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너무 귀여우면 곤란함을 느낄까봐 무서운 게 아닐까요 ㅇ.< ? 하지만 아랑주는 무섭지 않다! (오히려 좋다!) 쪼꼼이든 많이든 서툴게든 능숙하게든 편하게.. 편하게 귀여운 행동 적어주십쇼 ㅎㅁㅎ (안 귀여운 행동 적어주셔도 좋아요 :D) 아........ 아아.......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D
>>309 제가 볼 때 문하는 자각한 거 같아요... oO (문하주가 문하가 자각했다는 것을 자각을 못하셨을 뿐이다...) 아.. 그거 이해합니다... 저도 캐릭터에 질질 끌려갈 때 있으니까요! 문하가... 문하가 문하주를 자주 끌고 가는 편이군요... ^.ㅜ... (이해하는 표정)
근데 손등 댔을 때 자제 못할까봐 움찔한 것도 귀여웟는데... 이번에도 움찔한 게 귀엽고 다른 애들 입에 젠틀하지 않게 넣어준 것도 귀여워서 아랑주 우러여......... ㅠ....ㅠㅠ.... (울먹울먹) 화연호가 귀엽고 치명적인 거 다해먹는데 금아랑은 뭘하면 좋지....
그는 그녀가 수긍했다는 것 보다는, 선생님들이 까무러칠것이라는 거에 의문을 표했다. 아니 왜? 학생들이 좀 밤새서 놀고싶어할 수도 있는거지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같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들었을 테다.
" 크으윽... "
어쩐지 분해 보이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아마 슬혜가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대는 제스쳐를 취했기 때문일까? 그런 제스쳐까지 취한다면야 연호는 굳이 묻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 가 뭔지는 몰라도, 남의 프라이버시 정도는 지켜주자는 이유 때문이었다.
" 그것도 그런가? 뭐, 내가 나중에 어디 칵테일바 같은 곳에서 셰이커를 흔들고 있으면 애들이 놀라기는 하겠다. "
연호는 본인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얌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에, 그런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친구들이 어디 아픈게 아니냐며 찾아와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 것을 진지하게 요구할테다. 하지만 뭐, 연호는 언젠가 할 일이 없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정신과 요구는 당차게 뿌리치도록 하자.
" 아, 진짜 있었던거야? 다음에 소개시켜줘! "
라고는 하지만 그에게 고양이를 소개시켜 주는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야생성이 남아있는 늑대 소년에게 고양이를 소개시켜줬다간, 고양이가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까.
" 또 필요하면 말해. 사줄수도 있고, 사는곳을 알려줄 수도 있으니까. "
파는곳은 의외로 멀지 않았다. 학교에서 1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번화가에 수제 디퓨저를 파는 곳이 있었으니까. 연호는 그쪽 사장님과도 친했다. 자주 가서 디퓨저를 사는 모양이다.
" 뭐....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 "
이 티켓 코팅해서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는, 그 다음 고민으로 '누굴 데려가야 하나' 에 봉착했다. 절대 친구들은 안된다. 그 녀석들을 이런 고급진 곳에 데려갈 수야 없지.... 너희들은 365일 국밥이면 충분하다 악마들아...
깜, 빡. 딱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이상하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다. 무서우리만치 선명하게 느껴졌던 것. 손끝으로 더듬는 곳에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어쩐지 온기 같은 것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서ㅡ 아니, 어쩌면 스스로가 뿜어내는 옅은 열기일지도 모르지. 뒤늦게 상황을 자각한 눈꺼풀이 잘게 떨린다. 그 때까지 마주하고 있었던 시선을 더 이상 마주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새슬이 눈을 내리깔았다.
“...이상해.”
볼멘소리같은 중얼거림. 그러나 그것이 거부의 의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그냥.... 이상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 이마에 스쳐 지나간 행동의 의미나, 제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 같은ㅡ 지금의 새슬은 도저히 명확히 설명하거나 정의내릴 수 없는 것들. 나는, 너를? 허공에 던져도 메아리밖에 돌아오지 않는 질문. 하지만 이 순간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이상하게 느려지지 않는 두근거림 한 가지.
평소엔 자연스러웠던 행동이, 이상하게 뚝딱거리기만 한다. 이마에 대었던 손 끝을 겨우 제자리로 돌려놓고, 새슬은 이때까지 해 왔던 것과는 달리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겨우 돌아누웠다. 얼굴을 감추려는 듯 한 몸짓이었다. 희미하게 달아오른 귓바퀴가 가려지지 않는 것은 눈치채지 못 한 채.
영화, 영화나.. 마저 보자. 그러나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이미 영화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하는 치사하네.”
새슬이 작은 소리로 툴툴거리듯 내뱉었다. 옆얼굴에 꽂혀들지도 모르는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난데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그는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졌고, 무언가 끙끙 한참동안 고민하는가 싶더니, 들고있던 수저를 조용히 내려놓고서....
" ....기분, 나쁠것 같은데. "
뒤에 자그맣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은 기분탓일까, 대답하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기에 정확히 어떤 표정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가라앉은 듯한 모습이었다.
" 뭐, 없었어? "
조금 시무룩해보인다. 아무래도 자신은 귀염성을 노린것 같은데 잘 되지 않아서 그런걸까. 그래도 뒤에 아랑이 조언해준 말 덕분에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귀여운 행동. 그의 인생에서 귀여운 행동을 해본 기억이 얼마나 있을까? 어릴때 말고는 딱히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대상도 없었다. 해봤을 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티비에서 본 것들을 따라하는것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방을 뒤적거리는 연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좋아. 그럼... "
쪼꼼만 귀여워달라고는 하지만... 그에게 귀여움의 강도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귀여운 행동을 해보질 않았는데 강도같은것을 정할 수가 없지 않은가? 지금 그가 하는 귀여운 행동이 그에게 있어서 가장 귀여운 행동이 될 것이며, 가장 귀엽지 않은 행동이 될 테다.
가방을 잠시 뒤적거리더니, 인형 같은것을 꺼낸다. 짜잔- 하고 꺼낸 인형의 정체는 바로, 상어와 강아지를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의 상댕이였다. 그 상댕이는 양의 탈을 쓴 모습을 하고있었고, 연호는 그 상댕이를 자신의 옷 안(목부분이었다) 에 집어넣어 머리만 보이게 한 뒤에 양 손에 수저와 포크를 하나씩 들고서 V자 만세를 하면서
문하는 새슬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 그러나 훨씬 사람다운 무표정. 차갑게 얼어붙은 절망과 메마른 고독의 흔적이 덜어진, 훨씬 더 보통의 십대 소년다운 무표정으로. 이상해, 하는 새슬의 말에 문하는 희미하게- 결코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많이 들어, 그런 소리."
나눠본 기억이 있는 문답이다. 화자가 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문답이었지만, 이번에 오간 것은 그 색채가 조금 달랐다. 그때처럼 금을 긋는 문답이었지만, 문하가 이번에 긋는 금은 새슬과 그의 사이를 가로질러 막아서는 게 아니라 새슬에게서 문하에게로 이어지는 금이었다. 조심스레 표시해두는 것이다. 자신에게로 오는 길을. 그 금을 따라 다가올지 아닐지는 새슬에게 맡긴 채로.
그는 다시 새슬의 앞머리를 내려주고는, 새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다시 시선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라고 해야 애초에 그렇게 긴 영화도 아니었던 그것은 이미 언제건 스탭롤이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에필로그로 달려가고 있었다. 치사하네, 하는 새슬의 투정에, 하는 나직이 말했다.
"─모든 좋은 것들은 다 나를 떠나가버렸는걸."
그러니까 이 정도 치사한 것쯤은 봐줘도 괜찮잖아. 나직이 새슬을 따라, 투정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런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그녀를 끌어안아버릴 것 같았기에, 대신에 그는 새슬에게 꾹 끌어안을 쿠션 하나를 더 내밀어주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행복한 듯 미소짓는 사람들의 얼굴 위에, 자신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듯 한 기묘한 환각. 눈을 감았다 뜨면 신기루가 흩어진 것처럼 다른 장면이 되어 있고. 가까이에서 들려 오는 나직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것 같아서, 새슬은 소년이 들려 준 쿠션에 거의 얼굴을 파묻다시피 했다. 한층 더 뜨끈해지는 얼굴을 아무 말 않은 채 숨기며, 마음 속으로 먹히지도 않는 핑계를 던진다. 방이 조금 더운 거야ㅡ 하고.
한참 동안, 아마 엔딩 크레딧이 완전히 올라가고 음악이 멎을 때까지. 가만히 있던 새슬이 겨우 쿠션에서 벗어나 눈을 내밀었다. 검게 물든 화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 그림자와 숲 속의 풍경. 고요한 적막 속에서 맴돌던 시선에 문득 작은 불빛이 잡혔다. 셋톱박스에 작게 표시된 시간. 새슬의 눈동자가 잠시 거기에 머물렀다.
“하.”
그로부터 채 몇 초 지나지 않은 시간. 정적을 깨고 소년의 무릎에서부터 부스스 몸을 일으킨 새슬이 바로앉았다. 아주 잠깐 머뭇거리는 기색. 방금까지의 쑥스러움이나 어색함 같은 것은 온데간데없이, 차분한 얼굴로 다시금 말을 건다.
“나, 이제 갈 시간이야.”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났던 둘의 시간을 잔인하게 깨뜨리는 말. 새슬이 웃으며 손을 뻗어, 문하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 안에 박제된 것들은 절대 네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너와는 상관없는 삶들의 이야기라고. 너는 이것들과는 상관없이 홀로 차갑게 식어갈 것이라고. 오랫동안, 오랫동안 그 누구도 그에게 하지 않았으나 그가 계속해서 들어온 말이었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되뇌어져온 수많은 말들은 지금 여기 있는 단 한 사람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용히 반박하고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하는 새슬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새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보인다. 그래서 문하는 문득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커튼에 베란다 밖의 빛은 비쳐보이지 않았고, 방 안의 불빛만이 던져지고 있었다. 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차례인지 직감했다. 그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두 번째다 보니, 첫 번째는 견딜 만했다. 새슬이 일어나 앉자 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새슬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손을 뻗어와서 머리를 쓰다듬자, 그는 다시 눈을 감고 새슬의 손길에 머리를 기댄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흡사 많이 친해진 커다란 개처럼 새슬의 손에 내맡긴다.
"나 말야,"
새슬의 손에 쓰다듬어지면서, 하는 눈을 감은 채로 반문했다.
"기다려도 돼?"
널 다시 만나는 거. 하고, 그는 뇌까렸다. 문하는 다음번에는 한 편짜리 영화가 아니라, 괜찮은 드라마를 찾아놓자고 생각했다.
문득 흰 머리칼 위에 주눅 든 강아지 귀가 달려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머릿속을 스쳤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두어 번 정수리를 쓸고 떠났을 손길이 제법 오래 머물러 있던 이유는. 떨어지는 손길이 왜 아쉽게 느껴지는지? 여전히 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새슬이 손을 거두었다. 눈을 감은 소년의 얼굴을 다시금 찬찬히 살핀다. 차라리 장난스럽게 머리칼을 헤집을 걸 그랬나. 그러면 조금 덜 아쉬웠을까.
나 말야, 기다려도 돼? 널 다시 만나는 거.
허공에서 주춤거리던 새슬의 손이 이번에는 소년의 얼굴로 향했다. 뻗은 손은 창백한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콩. 가볍게 제 이마를 갖다 댄다. 조용히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ㅡ
“그러엄.”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까.
“다시 만나자.”
이번에는 알량한 가능성에 건 기대 따위가 아닌, 너에게 하는 분명한 약속으로. 짧은 속삭임이 멎고, 새슬이 다시 거리를 넓혔다. 여느 때와 같은 헤실거리는 얼굴이었다.
다음번에도 찾아오겠다는 새슬의 약속이 하의 이마 위에 따스한 온기로 남았다. 달이 따뜻하게도 차오른다. 하는 문득 고개를 살며시 들어서는, 서서히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처음 내밀어진 손길에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것 같다. ─양의 냄새를 맡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슬은 오늘 억제제를 잘 챙겨먹었을 테니까(아마도).
그가 맡고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은, 양의 향기가 아니라 새슬의 향기였다. 그리고 문하는 새슬이 멀어지도록 두었다. 미련은 없다.
아니─ 없었다. 이제 미련 자체는 없었고, 그는 새슬을 보내주고 다음의 만남을 그리며 과분할 정도로 평온한 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하를 덜컥 거머쥔 것은,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니라 다른 두려움이었다. 저번에 새슬이 가야 할 시간이야, 하고 통보했을 때 눈에 어리던 기색이 문득 하의 뇌리에 스친 것이다. 다음의 만남과는 조금 다른 걱정, 그러나 다음의 만남을 위협할 수 있는 걱정.
"바래다줄게."
미련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몸을 당겨 쿠션더미에서 빠져나와, 침대 아래의 마룻바닥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