시아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치 슬혜가 아쉬움을 느껴 더욱 갈망하길 바라는 듯 애간장을 태우다 떨어지려는 모양새였다. 평소의 슬혜라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슬혜는 어떨지 모를 일이었다.
" 그러면, 나는 잠깐 슬혜에게 손질을 맡겨두고 사온 간식을 냉장고에 정리해둬야 하겠는걸. 후후. "
시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한손으로 입을 가린 체 웃어보이며 말하곤 우아하게 뒤로 돌아선 간식만 남은 봉투를 들곤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괜찮냐고? 소년의 얼굴을 마주하던 풀린 눈에 아주 약간 초점이 돌아왔다. 천천히 삐걱거리며 도달한 시선 끝, 온통 검붉은 액체로 뒤덮인 투박한 손. 겨우 잦아드나 싶던 울음이 예고도 없이 다시금 밀려나오고. 아, 흐윽ㅡ 어떡, 어떡해. 어떻게, 해? 오열에 섞여 알아듣기 힘든 절규 같은 것이 드문드문 흘러나온다.
소년의 손목에 닿을 듯 가까이 향하던 손 끝이 일순 움찔거리며 그 자리에 굳었다. 무의식 중에 닿으면 쓰라림을 느낄 것을 깨닫기라도 한 것인지. 그래서 새슬은 상처가 그득한 손목을 건드리는 대신, 조심스레 그 손을 붙잡아 이끌었다. 언젠가 했던 것처럼 제 뺨이 그 손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코 끝을 적시는 축축하고 비릿한 것. 말 없이 굵은 눈물방울만 뚝뚝 흘리며, 커다란 손바닥에 뺨을 부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누군가를 붙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절함마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뺨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물줄기들이 소년의 피에 번져 붉다. 툭, 투둑.
“ㅡ왜?”
왜 그랬어? 눈물젖어 갈라진 쉰 소리. 싫어. 이런 건 싫어. 혼란스레 흔들리는 초점 가운데 소년을 두고서 중얼거렸다. 손에 들어온 온기가 금방 흩어져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두려워서, 거기에 분명히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듯. 소년의 손을 그러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문득 시리도록 추운 기분이 든다. 밖은 여름이 한창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은 화창하다. 공기는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경아는 가디건을 여민다. 문득, 찬란한 햇빛 사이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밀려온다. 이윽고 깨닫는다.
만월이다.
거뭇한 밤하늘에 달이 차오르는 순간마다 양은 외로움 속에 잠기고 만다. 피할 길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세 알의 약, 그 작은 것을 삼키면 파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경아는 재빠르게 기억을 더듬는다. 기실 더듬을 필요조차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늘이 만월이란 사실을 잊고 있지 않았나. 경아는 제가 가지고 있던 작은 가방을 뒤졌으나, 상비용으로 들고 다니던 약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 집을 급하게 나오며 잊고 나온 모양이다. 경아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노력하며 느리게 숨을 들이쉰다.
집으로 돌아가기는 글렀다. 이미 지나치게 멀리 나왔을뿐더러, 만월에 집에 있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경아는 희게 질린 얼굴로 주위를 살핀다. 나무를 숨기려 한다면 숲에 숨겨야 한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경아는 달음박질쳤다. 얄팍한 수작으로 양의 페로몬을 완전히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 운수를 시험해보려 한다.
도서관의 가장 안쪽,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없는 코너.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책들이 선택을 기다리는 곳. 경아는 다급한 손길로 책장을 훑는다. 마침내 한 책을 발견한다. 거대한 흰 향유고래가 헤엄치는 표지 위 가득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유영하는 고래를 보는 경아의 얼굴에 그제야 옅은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든다. 경아는 책을 품에 안는다. 긴장을 온몸에 두르고, 빠른 발걸음으로 창가를 향한다. 넓은 창틀 위로 익숙하게 올라간 후 커튼을 친다. 단절된 공간 속에서, 창유리를 통해 내리쬐는 햇빛만이 외부의 것이 된다. 그곳에서 경아는 한참을 숨죽여 웅크렸다. 흐트러진 숨소리를 가다듬고, 뒤늦게 책 표지를 펼친다. 경아는 바깥을 잊겠다는 양 이를 악물고 책을 붙든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깥 하늘은 빠르게 변한다.
그렇게 대답하면 싸울 일이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하지만 그 답은 네가 생각나지 않을 일은 없어, 일 것이다. 네가 그런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기에 기대고 싶은 건지. 내가 응석쟁이이기에 기대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 나을 때까지... 제대로 치료해야 해... ”
집에서라도 제대로 치료했다니 다행이지만, 치료한 상태가 이거라니... 말을 이어가지만 역시 간간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하지만 병원에 가라고 하는 건 간섭일까? 고개를 제대로 들어 얼굴을 바라보고 싶다가도, 바라보고 싶지 않기도 해. 아랑은 모자를 쓰고 나온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 무서워, 연호야. 상처가 남은 네 얼굴을 보는 것도, 내 표정으로 인해 네가 상처 받을 것도.
- 가까워지고 싶어.
그러고 보면 연호는 한 번도 멀어지고 싶다고 말한 적도, 표현한 적도 없는 것 같지. 다소 불안정하게 기대어 있었지만,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팔이 아랑의 목과 등에 감긴다.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의 힘으로 안아주었지만, 차라리 좀 숨이 막히게 안아주었으면.
너를, 확실히. 내 품에 새기고 싶어.
“ 그렇게 해줘... ”
잠긴 목소리로, 아직 채워지지 않은 듯 중얼거린다. 아마 그의 품이 눈물로 젖어 들어가겠지. 아랑은 실이 끊긴 인형처럼, 힘없이 그에게 기대었다. 망설이다가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당기진 않고, 조심히 잡고만 있다.
스스로에 대한 제어를 잃어버리는 그 아찔한 감각에 대한 반향이 아직도 문하에게 선명히 남아 있었다. 패치가 어떤 이유로건 만월 발작을 억제하는 데에 실패하면, 폭주하는 고독은 증폭된 시간 속에서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늑대 증상과 부작용이 끔찍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게 문하가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이유였고, 다른 사람들을 꺼리게 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문하의 손은 어떤 항거도 하지 못하고 새슬의 뺨에 맥없이 끌려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그게 무서웠어. 문하는 눈을 감았다. 자신을 이 외로움에서 건져줄 누군가를 바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행복한 이야기와, 모든 좋은 일들과, 모든 축복받은 바람은 항상 그를 빗겨가는 것이었다. 한때는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고, 자신의 고통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그 잠깐의 행복은 그에게 냉엄한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 같은 것은, 자신이 감당하기에 너무도 분에 넘치는 일이라고. 누군가가 자신에게서 '행복'이라는 것을 찾기에는 이미 자신은 너무 황폐해지고 무너져있기에 그 누구도 자신에게서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자신은 그 누구와도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이것 봐. 피 묻잖아.
"내가 싫어?"
그렇지만, 그는 마음 한 켠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자신을 붙들어줄 누군가를. 황무지에 언제 내릴지 모를 이슬비를. 행복이 없다고 한다면... 함께 찾아나설 사람을.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희망이 아직도 그의 가슴 속에 쐐기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슬비 한 방울이 손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러면 떠나도 좋아..."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려고 했다. 가슴팍 한가운데 박혀있는 이 지긋지긋한 희망을 뽑아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문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그것은 결코 문하 스스로 뽑아낼 수 없을 만큼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고, 결국 문하는 눈을 꾹 감은 채로, 남아있던 팔로 새슬의 어깨를 좀더 힘주어 꾹 안았다.
아랑이는 좀 더 세게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 좀 더 세게를 연호 기준으로 잡으면... (...) 어떻게 되냐고 묻고 싶은데... 혹시 계신가요 :3 ... 아랑이 기준으로 좀 더 세게면 약간 세게... 약하게 세게 조금 더 힘을 줌 (...) 입니다... <:D
제대로 치료하라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랑이 알고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아랑이 알아차린다면 얼마나 화를 낼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 자신의 몸을 크게 돌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병이 난 적은 없으나, 다친 상처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그저 가볍게 여기며 알아서 아물 때 까지 상처를 물에 씻어내거나, 소독약을 바르는 것이 전부였다. 이걸 아랑이 알아차린다면.....
좀 더 세게. 그 말을 듣고서 연호는 잠시 생각했다. 정말 숨이 막히면 어떡해? 네가 힘들어하는건 보고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가끔씩이지만, 그냥 안아주는 것 보다는 차라리 꽈악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세게 안아주어서, 상대와 내가 잘 붙어있음을, 너의 온기를 느끼고 싶음을. 연호는 그런 감정을 잘 알고있었다. 아랑이 과연 그런것을 의도했는진 모르겠지만, 연호는 아랑의 바램대로 팔에 더 힘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호도 부족했으니까. 그저 꼭 안아주는 것 만으로는, 아랑을 느끼기에 더없이 부족했으니까.
" 저번에 했던 말 기억하고 있어? "
네가 응석을 부리고 싶다면, 어떤 응석인지 말하지 않고 부려도 괜찮다는 말. 덧붙여 말하면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 때, 같이 춤을 추면서 건넸던 말. 아랑의 손을 붙잡고서 함께 춤을 추었던 그 날은 아직도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충실히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랑을 볼 때마다, 입안에 남은 향이 존재감을 어필할 때 마다. 머릿속에 각인처럼 새겨졌었다.
" 그건 그날만을 말하는게 아니니까. "
" 응석, 부리고싶은 만큼 얼마든지 부려도 돼. "
생각해보면 그때 그 말을 하고서, 아랑이 연호 자신에게 응석을 부렸었는지... 연호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지나가는 식으로 자신도 모르게 응석을 받아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아랑이 안아달라고 하는것도 응석의 범주에 드는걸까? 지금 그가 이런 말을 하는것은, 아랑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기만 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어 생각을 지워버리고, 연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씩 꼼지락거리는 몸은, 온 몸이 그녀에게 붙을 수 있도록 움직이려 했다. 그렇게 붙어있으면서도, 그렇게 꼭 안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는 듯이, 조금 더 온 몸으로 그녀의 온기를 느끼려 했다.
>>436 저도.. 저 레스를 쓰고 나서 ㅇ연호기준으로 잡으면 아랑이 숨을 아예 못 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금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연호가 아랑이한테는 조절을 너무 잘해줘서... 그게 너무 감동적인데.... 뭐라고 표현할 짤이 없네요.... ㅇ<-<
>>441 앗............ (들켜버렸다) 네에 연호 몸 상처는 그냥 냅뒀어요..... 대충 소독만 하고 약만 발랐음.... 그래도 이제 아물어가는 단계라서 고통은 거의 없다고 힙니다 :D 앗 그렇죠 무도짤더 많아요ㅋㅋㅋㅋㅋㅋ저 짤은 정말 감정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대요ㅋㅋㅋㅋㅋ...
아랑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에, 연호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알 수가 없다. 처음에 괜찮냐고 물어본 후로,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이 없네... 내가 어떤 표정인지 숨길 수 있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네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점은 답답해.
*
좀 더 세게, 라고 했지만. 이건 좀 더 틈 없이 붙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세게 안아버리는 것보단 이 편이 좋을지도. 이편이 좋은지도.
“ 응. ”
기억해.
그건 그날만을 말하는게 아니니까. 응석, 부리고싶은 만큼 얼마든지 부려도 돼.
“ 넌... ”
안겨 있는 아랑에게서 오늘 처음으로 웃는듯한 소리가 났다. 그게 비록 힘이 빠진 채 피식 웃는 거라도. 울음과 훌쩍임을 그친걸까? 아니면 아까부터 계속 울어왔기 때문에 힘이 빠진 걸까?
“ 내가 좋아하는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아. ”
아니면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게 헛돌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와 닿을 때도 있고. 그래서 가끔은 좋아하는 말만, 예쁜 말만, 상처 받지 않을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옷자락을 쥐었던 손을 놓고, 연호의 등을 천천히 감싼다. 부족하다는 것처럼 더 붙어오려는 그의 움직임이 좋아서. 외로움을 채워주는 거 같아서.
“ 나도 안아주고... 싶어졌어... ”
안아주고 싶다는 말보다 팔로 감싸버리는 행동이 먼저였지만, 그가 그녀의 행동을 싫어할거란 생각은 어쩐지 들지 않았다. 힘을 주려는 듯 팔이 조금 허우적거렸지만... 너무 울어서 힘이 빠져 있는지 만족스럽게 힘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따금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도 잠겨 있지. 낑, 앓는듯한 소리를 흘린다.
“ 미안, 지금은 힘이 빠져서.. 더 세게 안고 싶은데에... ”
그러질 못하겠네... 아랑은 살짝 고개를 모로 틀고 품에 뺨을 조금씩 조금씩 부비적거렸다. 더 세게 안아주지 못하는 대신, 조금 더 사랑스럽게 행동했다.
>>443 😠😡😠😡 소독하고 약만 대충 발라도 잘 낫나요 연호는.... 😭 아물어가는 단계... 금아랑이 지금 몸에 힘이 없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 언젠가... 다친 금아랑도 적어야지... (큰 결심) 정말 많은 감정이 느껴지죠... (지금도 필요할 것 같음...) 지금 아랑이 몸에 힘이 빠져서 그런가 연호가 안아들고 다니는 게 가능할 거 같은데... (다친 사람한테 그걸 시켜도 되는건지 모르겠음....) (안 시키고 싶음.... ) 분수대 근처에 자판기도 있다고 할까요? 너무 울었으니 수분 보충도 좀 시켜야 할 거 같아서... <:3
>>444 특히 에코백....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거나, 안 본 작품이어도 싹 쓸어오고 싶죠.... ㅇ<-< 모비딕 에코백이 진짜 예쁘더라구요 지금도 팔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재작년쯤 본 거 같아요!) 맞아요! 오만과 편견도 명작이죠! >:3 지금쯤이면 눈먼곰과 다람쥐 줄거리 보고 오셨을까요! <:3
축축히 젖어 번들거리는 눈동자 위로 불안함 섞인 뒤틀린 것이 투명하게 비친다. 물방울 맺힌 속눈썹 끝이 애처롭게 떨었다. 숨이 턱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싫어? 그러면 떠나도 좋아. 어쩌면 자신도 다르지 않게 수없이 입에 담았을 그 말이 이런 형태로 속을 찢어 가르는가. 잔인하기도 하지. 아니, 아니야. 엄습해오는 서러움을 억누르며 필사적인 도리질로 답할 뿐이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윽, 윽, 하는 막힌 소리만이 올라왔다. 어지럽다.
“내가, 떠났으면, 해?”
절반은 울음이요, 절반은 말인 무언가. 시선이 소년에게 매달리듯 이끌린다. 두렵다.
무엇이?
추스릴 새도 없이 속에서 뭔가가 격변하며 비틀려 부서진다. 뭐가 무서운데? 모르겠어. 거짓말, 사실은 알고 있잖아. 혐오의 탈을 쓴 동경이었던 것. 애정. 사실은 맹목적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맞아. 나는 거짓말하는 나쁜 아이니까. 틀림없이 손에 그러쥐고 있는 온기가 사라져버리는 나날. 여느 때와 다름없을 일상? 아니, 그것은 그 때부터 고요하고 평화롭게 죽어가는 지옥이 된다.
“같이 있어 준다고 했잖아.”
어디든 같이 가겠다고 했잖아. 그래 줄 수 있다고 했잖아. 미련이 덕지덕지 묻은 말만 튀어나왔다. 밀어내고 떠나려는 건 내가 아니라 너 아닌가. 사라지지 마, 하는 말을 채 입에 올릴 수 없어 애꿎은 입술만 꽈악 깨문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두려워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제일 두려워하던 것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곁에 누군가를 붙들어 놓고 싶다는 커다란 욕심, 어쩌면 집착. 하지만 우습기도 하지, 이때까지 품어 왔던 것들조차 네가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있잖아, 사실은 내가 떠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해주길 원해. 마비된 이성이 부서질 듯 외치는 비명은 정녕 저 밖에 휘영청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 때문인가.
“그러니까, 같이 가.”
그것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애원이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아마 너무 길게 목 놓아 울어댄 탓일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것은 문하의 팔과 어깨가 전부였다. 얼굴을 파묻은 채 쌕쌕 숨을 몰아쉬면서, 이따금씩 어깨를 들썩거리며 중얼거렸다. 같이, 같이 가. 하고.
오늘 분명 만월이라는걸 어제 저녁 알림으로 그 사실을 전해받았다. 우리와 같은 늑대들에게 만월이란 정말로 중요한 날이고 또 매우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저번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패치를 철저하게 검사하고선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여느때와 같이 만월은 선도부의 검사가 굉장히 까다로운 날이다. 하지만 저런 검사에도 불구하고 실수 혹은 고의로 만월을 평소처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패치를 붙인 것을 확인하고 등교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 저녁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가려다가 오늘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장님의 말에 교문으로 향하던 몸을 틀어 학생회실로 향한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멀쩡했는데. 그렇게 대충이나마 일을 끝마치고 창문을 바라보자 보름달이 떠있다. 만월,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 오는 그날이다. 하지만 나는 패치를 붙이고 있으니까 평소처럼 멀쩡할꺼다, 라고 생각했지만.
' 어째서?! '
왼쪽 팔뚝에 붙어있을터인 패치를 어루만진다. 분명, 이 패치는 잘 붙어있는데 감정이 나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최근엔 일이 많아서 이것저것 말할 일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재능의 소모도 심각했을테다. 하지만 그 욕구를 풀어줄 양이 없어 조금씩 참아가고 있었고 만월때 그게 폭발할까 노심초사하면서 패치까지 붙였지만 지금에 와서 패치는 아무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전 패치에 불량품이 생겼고 대부분을 회수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하필이면 지금 이게 ... ?
최대한 빠르게 집에 가야했고 그러기 위해서 가방을 싸서 학생회실을 나왔지만 한층 예민해진 내 감각에 희미한 페로몬 향이 느껴진다. 저번과도 똑같이 하필 이 타이밍에 약을 먹지 않은 양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이미 페로몬을 맡아버린 나에게 그것에 저항할 힘은 없었다. 이번만큼은 이성보단 본능이 날 지배하는 시기니까. 페로몬이 점점 짙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향하자 이내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도서관이었다. 하필 여기에 숨어있는다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도서관의 문을 열고 있었다.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나고 나는 천천히 도서관의 구석으로 향했다.
" ... 경아야? "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것은 짙은 녹색의 눈동자와 고동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 경아였다. 창 밖이 보이지 않고 이렇게나 단절된 공간에서 경아는 강렬하게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다. 남아있던 한가닥의 이성으로 내 발걸음을 간신히 멈춘채로 너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문다.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그녀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경아와 가까이 있을수록 그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어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446 저는 사실 문진이나 스노우볼같은 종류만 보면 눈이 돌아가요...정말,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홀려버려서... 에코백도 예쁜 게 많죠. 왜 고전명작이라 불리는지 잘 알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죠~ 네, 대략적인 스토리라도 보고 왔어요! 포근포근한 이야기더라고요.
>>451 저도 스노우볼 종류에는 눈 돌아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스노우볼은... 진짜... 예쁜데... 장식이나 선물 외에는 쓸모가 없죠.... <:3 맞아요! 집에도 에코백 있는데 또 사고 싶어져! ㅋㅋㅋㅋㅋㅋㅋ 전 모비딕 위키백과 보고 왔는데... 제대로 된 줄거리 없이 스포만 보고 온 느낌이에요... <:3 (쪼금 슬픔...) 포근포근한 이야기 좋죠! <:3 포곤한 그림책은 떠오르지만, 포곤한 소설은... (기억 뒤져도 심각한 소설만 떠오름...) 있을텐데 아랑주가 못 읽은 모양입니다... <:3
>>453 새슬주.......... 8ㅁ8 (왈칵) 감사합니다.... 새슬이 아주 귀엽군요.... (보고 힐링) 와랄라 하고 싶다....!!
>>460 아랑이요...??? (아껴두려고 했음...) 아랑이 픽크루는... 아마 이 스레에서 제일 많이 올라왔을 거라서... 지금은 아껴뒀다가 뇌물로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D
>>461 해인이랑 경아쪽도 장난 아니에요.... <:3 맞아 다들 장난 아니야.... 그리고 다들 분위기가 크고작게 달라서 더 좋은 거 같아요.... (8명 다 찌통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462 어제 남기신 레스 보고 궁금해졌는데 >>전말<< 이건 문하의 아버지를 만나야 풀어지는 이야기인지, 플레이어 중 아무도 문하 아버지를 만나지 않으면 안 풀어지는 전말인건지, 혹은 나중에 독백으로 풀어지는가 궁금해져서요... <:3 아니.. 쇠사슬말고도 뭔가 더 있다는 게 무서운데 >>전말<< 이라고 쓰시니까 너무 궁금해져요....ㅋㅋㅋㅋㅋㅋㅋ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적이 깨지고 만다. 경아는 산산히 부서진 조각들을 껴안고 몽상 속의 세계로 돌아가려 애썼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시할 수 없는 내용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제서야 경아는 제 앞에 있는 사람을 깨닫는다.
경악, 분노, 그리고 다시 놀라움. 마지막으로 씁쓸함. 감정들이 희게 질린 얼굴에 서서히 번져나간다. 경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페로몬을 맡은 자라면 단 한 가지의 경우수밖에 남지 않는다. 늑대. 양을, 먹어치우는 늑대들...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책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손가락 마디가 그 색을 잃는다. 한 가닥의 의심을 지니고 있었다. 강해인, 네가 늑대일지도 모른다는. 경아는 저번의 만남을 떠올렸다. 피로해지는 그 감각은 제법 익숙한 것이라,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눈을 돌렸다. 네가 늑대라는 가정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하, 경아는 얕게 숨을 내쉰다. 시린 자조가 입가에 걸린다. 그대로 집에 갔어야 했을까. 곧바로 방에 들어가 약을 입에 털어넣어야 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떠오른다. 그러나 자신의 삶은 언제나 후회의 연속이었던지라, 경아는 쓰린 감정을 뒤로 하고 웃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흐린 미소다.
"...안녕, 해인아."
목소리는 제법 평온하게 흘러나온다. 평소보다도 짙은, 먼지 쌓인 종이의 냄새와 함께 단 향이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분명 흘러넘치는 외로움에 손쓸 수도 없이 휩쓸려가야 정상일 경아는 몹시도 태연자약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런 감정은 모른다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면...이런 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는 것처럼. 경아는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 그리곤 책을 덮는다. 짙푸른 눈동자가 가려질 정도로 눈매를 휜다.
>>458 맞아요, 스노우볼의 용도란...그냥 예쁘다는 점과 심신에 안정을 준다는 점에 있는 게 아닐까요. 위키백과는 그런 경향이 있죠...취향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추천드려요. 대신 꽤 긴 소설이라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포곤한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죠. 저도 사실 소설에서는 찾기 힘들어서, 그런 경우라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을 뒤지곤 해요.
오늘은 만월이니까,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참 얄궂게도 그녀 자신은 번번히 그 예상에서 빗나간 행동을 취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전혀 생각못한 방향으로 빠지는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게 의도된 변덕이라면 이해를 하겠건만 지금같은 경우엔 약간 다른 문제점들이 있었다. 얼핏 도발같기도 한 당신의 유혹에 이런식으로 금방 반응 해버리는 것도 아마 그 이유겠지.
"카레라~ 확실히 조리하기 편한건 맞죠? 매일 먹는다 해도 딱히 쉽게 질릴만한 것도 아니구요~"
확실히 가볍게 즐기기엔 딱 좋은 메뉴였다. 그만큼 약간 손이 간다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먹을 사람이 둘로 늘어났다고 해야 할 것도 둘로 늘어나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다만... 자연스레 자신의 허리에 팔을 감아 이끄는 당신의 행동은 도무지 익숙해질수 없었는지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느낌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네... 뭐... 일단은 잘 씻어두어야 하니까요...?"
싱크대까지 다다랐던 와중에 바로 뒤에서 안아오는 당신의 몸짓이 느껴지자 초점을 잃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동공은 좀처럼 앞에 집중할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구도상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목소리마저 귓가에 바로 울리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위험했을까, 물론 가깝게 접촉해있는만큼 충족되는 것은 있었기에 갑자기 충동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외로움에 대한 참을성이 없어지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계속 붙어있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붙어있는 정도가 더 가까워져갔고 보조해주는 당신의 손길 덕분인지, 아니면 자신의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인지는 몰라도 용케도 손 하나 삐끗하지 않는것은 천만다행이라 할수 있겠다.
그도 그럴게 당신 역시 그녀가 요리부라는 것을 아는만큼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해버린다면 평정심이 없는 상황이란걸 금방 들켜버릴테니까, 최대한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내면의 자신이 눈에 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호는 아랑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이것이 아랑의 응석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억지로 보는 노력은 안하기로 했다. 자기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숨긴다는건 다른 말로, 상대의 표정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페널티도 존재하니까. 연호는 받아들였다.
-
" ...그런가? "
아랑이 좋아하는 말만, 아니면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어느 쪽이냐고 물어본다 해도 연호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중 어느쪽도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 네가 좋아해줬다면야. 어느 쪽이든 괜찮아. "
그래. 아랑이 좋아해줬다면. 어느 쪽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아랑이 움직이는 것으로 신경을 옮겼다. 그녀가 천천히 자신의 등을 감싸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소리내어 웃지는 않았다. 자신도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으니, 그녀도 못봐야 형평성에 맞는거라 생각했다.
" 응. 괜찮아. "
정말 괜찮았다. 그녀가 세게 안아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 뭐라도 마시러 가자. "
그래. 더 이상 가만히 안고 서있는건 그만두기로 했으니까. 그는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서, 몸을 숙이고, 그녀의 등과 다리를 팔로 받치면서, 다시 스륵 일어났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동작은 마지막에 공주님 안기로 아랑을 들어올린 자세가 되었다.
" 근처에 자판기 있으니까. "
그녀를 생각하는 것 처럼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대로 가만히 있다간 그가 아랑을 물어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물도, 화도 잦아든 지금으로써는 그녀의 감정 변화보다 짙어진 페로몬에 뇌가 서서히 젖어들어갔다. 조금이라도 환기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시원한걸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 ...뭐 마시고 싶어? "
그는 천천히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녀를 조금 더 꾸욱 안았다. 몸을 조금 더 밀착하고, 아랑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여, 얼굴과 얼굴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졌.... 지는 않았다. 아랑이 모자를 쓰고 있었으니 챙이 그들의 사이를 가렸기 때문이다.
와그작, 하고 어디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지금 들리는 것이라고는 소년의 부르짖다시피 하는 소리와,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는 가슴팍에서 파르르 떨며 뛰고 있는 심박음. 그뿐이었는데 어디선가 소년의 흉골 속 저 멀리에서 메아리처럼. 무언가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격벽이 무너지고, 그 너머에 갇혀있던 것이 놓여나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네가 있어도 좋은 곳이 되고 싶었어."
떨어지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문 소리가 대답으로 나왔다. 하는 새슬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빨을 앙다물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 이빨이 새슬을 깨물어버릴 것만 같아서. 영영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겨버릴 것만 같아서. "그렇지만," 하고 이어가는 말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고 몰아쉬는 숨에 떨려서 나온다.
"무서워서 그래... 내가 너무 너한테 매달려서 널 아프게 할까 봐."
잘 아니까. 어딘가에 갇히고 묶이는 아픔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러니까, 감히 이렇게 일컬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그런 아픔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리고 자신이 외로움에 손쓸 수 없이 망가져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그 모습을 잘 감추기만 한다면 함께 떠돌면서 그 망가져버린 흔적을 들키지 않고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이 지하실을, 하는 새슬에게 보여줘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너는 그러고 싶어?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둠 속에서 하가 얼굴을 들어올리는 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은 손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와 같이 있고 싶어."
하의 얼굴이 부서지고 있었다. 새하얀 줄리앙 석고상 가면 같았던 무표정이 부서지고, 격통에 울부짖고 있는 평범한 열여덟 살의 소년이 거기 있었다.
그래, 최근에 양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동안 꽤나 멀쩡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생각보다 내가 재능을 많이 소비하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시기의 중간에 너와의 만남 덕분이었다니. 네가 양이라는 사실을 절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니,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다. 그야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던 도경아라는 사람이 양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책을 꽉 쥐고 있는 손을 보고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흐린 미소, 어릴때와는 다른 그 미소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겠지. 그리고 나도 어쩌면 너와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 딱히 숨기려던건 아니었어. "
네가 양이라는걸 알았다면 더욱 숨기려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늑대와 양의 관계라는 것.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라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내 인생에서 몇 안되는 소중한 사람인 너를 잃고싶지 않았지만 ... 위험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결국 내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까. 고독한 늑대의 삶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오만이요, 섣부른 생각이었다.
도서관의 냄새와 비슷한 오래된 책의 향에 섞여드는 달달한 우유와도 같은 향. 이게 너의 페로몬이었구나. 계속해서 폐부로 들어와 전신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어떻게든 무시하면서 너를 응시한다. 너는 내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 어떤 행위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전처럼 손만 잡는 정도라면 ...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 너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는데. "
이렇게 되어버리면 지켜줄 수가 없어지잖아. 나로부터 내가 지켜야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감정은 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극심한 우울감이 스멀대며 기어올라온다. 아까부터 이런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심하다. 그야 만월이 깊어가는 밤에 버틸 수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참아내며 너를 향해 느릿하게 손을 뻗는다. 혹여 행위가 거칠어질까 천천히 뻗어가던 손은 책을 잡고 있는 네 손을 향해 닿으려했다.
문 하 TMI 주세요! 우리 문 하... 직업을 바꾼다면... 어울릴 것 같은 직업이 있나요? > 딱 하나, 문하가 전공 종목을 바꾼다고 한다면 이것으로 바꿀 거라고 생각해둔 게 있어. 자전거 어반 다운힐. 못 고치고 있는 버릇이 있을까요? > 버릇이라고 해 봐야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멋적은 모먼트라던가 찔리는 구석이 있으면 시선 피하는 정도려나? 짤에 첨부한 저것처럼. 악력은 몇 나오나요? > 철봉 한 손 턱걸이가 쉽게쉽게 가능한 정도
그건 아니겠지. 아랑은 만월 전에 자기 팔을 물어도 되냐며 장난 치던 연호도 기억하고 있다. 그건 예쁜 말이 아니었다. 그럼 연호는 언제부터... 좋아하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을까...?
“ 넌 어느 쪽이... 더 좋은데? ”
좋아하는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아니면 예쁜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어느 쪽이든 부끄러워서 둘 다 조금은 싫지 않을까? 등을 제대로 감싸고 싶지만, 팔에 힘주면 도리어 힘이 빠져. 그냥 연약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감싸는 게 최선이었다.
“ 응... ”
아까부터 목이 말라 있던 참이다. 잠긴 느낌이 끝나면 갈라진 느낌이 들었겠지.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근데 와중에, 너는 참 공주님 안기가 자연스럽구나. 조금 감탄 나올 정도로. 반면 금아랑도 공주님처럼 안기는 게 자연스러웠는지, 드는 쪽도 편하게끔 기대었다.
“ 으응... ”
먼저 왔으니까 자판기가 있는 것도 봐뒀던 걸까.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아랑은 안겨져 자유로워진 손으로 목을 매만졌다. 목이 마른 건지. 아픈 건지. 헷갈리네에. 약간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게 좋겠지만, 자판기에 있을 리가 없다.
“ 이온... 음료...? ”
물이 없다면 이온 음료가 나을 테다. 이온음료라면 차가운 거라도 괜찮을 거고. (오히려 미지근하면 맛이 없을 것 같다.) 너무 가깝게 밀착하는 게 페로몬이 더 가까워져 힘이 들지 않을까? 너무나 달콤하고, 잊을 수 없는. 헤이즐넛 초콜릿 냄새 때문에 이성을 놓고 싶어지지 않을까? 챙이 시야를 가리는 게 다행일까. 아랑도 연호도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없다.
>>466 사람에 따라 불쾌해질 수도 있음... 열람주의 표시 달아야 하는 군요...? 8^8 독백으로 풀어지진 않고... 가까워진 누군가가 진심으로 알고 싶을 때 풀어지는 모양이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3
>>467 음... 으음.... <:3 (그냥 올리고 싶기도 하지만 참자) 대신... 꽃모자 쓴 귀여운 아기오리를 드리겠습니다! (짤첨부)
>>474 (슫ㅏㅁ... 스담하고 싶은 냥이짤인데...) (토닥) 슬혜주가 일요일은 부디 쉴 수 있기를...!!
>>470 문진은... 제가 오프라인 알라딘에서 문진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예쁜가는 상상이 안 가요! (스노우볼은 상상 갑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3 너무 긴 책이라 읽기 힘들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서 도서관이 문 닫았다(ㅠ) 싶으면 요새는 유튜브가 잘 되어있으니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보려고요... <:D 소설... 소설은 포곤한 이야기 찾기 힘든가봐요... <:3 (아쉽)
맞아요 다들 장난 아니야... 다들 칼을 가셨어....?!?!
>>477 (꼭그랑) (쓰담쓰담) 화 풀렸어요... >:3 앗... 평소에 화 안낼 것 같은 사람이 화내면 제일 무섭다고 배웠습니다... <:3 (그래서 연호주랑 연호 화내는 게 무서워옄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공주님 안기 너무 좋아! 😄😄 금아랑은... 아빠랑 오빠가 (아마 여동생도 금아랑 공주님 안기로 드는 거 가능할 거 같음) 공주님안기로 안아줄 때가 있어서 공주님 안기가 익숙할 것 같아요... <:3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552162&memberNo=46287382 그리고 아기오리짤은 GIF 움직이는 짤로 봐야 진짜 최고입니다... <:D 찌통에... 눈물에.. 젖은, 혹은 힐링이 필요한 모두에게 드리고 싶음...
>>493 언제 한 번 핑크 옷 (주황색 옷) 입어주셨던 거 같은데... <:3 문하는 머리가 흰색이라 오히려 컬러풀하게 코디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근데... 문하가 컬러풀보단 모노톤을 고를 것 같아서... <:Q.... (나중에 컬러풀한 옷 추천해주면 안 되는 걸까...?)
>>494 귀여운데...!! 작게 보니까 살짝 뱀파이어 느낌도 났어요....! >:D (옷이 검고 머리가 붉어서 그런 느낌 났나봐요...!!) 청소년 느낌도 뱀파이어 느낌도 같이 낼 수 있다니 최고야.... (흐뭇) 이 픽크루 조금 오뚝이 인형? 같아서 머리... 머리 살짝 꾹 눌러보고 싶어요.... <:3 (스담)
내가 아는 너는 그럴 성정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강해인이라는 사람은 그랬다. 경아는 작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제가 모든 것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도 뒤틀리는 속을 생각하면 그렇다.
“너도 내가 양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테니까.”
정말로, 괜찮아. 그 속삭임은 외려 저 자신에게 하는 것도 같다. 작게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새어들어온다. 커튼이 흔들린다. 경아의 뒤로 온화한 햇볕 내리쬔다. 강한 빛에 가려 순간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커튼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경아는 미소 짓고 있다.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해사하게, 여느 성모상을 닮아 자애로운 낯빛으로.
만월의 늑대는 경아에게 있어 상당히 익숙한 존재다. 턱 밑까지 치받는 혐오감을 늘 그랬던 대로 내리누른다. 당신이, 그런 것이 죄도 아닌데 제가 무어라고 적의를 내보이겠나. 당신의 말에 무어라 말하는 대신 다가오는 손을 잡으려 한다. 잡아챈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경아는 그대로 당신을 끌어당겨 제 가까이 두려 한다. 단내가 훅 끼쳐온다.
“해인아, 네가 지켜주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녹빛 눈동자가 당신을 직시한다. 평소 따사롭게만 느껴졌던 그 색이, 어째서인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경아는 싱그러이 웃는다.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거절하기 힘들 말을 속살거린다.
“힘들잖아...그렇지?”
동화라도 읽어주듯 산뜻하고 다정하다. 혐오와 증오, 그러나 당신에 대한 친애, 일말의 연민 따위의 것으로 잔뜩 뒤엉킨 속내를 숨기곤 손을 내민다.
>>499 사이 좋은 배역의 배우와 사실 어색함... (오) 실제로는 활발 (오22) 사이 좋은 배역의 배우와 어색한 활발 문하.... 보고 싶습니다.... <:D
>>500 하지만 상처는 제대로 고쳐놓기예요! >:I 앞으로 꼬박꼬박...!! 신경써서 케어하기야! ㅋㅋㅋㅋㅋㅋ 아마두라고 하시면 설득력 없어요... (찌그러지는 아랑주의 미래) 자각하기 좋다는 이유가 곧 풀린다는 거죠? 앗...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썰 풀어달라고 해야지.... >:D 앗... 귀엽네요.... (하지만 아랑이가 누르면 다른 반응이겠지요! >:D)
>>501 네....? 어떻게 인간이 귀여운 아기 동물을 귀여움으로 이길 수 있죠....??? :Q (이해불가) 금아랑이 다람쥐로 다시 태어나면 그때 인정하겟습니다... ㅋㅋㅋㅋㅋㅋ ^ㅁ^
>>502 앗... 언제 한 번 문하주가 문하 옷을 컬러풀하게 옷 고르는 걸 보고 싶은데요...??? (도전!) >:D 그죠.... 너무 귀엽죠.....!! >:D 아랑주가 오늘 건진 따끈따끈한 짤인데 너무 잘 건진 거 같아요!
>>503 연호도... 헤어스타일 관리가 힘들군요....??? :D 대사가 조금 부끄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해 되지) 앗... 조용 연호... 차분연호랑은 또 다르겠네요! (보고 싶다!)
금아랑의 오프더레코드: 금아랑의 연기자는 무명배우. 헤어스타일 관리때문에 연기가 힘들었다. 머리는 사실 가발. 실제로는 좀더 소심한편.
https://kr.shindanmaker.com/601817
🤔🤔🤔 (금아랑 배우는 실제로는 곱슬인가봄) (픽크루로 만들면 새슬이 같은 머리 나오려나...??) 그래서 처음에는 차분하게 드라이하다가 나중에 차분한 숏컷 가발로 바꾸지 않았을까...? :Q
경아의 오프더레코드: 경아의 연기자는 전직 성우. 작중 취급때문에 연기가 힘들었다. 작중 사이나쁜 배역의 배우와 사실 친함. 실제로도 똑같은 성격.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01817 오....진단 뒤에 사람이 있나 싶네요?
>>495 저번에 온라인으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꼭 스노우볼을 보는 것 같았어요. 투명한 유리 안에 그림이 있었거든요. 하긴...요즘에는 유튜브에 별의별게 다 있더라고요. 시간만 나신다면, 그래도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직접 단어를 읽는 것과 요약된 줄거리를 드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포곤한 소설...찾아보면 없잖아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지는 않네요.
처절한 울부짖음. 아주 오래 전부터 켜켜이 쌓여 굳어졌던 무언가가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소년에 한 마디씩 내지를 때마다 새슬의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억지로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켜서는, 무너지듯 웅크린 자세로 앉아 소년을 본다. 표정 없는 얼굴에 눈물만이 흐르는 채로.
날 포기하지 마.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한 차례 메아리치고 찾아온 고요함. 새슬이 무거운 팔을 들어올려 문하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로 축축해진 그것을 엄지로 닦아내듯 쓸어내린다. 지금껏 무표정 뒤에 감추어져 있던 것. 아마 일그러져 있을 눈가의 물방울을 건드려 무너뜨린다. 처음으로 고통을 선명하게 내비치는 흑색의 눈동자를 마주한다.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기까지 불과 몇 초. 더 이상의 말을 막기라도 하듯, 새슬의 입술이 문하의 입술 위로 겹쳐졌다. 도장을 찍듯 느릿하고 무겁게 내려앉았다가 떨어지는 입맞춤.
이윽고 떨어져나와 다시 마주한 서로의 얼굴. 녹색 눈동자가 미약하게 진동했으나, 시선을 피하는 일은 없었다.
>>506 ㅋㅋㅋㅋㅋㅋ이러다가 흉터라도 나면... 아랑주랑 아랑이가 울화통 터질것 같다... (머엉) 앗 아뇨 이유가 풀린다는게 아니라... 음...... 솔직히 자각하기까지 몇걸음도 채 안남았어요... (널부렁) 아랑이가 누르면 눌려서 불만이긴 한데 뭐라 말은 못하고 뚱한 표정으로 가만 있을겁니다ㅋㅋㅋㅋ 헉 가발이었다니 ㅇㅁㅇ 곱슬이 아니라 장발이라 자르기 아까워서 그랬을수도... 🤔 자각하면.... 아마 하는 순간 브레이크 사라질것 같은데.......... (미리 죄송함) 스킨십.... 엄청 할 수도 있어요...... (널부렁)
>>507 오... 전부 그럴듯 하네요! 실제로도 똑같은 성격인 점이 특히 좋아요! >:D 앗... 상상해 봤는데 예뻐요... 왜 텅장 만드는지 알겟어요... 맞아요. 요약본이랑 실제 줄거리랑 차이가 크긴 해... 요약본은 작가의 문체나 소설의 사소한 설정들 같은 게 잘 안 보이니까요 <:3 저도요... 떠오르지 않아요... <:3
>>509 앗... (스담) 오늘 레스들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니 새슬주 기력은 소중히 하세요...! <:3 아랑주도 슬슬... 기력 떨어지고 자러가고 싶은데... ((이벤트 남은 시간 때문에 초조함)) 내일 12시까지 마무리 생각하면 아직 깨어있어야 할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11 문하주 아직 이벤트 안 끝났어요 여기서 산화하면 안 돼.... ! >:ㅁ....!! (힘을 내요...!!)
>>512 해인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예전 흉터도 있을 거 같은데요.... ^.ㅜ... (우럭됨) (두마리 우럭) ....??? 그럼 고지가 이유가 풀리는 게 아니라 자각으로 가는 고지였나요...??? ((이번 이벤트 안에 자각인가...!?!?)) 앗... 귀여워요... 눌러보고 싶어져요..... <:3 (흐뭇) 근데 아랑이가 눌러봤자... 앗... 장발이라 자르기 아까워서 그랬다는 게 더 맘에 들어요.... <:3 스킨십은 지금도 엄청 하는데 여기서 더요....? oO?? 브레이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사라지면 사라졌다고 알려 주십시오.... (마음의 준비)
그래 서로가 그러함을 몰랐다. 어릴때 우리가 헤어지기 전까지는 어렴풋이 들어만 봤지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할 나이였으니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릴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거의 휘말리지 않은 이유가 너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알고싶지 않았던 사실-, 자연스럽게 눈이 질끈 감긴다. 하지만 네가 내 손을 잡아챈 덕분에 너의 단내가 더욱 짙어져버린다.
" 아니, 난 널 지켜주지 못했어. "
어릴때부터 너와 같이 있으면서 너는 지켜주겠다고 맹세했었다. 너와 한 맹세가 아니라 나 혼자서 한 맹세. 모두가 내 주변에 없을때 너만 내 옆에 있어주었으니까. 그게 네 동정이던 뭐던, 그것에 대해서 나는 너를 나보다 더 우선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너는, 도경아라는 사람은 무언가 달라졌다. 그걸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한거야? 내가 바뀐만큼 너도 바뀌었다는걸 이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알텐데.
" ... 맞아, 죽을 것 같이 힘들어. "
세치 혀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옛말을 어찌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 세치 혀를 왜 제게 주어서 이런 생애를 이어가게 하신건가요. 천냥빚을 갚기는 커녕 악마와도 같은 재능은 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었잖아요. 아니면 차라리 부잣집에 태어나게 해주시지, 그들에게 내 재능은 너무나도 유혹적이라 나쁜 행동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마약에 한번 손을 댄 사람들이 그런 심정일까. 안타깝게도 난 그들 본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 하지만 너도 나만큼 힘들잖아. 경아야, 함부로 너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네 얼굴이 내 앞에 있고, 너의 그 향기로움이 나를 감싼다. 다른 한손으로 너의 볼을 어루만지려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 지금은 이렇게 약하고 뒤틀려버린 나지만, 그래도 널 지킬 수 있을까? "
예전의 나는 이미 온데간데 사라져버리고 지치고 악만 남았는데.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해서 드넓은 벌판을 다리가 풀릴때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등을 기댈 벽이 생겼다면 그게 너일까. 예전부터 나는 너를 지킨다고 말해놓고 항상 기대기만 했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515 그걸..... 어떻게 아신겁니까........ (파헤쳐진 무덤이 된 기분) 넵... 자각으로 가기위한 고지....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이유는 지금 말해줘도 상관 없겠죠....? 아랑이가 유도심문처럼 질문해서 그런거였어요.... 연호가 대답하고나서 '왜일까?' '왜?' 라고 생각하게할만한 질문들 덕에 몇 걸음씩 꾸준히 나아갔습니다...! (널부렁) 스킨십...ㅋㅋㅋㅋㅋㅋ 네에 이거보다 더 할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브레이크 : (덜렁덜렁)(빠지기 직전)
대답은 없었다. 뺨 위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뿐이었다. 그의 입술은 퍽 메말라 있었고, 퍽 거칠었다. 홀로 달려가는 로드워크 코스의 찬바람과 링 위의 건조한 공기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새슬은 그것마저 받아내고, 참 너무도 많이 닮아 있는 이 떠돌이 개를, 길들이기로 했다.
입술이 떨어졌다.
너무 오래 플래시를 켜둔 탓에 배터리가 방전된 것일까, 아니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플래시가 저절로 꺼지는 기능이 있는 것일까─ 바닥에 떨어진 새슬의 핸드폰이 천장에 비추던 플래시마저 없어져 방 안은 다시 더 어두워졌다. 이젠 이렇게 어두운 방 안에서도 새슬의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하는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새슬의 뺨 위에 가만히 얹혀있던 손이 조심스레 새슬의 뺨을 싸쥐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이목구비가 어디 있는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서로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두 번째로 시작된 입맞춤은,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입맞춤이 끝나자, 하는 새슬의 뺨을 감싸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뗐다. 피가 말라붙어서 조금 달라붙는 감이 있었으나 어렵잖게 떨어져나왔다. 그리고는 웅크려있던 새슬의 어깨를 부드럽게 당겨서, 자신의 품에 파묻힐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하는 새슬의 오금 밑으로 팔을 넣어 조심스레 받치고는, 새슬을 안아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부끄러움을 참고 말해준걸까? 싶기엔 당당했지만. 그래서 아랑이 되려 부끄러워졌는지도 모른다. 고맙다는 말을 작게 소곤거렸지만, 가까이 있으니 들렸겠지.
나도 가방은 가져왔지만, 이 자세에서는 연호의 앞주머니에서 돈을 빼는 게 더 빠르고 편할 테다. 왜 내려주지 않냐는 의문도 없이, 아랑이 연호의 앞주머니에서 지폐를 몇 장 빼고 –허락 맡았는데 왜 아주 조금 도둑질하는 기분이 들지? -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자판기에 넣는다. 포카리스웨트를 고르고 음료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응, 이거 맞지? ”
손가락이 헤매는 이 부근에서 탄산... 두 번째. 그럼 사이다일까? 연호가 맞다고 했다면 아랑은 또다시 지폐 한 장을 넣고 사이다의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또다시 음료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음료 꺼내려면... 내려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랑은 남은 지폐와 거스름 동전을 연호의 앞주머니에 조심히 넣었다.
“ 음료 꺼내려면... 내려주는 편이 나을 거야.... ”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목을 살짝 매만진다. 말을 하면 할수록 목이 마르고 따끔거리는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 같은 걸 금아랑은 몰랐다.
사실, 새슬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단단히 마비된 이성으로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되짚기도 힘들었다. 충동적인 행동의 의미를 채 깨닫기도 전에 두 번째 입맞춤이 날아든다. 아주 조금 더 오랜 시간. 거친 표면과 온기. 어느샌가 빛이 사그러진 암실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눈 앞에 있는 것에 더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으나, 어쨌든 너는 거기에 있으니까.
아주 잠깐의 떨어짐이었는데도 그것이 못내 아쉬워 끙,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어쩌면 칭얼거림으로 들리는 것도 같은 소리였다. 새슬은 조금 욕심을 내어 떨어진 손을 다시 끌어올까 생각해 보았으나, 이내 제 몸이 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얌전히 소년의 품에 기댔다. 온 몸을 단단히 휘감고 있던 뭔가가 탁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을 내쉰다. 더 이상 쌕쌕거리지 않는 호흡이었다.
“.....같이.”
마지막 단어를 따라하듯 입에 담았다. 이 지옥같이 답답하고 차가운 곳에서. 검은 문 밖으로 나가는 동안, 문하를 매고 있었던 사슬이나 기둥 따위를 돌아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다시 소년이 이 자리에 매인 모습을 보게 되지 않는 것. 다행이야. 고개를 기울여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535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눈먼 총에 맞은 연호(주) 기대... 하셔도 그냥 스킨십 강도가 쪼끔(?) 세지는거밖에 없는데요... ㅎㅁㅎ 앗 그러고보니 연호가 아랑이 안내려주려 할텐데... (쪼그려앉아서 음료수 꺼내라고 할것임...) 그치만 주무시러 가셨으니 일단 써보고... 나중이 혹시 마음에 안든다고 하시면 수정 하겠습니다!! 푹 주무시고 좋은 꿈 꿔요 아랑주~!!
일견 고집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당신의 말에, 작게 웃는다. 입매를 뒤튼다. 그래,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못하였다. 내가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에 곁에 있어 주었던 이는 단 한 명도 존재치 않았다. 아, 해인아, 강해인. 내 사랑스러운 친구. 작았던 웃음소리는 폭소에 가까운 키득거림으로 끝맺어진다. 경아는 웃음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눈가의 물기를 손으로 훑어낸다. 옅은 연민이 묻어나오는 것도 같다.
“그래, 맞아.”
경아는 선선히 인정한다. 자신은 바뀌었다. 어쩌면, 영영 돌이키지 못할 방향으로. 경아는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려 부단히 애써야 했다. 당신이 말하는 말이 오만으로 들린 탓이다. 사람이 한 사람을 온전하게 구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키는 것 역시 매한가지다. 당신이 그 당시에 제 옆에 있었다 해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경아는 눈을 내리뜬다. 어쩌면 이 또한 제가 바뀌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믿기가 어려웠다. 지켜주겠다는 말에, 할 수는 있겠냐는 반문이 먼저 떠오른다. 당신의 다정스런 말에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감동받으며 고맙다 말하기가 힘들다.
“있지, 해인아.”
당신의 말들을 고요히 듣던 경아는 마침내 입을 연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물거품처럼 아스라하다. 당신의 앞에 존재함에도 그렇다.
“너무 늦었어.”
정말로, 너무 늦었어. 다시 한번 중얼거린다. 이제와 지켜주겠다는 것도, 원인을 캐묻는 것도 그러하다. 흔들리는 목소리가 꼭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다. 분명히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경아는 느리게 말을 잇는다. 이제는 숫제 혼잣말에 가깝다.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겠지... 그냥 우리는, 해인아. 지나치게 멀리 돌아온 것뿐이야. 더 이상 무언가를 고치기에 너무 오랫동안 엇갈린 걸 거야.”
불현듯, 그래도 네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조금 더 나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이런저런 가정을 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일도 없다지만 잠깐의 상상은 괜찮지 않나.
"난 네가 약하다고 생각치도 않고, 설사 그렇다 한들 약함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그저..."
찰나 머뭇거린다. 알맞은 단어를 찾아 말을 고른다.
"...알맞은 시간에, 서로에게 서로가 없었던 거야."
힘겹게 문장을 끝마친다. 경아는 뺨에 닿은 손에 제 손을 겹치곤, 가볍게 힘을 주어 떼어내려 한다. 기분 탓일까. 경아는 조금 지쳐보였다.
삐걱, 하고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서 나오니, 달빛이 비추는 게 고작인 거실도 꽤나 환해 보였다. 하는 새슬을 꼭 안아들고 있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안아들어서 옮기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여기게 된 무언가를 애틋하게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조금 느렸다. 거실을 가로지르며 그는 말했다. 나직이 중얼거리는 말이 왠지 조금 잠꼬대 같다.
"어디로든 갈 수 있어."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방랑자가 할 법한 말이었으나, 저번에도 그가 말했다시피 가고자 하는 곳이 없어도 갈 수 있는 곳은 있었다. 그 방을 빠져나와서 그가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저번에도 들러보았던 문하의 방이었다. 우선 거기 들러서, 반창고 좀 붙이고 느긋하게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하는 발을 들어올려서 방문의 문고리를 내리고 문짝을 살짝 밀어 방문을 열었다. 베란다로 쏟아지는 달빛에 하얗게 물들어 있는 방이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두툼한 토퍼와 푹신한 쿠션들이 한가득 무더기로 깔린 푹신한 더미 위에, 문하는 새슬을 가만히 내려놓으려 했다. 그리고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물티슈 팩을 집어든 다음에, 새슬의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조심스레 닦아주기 시작했다.
새슬은 별 저항 없이 문하의 손길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뺨 한 켠에 진득하게 들러붙은 커다란 손자국과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 먼지투성이 교복. 거기에 잔뜩 울어 댄 탓에 발갛게 부은 눈까지. 차마 멀쩡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몰골이었겠지. 살결을 문지르고 지나간 물기가 열기를 앗아가는 것을 느끼면서, 얼굴에 남은 붉은 흔적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머진 나중에 해도 돼.”
진정 급한 것은 소년의 몸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가라앉은 시선이 문하의 손목에 진득하게 들러붙는다. 우선은 들러붙어 굳은 피딱지를 대강이나마 닦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혹여나 쓰라릴까 미처 손 끝도 대지 못한 채로, 안절부절하는 기색을 보이며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문하가 그러했던 것처럼, 새슬도 물티슈를 몇 장 뽑아내어 문하의 상처 주변을 닦아 주려 했다. 최대한 상처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상처 근처에 얼룩진 피딱지와 붉은 액체가 지나간 자국 같은 것들을.
“....이런 건 싫어.”
잔뜩 가라앉아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갔다. 플래시를 켰을 때의 광경이 생각나는 것 같아, 다시 코 끝이 찡하게 아파 온다. 눈물이 맺히지는 않았으나, 불규칙적인 훌쩍거림이 샜다.
까지 말이 나왔으나, 새슬의 손이 닿자 하는 더이상 별 반항을 하지 않고 얌전히 양 팔을 내맡겼다. 다행히 무딘 것에 거칠게 쓸린 상처들이라 보기에만 흉측할 뿐 그렇게 대단치는 않은 상처들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그가 묶여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문하는 새슬이 충분히 얼룩과 피딱지들을 닦아내도록 팔을 내밀었다.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상처 주변을 조심스레 스쳐가는 손길에도 별로 신음을 내지 않고 있다가, 그러다 새슬의 입에서 나직이 목소리가 새어나올 때에 문하는 상반신을 낮춰서 새슬과 눈을 맞췄다.
"이런 게 싫어?"
문하는 깨끗이 닦인 손을 들어, 새슬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그는 눈동자에 달빛을 머금은 채로, 새슬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의 눈 위에서 달은 비로소 새슬을 상냥하게 주시할 수 있게 되었다. 새슬의 머리를 쓸어주며 하는 나직이 간청했다.
닦아낸 상처가 그리 심각할 정도의 부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문하는 온전히 새슬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온통 붉게 물든 물티슈 조각을 한 손에 그러모아 꽉 쥐어 뭉쳤다. 상냥하게 머리를 쓸어 주는 손길에 다 끝났나 싶어 마음이 놓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얄미운 기분이 들어 가볍게 흘기는 시선. 괜히 입술을 비죽 내밀어 삐진 체를 한다.
“…또, 이렇게 되면, 싫어.”
내가 같이 있을 때에는. 툴툴거리며 이미 핏자국이 깨끗이 지워진 팔목을 괜히 닦는 시늉을 하다가 놓아 주었다. 그러고 나니 그 때부터는 또 거부할 수 없는 외로움이 다시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아, 잘근대던 입술을 움직여 중얼거렸다.
“안아 줘.”
떨어지기 싫어. 어느새 뾰로통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다시 품을 온기를 찾는 작은 양 한 마리만이 거기에 남아 있었다.
>>555-556 박스로 덮어 줬더니 조용해졌다는 게 왜 이렇게 귀엽지 u"u..... 얘들아 거기서 조용히 코코낸내하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라맛 만월일상......(과몰입의 선에서 간당간당하게 죽을 뻔했던 사람) 크흐흑.. 주인장 여기 디저트 주시오 ㅇ(-(.........
새슬이 투정을 부리자, 하는 나직이 대답하면서 새슬의 머리카락을 한 번 더 쓸어주고는 앞머리를 조심스레 쓸어넘겼다. 그리곤 새슬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새슬의 이마에 살짝 입맞추었다. 그리고 새슬의 손에서 물티슈를 받아낸 다음에 책상 아래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툭 던진다. 물티슈 뭉치는 애석하게 모서리를 맞고 튕겨나왔지만, 하는 그것을 딱히 다시 주우러 가거나 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주울 수 있으니까.
반면에 새슬이 안아달라고 하는 것은 지금이지 않던가. 하는 팔을 뻗어, 새슬의 어깨를 감싸안고는 그녀의 몸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강철을 단조한 조각상처럼 차갑기만 하던 품안은 아직 지하실의 성그런 기운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두 사람의 체온에 빠른 속도로 점점 흐려져가고 있었다. 그의 가슴팍은 여전했다. 그 안에서 흐릿하게 규칙적인 박동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하는 새슬을 끌어안은 채로 쿠션 더미 위에 모로 자빠져 누워 버렸다. 그리고 새슬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곤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이 느끼고 기억하는 모든 것이 바래고 퇴색되어 가는 순간이 오더라도, 냄새만큼은 기억할 수 있도록.
"네가 어디에 있더라도."
새슬의 허락에, 하는 약속으로 대답했다.
그는 손을 뻗었다. 침대 머리맡에 핸드폰과 무선이어폰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전원 버튼을 꾹 눌러 핸드폰 전원을 키고, 그는 핸드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한 뒤에 이어폰케이스를 열어 하나를 새슬의 귀에 툭 꽂아주었다. 나머지 하나는 자기 귀에 꽂았다.
연호는 그녀가 자신의 앞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음료를 뽑는것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라고는 해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그녀의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대화할때는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느라 다른곳을 신경쓱가 힘들었지만, 오늘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덕에 전체적인 그녀의 행동, 몸짓 등을 볼 수 있었다.
" 응. 그거. "
사이다. 사실 어떤 탄산이든 상관 없었지만, 사이다가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더랬다. 원래 오늘같이 저텐션인 날은 에너지 드링크가 제일 좋은데. 하지만 그런 고카페인 음료를 아랑이 하락할 것 같진 않았다. 자신이 다친 것을 보고 화내고, 슬퍼하던 아랑이라면 자신이 건강 유지에 위반되는 행동을 한다몈 그걸로도 화내지 않을까?
" ....... "
그는 뭐라 대답하는 대신에, 아랑을 내려주지 않고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그냥 자판기에서 꺼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몸을 낮췄기에 아랑이 조금만 몸을 비튼다면 연호의 품에서 벗어나 땅바닥을 밟을 수 있을테다.
아랑이 음료수들을 꺼내는걸 기다렸다가, 다 꺼내었을 때 다시 다리를 펴고 일어났을테다. 그리고 아랑의 손에 들린 사이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복병'... 그러니까, 자신이 아랑을 안고있느라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잠시 당황했을테다. 그리고는 아직 챙으로 가려져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너의 입가에 작은 미소는 이내 키득거림으로 바뀌어나간다. 낯선 모습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충격을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성인이 되는 것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늑대와 양이라는 지독한 신분이 주어진 우리에게는 어쩌면 그렇게 큰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네가 눈가를 훔치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 나도 알고있어. "
이미 늦었다는 말에 고개를 돌리며 답한다. 나도 내가 하는 말이 오만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더러운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널 아끼고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모르는새 참았던 숨이 거칠게 터져나오고 그것은 큰 한숨처럼 빠져나간다. 나에게 하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저 조용하게 너의 말을 듣고있다. 그리고 결국 네 말이 맞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 아무의 잘못도 없지. 내가 너무 힘들어서 도피하고 있었을뿐이야. "
아직까지도 족쇄처럼 날 붙잡고 있는 모든 것들이 힘들었기에 애써 고개를 돌려 보지 않고 있었을뿐이다. 사실 어디로 고개를 향하던 눈에 들어올텐데 보이지 않는척, 들리지 않는척, 느껴지지 않는척.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네가 있기 때문에 너에게 시선을 향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네 주변에 보기 싫은 것들이 잔뜩 있어서 내 맘대로 그것들을 떼어내려 해봤다. 결과는?
" ...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보다 어른스럽구나. "
볼에 닿았던 내 손을 네가 떼어낸다. 하지만 그 손을 반대로 꽉 잡은 나는 네 말에 그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욕심으로 네 상처를 벌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잡은 손을 놔주지 않은채로 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그래도 지금은 알맞은 시간에 서로가 필요하잖아. "
예전과는 다르잖아. 그렇지? 희미한 미소를 네게 보여준다. 어쩌면 어릴때와 최대한 비슷해보일지도 모르는 그 웃음을 네게 보여준채로 거칠어져있던 숨을 가다듬는다.
고른 게 사이다라 다행일까? 탄산 중에서 그나마 제일 첨가물이 적을 것 같으니까. 내려주는 편이 나을 거라고 말했는데, 내려주지 않는 대신에 쪼그려 앉는다. 아랑은 눈을 깜박이다가 소리없이 미소했다. 그리고 연호에게 가깝게 붙어있던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안긴 상태에서 몸을 기울여 음료를 꺼낸다. 사이다도 포카리스웨트도 꺼내서 배 위에 올려두었다면. 그가 다리를 펴고 일어났을까? 포카리 스웨트를 먼저 터서 조금씩 홀짝였다. 목이 아프지만, 한결 나은 것 같다. 한 손으로는 사이다를 들고, 지금에야말로 내려줘야 연호도 사이다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 네가 먹여줘. ”
들리는 천연덕스러운 말에 잠시 행동을 멈춘다. 지금 이 상태로? 피치 못하게 얼굴을 보여야 할까?
“ 잠시만... 실례할게... ”
아랑은 모자의 챙을 올리는 대신, 사이다를 배 위에 내려두고 빈손을 뻗는다. 그의 턱선을 만지는가 싶더니 손끝이 조금씩 입술 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하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입술이 있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라지만, 더듬어 올라가는 손끝에 반창고가 걸렸다면, 마음이 아프겠지.
제대로 입술 위치를 확인하고 손가락을 뗀다. 자각하면 아마 부끄러울 행동이다. 아랑은 포카리를 마저 비우고 빈 캔을 자판기 옆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꽤 정확히 들어갔다. 그리고 차분히 사이다를 트고, 모자의 챙을 살짝만 올려 얼굴의 반쯤이 살짝 못 되게 노출한다. 입술과 턱끝은 보이겠지. 아랑에게도 연호의 얼굴 반쯤이 살짝 못 되는 부분만큼 보인다. 아까 손가락에 걸렸던 반창고를 잠깐 보다가 입가에 음료수를 대어준다. 그가 마시기 편하도록 입술가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손을 조금씩 기울여 나가겠지.
그냥, 손가락으로 만지지 말고, 조금만 모자챙을 들어 올릴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은 조금 나중에 들었다.
자신의 손짓에 움찔거리는 슬혜를 보며 시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솔직한 반응 하나하나가 시아의 기분이 좋아지도록 해주고 있었으니까. 이런 반응들이 이어진다면 시아의 분위기가 좀 더 들뜨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역시 슬혜는 잘 아는구나. 우리가 먹을 것들이니 깨끗하게 씻어둬야지. ”시아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슬혜의 눈동자를 힐끔 바라보곤 작게 웃음을 흘린다. 그리곤 태연하게 슬혜의 말에 대답을 돌려주곤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자세를 유지한 체 손질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작업 자체는 순조로웠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슬혜의 향기는 시아의 외로움마저 잔잔하게 달래어 주고 있었다.
“ 하나부터 열까지 맡겨줘도 좋은걸. 오히려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내가 좋아하는 아이는 내가 챙겨야지, 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냉장고에 간식거리들을 정리해두고 돌아온다. 왠지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 듯한 슬혜의 모습에 입가를 손으로 가린 체 웃음을 흘린 시아는 이내 다시 아까처럼 슬혜의 뒤로 다가와 몸을 맞댄다.
“ 그나저나 슬혜는 날 별로 안 보고 싶었던걸까? 이렇게 집에 찾아오면 좀 더 눈에 담아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아는 능청스레 물음을 던지며 볼을 맞대곤 분주히 움직이는 슬혜의 손을 눈동자를 움직여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손등을 자신의 손끝으로 천천히 손등에서 팔로 훑어올리며 입술을 핥는다.
“ 요리 같은 건, 얼른 만들어두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지?”우리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지만. 슬그머니 두팔로 슬혜의 허리를 백허그로 감싸안으며 속삭인 시아는 입을 다문 체로 슬혜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마치 슬혜가 먼저 움직여주길 바라는 것처럼.
도저히 이제 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때로는 한순간의 일이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리는 법이었고, 경아에게 있어서는 요 몇 년 사이의 일이 그러했다. 동화를 믿을 수 있었던 어린아이는 빠르게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러안고 있던 모든 기대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러니 상황이 지금에서 변하리라는 생각조차 놓아버린다. 당신이 내 곁에 있다 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으리라 지레짐작하고 만다. 역설적이나, 지금 당신을 대하면서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아는 눈을 내리뜨며 웃는다.
“그리고 도피했다 한들, 역시 네 잘못도 아니고.”
다정히 속삭인다. 양인 경아였지만, 재능이 있다 한다면 말에 진심을 담는 재주일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온화한 친절을 담아 선물하는 재주. 그 근원이 체념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가식적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자신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그러면서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 입을 떼고 만다.
“그런가?”
작게 웃는다. “동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려나.” 농조로 떠든다. 놓치지 않으려 드는 당신에게 순순히, 기꺼운 기색으로 제 손을 내맡긴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열없이 미소 짓는다. 적어도 당신에게는 내가 필요해 보였으므로, 그리고 당연히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경아는 느릿하게 숨을 들이쉰다. 손 끝이 시리다.
이 상태에서 사이다를 먹여주려면 아랑이 얼굴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랑은 다른 길을 찾은 모양이다. 연호는 그저 아랑이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어줄 사이다를 기다렸을 뿐인데, 입술에 닿은것은 차가운 캔이 아니라, 따뜻하고 말랑한 손이었다. 연호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저 동상처럼 굳었다. 머릿속으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려 노력하면서, 멍하니 눈동자만을 굴려 아랑의 손과, 얼굴을 가린 그녀의 모자를 번갈아보았다.
" .... "
그리고 다음 순간, 손을 때어내고서 자신이 마신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은 아랑이 드디어 연호에게로 사이다를 기울여주었다. 멍하니 반보다 못 되게 드러난 아랑의 입술을 바라보던 그는, 입술에 닿는 차가운 느낌 덕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아랑이 먹여주는 대로 사이다를 들이켰다. 탄산의 톡 쏘는 감각이 목을 따갑게 하는것마저 잊어버리고서 사이다를 모두 들이킨 연호는, 한숨을 후우 내쉬면서 전부 들이키느라 저 끝까지 올라간 목을 다시 내릴 수 있었다.
" .....반칙인데. "
뭐가 반칙일까, 마음속으로 자문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못했다. 연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고개를 살짝 내려 아랑의 입술을 바라본다. 다음 순간에 입술이 살짝 열렸다가, 다시 굳게 닫히고. 그는 팔을 더 안쪽으로 당겨 아랑과 밀착하고, 고개를 푹 내려서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으려 했다. 무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기대는 모양새였다.
" 너를 보고있으면, 안고 있으면... 자꾸 자제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
그리고는 묻고있던 얼굴이 살짝 움직여, 그녀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나지막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일테지.
" 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해? "
무엇을, 이라고 질문할 필요도 없을테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것이 무엇인지는, 아랑이 훨씬 더 잘 알고있을테니까.
>>601 ...? (얼결에 또 뒷걸음질로 쥐잡은 소가 되었네요...??) 앗... 앗.... 어쩐지 일상에서 보인 경아가 느껴지는 픽크루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를 찾아서 유사한 걸로 만들어 오셨구나... >:D 사실 일상 보면서 (경아 여동생 관련으로) 궁예한 게 있는데 틀린 궁예랑 스포가 될 거 같아서... ()() 일단 입을 다물어 봅니다 ㅇ.<
연호가 얌전히 굳어 있는 게 왜 기뻤을까? 자신의 심리지만 잘 모르겠다고, 아랑은 생각했다. 탄산인데 생각 외로 잘 마셔서... 원래 두 모금 정도만 먹이려던 걸 넘어서게 되었다. 반절도 조금 넘게? 삼분의 이쯤 먹인 것 같은데. 천천히 먹였지만 역시 표정을 보면서 먹이는 게 더 나았겠다고 아직 내용물이 남아 있는 캔을 내려 손에 모아 쥐고 생각했다.
“ ...뭐가? ”
반칙인데? 라는 물음이 잠겨 있는 목소리로 따라 붙었다. 그래도 이온 음료를 한 캔 마셔서 아까보단 상태가 낫지 싶었다. 연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힌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아무 말 없이 급작스레 밀착하고 목덜미로 가까워진 얼굴에 심장이 쿵 했다. 그러나 그는 목덜미를 깨물지 않고, 그저 기대듯 묻어왔을 뿐이다.
...그래서 더. 심장이 쿵쿵 뛰었던 걸까? 아랑은 연호를 조금 밀어내고 싶기도 했다. 쿵쿵 울릴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 너를 보고 있으면, 안고 있으면... 자꾸 자제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왜? 내고 묻지 않았다. 다만 귓가에 대고 말하는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게 하고 뺨을 뜨겁게 해서. 아랑은 그를 조금 밀어내는 대신 긴장한 토끼처럼 몸을 조금 움츠렸을 뿐이다.
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해?
“ ...더 참게 하는 건 너무 한가아. ”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사실, 너무 기다리게 하긴 했다. 바다에 다녀온 뒤로 바로 방학이 돼서 더 기다리게 했을지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는 건 변명일까?
안고 안기는 건 이미 했으니까. 아마 다음은...
아랑은 음료를 한 손으로 쥐고, 음료를 쥐느라 조금 차가워진 손끝으로 연호의 입술을 한 번 더 닿았다. 이번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듯 더듬은 게 아니고, 거기에 입술이 있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서. 손가락에 아주 살짝 눌린 그의 입술을 보고 조금 맥없이 웃었다. 아랑은 이대로 떼어내는 게 아쉬운 것처럼, 천천히 손을 내렸다.
“ 응, 응석 부려도 돼. ”
참을 수 없다면. 그래도 돼. 한손에는 음료를, 한 손에는 모자의 챙을. 음료는 제대로 쥐고, 모자의 챙을 들어 올려 모자를 벗었다. 아파보일 정도로 발갛게 부운 눈, 눈물자국이 아닌 눈물로 된 길이 남은 뺨, 그리고 희미하게 당겨 웃는 입꼬리를 보며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그가 바로 입술을 내리지 않고, 자기를 바라볼 시간을 주었다면 아랑은 연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을 것이고.
>>605 찾으려고 노력하신 게 느껴졌어요....!! 평소에 데려오시는 경아 픽크루랑 많이? 다소 달라서 고민하면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3 앗... 떡밥 더 뿌려 주세요... (줍) (줍줍) 저 은근히 뿌려지는 떡밥 좋아해요... ㅎㅁㅎ... 근데 추측... 이번에는 소뒷걸음질로 쥐잡는 게 아니고 아무 것도 못 잡을 거 같아요.... (틀린 궁예를 하고 있을 예감이 듬) 떡밥이 더 뿌려지거든... 추측을 말해보겠습니다 >:D
>>606 역시 각오할 것도 없으셨습니다... <:3 (산화 안 하셨을 거 같다) 감사합니다... 앗.... 브레이크 아직 안 사라지셨죠...? <:3 (저거보다 안 거리끼는 거면 대체... 대체.....) (산화짤 같은 걸 준비해야 하나..?)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형을 쓴 거 같습니다... <:3 연호주도 무리하지 마세요! 사이다 다 먹은 건 무슨 분기점 같은 게 아니고... 그... 음료수 쏟을까봐 걱정하는 현실뇌가(...) 다이스를 돌린거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609 글을 오래 안 썼다 갑자기 쓰면 종종 있죠... 내가 슬럼프 왔나..? 하는 생각이요. <:3 전 그럴 때는 오히려 잠깐 글을 안 쓰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합니다! (스담담) 아니면 전시회 가기도 하는데 요새 시국이 시국이라 집에서 보는 영화를 제일 추천드리고 싶네요 <:3
>>609 그럴 때가 있죠... 믖어도 좋으니 여유롭게 써주세요, 해인주. 저는 그럴 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나 다른 소설 문구를 잠깐 찾아보다보면, 다시 써질 때도 있더라고요. 편하게 답레 주세요.
>>611 알아봐주셔서 기쁘네요~ (떡밥 촥촥 뿌리기) 사실 이제까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어서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독백이라도 써볼까 싶다가도...독백 한 번에 거의 다 밝혀질 정도로 얄팍한 비설이라서,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싶기도 해요. 앞으로도 떡밥 열심히 주워주시면 경아주가 기쁩니다!
손가락 걸어 줘. 새슬이 문하의 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다음 번이라는 말이 이다지도 기묘하게 신경쓰였던 적이 있었는지. 적어도 다음 만월 때까지는 너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작은 기쁨과. 그리고 야속하게 따라붙는 그러면 그 다음은, 하는 의문. 그러나 그것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했다.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옆에 붙들어 놓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 귀에 꽂힌 이어폰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만지작거린다.
음악이 흐르는 내내, 새슬은 기묘한 불편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갈증인가. 날 때부터 지니고 있었던 작은 꼬리표는 항상 채워도 채워도 결코 만족하는 일 없는 심적인 허기를 선사했다. 평소에야 참고 눌러서 티 내지 않을 정도라지만, 오늘 같은 큰 달이 뜨는 날에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손발이 사라진 것처럼 무력하고 부족하기만 하다.
이미 단단히 안겨 있는데도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어서, 괜히 조금 더 문하의 품으로 파고든다. 어쩌면 검은 문의 여파가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새슬이 문하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손바닥에 남은 온기를 확인하듯 그러쥐어 뺨에 대었다가, 손목의 상처를 다시 훑어 내리고는 미간을 미미하게 찌푸린다. 그리곤 손목 바로 위 손바닥에 쪽, 하고. 쪼듯이 입술을 댄다. 어쩌면 작은 응석이었다.
네가 내 얼굴에, 내 입술에 손을 댄거 말이야.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에 가볍게 피식 웃음지으며.
" ...비밀. "
이라고 둘러대었을 뿐이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비밀을 만들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비밀들은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최근에는 비밀 없이 허물없는 평범한 남자아이로 살아왔었는데. 그가 '비밀' 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을 때, 그는 아랑의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심장소리가 아랑의 것인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그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심장소리가 새어나가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아랑과 밀착해있는 몸에서,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 더 참기 힘들어... "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칭얼거리듯이 고개를 한두번 젓고서야 원래대로 떼어내었다. 곧 허락이 떨어질 것이라는걸 직감적으로 깨달은걸까?
" ...... "
아랑이 본 연호의 얼굴은 아까와 별 다를 바가 없었을테다.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반창고라던가,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아있는 눈빛이라던가. 하지만 평소와 같은것은, 흔들림 없이 아랑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저 눈동자일까?
허락이 떨어지면 곧바로 고개를 내릴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허락이 떨어지고서 그녀가 드디어 모자를 벗었을 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직감했다. 아까 한참동안이나 울어서 부어버린 눈과, 제대로 닦아내지 않아 눈물길이 남은 뺨을 보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잊어버린 듯, 혹은 잊게 만드는 듯한 미소가 그의 눈에 찬찬히 닿았다. 자신이 울렸다는 미안함, 하지만 그럼에도 예쁘다고 느껴지는 아랑의 얼굴을 잠시간 눈에 담아내다가... 아랑이 눈을 감는것과 거의 동시에, 그도 고개를 내리며 눈을 감았다.
몇 번이나 진행되었을지 모르는 입맞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작은 저번 만월때 그러했듯이,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누르는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금 달랐다. 약속과 달랐지만 그녀가 막지 않았다면 그가 멈추는 일은 없었을테다.
이마 다음에는 빨갛게 부어있는 그녀의 양쪽 눈에 한번씩. 그리고, 그 다음은 눈물길이 남아있는. 눈 바로 아래를 입술로 내리눌렀다. 그곳에 나있는 눈물길을 지워내고, 자신을 새기겠다고 선언하듯이 시작된 입맞춤은, 눈물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서야 멈췄을 테다. 그리고 마지막은.... 잠시 멈칫했다가, 그녀의 콧등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고개를 다시 들어내며 보이는 그의 귀가, 자신의 머리카락 색을 뒤쫓는것 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볼 수 있었을테다.
" .......더, 필요해? "
응석을 부리는건 연호니까 과연 이 질문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처음에 한번, 두번... 마음속으로 입맞춤의 횟수를 세었다. 하지만 다섯번째부터 그것을 그만두었다. 더 이상 세봤자, 밤하늘의 별을 세는 것 처럼 수는 기억이 안나고 그저 밤하늘의 아름다움만이 머릿속에 남을 테다. 그렇다면 수를 세는 것 보다 그 아름다움에 신경을 더 집중하는것이 맞는 행동일테다.
약속이야 하고 내밀어진 새슬의 새끼손가락에 하의 새끼손가락이 걸린다. 자신의 손에 자신의 피가 묻는 것을 새슬이 마음아프게 여기는 한은, 더이상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새슬을 찾아가겠다는 약속. 여전히 거칠었지만, 이제는 끈적이지 않는다. 하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새슬을 좀더 편하게 안아주려 했다.
그러나 왜인지 새슬을 감싸안는 팔에는 상냥한 포옹에 필요한 것 이상의 힘이 실려 있었다. 고독이 풀려나간 자리에 들어차고 있는 이것은, 단순히 평화로운 안도감 같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달기 그지없는 솜사탕 냄새... 그래, 이것은, 먹이를 손에 넣은 늑대의 안도감. 그것을 깨달은 순간, 원래라면 나쁜 기억에 흠칫 놀랐어야 맞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야 맞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는 32시간 27분 내내 줄에 매여 굶주리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데도 투정하듯이 손바닥에 입술을 가져다대는 새슬의 모습이 왜인지 아까 지하실에서 잔뜩 옹송그리며 덜덜 떨고 있던 새슬의 모습과... 정확히는 거기에 겹쳐보였던, 어렸을 적 지하실 문 너머로 내던져진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그 조그만 온기가 하를 더 애타게 만들었다. 그는 감으려 했던 눈을 떴다.
"왜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는 거야."
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새까만 눈으로 새슬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새슬이 자신의 손을 잡아당겼던 손을 맞잡고, 조심스레 꾸욱 끌어당긴다.
비밀이라고 해도... 아주 모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만지는 게 반칙처럼 느껴졌다는 거겠지. 생각해도 연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더 참기 힘들다며 칭얼거리며 부비적거리는 게 사랑스럽다고 느꼈을까? 손에 캔이 없고, 이런 자세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품 안 가득 그를 끌어안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
감은 것과 거의 동시에, 이미에 입술이 내려앉았다. 두 눈에 아프게 닿는 입술에 살짝 미간을 찡그렸을까. 그러나 눈물길을 지우듯, 길이 나 있는 위로 자꾸 입맞춤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아프다는 것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게 진짜 반칙이겠지. 자각 없는 화연호. 조금 나쁜 화연호. 그리고 조금 밀어내고 싶은 이상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 ... ”
그의 입술이 완전히 떠났다고 느꼈을까. 눈을 떴어도 보이는 건,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얼굴. 이런 건 이제 친구의 거리감이 아닌 것 같은데. 아랑이 붉어진 얼굴로 설핏 웃었다. 넌 정말 거리감 조절을 못해, 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다. 그리고 거리감 조절을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고 싶은 사람처럼 느껴져, 라고 생각했다.
“ 더 필요한 건, 너 같아 보이는데에. ”
발갛게 달아오른 귀를 잠깐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옅게 미소 지었다.
“ 난 다른 거 하고 싶어.... ”
모자를 쥔 채 늘어뜨렸던 팔을 올려 그의 어깨에 스치듯 감으려고 했으나... 애석하게도 다른 한 손은 배에 캔을 쥐고 있어서, 도중에 동작이 멈춘다.
“ 안고 싶었는데, 사이다캔이 방해 됐어. ”
한숨처럼 중얼거렸을까. 그녀는 사이다캔을 버리지 않고, 그의 어깨에 올라갔던 손을 내린다. 안겨 있는 채로 그에게 고개를 기대었을 것이다. 어깨쯤에나 머리가 닿아있을까? 어쩌면 그가 더 높이, 더 가까이 안고 있다면 그의 쇄골이나 목덜미를 아랑의 머리카락이 간지럽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는 거야.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도 왜 자신이 이 파도에 삼켜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붙어 있던 꼬리표는 이제 의문조차 들지 않을 만큼 사고회로에 잔뜩 녹이 슬게 만든 지 오래였다. 소년의 물음에, 새슬은 멀뚱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거기서 뭔가 더 하려고 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몰라, 따위의 말을 내뱉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기에 오늘은 만월이었고, 이성이 본능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는 날이었으므로. 게다가 한참 기력을 빼고 난 후다. 복잡한 생각에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허비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은 조금 달랐다. 제 손이 저항 없이 끌려가는 것을,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소년의 얼굴을 차례로 눈에 담았다. 검은색 눈동자. 이제는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색과 모양을 하고 있는 그것. 하지만 지금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건 뭐라고 불러야 해?
그것들을 마주 응시하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숨고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늑대 앞에서 코너에 몰린 사냥감처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숨을 죽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을 찾아내기 위한 단서는 우습게도 얕은 숨소리 따위가 아닌 달큰하게 풍기는 무언가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차라리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몰라, 하고 눈을 돌리는 채를 해 버릴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목이 너무 마르다. 기분 탓인지 메마른 것 같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응.
>>644 네...? 고장내고는 싶었는데 부수다뇨...?? :Q....?? 입술은 정식으로 사귄 후에나 하려고 했는데.... 🤔🤔 ((갈등)) 못 참겠으면 하셔도 되는데, 되도록 참아주시는 방향으로 부탁합니다... 😭 (역시 입술은 정식으로 사귄 후에 하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해서요... <:3 제가 너무 보수적(???)일까요...???) ...어... 어디에서 하얘지셨는지 모르겠어서 제 답레 다시 읽어보러 가야겠군요 :3 천천히 써오십시오... 기력은 없지만 아마 2시보다 조금 더 늦게 잘 것입니다... 어.. 장담은 못하겠는데 졸리진 않은데 좀 뻗을 거 같은 상태고, 뻗을 거 같은 상태인데 졸리진 않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은 자신이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유도하는 것에 따라서 움직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해져오는 오묘한 분위기가 유혹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조곤조곤 들려오는 말 하나하나가 자신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퍼뜨리고 있었기에 외로움이 채워져가는만큼 내면에 있는 욕구 또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어, 어디까지나 위생철저라는 명목하니까요!"
그렇기에 그녀의 내면에선 지금도 끊임없이 두 자아가 부딪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성보단 본능쪽이 더 강한 모양이지만 참는다는쪽도 그리 약하지만은 않다는듯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을까?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괜시리 다른데로 튀어나가는 말이 나왔던 것일테지.
계속 품고 있었던 감정, 그러면서도 이제서야 피어났던 감정인만큼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치면 바로 당신에게 달려들것 같아서 통제 불가능한 소의 고삐를 어떻게든 잡으며 버티려는 주인이라던가 술을 먹어본적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 회식자리에서 어떻게든 취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는 것과 비슷한 형태였을지도,
"그래도...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떠맡길 수는 없는걸요... 그대야가 무리하는건 볼 수 없으니까,"
정말 모든걸 맡겨도 당신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그녀의 양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고양이처럼 예민하고, 까다롭고, 때로는 나태할지라도 정말 집고양이마냥 제 집사에게 일임한 채로 바닥에 뒹굴거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선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는 지금의 동요를 오늘따라 유난히 둥근 달의 탓으로 돌리려 했다.
"딱히... 그런건 아니니까요..."
간식거리를 위해 잠깐 서로의 몸이 떨어져있던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여유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금 혼란스러움으로 바뀌었지만 무엇보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당신의 말이나 손등에서부터 팔로 서서히 올라오는 손끝이 만들어나가는 흔적에 전기가 오르는듯한 찌릿거림이 느껴졌을까, 누가 봐도 뻔한 행동에 애써 반응하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뺨을 맞대고 있는 당신에게 부비적거리는 것으로 대신했을까,
"그렇...죠? 손질해둔건 오래 놔둬서 좋을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말과 행동은 정 반대인것 같아서, 자신의 뒤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는 팔이 그것을 증명하듯 움직이자 그녀 역시 제자리에서 몸을 돌려 당신을 마주보았다.
"그대야, 오늘따라 짓궂은거... 알고 있나요?"
어쩌면 자신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도 잠시,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해서 서로의 코를 부비다가도 마주 안아선 당신을 끌어당겨 살짝 입을 맞추려 했을까, 겨우 그정도일 뿐인데도 어쩐지 참을 수가 없어서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648 천천히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끄덕) 그것도 좋네요. (끄덕끄덕) 아... 양과 늑대라는 관계가 집중하고 싶고 특이한 관계지요... (끄덕) 새슬이랑 문하는 왠지 색컬러? 이미지가 더 늑대와 양 같아서 더욱이요... :3
>>650 앗... 아랑주만 몰랐던 게 아니었구나... >:3 낮새슬이는 뭔가 늑대랑 양 구분을 잘 못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근데 다크새슬이는 낮새슬이보다 잘 구분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어요... <:3 (적폐해석일까...?) 앗, 그럼 이벤트 끝날때까지 기다릴게요! >:3
여러분의 캐릭터는 늑대와 양 구별을 잘 하는 편일지 못 하는 편일지 궁금해요! >:3 아랑이는 늑대 >>>>>>> 양 정도일까...? 늑대인 건 대강 생긴 거, 성격, 하는 행동들, 느낌 등등으로 판단하는데... <:3 (그래서 생긴 게 양 같고 하는 행동이 초식 동물 같은 늑대 만나면 헛다리 짚을 것임) 양인 애들은 말해주기 전까지 억제제 약통 같은 게 보이지 않으면 일반인으로 생각할 거 같거나, 생긴 게 너무 양같으면 양같이 생겼다에서 끝날 거 같아요... <:3
>>657 아 얼마든지요 얼마든지요 (머리 왁왁 스다듬) 꼭 새슬이의 고민에 대한 최선의 답을 주려고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아무래도 이런저런 복잡한 것들이 마구 얽혀 있는 이야기니까 >:3...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묻고 답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지요.
>>659 늑대에 대한 건 그래도 예민하게 알아채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비설에 관련된 거라 말할 수 없지만 >:3....... 말만 안 하지.. 낮새슬이든 밤새슬이든요. 일부러 아무 내색 안 하려는 것도 조금은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회피라고나 할까 >:0....
'못하는 걸까? .....글쎄.' 그녀가 거리감 조절을 못한다고 말했다면, 연호는 이렇게 대답했을테다. 자신은 과연 거리감 조절을 못하는 것일지. 하고싶지 않은 것일지... 아직은 대답을 내놓을 수 없는 채로, 아랑의 이어진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 틀린 말은 아닌것 같아. "
그렇게 무수히 많은 입맞춤을 하고서도 부족하다는 것인지. 하지만 워낙 스킨십을 좋아하는 그로써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랑이 그것을 알고있을까?
아랑이 다른것을 하고싶다고 말해서, 연호는 얌전히 기다렸다. 자신이 원하던 것은 일단 이루어냈으니. 만족스럽게 아랑이 하고싶은것을 마음대로 하라며 기다린 것이다. 아랑은 연호를 끌어안거 싶었던 듯 했으나... 아쉽게도 다른 손에 들려있던 사이다캔 때문에, 동작이 방해받은 모양이다. ....나쁜 사이다캔. 연호가 잠깐동안 사이다를 날카롭게 노려본것은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랑이 자신에게 기대자, 연호도 고개를 기울여서 그녀의 머리에 살짝 기대었다. 무겁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아주 실짝.
" .......응. "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시간이 걸렸던건,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잔깐 싸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는 조심스럽게 아랑이 땅을 디딜 수 있도록 해주고, 곧바로 아랑이 들고있던 사이다캔을 가져와 남은것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버렸다. 아까 방해받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나보다.
...분명 아랑을 내려주었을텐데, 내려주기 전과 거리감이 비슷해보이는건 기분 탓일까? 내려준 아랑의 등 뒤에 딱붙어 서서는, 아랑이 가까워서 부끄럽다고 한 말을 의식한듯이 손은 대지 않고서 그저 몸만 붙어 서있었다.
" 힘든건 조금, 나아졌어? "
방금의 입맞춤 덕분에 흘러나오는 페로몬을 어느정도 참을 수 있게 된 연호가 먼저 물어보았다.
>>661 아예 안 한다... (이 선택지가 있을 줄 몰랐다... oO) 행동적으로 가까워도 눈치채지 않을까요? (연호라든지? 같이 싸웠으니까 재능 봤을 거 아니예요...? <:3) 그치만 문하는 심리적/감정적으로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눈치채는 게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해요 >:3 답변 감사합니다!
>>665 아니 또 소뒷걸음질로 비설을 건드린 거 같아...?!?! (줍줍) 와... 말만 안 하지 예민하게 알아채는 거 반전 같은데 짱이에요... :D 마치... 탐정소설에서 뒷통수를 때리는 그런...!! >:3 일종의 회피군요... 레드... 레드... 이름표시불가를 매우 쳐야 할 거 같습니다 >:I
>>666 베스킨라빈스31아랑... 이런 느낌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간 맛이 찌통맛 아닌가요..... 아니다 매운 맛인가.... 안 돼... 저 아직 단맛 먹고 싶어....8^8....
>>652 브레이크..... 열심히 고쳐보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덜덜거리면서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것 같지만....) 앗 그런 이유였군요...! (반성해라 연호주...)(머리 뚜까뚜까) 아뇨아뇨 보수적이라뇨!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3 피곤하다면 얼른 주무시러 가셔야죠 (쓰담쓰담) 연호주도 오늘은 3시쯤에 잠들것 같아요... :0
연호주 저 답레보고 궁금해졌는데 뒤에 딱 붙었다라는 게 손만 뻗으면 백허그 상태일만큼 가까운지, 그래도 아주 조금 더 떨어져 있는지 궁금해요!
>>669 앗... 귀여워.... (흐뭇) 둘 다 성인 캐릭터면 사귀기전 입술도 oK 했을지도 모르는데 둘 다 학생이라는 게 걸려서요... <:3 (학생이면 안 된다는 약간의 보수) 아니다... 둘 다 성인 캐여도 캐 성격에 따라서 갈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산들고 금아랑이 살짝 보수입니다 (...) 아뇨, 반성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못 참고 입맞췄어도 설레긴 했을 거라서... ㅎㅁㅎ... (연호주 쓰담담) 연호주도 일찍 잠들 수 있으면 일찍 주무세요...! (스담)
>>670 (마구 쓰다듬기 어택!) 때로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되어도 괜찮을 때가 있지요! 아무 말도 필요 없는 때가 있고요. 지금은 답하지 못 해도 나중에 답이 떠오르면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문하주의 생각을 제가 완벽하게 다 알 수는 없지만요 >:3 당장 유새슬만 해도 몰라가 대답의 절반인데요(대체)
>>671 음... 완전히 딱 달라붙어있는건 아니고 한 3미리미터 정도는 떨어진(???) 상태에요 :3 이정도면 손만 뻗으면 백허그... 되겠네요ㅋㅋㅋㅋㅋ... 밎아요 학생이니까 그 정도 보수는 맞는거에요! X3 못참고 입맞춤...ㅋㅋㅋㅋㅋㅋ 연호 브레이크도 고장났었다면 그랬을 수도 있긴 한데... >>조금 밀고싶은 것 이상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저 부분 말로 했으면 아마 연호 브레이크 박살나고 자각도 해버렸을 것........ 같아요.... (널부렁)
>>673 떨어진 상태도 아닌 것 같은데... ㅋㅋㅋㅋ 아니 1cm도 아니고 3mm인 게 웃긴데 손 뻗으면 백허그 가능이란 건 좋네요. 연호는 보수... 와는 거리가 먼 성격 같군요 ㅎㅎㅎㅎ...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앗... :/.... (말로 했어야 했나...?) 연호 자각 시키는 게 의외로 어렵네요! (이불 덮어드림) 잘자요!
언뜻 내비친 무의식적인 본능이 너에게 날카로운 조각이 되었을까. 손에 닿는 생경한 촉감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시선은 여전히 소년의 눈동자에 박힌 채였다. 입술이 닿은 부분이 어쩐지 달궈지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새슬은 한 손을 잠자코 소년에게 맡긴 채, 이야기를 들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눈동자의 흔들림이 격해졌다. 그게 필요 없다면 말해 줘. 나직한 목소리가 끊어지고 한참 뒤에야, 소년의 것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도록 잦은 떨림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필요 없다는 말은, 안 했잖아.”
내 곁에 있는 것이 싫다는 말도, 충분하니 그만하라는 말도 한 적 없잖아. 나는 이때까지 너를 떠민 적이 없는데, 어째서 너는 내가 금방 떠나가 버릴 것처럼 구는지. 마치 자신이 외로움을 달래 줄 소모품 정도라도 되는 것 마냥. 색이 바랠 정도로 입술을 잘근댄다. 나중에 부어오르게 될 것이나 피가 맺히게 되는 것 따위는 아예 떠오르지도 않았다. 초조함, 불안감? 글쎄.
“....나는,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래, 분명히 제 속에 있는 양으로서의 두려움은 쉽사리 떨치기 힘든 것이다. 먹잇감은 분명히 자신을 먹어치울 이를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들. 묶인 소년을 보았을 때 들었던 잔인하리만치 생생한 감정과 생각들. 다시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시선을 피하며 이를 악물었으나, 흑ㅡ 하고 작은 소리가 새고 말았다. 그것을 필두로 부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울음과 함께 목구멍을 치고 올라온다. 자제력을 잃은 새슬로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것.
“필요해.”
네가 말한 것처럼 내 어둠을 잊게 해 줄 수 있을지, 외로움을 낫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왜냐하면.
“나는, 너를.”
거기까지 말하고 사고가 뚝 끊어졌다. 바르르 떨리는 속눈썹 끝. 다음 말 대신 벅차게 떨리는 숨소리만이 새어나왔다. 삐걱거리며 피했던 시선이 다시 문하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동안 의문만 가득했던 모든 순간의 해답을 마주하는 순간.
>>685 (원칩챌린지 곽 꺼내듬) 대충... 아래와 같은 것으로 가득찬 답레였었습니다... (spo로 숨겨져있음, 각오가 되어있으면 긁으시오)
쓸쓸한 밤을 함께 떠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행자, 라고 생각했던 관계가 평범하고 평면적인 늑대와 양의 처지로 추락해버렸다는 것을 문하는 직감했다. 새슬은 그 어떤 밤보다도 어두운 저녁을 가로질러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는데, 자신은 그런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무력감은 고독이나 어둠보다도 더 확실하게 단숨에 단 하나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고 문하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필요없다는 말은 안 했잖아, 하는 새슬의 질책은 하가 여태껏 맞아본 펀치보다도 더 강한 힘이 실려있었다.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갓 태어난 새끼 양의 다리처럼 덜덜 떨리는 그 목소리가, 세상 그 어떤 슬러거의 팔뚝보다도 단단하고 강건하게 가슴을 후려갈겼던지. 이미 많이 박살나 있던 가슴 속의 마지막 벽이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고 마지막 형체를 잃으며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 충격이 아찔해서, 하는 새슬의 손을 쥔 채로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정말로 내가 필요해?"
새슬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하는 나직이 변명했다.
"나는 무서웠어.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또다른 고통스러운 기억이 될까 봐. ······ 내가 네게 있어서 또다른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면, 그거야말로 내가 견딜 수 없는 일이니까."
그는 새끼손가락을 맞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는 살며시 손을 들어서 새슬의 눈가에 맺혀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내려 했다.
"그런데도, 네가 날 필요로 한다면··· 날 원한다면··· 나를 갖고 싶은 거라면··· 내가 네 것이라면, 너도 내 것이어야지."
더 이상 성급하게 굴다가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충분하게 새슬을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이 황량한 불모지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이슬은 불모지에 내리기로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사람을 더 이상 밀어내고 싶지 않아서. 이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붙들고 싶어서. 그런데 어설프게 쥐면 오히려 놓치게 될 테니까. 그는 눈물을 닦아준 팔로 새슬의 어깨를 꼭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돌아갈 곳이 너였으면 하고, 네가 돌아오는 곳이 나였으면 해. ······ 우리가 낙원으로 가게 될지 나락으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착하는 곳에 네가 같이 있기만 하다면, 이제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는 새슬과 맞대고 있던 이마를 떼고는, 다시 한 번 새슬의 입술 위에 한번 입맞춤을 남겼다. 어쩌면 따끔할지도 모르는 주사를 놓을 때, 주사 놓을 곳을 다독여주는 것과 비슷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에는 다정함과... 그 다정함이 있게 한, 하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기고 싶었던 더 짙은 감정, 와르르 무너져버린 벽 너머에 숨어있던 것이 한가득 묻어있었다.
하의 입술이 떨어져나갔다. 나직이 숨을 내쉬며, 그는 달빛 아래에 하얗게 드러난 새슬의 목줄기로 입을 옮겨갔다. 그리고, 둔탁하면서도 날카로운, 상냥하고도 끈적한 고통이 새슬의 목에 깊게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끊겨버린 사고가 아무래도 기억에마저 작용해버린 것인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마치 필름 중간중간을 잘라 이어 붙인 것처럼 뚝뚝 끊기는 것만 같다. 눈가를 쓸어 주는 손길, 무언가 내뱉으며 달싹거리는 거친 입술, 어깨를 감싸는 단단한 팔뚝. 깜빡. 눈꺼풀이 힘겹게 움직였다. 소년의 말이 아직 채 이해되지도 않았는데, 기묘한 소름이 끼쳐 오싹거린다. 단순한 공포나 두려움과는 다른 것. 그런 부정적인 감정보다는ㅡ 그래, 간지러우면서도, 좀 더 기분 좋은 전율과 비슷한.
달곰씁슬한 입맞춤 뒤에 날아든 것. 처음은 아니었으나, 생경한 감각인 것은 여전하다. 날카로우면서도 둔탁한 통증. 고통스런 신음을 흘릴 법도 했으나, 그저 이를 악물었다. 새어나간 고통의 표시가 또 다시 소년의 마음을 할퀼 무언가가 될 것만 같아서. 목덜미에 새로운 자국이 새겨질 때마다 급하게 숨을 삼키고, 그대로 멎었다가, 다시 토해내기를 반복한다.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손이 소년의 옷자락을 꽉 움켜질 뿐이었다.
문하가 목덜미에 남긴 것들은 단순한 이빨자국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서부터 느껴지는 생생한 감각과 고통들로 하여금 지금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깊숙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지껏 발버둥쳐 왔던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외로움이 깎여 나가는 속도가 꽤 만족스러워서. 가만히 그 머리를 끌어안고 소리를 참느라 입술만 꽉 깨물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더, 새겨 줘.
탁하게 갈라진, 쥐어짜낸 듯 한 음성. 그래, 어쩌면 이대로 엉망진창으로 물어 뜯겨서 한동안 아무데도 가지 못 할 정도로 망가진다고 해도, 너와 있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 시험해 볼까. 커다란 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 딱 지금같은 심정일까. 마침내 찾아낸 작은 낙원으로, 아니, 사실 낙원의 모습을 한 나락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눈을 감았다.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어... 새슬이의 자기파괴적인 성향... <:3 문하로서는 그것도 '자신으로 채워넣고 싶은' 독점욕의 대상이 되겠지만 캐릭터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캐주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기도 하고 아찔한 줄타기 코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잡아야 할 고삐가 늘어난 기분이기도 하고 그런데 즐겁다(?)
짓궂은 것 아니냐는 슬혜의 말에,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슬혜의 눈을 응시하며 키득거리는 웃음을 흘린다. 분명 자신이 짓궂게 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어쩌면 슬혜보다도 자신이 슬혜를 향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 뭐어, 나도 조금은 짓궂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다 자각을 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거니까. "
시아는 푸스스 웃음을 흘리며 태연히 슬혜의 말을 수긍한다. 네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 슬혜를 바라보며 자그맣게 속삭인 시아는 슬혜의 허리를 감싸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줘서 안아준다.
" 그런 뾰루퉁한 얼굴도 귀여워서 눈이 즐거워. 노력한 보람이 있는걸. "
짓궂기 짝이 없는 노력이지만 잠시나마 지었던 그 표정도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니까. 그러다 코를 맞대곤 부비다 입을 맞추려 하는 슬혜를 기다렸다는 듯 받아들인 시아는 조금 더 열정적으로 입을 맞춰나간다. 슬혜의 윗입술을 오물거리기도 하고, 슬혜의 혀를 살짝 맛보기도 하던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낸다.
" 그래도 상관없어. 그게 슬혜가 바라는거라면. "
그리고 그런 것도 내가 바라는 것이니까. 시아는 그렇게 속삭이곤 입술을 혀 끝으로 훑어낸다. 방금전까지 입을 맞춘 탓에, 입가에 반짝이던 슬혜의 흔적이 시아의 혀가 지나가자 사라져간다. 그 모습이 슬혜의 눈동자에 온전히 모두 비춰졌을 것이다.
" 카레는 조금 제쳐두고 다른 배고픔부터 채우는 것고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슬혜도 나름대로 기다리고 있던 것 같고.. 어때? "
슬혜의 등 위로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시아. 슬혜의 옷 위에서 그 손가락이 춤을 추듯 간질거리게 쓸어내리고 훑어올려진다. 마치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부추기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그 떨림마저도 내 품 안에서만 떨라는 듯이 하의 팔이 새슬을 그러쥐었다. 숨이 막히거나 고통스럽거나 갑갑하지 않을 만큼 느슨하게, 하지만 자신이 정해둔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몇 차례인지 모를 자제심 없는 입질이 잠깐 멈췄다. 새슬의 목과 승모근 쪽에 마구잡이로 찍힌 빨갛고 흉측한 열꽃들을 하는 느릿하게 핥았다. 개가 주인을 한 번 물었다가 깨문 자리를 핥아주는 게 '내가 당장이라도 너를 해칠 수 있으니 까불지 말라' 고 엄포를 놓는 행동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잔뜩 물어놓고 나서 다독이듯이 핥아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진 행동일까. 아니 의미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기는 할까.
빛이 담기는 일 없이 새까맣던 하의 눈동자에 달빛이, 아니 달빛에 비친 새슬의 얼굴이 한가득 담겨서 일렁이고 있었다. 힘겹게 간헐적으로 숨을 비틀거리는 새슬을 바라보며, 하는 나직이 새슬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울어도 돼."
네가 떠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약속을 잊지 않도록. 새슬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팔을 들어 하는 새슬을 한 번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잔뜩 새겨줄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하고 중얼거리며, 하는 메마른 입술을 혀 끝으로 살짝 축였다.
"내가 너의 최악이 되어준다면, 네가 나보다 더한 고통을 받지 않을 테니까."
내가 너의 가장 밑의 돌바닥이 되어, 네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줄게. 하는 다시 입을 벌렸다. 새하얀 이빨들이 가지런히 반짝였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메말라 있던 것들을 서로에게 새겨주기 위해 다시 새슬의 하얀 목덜미로 달려들었다.
깨물고, 깨물면서, 하는 조금씩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자신이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긴 세월 동안 그가 앓아왔던 그 누구도 그렇게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 공복감과 공허함이 아침 햇살에 안개처럼 걷혀가는 것이, 마치 오랜 상처에 앉아있던 딱지가 떨어져나가는 해방감이 그를 휩쓸고 있었다. 그는 직감했다. 이제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주저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겠다고.
하는 문득 언젠가 교과서에서 읽었던 짧은 소설을 상기했다. 프로방스의 어떤 목동이 말했던가,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노라고. 그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났다는 것이, 자신의 돌바닥 같은 품에 누군가가 기대러 왔다는 사실이, 자신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 그는 믿기지가 않았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면 무안했을텐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말 덕에 무안하지 않아서, 아랑은 조용히 미소했다.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을만큼, 아주 살짝만 머리를 기댄 것도 좋았다.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 ”
응이라고 대답하고 내려준 후에 사이다 캔을 가져가 내용물을 비우고 던진 것까지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개를 살짝, 정말 아주 살짝 젖히려는 시도를 하자마자 바로 뭔가 닿는다.
“ ...이건 너무 가깝지 않니~? ”
1cm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아랑은 두 발짝 정도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연호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두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가 되었을까.
힘든 건 조금 나아졌냐는 말에 애매하게 미소하곤 모자를 눌러 썼다.
“ 잠깐마안. ”
기다려 달라는 뜻이었을까, 그 말을 남기고 아랑은 자판기로 가서 이번에는 자기 가방을 열고 지갑을 꺼내 지폐를 넣고서 음료를 뽑는다. 이번에 뽑은 건 밀크티다. 마시려는 용도는 아니고, 눈가에 대고 있으려고. 거스름돈을 지갑에 넣고 손수건으로 얇게 캔을 감싼 후에 눈가에 댄다. 손수건을 가져오길 잘했지.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을 이미 보여버렸지만, 계속 보여주긴 또 그래.
“ 이러고 있으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
목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려면, 부기는 좀 제대로 빼고 가는 게 나을 것이다. 가족들이 걱정할테니, 부기가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도 해야 할 테다.
너의 말대로 도피했다고한들 내 잘못은 아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고 잔인하기에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걸 고작 어린 나이의 내가 버티기엔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저지른 일들아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네 말 한마디에 조금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말에 대한 재능은 내가 갖고 있는데 어째 너가 나보다 낫다.
" 서로에게 잘못은 없을테니까. "
지금 네 곁에서만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리자고 생각했다. 일부러 현실과 마주하고 고통받는 심신을 뒤로하고 너와 단 둘이 있다는 이런 상황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잠깐의 여유가 생긴다면, 버티다 부러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너는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네 얼굴을 잠깐 빤히 바라본다. 너는 어디를 붙잡고 있는거야?
" 조금 누나 같은 분위기는 맞아. "
너의 농담에 나도 똑같이 살짝 웃으면서 농담을 건넨다. 그러다 네가 한 말에 맞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손을 그대로 너의 허리춤에 두른다. 그리고선 내쪽으로 살짝 끌어당기며 너가 편히 안길 수 있게 하며 말했다.
" 얼마든지. "
네가 내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하면서 작게 웃어보인다. 뭐든 못해줄게 없으니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만큼 너에게 해주겠다는 마음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내 소중한 친구, 너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는 마음은 정말 진짜였는데. 안타깝게도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은 정말 동화에만 나오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건 너무 가까운것 같지 않냐고 말하자, 어쩐지 흥쳇핏 거리는 듯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직후에 그녀가 두 걸음 정도 더 멀어져서, 결국에는 세 걸음 정도 떵어진 듯한 거리가 되었다. 연호는 그건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신이 멀어진 것 만큼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 "
그녀가 다시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는걸 보고, 마실게 부족했는지 생각하려는 찰나에... 눈에 가져다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눈이 부었으니, 차가운걸로 붓기를 빼는건 좋은 방법이다.
" 얼굴이 안보이는건 아쉽지만.... "
아주 작게 속삭이듯이 말한 목소리. 과연 아랑이 들었을까? 들었든 듣지 않았던간에, 그는 아랑이 말한대로 벤치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었을테다.
>>742 괜찮아요... (토닥토닥토닥) 답레보다 연호주가 안전하게 귀가하시는 게 더 중요한 걸요! >:D 퀼과 텀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한대로 느긋하게 주세요! <:3 이번 목표 중에 하나인 연호 응석 받아주기도 이미 했구... 자각하는 건 (이것도 목표이긴 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 둘까요?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리는 당신에게 그 이상의 추궁도, 질타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사실 조금은 바라고 있던 전개였으니까, 물론 평소에 생각해왔던 당신과는 제법 차이가 나는 성격이긴 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 대신 태연하게 자신의 말을 수긍해보이는 모습 또한 싫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쉽게 바뀔수 없다던데 자신이 이렇게 만들어버린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았을까, 물론 그녀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답해나가면 될 일이겠지만... 아직은 미미하게나마 그런 죄책감이 남아있었다.
"후후후후...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이상한 부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재능이 있네요~"
자신을 감싸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가는게 느껴졌을까, 가벼운 입맞춤 뒤에는 더 적극적으로, 그 잠깐의 온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가볍게 무는 감각 또한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더 원하게 되었던 걸까? 그녀가 바라고 있던 것, 그리고 당신이 바라고 있던 것이라 생각하자니 역시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그런 감정을 품는건 서로에게 예의가 아닐거 같았기에 더 마음을 담아 차근차근 나아가기로 했다.
"그것 참...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평소라면 어떻게든 잡아떼서 저녁 먼저 해결했겠지만, 벌써 몇번이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버릇으로 남기기엔 꽤 위험한 감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자신의 등쪽에 닿았던 당신의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춤추듯 리듬을 타면서도 감정에 솔직해지도록 부추기듯 쓸어내리자 오늘만큼은 당신이 던진 미끼를 바로 물러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나 큰 고양이를 낚았는데, 놀아주지 않으면 역시 섭섭하겠지요?"
잔뜩 가라앉아 열기를 띈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전해지면서도 그 말을 당신이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조심스럽게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던 그녀는 자신보다도 더, 마냥 뽀얗게만 보이는 당신의 팔을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당연하게도, 어떤 맛을 바라고 그러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째선지 모르게 이런 행동으로도 묘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753 어서오세요.. <:3 (토닥토닥) 나 좋아해? 하고 물어보면 한방에 자각할 거 같긴 하지만... (흐릿) 이건 또... 고민이 되는 레스... <:3 천천히 쓰겠습니다만... 연호주에게 묻고 싶은데 이번 만월 자각 없이 넘어가고 싶으세요, 자각하고 넘어가고 싶으세요...? 아니면 자각하든 말든 상관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으신가요? <:3
내가 너무 보고 싶었던 건 의지할 양이 나 하나라서야? 묻고 싶지만 묻지는 않았다. 왠지 이런 말을 꺼내도, 저런 말을 꺼내도 돌아올 대답이 조금 무섭다. 왜 무서울까. 너는 내게 무섭게 굴지 않으려고 애써주는데.
“ 저번은 어떤 거였어? ”
라고 물으며 아랑은 살금살금 다가가 거리를 좁혀 앉았다. 반사람 쯤에서 살짝 멈추었다가 성큼 더 나아가 1cm의 간격을 두고 멈추었다. 매번 다르다지만, 오늘 느끼는 건 외로움이라니까. 가까이 왔어.
“ 외롭다고 해서 다 양은 아니지만. ”
“ 네가 양이라고 느끼고 있으면, 오늘은 정말 많이 외로운 거겠지. ”
가까이 붙어서 조금 고민했을까. 음료를 반대편에 살짝 놔두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연호의 손을 조심히 감쌌다.
“ 닿아있으면. 덜 외롭지? ”
아랑은 희미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감싸던 손을 움직여 그의 손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몸을 아주 살짝 기울여 그에게 기대었을 것이다. 닿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아마 양처럼 덜 외롭지 않을까. 아랑은 아마 아까 전처럼, 그가 제 머리 위에 무겁지 않을만큼 아주 살짝 머리를 기대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기대왔다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756 ....??? 계피 우린 게 맛있... 나요...? (조금 충격) 으악... 미리 비상식량이랑 약을 준비 해놓으세요... 8ㅁ8 시아주도 비상식략이랑 약 준비해 놓으세요...8ㅁ8
>>7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빵 대사군요. 만약 이번 만월에 나 좋아해? 라고 묻지 않는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 만월 끝나고 알려주세요! 어... 써왔긴 했는데, 저 말들과 행동으로 연호가 자각할지는 모르겠군요 <:3 저도 연호주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토스!)
>>760 다 똑같은 색... ()() 다 무채색 후드집업과 저지일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튀는 컬러 하나 넣어주고 싶다) 어서오세요 문하주! >:3 그리고 옷장에 빈공간이 많나요....? 그리고 색깔 옷이 하나쯤은 있겠죠...? <:3 어서오세요 문하주~! >>762 (티미 냠냠) 잡곡밥... 흰쌀밥햇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건강이랄까 식단을 챙기고 있군요... <:3
>>763 져지는 확실히 다 똑같은 색이지만 후드집업은 의외로 색깔이 다 달라! 블랙, 그레이, 베이지 같은 무난한 색도 있지만 저번의 그 자칫 분홍색으로 오인받을 수 있는 주황색(아랑이에게 웬일로 분홍색 옷을 입고 왔냐는 말을 들은 뒤로 안 입고 있음)이랑, 검정색인데 후디끈이나 소매 시보리나 태그나 후디 주머니 솔기 같은 데에 노란색으로 악센트 들어간 거라던가, 헤링본 무늬(지그재그 무늬)가 들어간 거라던가 하는 패셔너블한 게 두 벌 정도. 나머지는 교복이나 트레이닝복 바지, 이런저런 이너웨어들, 겨울용 파카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의외로 일반적인 학생의 옷장과 비교해봤을 때 뭔가 막 심각하게 모자라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거야. 조금 허전한 정도? 색깔 들어간 옷은 베이지나 그레이, 차콜 같은 무난한 색들인데, 개중에 한두 벌씩 튀는 색이나 무늬로 된 옷이 끼어있어.
그리고 아랑주도 진단츄라이 #님캐TMI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84363
좀아포? 확실히 문하는 일반인들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겠지... 담장을 뛰어넘거나 장애물을 치우거나 좀비와 싸우거나 하는 신체여건이 훨씬 좋은 편이니까.
물론, 많은 것들이 무너진 데에 대해서 문하는 비통해하고 슬퍼하겠지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무사히 살아서 함께할 수 있다면 문하는 무너지지 않고 평소의 냉정함을 유지한 채로 좀더 거칠어진 삶에 적응해나갈 수 있을 거야. 오히려 문하는 '어떻게 보면 차라리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도, 적어도 내가 믿는 너 역시. 아직 어린 우리에게 잘못은 없을 것이다. 제가 겪는 일에도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건, 경아가 매일 되뇌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쉽게 쓸려 사라질 정도로 얄팍한 말이라. 그렇기에 당신의 말에 기꺼이 “응.” 하고 말할 수 있었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친 경아는 눈을 휘어 웃으며 화답한다. 한없이 온화하고 다정하다. 흠 하나, 상처 하나 없는 사람처럼, 그리 웃는다. 그 모습은 저 홀로도 굳건하게 서 있는 고목을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꺼풀 아래로 숨은 눈동자로는 도저히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 알 수가 없어, 금방이라도 휘발되어 사라질 신기루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현실에 발 딛지 못하여 스러지고 마는…
경아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그리고 다시 보이는 모습은 언제나와 같아, 찰나 보였던 것이 착각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자주 듣는 이야기네.”
작게 웃는다. 제법 즐거운 기색이다. 그러다 당겨지면, 힘을 준 대로 쉽게도 끌려간다. 긴장을 풀고 당신의 어깨에 기댄다.
“덕분에.”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경아는 잠시 당신을 올려다본다. 투명한 호의로 가득 찬 눈동자 속에 당신이 비쳐 보인다. 그리곤 묻는다.
>>765 아랑이라면 왠일로 분홍색 옷을 입고 왔냐는 말 문하한텐 안 해요... <:3 (삽살말티즈 같아서 얼마나 알게 모르게 티 안나게 조심해서 대해주는데요... <:3) (문하가 의외로 마음이 튼튼하고 이거저거 다 잘 받아주는 성격이면 또 반응이 달랐겠지만) " 분홍색이네에. "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 넘어가고 다른 화제로 자연스럽게 널어갈 거에요. <:D (그래도 분홍주황색 안 입나요?_ 앗... 패셔너블한 것도 있잖아?! 그런 거 보면 어디서 샀냐고 옷을 맘에 들어하는 눈치로 눈을 반짝이며 물어볼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셔너블한 옷 좋아하는 편) 앗... 그래도 튀는 색이랑 무늬가 끼어 있어서 뭔가... 다행.... 이란 생각도 들어요... :3
>>766 너무 유도심문 같아서 그냥 마음속으로만 했습니다.... >:3 ..... 하지만 대사로 해도 좋을 뻔 했군요? (대사로 할 걸 그랬나....?) 어... 왜 무서운지는 아랑이도 아랑주도 모릅니다 (?) 아마 지금의 관계가 변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닐까요? <:3 그리고 또 복잡미묘한 게 있어서...? 음, 사실 연호 브레이크 고장나기 전에 물어봐야 할 게 있는데, 브레이크 고장나면 아랑이 세게 깨물 가능성이 있나요...?
>>772 문하: (표정굳음) (거울봄) (훌러덩) "......샵에서 봤을 때는 주황색이었는데." >>>남 보기에 분홍색처럼 보일 수도 있다<<<가 중요한 부분이라서 안 입을 거야. 다른 사람이 분홍색 물건을 이용하는 데에는 아무 거부감 없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이 분홍색인 건 엄청 싫어하거든. 성별에 따른 색상 고정관념과는 상관없이, 분홍색이 문하의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기 때문이야.
>>772 관계가 변하는게 무섭..... 하긴 어떻게 변할지를 모르니까 무서울 수도 있지요... 🤔 또 복잡미묘한것... (뭐지...) 앗 아니요! 연호는 깨무는 행위에 대해선 언제나 먼저 물어봅니다! 그리고 깨무는건 연호 입장에서 스킨십이 아니라 얌얌차차라서... 그렇습니다!
>>767 곧 답레가 올거라서 티미 쓸 힘이 없어요... <:3 (피자도우너덜짤 보여드림) 생존력 높은 건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제일 상상도 못 했다... :Q.... '어떻게 보면 차라리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이 됐다' <-햇살캐도 못할 생각을 하는 문하 보면서 와... 와... 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ㅁㅎ
>>768 둘 다 가능하군요.... <:3 아마 연호가 지켜야 할 사람이 붙어 잇으면 연호는 생존률이 더 올라가는 편이 되지 않을까요....?
+ 금아랑 좀아포 금아랑은... 혼자 두면 생존률이 별로 안 높을 것 같구요... (...) 가족이랑 같이 있으면 생존률이 올라가고, 친구랑 있어도 생존률은 올라가는데... 어... 가족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안 하는 나는 짐덩이... 라는 생각을 티 안나게 할 거 같네요... 그리고 너무 짐덩이가 된다 싶으면 은근슬쩍 기회봐서 갈림길에서 빠이빠이할까? 라고 물어볼텐데... <:3 (사람마다 다르게 대답할 거 같음...)
>>771 ??? 은 슬혜 아닌가요....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슬혜가 꾼 꿈 왠지 당분 꿈이다 (?) 근데 왠지 카레맛이 날 거 같은 꿈이에요... :3 (왜지?)
>>773 경아주도 어서오세요~~~~~~~~~~~~~ >:D 앗......... 경아 픽크루에서 빛이 나요...... (눈부심)
>>774 앗... ()() 분홍색이 문하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는군요... <:3 (비설인가요...) (금아랑 머리 분홍색인디...) (사람이 분홍색인데는 거부감 없나요...?) 샵조명 때문에 주황색으로 착각하고 샀구나... <:3 (뭔가 주황색 옷으로 바꿔주고 싶어짐...)
>>776 근데 또 복잡한 건 지금 관계로 만족할 수 없을 때가 찾아올 거란 거예요... 🤔 (복잡미묘한 편) 언제나 먼저 물어봐서 다행이에요.... <:3.... (스담..) (마구 스담해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얌얌차차.... 단어는 귀여운데... 귀여운데.... <:3 (금아랑 예전 헤이트란 봄) (안봄) >>777 추가사항까지 적어주는 친절한 연호주... (찌잉) 앗... 아앗....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얌얌차차가 아니라 깨물기 공격이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82 진짜 햇살캐면 망해버린 세상에 슬퍼하느라 오히려 저런 생각 못하지... 문하는 인간애가 좀 많이 결여된 애니까 저런 생각도 섬뻑섬뻑 해버릴 수 있는 거야. 저 말 조금 비틀어보면 되게 섬뜩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구 그리고 분홍색인 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분홍색 옷이나 악세사리 등을 착용하는 것' 을 싫어하고, 그 외의 분홍색은 딱히 별 신경을 안 써! 머리색이나 눈색도 마찬가지야. 딸기우유도 사주면 잘 먹어
좀아포...플로우인 건가요. 경아는 아무래도 체력이 없고 달리기도 빠른 편이 아니라서,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어요.
>>785 안녕하세요, 아랑주~ 늘 예쁘게 말씀하주셔서 감사해요.
>>783 표정이 알맞다 싶으면, 땋은 양갈래 머리가 없거나 색이 맞지 않고, 색과 머리 모양이 맞으면 또 표정이 애매하더라고요... 지금도 머리 모양을 이유로 쓰지 못하지만 일단 찾아는 둔 픽크루가 몇개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경아 특유의 흐릿한 미소를 재현할 수 있는 픽크루를 찾고 싶어요.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군데군데 사진을 찍은 것처럼 떠오르는 파편들로 상황을 짐작해 볼 따름이었다. 아마 참다 못 해 울음을 터뜨렸던가. 정신 없는 와중에 몇 번, 네 이름을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새 목덜미를 뒤덮은 둔탁한 통증도 몰려오는 졸음에 점차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나는 아직 네 품에 안겨 있을까. 상체를 일으키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기력을 빼앗기고 말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며 새슬은 소년을 찾았다. 팔을 뻗어 볼까도 싶었으나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만두었다. 으음, 가볍게 앓듯이 울리는 목. 잠시 고른 숨을 내쉬다가, 중얼거린다.
“……힘들어.”
그리고 졸려. 졸음에 꿈뻑이던 눈꺼풀은 이제 거의 감겨 있었다. 그렇게 울고, 끌어안고, 물려 댔으니 당연한 결과나 다름 없겠지.그렇지만ㅡ 집에는 가야 하는데. 떠올린 생각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기만 했다. 조금 자고 싶다. 딱 한 시간 만이라도.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 마지막으로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서 소년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제 새끼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소년의 손가락에 옭아매듯 붙이고는, 무언가 말하려다 눈을 감았다. 금새 몸에 힘이 축 빠지고,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새어나왔다.
그들에게 내 잘못은 없다고했다면 아마 경기를 일으키고 돌을 던지고 나에게 욕을 하겠지. 하지만 이곳에 그들은 없고 죄책감은 지금 나를 짓누르지 못한다. 애초에 그것이 싫어서 도망쳤기에 적어도 지금만큼은 느끼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그렇기에 너도 현재만큼은 그 어떠한 고통도 없이 편안하게 있으면 좋겠다만 나도 안되는데 너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 가끔은 동생 같기도 하고. "
예전에 너를 이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닐땐 정말 동생 같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런 조용하고 온화한 모습이 좀 더 누나 같지만. 옛날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어버리고만다. 지금과는 다르게 어릴땐 정말로 행복했다는 감정을 자주 느끼곤했다. 지금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행복을 즐긴건 그때가 마지막이 아닐까.
" 덕분에 좀 괜찮은걸. "
뉴스에도 자주 나오지만 양들은 주로 외로움을 느낀다. 허나 늑대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각각이 다 달라서 하나로 콕찝어 얘기할 수가 없었고 그렇기에 경아가 나의 감정을 알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관련 없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버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렇게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부터가 경아 덕분이다. 다른쪽 손을 들어서 땋여있는 너의 머리카락을 지나서 뒷머리를 조금씩 쓰다듬어준다.
" 다음에 자주 가던 거리에 놀러갈까. 조금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들도 많으니까. "
물론 어릴때와는 많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도 충분히 많았다. 너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고 그걸 극복하게 해주겠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약간의 시간이라도 그걸 잊어버렸으면하는 마음이다. 너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듯이 나도 그만큼 너에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 비록 늑대와 양이지만, 그 전에 우리는 친구야. 그치? "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과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게 우리 사이를 바꿔놓을꺼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까칠... 했던가? 변덕이라면 알겠어도, 까칠은 전혀 모르겠던데... 아랑이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양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외로움은 있겠지만, 솔직히 양의 외로움은 좀... ”
말끝을 흐리고 입술을 다문다. 솔직히 양의 외로움은 병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병이라면 좋을 것이다. 그건 약과 의사가 있으니까, 치료될 거라는 희망이 있지 않은가. 무인도에 떨어지면, 그리고 그 날이 하필이면 만월이라면, 약이 있든 없든 양은 하루도 못 돼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살짝 기대어 있고, 기대어 주는데. 심각한 이야기 같은 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 아주 안 외로운 건 아니구나? ”
서운하네. 이렇게 닿아있는데. 라고 멋대로 생각해. 그리고 좀 더 기대어 있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너무 기대기만 하면, 좋지 않다는 걸 아는데. 지금처럼 약도 듣지 않는 특이한 만월에는 알면서도 못하는 것들이 생긴다.
“ ... ”
아랑은 침묵했다. 대신 연호에게 좀 더, 몸을 맡기는 느낌으로 편히 기대어 왔다.
- .....내가 곁에 있는걸로, 너의 외로움이 사라질지 모르겠어....
의외로 자신 없고, 또 슬퍼 보이는 목소리. 곁에 있는 걸로 외로움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 같은.
“ 네가 어떤 말을 해주면, 내 외로움은 사라질 거야. ”
내가 곁에서 언제나 배려해 줄게, 라고 말해준다면. 그렇다면, 내 외로움은 사라지겠지만. 그건 너무하게 이기적이지. 그리고 곁에서 언제나 배려해 주는 건, 때로는 가족도 못 하는 일이니까. 불가능한 걸 말해달라고 하는 일인지도 몰라.
“ 하지만 그건 너무 불가능하고 이기적인 말이라, 해달라고 말 못하겠는 거야. ”
그리고 아랑은 조금 고민했다. 어떤 말을 더 해야할지.
“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기대게 해주는 걸로 충분해. ”
“ 난 사실, 안심할 수 있는 사람한테 기대어 있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 ”
말을 마치고서 배시시 웃었다. 불가능하고 이기적인 말을 해달라고 하지 않는 대신에, 오늘만 특별히 말로 가르쳐 주는 거야.
아랑주 이만 자러가겠습니다..........만 너무 애매한데서 끊어버리는가 싶기도 하네요.... ((고민)) 지금 자러 가면 내일 한두레스 주고 받으면 이벤트 시간 끝날 거 같은데, 저기서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Q.... (내일의 나에게 맡겨야 하나...?) 그랬다고 또 이벤트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안 괜찮을 거 같아요. 이미 충분히 늘어났다고도 생각하거든요 >:3 걍... 내일의 내가 마무리 (애매하게) 잘할 거라고 믿어야지 (??)
3시까지 애매하게 깨어있을 것 같기도 하고, 곧 뻗을 거 같기도 해요.... <:3 (애매) 잠 안 오는 건 제가 던져놓은 레스가 좀... 마무리 각 잡기 애매하게 끝내놔서... (고뇌) 레스를 썼는데도 뭔가 애매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는 거에요... :Q... 생각할 때는 이런 느낌 아니었는데, 글로 쓰니까 애매해졌어요... 8^8....
길었는지, 짧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포식의 순간이 지났다. 만월이 조금씩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해방감과 광기가 식고, 교복과 운동복 차림으로 쿠션 더미 위에 기진맥진하다시피 널부러진 소녀와 소년만이 남았다.
"고마워."
하는 팔을 뻗어 새슬의 머리를 자신의 팔 위에 얹어주었다. 남은 팔은 뒤통수 뒤로 들어서 자기가 벤 베개 아래 가지런히 개어져 있던 담요를 쑥 빼고는, 부시럭거리며 담요를 펼쳐서 새슬의 어깨 위에 감싸 덮어주었다. 그리곤 팔로 새슬의 어깨를- 그러나 새슬의 새끼손가락이 걸려오는 것이 먼저였다. 무엇을 약속하는지 말하지는 않앗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는 기꺼이 자신의 손가락을 다시 새슬의 손에 꼭 걸어주었다. 그는 새슬의 머리를 받아준 팔을 구부려, 새슬의 머리를 조심스레 가다듬듯이 쓰다듬었다.
"잘 자."
차가운 달이 뜬 밤이 외롭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매다 돌바닥 위로 뛰어들어 온 이 가냘픈 양 또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털 하얀 늑대는 눈을 감고 소망했다. 소망. 오래간만에 떠올려보는 단어라고 하는 생각하고, 속으로 웃었다.
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마치 노을이 지는 태양처럼 뉘엿뉘엿, 조금씩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오는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런데, 칙칙한 콘크리트 천장이라고 생각했던 소년의 방 천장에 별나게도 은하수가 그려져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면 소년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저번과는 다른 동글동글한 기계. 아까는 경황이 없어 소년의 방을 미처 살펴볼 틈도 없었지만, 플라네타리움이 천장에 그리는 흐릿한 별하늘 아래로 엿보이는 소년의 방에는 저번과는 달라진 것들이 드문드문 존재했다. 붙박이장을 뒤덮은 태피스트리가 밤하늘이 펼쳐진 들판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라던가.
바뀐 것들 중에는, 새슬의 머리에 팔베개를 내어준 채로 눈을 감고 있는 하의 하얀 얼굴도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그 표정은, 어제 저녁의 그 어두운 지하실에서의 모습이 스쳐가는 악몽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모든 것이 고요히 숨 죽이는 시간, 어느새 우주로 변해버린 방에서 먼저 눈을 뜬 것은 새슬이었다. 부스스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렇다곤 해도 아직 절반 정도는 잠에 빠져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한동안 눈을 감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다시 새슬이 눈을 떴다.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제 목덜미를 더듬는 것이었다. 잠들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사실 자신의 꿈은 아니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더딘 손 끝이 약간 패이거나 부어올라있을지도, 어쩌면 몇몇은 운 좋게 가라앉았을지도 모를 자국들을 더듬어 가다가, 이내 그 수를 세는 것도 그만두었다. 툭, 내던지듯 제 팔을 무릎에 내려놓고 졸린 눈만 한 번 끔뻑였을 뿐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 방이 어딘가.. 바뀌었나. 한 바퀴 빙 둘러보듯 고개가 움직였으나 아직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 듯 멍한 얼굴이다.
다음으로 시선이 향한 곳은 소년의 얼굴이었다. 이제껏 본 것 중에서 제일 평온해 보이는 그것이, 어쩐지 스스로 빛날 리 없는 플라네타리움 속 별빛을 받아서 하얗게 부서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거운 나른함이 담긴 손을 뻗어 소년의 머리를 슥슥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던 손이 돌연 반복적으로 움직이기를 멈춘다. 새슬의 손은 이제 소년의 옆얼굴로 향하고 있었다. 살짝 흘러내린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고, 홀린 듯 엄지로 소년의 볼을 부드럽게 쓸다가. 아차, 이러고 있으면 금방 깨려나. 문득 뒷통수를 치는 깨달음에 다시 손을 거두어 제 무릎에 내려놓고는, 가만히 소년을 바라보았다. 슬슬,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새슬의 손끝에 하의 머리카락이 스친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면 근육의 형상이 선명하게 만져질 단련된 팔뚝이며 가슴팍과 별개로, 그 하얀 머리카락은 명주실타래에 손가락을 넣고 뒤적여보는 것처럼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흐르듯 한다. 꽤 부드러워서, 쓰다듬는 보람이 있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보고 있자면, 잠결에도 그 손길의 온기를 느낀 건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그가 새슬의 손길에 머리를 디밀듯이 기대어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분명히 자고 있었지만, 잠들어있는 와중에도 새슬의 손길은 틀림없이 그에게 가서 닿고 있는 걸까. 문득, 하의 코가 살짝 벌름거리는 것이 보인다. 자신을 쓰다듬고 있는 손에서 나는 향기를 쫓으려는 듯. 그는 조금 고개를 들었고, 새슬의 손 안에 그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그의 얼굴이 들어왔다. 하는 조그만 응석같이 작은 입맞춤을 손바닥에 남기고 고개를 다시 떨궜다. 그러는 바람에 앞머리가 스륵 흘러내렸다. 볼을 살며시 매만지는 손길에 그가 조용히 숨을 내쉬는 게 느껴진다.
새슬이 손을 떨어뜨렸다. 그는 깨지 않았다. 아니... 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눈꺼풀만이 떠졌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처럼 섬뜩하거나 무감정해 보이지 않았다. 플라네타리움이 천장에 비추는 반사광이 흐릿하게 맻혀있는 까만 눈동자는, 깊이 잠들었다가 방금 잠에서 깨어서인지 조금 애처로이 젖어있는 것도 같았다.
"......가지 마."
잠긴 목소리가 나직이 무겁게 흘러나왔다. 잠에 젖어있는 눈으로 그는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은 아직도 걸려 있는 채였다.
>>816 내일 일어나서 보라고 미리 말해두자면 문하는 새슬이더러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바래다주겠다고 할 것 같아. 3~4시쯤이면 아직 달도 다 안 떨어졌을 텐데... 문하는 개인적으로 새슬이랑 같이 아침을 맞이해보고 싶다고 해 그렇지만 그건 자고 일어나서 고민할 문제 u"u 잘 자, 새슬주!
왜인진 모르겠어. 라며 마음속으로 자꾸자꾸 자문하는 연호는,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답답한 딜레마에 갇혀있었다.
아랑은 침묵했지만, 연호에게 더 기대어왔다. 연호는 직감족으로 그것이 외롭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은 것 처럼, 아랑도 아직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늑대의 외로움과 양의 외로움의 차이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 ... "
불가능하고 이기적인 말... 이기적인것은 괜찮았다.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연호 자신에게 이기적이라고 해도 그는 괜찮았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도 너무 이기적으로 굴려도 한다면 제지했겠지. 하지만 아랑이 말하는 것은 그런 느낌은 아닌듯 했다. 아무튼. 이기적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불가능한 것이라면 연호는 말하지 않을테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달콤한 거짓보다는 차라리 냉혹한 진실이 낫다고 생각하니까. 할 수 없는 일을 입에 담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 너는, 나랑 있으면 안심할 수 있어? "
다행이다. 나지막히 속삭이고서 아랑에게 다시금 살며시 기대었다. 아까까지가 무게를 거의 못느낄 만큼 살짝 기대었던 거라면, 이번에는 살짝 더 무게를 실어서 기대었다. 의지하는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랑이 연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 것 처럼, 그도 아랑이 그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랑과 함께 있으면 드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던 그는, 점점 말이 느려지더니 결국 끝맺지 못하고 흐려버렸다. 아랑이 연호의 얼굴을 보았다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를 볼 수 있었을테다. 그는 느릿하게 아랑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멍했던 표정이 조금씩, 조금씩 굳어가는게 보였다.
" 어떡하지.... "
그는 자신을 표현하라고 하면 여러가지를 말할 수 있었다. 힘만 센 멍청이, 바보, 무식한 사람.... 물론 좋은 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말들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을 '민폐 덩어리' 라고 칭할테다. 그것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박혀있던, 자신을 수식하는 말이었다.
" 나, 너를..... "
천천히 굳어가던 표정은 이제 무표정이 되었다. 조금 겁먹은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그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신다.
" 좋아하고 있어. "
그것은, 아랑을 향한 마음의 자각. '좋아하는 것 같다' 따위의 애매한 말은 하지 않았다. 떠오르자마자 확신으로 굳어진, 그의 마음.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그는 그녀에게 미안해했고, 또 자책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아랑이 기대는 것을 피해 살며시 일어나서 그녀를 등졌다. 망연자실한 그의 등이, 어쩐지 축 처진 것 같았다.
" 너는... 랑.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
"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
이걸, 왜 이제서야 알아차린걸까. 왜 하필이면.... 걷잡을 수 없을만큼 마음이 커졌을 때야 자각한걸까. 그는 자신의 가슴을 꾹 그러쥐었다. 눈가에 그렁그렁하게 맺혔던 눈물이 또르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러면 안되는데. 알아차린 마음은 계속해서 커져버린다. 그럴 자격 없는데.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 그녀를 걱정시켜 결국 울려버리기까지 한 자신이, 아랑에게 이런 마음을 품을 자격따위는 없을텐데. 하지만 그 마음은 자각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더더욱 커져간다.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커져가는 마음 때문에, 그는 자신에게 조금 화가 났다. 자신을 자책하면서 이를 꽉 문 채 땅을 내려다보던 그는, 마침내 다시 뒤돌아서 아랑을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서, 그녀의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손을 그녀의 볼에 가져다대려 했다.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면, 그 볼을 아주 살살. 조금만 힘을 잘못 주어도 깨져버리는 유리를 만지듯이 아주 살살 쓸었을테다.
" 미안해. 랑. 하필이면 내가..... 너를 좋아해서. "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이번에는 떨지 않고, 아직 흘러내리는 눈물을 무시한 채로 최대한 밝게 웃어보이면서.
정말... 정말 예상치 못했지만 아랑이가 연호를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이라고 말해준 것 덕분에 연호가 자각을 했습니다.... (널부렁) 처음 답레를 생각할때는 예상 못했는데, 써내려가다보니 연호에게 끌려가듯이.....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이미 답레에 써있긴 하지만, 연호는 자기 자신을 민폐덩어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해도 시무룩해하긴 하지만 '응. 그럴 것 같았어' 라며 어느정도는 무던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은, 그만큼 고마워하지만 내심 미안하게 생각하기도 하죠. 덕분에 열심히 챙겨주는거구요. 그래서 '사람은 좋아하지만, 그 사람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을 자격은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끼치는 민폐를 받아주는 것만 해도 분에 차고 넘치니까... 그래서 자각한 연호는 아랑이에게 미안해하는 겁니다. '나처럼 민폐덩어리인 사람이 너를 좋아하게 돼버렸어' 라고요.... 아무도 없는 새벽에 자각한 고록을 쓰게 된 것이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모르겠어요... (쓰러짐) 실시간으로 본 사람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은 안부끄러운데.... 묻힐일이 없으니까 또 내일 엄청 부끄러워지겠죠...?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 연호주는 도망가보겠습니다...! 주무시러 가신 분들 모두 좋은밤 좋은꿈 되세요!
슬혜의 말에 시아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대꾸를 할 뿐이었다. 오히려 혼이 나고 싶은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건 시아만이 알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여전히 시아는 슬혜의 눈 앞에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슬혜에게서 눈을 떼고 있지 않았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슬혜가 어디론가 가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 뭐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슬혜가 왠지 참기만 할 것 같기도 해서 "
시아는 잠시 먼 곳을 보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입술을 살짝 벌리곤 자그맣게 속삭인다. 슬혜가 자신에게 지난날의 미안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시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한순간에 날려보내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기에, 슬혜가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편히 먹고 자신에게 다가오게 돕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자신이 먼저 슬혜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것. 언제까지나 슬혜만 다가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기도 했으니까.
" 그치? 내가 생각해도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해. 특히나 우리 슬혜에게는 더욱 더 말이야. "
슬혜의 대답에,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시아였다. 정말 자신있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슬혜가 자신을 밀어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 듯 했다. 그만큼 시아는 슬혜를 믿고 있었고, 자신을 향한 슬혜의 마음에도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 마음을 먹으면 금방이라더니, 슬혜를 두고 한 말이었으려나. "
열기를 띈 목소리를 던지자마자 자신의 팔을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슬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아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자신의 팔을 장난스럽게 물고 있는 슬혜의 뺨과 머리를, 시아는 그저 사랑스러운 듯 부드럽게 손을 뻗어 그 뺨과 머리카락을 따스하게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조금 더 기울여 슬혜에게 다가가 슬혜의 뺨에 살며시 입술을 새겨넣는다.
" 왠지 질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슬혜가 더 사랑스럽다는 마음도 들고.. 일단 계속 여기 서있으면 불편하겠지? "
부드러운 미소와 다르게 천연덕스럽기만한 당신의 말에 푸스스 웃음이 흩어졌을까,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시선만큼은 떼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네, 그냥 혼내주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잔뜩 혼내주고 싶어졌는걸요?"
당신의 말을 받아쳐 과장되게 꺼낸 말은 어찌보면 위협적인 태도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이미 입에 걸려있는 미소가 나쁜 의미는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엔 충분했으리라 생각했다.
"평소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참는다는 말이던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말이던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조금도 다를게 없는 내용이었다. 사실 아직도 당신의 속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당신은 이미 최대한으로 피력하고 있지만 자신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눈을 가리고 있을 뿐인지 모호했다. 그렇다기엔 눈에 띄게 변화한 당신이기에 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나 자신에 대한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한 상황에 타인의 감정이라고 쉽게 읽을 수 있을까? 그저 부딪혀보고, 아니면 우회해서 생각해보는 방법 말곤 달리 없었다.
"후후후... 이거 완전히 당해버렸네요? 페이스에 말려든다는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자신만만한 당신에게 살짝 기가 눌렸을까, 하지만 부정적이라기보단 '어라?'싶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런 오묘한 긴장감을 느낀 것도 오래간만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서서히 터득해나가는 감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감각을 일깨워주는 이는 여느때처럼 평온하게, 조금은 불안해보이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죠~? 단지 조심스러울 뿐, 그대야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부드럽게 뻗어진 손이 자신의 뺨에서부터 머리까지 닿아 쓰다듬듯 움직여나가자 그녀 역시 그 행동에 대응하듯 이를 드러내지 않은채 몇번인가 더 무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러다가도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뺨에 확실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지자 바로 굳었을까, 다만 그것은 고양이가 잠깐 고장나버리는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뭐... 사랑에 관해선 좀 경쟁한대도 나쁠거 없단 이야기가 있잖아요? '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더 사랑한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한에서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경쟁심리니까요..."
살며시 자신의 방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당신이 다시 이쪽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여오자 그녀는 가느다랗게 휘어진 눈매로 웃어보이곤 조심스럽게 위로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끌어안는듯 하면서도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아... 정말 사랑스럽네요... 언제부터 우리 시아가 이정도로 적극적이게 된건지~ 그래도 잠깐만이랍니다? 그래야 저녁식사도 제대로 즐기고, 본게임도 시작할수 있지 않겠나요?"
물론 당신이 금방 힘이 빠져버린다 해도 그녀는 아쉬울 것이 없었다. 요리야 자신이 마저 하면 되는 것이고 여차하면 가만히 보듬어주면 그만이니, 당신이 갑자기 숨겨둔 근육을 드러내며 돌변하는 만화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그 어떤쪽이든 크게 문제될게 없었다.
시아는 슬혜의 장난스러운 겁주기를 듣고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한다. 전혀 무서워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적어도 기대가 된다는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슬혜를 바라보는 시아의 눈빛이 조금 더 강해진 듯 했으니까.
" 뭐, 평소라면 - 이라는거지만. "
지금은 평소가 아닌 듯 하니까, 시아는 그렇게 말을 덧붙이며 입꼬리를 좀 더 끌어올린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감각은 참으로 묘했다. 좀 더 가슴이 설레이고,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진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 주는 것은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니라 설렘이라는 것이 겁을 먹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 더 휘둘리지 않으려면 얼른 주도권을 되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걸? "
쉽진 않겠지만. 손 끝으로 슬혜의 입술을 살살 어루만져준 시아가 자그맣게 속삭이곤 윙크를 해보인다. 쉽게 주도권을 내어주진 않겠다는 듯, 조금은 도발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지금 둘만의 시간에 시아가 열정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순간마저도 점점 더 몸을 밀착시킨 체, 눈을 떼지 않고 있었으니까.
" 뽀뽀를 해줄 때마다 굳어버리는 슬혜를 보고 있으면 눈도 즐겁고 , 입도 즐겁네. "
자신의 팔을 몇번이나 더 오물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던 시아는 자신이 뺨에 입을 맞추어 주는 순간 멈추는 움직임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곤 다시금 빈 손으로 슬혜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왠지 이런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볼까 싶은 시아였다. 물론 이 기세가 언제까지고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 그게 우리 뜻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시 난 좋아. "
시아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감싸곤 이마에 입을 맞춰준 슬혜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곤, 더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듯 슬혜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방으로 나아간다. 1분 1초가 아쉬운 것처럼 그 걸음걸이는 빨랐다. 방안에 손을 잡고 들어선 시아는 천천히 잡고 왔던 슬혜의 손을 놓더니 자연스레 슬혜의 침대 위에 올라가 침대의 등받이에 기대어 앉고는 천천히 슬혜에게 손을 내민다.
물론 장난스럽게 꺼낸 말인지라 무서움을 느끼진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기대가 된다는 당신의 말에는 조금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그녀는 조금 더 강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당신에게 항상 그래왔듯 차분한 눈웃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오늘만 그대야가 사랑스러워보인다거나 그런건 아니니까요...?"
조금 더 입꼬리가 올라간 당신의 미소 역시 꽤 어울리는 편이지 않나 싶은, 그런 지나가듯 전해지는 생각이 있었다. 누군가의 새로운 점을 알아도, 그저 평범한 모습일뿐이라도 항상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건 어째서일까? 정말 말로만 듣던 콩깍지에 씌이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그래도 좋다고, 아얘 당신에게 빠져 살아도 문제될건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랑이란건 참 재밌는 것이지. 항상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매력을 매일같이 새롭게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게 바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뜻이겠지만,
"그래야 할텐데... 오늘은 꽤나 난전이 예상되는데요?"
쉽진 않을거라는듯 자신의 입술을 어루만지는 당신이 작은 속삭임과 함께 윙크를 해보이자 그녀는 당신의 그 도발적 행동이 내포하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것 같아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만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건 아니라는 확실한 메세지였기 때문일까? 점점 달라붙는 몸은 이러다가 정말 하나로 합쳐지는게 아닐까 하는 바보같은 망상까지 할 정도로 나름대로 진지하게 와닿고 있었다.
"그대야가 그걸 바란다면, 오늘은 비교적 얌전히 있을 수도 있지만요? 아마도...?"
물론 그전에 그녀가 참지 못해서 여느때처럼 달려들 가능성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었기에 살살 머리를 쓸어주는 당신에게 좀 더 자극을 주기라도 하려는지 고양이가 그러하듯 머리를 부비려고 했다.
사실 경쟁하는듯한 애정관계든 꾸준히 같은 분위기를 지키는 애정관계든 그녀는 그 어떤 부분이라 해도 당신을 꼭 붙잡고 있는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방으로 자신을 이끄는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빠른걸 직감할수 있었다.
"후후후... 이래선 누가 기다린건지 모르겠네요~"
방 안에 다다르자마자 침대로 올라가 등받이에 기대어앉은 당신을 보고 잠깐 차분하게 웃어보이다가도 내밀어진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서 마주앉아 잠깐동안 당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였다.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근거리는데, 딱히 잘못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연한 걸까요?"
아직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좀 더 끌어와 자신의 가슴 위에 대어보니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도 더 확실한 움직임으로 심장이 빠르게, 강하게 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정말 심장이 뛰고 있는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이 공간에 당신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이만큼 두근거리고 있다는거... 그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감정이 생겨난다는걸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개념은 받아들인다 해도 내포되어있는 감정을 받아들이는건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거창한 미사여구보다 간결한 단어에 의미를 담아둔 진실의 말처럼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들은 지금도 수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대야도 그런가요...?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가요...?"
소년의 작은 응석이 손바닥에 닿았을 때. 새슬이 조용히 움찔댔다. 뒤늦게 돌아온 제정신이 비로소 쑥스러움이나, 그와 비슷한 간질거림 따위를 느낄 수 있게 되고야 만 것이다.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면서, 가지 마, 하는 애처로운 중얼거림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을 하는 듯 녹색 눈동자가 점차 가라앉는다. 한참 뒤에야 다시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넘겨 주면서, 새슬이 소년에게로 허리를 굽혔다.
“….혼날 거야.”
쪽, 이번에는 이 쪽에서 소년의 이마에 작은 입맞춤을 남긴다. 내리깐 눈동자가 소년의 하얀 얼굴을 새기듯 눈에 담았다. 갈등하고 있었다. 너의 애달픈 부탁과,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사실은, 나도 얽어맨 손가락을 아직 풀고 싶지 않지만.
“있지, 하. 또 배웅해 줘.”
저번에 했던 것처럼. 응? 아마, 오늘 네가 처음 봤을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내며. 새슬이 조르듯 속삭였다. 소년의 눈썹을 엄지로 간질이듯 쓸면서.
" 생각해보면 슬혜의 집으로 오겠다고 한 것도, 한걸음에 달려온 것도 나였으니까. 누구 한명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
등받이에 기대어 앉은 자신을 보며 차분하게 웃어보이던 슬혜에게 태연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던 시아는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내린다. 머리가 묶여있는 감각 마저 슬혜와의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머리카락을 풀어낸 시아는 가볍게 정리를 하곤 손을 내민다. 자신의 손을 잡은 슬혜가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낀 시아는 의아한 듯 눈을 깜빡인다.
" 잘못된 것일리가 없잖아. 나도 널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그게 이상한 기분일리 없어. "
시아는 슬혜의 말에 부드럽게 고개를 저어보이곤 두근거리는 슬혜의 심장을 느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차게 두근거림을 전달하고 있는 그 느낌이 손끝을 간지럽힌다. 정말로 선명한 기쁨이었다. 지금 이 모습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으니까.
" .... 나는 너랑 몇마디를 나눌 때에도 행복했어. 그저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칠 때에도 행복했어. 그러니 함께 있다는건 내 심장을 터트리게 만들 정도로 행복해. "
천천히 슬혜의 손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슬혜를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게 만들려고 하며 시아는 말했다. 몇번이나, 아니 눈을 마주할 때마다, 아니 숨을 쉴 때마다 말해주고 싶었다. 너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건 다 필요없다 느낄 정도로 행복하다고. 조금은 힘을 주어 끌어당겨 품에 파묻히게 만든 시아는 품 안의 슬혜의 이마에 상냥하게 입을 맞추어 준다.
" 굳이 지금 한마디를 더 추가하자면.. 솔직해진 슬혜를 보고 싶네. 물론 지금도 솔직하지만.. 참지 않아도 좋으니까. 슬혜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두 다 괜찮으니까. 마음대로 해. "
슬혜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좋을대로 자신에게 행동해달라는 듯 자그맣게 속삭인다. 얌전해진 고양이에게 츄르를 내미는 것처럼, 시아는 부드럽게 입술을 훑었고 아리따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 했다. 평온히 잠들었다가 방금 깨어나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표면 같던 머릿속에 이런저런 말들이 와글와글 파도치며 들끓어오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새슬이 부드럽게 이마에 툭 입맞추자, 끓어오르는 물처럼 요동치던 파도들이 뚝 멈추어, 사라진다. 그리고 밤의 호수 표면처럼 흔들림없이 까만 소년의 눈동자만이 남아 새슬의 고운 미소를 바라본다.
"적어도."
새슬의 엄지가 눈썹을 부드럽게 쓸자, 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새슬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베란다 커튼을 들추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도 기울어가고, 새까맣던 하늘이 조금씩 검푸르게 변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날이 어두웠다.
...입 맞추고 싶고, 에서 아랑이 살짝 굳었다. 친구 사이에 오갈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 친구일 수 있을까? 응석을 부린다는 명목으로 눈물길을 따라 그렇게 입맞춤을 받았는데, 정말로? 아랑이 기대어 있고,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연호는 아랑을 바라보았어도 그녀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지 못했을 거다. 아랑도 그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지 몰랐다.
어떡하지.... 나, 너를..... 좋아하고 있어.
젖은듯한 목소리였을까. 그가 말하고 있는 건 친구로서 좋아한다는 고백은 아닐 것이다. 아랑은 망설였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거리감이 애매해진 순간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 아이의 친구로 있고 싶은 걸까?
너는... 랑.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하지만 일어서서 자신을 등지고 자책하는 것처럼 고백하는 연호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 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
그냥 너면 안 돼?
난 네가 좋은데.
관계가 변하는 건 두렵다. 좋아하는 것 같다, 는 돌려 말하는 간접적인 말도 입 밖으로 내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연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나랑은 다른 사람이지.
“ 나를 좋아하게 된 게 슬퍼서 우는 거야? ”
아랑이 나직하게 물었다. 그런 의미도 연호의 눈물에 포함되었다면, 아랑 역시 슬퍼질 터였다. 유리를 만지듯 살살 제 뺨을 만지는 손에 뺨을 조금 기울였다.
“ 날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면. 미안하다고 자책하지 말고. ”
“ 날 사랑에 빠지게 해 봐. ”
어찌나 귀엽지 않은 발언이지, 생각한다. 아랑이 푸스스 웃었다. 미안하다고 해야 할 쪽은 오히려 나일 것 같은데. 귀찮게 굴고, 신경 써줘야 하고, 귀여운 얼굴과 다르게 내면은 복잡하고, 까다롭고, 사랑을 아주 많이 줘야할 여자 애를 사랑하게 만든 것을... 어쩌면 미안하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랑은 지금은 그러지 않기도 했다.
“ 새겨도 되겠지? ”
연호가 어벙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어도, 싫어 라고 빠르게 대답하지 않았다면. 아랑은 뺨에 가까웠던 그의 손을 쥐고, 그의 어깨를 잡고, 빠르게 몸을 내렸을 것이다. 제일 처음 닿은 것은 이마, 그리고 그 다음은 콧등, 그리고 양볼을 차례로 살며시 누르듯이 입맞춤했다. 알 것 같지? 관계가 변한, 첫 번째 만월에 네가 농담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그 것.
“ 너 이제 농담으로 못 넘겨. ”
웃었던 것도 같다. 농담으로 못 넘긴다고 했지만, 사실은 울면서 자책하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그런 마음이 들었고,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관계가 변하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네 손을 놓고 싶지 않다면.
“ 좋아해, 연호야. ”
나도 전해야겠지.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보다, 좀 더 확실한 말을.
왜, 왜? 그런 질문, 대답은 당연했다. 아랑은, 연호에게 과분하니까. 그냥 과분한 것도 아니다. 너무도, 너무나도 과분하다. 저번에 아랑이 그랬었지. 자신은 연호의 시야게 보이는 것 만큼 예쁜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아랑이 어떻게든, 얼만큼이든 예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더 이상 아랑을 좋아하지 않을 자신이,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 어떤 모습을 상상하더라도, 아랑은 자신에게 사랑스럽게 보이기만 했다.
좋아하게 된 게 슬퍼서 우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정했다. 그건 아니었다. 아랑을 좋아하는것을 알아차려서 슬퍼진 것이 아니다.
" 너를 좋아한게, 하필이면 나라서. 그래서, 미안해서 그래. "
몇 번 이든 말할 수 있었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보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
그녀가 연호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연호는 자신없이 중얼거렸다.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 연호에겐 너무나 허들이 높았다. 사랑을 받고싶지 않은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받았던 기억은 이미 저 멀리에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랑받은 기억조차 없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니.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 ....? "
그녀의 물음에 그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어난 일에,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새긴다' 라는 말의 의미. 그것은 이미 그 자신도 몇 번이나 써먹었던 표현이 아니던가. 게다가 입맞춤을 받은 자리는, 그 순서는 저번 만월때 연호가 아랑에게 입맞춘 자리 그대로였다. 연호는 아랑에게 입맞춤 받은 볼을 손으로 살며시 쓸어내리고, 농담으로 넘기지 못한다는 말에, 좋아한다는 말에 마치 고장난 것 처럼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이제 눈물은 멎었지만, 아직 고여있던 눈물 한 방울이 다시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어....?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니, 애초에 머릿속에 들어있지도 않았던 대답을 듣고서 연호는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머리가 현실을 따라잡기까지 몇 초, 어쩌면 몇 십초가 걸렸을까? 마침내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서야 그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슬픈 감정만을 담고있는것이 아니라...
" 고마워. 나를, 좋아해줘서. "
감사. 기쁨. 미안함.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차오른 복잡한 눈물이었다.
" 그리고 미안해. 나를 좋아하게 해서. "
" 그리고 또 미안한건.... "
다시 한 번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한 번 밝게 웃음지은 그의 얼굴은 정말로 기뻐보였다. 하지만 살짝 일그러져있는 눈썹은, 아직 씻어내지 못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것일테지.
" 나는 너를 밀어낼 수 없어. "
말을 마치고서 그의 몸이 그녀에게로 기울어진다. 지금까지 그와 그녀가 안고있는 모습은, 아랑이 연호의 몸에 기대어지는. 아랑이 연호에게 안겨져있는 그림이었을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기에, 기울어진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에게 안긴 모양새가 되었다. 그는 그것이 참 포근하다고, 또 편안하다고 느끼면서 아랑에게 얼굴을 묻은 채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이, 사랑하게 된 것이 참을 수 없이 미안하지만, 그는 그녀를 밀어낼 수 없다. 거짓으로라도 돌아설 수가 없었다.
" 그래도 노력할게. 네가 날 좋아하게 된걸 후회하지 않도록. 네가 날 떠올리면 미소지을 수 있도록. "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느 때의 만월과는 달리 그녀의 목덜미를 물지 않고, 그곳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그녀의 볼에 입맞춘다. 고개를 떼어내고 아랑을 마주보는 그의 눈빛에, 그리고 입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자리잡고 있었을테다,.
평소엔 단정하게 묶여있는 머리카락이지만 이런 때만큼은 풀어헤치는게 당신에게 있어 하나의 의식이나 마찬가지인듯 보였다. 딱히 그런쪽의 취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괜히 두근거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이전부터 그녀의 취향은 지극히도 당신 위주로 잡혀있긴 했었지만 그 사이에 모르는 무언가가 리스트에 추가되기라도 한건지, 정말 사람의 관계란건 시시때때로 변하기에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걱정을 좀 덜어낼 수 있겠어요."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사실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직접 듣는 편이 더 안도감이 들었으려나,
"후후후... 정말 과거의 저는 얼마나 바보였을지 상상조차 안가네요~ 이런 즐거움을, 행복함을 모른 채 살고 있었다니..."
끌어당기는 손길에 이끌려 몸을 맡기듯 품에 안기자 묘하다싶을만큼 편한 기분이 들었을까?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을 때가 나았다며 자조하던 삶이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행복이라는 맛을 한번 알게되면 금방 중독되어버려서, 그것이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갔을 때에는 견딜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했던가? 하지만 손에 쥐고 있을 때는 그 편안함 때문에 금방 망각해버린다니, 참으로 얄궂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종 나태해지는 거고, 가끔은 서로에게 질린다고도 한다. 혹시나 자신도 그런 감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지 않을까, 단지 그것이 두려울 뿐인 그녀였지만 지금으로선 섣부른 판단일 거라는 생각이 더 컸다. 아무렴, 서로의 마음을 다시금 새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한창 즐거울 때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요즘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게 일상이라 떠벌리는 사람이 있어도 가끔은 그런 궤변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둘쯤은 있는 법이었다.
"솔직한 거려나요..."
이마에 잠깐 닿았던 상냥함이 가득 담긴 입맞춤, 그리고 다시금 뺨에 닿은 손의 감촉이 마냥 따뜻하기만 했다. 우리가 보통 타인에게서 느끼는 온기보다도 더 높고 뚜렷하게...
부드럽게 입술을 적시는 혀의 움직임, 그 어느것에도 비할 수가 없는 당신만의 미소가 정말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아서 조용히 입술을 맞대고 장난치듯 깨물다가도 아주 살짝 물러나 여전히 달콤하게 느껴지는 초콜릿 같은 시선을 마주보았다.
"다 알고 싶어요. 전부 다... 이미 다 알게 되었다고 해도 좀 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해도 서로 지켜주어야 할 경계선, 나와 상대방을 구분할수 있는 그 선만큼은 넘으면 안되니까... 그대신 다시 당신의 품에 안기기도 하고, 있는 힘껏 끌어안기도 하다가 결국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마부터 시작해 뺨으로, 그 밑을 지나 목덜미까지 조심스럽게 다가온 입술의 흔적이 멈출즈음에서야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듯 깨물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별다른 맛이 나는 건 아닌데도, 이런 행동에 기이할 정도로 강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을까. 분명 늑대같은 것이 아님에도 어느새 이런 행동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법했다. 그렇다고 양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 쉽게 사그라드는 것도 아니었지만,
시아는 전부 알고 싶다는 속삭임을 남기고 자신을 끌어안고 이마부터 목덜미까지 입을 맞춰오는 슬혜를 조용히 미소를 띈 체 받아들인다. 결국엔 늑대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목덜미를 깨무는 슬혜의 행동에, 한순간 열기를 띈 탄식을 뱉어내는 시아였지만 여전히 시아의 손은 천천히 슬혜의 머리카락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 나도 알고 싶다고 생각해. "
몇번이고 열띈 숨을 뱉어내며, 귀엽다면 귀여울, 그리고 매혹적이라면 매혹적일 소리를 작게 흘리던 시아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한결 힘이 풀어진 듯한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비단결처럼 슬혜의 귓가를 간지럽혔을 것이다. 늑대가 아니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는 깨무는 행위도 싫지않다는 듯, 살며시 손을 움직여 슬혜의 머리를 감싸안는다.
" 나는 슬혜가 침대에 누워서 자는 모습을 알지 못하니까. 나는 슬혜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빡이는 모습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그 모습도, 아침에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아침밥은 어떻게 챙기는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은 어떤지... "
나는 그런 사소한 것들도 알지 못 하니까 모두 다 알고 싶어, 시아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슬혜의 귓가에 속삭였다. 두손으로 슬혜의 얼굴을 감싸 떼어낸 시아는 천천히 슬혜를 반대로 침대에 눕히기 시작하머 이마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슬혜가 해준 그대로, 아니 더 많은 부분에 자신의 입술을 새겨넣었다. 마치 슬혜에게 자신을 마킹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입을 맞춘 시아는 완전히 눕혀진 슬혜의 목덜미에 파고들어, 새하얀 슬혜의 목덜미를 조금은 강하게 깨물었다.
"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다 내것으로 하고 싶어. 사랑하니까. 네가 내게 가장 소중하니까.. 이젠 내가 가지고 싶어.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으니까.. 알고 싶어, 갖고 싶어, 맛보고 싶어.. "
시아는 깨물던 것을 떼어내곤 슬혜의 귓가에 속삭였고, 고개를 움직여 이번엔 반대편 목덜미에 입술을 새겨넣고는, 다시 한번 깨물고는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 적어도 나만은 슬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어. 나도 슬혜에겐 그러고 싶고. "
고개를 든 열기를 띈, 슬혜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초콜릿 눈동자가 천천히 슬혜의 눈동자와 마주 했고, 뜨거워진 숨결이 슬혜의 얼굴에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호주... 아랑주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 답레가 느리고 짧을 수가 있어요.... 8^8..... (그래도 12시 안까지 힘내 보겠습니다.. ㅇ<-<)
갑작스런 자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3 (쓰담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은 어쩐지 이해 가지만...!! (저도 죄송하고 감사하지만...!!) 어.. 사귀자는 말은 없었어도 둘 다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저 둘은 오늘부터 1일인 게 맞겠지요! :3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3
모두 안녕... <:3 오늘은 이벤트 끝나니까 다 끝나고 산화한 사람들이 남겠군요... (라고 이미 재가 된 사람이 말한다)
잠잠한 시선이 잠시 소년을 응시했다. 그 시선 가운데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고민, 작은 미련과 욕심 같은 것들이. 역시 오늘도 너를 쳐내는 게 좋지 않을까. 나의 작은 비밀을 네가 오늘 알아 버려도 괜찮을까. 잠시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무슨 말을 하다가, 이내 굳은 결심을 내린 듯 꾹 다물었다.
“….좋아.”
네가 너의 어두운 부분을 나에게 내어 주었는데, 내가 다시 도망쳐 버리면 치사한 겁쟁이가 되는 거겠지.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으나. 새슬이 문하를 이끌듯이 제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 줘.”
내가 돌아가야만 하는, 나의 작은 지옥까지. 흔들림 없는 까만 눈동자가, 왠지 모를 용기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럼, 나갈까.
그랬나, 라고 중얼거리며 경아는 나직하게 웃는다. 그 날의 자신은 확실히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어른스러워야 할 필요가 없었고 무언가를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투덜거려도 좋았고 떼를 써도 괜찮았다. 어린아이답게 남아있을 수 있던 한 때였다.
아마도,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 행복하면 소리 높여 깔깔 웃어도 좋았던 시간이. 이미 받아들였던 사실이었기에, 경아는 애써 가슴께에 느껴지는 뻐근함을 무시한다.
"다행이네."
그제서야 안심했다는듯, 몸에서 힘을 푼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당신이 쓰담는 것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그대로 내맡길 뿐이다. 경아는 문득 떠올린다. 만월의 늑대 앞에서 이리 있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일이며,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다 교육하던 목소리들을. 그러내 이내 천천히 지워버린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제 옆에 있는 것이 당신이라.
"그것도 좋겠다."
푸슬거리며 웃는다. 당신의 제안이 기꺼운지, 조금 들뜬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자주 다니던 분식집은 아직 남았나? 아니면 문구점은?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종알거린다. 그러다 별안간 말을 멈춘다. 얕게 눈을 뜬다. 시선만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곤 살며시 웃어보인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웃음기가 스며들어간 목소리는 노래하는듯 들리기도 한다.
"물론이지."
당신의 말을 들은 경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목소리가 사뭇 단호하다. 양과 늑대라 하여, 당신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다. 제가 겪은 일의 원인은 당신이 아니며 단지 늑대라는 이유로 당신에게 떠넘길 종류의 감정도 아니기에.
네 뒷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더라. 그저 평범한 친구관계인줄 알았던 우리가 서로가 늑대와 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낯선 기분이었고, 네가 늑대인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에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지금 나는 네가 양이라는 사실에 불안해하면서도 작은 안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늑대는 양에게 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작은 망설임 또한 생기는 것이었다.
" 분식집은 아직 남아있더라. 문구점은 사라졌지만. "
그 밖에도 매일 같이 다니던 골목길과 야트막한 뒷산, 그리고 우리가 뒷산에 올라가면 자주 찾아가던 약간의 공터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심지어 분식집 아주머니는 아직까지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시니까, 네 얼굴도 분명 기억하고 있으시겠지. 우리 집이 가난하단 사실을 알고서 항상 떡볶이를 시킬때마다 가격보다 더 많이 얹어주시던 분이시다. 지금도 가끔 찾아갈때마다 어찌나 많이 주시는지 다 먹기도 힘들 정도로.
" 내가 할 말이었는데. 항상 나보다 빨라. "
선수를 치고 들어오는 말에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을 네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저 작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선 나도 너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면서 속삭였다.
" 나도 너와 함께일테니까. "
비록 나는 나쁜 아이지만 말이야.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 말을 속으로 삼켜내며 말 끝에 미소만 지어보일뿐이다. 그래도 네가 있다면 내 삶이 지금보단 각박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월의 영향은 네가 있어서 이젠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래도 방심은 하면 안되지만.
" 혹여나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바로 갈테니까. "
물론 네가 그렇다고해서 날 부르는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뭐든 도와줄 수 있을테니까.
그는 일어나 앉은 채로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새슬의 불안한 흔들림을 말없이, 가만히. 네가 불편하다거나 곤란하면 됐어, 하는 어중간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는 새슬의 손을 꼭 부여잡고는,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려 일어났다.
"잠깐만."
하는 한 손으로 태피스트리를 걷어서 옷장을 열었다. 어슴푸레한 방 안의 조명에 붙박이장 안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하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는 듯 손을 쓱 뻗어서 안에 든 것을 잡아챘다. 옆 라인에 새하얀 줄무늬가 그어진 검은 트랙탑 한 벌이 그의 손에 딸려나왔고, 그는 그것을 새슬의 어깨에 툭 얹어서는 조심스레 걸쳐주었다. 여름이라고 해도 새벽바람이 제법 찼다. 그리고 그는 똑같은 트랙탑 한 벌을 더 꺼내서 팔 한쪽에만 대강 꿰었다. 다른 손은 새슬의 손을 잡고 있어야 했으니까.
"응, 가자."
덜커덕, 하고 방문이 열렸다. 방문 밖의 공기는 꽤 차갑고 휑했다. 거실로 나서면서, 그는 열려있는 지하실 문을 보고는 새슬을 힐끔 돌아보며 질문했다.
문하가 얹어 주는 옷을 가만히 받아 걸치면서, 언젠가 또 이런 일이 있었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 그 날 헤어지기 전에는 너에게서 도망치듯 조용히 밀어냈었는데. 어쩐지 초조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어서, 남은 손으로 어깨에 힘 없이 걸린 옷깃을 가만히 끌어당겨 여미기만 했다. 새벽 공기가 추운 탓이야.
"....아."
그러고 보니 핸드폰, 떨어트리고 왔었지. 파각, 하고 꽤 강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휴대폰의 액정이 멀쩡한지 어떤지 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새슬이었기에, 그냥 또 커다란 금이 하나 늘었겠구나 싶기만 하다. 응.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문하가 별 일 없이 핸드폰을 주워 왔다면, 새슬은 현관 앞에 서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출발할까. 아무 일 없는 듯 부드러웠지만, 묘하게 힘이 없는 것 같은 미소를 띄우면서.
경아는 늘 그 관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저를 괴롭히는 외로움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페로몬도 지긋지긋했다. 제가 양이라는 사실에 기쁘다 느낀 적 단 한 번도 존재치 않았다. 그러나 경아는 지금 처음으로 그 사실을 다행이라 여긴다. 적어도 당신에게 작은 안식을 선물해줄 수 있을 것임에.
“너무 어릴 때 가서 기억하실런지도 모르겠네.”
즐거이 떠든다. 나중에 그 골목길들도, 뒷산과 공터도 모두 가보자. 그곳에서 노을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면 분명 아름답겠지. 추억 위에 아름다운 것을 새로이 덧칠해보지 않을래, 우리 함께? 과거와 같이 찬란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분명 그런대로 눈부시게 예쁠 거야. 미래를 이야기하며 당신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는다. 환히 웃는 모습에서 예전의 모습이 슬며시 보이는 것도 같다.
들려오는 말에 경아는 당신과 매한가지로 놀란 듯 하였다가 소리 내어 웃는다. 제가 있어 다행이라는 말도, 함께라는 말도 달갑다. 어쩌면 그마저도 외로움에 취약한 제 성질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당신이라 그럴 뿐이라 속으로 되뇌며 덮어버린다.
“저번에도 이 말, 하지 않았었어?”
가벼운 농조다. “날 너무 과보호하는 건 아니야?”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인다.
“알았어. 대신, 너도 네가 필요하면 불러줘. 도와줄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겠지만…”
말 끝을 흐린다. 조금 머쓱한 얼굴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당신에 비해 경아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평범한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경아는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하고는 이야기한다.
그가 다시금 그 지하실의 어둠 속으로 빠져버리는 모습이 조금 아찔하기도 했으나, 문하는 주머니를 뒤적여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불을 켜고 들어갔다. 지하실 한켠에 일렁이는 빛이 이제 이 정도 어둠을 가지고는 그를 잃어버릴 일이 없으리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는 정말 너무도 우스울 정도로 간단하게, 애초부터 그 정도 어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어둠에서 빠져나와 다시 지하실 문을 열고 나왔다. 별 것 아닌 새까만 트랙탑이, 어떤 어둠을 헤치고 나온 짐승의 털가죽처럼 윤이 나는 것도 같았다.
하는 새슬의 핸드폰을 쥔 채로 현관으로 다가와서는, 운동화에 발을 대충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손을 내밀어서는 꼭 맞잡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 어디에 도착하게 되더라도 자신은 함께 있겠다고.
달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몇 시간 전 소년의 집에 소녀가 홀로 비틀거리며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두 사람이 손을 단단히 맞잡고 집 밖으로 나섰다. 아직 여름인데도 제법 싸늘한 새벽 공기가 폐 깊숙히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새슬이 잠시 못 박힌 듯 서 있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마당을 지나 여전히 소리도 없이 움직이는 대문을 빠져 나와서, 걸어왔던 길을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건물이 한 채, 그러나 눈에 보이는 외견은 일반 가정집은 아닌 것만 같다. 녹슬어 있는 커다란 철문 앞에서, 몇 걸음 앞서가던 새슬이 걸음을 멈추고 빙글 돌아 문하를 돌아보았다.
"...다 왔어."
여기야. 철문 옆에 있는 명패에 적혀 있는 글씨는 이미 흐릿해질 대로 흐릿해져 어떤 글씨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자국들로 유심히 유추해 본다면, 대강이나마 본래 무슨 글씨가 적혀 있는지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육원] 이라는 글자를.
"가 볼게."
오늘은 이만 여기서 안녕이야. 비어 있던 남은 한 손마저 너의 손을 마주잡으며. 희미한 웃음으로 소년을 올려다본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녀의 생각이 절대 그녀 혼자서만 품고 있는게 아니었단 것일까? 당신 역시 똑같았고,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것을 잘 이해할 뿐더러 꺼내는 말 하나하나도, 움직이는 손길마저도 조심스러움과 동시에 과감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 역시 괜한 고민이었나봐요~"
힘이 풀어진듯한 목소리도, 열기가 담긴 숨도 모두 낮개 퍼지는 것들이었지만 그곳엔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없는 그저 차분함 그 자체였다. 그걸 알게 된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어쩌면 이번 생애의 운을 전부 이쪽에 쓴 것은 아닌지 같은 여러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떠난줄로만 알았던 사람과 다시 맺어진다는 그 자체가 이미 운 가지고는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행운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신의 머리를 감싸안고서 차분하게 펼쳐내는 말들 역시 자신의 생각 그대로였다. 어쩌면 좋아하고, 사랑하고, 관심이 가는 대상에게 품게되는 가장 기본적인 호기심일까.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볼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런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궁금해하는 것은 딱히 이상한게 아닐 것이다.
"후후후... 뭐,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래도 그렇긴 하네요. 설령 다를게 없대도,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있겠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은 때로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했지만 그 고통을 느끼는만큼이 그 사람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당신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 역시, 그런 자신에게 여지껏 변함없이 대해주는 것을 넘어 자신과 같이 서로의 애정에 대해 서로 맞부딪힌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소한 복수 아닌 복수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반대로 돌아누워진 그녀에게 똑같이 잇자국을 남기는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실제로는 아무렇지 않은데, 그저 얼굴만 빨갛게 달아오를 뿐인데도 마치 형체를 잃고 녹아내리는것 같아서 자신을 제대로 붙들고 있다가도 다시 반대쪽을 물기 시작한 당신의 공격에 저도모르게 몸이 떨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얼마든지요. 전부 다 알게 되어도 좋아요... 서로 궁금한만큼, 이번 기회에 조금씩 더 알아가도록 해요. 서로 눈을 뜨고 일어나는 모습도, 일어나기 전의 사소한 버릇까지도... ...이렇게 보니까 이제야 좀 알겠네요. 왜 좋아하는 사람의 자는모습마저 두근거리며 바라볼 수 있을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지..."
정작 모두 다 풀어보이면 궁금한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도 없어지진 않을까 고민했지만, 따지고보면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때로는 악수가 강수가 될수 있듯, 제가 가진 패를 전부 내보이는 경우에도 분명 예외적인 일들은 항상 생겨날 것이다.
가령 '원래는 이랬으니까 이렇게 해보자,' 라는 소소한 장난처럼...
"알려줄게요... 원하는만큼 원하는대로... 그대야가 원한다면 잠든 모습 역시 구경할수 있을지도 모르죠. 후후후후... 이거 절대 흔한게 아니라구요~?"
/#/ 후하후하. 어쨌든 하나라도 더 썼다! 난 이걸로도 만족할수 있다! (?) 시간상 잇는건 좀 거시기하겠지만 최대한 수습해보려 햇서오... 뭔가 색다른 두근두근 좋아! 지옥텀인데도 같이 놀아줘서 꼬마어오! 꼬막따냥!
>>886 예쁜 재킷.... >:3 그리고 예쁜 가디건과 니트를 입을 수 있죠! 그리고... 애들 가을소풍 가려나요...? <:3
>>888 https://picrew.me/image_maker/197705/complete?cd=Kr2mGJrppu 이 픽크루를 >>867 레스와 함께 올렸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3 8ㅁ8... 이미 충분히 힘내주셨습니다.... (꼭그랑) 그럼요! 연호 너무너무 예쁘죠 X3 !!! ㅋㅋ큐ㅠㅠㅠㅠㅠ... 기절잠... 오늘은 중간에 깨지 말고 푹, 꿀잠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스담스담)
>>894 좀 더 이어나가고 싶은데 시간이....!! 🤣 근데 저기서 더 나가면 어차피 타임스킵을 해야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길 것 같아서.. 저대로 꽁냥거리고 둘이 잠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때, 슬혜주? 시아는 슬혜가 자신에게는 숨기는거 없이 다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일상에선 그걸 말해주고 시펐다!
놀라지 않았다. 겁먹지도 않았다. 하라고 해서 자신의 그림자에 아예 눈이 가리워진 것은 아니었다. 새슬의 모습에서 이따금 보이던 그림자를 하 역시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새슬보다 더 거대한 어떤 것이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자신과 다름없이, 어쩌면 자신의 것보다도 더 깊은 그림자가 새슬에게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하는 보통의 가정집과는 많이 다른 점이 있는 그 건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것과는 다른, 그러나 어쩌면 더 끔찍할지도 모를 그녀의 감옥이었다.
다 왔어, 하는 새슬의 말에, 하는 새슬을 돌아보았다. 꼭 쥔 손을 내려다보고, 하는 새슬과 눈을 맞췄다. 입을 열려다 그는 조금 주저했다. 어쩌면 이 말을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을까 하고, 자신이 아무리 그것을 쉽게 생각했다고 해도-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겐 정말로 쉬운 일이라고 해도, 상대가 그것을 쉽게 받아들여주는지는 별개의 여부다.
"···여기서 떠나고 싶거나,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날 불러줘."
그의 머리 뒤로 보이는 지평선으로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우리 집 말야, 남는 방이 많아. 아버지는 원양어선 기관사셔서 일 년에 일이 주 정도만 집에 계시고. 너무 많은 말이 쏟아져나올까 봐, 문하는 입을 다물었다. 먼동을 등진 채로 새슬의 손을 꼭 맞잡을 뿐이었다.
"···언제든지 널 찾아올 테니까."
가볼게, 하는 새슬의 작별인사에, 하는 새슬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다시 만나. 널 기다릴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도, 다시 만나자고 인사해줘."
>>897 하긴, 어차피 똑딱똑 하고 밥먹는 건가! 그것도 좋다~~~~~~~!!!!!!!! 흑흑... 그걸 말해주기 위해 밀어붙인 것이라니 매우 놀라운 거시야... 무서운 지지배... 그래도 얭얼취가 확실히 새겨뒀을거 같긴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엔 기세등등했지만 오늘은 떡발린 것이어씀다~~~~~ 항상 제 뒷통수를 얼얼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뒷머리 맨들해짐)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때면 너도 나도 분명 현실의 고통에서 시선을 돌려서 조금 더 즐거움을 즐길 수 있을터이다. 그래 네 말대로 다 가보자. 어릴때의 우리가 갔던 곳을 지금 다시 간다면 분명 다르면서도 같을테니까. 바라보는건 달라졌더라도 느끼는 것은 같을테니까. 네가 기뻐하는 것을 보는게 나도 좋으니까.
" 그렇게 말했지만 날 안찾았으니까. "
역시나 장난 섞어 답한다. 그녀가 날 찾을 일이 없는게 더 좋지만, 그걸 빌미 삼아서 놀아도 괜찮을텐데 그럴 일은 내 예상대로 없었다. 아마 학생회 일로 바쁜 나를 배려해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나도 호출을 받으면 그걸 빌미 삼아서 조금 놀고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 다시 얘기해주는거야. 너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 내가 보고싶거나, 심심하면 불러도 된단 소리야. 나도 놀고싶으니까. "
어릴때의 그 장난끼 가득한 표정이 아마도 너에겐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웃어본적이 얼마만인지. 그리고선 이어진 너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그런 말은 좋지 않다.
"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걸.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
작게 웃다가 시간을 본다. 이 정도면 나도 너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싶다. 그렇기에 네 손을 여전히 잡은채로 말했다.
" 이제 갈까? 집가지 바래다 줄 수도 있어. "
아직 만월의 밤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널 데려다주고 나도 집으로 갈 생각이다.
//집에 같이 가셨다고해도 좋고, 따로 갔다고 해도 좋아요! 이걸 막레로 하면 될 것 같슴다!
>>910 기절잠 하신 줄 알았어요.... 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스담) 아앗... 8ㅁ8 (왈칵) 그럼, 품에서 울게 해주고... 연호가 고개 들어서 부은 눈 하고 있으면, 옆에 있는 음료수 수건으로 얇게 감아서 눈가에 대줄 거예요 >:3 그렇게 연호 눈을 식혀줬다가... 연호가 이제 괜찮다고 하면, 공원 화장실 쪽으로 가서 세수하고 난 다음에 이제 집에 갈까? 하고 물어볼 거예요 >:3 그리고 가방 뒤져서 사탕이나 워터젤리 있으면 그거 연호한테 쥐여줬을 거에요 >:3 음, 그리고 공원입구까지 같이 손 잡고 가다가 연호가 이대로 헤어지기 싫은 표정하고 있으면, 아랑이가 집까지 바래다 줄래? 하고 물어봤겠죠 >:3
저 부분까진 일상으로 쓰고 싶었는데... (아련) 시간과 기력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88.... ㅇ<-< (널부렁)
>>907 크흐흑 그리 빨리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ㅇ(-(... 남은 여유시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끝나고 돌아와서도 괜찮다면 답레를 써 오도록 하겠습니다 ㅇ(-(...!!! 제가 돌아오기 전에 끝이 난다면 둘이 잘 헤어진 걸로...... 생각해주세욧...8.8
목소리가 집 안을 울린다. 공허한 메아리다. 아랑곳 않고 신발을 벗어 정리한다. 잠시 신발장 근처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다시 집어 들고는 계단을 오르려 한다. 그러나 멈추고 만다. 계단 위편에 보이는 한 사람의 인영이 보인다.
“부모님은?”
나즈막하게 묻는다. 더 있다가 오신대, 일이 있으시다나 봐. 좀 더 어린 목소리가 답한다. 곱슬거리는 진갈색의 머리카락은 경아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 외에는 닮은 점을 찾기 힘들다. 눈동자는 형형한 붉은빛이었으며, 짧게 쳐진 단발은 그 주인을 닮아 자유분방하다. 키는 요 몇 년 사이에 훌쩍 커 또래들 사이에서도 잘 보일 정도다. 정말이지, 닮은 구석 하나 없다.
“정아야,”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다 왔어?”
하려던 말은 침범하는 목소리에 의해 쉽게 끊긴다. 경아는 익숙한 이를 대하듯 무감한 눈이다. 늘 온화한 색으로 가득 차 푸르르던 것이 빛 하나 없는 곳에서 검게 침전한다.
>>916 사실 지금도 궁금한 고양... 호기심은 고양이를 (답답해) 죽게 한댜... 모두 다 알아내고말 거시야요. 샤의 비밀... 그나저나 않이 이렇게 스며든다구요? (이마 탁) 시아, 이 무서운 아이...! 하지만 언제든 환영인 거시야. 어차피 얭얼취 집은 축생(글쎄) 한마리랑 살아도 실내산책 가능한 수준인데 한명쯤이야 뭐... 둘 셋 넷도 가능한거지~~~~~~~!!!!!! (?)
>>911 앗 아랑이.... 너무 착하고... 예쁘고...... (무한점) (쓰러짐) 연호 딱 헤어지기 싫은 티 팍팍 낼거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 집 데려다주고서 볼에 입맞추고 '다음엔 다른데다 할거야' 하고서 집에 갈것입니다.... 사탕이나 워터젤리... 일단 손에 쥐고있다가 집가면서 까먹을것임...
누워서 기력 보충하고 있었는데 학교축제랑 수학여행이라구요...???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가려나... <:3 (저쪽은 코로롱이 없을테니 해외여도 좋을 것 같다... 학교돈으로 가는 공짜 해외여행)
>>925 헤어지기 싫은 티 날 거 같았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른 데가 어딘지 짐작 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3 아마 워터젤리 줬을 거예요! 여름이고, 초콜릿이나 그런 건 잘 녹아버리니까 처음부터 워터젤리 들고 다니면 녹을 일도 없음! >:3 아랑이는... 운 흔적이 남은 얼굴 가족한테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 (누가 울렸냐고 캐물음 당할 것임...) 모자 눌러쓰고 집에 들어와서 세수 다시 하고 운 흔적 남았나 안 남았나 체크하고 자러 들어갔을 거예요 <:3
이때까지 누구에게도 터놓지 않았던, 아주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두었던 커다란 비밀. 그러나 그것을 마주하고도 소년은 놀란 기색도, 겁 먹은 기색도 없다. 조용히 제 눈을 맞추어 주었을 뿐이다. 여기까지 함께 걸어오는 길에 수백 개도 더 떠오른 불안한 상상 중에 소년이 보인 모습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이 놓였다.
떠나고 싶거나,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날 불러 줘. 언제든지 널 찾아올 테니까. 기분 탓인지 조용히 가라앉았던 눈동자에 이채가 도는 것 같다. 지금까지 상상했던 미래를 뒤엎고, 그 뒷면에 새로운 미래를 덧그려도 괜찮은 걸까. 잠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맞잡은 손만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만나."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말갛게 자아낸 웃는 얼굴. 고마워. 마지막으로 대답하듯 자신도 두 손을 꼭 움켜쥐어 준 뒤에, 한 걸음 뒤로 멀어져 정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938 다른 일로 바쁜데도 시간을 내서 쭉 함께해줘서 고마워, 새슬주, 덕분에 정말로 즐거운 이벤트를 보낼 수 있었어. 아 그리고 말이죠 새슬이 어깨에 트랙탑 얹어준거에는 사실 목적이 두개 더 있었는데 표면적 목적은 무자각 커플룩이고 두번째 목적은 새슬이가 그거 돌려주러 오는 것이다 하하하(악독한음모)
>>934 다른데... 아마 연호주는 미리 여쭤보겠지만 연호는 그런거 없을거에요....ㅋㅋㅋㅋㅋㅋㅋ (미리 미안해 아랑아...) 앗 아랑이 똑똑하다 >:ㅁ 맞아요 워터젤리는 녹을 일 없으니까 안심이네요! XD 으음 연호는... 아마 가족이 왜 울었냐고 떼끼떼끼 하지만 연호는 그냥 'ㅔ' 하고서 자기방 갈것임... (연호 TMI : 가족을 별로 안좋아한다)
>>939 ...! >:3 언젠가는 형광주황색이나 노랑색이 겉감이고 속도 밝은 색인 옷을 입을 날이 올까요...!! >:D
>>9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학하면... 복도에서 만나면 연호 무슨 반응인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워터젤리는 그런 면에서 좋죠! >:3 ....가족이 떼끼떼끼 해요....??? 가족 별로 안 좋아해...... 8^8 연호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겟지요... 어렸을 때부터 구속해서 일까요...? 8^8....
>>942 연호니까.... 활발하게 달려들거에요... (연호 특 : 울고불고 다했지만 부끄러운거 없이 달려들어서 안고 안기고 다 한다) (근데 또 스킨십 쎈거하면 쪼끔 부끄러워함) 조금조금씩 풀리던 것들로 이제 다들 알아차리셨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닌가?🤔) 맞워요 구속당한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3
>>943 ...활발하게 달려들어서 안아버리나요....? :Q (포옹도 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건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호 센 거의 기준은 좀 높게 잡아야겠네요.. :Q) 아뇨 모두가 알아차리진 않았을 거라고 생가해요... 88.... 구속.... 지금은 구속해도 겉으로만 ㄴㅔ 하고 말 안 듣는 편인가 싶기도 하네요... (오열)
>>944 ....악센트는 고채도... 겉감이나 바탕색은 저채도.... :Q 취향의 문제군요. 알겠습니다 (끄덕) (되게 뜬금없이 밀리터리 무늬? 라고 해야 하나 군인 옷의 그 얼룩덜룩한 무늬는 취향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네요!)
자러가신 분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다들 좋은 꿈 꾸세요...!!
12시까지만 있다가 자려고 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한시 반... <:3 아랑주 이만 들어가볼게요! 다들 오늘 고생 많으셨고, 안녕히 주무세요!
연호가 '먹는 걸로 간주'라는 말을 다 발음하기도 전에, 문하는 그 소스통을 다시 내려놓았다. 종이컵 안의 혼합물을 호로록 들이켜버리는 연호를 보고 문하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
"대충 알겠어, 네가 하려는 답례가 어떤 건지.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맛없는 게 당연하다. 탄산이 들어간 액체와 다른 액체를 섞을 때 주의깊게 따르지 않으면 탄산수의 탄산이 급격히 빠져버리는 데다가, 그렇잖아도 밍밍한 편인 이온음료에 별다른 감미료 없이 착향료만 추가한 탄산수를 섞으면 맛이 퍽 옅어질 테니까. 물론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이온음료를 물과 1:1 비율로 혼합해서 마신다고 하지만, 그것은 착향료도 없는 순수한 물 이야기고 착향료가 들어간 탄산수는 글쎄 어떨지.
연호에겐 애석한 일이지만 문하는 자신이 '실없는 짓'이라고 판단한 장난에는 상당히 비협조적인 편이었다. 마음만 받겠다고 예의바르게 못을 박은 문하는 편의점에 들린 김에 어슬렁어슬렁 코너를 돌며 자신이 필요한 것 몇 개를 집어서 계산대로 가져가 계산했다. 그리고 연호에게 돌아와 조그만 튜브를 쥐어주었다.
"받아둬, 화연호."
들여다보면, 그 튜브는 멍 제거제다. 문하는 손가락을 들어 연호의 얼굴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톡톡 짚어주었다. 건드리는 데마다 둔탁하게 따끔하다.
"여기, 여기, 여기에 멍이 들었으니까, 그거 수시로 발라. 멍 제거제는 수시로 발라줘야 효과가 좋으니까."
하고, 그는 이온음료 뚜껑을 비틀어 땄다.
"─그렇게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거든. 누군가 널 좋아하는 사람에게, 네 멍든 얼굴을 보여주는 거."
>>932 (호기심이 보통 많은게 아닌 양아치) (의심병은 아닌데 의심병수준으로 모든게 궁금함) 그렇게 양아치가 꾸었던 한여름밤의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건가... 집안 살림이 늘어났는데도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자주 오는 사람(시아)이 있으니까.' 라고 넘기다가 정신차려보니 같이 살고 있음... 찢었다.
다들 잘자라구~~~~~~~~~~~!!!!!!! 일단 현생과 몸 먼저 챙겨라~!!!!!!!!!!! 또 하루종일 밤샘굴러다니기 보이면 맴매할거야~~~~~~~~~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야." 1. 소설 【에델루네의 비극 2편】의 등장인물 2. 작중 묘사 「도서관에서 보이는 그 모습은 마치 현자처럼」 「결국 모두가 그 미소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비굴한 자가 가지는 일그러진 웃음」 #shindanmaker #어당외 https://kr.shindanmaker.com/1050567 갱신할게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셨길 바라요~
랜덤위키 【강해인】 항목 "날 위해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지?" 1. 소설 【그대의 머리카락을 묶어주고 싶어】의 등장인물 2. 작중 묘사 「봄의 찬란함을 하나씩 모아 만든 듯한 눈동자」 「신이 일부러 실수를 한게 아닐까, 싶은」 「누군가는 … #shindanmaker #어당외 https://kr.shindanmaker.com/1050567
랜덤위키 【문 하】 항목 "내가 뭘 잘못했다는거야." 1. 소설 【설령 배신당한다 할 지라도】의 등장인물 2. 작중 묘사 「산 속을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은 목소리」 「귀한 대리석을 가져와 깎아만든 듯한 손가락」 「불행 따위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듯이」 #shindanmaker #어당외 https://kr.shindanmaker.com/1050567
-> 침엽수림에 부는 눈바람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 -> 굳은살이 검붉게 부어 굳어서 두드러진 손가락 관절과 평평한 주먹 -> 자신에게 남은 것이 없다는 듯 초연한 태도
>>996 기력을 빨렸었는데요... 너무 귀여운 걸 보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더니 오늘 기력 빨린 기억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ㅇ>-< 아... 너무 귀엽다... 아랑이 햄스터나 다람쥐로 만들려고 하신 것 같은데 어쩐지 해달 닮은 것도 연호는 고양이 닮은 강아지늑대 된 것도 너무... 8ㅁ8 너무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