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의념속성은 좀 더 폭이 넓은 상시 사용 느낌이고 기술은 거기서 특화된거지. 초능력을 예시로 들면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가 불을 만들고 사용하는건 얼마든지 자유롭지만 거기서 다른 운용(불로 방패를 만든다거나 불을 빨아들여 구슬 형태로 압축, 폭발시킨다거나)는 행동이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쓰는걸 기술. 외에 자기가 즉석에서 적당히 효과를 노리고 쓰는게 응용임. ㅇㅋ?
해는 이미 지고 북적이는 거리도 고요해지고 학교에서도 인적이 드물게되는 밤. 그런 시간에 예나는 어째서 수련실에 있는가...아니, 보면 수련을 하러온 것은 알 수 있다. 그럼 왜 아침이나 점심이 아닌 '밤'을 택했는가...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시간대가 가장 집중하기 좋은 때이니, 혼자뿐인 장소에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은 소음이 없어 쉬운 일이었다. 라고 해도, 시간이 시간이니 격한 훈련은 하지않겠지만,
"휘두르는 때는 좀 더 이렇게...음, 조금 힘의 방향이 잘 못 됬으려나."
손에 연습용 '철선'을 들고 동작을 취한다. 생김새는 평범한 부채지만, 재질은 금속이기에 보이는 것보다 무게가 있다. 게다가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서 동작의 다양성도 많아지니, 이 부분은 끊임없는 반복 동작으로 몸에 익을 때까지 할 수밖에 없다. 펼치면, 날이 선 부분으로 휘두르고, 접으면, 찌르기를 하거나 둔기처럼 때리는 느낌.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세심한 힘의 방향을 넣어준다. 그저 온 힘을 실어 철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맞춰서 다르게 힘을 실은다. 그러한 것을 계속 반복. 그러한 모습이 마치 칼춤...아니, 부채 춤? 어느쪽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놓아두고 왔네요." 그냥 내일 찾을까 아니면... 아직 시간이 너무 늦은 건 아니니까..
"좋아요. 그럼." 지한이 밤의 수련실에 들어오게 된 계기라. 사실 저녁즈음에 나서면서 놓아두고 온 것이 생각나서였습니다. 내일 가지러 와도 되지만 지한의 찜찜함은 그것을 가지러 수련실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철선을 가지고 칼춤이나 부채춤을 추는 것 같은 감상을 느끼긴 했지만 본인이 놓아두고 간 물건은 저 사람(한예나나 화엔 둘 중 하나의 이름일 게 분명하다)을 지나쳐야 가지러 갈 수 있으니.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말은 하지 않으며 인기척을 살짝 내려 합니다. 놀라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건 기우겠죠? 라는 생각을 합니다.
"ㅎㅘㄴ..ㅇ..ㄴ" 씨죠? 라고 말합니다. 교묘하게 자음 외에는 말이 잘 안들리게 말하다니. 화엔과 한예나를 동시에 발음한 것 같은 묘한 발음입니다.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소음에는 민감해지기때매 조금의 인기척조차 신경쓰게 된다. 그래. 지금처럼...이 시간대에 사람이?
"...한예나에요. 신지한씨."
뭐어, 구면이지만 단 둘이서 대화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이름을 외우지 못해도 별로 실례되지 않는다. 예나가 지한의 성함을 기억한 것은, 그저 같은 클래스메이트니, 이름을 외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뿐.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은 상대방에겐 작든 크든 의미깊게 다가온다고 한다. 개인차야 있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사소한 배려조차 신경쓴다.
어쨌든...신지한이 수련실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예나를 지나치고 가려했으니 그곳에 무언가 있는걸까?
예나의 예민해짐이 자신을 알아차리긴 했으나. 그것에 큰 관심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알아차렸을 때 화를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드물겠지요?
"네. 그렇군요. 한예나 씨." 고개를 끄덕입니다. 클래스메이트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같은 반이 친구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에 충실하게 구는 걸까요?
"이걸 두고 갔거든요." 예나가 왔을 때 곱게 접혀 있는 노트와 목걸이를 들어올리며 예나의 무슨 일로라는 물음에 답합니다. 노트의 겉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으니 모를 만도 했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지금 지한의 머리카락은 반묶음이 아니라 목덜미가 드러나게 올려묶은 모양입니다. 목걸이를 고개를 숙이고 채웁니다. 심플한 목걸입니다.
"한예나 씨는 훈련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아까도 부채춤인 듯 칼춤인 듯한 것을 하고 계셨으니까요. 라는 말은 없지만. 손에 들려있을 철선을 바라봅니다.
훈련을 하고 있었다.까진 이미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말했으니 말할 필요 없다. 그 말을 끝으로 예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않는다. 인적이 드문 곳을 선호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고싶지않은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속에는, 자신이 있으면 주변이 불행해지니까라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특히 치안이 조금 느슨해지는 밤에. 단 둘이서 있는 것은....예나에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 용무가 끝나셨으면 가보시는게...저, 훈련에 집중하고싶은지라,"
그렇기에 일부러 다른 핑계를 대며 초조함을 감추려하면서 신지한을 돌려보내려한다. 훈련에 집중하고 싶다는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