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그렇다면 그때 설마? 정도로 잠깐 의심했다~ 이렇게 둘게요. 그것도 그렇지만...고서의 향기는 숨긴다고 해도 단 우유향은 남는 걸요. 아마 그걸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경아라면 만월의 부작용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싶어 책 한 권을 집어들고 미친듯 집중해서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 정도로 해두고, 선레를 정할까요? 역시 다이스가 좋겠죠...?
>>328 ㅋㅋㅋㅋㅋㅋㅋ ^ㅁ^ 전... 핑발녹안도 좋아합니다.. (소곤) 하지만 핑발 벽안도 좋아하죠 ㅇ.< 핑발 자안도 좋아... 엇... 메인 대신에 디저트 채우는군요...??? 경아랑 뷔페 가려면 그냥 뷔페보다 아예 처음부터 디저트 뷔페나 위에...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 큰 베이커리 가는 게 낫겠어요 >:D 맞아요... 그냥 뷔페 가도 디저트 n접시 먹으면 가격은 뽑을 거예요... ㅇ>-< 생피망은... 경아에게 주지 말 것... (메모)
>>330 집에서 자주 분실하는 거 귀여운데... >>이미 붙어있는 패치는 안 잃어버림<< 이것도 좋네요.... ㅇ<-< (귀 여 워....) 만월이라 특별이구나! >:3 (강아지 잘했다... (???)) 헉... 저텐션 괴리감 있는 것도 새로워서 전 좋아요...!! (아주 맘에 듬...! >:D) 차분 연호는... 장난기 연호보다 아랑주에겐 익숙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연...처연... 처연에 단호박ㅇ ㅣ... 섞여있는데... ㅇ<-< ((죄송해짐...)) 아니야... 제가 연호(주)에게 미안해 해야 할 것 같아요... ㅇ<-< (연호야 미안하다.... ㅇ<-<) (머리박는 다람쥐짤)
>>333 ((머리박는 다람쥐짤)) (연호주께 바칩니다) 화내도 생긴 게 무섭지는 않은 편인데... <:3... ㅓ어... 안 예뻐보여서 슬프고 죄송하고... ㅇ<-< 뭔가 머리 받아야 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흑흑... 혹시 금아랑이 쪼꼼 무서워지시면... 혹은 화나고 슬픈 아랑이에게 반응이 곤란하시다면 꼭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ㅇ<-<
>>340 사실 핑발은 어울리는 색이 꽤 많죠...전 사실 핑발적안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에요. 핑발 자안도 그렇고요. 메인도 먹긴 하지만, 한두접시 먹다말고 쭉 디저트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왕이면 디저트 뷔페를 가는 편이 낫긴 하죠. 디저트...자주 생각하지만 쪼들리는 지갑에는 비싸요.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요. 생...피망 말고 생당근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의외로 단 맛이 없지는 않은 편이던데.
>>341 제가 선레네요...그러면 내일 도서관에 있는 경아로 최대한 빠르게 가져와볼게요!
>>342 핑발적안...!! (이것도 좋은데...???) 경아주랑 ㅣ이야기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핑발에 어울리는 색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거 같아요 ㅎㅁㅎ 디저트를 공략할거면 역시 디저트 뷔페가 좋은 거 같아요. 맞아요! 디저트 비싸요... >:ㅁ (심지어 점점 더 가격 오르고 있어!) 생당근도 씹다보면 아주 약간의 단맛은 있죠... <:3
왜 싸웠냐는 물음. 질문당하는 것이 두려웠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이유도, 필요도 못느꼈다.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는다. 그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살며시 열었다.
설명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집에 가는길에 마주친 다른 학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 학생들이 저를 지나치며 떠들었던, 우리 학교에 와서 벌이려 했던 일. 그리고...
" 그리고 거기에서, 네 생각이 났어. "
그래서 참을 수 없었어. 정리해보자면, 연호는 싸움을 건 사람이었다. 자신이 먼저 그들을 쳤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랑이 더 화내지는 않을까 조금씩 눈치를 살핀다. 순진한 바보. 정도가 어울리는 말일까?
" ...... "
아랑이 닦지 말라며 피하는 것에, 그는 손을 멈추고 툭 떨어트렸다. 다른 사람을 달래는데에 서투른 그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무엇을 해야 아랑이 눈물을 멈출지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그것은 좋은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애초에, 아랑이 지금 무엇에 화가 났는지... 그것을 연호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다쳤기에, 그래서 아랑이 자신을 걱정하기에 화를 내고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과분한 걱정을 받고있으면서도, 그는 몰랐다.
" 아니, 친구가 소독 해줬으니까... "
병원은 다녀왔냐는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소독과 약은 문하가 해주었다. 그러고보면 문하와 아랑은 아는 사이인듯 했다. 그래도 일단 그것에 대한 의문은 저편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아랑이 손을 꼼지락거리며 손가락을 단단히 김으려고 하는것에 맞춰, 그도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가능하다면 이제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을 잡으려고 했을테다.
" ....네 페로몬이 날 어지럽게 하는데. "
" 네가 우는 모습은, 화난 모습은 더 날 슬프게 해. "
왜일까? 라는 질문은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어쩐지 뱉기가 두려웠다. 그것에도 왜일까? 라는 질문이 뒤따랐지만, 어지러운 머리 덕에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과연, 얼마간의 시간이 남았을까?
>>340 아니요 안예뻐보인다니요 연호 걱정해서 화까지 내고있는 아랑이가 예뻐보이지 않는다면 대체 뭐가 예뻐보인다는거죠...? (아랑아 미안해...) 아니요 아랑주가 연호에게 미안해하실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 멍청한 빨간 댕댕이를 보세요.... (절레절레) 곤란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랑이가 저런 모습 보여줘서 자각하기 더 좋은 조건이 되지 않았나.... 궁예를 해봅니다.... (널부렁) 네거티브 연호는 어쩌면 이번 만월에서 나올수도 있구.... 혹은 미래에...? 나올수도 있겠지요 :3
아까의 정문과는 달리 확실한 무게감에 걸맞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차갑기 그지없는 철문은 육중하게 천천히 열린다.
그 너머는 보이지 않는다.
빛 한 점 들지 않아 정말로 그 어느 것도 볼 수 없는 완전한 암실. 문에 달린 도어스토퍼를 내리지 않고 발을 내딛으면 쇠로 된 도어클로저가 달려 있는 그 문은 새슬의 등 뒤에서 닫힐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열어둔다고 해도 들어오는 것은 마루에 쏟아진 달빛의 반사광. 핸드폰을 꺼내어 조명을 비추던가 하지 않으면, 이 방에서 시각은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반대로,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이 조금씩 예민해져 온다.
새슬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게 아니라면, 이 방의 바닥은 심지어 나무타일마저 깔려있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 그대로인지, 안락함이라곤 전혀 없는 석재 특유의 싸늘한 단단함이 양말 너머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 너머에서 콱, 철컥, 콱, 철컥, 하는 소리 사이로, 으르렁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숨을 몰아쉬는 소리 같기도 한 게 들린다. 그리고 옅은 피냄새. 그런데 문득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멈춘다.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챈 걸까.
"누구야..."
저 어둠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에 낯선 감정이 담겨 울려온다. 경계심과, 그리고... 뚜렷한 증오. 마치 '누군가' 가 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러나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기라도 한 걸까, 그 뒤에 따라붙는 낯익은 목소리에는 증오가 씻은 듯이 사라져 있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의구심.
새슬의 등 뒤로,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도어스토퍼 같은 건 애초부터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온전한 어둠과 함께 방 안에 남겨진 뒤로부터 목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아 마른침을 삼킨다. 나가고, 싶어. 그러나 움직일 수 없다. 발목을 옭아매는 미련과 공포가 뒤섞인 것. 뭔가..... 있다. 모골이 송연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떨리는 손 끝이 희어지도록 힘을 주어 옷자락을 쥔다. 금속이 쓸리고 부딪히는 소리, 짐승의 것인 양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거칠어지기 시작한 숨소리를 강제로 눌러 죽인다. 그럼에도 혹여나 새어나갈까 한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머니를 뒤졌다. 너무나도 익숙한 감촉의 네모난 것.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꺼내서 조심스레 플래시 버튼을 눌렀다.
아까부터 익숙한 듯 낯선 으르렁거림이 이상하게 가슴 한 켠을 불안한 것으로 쥐어 짜 비틀어대는 것을, 아니야, 아니야. 애써 부정하면서.
...바보. 손해 볼 말을 정직하게 한다. 하지만 거짓말 안 하는 점은 안심이 돼. ...참을 수 없었다는 건 내 생각이 나서, 라고 말하면. 먼저 주먹을 휘두른 사람이 당신이라고 해도 싫어할 수 없다. 나쁜 건, 그쪽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만 싸우지 않고... 녹음해 증거를 경찰에게 건네는 게 나았을까? 아니, 그러면 당연히 법은 늑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테고... 폭력이란 수단을 썼다 하더라도 양들에게는, 연호가 싸워준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고... 덕분에 안전해진 것이겠지.
하지만 그로인해 그가 다쳤다면, 용서할 수 없는 쪽은...
양인 나, 나쁜 속셈을 가진 사람들. 혹은 둘 다.
“ ...내 생각이 나지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을까.... ”
자그맣게 중얼거리고 훌쩍거렸다. 양인 게 비참할 때가 한두 번은 아니지만 늑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늑대였다면, 네가 싸울 일은 없었을까?
하지만 내가 늑대였다면 너와 이렇게 엮이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 친구가 소독해준 뒤로... 네가 스스로 치료 했어...? ”
제대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인 건지, 아니면 그냥 밴드만 덕지덕지 붙인 건지. 어깨가 조금 시무룩 내려갔을까. 그래도 조금씩 들썩였겠지. 여전히 울고 있었으니까. 간간이 말은 잇고 있지만 저번 만월보다 더 오래 울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 연호 네 탓은 하지 말았으면. 이건 다 내가 나약한 탓이므로.
손이 움직였다면, 잡게 내버려두었을 테다. 적극적으로 마주 잡거나 하진 않겠지만, 잡힌 손의 온기가 당신의 마음을 변하게 할까?
“ ...그래서. ”
눈물을 삼킨다. 이제는 훌쩍이는 소리는 줄었지만.
“ ....더 멀어졌으면 좋겠어, 가까워졌으면 좋겠어? ”
대신 소리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울어서 눈이 아프다. 머리도 조금씩 아파오는 것 같다.
“ 넌 잘못한 거 없어.... ”
화는 이제 가라앉았지만, 화난 이유, 지금은 말하지 못하겠어. 아랑은 한 걸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만을 살짝 가슴팍에 기대려고 했겠지. 모자의챙은 눌려있을 것이고, 눈물은... 아까보단 확연히 줄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지 않았을까.
“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
힘이 없는 몸짓, 잠긴 목소리가 그를 걱정하게 할까? 와중에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다니 염치가 없는 것도 같다. 하지만 외로워, 조금은 비참하기도 해. 내가 양인 게 싫지만, 내가 양이 아니었더라면... 아니었더라면, 네게 매달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까?
그것은 분명히 앞으로 달려나가려다 양팔이 뒤로 붙들린 자세였다. 아니, 양팔이 뒤에 있는 무언가에 매달려있는 채로 안간힘을 써서 앞으로 나아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세였다. 뒤로 쏠려 있는 양 팔과, 잔뜩 격앙돼서 앞으로 기울어진 상반신. 그리고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 안간힘을 써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발. 아무 소용없는 발걸음을 몇 번이나 내딛은 건지 온통 쓸린 콘크리트 바닥에 피가 쓸린 자국들이 선명했다. 라이트를 조금만 더 뒤로 기울여보면 새하얀 팔에 매여있는 두꺼운 쇠고랑과, 그 쇠고랑에 쓸려 온통 새빨갛게 긁힌 상처로 가득한 팔목 또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쇠고랑이 이어진 굵은 쇠사슬이 뻗어나가는 것도. 굵은 쇠사슬이 칭칭 매여 있는, 암실 중앙의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도. 그 콘크리트 기둥은 지속적으로 무언가에 쓸리기를 반복한 듯 가운데가 오목하게 패어 있었다.
그 얼굴은 봉두난발이 된 하얀 머리카락에 덮여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눈이 어디 있는지는 분명히 알 것 같았다. 빛을 비춰도 전혀 밝아지거나 빛을 머금는 일 없는 조그맣고 새까만 원이, 얼굴에 드리운 그늘 속에서 부들부들 떨며 빛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응시하려고 했다. 쇠사슬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사실 그거 생각했지만.... 원래 일상이랑 생각이랑 다르게 흘러가서 재밌는것 아니던가요...ㅋㅋㅋㅋ (널부렁) (악마날개는 제거할때 아프더라구요...)(?) 네 자각하기 좋아요... 이유는 나중에... (또 미루는 연호주) 네거티브 연호는 여기서 나올 확률이 적긴 해요. 아랑이 잘못 안했어요.... 아랑이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 안아주고 싶어요...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래도 연호주는 팔팔하니까 답레 올리고 잘거에요! 아랑주는 잘자요~ 좋은밤 좋은꿈!!
>>362 정확도 높아.. 어쩌다 매 보름마다 문하가 스스로를 기둥에 묶고 열쇠를 던져버리는지, 문하는 자기 이야기를 꺼려하긴 하지만 문하에게서 듣는 것도 불가능은 아냐. 그렇지만 정석적으로 들어보고 싶다면 트레이너에게서 어느 정도 들어볼 수 있고(새슬주의 희망 혹은 추후 전개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번 일상에서 만날 수도 있음), 문하네 아버지와 만나서 물어보면 전말을 다 들어볼 수 있어.
싸울 일이 없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가 생각나지 않을 일은 없어' 라는 대답이었다. 만약이라는 질문은 없었다. 이미 아랑과 연호는 서로에게 확실히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었으니까. '네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연호에게 있어 아랑은, 금아랑이라는 사람은 이미 마음속에서 연호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을만큼 커져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그늘속에 가려져있어서. 연호가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 응. 집에서 제대로 치료 했어. "
그는 병원보다는 혼자 하는 치료를 선호했다. 애초에 치료라고 해봤자 대충 소독이나 하고 상처를 내버려뒀겠지만, 이번엔 치료를 도와준 친구가 있었으니 조금 더 신경써서 밴드까지 붙인 것이다. 덕분에 밴드를 처음 붙인것 같은, 정갈하지 않고 덕지덕지 바르기만 한 티를 내버리긴 했지만.
" ..... "
멀어졌으면 좋겠냐, 가까워졌으면 좋겠냐. 그런것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그에게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는 속도를 조절한다는 선택지가 남아있을진 몰라도, 뒤로 물러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 가까워지고싶어. "
나지막히 속삭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손에 있는 온기를 잊지 않으려 살살 움직이는것이 느껴진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은 일말의 불안함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랑이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왔기에, 그 불안함을 잠시 잊을 수는 있었을테다.
아랑이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팔이 움직인다. 잡고있던 손을 스르륵 놓으면서, 전신으로 아랑을 감싸듯이 목에, 등에 양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 팔에는 조금씩, 그녀가 답답하지 않을 만큼 힘을 주어 꼬옥 하고 안았다. 계속해서 흘러들어오는 헤이즐넛 초콜릿 향이 그의 코를, 목을 간질였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눈을 감았다. 한쪽 손이 그녀의 머리에 닿아 아주아주 천천히, 아주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주려 했다.
파각. 손에 들린 것이 둔탁하게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 액정이라도 나간 것일 테지. 바닥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불빛이 조금 더 넓게 방 안을 비춘다. 그 가운데 마주하게 된 얼굴은, 분명히, 그렇지만, 아니야, 어떻게? 팟, 파팟. 팟. 애써 부정하며 묻었던 무언가가 다시 플래시 불빛처럼 머릿 속에 터진다. 어두운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새슬의 낯빛이 파리해진다. 발목을 묶은 것은 이제 온전한 두려움 뿐이었다. 식은땀. 눈물. 어쩌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데. 쌕쌕거리는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 아, 아. 울음 섞인 비명같은 신음과 함께 몸이 내던져지듯 앞으로 튕겨졌다.
“ㅡ잠깐, 잠깐만, 풀어, 줄, 음, 풀어줄게, 이, 이걸... 풀어, ㅡ..”
높낮이를 마구 넘나드는 불안정한 목소리. 무슨 말을 하는지 쉬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몸을 덜덜 떨면서, 새슬의 손이 쇠사슬을 움켜쥐었다. 철그렁. 차가운 금속의 촉감. 눈을 꾹 감았다 뜬다. 끝, 끝을 찾아. 새슬의 손 끝이 다급하게 쇠사슬을 훑으며 끝을 찾았다. 어디, 어, 어디야? 어디에, 흐윽, 어디.
사슬을 연결하는 자물쇠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극단적으로 시야가 좁아진 탓에, 자물쇠가 걸린 곳을 몇 번 정도 건너 뛰었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잡아당긴다. 캉, 캉, 열쇠 없는 자물쇠가 풀릴 리 없었지만, 집요하고 맹목적으로 한동안 그것은 반복된다. 잇새로 간혹 새어나오던 흐느낌은 어느새 울부짖음 비슷한 것이 되고. 왜, 안 열리지? 미친 듯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자물쇠를 달칵거린다. 이따금씩 콘크리트에 쓸리고 부딪힌 손 끝이 까짐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호흡만이 귓가에 어지럽게 흩어진다.
열쇠, 열쇠가 필요해. 겨우 자물쇠에서 벗어나 힘겹게 떠올린 해답. 새슬의 시선이 바쁘게 방 구석구석을 살핀다.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덩그러니 던져져 있는 무언가. 다급하게 그것을 주워 돌아왔다. 작은 열쇠. 제발, 제발, 이 열쇠가 맞는 열쇠이기를 무엇보다 바라며. 그러나 그것마저도 떨림 탓에 제대로 되지 않아 열쇠 끝이 구멍 근처를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제, 발..!”
악 다문 잇새로 흘러나오는 간절한 흐느낌. 자물쇠에 이어진 사슬로부터 느껴지는 진동이 잔인하다. 마침내 열쇠는 구멍에 들어맞고. 천천히 돌아간다.
이 패치라는 게 아직 안정적인 물건이 아니기에 종종 불량 사고가 난다고 한다. 두 가지의 약제성분이 들었는데, 두 성분 중 하나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분이라서 유효기간이 조금만 지나거나 배합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순식간에 분해되어 버려 패치의 효과가 격감한다고 했던가. 제작 과정에서 불량품을 최대한 거르고 걸러내도 불량품이 배급품 사이에 섞이기도 하고, 품질 검수 과정에서 패치가 못쓰게 되기도 하고, 운송 과정에서 패치가 못쓰게 되는 일도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럴 경우 양을 고용해서 해결한다고 들은 적도 있다. 내 사정을 들은 트레이너가 그걸 시도해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실패했다. 일종의 심리적 자기암시라고 해야 하나, 심리적 동조를 이루지 못한 양에게서는 억제작용이나 충전작용을 받을 수 없는 고약한 특이체질이라고. 능력의 부작용으로 증폭되는 부정적 감정이 양의 그것과 비슷한 이들 중 몇몇에게 발현되는 심리적 특이체질이라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거나, 형제자매이거나, 애인일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기대어봤자 안식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었다. 돈을 주고 도망친 곳에 구원은 없었다.
단 한 번 내 손으로 찾아낸 구원이 있었으나, 한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구원에도 한계는 있었고, 나는 나보다는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랐기에 이별을 납득하기로 했다. 그 이해심많은 친구를 위해 나는 그 아이를 기꺼이 떠나보냈고 그리고 뒤에 남겨졌다.
내가 붙인 패치가 불량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끝없는 허기와 온몸이 찌그러지는 것 같은 고독이 나를 좀먹기에, 나는 인간보다 굶주린 짐승에 가까운 무언가가 된다. 능력에 대한 통제권도 잃는다. 내 늑대 증상은 체감시간의 증폭. 다시 말해, 나는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에 허기와 고독을 안고 유배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두 달간의 유배. 60분의 1로, 혹은 더 느려질 수도 있는 시간 속에서 보내는 하룻밤. 한 번의 뒤척임이 몇 시간으로 늘어나고, 한 번의 흔들림에 쇠고랑이 팔을 한 번 파고드는 그 한 순간의 고통이 몇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그런 유배.
물론 고통스럽다. 그러나 나는 비명을 지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묶어야만 한다. 패치가 듣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으니까. 그 날의 멍청한 실책을 두 번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괜찮다. 익숙하다. 두 달 동안 어둠 속에 혼자 내버려지는 것은, 바깥으로 나가려고 날뛰는 몸뚱아리 위에 정신을 맥없이 얹어놓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풀어준 것처럼, 굳어진 채로 서서히 움직이던 내 몸이 풀렸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어. 이 단 냄새를 풍기고 있던 것은───── 너였구나.
"유새슬......"
하는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가 주춤주춤 물러선다. 저녁부터 내내 팽팽해서 이제 곧 끊어질 지경이 되어있던 쇠사슬이 느슨해져셔 땅바닥에 철그럭 소리와 함께 나동그라진다.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빨간 점 몇 개가 자국으로 남는다. 그러나 유새슬이 풀어줄게, 하고 말을 덜덜 떨며 그의 옆을 앞질러 그의 등뒤로 달려간다. 하는 떨리는 손을 새슬에게로 뻗었다.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널려있던 쇠사슬에 발이 걸려 한번 땅바닥에 우당탕 넘어졌다. 그러나 문하는 이를 악물며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짚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유새슬의 손끝이 정신없이 사슬마디 사이사이를 버릊기 시작했을 때, 유새슬의 어깨를 조심스레 끌어안는 것이 있었다. 유새슬의 손끝을 스치는 차가운 쇠사슬보다 더 단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 조금 더 따뜻한 게.
블리치의 등장인물 "자엘아폴로 그란츠" 의 최후는 독특한데, 주인공의 세력에 속해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쿠로츠치 마유리" 에게 단 1초라고 해도 무한에 가까운 억겁의 시간으로 느껴지게 하는 약을 강제로 투약당한 뒤에 마유리의 칼에 찔려서 죽어. 이때 마유리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에 자엘아폴로의 급소를 찔러 절명시켰지만, 자엘아폴로가 느낀 마유리의 칼이 몸에 닿기부터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 데까지 걸린 체감 시간은 수백 년이라고 해.
딸그랑. 손에 들었던 자물쇠와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풀려, 났, 나? 애초에 열쇠는 제대로 돌아갔을까.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힘겹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 한 탓에 정신이 부옇기만 하다. 아, 으, 양 팔을 쥐어뜯듯 감싸안으며 자세를 무너뜨렸다. 둥글게 말린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이기만 하다. 뒤늦게 콘크리트의 냉기와 탁한 공기가 맞닿은 맨실에 스며들어왔다. 소름끼치도록 익숙한. 힉ㅡ, 급하게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불안하게 진동한다.
“...잘못, 잘, 못... 잘못했, 어요.......”
이내 새슬이 몸을 부들거리며 강박적인 중얼거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꺼내 주세요, 잘못했어요, 착하게 굴게요. 하나같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애걸복걸하며 매달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빛 한점 들지 않는 방 안과, 바닥의 냉기가 소름끼치도록 비슷해서. 누가 봐도 새슬은 이성을 온전히 잃은 상태였다. 팔뚝을 쥔 손가락이 희어질 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불규칙한 호흡에 날카로운 흐느낌이 섞여들기 시작했을 때.
뭔가가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성의 끈을 놓쳐버린 가운데서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 더듬거리며 그것을 쥐었다. 채 잦아들지 않은 부들거림이 가득한 손이었지만. 제 이름을 부르는 환청이 들린 것 같기도 하다. .....하? 다급하게 소년의 얼굴을 찾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손 끝을 더듬거리며. 굳은 고개를 겨우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환상이라도 보는 것처럼 얼빠진 얼굴이 온통 눈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눈 앞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새슬의 손 끝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마에서부터 콧대, 눈꺼풀, 볼과 입술. 하나씩 확인해 갈 때마다 새슬의 얼굴이 무너지듯 울상이 되어 간다.
“.......문, 하.”
왈칵, 굵은 눈물방울을 흩뿌리며 달려들듯 소년을 끌어안는다.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목 놓아 울며, 계속해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하, 하. 문하, 하고. 목덜미를 꽉 끌어안고 그 어깨에 얼굴을 부벼 가면서.
수십 일을 견뎌야만 했을 굳어버린 시간이 갑자기 녹아내린 순간, 그 시선 끝에는 옹송그려 쭈그려앉은 새슬이 있었다. 자신이 짊어졌어야 할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발바닥이 통각 신호를 뇌로 올려보내고 있었지만 문하는 그것을 묵살했다. 차가운 한기가 발에 난 상처를 파고드는 것 같았지만 문하는 그것 역시 무시했다. 그는 굳은살투성이의 맨발이 방바닥에 붉은 선 몇 개씩을 남기는 것도 개의치 않고, 평소라면 꺼림칙하게 피했을 그 깎여나간 콘크리트 기둥을 향해 쇠사슬을 질질 끌며 달렸다.
너는 왜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핸드폰의 플래시라이트가 천장에 비치는 반사광은 이 달빛 한 쪽 들지 않는 관짝과 같은 방을 모두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둠 속을 뻗어간 새슬의 손끝에 질긴 가죽 같은 피부가 덮인 얼굴이 걸렸다. 갸름하고 강팍스런 턱선에 곧은 콧대까지, 새슬이 기억하는 얼굴대로였다. 그러나 그 얼굴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게 새슬의 손끝에 분명히 느껴졌다.
"나 여깄어."
네가 날 찾아서 여기까지 왔잖아. 하고 문하는 중얼거렸다. 문하는 이 관짝의 가장 깊은 곳까지 손길을 내뻗어주러 온 새슬을 품 안에 품어주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것 같지만 상관없다. 서로 끌어안는 순간, 차가운 관짝이라고 생각했던 이 지하실이 조그만 안식처가 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러니까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아팠다. 생생하게 아팠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시린 엉덩이가, 쓸려서 상처난 팔목과 발바닥이, 뒤로 과하게 잡아당겨진 어깨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기울어져 있던 몸뚱아리가 한순간 한순간, 과장되어 증폭되지 않고 생생하게 아팠다. 마치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그 끔찍한 유배에서 이제 자유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그래서 문하는 새슬을 끌어안고, 있는 대로 울었다. 서로가 마음속에 고여있던 슬픔을 어느 정도 털어내고 그걸 추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울음을 쏟아냈다. 그저 서로를 가만히 껴안고. 쓸쓸한 적막만이 감돌던 방 안이 아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눈물로 먹먹해진 정신에 알 수 없는 말이 스쳐 지났다. 분명히 알아듣지도 못 한 말이었는데, 왜 기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는지? 할 수 있는 만큼 소년의 품에 파고들듯이 고개를 묻는다. 통곡하던 두 사람의 소리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을 무렵.
“……나가자.”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가 잦은 떨림과 함께 속삭였다. 무서워, 하. 당장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제 눈 앞에서 지워지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있는 힘껏 눈을 꾹 감고서. 여전히 떨림을 주체하지 못 하는 힘 빠진 몸이었으나 감싸쥔 소년의 목덜미를 놓는 법은 없었다. 잠깐 놓으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정말로 큰일이 날 것처럼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정신을 놓는 한이 있어도 풀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나가게 해 줘.”
여기서. 다시 한 번 쏟아낸 속삭임. 이번에는 조금 더 흐느낌에 가까운 것이었다. 새슬이 잠시 파묻었던 고개를 들자, 어둠에 물든 녹색 눈동자가 갈구하는 빛을 띄고 소년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