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 앗............ (들켜버렸다) 네에 연호 몸 상처는 그냥 냅뒀어요..... 대충 소독만 하고 약만 발랐음.... 그래도 이제 아물어가는 단계라서 고통은 거의 없다고 힙니다 :D 앗 그렇죠 무도짤더 많아요ㅋㅋㅋㅋㅋㅋ저 짤은 정말 감정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대요ㅋㅋㅋㅋㅋ...
아랑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에, 연호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알 수가 없다. 처음에 괜찮냐고 물어본 후로,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이 없네... 내가 어떤 표정인지 숨길 수 있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네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점은 답답해.
*
좀 더 세게, 라고 했지만. 이건 좀 더 틈 없이 붙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세게 안아버리는 것보단 이 편이 좋을지도. 이편이 좋은지도.
“ 응. ”
기억해.
그건 그날만을 말하는게 아니니까. 응석, 부리고싶은 만큼 얼마든지 부려도 돼.
“ 넌... ”
안겨 있는 아랑에게서 오늘 처음으로 웃는듯한 소리가 났다. 그게 비록 힘이 빠진 채 피식 웃는 거라도. 울음과 훌쩍임을 그친걸까? 아니면 아까부터 계속 울어왔기 때문에 힘이 빠진 걸까?
“ 내가 좋아하는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아. ”
아니면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게 헛돌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와 닿을 때도 있고. 그래서 가끔은 좋아하는 말만, 예쁜 말만, 상처 받지 않을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옷자락을 쥐었던 손을 놓고, 연호의 등을 천천히 감싼다. 부족하다는 것처럼 더 붙어오려는 그의 움직임이 좋아서. 외로움을 채워주는 거 같아서.
“ 나도 안아주고... 싶어졌어... ”
안아주고 싶다는 말보다 팔로 감싸버리는 행동이 먼저였지만, 그가 그녀의 행동을 싫어할거란 생각은 어쩐지 들지 않았다. 힘을 주려는 듯 팔이 조금 허우적거렸지만... 너무 울어서 힘이 빠져 있는지 만족스럽게 힘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따금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도 잠겨 있지. 낑, 앓는듯한 소리를 흘린다.
“ 미안, 지금은 힘이 빠져서.. 더 세게 안고 싶은데에... ”
그러질 못하겠네... 아랑은 살짝 고개를 모로 틀고 품에 뺨을 조금씩 조금씩 부비적거렸다. 더 세게 안아주지 못하는 대신, 조금 더 사랑스럽게 행동했다.
>>443 😠😡😠😡 소독하고 약만 대충 발라도 잘 낫나요 연호는.... 😭 아물어가는 단계... 금아랑이 지금 몸에 힘이 없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 언젠가... 다친 금아랑도 적어야지... (큰 결심) 정말 많은 감정이 느껴지죠... (지금도 필요할 것 같음...) 지금 아랑이 몸에 힘이 빠져서 그런가 연호가 안아들고 다니는 게 가능할 거 같은데... (다친 사람한테 그걸 시켜도 되는건지 모르겠음....) (안 시키고 싶음.... ) 분수대 근처에 자판기도 있다고 할까요? 너무 울었으니 수분 보충도 좀 시켜야 할 거 같아서... <:3
>>444 특히 에코백....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거나, 안 본 작품이어도 싹 쓸어오고 싶죠.... ㅇ<-< 모비딕 에코백이 진짜 예쁘더라구요 지금도 팔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재작년쯤 본 거 같아요!) 맞아요! 오만과 편견도 명작이죠! >:3 지금쯤이면 눈먼곰과 다람쥐 줄거리 보고 오셨을까요! <:3
축축히 젖어 번들거리는 눈동자 위로 불안함 섞인 뒤틀린 것이 투명하게 비친다. 물방울 맺힌 속눈썹 끝이 애처롭게 떨었다. 숨이 턱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싫어? 그러면 떠나도 좋아. 어쩌면 자신도 다르지 않게 수없이 입에 담았을 그 말이 이런 형태로 속을 찢어 가르는가. 잔인하기도 하지. 아니, 아니야. 엄습해오는 서러움을 억누르며 필사적인 도리질로 답할 뿐이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윽, 윽, 하는 막힌 소리만이 올라왔다. 어지럽다.
“내가, 떠났으면, 해?”
절반은 울음이요, 절반은 말인 무언가. 시선이 소년에게 매달리듯 이끌린다. 두렵다.
무엇이?
추스릴 새도 없이 속에서 뭔가가 격변하며 비틀려 부서진다. 뭐가 무서운데? 모르겠어. 거짓말, 사실은 알고 있잖아. 혐오의 탈을 쓴 동경이었던 것. 애정. 사실은 맹목적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맞아. 나는 거짓말하는 나쁜 아이니까. 틀림없이 손에 그러쥐고 있는 온기가 사라져버리는 나날. 여느 때와 다름없을 일상? 아니, 그것은 그 때부터 고요하고 평화롭게 죽어가는 지옥이 된다.
“같이 있어 준다고 했잖아.”
어디든 같이 가겠다고 했잖아. 그래 줄 수 있다고 했잖아. 미련이 덕지덕지 묻은 말만 튀어나왔다. 밀어내고 떠나려는 건 내가 아니라 너 아닌가. 사라지지 마, 하는 말을 채 입에 올릴 수 없어 애꿎은 입술만 꽈악 깨문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두려워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제일 두려워하던 것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곁에 누군가를 붙들어 놓고 싶다는 커다란 욕심, 어쩌면 집착. 하지만 우습기도 하지, 이때까지 품어 왔던 것들조차 네가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있잖아, 사실은 내가 떠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해주길 원해. 마비된 이성이 부서질 듯 외치는 비명은 정녕 저 밖에 휘영청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 때문인가.
“그러니까, 같이 가.”
그것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낸 애원이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아마 너무 길게 목 놓아 울어댄 탓일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것은 문하의 팔과 어깨가 전부였다. 얼굴을 파묻은 채 쌕쌕 숨을 몰아쉬면서, 이따금씩 어깨를 들썩거리며 중얼거렸다. 같이, 같이 가. 하고.
오늘 분명 만월이라는걸 어제 저녁 알림으로 그 사실을 전해받았다. 우리와 같은 늑대들에게 만월이란 정말로 중요한 날이고 또 매우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저번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패치를 철저하게 검사하고선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여느때와 같이 만월은 선도부의 검사가 굉장히 까다로운 날이다. 하지만 저런 검사에도 불구하고 실수 혹은 고의로 만월을 평소처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패치를 붙인 것을 확인하고 등교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 저녁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가려다가 오늘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장님의 말에 교문으로 향하던 몸을 틀어 학생회실로 향한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멀쩡했는데. 그렇게 대충이나마 일을 끝마치고 창문을 바라보자 보름달이 떠있다. 만월,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 오는 그날이다. 하지만 나는 패치를 붙이고 있으니까 평소처럼 멀쩡할꺼다, 라고 생각했지만.
' 어째서?! '
왼쪽 팔뚝에 붙어있을터인 패치를 어루만진다. 분명, 이 패치는 잘 붙어있는데 감정이 나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최근엔 일이 많아서 이것저것 말할 일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재능의 소모도 심각했을테다. 하지만 그 욕구를 풀어줄 양이 없어 조금씩 참아가고 있었고 만월때 그게 폭발할까 노심초사하면서 패치까지 붙였지만 지금에 와서 패치는 아무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전 패치에 불량품이 생겼고 대부분을 회수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하필이면 지금 이게 ... ?
최대한 빠르게 집에 가야했고 그러기 위해서 가방을 싸서 학생회실을 나왔지만 한층 예민해진 내 감각에 희미한 페로몬 향이 느껴진다. 저번과도 똑같이 하필 이 타이밍에 약을 먹지 않은 양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이미 페로몬을 맡아버린 나에게 그것에 저항할 힘은 없었다. 이번만큼은 이성보단 본능이 날 지배하는 시기니까. 페로몬이 점점 짙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향하자 이내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도서관이었다. 하필 여기에 숨어있는다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도서관의 문을 열고 있었다.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나고 나는 천천히 도서관의 구석으로 향했다.
" ... 경아야? "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것은 짙은 녹색의 눈동자와 고동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 경아였다. 창 밖이 보이지 않고 이렇게나 단절된 공간에서 경아는 강렬하게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다. 남아있던 한가닥의 이성으로 내 발걸음을 간신히 멈춘채로 너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문다.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그녀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경아와 가까이 있을수록 그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어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446 저는 사실 문진이나 스노우볼같은 종류만 보면 눈이 돌아가요...정말,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홀려버려서... 에코백도 예쁜 게 많죠. 왜 고전명작이라 불리는지 잘 알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죠~ 네, 대략적인 스토리라도 보고 왔어요! 포근포근한 이야기더라고요.
>>451 저도 스노우볼 종류에는 눈 돌아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스노우볼은... 진짜... 예쁜데... 장식이나 선물 외에는 쓸모가 없죠.... <:3 맞아요! 집에도 에코백 있는데 또 사고 싶어져! ㅋㅋㅋㅋㅋㅋㅋ 전 모비딕 위키백과 보고 왔는데... 제대로 된 줄거리 없이 스포만 보고 온 느낌이에요... <:3 (쪼금 슬픔...) 포근포근한 이야기 좋죠! <:3 포곤한 그림책은 떠오르지만, 포곤한 소설은... (기억 뒤져도 심각한 소설만 떠오름...) 있을텐데 아랑주가 못 읽은 모양입니다... <:3
>>453 새슬주.......... 8ㅁ8 (왈칵) 감사합니다.... 새슬이 아주 귀엽군요.... (보고 힐링) 와랄라 하고 싶다....!!
>>460 아랑이요...??? (아껴두려고 했음...) 아랑이 픽크루는... 아마 이 스레에서 제일 많이 올라왔을 거라서... 지금은 아껴뒀다가 뇌물로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D
>>461 해인이랑 경아쪽도 장난 아니에요.... <:3 맞아 다들 장난 아니야.... 그리고 다들 분위기가 크고작게 달라서 더 좋은 거 같아요.... (8명 다 찌통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462 어제 남기신 레스 보고 궁금해졌는데 >>전말<< 이건 문하의 아버지를 만나야 풀어지는 이야기인지, 플레이어 중 아무도 문하 아버지를 만나지 않으면 안 풀어지는 전말인건지, 혹은 나중에 독백으로 풀어지는가 궁금해져서요... <:3 아니.. 쇠사슬말고도 뭔가 더 있다는 게 무서운데 >>전말<< 이라고 쓰시니까 너무 궁금해져요....ㅋㅋㅋㅋㅋㅋㅋ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적이 깨지고 만다. 경아는 산산히 부서진 조각들을 껴안고 몽상 속의 세계로 돌아가려 애썼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시할 수 없는 내용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제서야 경아는 제 앞에 있는 사람을 깨닫는다.
경악, 분노, 그리고 다시 놀라움. 마지막으로 씁쓸함. 감정들이 희게 질린 얼굴에 서서히 번져나간다. 경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페로몬을 맡은 자라면 단 한 가지의 경우수밖에 남지 않는다. 늑대. 양을, 먹어치우는 늑대들...
속눈썹이 가늘게 떨린다. 책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손가락 마디가 그 색을 잃는다. 한 가닥의 의심을 지니고 있었다. 강해인, 네가 늑대일지도 모른다는. 경아는 저번의 만남을 떠올렸다. 피로해지는 그 감각은 제법 익숙한 것이라,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눈을 돌렸다. 네가 늑대라는 가정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하, 경아는 얕게 숨을 내쉰다. 시린 자조가 입가에 걸린다. 그대로 집에 갔어야 했을까. 곧바로 방에 들어가 약을 입에 털어넣어야 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떠오른다. 그러나 자신의 삶은 언제나 후회의 연속이었던지라, 경아는 쓰린 감정을 뒤로 하고 웃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흐린 미소다.
"...안녕, 해인아."
목소리는 제법 평온하게 흘러나온다. 평소보다도 짙은, 먼지 쌓인 종이의 냄새와 함께 단 향이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분명 흘러넘치는 외로움에 손쓸 수도 없이 휩쓸려가야 정상일 경아는 몹시도 태연자약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런 감정은 모른다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면...이런 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는 것처럼. 경아는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 그리곤 책을 덮는다. 짙푸른 눈동자가 가려질 정도로 눈매를 휜다.
>>458 맞아요, 스노우볼의 용도란...그냥 예쁘다는 점과 심신에 안정을 준다는 점에 있는 게 아닐까요. 위키백과는 그런 경향이 있죠...취향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추천드려요. 대신 꽤 긴 소설이라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포곤한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죠. 저도 사실 소설에서는 찾기 힘들어서, 그런 경우라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을 뒤지곤 해요.
오늘은 만월이니까,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참 얄궂게도 그녀 자신은 번번히 그 예상에서 빗나간 행동을 취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전혀 생각못한 방향으로 빠지는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게 의도된 변덕이라면 이해를 하겠건만 지금같은 경우엔 약간 다른 문제점들이 있었다. 얼핏 도발같기도 한 당신의 유혹에 이런식으로 금방 반응 해버리는 것도 아마 그 이유겠지.
"카레라~ 확실히 조리하기 편한건 맞죠? 매일 먹는다 해도 딱히 쉽게 질릴만한 것도 아니구요~"
확실히 가볍게 즐기기엔 딱 좋은 메뉴였다. 그만큼 약간 손이 간다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먹을 사람이 둘로 늘어났다고 해야 할 것도 둘로 늘어나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다만... 자연스레 자신의 허리에 팔을 감아 이끄는 당신의 행동은 도무지 익숙해질수 없었는지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느낌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네... 뭐... 일단은 잘 씻어두어야 하니까요...?"
싱크대까지 다다랐던 와중에 바로 뒤에서 안아오는 당신의 몸짓이 느껴지자 초점을 잃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동공은 좀처럼 앞에 집중할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구도상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목소리마저 귓가에 바로 울리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위험했을까, 물론 가깝게 접촉해있는만큼 충족되는 것은 있었기에 갑자기 충동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외로움에 대한 참을성이 없어지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계속 붙어있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붙어있는 정도가 더 가까워져갔고 보조해주는 당신의 손길 덕분인지, 아니면 자신의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인지는 몰라도 용케도 손 하나 삐끗하지 않는것은 천만다행이라 할수 있겠다.
그도 그럴게 당신 역시 그녀가 요리부라는 것을 아는만큼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해버린다면 평정심이 없는 상황이란걸 금방 들켜버릴테니까, 최대한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내면의 자신이 눈에 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호는 아랑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이것이 아랑의 응석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억지로 보는 노력은 안하기로 했다. 자기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숨긴다는건 다른 말로, 상대의 표정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페널티도 존재하니까. 연호는 받아들였다.
-
" ...그런가? "
아랑이 좋아하는 말만, 아니면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어느 쪽이냐고 물어본다 해도 연호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중 어느쪽도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 네가 좋아해줬다면야. 어느 쪽이든 괜찮아. "
그래. 아랑이 좋아해줬다면. 어느 쪽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아랑이 움직이는 것으로 신경을 옮겼다. 그녀가 천천히 자신의 등을 감싸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소리내어 웃지는 않았다. 자신도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으니, 그녀도 못봐야 형평성에 맞는거라 생각했다.
" 응. 괜찮아. "
정말 괜찮았다. 그녀가 세게 안아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 뭐라도 마시러 가자. "
그래. 더 이상 가만히 안고 서있는건 그만두기로 했으니까. 그는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서, 몸을 숙이고, 그녀의 등과 다리를 팔로 받치면서, 다시 스륵 일어났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동작은 마지막에 공주님 안기로 아랑을 들어올린 자세가 되었다.
" 근처에 자판기 있으니까. "
그녀를 생각하는 것 처럼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대로 가만히 있다간 그가 아랑을 물어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물도, 화도 잦아든 지금으로써는 그녀의 감정 변화보다 짙어진 페로몬에 뇌가 서서히 젖어들어갔다. 조금이라도 환기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시원한걸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 ...뭐 마시고 싶어? "
그는 천천히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녀를 조금 더 꾸욱 안았다. 몸을 조금 더 밀착하고, 아랑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여, 얼굴과 얼굴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졌.... 지는 않았다. 아랑이 모자를 쓰고 있었으니 챙이 그들의 사이를 가렸기 때문이다.
와그작, 하고 어디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지금 들리는 것이라고는 소년의 부르짖다시피 하는 소리와,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는 가슴팍에서 파르르 떨며 뛰고 있는 심박음. 그뿐이었는데 어디선가 소년의 흉골 속 저 멀리에서 메아리처럼. 무언가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격벽이 무너지고, 그 너머에 갇혀있던 것이 놓여나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네가 있어도 좋은 곳이 되고 싶었어."
떨어지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문 소리가 대답으로 나왔다. 하는 새슬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빨을 앙다물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 이빨이 새슬을 깨물어버릴 것만 같아서. 영영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겨버릴 것만 같아서. "그렇지만," 하고 이어가는 말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고 몰아쉬는 숨에 떨려서 나온다.
"무서워서 그래... 내가 너무 너한테 매달려서 널 아프게 할까 봐."
잘 아니까. 어딘가에 갇히고 묶이는 아픔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러니까, 감히 이렇게 일컬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그런 아픔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리고 자신이 외로움에 손쓸 수 없이 망가져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에. 그 모습을 잘 감추기만 한다면 함께 떠돌면서 그 망가져버린 흔적을 들키지 않고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이 지하실을, 하는 새슬에게 보여줘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너는 그러고 싶어?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둠 속에서 하가 얼굴을 들어올리는 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은 손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와 같이 있고 싶어."
하의 얼굴이 부서지고 있었다. 새하얀 줄리앙 석고상 가면 같았던 무표정이 부서지고, 격통에 울부짖고 있는 평범한 열여덟 살의 소년이 거기 있었다.
그래, 최근에 양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동안 꽤나 멀쩡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생각보다 내가 재능을 많이 소비하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시기의 중간에 너와의 만남 덕분이었다니. 네가 양이라는 사실을 절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니,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다. 그야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던 도경아라는 사람이 양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책을 꽉 쥐고 있는 손을 보고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 흐린 미소, 어릴때와는 다른 그 미소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겠지. 그리고 나도 어쩌면 너와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 딱히 숨기려던건 아니었어. "
네가 양이라는걸 알았다면 더욱 숨기려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늑대와 양의 관계라는 것.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라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내 인생에서 몇 안되는 소중한 사람인 너를 잃고싶지 않았지만 ... 위험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결국 내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까. 고독한 늑대의 삶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오만이요, 섣부른 생각이었다.
도서관의 냄새와 비슷한 오래된 책의 향에 섞여드는 달달한 우유와도 같은 향. 이게 너의 페로몬이었구나. 계속해서 폐부로 들어와 전신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어떻게든 무시하면서 너를 응시한다. 너는 내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 어떤 행위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전처럼 손만 잡는 정도라면 ...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 너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는데. "
이렇게 되어버리면 지켜줄 수가 없어지잖아. 나로부터 내가 지켜야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감정은 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극심한 우울감이 스멀대며 기어올라온다. 아까부터 이런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심하다. 그야 만월이 깊어가는 밤에 버틸 수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참아내며 너를 향해 느릿하게 손을 뻗는다. 혹여 행위가 거칠어질까 천천히 뻗어가던 손은 책을 잡고 있는 네 손을 향해 닿으려했다.
문 하 TMI 주세요! 우리 문 하... 직업을 바꾼다면... 어울릴 것 같은 직업이 있나요? > 딱 하나, 문하가 전공 종목을 바꾼다고 한다면 이것으로 바꿀 거라고 생각해둔 게 있어. 자전거 어반 다운힐. 못 고치고 있는 버릇이 있을까요? > 버릇이라고 해 봐야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멋적은 모먼트라던가 찔리는 구석이 있으면 시선 피하는 정도려나? 짤에 첨부한 저것처럼. 악력은 몇 나오나요? > 철봉 한 손 턱걸이가 쉽게쉽게 가능한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