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사정 설명 - 낮에 온갖 거 먹어대던 친구가 현재 숙소 변기와 하나가 되어버림. - 지금 토하고 난리가 나버림. 그런데 이거 수습할 사람이 나밖에 없네? - 저기요 친구님 일단 병원을 가야.. 게웨에에엑 - 하 이 상황에 진행을 한다고? 진행이 아니라 재회가 되버릴 판이군. - 현재.
게이트가 생긴 이후로 이 세상에 절대란 없다. 말 그대로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솟아오르는 재난조차 당연스레 벌어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소년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조용히 웃어 보였다.
"응. 좋아."
그 옅은 웃음에 이끌린 듯 소녀 역시 빙긋이 웃고 에이론이 꺼낸 단말기의 화면을 보며 연락처를 입력해 넣었다. 에이론이라는 세 글자 뒤로, 조심스럽게 두 글자가 더 따라붙는다. 친구. 그렇게 꼭 다섯 글자를 써서 소년을 기록한 소녀가 곧바로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건 게 내 번호야. 나중에 전화하면... 바로 받기는 어려워. 그래도 연락하면 꼭 답장할게."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3087/404 늦은 답레 죄송합니다. 막레나 막레 바로 직전이 될까요?
>>38 위험도가 현저히 낮다 판명되었음에도 아직까지 게이트가 닫히지 않았다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이동이나 탐사, 자원 채취를 위한 게이트가 아닌 이상에야 특별히 이득을 취할 것도 없는 이런 게이트에 관심을 가질 이는 드물뿐더러 곰이나 멧돼지 같은 동물형 몬스터는,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라임에겐 그다지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게이트 클로징을 위한 의뢰가 들어왔다는 것은 무언가 밝혀내거나 토벌해야만 할 존재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림자가 길어지고 하늘이 남색으로 물들어갈 무렵, 언덕 위에서 초목이 울창한 산야를 내려다보는 라임의 눈에 반짝이는 노란 불빛과 함께 실처럼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들어온다. 그 불씨에 반응하듯, 미세하게 지축이 울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온 숲의 나무들이 빈센트가 불을 피운 자리를 가리키듯 스산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라임은, 그제서야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나무 혹은 땅 전체, 불을 싫어하는 무언가. 불이 날 일 없던 고요한 숲이라서, 그곳에 사는 주민인 몬스터들에게 아무리 사정을 물어도 게이트가 열려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던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보스라면, 절대로, 일개 헌터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어서 게이트를 빠져나가 가디언 협회에 알리던,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그러기 전에, 저 불을 피운 이부터 구해야.. 아니, 불부터 꺼야겠지.
라임은 전력으로 달렸다. 마른 장작을 무대 삼아 노란 치마를 흩날리는 불꽃을 향해서. 지축의 흔들림은 점점 거세져만 가서 지진이라도 난 듯이 땅을 울리기 시작했고, 불앞에 앉은 이도 지금이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했겠지. 마침내 저 앞에 밝은 불빛과 함께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 당장 불 꺼!"
풀숲을 헤치며 우다닥 달려오는 소음과 함께, "불 끄라고!" 하는 다급한 외침이 빈센트의 귀에 들려온다.
땅이 흔들렸다. 땅이 화가 났다. 빈센트는 그저 지진이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진도는 리히터 규모를 따르면 진도 3 정도의 가벼운 지진이 계속 일어날 뿐, 빈센트를 위협할 수 없다. 설령 지진이 더 심하게 나더라도, 이곳은 숲일 뿐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산도 아니고, 아예 땅이 갈라지는 수준이 아니면 빈센트를 위협할 수 없었기에, 빈센트는 천하태평하게 불을 더 크게 피웠다.
"아름답군."
빈센트는 엷은 미소를 띄웠다. 불이라! 세상에 불만큼 아름답게 생겼고, 불만큼 아름답게 사는 것도 없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잔혹한 현상을 만들어내고는, 더 이상 탈 것이 없어지면 잔불과 숯이라는 유산을 잿더미 속에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지니까. 빈센트는 그런 삶을 원했다. 불꽃이 되기를 원했다. 만약 이곳이, 다른 이들도 있는 게이트가 아니라면, 게이트 클로징 전에 이 숲 전체가 불타는 광경을 보고 웃으면서 돌아갔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달려왔다.
'야! 당장 불 꺼!'
"...무슨 일이시죠?"
빈센트는 불을 향해 손을 뻗고, 손을 휘저어 불로 ? 물음표 표시를 만들어서 그 사람 앞에 띄웠다. 케이프를 뒤집어쓴 소녀를 본 빈센트는, 불쇼라도 보여줘야 하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