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디언과 헌터의 재능차라는게 뼈아프게 느껴질 법한 가장 큰 비교수단이 있는데. 너희는 지금 20레벨이면 대부분 작은 길드의 길드장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거든? 근데 가디언은 후보생 단계에서 최소 40을 달성하니까,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어. 물론 시트를 내고 캐릭터가 만들어진 순간 너희한텐 내가 붙어있으니 성장 리미트 해제! 같은 일이긴 하겠지만.
>>718 특별반 시험 굉장해! 게이트에 대한 지식 시험에 통과하다니 태호야 너 가디언이 되고싶다는 꿈에 진심이었구나.. >>719 (깊은 고민에 빠진 포즈) 그럼 포스터로 합시다 (협상 타결) >>720 재능 차이가 절대적이군요.. 하지만 태호 뒤에는 이제 캡틴이 있으니까! 열심히 성장해서 어릴 적 태호에게 찾아오지 않은 스카우터들이 시말서를 쓰게 만들어주겠어..! >>726 지한이 귀여워!! 지한주 완전 금손!!
다행히도 상대는 남이 어떻게 되건 말건 신경스지 않는 상대는 아니었다. 만약 신경쓰지 않는 상대라고 해도, 빈센트처럼 어떻게 되건 알 바 아니지만 재밌어서 겸사겸사 뭐 하는 김에 도와주는 성격 정도는 되는 게 다행이었다. 빈센트는 고개를 숙여서 조용히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도 계속 전화벨이 울리자, 빈센트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할 말만 빠르게 쏟아내고 전화를 꺼버렸다.
"베레니케. 난 지금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과 식사를 하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중에 보자. 한 두 시간, 어쩌면 한 달 뒤에. 고마워."
전화를 꺼버린 뒤의 침묵은, 빈센트에게는 달콤한 평온이었다. 표정을 편 빈센트는,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말에 엷게 웃었다. 경찰? 경찰이라... 빈센트에게 있어, 경찰은 이 분야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광고는 열심히 해놨지만 실제로 즐길 만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촌스러운 관광지에서 팔아대는 열쇠고리와 티셔츠처럼.
>>752 평소에는 조용함, 조곤함, 안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 빈센트가 물으면 가벼운 미소를 그리며 조곤조곤 답을 해주거나 빈센트의 실수를 덮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전투 상황이나 피를 보기 시작하면 고통에도 자신의 목걸이를 계속 잡아당기며 빈센트를 바라볼겁니다. 목을 계속 긁어 피가 나거나 하는 것은 상관 없이 자신은 전투에 뛰어들고 싶다는 욕망을 비치면서 말이죠.
사내가 자리에 앉았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어느 정도까진 자극해도 생명의 위협은 받지 않을 모양이다. 이름까지 부르는 면식범인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스토커의 죄질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내가 아예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리니 둘이 앉은 자리엔 식당의 자연스러운 소음만이 편안하게 감돌았다.
그나저나, 존경을 받아 마땅할 분이라니. 내가 그렇게 큰 도움을 준 것 같지는 않은데.
"과찬이십니다"
짧게 말하곤 다시 생각에 빠져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찬영이 빈센트의 옅은 미소에 진심으로 불쌍함을 느꼈다. 찬영의 생각에, 저건 달관해야만 나올 수 있는 미소다. 경찰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 진짜 가해자가 헌터인가? 가디언은 인성 검사를 받으니 가디언은 아닐 테다. 불쌍함을 담은 시선으로 빈센트를 쳐다보며. 찬영은 조금 더 자신의 눈 앞에 앉은 사내의 사연을 들춰보기로 결정했다.
"상대가 헌터입니까? 헌터가 일반인을 스토킹하는 건 심각한 범죄라고 알고 있는데..."
흐린 말 끝엔 아마 '경찰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요?'나 '헌터협회에 신고해보시겠습니까?' 따위의 말이 덧붙여졌을 것이다. 사내의 말에 찬영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이미 주문했습니다. 저기 오네요."
마침 직원이 매운 해물 파스타와 오렌지 에이드를 서빙했다. 찬영은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을 어조로 직원에게 주문했다.
"여기 구운 닭과... 마실 건 뭐가 좋으십니까? 음료 정도는 위로로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모친의 돈으로 유세를 부리는 것은 취향이 아니지만 상대의 사정이 제법 딱하다. 찬영딴에는 딱한 상대에게 건네는 일종의 위로였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