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1) 신문에서 보았다! 1b) - 지한이는 명가의 일원이니 화엔 과거의 '자산가'에 대해 조금 안다? 2) 비슷한 시기에 각성한거 같으니, 같은 검사기관에서 본적있다! (화엔은 기억 못하겠지만요) 3) 한국에 갓 와 적응할때 만났다! 4) 룸메(?) 5) 혐관(?) 6) 등등..
사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가 없다. '액'이라는 것은 변덕스럽고 유동적이라고...생각하기에. 아직 예나에겐 '액' 그자체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경험에 따라서 그렇다고 추측했다. 상대방이 불행에 빠지지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예나와 관계되지않는 것이겠지. 그렇지않다면...뭐, 최대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가능한...멀 수록 좋아요."
최대한 떨어져달란 말을 완곡하게 표현해서 지한에게 전달한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 이런 부분에선 때론 불편함을 가지게 한다.
"그러면 이온 음료로."
운동을 하고나면 필요한 것은 이온 음료. 기본 상식이다. 훈련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운동이니까. 그리고...지한은 무언가 혼잣말을 말하는 듯 했다. 그건 정말 작게 중얼거리는 것이였지만, 조그만한 소음조차 일어나지않는 지금은 예나에게도 들리기에 충분했었다. 어째서 남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남을 어떻게 제압할지 분석하고 있는가... 조금 신경쓰이지만, 훈련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특별반에 같이 있는 이상. 예나와 관계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된다면 그것도 애매하지요. 최대한 멀리라는 말에 가장 멀리이자 가장 가까운 건 한예나 씨의 등 뒤가 아닐까요? 라는 농담을 해봅니다. 그건 그렇잖아요?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등 뒤면 지구 한 바퀴니까요? 그렇게 인식한다면? 그렇지만 얌전히 멀리 떨어집니다.
"이온 음료.." 고개를 끄덕이며 지한이 조금 더 멀어져서 이온음료 하나를 뽑습니다. 행운의 한 개 더 당첨은 없었을 겁니다. 예나가 뽑으면 하나 더! 의 행운은 있지만 자판기가 고장나서 와르르르 일지도 모르지요?
'균형이 잘 잡혀 있네요.' 생각을 하며 턱을 괴고 바라봅니다. 이온 음료는 던져주면 되나요? 라고 묻습니다. 직접 다가가서 주는 건 꺼릴 것이라 생각한 지한의 타협안입니까?
존심 상한다니 지한이 귀여워ㅋㅋㅋㅋㅋ 약간은 막 집 나왔을때 납치? 위기에 걸린 지한이를 보고 생각없이 뛰어들다가 납치법들을 손수 묵사발로 만드는 지한의 모습에 머쓱해하는 화엔도 상상했지만요!
그러면 같은 아르바이트 하던가, 같은 의뢰를 해서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알바를 생각하면, 악덕 고용주에 걸려 자꾸 급료를 받지 못하는 걸 묵묵히 받아들이는 화엔이 자꾸 생각나지만요ㅋㅋㅋㅋ 화엔은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약해니깐, 겉으로는 작고 연약해보이는 지한을 많이 신경써주려고 했을수도 있을꺼 같아요. 싸우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은 살포시 접겠지만요ㅋㅋ 그러고보니 의념 속성이 상극이기도 하네요 둘이!
좋네요! 신문에는 화엔의 얼굴이 땋하고 나온 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역따라 신문에 사진이 안 나왔을수도 있겠네요. 후에 기억낼수도 있다면 재밌겠어요.
그러면 지한이가 싸우는 것은 아직 못 봤을테니, 연약하다고 오해하고 있을꺼 같아요. 집안일을 다 전담하려고 할꺼 같고, 보통 습관대로 뭐든지 해줄려고 하는 것에 더해서, 병아리처럼 따라 다닐려고 시도할수도 있겠네요.ㅋㅋ 함께 특별반 합격 했을때에 함꼐 작은 축하 파티라도 열었을까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던진 이온 음료를 받는다. 상대방쪽에서 거리를 두는 것에 맞춰준다면 이쪽도 편하다. 자판기에 예나가 자판기에 음료를 뽑으면 두개가 나오거나 하겠지만, 근처에 있던 사람이 그 다음으로 뽑으면 자판기가 고장나서 나오질 않거나 하겠지. 아마 예나보다 먼저 자판기를 작동시켰어도 같았을 것이다. ...이정도로 사소한 일에서만 불행을 일으키면 좋겠지만 말이다.
훈련은 이쯤 하도록 하자.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는 것도 좋지않다. 예나는 철선을 집어넣고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물론, 지한에 대한 인사를 빼먹지않고.
"사주신 음료 값은, 나중에 갚을테니까요...그렇지않으면 제가 불편해요."
그러곤 작별을 하려다, 문득 예나는 생각했다. 만약...지금처럼, 꼭 신지한이 아니더라도 특별반에 모두가 자신에게 다가오려한다면... 자신에 체질에 대한 것을, 말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는 동네 마트. 모두가 퇴근하는 저녁시간이라 한창 붐비는 중이었다. 그 인해에 냉동시품 코너에 딱딱히 굳어있는 하나의 소녀. 키도 멀대같이 크고, 백발에 이국적인 생김새의 화엔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고, 그런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슬금슬금 피했지만, 괘념치 않는 다는 듯,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부들부들. 얼핏보면 똑같은 무표정의 화엔. 허나 동공은 작은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속은 대공황상태.
이 이유를 알고 싶다면 그녀의 손을 살펴보자. 주름하나 없는 복장과 손안에 들린 낡은 장바구니의 조합은 워낙 어색했고, 그 장바구니에 담긴 반절은 다 프로틴바 라는 것은 더더욱 어색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쪽이 아니었다. 떨리는 두 눈은 다른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향하고 있었다.
'붕어싸X코'
모두에게 친숙한 붕어모양의 아이스크림. 하지만 화엔에게는 달랐다. 거대한 컬쳐쇼크에 굳은 몸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스크림은.... 얼린 붕어도 아이스크림이라 불리는 것이었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얼린 생선은 그저 생선이 아닌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 아니었나...? 크나 큰 충격에 쩍 굳어 있는 화엔. 뒤에 다가오는 인영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동네마트의 전단지가 문에 붙는 일은 의념시대 이전에도, 의념시대 이후에도 있는 법입니다. 지한과 화엔이 이 동네 마트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여기가 여러 전단지를 비교했을 때 싼 게 있어서였지요(물론 다른 마트에서 싼 게 여기서 비쌀 수 있지만 그건 거기에 가서 사는 거고요)
"..." 카트를 끄는 지한은 무겁고 녹지 않는 종류부터 담았을 겁니다. 예를 들면 쌀 같은 거요. 진짜 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냉장류. 마지막으로 냉동류를 산 다음 계산해야겠다는 플랜이 있었는데.. 화엔 씨도 여기로 오겠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같이 들면 별로 무겁지도 않겠다는 뿌듯함이 조금 있습니다.
"화엔 씨?" 그리고 냉동식품 코너에서 굳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하는표정을 띄우고는 왜 그런 것인가. 싶어 톡톡 건드려보려 합니다. 아마 붕어싸x코를 보면 그거 아이스크림이네요. 라고 말할 거지만.. 하고 있는 오해를 모르는 지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