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겠지. 아랑은 만월 전에 자기 팔을 물어도 되냐며 장난 치던 연호도 기억하고 있다. 그건 예쁜 말이 아니었다. 그럼 연호는 언제부터... 좋아하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을까...?
“ 넌 어느 쪽이... 더 좋은데? ”
좋아하는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아니면 예쁜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어느 쪽이든 부끄러워서 둘 다 조금은 싫지 않을까? 등을 제대로 감싸고 싶지만, 팔에 힘주면 도리어 힘이 빠져. 그냥 연약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감싸는 게 최선이었다.
“ 응... ”
아까부터 목이 말라 있던 참이다. 잠긴 느낌이 끝나면 갈라진 느낌이 들었겠지.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근데 와중에, 너는 참 공주님 안기가 자연스럽구나. 조금 감탄 나올 정도로. 반면 금아랑도 공주님처럼 안기는 게 자연스러웠는지, 드는 쪽도 편하게끔 기대었다.
“ 으응... ”
먼저 왔으니까 자판기가 있는 것도 봐뒀던 걸까.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아랑은 안겨져 자유로워진 손으로 목을 매만졌다. 목이 마른 건지. 아픈 건지. 헷갈리네에. 약간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게 좋겠지만, 자판기에 있을 리가 없다.
“ 이온... 음료...? ”
물이 없다면 이온 음료가 나을 테다. 이온음료라면 차가운 거라도 괜찮을 거고. (오히려 미지근하면 맛이 없을 것 같다.) 너무 가깝게 밀착하는 게 페로몬이 더 가까워져 힘이 들지 않을까? 너무나 달콤하고, 잊을 수 없는. 헤이즐넛 초콜릿 냄새 때문에 이성을 놓고 싶어지지 않을까? 챙이 시야를 가리는 게 다행일까. 아랑도 연호도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없다.
>>466 사람에 따라 불쾌해질 수도 있음... 열람주의 표시 달아야 하는 군요...? 8^8 독백으로 풀어지진 않고... 가까워진 누군가가 진심으로 알고 싶을 때 풀어지는 모양이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3
>>467 음... 으음.... <:3 (그냥 올리고 싶기도 하지만 참자) 대신... 꽃모자 쓴 귀여운 아기오리를 드리겠습니다! (짤첨부)
>>474 (슫ㅏㅁ... 스담하고 싶은 냥이짤인데...) (토닥) 슬혜주가 일요일은 부디 쉴 수 있기를...!!
>>470 문진은... 제가 오프라인 알라딘에서 문진을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예쁜가는 상상이 안 가요! (스노우볼은 상상 갑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3 너무 긴 책이라 읽기 힘들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서 도서관이 문 닫았다(ㅠ) 싶으면 요새는 유튜브가 잘 되어있으니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보려고요... <:D 소설... 소설은 포곤한 이야기 찾기 힘든가봐요... <:3 (아쉽)
맞아요 다들 장난 아니야... 다들 칼을 가셨어....?!?!
>>477 (꼭그랑) (쓰담쓰담) 화 풀렸어요... >:3 앗... 평소에 화 안낼 것 같은 사람이 화내면 제일 무섭다고 배웠습니다... <:3 (그래서 연호주랑 연호 화내는 게 무서워옄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공주님 안기 너무 좋아! 😄😄 금아랑은... 아빠랑 오빠가 (아마 여동생도 금아랑 공주님 안기로 드는 거 가능할 거 같음) 공주님안기로 안아줄 때가 있어서 공주님 안기가 익숙할 것 같아요... <:3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552162&memberNo=46287382 그리고 아기오리짤은 GIF 움직이는 짤로 봐야 진짜 최고입니다... <:D 찌통에... 눈물에.. 젖은, 혹은 힐링이 필요한 모두에게 드리고 싶음...
>>493 언제 한 번 핑크 옷 (주황색 옷) 입어주셨던 거 같은데... <:3 문하는 머리가 흰색이라 오히려 컬러풀하게 코디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근데... 문하가 컬러풀보단 모노톤을 고를 것 같아서... <:Q.... (나중에 컬러풀한 옷 추천해주면 안 되는 걸까...?)
>>494 귀여운데...!! 작게 보니까 살짝 뱀파이어 느낌도 났어요....! >:D (옷이 검고 머리가 붉어서 그런 느낌 났나봐요...!!) 청소년 느낌도 뱀파이어 느낌도 같이 낼 수 있다니 최고야.... (흐뭇) 이 픽크루 조금 오뚝이 인형? 같아서 머리... 머리 살짝 꾹 눌러보고 싶어요.... <:3 (스담)
내가 아는 너는 그럴 성정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강해인이라는 사람은 그랬다. 경아는 작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제가 모든 것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도 뒤틀리는 속을 생각하면 그렇다.
“너도 내가 양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테니까.”
정말로, 괜찮아. 그 속삭임은 외려 저 자신에게 하는 것도 같다. 작게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새어들어온다. 커튼이 흔들린다. 경아의 뒤로 온화한 햇볕 내리쬔다. 강한 빛에 가려 순간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커튼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경아는 미소 짓고 있다.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해사하게, 여느 성모상을 닮아 자애로운 낯빛으로.
만월의 늑대는 경아에게 있어 상당히 익숙한 존재다. 턱 밑까지 치받는 혐오감을 늘 그랬던 대로 내리누른다. 당신이, 그런 것이 죄도 아닌데 제가 무어라고 적의를 내보이겠나. 당신의 말에 무어라 말하는 대신 다가오는 손을 잡으려 한다. 잡아챈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 경아는 그대로 당신을 끌어당겨 제 가까이 두려 한다. 단내가 훅 끼쳐온다.
“해인아, 네가 지켜주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녹빛 눈동자가 당신을 직시한다. 평소 따사롭게만 느껴졌던 그 색이, 어째서인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경아는 싱그러이 웃는다.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거절하기 힘들 말을 속살거린다.
“힘들잖아...그렇지?”
동화라도 읽어주듯 산뜻하고 다정하다. 혐오와 증오, 그러나 당신에 대한 친애, 일말의 연민 따위의 것으로 잔뜩 뒤엉킨 속내를 숨기곤 손을 내민다.
>>499 사이 좋은 배역의 배우와 사실 어색함... (오) 실제로는 활발 (오22) 사이 좋은 배역의 배우와 어색한 활발 문하.... 보고 싶습니다.... <:D
>>500 하지만 상처는 제대로 고쳐놓기예요! >:I 앞으로 꼬박꼬박...!! 신경써서 케어하기야! ㅋㅋㅋㅋㅋㅋ 아마두라고 하시면 설득력 없어요... (찌그러지는 아랑주의 미래) 자각하기 좋다는 이유가 곧 풀린다는 거죠? 앗...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썰 풀어달라고 해야지.... >:D 앗... 귀엽네요.... (하지만 아랑이가 누르면 다른 반응이겠지요! >:D)
>>501 네....? 어떻게 인간이 귀여운 아기 동물을 귀여움으로 이길 수 있죠....??? :Q (이해불가) 금아랑이 다람쥐로 다시 태어나면 그때 인정하겟습니다... ㅋㅋㅋㅋㅋㅋ ^ㅁ^
>>502 앗... 언제 한 번 문하주가 문하 옷을 컬러풀하게 옷 고르는 걸 보고 싶은데요...??? (도전!) >:D 그죠.... 너무 귀엽죠.....!! >:D 아랑주가 오늘 건진 따끈따끈한 짤인데 너무 잘 건진 거 같아요!
>>503 연호도... 헤어스타일 관리가 힘들군요....??? :D 대사가 조금 부끄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해 되지) 앗... 조용 연호... 차분연호랑은 또 다르겠네요! (보고 싶다!)
금아랑의 오프더레코드: 금아랑의 연기자는 무명배우. 헤어스타일 관리때문에 연기가 힘들었다. 머리는 사실 가발. 실제로는 좀더 소심한편.
https://kr.shindanmaker.com/601817
🤔🤔🤔 (금아랑 배우는 실제로는 곱슬인가봄) (픽크루로 만들면 새슬이 같은 머리 나오려나...??) 그래서 처음에는 차분하게 드라이하다가 나중에 차분한 숏컷 가발로 바꾸지 않았을까...? :Q
경아의 오프더레코드: 경아의 연기자는 전직 성우. 작중 취급때문에 연기가 힘들었다. 작중 사이나쁜 배역의 배우와 사실 친함. 실제로도 똑같은 성격.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01817 오....진단 뒤에 사람이 있나 싶네요?
>>495 저번에 온라인으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꼭 스노우볼을 보는 것 같았어요. 투명한 유리 안에 그림이 있었거든요. 하긴...요즘에는 유튜브에 별의별게 다 있더라고요. 시간만 나신다면, 그래도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직접 단어를 읽는 것과 요약된 줄거리를 드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포곤한 소설...찾아보면 없잖아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지는 않네요.
처절한 울부짖음. 아주 오래 전부터 켜켜이 쌓여 굳어졌던 무언가가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소년에 한 마디씩 내지를 때마다 새슬의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억지로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켜서는, 무너지듯 웅크린 자세로 앉아 소년을 본다. 표정 없는 얼굴에 눈물만이 흐르는 채로.
날 포기하지 마.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한 차례 메아리치고 찾아온 고요함. 새슬이 무거운 팔을 들어올려 문하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로 축축해진 그것을 엄지로 닦아내듯 쓸어내린다. 지금껏 무표정 뒤에 감추어져 있던 것. 아마 일그러져 있을 눈가의 물방울을 건드려 무너뜨린다. 처음으로 고통을 선명하게 내비치는 흑색의 눈동자를 마주한다.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기까지 불과 몇 초. 더 이상의 말을 막기라도 하듯, 새슬의 입술이 문하의 입술 위로 겹쳐졌다. 도장을 찍듯 느릿하고 무겁게 내려앉았다가 떨어지는 입맞춤.
이윽고 떨어져나와 다시 마주한 서로의 얼굴. 녹색 눈동자가 미약하게 진동했으나, 시선을 피하는 일은 없었다.
>>506 ㅋㅋㅋㅋㅋㅋ이러다가 흉터라도 나면... 아랑주랑 아랑이가 울화통 터질것 같다... (머엉) 앗 아뇨 이유가 풀린다는게 아니라... 음...... 솔직히 자각하기까지 몇걸음도 채 안남았어요... (널부렁) 아랑이가 누르면 눌려서 불만이긴 한데 뭐라 말은 못하고 뚱한 표정으로 가만 있을겁니다ㅋㅋㅋㅋ 헉 가발이었다니 ㅇㅁㅇ 곱슬이 아니라 장발이라 자르기 아까워서 그랬을수도... 🤔 자각하면.... 아마 하는 순간 브레이크 사라질것 같은데.......... (미리 죄송함) 스킨십.... 엄청 할 수도 있어요...... (널부렁)
>>507 오... 전부 그럴듯 하네요! 실제로도 똑같은 성격인 점이 특히 좋아요! >:D 앗... 상상해 봤는데 예뻐요... 왜 텅장 만드는지 알겟어요... 맞아요. 요약본이랑 실제 줄거리랑 차이가 크긴 해... 요약본은 작가의 문체나 소설의 사소한 설정들 같은 게 잘 안 보이니까요 <:3 저도요... 떠오르지 않아요... <:3
>>509 앗... (스담) 오늘 레스들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니 새슬주 기력은 소중히 하세요...! <:3 아랑주도 슬슬... 기력 떨어지고 자러가고 싶은데... ((이벤트 남은 시간 때문에 초조함)) 내일 12시까지 마무리 생각하면 아직 깨어있어야 할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11 문하주 아직 이벤트 안 끝났어요 여기서 산화하면 안 돼.... ! >:ㅁ....!! (힘을 내요...!!)
>>512 해인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예전 흉터도 있을 거 같은데요.... ^.ㅜ... (우럭됨) (두마리 우럭) ....??? 그럼 고지가 이유가 풀리는 게 아니라 자각으로 가는 고지였나요...??? ((이번 이벤트 안에 자각인가...!?!?)) 앗... 귀여워요... 눌러보고 싶어져요..... <:3 (흐뭇) 근데 아랑이가 눌러봤자... 앗... 장발이라 자르기 아까워서 그랬다는 게 더 맘에 들어요.... <:3 스킨십은 지금도 엄청 하는데 여기서 더요....? oO?? 브레이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사라지면 사라졌다고 알려 주십시오.... (마음의 준비)
그래 서로가 그러함을 몰랐다. 어릴때 우리가 헤어지기 전까지는 어렴풋이 들어만 봤지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할 나이였으니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릴때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거의 휘말리지 않은 이유가 너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알고싶지 않았던 사실-, 자연스럽게 눈이 질끈 감긴다. 하지만 네가 내 손을 잡아챈 덕분에 너의 단내가 더욱 짙어져버린다.
" 아니, 난 널 지켜주지 못했어. "
어릴때부터 너와 같이 있으면서 너는 지켜주겠다고 맹세했었다. 너와 한 맹세가 아니라 나 혼자서 한 맹세. 모두가 내 주변에 없을때 너만 내 옆에 있어주었으니까. 그게 네 동정이던 뭐던, 그것에 대해서 나는 너를 나보다 더 우선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너는, 도경아라는 사람은 무언가 달라졌다. 그걸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한거야? 내가 바뀐만큼 너도 바뀌었다는걸 이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알텐데.
" ... 맞아, 죽을 것 같이 힘들어. "
세치 혀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옛말을 어찌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 세치 혀를 왜 제게 주어서 이런 생애를 이어가게 하신건가요. 천냥빚을 갚기는 커녕 악마와도 같은 재능은 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었잖아요. 아니면 차라리 부잣집에 태어나게 해주시지, 그들에게 내 재능은 너무나도 유혹적이라 나쁜 행동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마약에 한번 손을 댄 사람들이 그런 심정일까. 안타깝게도 난 그들 본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 하지만 너도 나만큼 힘들잖아. 경아야, 함부로 너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네 얼굴이 내 앞에 있고, 너의 그 향기로움이 나를 감싼다. 다른 한손으로 너의 볼을 어루만지려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 지금은 이렇게 약하고 뒤틀려버린 나지만, 그래도 널 지킬 수 있을까? "
예전의 나는 이미 온데간데 사라져버리고 지치고 악만 남았는데.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해서 드넓은 벌판을 다리가 풀릴때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등을 기댈 벽이 생겼다면 그게 너일까. 예전부터 나는 너를 지킨다고 말해놓고 항상 기대기만 했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515 그걸..... 어떻게 아신겁니까........ (파헤쳐진 무덤이 된 기분) 넵... 자각으로 가기위한 고지....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이유는 지금 말해줘도 상관 없겠죠....? 아랑이가 유도심문처럼 질문해서 그런거였어요.... 연호가 대답하고나서 '왜일까?' '왜?' 라고 생각하게할만한 질문들 덕에 몇 걸음씩 꾸준히 나아갔습니다...! (널부렁) 스킨십...ㅋㅋㅋㅋㅋㅋ 네에 이거보다 더 할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브레이크 : (덜렁덜렁)(빠지기 직전)
대답은 없었다. 뺨 위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뿐이었다. 그의 입술은 퍽 메말라 있었고, 퍽 거칠었다. 홀로 달려가는 로드워크 코스의 찬바람과 링 위의 건조한 공기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새슬은 그것마저 받아내고, 참 너무도 많이 닮아 있는 이 떠돌이 개를, 길들이기로 했다.
입술이 떨어졌다.
너무 오래 플래시를 켜둔 탓에 배터리가 방전된 것일까, 아니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플래시가 저절로 꺼지는 기능이 있는 것일까─ 바닥에 떨어진 새슬의 핸드폰이 천장에 비추던 플래시마저 없어져 방 안은 다시 더 어두워졌다. 이젠 이렇게 어두운 방 안에서도 새슬의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하는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새슬의 뺨 위에 가만히 얹혀있던 손이 조심스레 새슬의 뺨을 싸쥐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이목구비가 어디 있는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서로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두 번째로 시작된 입맞춤은,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입맞춤이 끝나자, 하는 새슬의 뺨을 감싸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뗐다. 피가 말라붙어서 조금 달라붙는 감이 있었으나 어렵잖게 떨어져나왔다. 그리고는 웅크려있던 새슬의 어깨를 부드럽게 당겨서, 자신의 품에 파묻힐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하는 새슬의 오금 밑으로 팔을 넣어 조심스레 받치고는, 새슬을 안아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부끄러움을 참고 말해준걸까? 싶기엔 당당했지만. 그래서 아랑이 되려 부끄러워졌는지도 모른다. 고맙다는 말을 작게 소곤거렸지만, 가까이 있으니 들렸겠지.
나도 가방은 가져왔지만, 이 자세에서는 연호의 앞주머니에서 돈을 빼는 게 더 빠르고 편할 테다. 왜 내려주지 않냐는 의문도 없이, 아랑이 연호의 앞주머니에서 지폐를 몇 장 빼고 –허락 맡았는데 왜 아주 조금 도둑질하는 기분이 들지? -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자판기에 넣는다. 포카리스웨트를 고르고 음료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 응, 이거 맞지? ”
손가락이 헤매는 이 부근에서 탄산... 두 번째. 그럼 사이다일까? 연호가 맞다고 했다면 아랑은 또다시 지폐 한 장을 넣고 사이다의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또다시 음료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음료 꺼내려면... 내려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랑은 남은 지폐와 거스름 동전을 연호의 앞주머니에 조심히 넣었다.
“ 음료 꺼내려면... 내려주는 편이 나을 거야.... ”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목을 살짝 매만진다. 말을 하면 할수록 목이 마르고 따끔거리는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 같은 걸 금아랑은 몰랐다.
사실, 새슬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단단히 마비된 이성으로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되짚기도 힘들었다. 충동적인 행동의 의미를 채 깨닫기도 전에 두 번째 입맞춤이 날아든다. 아주 조금 더 오랜 시간. 거친 표면과 온기. 어느샌가 빛이 사그러진 암실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눈 앞에 있는 것에 더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으나, 어쨌든 너는 거기에 있으니까.
아주 잠깐의 떨어짐이었는데도 그것이 못내 아쉬워 끙,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어쩌면 칭얼거림으로 들리는 것도 같은 소리였다. 새슬은 조금 욕심을 내어 떨어진 손을 다시 끌어올까 생각해 보았으나, 이내 제 몸이 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얌전히 소년의 품에 기댔다. 온 몸을 단단히 휘감고 있던 뭔가가 탁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을 내쉰다. 더 이상 쌕쌕거리지 않는 호흡이었다.
“.....같이.”
마지막 단어를 따라하듯 입에 담았다. 이 지옥같이 답답하고 차가운 곳에서. 검은 문 밖으로 나가는 동안, 문하를 매고 있었던 사슬이나 기둥 따위를 돌아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다시 소년이 이 자리에 매인 모습을 보게 되지 않는 것. 다행이야. 고개를 기울여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