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은 한숨을 쉬며 바다를 바라보며 입 안에 있는 딸기맛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리곤 딸기맛 사탕을 단숨에 삼키더니 한탄하듯 혼잣말을 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다고 했던거지..?"
약학부원들이 지원할때 얼떨결에 지원한 홍현이었고, 얼떨결에 부원들과 같이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본인은 긴 여름용 가디건만 걸치고 바다 앞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전부터 가지고는 있었던 딸기맛 튜브를 옆에 두고 홍현은 지루한 얼굴로 옷소매 바깥으로 나오지도 않은 손을 턱에 괴고 앉아 파도와 놀고 있는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던 홍현은 갑자기 어디선가 6병 들이 강장제를 꺼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눈 깜짝할 새 2병을 마신 홍현은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와 놀 때도 있지만 혼자서 놀 때도 당연히 있었다. 때로는 같은 반 친구와 바다에서, 때로는 같은 반 친구와 카페에서. 때로는 홀에 앉아 포크 댄스 때 연주할 곡을 연습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하늘은 하얀 셔츠와 남색 바지형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하며, 때로는 파도에 거슬리기도 하며, 그렇게 계속 수영을 하던 하늘은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닷물을 가르며 해변가로 천천히 돌아갔다. 그렇게 걷다보니 보이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 그녀가 뭔가를 마시자 잠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병에서 입을 떼어낼 쯤 더욱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네. 안녕. 그런데 뭐 마시고 있는거야? 술은 아닐 것 같고."
전에 만났을 때 약에 관해서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 같았으니 직접 만든 약일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비어있을 병을 잠시 바라보다 두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포크댄스 신청은 오늘까지야! 페어제 일상 가능 기간은 토~월 이렇게 3일이니 꼭 참고해주기!! 페어제니까 파트너 맘에 안 든다고 잠수타고 그러면 정말로 노리는 관캐님과의 일상이 무의미하게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꼭 참고해달라구! 플러팅도 스킨십도 서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모두 와르르쾅쾅! (그거 아님)
" 뭐어~ 몸 전체를 여기서 가꿔줄 순 없잖아~ 게다가, 나도 그렇지만 슬혜도 꽤 부끄럽지 않을까~ "
시아는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 슬혜를 쉽게 놓아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고는 키득거리며 말한다. 왠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아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기분 좋게 흘렸다. 어찌됐던 즐거운 시간의 시작이었으니까.
부드럽게 고양이를 그렸다가 천천히 지워나가며 어깨부터 부드럽게 썬크림을 발라나가기 시작한 시아의 손길은 꽤나 부드러웠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빠트리는 부분 없이 정성스럽게 선크림을 덮어나간다.
" 그렇구나. 관리도 안 하는데 이정도인걸 보면.. 역시 대단하네. "
특별하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슬혜의 피부가 손 끝에서 느껴지는 와중에, 딱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려오자 부럽다는 듯 시아가 중얼거리며 천천히 어깨에서 내려가 천천히 손을 등으로 옮겨나간다. 부러움, 하지만 그 감정에 시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뿐.
" 나는 피부에 좋다는 바디워시도 쓰고, 바디로션도 바르고, 나름대로 신경을 쓰는 편이지? 뭐, 본격적으로 관리를 하는 분들이랑은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기왕이면 슬혜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
시아는 천천히 슬혜의 등 중간부분에 손을 옮겼다가 잠시 떼어내선 선크림을 조금 더 손바닥에 펴발라서 슬혜의 등에 비는 부분이 없게 바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허릿춤을 향해 내려가는 손은 점점 더 세심해져갔고, 감각이 민감한 편인 슬혜에겐 좀 더 또렷하게 시아의 손길이 전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 슬혜가 말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네. 아직 등만 하고 있는거지만. "
천천히 허리 근처에 손을 내리며 상냥한 목소리로 슬혜의 귓가에 속삭인다. 간질거리는 숨결이 슬혜의 볼과 귀를 간질거렸을 것이다.
같은 2학년 라인이라고 해도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는 힘든 법이다. 어디 다른 반뿐일까. 같은 반이라도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으면 반을 나간 이후에는 대체 어디서 뭘하는지 모를 이도 천지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행동반경은 참 좁지 않나 생각을 하지만 아무렴 어때라는 느낌으로 하늘은 개운하게 그 사실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니까 나말고 다른 이들 중에서도 묻는 이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내가 잘못 본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특제 강장제? 항상? 꽤 아끼는구나. 그거."
이런 바다에서까지 저런 것을 들고 다닌다면, 그걸 넘어서서 항상 들고 다닌다면 정말 아끼는 물건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모래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가볍게 털어냈다. 물론 그녀에게 튀지 않도록 조심해서.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거?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그런데 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들어가도 되는거야?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정말 알콜 성분 없는거 맞지?"
싫어한다더니 갑자기 이번엔 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말에 하늘의 눈이 의심스러운 분위기로 그녀가 보여주는 병으로 향했다. 강장제를 먹으면 싫어하는 곳에도 들어갈 수 있는건가? 전혀 다른 효과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는거야 자유겠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발을 담그는 정도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수영은 가능한거지?"
>>912 커플끼리 협의해서 다른 사람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포크댄스가 아니라 담력테스트건, 혹은 무슨 활동을 하는 것이건) 가능하면 신청을 해줬으면 해! 커플끼리 할거면 서로 협의해서 각자의 이름 넣으면 되는거고, 아니면 다른 사람 찌르거나 랜덤 돌릴 수도 있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