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태에서 사이다를 먹여주려면 아랑이 얼굴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랑은 다른 길을 찾은 모양이다. 연호는 그저 아랑이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어줄 사이다를 기다렸을 뿐인데, 입술에 닿은것은 차가운 캔이 아니라, 따뜻하고 말랑한 손이었다. 연호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저 동상처럼 굳었다. 머릿속으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려 노력하면서, 멍하니 눈동자만을 굴려 아랑의 손과, 얼굴을 가린 그녀의 모자를 번갈아보았다.
" .... "
그리고 다음 순간, 손을 때어내고서 자신이 마신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은 아랑이 드디어 연호에게로 사이다를 기울여주었다. 멍하니 반보다 못 되게 드러난 아랑의 입술을 바라보던 그는, 입술에 닿는 차가운 느낌 덕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아랑이 먹여주는 대로 사이다를 들이켰다. 탄산의 톡 쏘는 감각이 목을 따갑게 하는것마저 잊어버리고서 사이다를 모두 들이킨 연호는, 한숨을 후우 내쉬면서 전부 들이키느라 저 끝까지 올라간 목을 다시 내릴 수 있었다.
" .....반칙인데. "
뭐가 반칙일까, 마음속으로 자문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못했다. 연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고개를 살짝 내려 아랑의 입술을 바라본다. 다음 순간에 입술이 살짝 열렸다가, 다시 굳게 닫히고. 그는 팔을 더 안쪽으로 당겨 아랑과 밀착하고, 고개를 푹 내려서 그녀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으려 했다. 무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기대는 모양새였다.
" 너를 보고있으면, 안고 있으면... 자꾸 자제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
그리고는 묻고있던 얼굴이 살짝 움직여, 그녀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나지막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일테지.
" 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해? "
무엇을, 이라고 질문할 필요도 없을테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것이 무엇인지는, 아랑이 훨씬 더 잘 알고있을테니까.
>>601 ...? (얼결에 또 뒷걸음질로 쥐잡은 소가 되었네요...??) 앗... 앗.... 어쩐지 일상에서 보인 경아가 느껴지는 픽크루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를 찾아서 유사한 걸로 만들어 오셨구나... >:D 사실 일상 보면서 (경아 여동생 관련으로) 궁예한 게 있는데 틀린 궁예랑 스포가 될 거 같아서... ()() 일단 입을 다물어 봅니다 ㅇ.<
연호가 얌전히 굳어 있는 게 왜 기뻤을까? 자신의 심리지만 잘 모르겠다고, 아랑은 생각했다. 탄산인데 생각 외로 잘 마셔서... 원래 두 모금 정도만 먹이려던 걸 넘어서게 되었다. 반절도 조금 넘게? 삼분의 이쯤 먹인 것 같은데. 천천히 먹였지만 역시 표정을 보면서 먹이는 게 더 나았겠다고 아직 내용물이 남아 있는 캔을 내려 손에 모아 쥐고 생각했다.
“ ...뭐가? ”
반칙인데? 라는 물음이 잠겨 있는 목소리로 따라 붙었다. 그래도 이온 음료를 한 캔 마셔서 아까보단 상태가 낫지 싶었다. 연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힌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아무 말 없이 급작스레 밀착하고 목덜미로 가까워진 얼굴에 심장이 쿵 했다. 그러나 그는 목덜미를 깨물지 않고, 그저 기대듯 묻어왔을 뿐이다.
...그래서 더. 심장이 쿵쿵 뛰었던 걸까? 아랑은 연호를 조금 밀어내고 싶기도 했다. 쿵쿵 울릴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 너를 보고 있으면, 안고 있으면... 자꾸 자제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왜? 내고 묻지 않았다. 다만 귓가에 대고 말하는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게 하고 뺨을 뜨겁게 해서. 아랑은 그를 조금 밀어내는 대신 긴장한 토끼처럼 몸을 조금 움츠렸을 뿐이다.
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해?
“ ...더 참게 하는 건 너무 한가아. ”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사실, 너무 기다리게 하긴 했다. 바다에 다녀온 뒤로 바로 방학이 돼서 더 기다리게 했을지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는 건 변명일까?
안고 안기는 건 이미 했으니까. 아마 다음은...
아랑은 음료를 한 손으로 쥐고, 음료를 쥐느라 조금 차가워진 손끝으로 연호의 입술을 한 번 더 닿았다. 이번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듯 더듬은 게 아니고, 거기에 입술이 있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서. 손가락에 아주 살짝 눌린 그의 입술을 보고 조금 맥없이 웃었다. 아랑은 이대로 떼어내는 게 아쉬운 것처럼, 천천히 손을 내렸다.
“ 응, 응석 부려도 돼. ”
참을 수 없다면. 그래도 돼. 한손에는 음료를, 한 손에는 모자의 챙을. 음료는 제대로 쥐고, 모자의 챙을 들어 올려 모자를 벗었다. 아파보일 정도로 발갛게 부운 눈, 눈물자국이 아닌 눈물로 된 길이 남은 뺨, 그리고 희미하게 당겨 웃는 입꼬리를 보며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그가 바로 입술을 내리지 않고, 자기를 바라볼 시간을 주었다면 아랑은 연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을 것이고.
>>605 찾으려고 노력하신 게 느껴졌어요....!! 평소에 데려오시는 경아 픽크루랑 많이? 다소 달라서 고민하면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3 앗... 떡밥 더 뿌려 주세요... (줍) (줍줍) 저 은근히 뿌려지는 떡밥 좋아해요... ㅎㅁㅎ... 근데 추측... 이번에는 소뒷걸음질로 쥐잡는 게 아니고 아무 것도 못 잡을 거 같아요.... (틀린 궁예를 하고 있을 예감이 듬) 떡밥이 더 뿌려지거든... 추측을 말해보겠습니다 >:D
>>606 역시 각오할 것도 없으셨습니다... <:3 (산화 안 하셨을 거 같다) 감사합니다... 앗.... 브레이크 아직 안 사라지셨죠...? <:3 (저거보다 안 거리끼는 거면 대체... 대체.....) (산화짤 같은 걸 준비해야 하나..?)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형을 쓴 거 같습니다... <:3 연호주도 무리하지 마세요! 사이다 다 먹은 건 무슨 분기점 같은 게 아니고... 그... 음료수 쏟을까봐 걱정하는 현실뇌가(...) 다이스를 돌린거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609 글을 오래 안 썼다 갑자기 쓰면 종종 있죠... 내가 슬럼프 왔나..? 하는 생각이요. <:3 전 그럴 때는 오히려 잠깐 글을 안 쓰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합니다! (스담담) 아니면 전시회 가기도 하는데 요새 시국이 시국이라 집에서 보는 영화를 제일 추천드리고 싶네요 <:3
>>609 그럴 때가 있죠... 믖어도 좋으니 여유롭게 써주세요, 해인주. 저는 그럴 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나 다른 소설 문구를 잠깐 찾아보다보면, 다시 써질 때도 있더라고요. 편하게 답레 주세요.
>>611 알아봐주셔서 기쁘네요~ (떡밥 촥촥 뿌리기) 사실 이제까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어서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독백이라도 써볼까 싶다가도...독백 한 번에 거의 다 밝혀질 정도로 얄팍한 비설이라서,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싶기도 해요. 앞으로도 떡밥 열심히 주워주시면 경아주가 기쁩니다!
손가락 걸어 줘. 새슬이 문하의 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다음 번이라는 말이 이다지도 기묘하게 신경쓰였던 적이 있었는지. 적어도 다음 만월 때까지는 너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작은 기쁨과. 그리고 야속하게 따라붙는 그러면 그 다음은, 하는 의문. 그러나 그것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했다.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옆에 붙들어 놓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 귀에 꽂힌 이어폰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만지작거린다.
음악이 흐르는 내내, 새슬은 기묘한 불편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갈증인가. 날 때부터 지니고 있었던 작은 꼬리표는 항상 채워도 채워도 결코 만족하는 일 없는 심적인 허기를 선사했다. 평소에야 참고 눌러서 티 내지 않을 정도라지만, 오늘 같은 큰 달이 뜨는 날에는 아무리 버둥거려도 손발이 사라진 것처럼 무력하고 부족하기만 하다.
이미 단단히 안겨 있는데도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어서, 괜히 조금 더 문하의 품으로 파고든다. 어쩌면 검은 문의 여파가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새슬이 문하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손바닥에 남은 온기를 확인하듯 그러쥐어 뺨에 대었다가, 손목의 상처를 다시 훑어 내리고는 미간을 미미하게 찌푸린다. 그리곤 손목 바로 위 손바닥에 쪽, 하고. 쪼듯이 입술을 댄다. 어쩌면 작은 응석이었다.
네가 내 얼굴에, 내 입술에 손을 댄거 말이야.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에 가볍게 피식 웃음지으며.
" ...비밀. "
이라고 둘러대었을 뿐이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비밀을 만들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비밀들은 오래된 것들이었지만, 최근에는 비밀 없이 허물없는 평범한 남자아이로 살아왔었는데. 그가 '비밀' 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을 때, 그는 아랑의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심장소리가 아랑의 것인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그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심장소리가 새어나가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아랑과 밀착해있는 몸에서,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 더 참기 힘들어... "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칭얼거리듯이 고개를 한두번 젓고서야 원래대로 떼어내었다. 곧 허락이 떨어질 것이라는걸 직감적으로 깨달은걸까?
" ...... "
아랑이 본 연호의 얼굴은 아까와 별 다를 바가 없었을테다.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반창고라던가,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아있는 눈빛이라던가. 하지만 평소와 같은것은, 흔들림 없이 아랑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저 눈동자일까?
허락이 떨어지면 곧바로 고개를 내릴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허락이 떨어지고서 그녀가 드디어 모자를 벗었을 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직감했다. 아까 한참동안이나 울어서 부어버린 눈과, 제대로 닦아내지 않아 눈물길이 남은 뺨을 보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잊어버린 듯, 혹은 잊게 만드는 듯한 미소가 그의 눈에 찬찬히 닿았다. 자신이 울렸다는 미안함, 하지만 그럼에도 예쁘다고 느껴지는 아랑의 얼굴을 잠시간 눈에 담아내다가... 아랑이 눈을 감는것과 거의 동시에, 그도 고개를 내리며 눈을 감았다.
몇 번이나 진행되었을지 모르는 입맞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작은 저번 만월때 그러했듯이,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누르는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금 달랐다. 약속과 달랐지만 그녀가 막지 않았다면 그가 멈추는 일은 없었을테다.
이마 다음에는 빨갛게 부어있는 그녀의 양쪽 눈에 한번씩. 그리고, 그 다음은 눈물길이 남아있는. 눈 바로 아래를 입술로 내리눌렀다. 그곳에 나있는 눈물길을 지워내고, 자신을 새기겠다고 선언하듯이 시작된 입맞춤은, 눈물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서야 멈췄을 테다. 그리고 마지막은.... 잠시 멈칫했다가, 그녀의 콧등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고개를 다시 들어내며 보이는 그의 귀가, 자신의 머리카락 색을 뒤쫓는것 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볼 수 있었을테다.
" .......더, 필요해? "
응석을 부리는건 연호니까 과연 이 질문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처음에 한번, 두번... 마음속으로 입맞춤의 횟수를 세었다. 하지만 다섯번째부터 그것을 그만두었다. 더 이상 세봤자, 밤하늘의 별을 세는 것 처럼 수는 기억이 안나고 그저 밤하늘의 아름다움만이 머릿속에 남을 테다. 그렇다면 수를 세는 것 보다 그 아름다움에 신경을 더 집중하는것이 맞는 행동일테다.
약속이야 하고 내밀어진 새슬의 새끼손가락에 하의 새끼손가락이 걸린다. 자신의 손에 자신의 피가 묻는 것을 새슬이 마음아프게 여기는 한은, 더이상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새슬을 찾아가겠다는 약속. 여전히 거칠었지만, 이제는 끈적이지 않는다. 하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새슬을 좀더 편하게 안아주려 했다.
그러나 왜인지 새슬을 감싸안는 팔에는 상냥한 포옹에 필요한 것 이상의 힘이 실려 있었다. 고독이 풀려나간 자리에 들어차고 있는 이것은, 단순히 평화로운 안도감 같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달기 그지없는 솜사탕 냄새... 그래, 이것은, 먹이를 손에 넣은 늑대의 안도감. 그것을 깨달은 순간, 원래라면 나쁜 기억에 흠칫 놀랐어야 맞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야 맞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는 32시간 27분 내내 줄에 매여 굶주리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데도 투정하듯이 손바닥에 입술을 가져다대는 새슬의 모습이 왜인지 아까 지하실에서 잔뜩 옹송그리며 덜덜 떨고 있던 새슬의 모습과... 정확히는 거기에 겹쳐보였던, 어렸을 적 지하실 문 너머로 내던져진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그 조그만 온기가 하를 더 애타게 만들었다. 그는 감으려 했던 눈을 떴다.
"왜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는 거야."
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새까만 눈으로 새슬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새슬이 자신의 손을 잡아당겼던 손을 맞잡고, 조심스레 꾸욱 끌어당긴다.
비밀이라고 해도... 아주 모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만지는 게 반칙처럼 느껴졌다는 거겠지. 생각해도 연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더 참기 힘들다며 칭얼거리며 부비적거리는 게 사랑스럽다고 느꼈을까? 손에 캔이 없고, 이런 자세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품 안 가득 그를 끌어안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
감은 것과 거의 동시에, 이미에 입술이 내려앉았다. 두 눈에 아프게 닿는 입술에 살짝 미간을 찡그렸을까. 그러나 눈물길을 지우듯, 길이 나 있는 위로 자꾸 입맞춤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아프다는 것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게 진짜 반칙이겠지. 자각 없는 화연호. 조금 나쁜 화연호. 그리고 조금 밀어내고 싶은 이상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 ... ”
그의 입술이 완전히 떠났다고 느꼈을까. 눈을 떴어도 보이는 건,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얼굴. 이런 건 이제 친구의 거리감이 아닌 것 같은데. 아랑이 붉어진 얼굴로 설핏 웃었다. 넌 정말 거리감 조절을 못해, 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다. 그리고 거리감 조절을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고 싶은 사람처럼 느껴져, 라고 생각했다.
“ 더 필요한 건, 너 같아 보이는데에. ”
발갛게 달아오른 귀를 잠깐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옅게 미소 지었다.
“ 난 다른 거 하고 싶어.... ”
모자를 쥔 채 늘어뜨렸던 팔을 올려 그의 어깨에 스치듯 감으려고 했으나... 애석하게도 다른 한 손은 배에 캔을 쥐고 있어서, 도중에 동작이 멈춘다.
“ 안고 싶었는데, 사이다캔이 방해 됐어. ”
한숨처럼 중얼거렸을까. 그녀는 사이다캔을 버리지 않고, 그의 어깨에 올라갔던 손을 내린다. 안겨 있는 채로 그에게 고개를 기대었을 것이다. 어깨쯤에나 머리가 닿아있을까? 어쩌면 그가 더 높이, 더 가까이 안고 있다면 그의 쇄골이나 목덜미를 아랑의 머리카락이 간지럽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는 거야.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도 왜 자신이 이 파도에 삼켜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붙어 있던 꼬리표는 이제 의문조차 들지 않을 만큼 사고회로에 잔뜩 녹이 슬게 만든 지 오래였다. 소년의 물음에, 새슬은 멀뚱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거기서 뭔가 더 하려고 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몰라, 따위의 말을 내뱉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기에 오늘은 만월이었고, 이성이 본능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는 날이었으므로. 게다가 한참 기력을 빼고 난 후다. 복잡한 생각에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허비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은 조금 달랐다. 제 손이 저항 없이 끌려가는 것을,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소년의 얼굴을 차례로 눈에 담았다. 검은색 눈동자. 이제는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색과 모양을 하고 있는 그것. 하지만 지금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건 뭐라고 불러야 해?
그것들을 마주 응시하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숨고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늑대 앞에서 코너에 몰린 사냥감처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숨을 죽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을 찾아내기 위한 단서는 우습게도 얕은 숨소리 따위가 아닌 달큰하게 풍기는 무언가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차라리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몰라, 하고 눈을 돌리는 채를 해 버릴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목이 너무 마르다. 기분 탓인지 메마른 것 같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