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훈련을 하는 것도 좋지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한 또한 훈련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지 않던가. 장~단기적 목표로 스킬의 랭크를 올리는 것이 있으니까. 그리고는 긴 침묵에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용무가 끝났다면. 이라는 일견 축객령으로도 들리는 것을 들어서 그런 걸까요?
"혹시 구경하는 것도 안 되나요?" 조금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쩐지 꺼리는 듯하는 게 보이지만. 지한은 조금 성격이 나쁜 모양입니다. 구경하고 싶다는 듯 바라봅니다. 대련같은 건 안 되겠지만. 간단하게 구경한다고 해서 시간이 무리인 것도 아니고.
"혼자가 편하시다면 정 어쩔 수 없지만." 팀을 이루어 가는 경우도 있을 거니까요. 라고 말해봅니다.
조금 곤란한 듯한 눈치. 망설이다 예나는 체념한듯 했다. 혼자가 편하다. 그렇지만, 딱히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건 아니였다. 그저 피하는 것이니까, 어느쪽이냐면...마음 한 구석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되도록 거리를 둬주세요."
그렇기에 예나는 이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가 같이 있는 것을 허락해버렸다. 어째서 거리를 둬야되냐에 대해선, 설명하지않았다.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체질에 대해서 애기하면, 여러모로 자신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게 연민이든, 두려움이든간에 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였다. ...사람이 늘어나도,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달라지지않는다.
에이론의 말에 핏기가 가셔, 미묘하게 혈색이 창백해진다. 치정싸움... 이라 중얼거리며 입가를 더듬는 화엔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명백히 걱정을 담은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보여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절로 떠올리는 중이었다. 분명 한 여자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자르고 보트로 세계여행을 하는 엔딩..... 식은땀이 흐른다. 화엔은 목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세계여행은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학교가야 하니까...!
그런 생각에 빠지다가 에이론의 농담이라는 말에야 드디어 진정한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놓아도, 조금의 원망이 담긴 눈으로 에이론의 짖궃은 미소를 바라본다.
"겁줄 필요는 없지 않는가."
소리내어 투덜거리면서도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면, 아마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않았나 보다.
그러면서도 에이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깊은 생각에 빠지듯, 조금은 씁쓸한듯. 그 이유가 무엇이라도, 에이론의 말을 한 참을 곱씹고 나서야 두 입술은 다시 떨어진다. 작은 숨소리를 내뱉는 것이, 한숨인지 웃음소리, 그 둘다 인지 확실치 않다.
"...에이론, 너는 가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하지."
에이론의 말의 의중을 찾지 못하겠다. 그가 말하는 미래란 무엇일까?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내게 도움되는 선택이란 무엇일까? 에이론은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었고,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그 두 뿐이었고, 그에 따라 화엔의 시선이 내려간다.
"네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언제나 말해왔듯이. 모르는 자가 들으면 그저 그 뿐인 말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둘은 이 말의 무게를 알았다. 원하기만 하면 '명령'을 하면 된다. 화엔의 뼈 깊이 각인된 본능이었고, 마음 한구석에 잠재된 의문은 어째서 그런 그녀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허나 에이론은 처음부터 그랬다. 「해라」, 가 아닌, 「좋겠다」. 명령이다, 가 아닌, 널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뭐라고 할까..."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좋은 친구가 아니게 될리가 없다. 너는 영원히,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선택하고 싶다. 나야 말로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일텐데, 나는... 이런 저런 마음이 화엔의 가슴속에 있을테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특정하고 알아채지 못하는 화엔은, 그저 의문만을 출력한다. 흐음, 하고 작게 신음을 흘리는.
"들어주고 싶지 않는 너의 부탁은 처음이다, 에이론," 이라는, 똑같이 덤덤한 답을 내게 하는 것이다.
좋은 친구라는 게 뭔지 모른다. 나에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도 무엇인지 모르고, 에이론이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에이론이 그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는 듯이 얘기하는 게 조금 우습기도 했다. 굳히 말한다면, 자신이야 말로 에이론에게 계속 친구로 남아달라고 사정해도 부족했으니.
그런 생각에 걸음거리를 잠시 멈추고, 에이론의 눈을 지긋히 바라보는 화엔. 아무런 말도 내지 않고, 그 두 자색의 눈을 뇌내에 각인하듯히.
진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답레만 드랍하고 바로 사라지기는 화엔주에엽!! 한 두세시간 후에 다시 올듯!o(*^▽^*)┛
1) 신문에서 보았다! 1b) - 지한이는 명가의 일원이니 화엔 과거의 '자산가'에 대해 조금 안다? 2) 비슷한 시기에 각성한거 같으니, 같은 검사기관에서 본적있다! (화엔은 기억 못하겠지만요) 3) 한국에 갓 와 적응할때 만났다! 4) 룸메(?) 5) 혐관(?) 6)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