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 개인적으로 역시 마음에 걸리는건 홍현주네. 내가 알기로 이벤트 혼자 참여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내가 해봐서 알지만 이거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면 은근 되게 지루해. 하늘주는 이벤트도 일반 일상도 병행이 가능하긴 한데 홍현주가 마지막으로 돌린 이가 또 하늘주란 말이지. (흐릿) 그것도 바로 어제.
>>518 괜찮아. 괜찮아. 후딱 끝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이 그런거고 빨리 끝내야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월요일까지만 끝내면 되는거지 뭐. 사실 너무 빠르게 후딱 끝내도 우리가 할게 없어져. (흐릿) 그러니까 적당히 분위기 보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지네. 지금부터 돌린다면 돌릴수야 있긴 한데 비랑주의 상태가 걱정이네. 비랑주 요즘 계속 피곤함에 빠져있었으니 말이야.
뭐야 같이 해준다는게 그렇게나 기쁜 일인가. 마이페이스가 좀 더 짙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게 바라보다 젖은 모래 한움큼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조금씩 젖은 모래를 쌓아두자 이것저것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제대로 된 도구가 있었으면 크게 지을 수 있었겠지만 ...
" 그렇게 크게 지으려면 오늘 안엔 못지어. "
모래사장에 내 집 따위의 말을 적는게 슬쩍 보여서 말한다. 적당한 크기라면 오늘 안에 짓고서 인증샷까지 찍어둘만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만약 양동이 같은게 있었다면 더 크게 지을 수 있을텐데.
" 잠시만 기다려봐. "
주변에서 양동이를 구할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어디선가 대여해준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앉아있으라고 한 뒤에 그곳으로 가보았다. 확실히 양동이를 빌려준다는 말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고, 대여금을 내고 양동이를 가져온 나는 새슬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 좋아좋아. 여기에 모래를 가득 채워넣는 것부터 시작하자. "
양동이에 모래를 가득 채워넣고서 단단하게 다진 다음에 거꾸로 뒤집으면 단단한 모래 더미가 완성 되고 거기서 모래를 살살 털어내면 대충이나마 모래성의 모양이 나올테다. 내가 직접 해본건 아니고 어디서 하는걸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래성을 잘 만드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난 살면서 바닷가에 온게 오늘 처음인데? 모래성은 지어본적이 없어. "
돈 없는게 죄지~ 그래도 오늘 와본게 어디야. 강한 햇빛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는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양동이에 흙을 한가득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사이즈는 아니라서 금방 흙을 채워넣은 나는 단단하게 다진 이후에 거꾸로 뒤집어서 하나의 흙더미를 새슬 앞에 만들어준다.
오늘 저녁은 포크댄스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방에서 일을 하다가 밖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사람들이 짝을 지어 모여있었고, 그제서야 그 사실을 기억해낸 나는 사람 많은건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잠이나 자자는 생각에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막상 침대에 누우니 사람들의 소리와 음악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워서 잠들기가 좀 힘들었고, 결국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는 생각으로 숙소를 나온다.
" 다들 춤도 추고 재밌어보이네~ "
축제하는 곳을 빙 돌아서 걸어가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만족스러운 모습이라 이번 여행은 꽤나 만족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핸드폰을 켜서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어디에 있나 찾아본다. 얼마전에 제비뽑기로 레스토랑 이용권을 받아서 거기서 밥이나 먹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1인 동반까지 가능하다는데, 다들 춤추고 있어서 안되겠네. 그러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서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어깨를 톡치며 얘기했다.
" 안녕, 약학부의 양홍현 양. "
저번에 한번 소동이 있어서 약학부에 들렀을때 얼굴을 익혀둔 학생이었다. 이런데 안올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와있어서 좀 놀랍기도 했지만 다들 즐기러 오는 곳이니까 스트레스 해소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지. 인사를 건네고서 나는 레스토랑 이용권을 손에 들어보이며 물었다.
>>537 낮의 흥분도 잠시, 홍현은 약학부원들과 만나 오후를 보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약학부원들과는 헤어지고 대부분 포크댄스를 하러 가버렸기 때문에 홍현의 저녁은 혼자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강장제의 약효는 남아있었고, 포크댄스를 하러 가는 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변함없었기에 그렇게 아쉽진 않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던 홍현은 이제 슬슬 배가 고팠기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편의점을 가볼까.."
혼잣말을 하며 고민하던 홍현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치자 깜짝 놀라 재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깜짝..! 이야... 아! 해인 선배! 오랜만이네요!"
아는 얼굴을 본 홍현은 반가워하는 얼굴로 해인 선배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시선은 해인 선배가 보여준 레스토랑 이용권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이용권을 본 홍현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돌려 얼굴을 팔에 파묻으려는 시아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씰룩이는 것을 분명 당신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기분 좋게 조금씩 파닥거리는 자그마한 두 발이 시아의 기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확실한 것은 슬혜의 대답이 꽤나 명답이었다는 사실이었겠지.
" 그냥 해본 말이지, 나도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기껏 이렇게 슬혜가 손수 선크림도 발라줬는데 그냥 들어가는 것만큼 아쉬운게 어디있겠어. 그리고 이따가 춤추는 행사도 있으니까 그것까지 아주 알차게 즐길거야. 오늘은 작정했어. "
시아는 슬혜의 말에 자신도 그저 농담이었다는 듯 미소를 띈 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하루를 헛되이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물론 숙소로 들어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려던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듯 그저 기분 좋게 눈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 아하하~ 슬혜 늦었어~ "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해주곤 도망치듯 바다로 달려가는 시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짧은 반응에 키득거리며 기분 좋게 외친다. 열심히 두 다리를 움직여 바다로 달려가며 자신의 계획 중 하나가 성공했다는 만족감을 즐기는 시아였다. 물론 뒤에서 거리를 좁혀오고 있는 슬혜를 눈치 챈 것은 아주 조금 늦은 후였다.
"서..선전포고...그렇지..! 이건 선전포고야..! "
금방 느려진 발걸음으로 바다로 들어온 시아가 뒤돌아서선 슬혜를 바라보며 애써 대담한 사람인 것철머 당당하게 말했다. 선전포고 후에 돌아올 보복(?)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 그리고 두근거림을 안고선 애써 당당한 척 손가락 하나로 슬혜를 가리켜보이는 시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