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한들, 우리는 아직 어리다. 아직 겪은 일보단 겪지 않은 일이 더 많고, 느껴본 감정보다는 그렇지 않은 감정이 더 많다. 최민규는 타인보다 한참 늦은 시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행복했을까,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래서 아랑에게도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었다.
"천천히 찾아봐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퍽 진심이었다. 막상 뱉고 나니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이 문득 밀려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아랑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캐리어면 보통 끌고 다니니까 말이야. 뭐.. 끌고 다녀도 무겁긴 하지."
자꾸 헛돌고, 바퀴가 흔들리고, 가방이 저 혼자 서버리고. 아랑이 고개를 흔들자 분홍색 머리카락이 마주 흔들렸다. 아, 벚꽃같다. 속으로 가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소원을 빌 때도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었다. 닮았네.
"글쎄.. 어.. 한 이 정도?"
양 손으로 아주 얇은 -문방구에서 흔히 파는 삼각형 필통- 크기의 삼각형을 만들어 보였다. 과일 펜 정도는 들어갈 것 같다.
"아, 여기 살아?"
가방을 아랑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난 안 무거웠으니까 괜찮아, 덧붙인다. 집 크다 싶었는데, 이게 아랑이네 집이구나. 집 넓네. 최민규는 제 시골 집을 생각했다. 거기 마당이랑 비슷하려나. 서울 집이랑, 시골 집은 느낌이 다르지만.
>>59 >>63 덧붙여주신 답변까지....!!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홍현이는 걱정도 불안도 기본적으로 있는 편 같은데.., 불안이 걱정을 만들어내는 것도, 걱정이 불안을 만드는 것도 싫겠군요 <:3 답변 감사해요!
>>60 아마 다음 아랑주 레스가 막레가 되거나 막레주심 될 거 같아요! >:3 민규는 아랑이 현관열고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봐줄 거 같은데, 가족이 한 명 나온다면 아랑이 어머니가 나오는 게 제일 낫겠군요... 혹시 아랑이 어머니 보고 싶으셔요 민규주...? 걍 금아랑이 씩씩하게 문 열고 들어가는 걸로 마무리할까..? (픽크루도 만들어두긴 했음) (아버지는... 호랭이상이라 픽크루 구현이 어렵습니다... ㅇ>-<)
>>81 한참 늦은 시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사람<< 아랑주 이것도 궁금해졌는데 이거 민규인가요...? (왠지 아닐 것도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앗.... 너무 기대는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약간 긴장...) 네... 아버님 꽃말도 픽크루 구현 실패... ㅎㅁㅎ....
"흐음... 전 의외로 살집있는 타입도 좋아한다고 말하면... 역시 혼나려나요? 후후후~"
장난스러운 억양과 그에 뒤를 잇는 웃음소리가 농담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사실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그 대상의 외모가 아닌 얼마나 자신에게 마음을 두느냐였으니까, 그정도라면 '늙어빠져도 좋으니 여자만큼은 데리고 오지 말라.'는 말에 중지를 치켜올릴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물론 당신이 그만큼 외모에 집중을 하는 타입이라면 딱히 무어라 더 채근할 생각도 없었다. 자유의지란 것은 중요하니... 더욱이 그녀가 당신에게 바라고 있던 열망이 '자신만의 색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었던만큼...
"헤에... 진짜인가요오~?"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는 당신의 모습에 조금은 과했을까, 분명 귀신 같은건 싫어한다 했었는데, 같은 생각이 잠깐 오갔지만 어색하게 휘어버린 웃음도 잠시, 얌전히 돗자리 위에 엎드리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금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믿으셔도 되는 걸요~? 이래뵈도 에스테티션 분들에게 보고 배운건 있으니까요~ ...물론, 아로마오일이 아닌 선크림일 뿐이지만~"
살짝살짝 자신이 있는쪽을 살피는 당신의 모습에 행여나 눈이 마주치려 하면 편안하게 미소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이건 벌칙게임 같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변가에서 놀기 전에 기본적인 세팅을 하는 것 뿐이니까,
"새삼스레 말하는 거겠지만... 그대야도 피부가 나쁜 편은 아닌걸요?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적당히 덜어낸 선크림을 조심스럽게 양손에 펴내고선 놀라지 않을 정도로 사뿐하게, 마치 진정시키듯 어깨부터 차근차근 내려가기 시작했다. 힘을 조절하는 방법 정도야 얼마든지 알고 있었기에 손끝이 움직이는 궤적은 확실하게 그어졌지만 그렇게 깊지도 않아 분명 그녀의 손과 당신의 등은 서로 살갖이 닿고 있는데도 살짝 떠있는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려나. 날개를 그리듯 움직이면서도 확실히 중간을 벗어나지 않았고, 불필요한 부분까지 손이 나가지도 않았다. 물론 만족스럽냐는 당신의 판단이겠지만, 좌우간 그녀가 꽤나 심혈을 기울여 어떻게 해서든 골고루 펴바르려고 했다는 것에 이견을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