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몰아가는 것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괜찮다. 결국 그런 대답들은 비열한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은 때때로 평소라면 못할 용기를 주지만, 그 용기가 비방받는 순간 사람은 간단히 도망갈 마음을 가져버리곤 한다. 용기가 꺼지고 나면, 비난을 감당할 마음따윈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그런 용기조차 가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행동할 뿐.
한 번의 타격이 아닌 수 번의 타격을 통해 한쪽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아직도 버티고 있는 명진에 상당히 대단하다는 듯한 생각을 해봅니다. 지한이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서?
"대단하네요.." 그러다가 갑자기 추진력을 얻어 달려들듯 어퍼컷을 날리려 하자. 방어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방어 혹은 회피 중에선 지금 상황에서는 회피가 우수합니다. 신속을 강화해 공격을 회피하려 시도합니다!
"저도 명진 씨도 이번이 마지막이네요!" "후회 없이 확 부딪혀야 합니다. 1회차와 2회차는 허무했지만 나름 팽팽하게 이어진 것은 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의념을 사용해서 그런 걸까요? 어퍼컷을 방어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공격을 시도하겠네요. 어퍼컷을 날렸기에 놓인 창으로 돌파하는 것처럼 찌르려 하는 걸까요? 음. 이번 공격을 마지막으로 힘이 빠지겠지만.
5회차 방어 .dice 1 100. = 12 34 미만일 시 공격 불가능. 5회차 공격 .dice 1 100. = 66
"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이건 어려운 난이도가 아니라서 너도 조금 익숙해지면 금방 할 수 있을거야! "
진짜 어려운 노래들은.. 정말 눈으로 볼 수가 없어서 외워서 쳐야 한다고 들었다. 물론 난 무리. 그 정도로 리듬게임을 좋아하진 않아서, 간단히 즐기는 정도니까.
" 예를들어 여기 이 노래는.. "
그렇게 말하며 별이 굉장히 많이 붙은, 굉장히 빠른 템포의 노래를 하나 골랐다. 화면을 지나가는게 아니라 가득 채워버린 노트들, 게다가 하나 하나를 쳐야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중간중간 특수한 노트들이 나와 헷갈림을 더하는... 나름 열심히 북채를 놀렸지만 도저히 역부족. 금방 게임오버 당하고 말았다.
" 이런 느낌.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다니까.. 이런걸 어떻게 치는 건지. "
물론 의념으로 신속을 강화한다면 쉽게 클리어 할 수 있겠지만, 게임 하는데 의념을 쓰면 무슨 재미로 하겠냐는 말이지.
"아아 벤티사이즈 하나와 소금우유 다쿠아즈 둘로요." 카페에서 지한은 커피를 시켰습니다. 아무리 아직 1월이라고는 하지만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쓴 맛이 좀 올라오는 느낌이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는 거기에 더불어 소금우유 맛 필링이 들어간 다쿠아즈를 두 개 시키고는 적당히 널찍한 자리에서 노트에 뭔가 적고 있었습니다. 신변잡기용은 아니고. 수업이 진행될 때 알게 된 것들이나. 스스로의 자세를 고치는 것일까요?
"이건... 이거네요." 카페인과 함께 분위기 좋은 카페의 음악이 어우러졌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리가 남지 않은 건 안타까운 일이었을까요? 누군가가 합석제안을 한다면 사람을 보고 이야기할텐데..
한손에 카페에서 맛볼수 있는, 사실 흔하디 흔한 복숭아맛 아이스티를 든 그가 주변을 둘러봅니다. 정수는 분위기 좋아하는 카페를 선호하는 타입도 아니고, 카페인을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지만, 이렇게 꼭 테이크 아웃을 안하고 굳이 컵을 들고 안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진찍어서 단톡방에 자랑하려구요. 물론 다들 무시하겠지만요
결국 오늘도 헛탕치고 돌아가는구나 싶은 순간, 구원의 빛이 내려왔습니다. 마도 일본에는 거미줄을 타고 지옥에서 빠져나온 이야기가 있다죠? 아마 그런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굳이 따지자면 검은색이 훨씬 많은걸요." 그냥 지한이라고 이름만 부르면 될 걸 왜 별명을 부르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가을 품기는 했지만 평이한 어조로 말하다가 윈드밀 그랜절에 응?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오만한 표정도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에 영향을 줬지만..
"여기서 하면 저 엄청 유명세 타버릴지도 모르는데요?" 애초에 카페 내에서 하면 쫓겨날 거에요. 라고 생각합니다. 윈드밀은 알고 그랜절도 아는데 윈드밀 그랜절은 또 뭔가 싶은 듯 바라보다가 앉아버린 것에
"아. 치사하네요." 라고 하지만 바로 일어나라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는 관대하게 할 생각이었던 걸지도. 그러면 25gp짜리 휘낭시에 하나 사주시면 앉게 해드리죠. 라는 농담을 건넵니다. 윈드밀 그랜절은 필요없고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요.
"그거 하다가 목뼈 나가도 전 병원비 안 드릴 테니까요?" 오롯이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그리고 25gp짜리 휘낭시에면 너무 더럽게 먹거나 음료를 쏟아서 노트를 망치지 않는 이상 관대하게 보아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일단 25gp의 휘낭시에는 윈드밀그랜절의 목뼈부상의 위험의 병원비지출을 대비해 제 지갑의 돈을 지켜주고요." 제가 동영상에 나와서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지며 '카페 진상갑질녀'라고 퍼지지 않게되니까요. 라는 농담같은 말을 하고는 기본 버터 휘낭시에 하나를 사오라고 하네요.
"입학이요?" 특별반에 관한 걸 묻는 정수에게. 그럭저럭이네요. 라고 말하는 지한은 당신은 어떤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 아니면 잘 지내지 못할 일이라도 있었는지.
화엔의 말에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걱정스러운 목소리에서 그녀의 지금 반응이 연기는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까. 순진한 내 친구는, 아무래도 놀리는 것에 별로 경험이 많지 않았으니까.
" 큰일날 걸. 화엔을 두고 치정싸움을 하다 화엔이 칼에 맞을지도 몰라. "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재미있어 키득키득 웃을 뿐 잠시동안 침묵하며 화엔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이스보트 엔딩이겠지만... 그걸 실제로 믿게 해도 곤란하니까. 살짝 화엔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려고 시도하며, "농담이야." 하고 짓궂게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 볼 빨개졌네. "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경우에서, 그리고 화엔의 경우에서 얻은 경험에 따르면, 저 목소리는 아마... 기쁜 것이겠지. 라고 추측할 수 있었을까. 또한 잘 보이지 않지만 뺨이 살짝 불그스름해진 것을 보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생각이었지.
단언인지 약속인지, 어쩌면 그 둘 다인지. 덤덤한 말투에 에이론은 잠시 무표정하게 화엔을 바라볼 뿐이었을까.
"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넌 지금보다 더 달라지고, 좋은 쪽으로 바뀌겠지. 그 때도 내가 네게 좋은 친구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
자신은 현재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생각에, 그는 이미 성장을 끝마쳤으니까. 하지만 화엔은 아니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이 바뀌겠지. 그리고 그런 때가 오면...
" 만약 그런 때가 오면 그땐, 내가 아닌 다른 것을, 네게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하면 좋겠다. "
꽤나 덤덤한 말투에, 건조한 표정이었을까. 그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친구가, 가족이 하면 좋겠다 생각하는 작은 소망.
그는 그녀처럼 눈을 감고 기억에 집중한다. 그녀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주로 좋은 쪽으로. 이러한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길, 그리고 그녀가 행복하길 바랬다. 비록 그는 가족이었지만 언젠간 서로를 더이상 이끌어주지 못 할지도 몰랐으니까. 신앙에 얽매인 그와 이제 막 변화를 시작한 화엔의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런 때는 최대한 늦게 오면 좋겠군. "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고, 바위가 되어주고, 의지하는 그 관계가 조금이라도 더 지속되길 바라며, 그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화엔에게 고맙다. 하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 근거가 없다는 말에 매우 신뢰가 떨어진 듯한 표정으로 정수를 바라보다가 얌전히 사온 것에 하나 남은 다쿠아즈 대신 그걸 먹으며 아아와 어울리는 듯 눈을 감고 음미합니다.
"입학한 것은 그냥 다른 학교랑 비슷하겠죠." 하지만 특별반에 대한 인식이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라고 덤덤히 훈령장을 경험하며 본 것들을 말해봅니다. 특별반에 대한 질시는 그들이 연약해서인가. 아니면 향상심의 실종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정수의 오라버니라는 말에.
"오라버니요? 나이가 몇이길래요." 오라비가 더 어울리겠다는 말을 하며 저는 19살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나이쪽은 허물없이 어울리는 편이라 이제와서 누나취급을 원할 리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누나라는 그런 건 좀 생각할 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