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시작은 지긋한 대화로 시작한다. 세상에 어느 학생들이건 다 그렇겠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장차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에 대해서 누구든 관심을 가지지 아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보통 학교의 경우 학기말이었는데 아카데미의 1학년의 시작부터 상담을 시작한다는 것이 특이하였다. 요컨대 소녀는 일종의 진로 상담을 받으러 가고 있는 길이었다. 무슨 상담을 하게 될지, 어떤 교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소녀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만일 교관을 만나게 된다면, 이리 말하며 잔잔히 웃어보였을 것이다.
그녀에겐, 조금 그리운 울림.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전에 퇴학을 했었으니까, 이곳에 오게된 경위야 어쨌든 학교라는 것은 생소하진 않지만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유야 단체활동을 하지않은지는 예나에겐 꽤나 긴 시간이 되었던지라 익숙하지않았다. ...어느쪽이냐면, 그래. 세간에서 말하는 "아싸"...라고 말하는 건 조금 심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
'그렇지만 미리내고...게다가 특별반이였었지."
아마도 어렴풋이나는 기억을 생각해도 일반적인 학교와는 많이 다르겠지. 거기에 '특별반'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만큼...아니, 그 이상으로 좋든 나쁘든 개성적인 학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조금 안심하게될까라고 생각하며 조금 쓴 웃음을 짓는 예나였다.
해가 바뀌고 나서부터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열흘이 십 년처럼 느리게 흘러갔었는데. 1월은 겨울의 중간이지만, 시작의 겨울이라는 조금 낯간지러운 감상이 떠오른다. 자그마한 구름을 만들며 몽실하게 흩어지는 추운 입김마저 기분이 좋아. 이제부터 날 이끌어줄 교관님은 어떤 사람일까. 사전에 일러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379 느릿하게, 여유를 가지고 에이론은 천천히 학교 내부를 둘러봅니다. 헌터 양성화 고등학교라는 이미지, 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이미지 때문인지 학교에는 정체 모를 활기가 낮게 깔려 있습니다.
단지 특별반과 일반반의 분위기는, 격차가 있었지만요.
길을 잠시 헤매긴 했지만 에이론은 특별반 교관실. 이란 이름이 붙은 교실을 찾아냅니다. 가벼운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봅니다.
"어디 보자.."
교관실 안에는 한 남자가 긴 검을 쥔 채, 검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외모는 꽤 앳된 티가 남아있고, 채도 낮은 머리카락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무시하고도 남을 만한 거대한 의념의 흐름이 선명히 퍼지고 있습니다.
"그쪽 이름이. 에이론이었나?"
남자는 검을 내려놓고 에이론을 바라봅니다.
"뭐. 피차 편히 가자고 하고 싶지만 일단은 나도 여기 스카우트된 입장이라서 말야."
소름돋는 예기를 풍기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남자는 나른한 듯 의자에 기대어 에이론을 올려봅니다.
"일단 앉아. 목아프니까."
>>381 태식은 어찌저찌 특별반 교관실로 향합니다. 이따금 지나는 학생들이 얼굴을 찌푸리곤 하고, 몇몇 학생들은 익숙한 듯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특별반 교관실을 찾은 태식은 교관실의 문을 열어젖힙니다. 안에 있는 것은, 지독히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입니다. 선홍빛의 피를 닮은 듯 보이는 머리카락과, 상대를 내려보는 듯한 눈동자. 그 눈이 천천히 명진을 주시하기 시작하자 태식은 기분 나쁜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마치.. 아내를 잃고, 게이트를 떠돌며 경험을 쌓던 시절에 만났던. 이 감각은 지독히 몬스터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어라."
여인은 미소를 피워내어, 명진을 바라봅니다.
"우리 아카데미 내부에선 금연이랍니다. 이번은 처음이니 넘어가겠지만 한 번 더 교칙을 어기면. 이 교관님. 무서워질지도 몰라요?"
>>383 멀지 않은 걸음을 걸어, 곧 명진은 교관실의 문을 열어젖힙니다.나른한 표정으로 검코등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교관은 명진을 맞이합니다.
>>384 지각으로라도 도착했으니 된 것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입니다.
" 일단.. 하나만 얘기해두도록 할까. "
남자는 꾹꾹 눌러둔 의념을 풍기며 정수를 바라봅니다.
" 첫번째로 난 가디언 출신이야. 그러다 보니 시간 개념에 깐깐할 수밖에 없지. 두번째로 늦었으면 능청부릴 게 아니라 진지하게 사과를 하는 게 맞다. 세번째로 각막에 삽입된 헌팅 네트워크에는 GPS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
남자는 눈을 툭툭 두드리며 정수를 바라봅니다.
" 지금은 기능이 익숙하지 않은 듯 보이니 넘어가도록 하지. 좋아. 앉아. "
>>385 태호는 교관을 찾아갑니다. 꽤 나른한 표정으로 천천히 마약의자에 잡아먹히고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앉은 건지, 아니면 베개가 사람을 안은 건지 구분이 잘 가지 않네요.
" 어.. 왔구나.. "
교관은 매우 푹신한 표정으로 태호를 바라봅니다.
" 하나 더 있는데.. 너도 앉아서 얘기할래? "
>>387 웨이는 기합을 꽉 주고 교관을 찾아갑니다. 교관실 문 앞에 서서, 문을 잡는 순간. 웨이는 알 수 없는 감각에 문에서 순간 손을 떼어버립니다.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손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감각입니다. 마치 간단히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강자를 마주할 때의 감각입니다.
" 문 앞에만 있을건가요? "
살짝 높은 톤의 미성이 문 안에서 들려옵니다. 꺼림칙하지만 웨이는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갑니다. 선홍을 닮은, 여인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웨이를 바라봅니다.
" 아무리 그래도.. 교관을 괴물 취급하면, 이 교관님 슬프답니다? "
손으로 흑흑, 하고 눈물을 닦는 척 하지만 웨이의 감각은 선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 가증스러울 만큼 연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