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돼』 당신은 당신의 손목이 차가운 손아귀에 붙들리는 것을 느꼈다. 손목을 붙드는 그 움직임은 적개심이나 흉심이 없이, 위험한 것에서부터 당신을 걱정해주려는 듯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그러나 단호했고, 어쩌면 그 뼈와 근육과 굳은 살가죽만 남겨놓고 말라붙은 손아귀 때문에 자칫 위협적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문하는 당신의 손을 그 문으로부터 조심스레 떼어냈다. "거긴 들어가지 마."
2. 『구해줘』 "그러면 울어줄래, 나 대신." 문하는 나직이 말했다. 철근을 구부려 만든 차꼬가 팔다리에 채워진 채로, 차꼬에서부터 시작해 지하실 중앙의 기둥에 비끄러매어져 있는 빛나는 쇠사슬을 깔고 앉은 채로 그는 손을 들어올려서 당신에게로 뻗었다. 당신을 만져보고 싶은 건지, 당신이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건지. 창백한 피부 위에 창백한 흔적으로 남아 살이 튼 자국처럼 보였던 그것들은 그것에 쓸리고 긁힌 흉터였던 모양이다. "우는 법마저 잊어버려서, 나."
3. 『죽지 말아요! 제발!』 "안돼." 문하의 얼굴이 부서졌다. 새하얀 줄리앙 석고상 같았던 무표정이 부서지고, 깨어져버린 껍질 뒤에서 격통에 울부짖기 시작한 평범한 열여덟 살짜리 소년의 얼굴이 그 뒤에 있었다. 문하는 당신을 부둥켜안았다. "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는 했는데." 구급차에 오르는 당신의 얼굴에, 문하는 미친 듯이 얼굴을 비비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렇게는 아냐. 이렇게는 아니라고."
당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아서 표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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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비설이 털렸네. 문하의 시트를 새 시트스레에 옮길 때 외형 란에 수정하는 걸 깜빡한 게 있어. 손목이며 발목에 튼살자국 같은 게 남아있다고 수정하는 건데 그걸 잊어버렸네. 뭘 잊었나 했더니.
시아의 말에 사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동그랗게 뜬 눈을 딱 두 번 깜빡이는 게, 여간 작위적인 게 아니다. 그 사이 파도가 신발 앞코를 또 한 번 훑고 지나갔다.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해? 방금 나보고 예쁘다고 했는데.
"그 말 다시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그 예쁘다는 말.> 듣기 전까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꿋꿋하게 서 있던 사하가 시아의 물음에 느릿느릿 마른 모래사장으로 걸어올라왔다. 예쁘다는 말에 나머지는 홀라당 까먹고 있었다. 예쁘다는 말 우리 엄마도 안 해준지 오래 됐는데. 다시 생각해도 기분 좋은지 히죽 웃는다.
"나… 아마 산들고 귀신이지."
뻥이라는 말 대신에 샐쭉이는 웃음만 한 번 보였다. <3학년 은사하입니다.> 공손히 손 모아 배 위에 올리고 인사도 한 번 했다.
"들어가려던 건 아니고 파도가 이리로 와서."
뒤늦게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인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푹 젖은 신발에서 물이 새어나온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질퍽이는 느낌에 얼굴을 찌푸린 사하가 허리를 숙인다. <잠깐만.> 중얼거리고 하는 일은 신발 벗기. 물 뚝뚝 떨어지는 신발 든 사하가 한결 개운한 얼굴로 걷기 시작한다.
"산책 중인 거면 껴도 돼요? 혼자 있으려니까 좀 심심하네."
<…조용한 게 좋으면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서 살금살금 걸을게.> 은근하게 질척댄다. 젖은 발에 붙는 모래들처럼.
1. 『고마워』 당신이 건넨 인삿말에, 문하는 흡사 당신이 방금 자신이 난생 처음으로 듣는 외계의 언어를 말하기라도 한 듯이 당신을 돌아보았다. 텅 빈 듯이 새까만 눈이 깜빡이는 모습이 어안이벙벙하게도 보인다. 자신에게 그런 말이 돌아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러다 문하는, 시선을 가만히 한켠으로 비스듬히 돌려놓으며 나직이 답하는 것이다. "...뭘, 이런 걸로."
2. 『모든게 끝났어』 문하는 딱히 뭐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옆에 앉아서 가만히, 당신과 거의 똑같은 폼으로 옥상 난간에 기대서서 팔을 얹고는 턱을 괴고 물끄러미 저 먼 지평선을 바라보던 눈길을 당신에게로 비스듬히 돌렸을 뿐이다. 잠깐 당신을 바라보던 문하는 다시 지평선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러면 말야," 기분 탓일까, 그림자 탓일까, 저 멀리서 터오는 먼동에 비치는 문하의 얼굴이 왜인지 옅게 웃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뭔가 시작하자." 그는 눈을 감는다. "같이."
3. 『괜찮아』 "그렇구나." 눈을 감은 채로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밀고 있던 문하는, 문득 건네어져온 당신의 말에 눈을 뜨고는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 무표정으로, 그는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나쁘지 않네." 그렇지만 그 무표정은 당신이 여지껏 알고 있던 줄리앙 석고상 같은 새하얀 무표정과는 다른 무언가로 빛나고 있었다.
>>22 (슬혜주 이제 핑크 대럼쥐에 침착해지는 사람... oO) (핑고양이도 넘 귀여워요.. (소곤))
>>23 다람쥐 귀랑 꼬리 보고 혹시 금아랑 생각하셨나요...? <:3 (칭찬 받았다 ㅎㅁㅎ) 네...............?? 하늘주.......... 페이즈 이양은 안 돼요............. 전 힌트가 많이 필요한 모자란 사람입니다... 다루는 방법 그런 거 모르는 새럼입니다.. (다리붙잡)
>>24 다람쥐 꼬리 좋죠... 그게 몸통보다 크고 풍성하고 퐁실해 보이면 더 좋죠... ㅎㅁㅎ
>>25 (1000레스 근처에 있는데 묻힐 리가요... oO) 앗... 활기찬 연호랑 츄우기 연호 둘 다 볼 수 있는거구나! (신나서 착석)
1. 『죽지 말아요! 제발!』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지 말라고 하면 뭐라 말해야 하는가. 연호는 잠시 조용히 그(그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또 다시, 언젠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키득거렸다. "전부 다? 다른 뜻이 될 수도 있는데." "뭐야. 갑자기 싫어졌다고?" "그럼 이건 어때?" 그는 떨리는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윌비백" "하하, 내가 좀 최악이긴 해." 눈이 감겼다.
2. 『두 번 다시는』 "두 번은 안돼." "절대로."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것은 무언가를 강하게 거부하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그건 한 번이면 충분했어." "한번 더 해봐." "가만 안둬."
3. 『안돼!』 "안돼? 뮈가?" 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안되는거야?" "말해봐." 평소와는 다른, 어딘가 싸늘한 눈빛이 관통하듯이 빛난다. "말을 하라고 하잖아."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자신의 느낌대로 말하기 말고도 이어보기도 있길래 이어보기 한번 해봤어요! 근데 이건 츄우기연호 버전임... 떡밥회수를 이렇게 빨리 하기도 드물텐데... (흐릿)
>>37 첫날부터 자신의 캐릭터를 다람쥐라고 소개한 이도 있었고 말이지.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왜 다람쥐지? 하고 의문을 가졌던 순간도 있었지만. 햄스터 같은데? 라고 생각한 하늘주는 이미 저 멀리 과거에 남아버렸다. 어. 괜찮아. 힌트 없어도 될거야!! 라기 전에 무슨 힌트를 바라는거야?! (흐릿)
해인의 입에서 비정식 동아리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손가락을 접어 보던 새슬이, 와ㅡ 하고 작고 느릿한 탄성을 내질렀다. 생각보다 많네. 다들 하고 싶은 게 다양하구나. 새슬이 입에 문 사탕을 우물거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동아리 중에 흥미가 당기는 이름이 몇 가지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 동아리인 만큼 당장에 어떤 친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므로, 나름 원대했던(?) 새슬의 비공식 동아리 도장깨기 계획은 아무도 몰래 손쉽게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응, 응. 해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새슬의 얼굴은, 해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언가 큰 것을 깨달았다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헉, 그렇구나 >:ㅁ...!!
"콜라, 아니 해인이는 똑똑하네에ㅡ!"
의욕 없이 나른하던 녹색 눈동자에 금방 무언가가 되돌아왔다. 아마 그것은 지금까지 해인이 보았던 새슬의 표정 중 제일 의욕 넘치는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오ㅡ 앉아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던 새슬이, 몸에 작은 반동을 주어 튕기듯 몸을 일으켜 섰다.
“다시 만들래, 모래성. 콜ㅡ해인이도 같이 할래?”
해인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든, 그렇지 않든, 새슬은 이미 의지가 충만한 상태. 금방이라도 해변가에 깊은 구멍을 팔 기세로 눈을 빛내며 드릉거리고 있을 것이었다.
문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피부가 탄다는 상황이 자기만큼의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햇볕에 까맣게 타는 걸 생각하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굳이 이런 걸 해줄 필요가 있나- 하는 있을 법한 의문도 한 점 갖지 않고, 문하는 뭐라 말도 않고 새슬의 얼굴에 조심스레 선크림을 발랐다. 어설프고 기묘한 호의였다. 선크림을 발라주는 동안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흘러나온 웃음소리가 왠지 간질거려서, 문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 혼란스러웠다.
"...난 화상을 입거든, 피부가 까매지는 게 아니라."
호의를 드러내는 방식은 어설펐지만, 선크림을 바르는 손길은 그럭저럭 익숙해보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피부도 머리도 가만히 바라보면 낯설 정도로 창백한 흰색이다. 아마 국한적인 백색증이 남긴 흔적이겠지. 그것이 그나마 점심때의 태양빛에 따뜻하게 잠겨있어 덜 창백해 보인다. 새슬이 그를 태양빛 속으로 이끌어준 덕분에.
문하는 새슬의 옆에 걸터앉아서 고개를 새슬에게로 돌린 채로, 새슬이 빙긋이 웃으며 건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문득 햇빛을 한가득 머금어 반사하는 페리도트 빛깔의 눈동자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멍하니 새슬을 바라보다, 문하는 새슬을 따라 하늘로 눈을 돌렸다. 빛 한 점 머물지 못하고 빨려들어가는 텅 빈 구멍으로만 보이던 까만 망막 위에도 빛이 맺힐 정도로, 날씨가 좋다.
사하가 원한 건 딱 한 번이었는데, 예쁘다는 말이 생각한 것보다 많이 돌아왔다. 멍석 깔아주면 도리어 민망해 하는 사람이라 데룩데룩 눈만 굴린다. 그래도 칭찬은 칭찬인지라 기분 나쁠 리 없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입꼬리가 좋은 기분을 대변했다. 와, 나 보고 예쁘대. 빈 말이라도 좋았다.
"시아라고 부르면 되나? 만나서 반가워요."
따라 걷다 고개를 기울이며 눈 맞추고 웃는다. 아까는 작은 단어장이라도 가져와야 했을까 고민했는데, 사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조금은 집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사라진 지 오래다. 오랜만에 밤바다도 구경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여름 좋은 거였네.
"낮에 바다 구경을 제대로 못 했거든요. 지금이라도 구경 좀 하려다가……."
다음으론 아직도 물 떨어지는 신발 보이고선 어깨를 으쓱인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보이는 처참한 결과. 다 마를 때까지는 슬리퍼만 신고 돌아다니게 생겼다.
시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즐겁게 웃었다. <고마워요.> 덩달아 한쪽 눈 찡긋한다. 서툰 탓에 양쪽 눈이 다 감기긴 했다. 역시 혼자는 좀 심심하다.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누워있는 게 아닌 이상은. 사실 그때도 옆에 한 사람쯤 있으면서 헛소리 받아쳐주는 게 좋아.
>>60 비설 한조각에 있는 화자가 비설의A가 한 말이고, 진단에서의 ""는 연호가 한 말이에영ㅎㅁㅎ '죽으면 안돼!' 라는 말에 반응한거죠. 3번 연호는... (연호 봄)(안봄) 아마 알상에서는 절대 안나올 연호일겁니다...? 아랑주 말씀대로 느와르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3
문하의 말을 잠잠히 듣던 새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ㅡ 그러면 잘 챙겨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겠네. 화상은 아프니까. 봄날의 것보다 짙게 내리쬐는 햇살이 소년의 흰 얼굴을 물들이는, 지극히 낯설게 느껴지는 광경. 새슬의 시선이 천천히 맴돈다.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것처럼 새슬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곤 갑작스레 말을 내뱉는 것이다.
“발라 줄까? 선크림.”
아무래도 소년이 이미 선크림을 바르고 왔다, 라는 선택지는 아직 새슬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하도 나 발라 줬으니까. 오늘 햇빛ㅡ 좋지만, 오늘은 화상 입을 정도로 많이 센가? 미안, 나 이런 건 잘 몰라서. 아주 작은 멋쩍음이 담긴 미소.
음ㅡ. 길게 늘어지는 울림. 제 무릎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한참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새슬이, 끝내 무언가 생각해내지 못 했는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대뜸 자리에 드러눕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다ㅡ 방법이 있지ㅡ. 어느새 하늘을 정면으로 마주한 새슬의 고개가, 다시금 약간 기울어 문하를 향했다. 눈이 마주치면 헤실거리는 미소. 새슬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뻗어 있던 두 팔을 들어올려서,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작은 네모를 만들었다.
“이렇게 누워서, 뭔가가 생각날 때까지 하늘을 보는 거야.”
그냥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 있잖아. 터무니 없어 보여도, 지금 바로 할 수 있겠다 싶은 거. 그런 것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는 거야. 그러다 졸려지면 잠에 빠져들고. 아니나 다를까, 말을 마치자마자 작은 하품이 터져나왔다. 앗, 나 지금 좀 졸릴지도. 헤ㅡ( ᐛ ). 태평한 얼굴로 노곤한 웃음을 지었다.
>>82 크윽.... 초커.. 초커 사실 저도 진짜 좋아하거든요............. 새슬이한테 자주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구속 싫어하는 애 초커(목줄) 채우기.... 짜릿하잖아요..... 그치만 이러면 넘 싸패같아보일까봐(대체) 뇌에 힘주고 참고 있읍니다 하지만 픽크루로 다크새슬 묘사할 때는 종종 넣곤 해요 ^.^ 초커 진짜 최고맛잇는것
문하는 새슬을 따라 풀썩 드러누우며, 고개를 반쯤 이리로 돌려오고는 나직이 대답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새하얀 후드집업을 입은 채로 같이 나란히 드러누워서 잠잠히 바라보는 그 모습이, 마치 어디선가, 지금 여기와는 아직 멀리멀리 있는 겨울 한가운데를 뚫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온 몸이 서리와 눈에 뒤덮인 큰 개 한 마리가 따스한 여름 햇살 아래로 끌려나와서 꼬리를 천천히 흔들며 누워있는 것 같았다. 새슬이 선크림을 발라주려 한다면, 그 손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채로.
"상관없어, 더 발라도. 좋을 대로 해."
내가 어쩌다 그런 것들을 방에다 사놓게 됐는지, 기억났다. 헤헤 웃는 새슬의 미소는 문하에게서 무언가를 잊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뭔가를 야금야금 채워넣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기에 그는 어휘력도 감정에 대한 경험도 그렇게 풍부하지 못한 편이었지만, 그냥,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2주간의 힘든 선발전이며 자신의 앞에 놓여있을 어두운 나날들이 머릿속에서 가려지는 것이다.
1. 『널 축복할게』 누군가의 뒤를 비추어주는 것은 언제나 씁쓸함이 묻어나왔지만 그녀는 딱히 동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흔들릴만한 일도 아닐뿐더러 자의건 타의건간에 어차피 자신의 손을 떠난 것이니 그 뒤에 대해 묻지 않기로 한건 그녀 아닌가,
"그래요? 잘된 일이네요."
언제나 그랬듯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넘길 일이다. 오히려 그동안 그것을 무겁다고 착각하고 있던 자신이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 확실하게 굳어진 결정이라면 흩날릴 일 또한 없었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것은 금방 잊는 것 또한 사람이니까,
"혹여 경사라도 생기거든, ...꼭 불러주세요?"
하지만 먼지를 털어냈을 때 재채기가 나오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2. 『이제 만족해』 "됐어요. 이걸로 충분하니까요..."
사실은 더 채우고 싶었지만 적당히 끊는 것 또한 미덕이었다. 사시사철 곁에 둘수 있는 꽃이라면 굳이 코를 가까이 들이밀어 만끽할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제한이 있는 테이블마냥 음식을 입에 욱여넣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저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를 옆에서 느낄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아직 부족하시다면야..."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당신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제 자신은 만족했으니, 어떤 것이든 들어줄수 있을만큼의 심적여유 정도는 있었을까? 벨벳같이 부드러운 데본렉스를 상냥하게 어르듯 살짝 떠있는것 같으면서도 확실하게 당신의 얼굴에 닿은 손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3. 『고마워』 언제나 감사함으로 가득한 마음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겠냐만은 원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배가 될수록 더 깊게 각인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으니, 그녀에게도 미약하게나마 그런 감각이 있다면 분명 소중히 할만한 기억임엔 확실했다.
"고마워요. 전부 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그렇기에 오늘도 말하고 싶어졌네요."
표현이야 좀 서투를지언정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법은 없었으니까, 그동안 품어왔던 생각들도 모두 다 한곳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으니까. 마음 한구석마저도 먼지끼거나 빈 공간 없이 정리해두는 것은 유난스럽게 깔끔떤다고 볼수 있었지만 그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에 대한 생각들을 최대한 많이 쌓아가고 싶다는 그녀의 버릇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지금 선크림 없으니까, 빌려 주라ㅡ( ᐛ ). 말갛게 웃는 얼굴로 너무나도 자연스레 던지는 말이 제법 뻔뻔하다. 누군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이들의 만남이 고작 두 번째에 그친다는 것에 경악하리라. 그러나 상대는 새슬, 웬만한 시선에는 굴하지 않는 자. 새슬이 선스틱을 받아들면, 뚜껑을 열고 서툴게 문하가 자신에게 해 준 것을 떠올리며 흉내를 낼 것이었다. 이렇게... 어ㅡ이렇게? 얼굴과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감촉들을 따라서, 그래도 기억나지 않을 때에는 자신의 얼굴에 발라 보는 시늉까지 해 가면서.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선스틱을 얼굴에 문지르는 걸 다 끝내고 나서야 뒤늦은 물음을 던 져 올 것이다. 그리곤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펴 바르겠지. 와ㅡ 나, 다른 사람 얼굴 만져 보는 거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 간혹 키득거리는 소리를 흘려 가면서, 서툴지만 세심했던 소년의 손길과는 또 다른 서투름으로. 근데 이거 잘 발리고 있는 건가. 마무리로 자신이 보기에 뭉쳐 있는 부분들을 조금 더 문질러 주고서, 그제서야 손을 떼었다. 짠ㅡ 다 됐습니다!
“그럼, 같이 있자.”
둘이 할 만한 게 떠오를 때까지. 그날과 같지만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 말 한 마디를 던지고서, 다시 한 번 새슬이 늘어지게 작은 하품을 했다. 그래도 있지ㅡ, 내가 혹시라도 잠들어서 일어나지 못 하면 두고 가도 괜찮아ㅡ. 잠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눈을 꿈뻑이며 하늘을 바라본다. 아, 해 나왔다. 잠시 흐르는 구름에 가리워졌던 햇빛이 얼굴을 내밀자, 눈동자에 들이치지 않는데도 어쩐지 눈이 부신 기분이 들어서 손바닥을 들어 이마를 덮었다.
슬혜 진짜 이걸 어케; 표현하지.... 아가씨? 아가씨모먼트? 귀족영애같은 우아함과 그런.... 고ㅡㅡㅡㅡㄹ져스스러운 모먼트 너무 좋아요...ㅠ.. ㅠㅠ....... 진짜 쩐다고... 이걸 어떻게 글로 담냐고....... 저는 무리.. 무리입니다... 저의 필력 받쳐주지 않아... ㅇ(-(...... 아갓쉬 저는 이미 슬혜아갓시의 집사입니다.. 언제든지 이 집사. 불러주십시요. (집사포오ㅡ즈)
문하는..ㅋ ㅋ ㅋㅋ 저 너무 취향 직격당해서 지금 침대 부쉇어요 어떡하죠? 만월ST 초커문하랑 누군가에게 턱 잡힌 문하? 어? 이거 꿈인가? 내 생일인가? ?? 나 무슨 업적을 이뤘나? (눈 비빔) ??아니.. 아닌데? 오늘은 그냥 평범한 개강날인데. ^.^???? 어?
>>110 앗... 잠깐... 가만... 최근에 돌아간 일상들 중에 만월 환경을 배경으로 돌아간 일상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앞 스레들을 체크해봤더니 내 착오였어! 88 (그냥 예전에 있었던 만월 이벤트를 언급한 거였었네) 안되는 거 아니었나? 되나 보네?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아차 싶어서 뒤로 돌려보니... 확인해보길 잘했지... 이건 확실히 캡틴이 특별히 허락해주는 게 아니면 안되겠다... 어떻게 하루도 안 돼서 이런 실수를... 88
문하는 응, 하는 코대답으로 새슬의 손에 선크림 스틱을 쥐어주었고, 얼굴을 내맡겼다. 뻔뻔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문하의 얼굴에 발라주겠다는 것이고, 먼저 시작한 것도 문하였기에.
누군가가 보기에는 겨우 두 번째 만남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지만, 문하에게는 이 주일이라는 시간 내내 마음 속에 조용히 품어놓고 바라고 있던 한 장면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품어보는 바람이라는 것이, 마치 쇠창살이 쳐진 반지하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 한 조각 같아서, 그것을 그리며 쫓아와보니 달빛이 아니라 햇살이었다. 그것을 쫓아 나온 구멍 바깥은 여름이었다. 그는 가만히 새슬의 손길에 눈길을 감았다. 평소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얼굴의 근육들이 나른하게 풀어져서.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새슬에게 보여주고 있는 그 무표정은 새슬이 처음 보았던 평소의 무표정과는 퍽 다른 것이었다.
누가 봐도 바보같은 일이었지만, 이제 와서라도 쫓아오길 잘했다. 그 생각은 새슬이 선크림을 다 발라주고 나서 새슬이 내려놓아준 말에 더 확고해졌다. 같이 있자, 하는 그 말이.
"좋아."
…호감 표시가 아니라 승낙 표시인데 어쩌면 새슬이 잘못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하에게 문득 떠올랐다. 뭐, 상관없나. 그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나, 금방 오겠다고 했었었지."
새슬이 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몸을 누이려 하자, 문하는 옆으로 기울어지는 새슬의 그림자를 한 번 힐끗 곁눈질하더니 그 위로 팔을 쭉 뻗었다. 새슬의 머리가 땅바닥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닿았다. 얇은 천에 감싸인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힘을 주지 않은 그것은 생각보다 적당하게 물러, 제법 머리를 누일 만했다. 새슬의 머리를 상완으로 받아준 채로, 문하는 문득 새슬의 쪽으로 비스듬히 돌아누워서는 새슬의 머리를 조심스레 쓸어보았다. 까만 눈으로 새슬을 바라보며, 문하는 사과했다.
"늦어서 미안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두어 번에 그쳤다. 아마 아까 새슬이 문하의 팔을 잡아끌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문하는 새슬을 따라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풀벌레 소리가 찌륵찌륵 하고 미약하게 나고 있다. 사위를 따뜻하게 감싸던 햇살은, 상아색이 아니라 엷게 명멸하는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눈을 들어보면, 난간 너머로 뉘엿뉘엿 기울어져 거의 사그라지기 직전의 석양. 눈을 내려보면, 새슬에게 팔을 뉘어준 채로 가만히 잠들어있는, 탁한 보라색에 잠겨있는 소년. 조금 더 새슬이 기억하던 것과 비슷한 빛깔에 잠겨있는 채로, 그러나 새슬이 기억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무표정으로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그의 눈도 잠깐 떨리나 싶더니 떠진다. 방금 깬 건지, 아니면 먼저 깨었는데 눈을 감고 있었던 건지. 아직 완전히 밤이 되지 않은 하늘을 미리 엿보는 것 같은 먹색의 눈동자가 새슬을 가만히 바라본다.
시멘트 바닥의 차가운 단단함 따위가 아닌 낯선 온기와 폭신함. 졸린 얼굴에 작은 의문을 담은 채로 문하를 바라보았다. 아ㅡ 팔베개. 딱히 그에 대고 무언가를 남기지는 않았다. 어떠한 거부도, 혼란도, 의문도 비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눈을 맞추다가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것이다.
고요히 눈을 감은 얼굴 너머로, 구름처럼 흐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것은 아주 사소하고 의미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할 것 같은 내면의 무언가까지. 소년이 무어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뭐라고? 잘 안 들려. 희미해지는 의식의 끈을 잡으려는 시도는 머리 위로 끼친 짧은 온기 탓에 손쉽게 스러지고. 이어지는 또 다른 중얼거림. 그에 으응ㅡ, 하고 대답이라도 하듯 작게 앓는 소리와 함께, 새슬이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
ㅡ
꿈,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과거의 광경.
딱딱한 침대 시트가 오늘따라 더 춥게 느껴졌다. 얇은 이불보 한 장을 둘러쓰고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지독한 한기, 희미하게 뜬 눈동자에 비추이는 창문 너머의 만월 조각.
습관적으로 무언가 움킬 것을 찾아 좁은 침대 여기저기를 더듬다가,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급하게 집어 품에 안았다. 거친 표면, 희미하게 풍겨나오는 곰팡내와 나프탈렌의 냄새. 결코 푹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그런데도 체온에 데워진 온기가 어쩐지 안심이 되어, 아침이 올 때까지 정신없이 품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ㅡ
아. 새슬이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 몽롱한 얼굴로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그것은 어쩌면, 마치 무언가를 찾거나 확인하는 모양새와도 조금 비슷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차갑고 거친 바닥의 감촉, 습기를 머금은 여름의 냄새. 뒤늦게 새슬의 시야에 소년이 들어왔다. 딱 3초. 하나, 둘, 셋. 아직 졸린 눈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안도? 기쁨? 아니면 다른 무언가?
차갑기 그지없는 납골당이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아가는 이의 몸이 따뜻할 리가 없다. 그러니, 문하는 지금 새슬이 자신의 팔뚝에 별로 소스라치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말없이 머리를 누이는 것이, 그저 자신의 옷 표면이 예기치 않게 따스한 여름 햇살을 한가득 끼얹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거... 다, 너 때문이야.
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고 문하는 생각했지만, 사실은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문하가 마지막으로 꺼내놓은 말이었고, 문하는 그대로 까무룩 잠에 빠져버렸다.
문하가 눈을 감을 때마다 그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가 밤을 증오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문하는 오늘만큼은 어떤 꿈도 없이, 눈을 감을 때마다 보였어야 할 그 얼굴들을 잊고, 낯선 온기를 느끼며 깊이 푹 잠들었다.
새슬이 눈을 떴을 때에는 거친 표면을 가진 무언가가 새슬의 머리를 괴고 있는 것처럼 새슬의 어깨를 조심스레 덮고 있었다. 그렇게 푹신하진 않았고, 좀약 냄새도 나프탈렌 냄새도 아니었지만 흐릿한 세제 냄새가... 습기를 머금은 여름 냄새와 함께 새슬의 코에 걸렸다. 그러나 그것은 새슬이 기억하고 있는 것만큼 따뜻했다. 새슬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것은 담요처럼 새슬을 놓아주고 새슬이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어나 앉은 새슬을 보고, 탁한 보라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소년은 어영부영 새슬의 머리가 놓여 있던 팔뚝을 들어 손목을 확인했다. 운동용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안 보여... 하고 중얼거리며, 문하는 손을 뻗어서 손목시계의 발광 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아직 잠이 덜 깨 초점이 맞지 않는 눈에는 지금 시간도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나. 문하는 그냥 팔목을 툭 떨어뜨렸다.
안녕, 하고 새슬이 건넨 인삿말에, 문하는 누운 채로 양껏 기지개를 쭉 폈다.
"...너무 자버렸네."
까만 눈으로도 햇빛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 그는 자주색에서 자색으로 흐려져가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우스갯소리라도 하듯이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사실, 그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우스갯소리만큼이나 허황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하는 신경쓰지 않는다.
문하가 기지개를 켜는 것까지 보고서, 새슬이 비스듬히 돌아간 고개를 원위치로 되돌렸다. 과연, 벌써 거의 모습을 감추어 버린 반틈짜리 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길고 느릿하게 깜빡이는 새슬의 눈꺼풀 사이로, 태양이 마지막 힘을 다해 내던진 빛화살 몇 가닥이 흐릿하게 파고들었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비벼 닦아내면서, 잘 잤어? 보라색으로 물든 소년의 질문에는 답이 없다. 습관적으로 웅크린 어깨에 저녁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붉은 기운이 옮은 녹색 눈동자에는 무엇이 비추이는가. 정말로 난간 너머의 태양만 들어 있나? 소년에게는 알 수 없을 시선.
그 이후로도 조금의 시간이 걸린 뒤에야 새슬이 입을 떼었다. 그것은 소년에게 건네는 말이라기보다 중얼거림에 훨씬 더 가까운 음성이었다.
“….꿈을 꿨어.”
딱 한 마디, 그 뿐. 꿈의 내용도,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새슬은 입술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되려 고개를 돌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웃음을 흘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제 쪽에서 되묻는다. 하는 잘 잤어? 하고.
둘 중에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것은 이번에도 새슬이었다. 작은 흙 알갱이 따위가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몰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하가 옥상으로 들어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새슬이 난간에 몸을 붙인 채 운동장을 가볍게 훑었다. 그리곤 다시 하늘을 바라보다가ㅡ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제, 돌아가야 해?”
이번에는 혼잣말이 아닌 명백한 물음이었다. 난간에서 몸를 떼어낸 새슬이, 상체만 살짝 틀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저물고 있지만 아직은 찬란한 빛을 내뿜는 태양빛에 가리워,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도 가볍게 잠겨 있었지만, 평소와 같이 나른한 목소리만 남았다.
ㅡ 자러... 자러 가겠읍니다 이미 잠드셨다면 굿나잇입니다 ^.^,,, 창 밖에 천둥번개가 막 치네요 어유 ㅇ(-( 새벽/아침반 분들 다들 나갈 일 있으면 비 조심하시구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시기....!!!!
왠지 장난기가 솟아서 여러번 예쁘다는 말을 돌려주니 뭔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사실 소리가 들려오진 않았지만 잠시 멈춰버린 사고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시아는 자신의 선택이 그닥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으니 분명 나쁜 것은 아니겠지.
" 맞아요, 그냥 편하게 시아라고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사하 선배. "
시아는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맞춰오는 당신에게 눈웃음을 부드럽게 지어보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 앞의 선배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밤의 산책이 지루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역시 여행지의 밤은 무언가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내일은 꼭 보도록 해요. 낮의 매력과 밤의 매력은 많이 다르거든요. "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당신의 말에 놀란 듯 잠시 눈을 크게 떴던 시아는 이내 평소처럼 잔잔한 눈매로 돌아와선 조곤조곤 부드럽게 말을 이어간다. 부디 사하가 밤과 낮의 바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물씬 들어간 듯한 목소리였다. 슬그머니 시선을 사하의 발로 향하는 건, 슬리퍼를 신은 그녀의 발이 무리가 가지 않게 걸음의 속도와 걷는 코스를 생각해두는 모양새였다.
" 놀려고 왔어요, 후후. 왠지 여기까지 와서 공부하는건 아쉬우니까 공부는 잠깐 뒤로 미뤄두고.. 뭐, 3학년 선배님한테 공부를 미뤄두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는게 좀 그러니까... 후배로서 선배한테 공부 생각보단 잠깐이라도 후배를 봐달라고 하고 싶지만요. "
서툴게 눈을 찡긋해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시아가 옆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선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냥하게 말을 이어간다.
" 물놀이 좋아해요. 뭐, 그렇게 떠들썩하게 노는 편은 아니지만.. 맘이 맞는 사람이랑 물놀이를 하는 건 즐거운 일이거든요. "
안그래요? 하고 묻는 것처럼 시아는 자연스럽게 사하와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두사람의 걸음걸이는 어느샌가 슬리퍼를 신은 사하의 발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도록 느릿해져있었다.
새하얀 오버핏 셔츠와 검정색 돌핀 팬츠를 입은 시아가 어느샌가 다가와 파라솔 아래에서 공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슬혜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그마한 맑은 웃음소리. 가느다란 손이 천천히 다가와 슬혜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 혼자서 뭐하고 있어. 나 보고 싶었어? "
깔끔하게 기다란 검정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시아가 상냥하게 말을 던진다. 슬혜를 바라보는 초콜릿색 눈동자엔 바라보는 슬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슬혜의 뺨을 쓸어내린 가느다란 손가락은 천천히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빗어내렸고, 천천히 시아는 슬혜의 목을 뒤에서부터 감싸안았다.
" 나, 슬혜랑 물놀이 하고 싶은데... 해줄거지? 그다음에 아이스크림이던 팥빙수던, 문어다리던... 같이 즐기자. "
해줄거지? 하고 물어보면서도 속삭이는 귓가에 쪽하고 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함께 하자는 듯 유혹의 손짓을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 마음을 먹었던 것.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이것이 조금 정도가 아닐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자신이 먼저 슬혜에게 다가가보는 시아였다.
" 저어쪽으로 가면 사람이 없는 쪽이 있더라. 아무래도 편의시설이랑 멀어서 그런가. "
그리고 나, 수영복 입고 왔거든. 슬혜의 귓가에 자그맣게 짓궂은 속삭임을 던지곤 천천히 몸을 떼어낸 시아가 장난스레 새하얀 티셔츠를 팔랑거린다. 그래봐야 보이는 것은 새하얀 배가 아주 잠깐 보일 뿐이었지만.
한창 머릿속의 레시피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도중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때서야 눈이 트인 것인지 당신쪽으로 눈길이 갔던 그녀는 제 뺨을 쓸어내리는 부드러운 손길과 함께 전해진 작으면서도 맑은 웃음소리에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답해주었다.
"간단하고 누구나 즐길수 있을만한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죠? 그리고..."
공책을 덮고서 똑바로 바라보자 눈에 띄는 깔끔하게 묶인 검은 머리카락도 그렇고, 해변가에 딱 맞는 옷 덕분에도 오늘따라 유달리 예뻐보인건 마냥 기분탓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런데까지 왔는데, 어떻게 안보고 싶다 거짓말 할수 있겠어요?"
새삼스레 느끼는 감상평일 수도 있겠지만,
상냥한 말과 애틋한 눈길에 잠깐 시선을 마주하다가도 천천히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다시 빗어내리는 손길에 고양이가 그러하듯 눈을 감아 골골거리는 소리를 따라하던 그녀는 자신의 목을 감싸안은 당신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물놀이라... 싫어하는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그대야 부탁인데 들어주지 못할 이유도 없구요?"
먹거리는 그 다음에 즐기자, 라는 살짝 유혹이 가미된 말을 어떻게 거절할수 있을까. 보다 적극적인 푸시에 부러 눈을 휘며 웃어보이던 그녀는 장난스러운 손짓과 함께 팔랑거리던 티셔츠 안에 보이는 새하얀 살결에 살짝 놀라다가도 당신의 짓궂은 속삭임에 그리 쉽게 넘어갈 생각은 아니었는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후후후... 다들 몰려있는 곳에서 굳이 떨어져나온다니, 그러다 큰일난다구요? 뭐... 그동안 저도 꽤나 성장했으니까. 대결이라면 지지 않을 거지만요~"
라고 당당하게 말은 해도, 그녀는 지금껏 그부분에서만큼은 이긴적이 없었다. 심지어 참가인원이라곤 단 두명뿐인 수영복 대결에서,
패착요인이라 꼽자면, 그녀가 심플하기 그지없는 홀터넥 비키니를 몇년째 고수하고 있단 것일까? 그것도 뻔하디 뻔한 검은색이었으니 말이다.
당신이 공책을 덮고선 똑바로 바라보자 시아는 장난스런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른한 표정을 짓는 그 모습 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자신도 꽤나 유별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아무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보고 싶다니 조금 이따가 그 기대에 부응해줘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는 시아였다.
" 후, 들어줄 때까지 조르려고 했는데 슬혜가 빨리 들어줘서 다행이야. 사람도 많은 곳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될테니까. "
자신을 가볍게 끌어당기는 당신의 손길에 얌전히 딸려가며 장난스런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준다. 정말로 어린애처럼 졸랐을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말았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냥은 이 기회를 날려버릴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미소를 지어보이던 슬혜가 흘끗 보였을 살결에 놀라는 모습에 맑은 웃음을 더하는 것은 덤이었다.
" 큰일이라... 슬혜한테 당하는거라면 딱히 나쁠 건 없을지도? "
겁을 주듯 말하는 슬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자신의 아랫입술로 가져가 꾹 눌러보이며 입꼬리를 살며시 올린다. 고혹스런 미소, 그것을 지어보인 시아가 천천히 손을 내민다. 앉아있는 슬혜에게 일어나라는 듯.
" 자, 그러면 얼른 가볼까? 그대야? "
부드럽게 손가락을 움직여보이며 손을 내민 시아가 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속삭인다. 장난스럽게 슬혜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따라하면서.
새슬이 혼잣말하듯 던진 말에 문하는 고개를 들며 질문을 던졌다.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던지, 대답 대신에 자신은 잘 잤냐는 반문이 돌아오자 문하는 별말없이 새슬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나쁜 꿈을 많이 꾸는데... 방금은 꿈 없이 푹 잤어."
문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자신의 종아리를 팔로 짚어 상반신을 기댔다. 그는 조금씩 평소의 표정을 찾고 있었다. 얼굴 근육이 그 상태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 처음 인상처럼 굳어들어가지 않았다. 원래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이상할 정도로 조각상같은 얼굴이 있던 자리에, 조금 잠이 덜 깬 것 같고, 시무룩해 보이는 인상의 소년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새슬이 잊게 해 주었던 것들 중 일부를, 새슬이 본의아니게 다시 문하의 머릿속에 되살려주었다.
"돌아간다고 해도 말야..."
그게 그에게 나쁜 일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가 잊어서는 안 될 의문이었기에... 그를 그로서 존재하게 해줄 수 있는 의문이었기에. 그러나 한 사람의 존재를 힘겹게나마 지탱하고 있던 그 의문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어디로 돌아가야 되지?"
그는 버려진 떠돌이 늑대개였다.
그의 얼마 안 되는, 이젠 기억마저 흐릿한 황금같은 유년기를 제외하면,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집에 있다' 는 생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게 그에게 서류상의 집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분명히 아버지의 명의로 된, 이 도시에 남아있는 작은 주택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것을 house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home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까? 문하는 문득 강철 대문의 삐거덕 하는 음울한 소리와, 집 안의 고요히 죽어 있는 공기를 떠올렸다. 자신이 지금 숨을 쉬고 있는지도 의심되는 삭막한 석관 같은 풍경.
문하는 의문문으로 끝맺은 말에 뭔가 더 입을 열어 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들고 가만히 새슬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차마 말하지 못할 것 같아 바라보고만 있는, 그런 슬프고 겁먹은 눈. 흐려지지도 젖어들지도 않았으나 오히려 반대로 메말라서 생기를 잃은 눈. -그가 평소에 하고 있는 눈빛이다.
일단 하늘주 내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쭉 쉬니까 그때 돌릴 수 있으면 찔러볼게! 사실 지금 찌르자니 나도 퇴근하고 쉬는 중이어서 기력 회복 중인지라. 8ㅁ8
아. 맞아. 주말의 포크댄스도 신청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신청해줘! 다만 내가 이제 떠올렸는데 내가 찌르고자 하는 이가 신청을 안할 가능성이 있었네. 그런 이들은 이번만은 운에 맡겨보자! 8ㅁ8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참가할 이들을 미리 받고 찌르기 받을테니까!! 커플분들은 자동 매칭입니다. 예압. 물론 합의하에 다른 이와 하고 싶다 한다면 따로 하는 것으로 넣어도 상관없지만서도.
물론 일면식도 없거나 기피하는 사람이라면 텐션이 낮은 때 몇번 그럴 수야 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사람을 대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기분 역시 좋은 편이었다. 물론 당신이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라는 어느정도의 전제가 있긴 해도 누가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둘까?
평소엔 딱딱하게 굳어있고 이리저리 찌르는 일이 많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말랑해지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마냥 의식의 끈을 놓았다간 당신이 어떤 비범한 행동을 할지 모르니 약간의 긴장감 정도는 있으려나, 그래도 나름 즐거운 고민이니 그걸로 만족이지 않을까 싶었다.
"후후후... 부끄러운 건가요? 어차피 살다보면 부끄러운 일 정도는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지만..."
이유(수영복)가 이유인지라 선뜻 내비칠수 없다는건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녀라면 그런것에 딱히 거리낌은 없지만 단순히 학교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과 이렇게 바다까지 나와서 물놀이를 하는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상식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으니, 의문을 가질지언정 그것에 대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그것에 순순히 따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랫입술을 뻗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고혹스러운 미소를 짓는 당신의 모습에 혹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좋은게 좋은 거니까. 거부할 생각은 애당초 리스트에 있지도 않았던만큼 즐길 수 있을때 충분히 즐기는것 또한 여름을 나는 법이었다.
"흐음~ 제가 늘상 하던 말을 반대로 듣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운데요?"
천천히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잡고 일어난 그녀는 여전히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짐들을 한켠에 놓아두었고, 장난스레 자신의 호칭을 따라 부르는 당신에게 한껏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어째 그런 모습이 귀여워보이기도 해서 저도모르게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쪽으로 가져다대려 했을까?
"그래도, 벌써부터 그런 발칙한 생각을 생각하는건 곤란하다구요~? 물놀이 하기도 전에 진이 빠질 생각은 없잖아요?"
마치 '정말 그럴셈인가요?' 라고 되묻듯 한쪽 눈썹만 올라간 표정과 함께 오므린 손으로 뺨을 잡듯, 살짝 꼬집는것 같으면서도 딱히 힘은 실리지 않은 손길이 잠깐 전해졌다.
" 물놀이 하기 전의 준비운동이라고 가볍게 이유를 붙인다면 못 할건 없지? 적어도 몸이 풀리는 건 사실일테니까. "
시아는 자신의 뺨에 다가오는 당신의 손을 피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움직여 뺨에 닿는 손에 부비적거렸다. 마치 고양이처럼, 살살 부비적거린 시아가 혀 끝으로 입술을 적시며 고혹스런 미소를 지어조였고, 진담일지 농담일지 모를 대답을 들려준다. 일단 슬혜도 일어난 만큼 이대로 가만히 서서 시간을 보내는 건 아쉽다는 듯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한다.
" 맞다, 선크림은 발랐어? 안 발랐으면 이따 놀기 전에 바르고 놀자. 예쁜 피부 타버리면 안되잖아. "
시아는 당신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작거리며 앞장서서 나아가다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초콜릿색 눈동자를 당신에게 돌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물론 피부 걱정만이 선크림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표면적인 이유로는 완벽하지 않았을까.
" 내가 이번에 괜찮은 선크림을 가져왔거든. 물에도 잘 안 녹고, 오래 유지되는걸로. "
꼼꼼히 발라야 밤에 따갑지 않을테니까. 시아는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드럽게 속삭이곤 맑은 웃음을 흘린다. 장난스레 혀를 빼물고 웃어보인 시아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하곤 성큼성큼 나아간다. 걸음이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주변의 인파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확실히 사람이 없는 곳이 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해변이 휘어져 안쪽으로 들어가 시야에서도 운좋게 가려지는 곳에 도착한 시아는 돗자리와 가방을 내려놓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모처럼 바다에 왔는데 밤에만 나와서 돌아다니는 건 좀 아깝지. 물장구 정도는 쳐야 조금 덜 억울할 것 같다. 사실 시아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별생각없이 누워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시원한 실내에서 창밖으로 구경만 했거나. 아마 그랬다면, 바다 구경 얘기 들을 생각하고 물어본 친구들은 사하를 황당하게 쳐다봤겠지. 시아가 말해준 덕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모래사장이라 발 괜찮아요.> 제 맨발로 향하는 듯한 눈길에 사하가 가볍게 말한다. 물에 젖은 탓에 모래가 들러붙는 건 좀 거슬렸지만, 그것 빼곤 괜찮았다. 이따 들어가기 전에 바닷물에 한 번 씻고 어차피 젖은 신발에 대충 발 구겨 넣고 들어가면 될 테니까.
"나도 공부 싫어서 왔는데, 뭘. 공부 생각 아까 저쪽에 던져서 이제 없을 걸요."
사하가 바다 너머 어딘가를 보는 척 하며 웃었다. 공부생각 안녕! 지금쯤 러시아에 닿았니? 거기에도 사하가 있다니까 알아서 잘 살도록 해. 저편에서 빛이 한 번 반짝이고, 사하는 힘차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사하는 그냥 느릿느릿 편안하게 걷고 있다.
"사실 난 물에 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사하가 머쓱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공부 싫어하는 사람 같잖아. <수영 못 하기도 하고 뒷정리도 귀찮아서.> 덧붙인다.
"그래서 시아는 마음 맞는 사람이랑 왔나?"
시아 보며 짓궂게 웃는다.
/ 맨발이라 그것만 수정해서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슬리퍼는 숙소에 있는 거였읍니다 ㅇ.<
마치 고양이가 그러하듯 손에 얼굴을 부비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고양이와 함께 사는 입장인 그녀에겐 다소 신선하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평범한 고양이와는 다르게 대화가 가능하고 같은 밥을 먹을수 있단 차이 정도야 있겠지만,
"음~ 뭐 그정도라면 문제될건 없지만요~"
다만 뒤이어 들려온 말엔 아차, 하는 생각에 잠시 머리를 짚었을까? 그 뒤엔 태연하게 제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동작으로 마무리지었지만 잠시동안 갈곳을 잃었던 눈동자는 조금이나마 당황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나름 진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저 장난치기 위한 농담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미소 때문에도 전자쪽에 더 힘이 실리는 건 어째서일까?
"...아, 깜박했네요... 그런쪽은 딱히 신경 안썼던지라..."
의외로 정말 몰랐다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그녀의 반응이 바로 전해졌다. 쉽게 타는 성질은 아니기에 구태여 태닝할 이유도 없던 피부였지만 예전엔 신경쓰지 않았다면 지금은 조금이나마 시선이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관심가는 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자기 외모에 신경쓰게 된다더니, 그게 딱 맞는 말이었을까? 구애의 대상에게 조금 더 잘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동물들의 예시는 사람이라고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그정도 성능이 있다면 어차피 노는거 마다할 것도 없지만... 아, 확실히 괜찮은 곳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의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어우러진 당당한 걸음걸이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것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딱히 거절할 생각도 없고 어울릴수 있다면 뭐든 어울리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수긍은 빠른 편이었다.
게다가 해변가의 들어가고 나온 호도 저쪽의 시야에 가려질법했기에 주변 인파에 신경쓸것 없이 느긋한 분위기를 즐길수 있는데엔 최적의 장소라 할수 있었다. 풍경도 제법 괜찮았고, 어쩌면 사진찍기에도 딱 좋은 배경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물론 아무 이유없이 찍는 사진엔 잔상만이 남겠지만,
"그나저나 돗자리까지라니, 후후후... 상당히 본격적이네요?"
그녀 역시 자신이 필요한것 정도엔 준비성이 철저한 편이었지만, 기껏해야 햇빛을 충분히 가릴 정도의 모자, 크로스백 따위가 전부인 구성이었기에 심플하다면 심플하다 볼수 있었다.
모래의 성질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모래성을 좀 더 뒤쪽에 지어야한다고 알려주자 너의 표정이 바뀐다. 마치 무언가 깨달았다는듯 머리 위에 전구가 보이는 것 같은건 기분탓일까. 콜라 아니라니까, 자꾸 내 마니또 별명과 이름을 헷갈리는 네 얼굴을 눈을 가늘게 뜨며 보았다. 지금까지 네가 지었던 표정 중에 제일 생기있네. 그러다 네가 일어나는 것을 눈을 쫓는다.
" 모래성 만들기 ... 할 거 없으니까 같이 해볼까. "
어차피 시간을 때우다가 들어갈 생각이었기에 나름 괜찮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모래성을 만들자고 한건 너니까, 네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는게 좋겠지. 모래성은 무엇보다 역할 배분이 중요하다. 이렇게 파도가 들이치는 곳에 지으면 쉽게 지을 수 있지만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먼저 흙을 옮기던가 아니면 물을 붓던가 둘 중 하나를 해야하는데,
" 그럼 네가 성을 지어. 내가 흙을 퍼서 가져다줄께. "
사실 모래성은 바구니 같은 곳에 꾹꾹 눌러담아서 지어야지 멋있는 모습이 완성되지만, 그렇게까지 할만한 도구가 우리에겐 없었으니까 이렇게 젖은 흙을 옮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름용의 얇은 긴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춤을 걷어붙이고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조금씩 모래를 파도가 닿지 않는 곳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욕심 부려서 크게 지으면 오늘 안에 안끝날수도 있어. "
혹여나 하는 마음에 말해두고 열심히 흙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거 내일 몸살 나는거 아니야?
>>244 하늘이는 다른 사람과 벽을 쌓거나 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영역 안으로 사람을 쉽게 들이진 않지. 정말로 자신이 마음을 허락한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어. 그래서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지만, 정작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이가 제대로 없으니 (소꿉친구나 가족 등 제외) 그대로는 사랑을 앞으로도 알 길이 없다고 신이 선언한다는 비설 같은 거면 어떨까?
슬혜의 대답에 오묘한 대답을 흘리며 살며시 눈을 빛내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이었을까. 아무튼 잘 알겠다는 듯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는 왠지 이리저리 흔들리던 슬혜의 눈동자를 보았기에 작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이런 모습도 꽤나 신선했으니까, 조금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슬혜가 신경을 안 쓰면 나라도 신경을 써야지. 챙겨오길 잘했다. "
역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줄 알았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반은 감으로 챙긴 것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아는 가볍게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적극적으로 다가갈만한 요소가 하나 더 생긴 것이었으니까.
" 적어도 슬혜의 예쁜 모습을 다른 사람들 눈에서 가려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장소지. "
슬혜의 대답에 맑은 웃음을 더해보이던 시아는 천천히 손을 놓곤 뒤를 돌아 슬혜를 바라보며 뒷걸음으로 나아가며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 말한다. 평소와 같은 잔잔한 목소리였지만 조금 더 들뜬 기색이 엿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원래 노는건 쉬는 것도 잘 챙겨야 한다고 하니까. 꼼꼼하게 챙기는게 좋지. "
시아는 한적한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펼치곤 그 위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리곤 슬혜를 모며 씨익 웃어보인다.
" 자! 그러면 대망의 수영복 보여줄 시간! "
시아는 슬혜에게 망설일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새하얀 티와 돌핀 팬츠를 망설임 없이 벗어낸다.
>>247 >>249 이것저것 있지만... 잘못된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좀 틀어버리고 싶긴 하겠지? 후회만 남은 과거라던가... 근데 얘 성격상 물흐르는대로 사는터라 남용했을거 같진 않구...🤔🤔🤔🤔🤔 근데 너무 틀어버려서 시간선이 꼬이거나 분열되거나 광기에 물들어버리는 것도 좋걸랑요. Wryyyyyyyyy 흑화한다아아아아아 (?)
>>260 눈물을 흘리는 민규주에게 진실을 알려주자면 절반은 거짓말이다!! 물론 하늘이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해보거나 한 적은 없긴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늘이가 아직 그런 쪽에 흥미가 없다는 것에 가까운지라. 물론 러브코미디 만화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싫어하는건 아닌데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는 건 그다지 생각을 안하는 피아노 바보라서. (시선회피) 그러니까 전혀 막 슬프거나 그런 거 아니다!!
>>261 이렇게 또 한 명의 수영복을 알 수 있었다!!
>>262 잘못된 선택이라. 확실히. 슬혜라면 뭔가 그러고 싶어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 와중에 광기. ㅋㅋㅋㅋㅋㅋㅋ 시아를 보고 참아줘!!
고개를 끄덕이며 묻지도 않은 계획까지 말해준다. 사실 담근다기보다는 덕지덕지 묻은 모래 씻어내기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내일 낮에는 정말 나와서 제대로 있어볼 생각이다. 더워도 어떻게 썬크림이랑 모자로 중무장 하면 한두 시간 정도는 견딜만 할 거다. 못 참고 답지 않게 물로 돌진할 지도 모르지. 근데 혼자 빠질 수는 없으니까, 누구 하나 붙잡고 들어가야겠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늘어놓으며 작게 웃었다.
"당연하지. 얼마나 멀리 보냈는데."
재주좋게 맞받아치는 시아에 으쓱한 표정과 함께 말한다. 이런 확신의 말이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뒷일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짧은 삶을 관통하는 안일한 생각 덕이다.
"싫어한다기보단… 번거로워서 귀찮아요."
물에 젖은 몸에 모래가 어찌나 잘 달라붙는지! 지금 발만 이런 것도 귀찮은데, 모래인간처럼 다닐 생각을 하면 아찔했다. 젖은 옷 가방에 넣기 전에 말리는 것도 일이고. 생각만 해도 귀찮아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 내가 맞춰볼게."
사하가 고민한다. 맞출 확률은 50%. 오늘 처음 만났으니 사전 정보는 없다. 찍어서 맞춰야 하는 것이다. 진지한 표정과는 다르게 머리에서는 코카콜라로 시작하는 노래와 함께 화살표가 움직인다.
시아는 당신이 고민하는 동안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지켜본다. 과연 눈 앞의 귀여운 선배님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생각만 해도 꽤나 즐거워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나온 그 대답에 시아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 맞아요, 꽤나 좋아하는 아이도 같이 왔거든요. 햇볕 쨍쨍할 때 같이 바닷가에서 즐겁게 놀았었죠. "
자신의 팔을 감싸안은 시아가 눈을 감고 회상을 하듯 중얼거리머 답하곤 천천히 눈을 뜨곤 말한다. 그런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인데 자신이 너무 힘들게 한 건 아닌가 싶어 밤산책은 홀로 나왔던 차였다. 눈 앞의 눈치 좋은 선배를 의외라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 선배는 그런 사람 없어요? 같이 시간을 보내면 즐거운 사람. 어, 그것 보단 좀 더 심화 파트로 해서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던가~ "
시아는 살풋 고개를 살짝 기울여보인 체로 미소를 띈 체 짓궂은 말을 던져본다. 왠지 눈 앞의 선배에게선 꽤나 또렷이 반응이 전해질 것 같았으니까.
맞췄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손만 자유로웠다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신발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지만.
"사실 눈치 빠른 건 아니고 이번엔 운이 좋았어요."
대신에 정답 맞춘 이유를 순순히 불었다. 코카콜라의 신이 돕기라도 한 걸까. 오늘도 어김없이 쓸데없는 생각이 따라온다. 어찌됐든 맞췄으니 뿌듯한 건 사실이다. 낮의 일을 떠올리듯 얘기하는 모습은 마냥 들떠 즐거운 것처럼 보이진 않아도 꽤 편안해 보였다. 저렇게 곱씹을 정도면 좋은 추억이 됐겠지.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은 많은데."
벌써 떠오르는 얼굴이 제법 있다. 같이 떠들어주고 장난도 쳐주고 군것질도 해주고. 착한 애들 워낙 많아서 웬만해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지금도 재밌고.> 사하가 중얼거리며 덧붙인다. 두근거림은 역시 선생님이 째려볼 때가 최고인데, 역시 이런 걸 물은 건 아니겠지. 어깨만 으쓱이고 만다.
"낮에 그 애랑 있을 때 즐겁고 두근거렸어요?"
제 얘기할 때는 밍숭맹숭하게 굴더니 질문할 때는 금방 장난스러운 얼굴을 한다. 부끄러워하면 조금 놀려주고 싶은데. 악의 없이 짓궂은 생각도 잠깐 해본다.
"…나 올해 들을 예쁘다는 말 다 들은 것 같아."
사하가 고개 젖히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민망한지 양볼이 은근히 불그스름했다. 진짜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이 나한테 예쁘다고 해주네.
수영복 최고야... 멋져... (사망냥이) 참고로 양아치는 이런 느낌입니다... 다만 이대로 나서기엔 부끄러우니 얇은 흰색 원피스 덧입었다는... 그런 티엠아이, 쿠앤크 성애자 양아치... 참치적으로도 챙 짱넖은 바캉스모자 좋아해. 사실 해변룩은 수영복은 둘째고 모자가 탑리스트지. 암, (덕끄덕끄)
아. 그리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 다 참가하겠지라는 조건으로 찌르기를 받았는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다 참여한다는 보장이 없더라구.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찌른 이가 참가했기를 바라면서 결과를 기다려줬으면 하고...8ㅁ8 다음에는 미리 참여자 리스트 확보하고 공개한 후에 찌르기 받을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항상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훅 들어오는 일이 빈번해진 당신을 보고 있자니 당혹스러움을 쉽게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즐기라면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었지만... 몸은 즐겨도 머리가 고장나는것 같다는 느낌일까?
알게모르게 빈틈을 파고드는 것은, 특히나 하나도 놓치는것 없이 눈을 번뜩이는 것은 그동안 그녀가 으레 해왔던 행동이었지만 정작 그것을 당하는 입장에선 내성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음~ 그래도 막상 얘기가 나와서 생각해보니 꽤 아쉬운 이벤트를 놓칠뻔한거 아닌가 싶네요?"
해변가, 선크림, 커플, 제법 있을법한 의식... 그것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역시 인간의 본성이란건 무섭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그녀 스스로도 조금은 당혹스러워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며 넘기기로 했다. 학생이라는 신분상 집 밖에서 하늘하늘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어차피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딱히 남에게 보이기 싫을만큼의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다른 사람들 눈에서 가려줄수 있다, 라는 당신의 말에 부러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래도 부끄럽다는 감정이 어려있었는지 귀끝이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가볍게, 하지만 떨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잡고 있던 손이 살짝 놓이면서 자신을 돌아본 채 뒷걸음으로 나아가는 당신을 보며 순간 위험한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 반사적으로 손이 뻗어졌지만 금방 물려내었다. 만족한듯 잔잔하면서도 어딘가 들뜬 기색이 보이는 목소리 때문에도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생각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부할때도 확실하게, 놀때도 확실하게. 라는 철칙을 세우는 그녀라도 역시 후자는 좀 미숙한 부분이 많았기에 여러모로 당신에게 배워가는 부분이 많았을까?
한적함마저 느껴지는 모래사장의 정적을 깨듯, 돗자리를 펴고 짐을 풀어낸 당신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내 안에 입고 있는 수영복을 보여주자 그녀는 그 갑작스런 공개(?)에 당황해 잔뜩 움츠러들었다가도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슴을 확실하게 담아두었다.
"헤에... 작정했다는 느낌이 확실하네요~"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적극적인 모습에 잘 어울리는 형태였을까? 그러면서도 크게 드러나는곳 없이 온전하게 커버하는 디자인의 수영복은 꽤나 인상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과감한 면에선 자신의 복장도 나름 주장이 뚜렷하다곤 생각하지만... 늘상 그러는 사람과 그러지 않던 사람의 차이는 확실한 법이니까,
"괜찮다마다요~ 음... 이건 '예쁘다' 같은 수식어로는 좀 많이 부족할거 같은데... 더 좋은 말이 뭐가 있을까...
...후후후~ 아무튼, 이번에도 수영복 대결은 제가 지겠는걸요?"
완만한 호를 그리는 웃음은 이가 드러날 정도로 활기찼지만 입가에 살짝 얹어진 손이 얄궂은 분위기로 틀어내고 있었다.
그럼 혼자 보던 것 중에 하나만 올릴게요.... <:3 성장버젼 혼자 흐뭇하게 보고 있었는데... 아마 산들고 동창회 열리면 다들 놀라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다람쥐 같데 걔가 저렇게 컸다고...? oO) 성장 후엔 지금보다 더 엄마(핑발 적안 토끼상이심)를 닮은 모습이라 금아랑도 너 예쁘다고 하면 " 알아. " 하고 옅고 차분하게 웃어주지 않을까 싶어요 <:3
아버지는 사회화된 호랑이상(흑발 벽안).. 이셔서 아버지쪽 닮았다면 지금보단 카리스마 있는 얼굴이었을 거예요 <:3
>>382 사실 독백 올리는 것을 볼 때마다 알겠지만 그리 높은 퀄은 기대하면 '기대를 하기에 배신을 당하는거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지' 를 당할 가능성이 높지! 사실 내일 백신 맞아서 오후부터 쭉 쉬어야하니까. 집에 돌아오면 그래도 4시 30분쯤 되지 않을까 싶지만.
>>378 기력 딸리는 아랑주마저 귀여우면 제가 이상한 건가요? (변태입니다.) 아랑주 기억 대다내! 하지만 양아치주는 개인적으로 플롯 트위스트를 좋아하는 새럼이라 '나는 당신만의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기도 하다... 집착과 속박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겐 뭐든 하고 싶어하는 그런거...
>>385 상댕이의 구호활동도 받으셨으니 얼른 회복하셨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다른색 상댕이도 보여드릴게요 ㅇ.< 음... 연호주의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이네요 ㅎㅁㅎ 연호는.... 일단 비설의 결말에 따라 갈리겠지만, 아마 차분연호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3 바보같은 모습이 조금 사라질거라고 생각해요!
>>388 이 하늘주는 무리하는 것을 싫어하기에 그런 느낌이라면 바로 쉬니까 노 프러블럼이다. 사실 내 가족 중에서 두 명이나 백신 맞는 것을 봤는데 보통 6시간 정도 후에야 반응이 오더라구. 그러니까 괜찮을거야! 뭐 몸이 아프다 싶으면 바로 쉬러 가면 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랑이가 뭐 먹는지만 알려줄 수 있을까? 내가 메뉴 마음대로 고를 순 없으니까.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작성중이긴 해서 말이지.
>>389 옛날에도 어지간해선 존댓말 쓰던 애라서 다급한 상황이거나 무의식의 아무말이면 종종 반말 섞일 수도 있긴 한데... 🤔 하하하하하 지옥의 존댓말캐다! 물론 원한다면 언제든 반말 쓸수 있지만!! 이래뵈도 자기 페르소나 하나는 기똥차게 잘 바꾸는 애라서, >>390 나, 너꺼해라. >.0~☆ (찡긋) (?)
>>399 그렇구만. 그럼 참고하도록 하겠어. 내가 여기까지 쓰긴 했는데 이 이상을 쓰기엔 슬슬 자러 가야 할 것 같으니 내일 백신 맞고 귀가하면 그 내용 참고해서 천천히 써보는 것으로. 뭔가 생각보다 꽤 길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든 되겠지 뭐. 옷자락은 전에 하늘이와 이야기할때나 그럴 때 옷자락 잡는 이야기가 은근히 나온 것 같아서 저렇게 써보긴 했지만.... 캐붕이라면 정말로 미안하다! (흐릿)
>>399 네넵 분홍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나중에 가져다드리겠습니다 ㅎㅁㅎ 바보같은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갰지만, 지금처럼 게양대 타고 날아다니는 기행은 아마.............. 없지 않을까요...? (점 무한개) 연호는 언제나 건강할거에요! 행복.... 은 뭐라 단정하기 힘들지만요... (시선회피)
순순히 정답을 맞춘 이유를 말하는 사하를 물끄러미 보던 시아가 가느다란 검지를 펴서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선 쉿 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곤 가볍게 윙크를 해보이며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을 돌려준다. 굳이 운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는 듯 장난스레 사하의 말을 고쳐준다. 그래도 뿌듯해보이는 사하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드는 시아였지만.
" 뭐, 확실히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라고 말해버리면 범주가 넓어지긴 하네요. "
시아는 자신의 질문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의 범위가 꽤나 넓었다는 것을 깨닫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지금도 재밌다는 사하의 덧붙이는 말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불만족스러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 네, 엄청 즐겁고 두근거리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거에요. "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사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던 시아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이내 두손을 공손히 모아선 자신의 뺨에 가져다대며 눈을 지그시 감은 시아가 미소를 머금은 체 자그맣게 속삭인다. 지금 되새김질을 해보아도 분명 기쁘고 즐거운 한편의 추억이었다는 것처럼.
" 그러니까 선배도 이번 기회에 그런 기억을 하나쯤은 만들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테니까요. "
회상을 하듯 눈을 감으며 미소 짓던 시아는 천천히 눈을 뜨곤 초콜릿색 눈동자로 사하를 바라보며 조곤조곤 대답을 이어간다.
" 적어도 헤어져서 각자 방으로 가기 전까지 꽤나 많이 들을거에요, 이렇게 예쁜 선배를 보는건 정말 기쁜 일이니까요. "
슬그머니 한걸음 더 다가가 두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 시아가 고개를 젖히며 웃어보인 사하의 볼이 불그스름해진 것을 보곤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상냥하게 말한다.
슬혜의 말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가는 시아였다.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웃어보이는 그 모습은 시아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저 순수한 미소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바라는 갈망이 담긴 미소인지는 시아만이 알 수 있을테니까.
" ... 나는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슬혜의 예쁜 모습. "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린 당신이 하는 말을 들은 시아는 살풋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리곤 하염없이 따스한 눈으로 슬혜를 바라본다. 귀끝이 붉게 물든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한결 부드러워진, 그러면서도 조금 열기가 담긴 목소리로 살며시 속삭였다. 왠지 슬혜의 흔치 않은 모습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지는 것은 욕심이나 다름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도착한 모래사장의 한켠에서 돗자리를 펴고, 가방을 내려놓은 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걸치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진다. 물론 안에 수영복을 입고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분명 대담해보이는 일이었으리라. 슬혜만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슬혜를 위해 입고 왔다는 것처럼 시아는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준다.
" 괜찮다니 다행이다~ 슬혜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심사숙고해서 골라온 수영복이니까. 살 때도 꽤나 용기가 필요했다구. 그대야가 내 용기를 잘 알아줬으면 좋겠네. "
슬그머니 나름대로 어디선가 본 포즈를 취해보이며 입가에 살짝 손을 얹은 슬혜를 유혹하듯 윙크를 해보인다. 그리곤 천천히 다가가 자연스레 허리를 감싸안은 시아는 슬혜의 귓가에 속삭였다.
확률이 높은 건지, 아니면 운이 상당히 좋은 건지. 하늘은 바닷가 근처 카페 이용권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명 동반이 가능한 모양인데 다른 이에게 권할지, 아니면 그냥 혼자 갈 건지 자연히 그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제 소꿉친구를 불러서 가겠으나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이외에 누가 같이 갈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문뜩 낯익은 분홍 머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쟤도 왔었던가. 그 정도의 인식이 박혀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하늘은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
"금아랑. 지금 시간 있어?"
가벼운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카페 이용권이 하나 있고 한 명 동반이라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그녀가 동의했고 자연히 하늘은 앞장서서 카페가 있는 그 위치로 걸었다. 이용권 뒤에 가는 길이 약도로 그려져 있었기에 장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별 의미 없는, 하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담소를 이어가며 길을 걸어가니 저 앞쪽에 2층 크기의 카페가 보였다. 생각보다 크네. 하긴, 근처에 콘도도 있으니 당연할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하늘은 살짝 속도를 올려 ㅡ허나 동행자와 너무 떨어지지 않게ㅡ 카페를 향해 발을 옮겼다.
딸랑-
찰랑한 방울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하늘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상대가 괜히 또 문을 열지 않도록 문을 잡다가 상대가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놓으니 문은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흔들리다가 닫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밖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는 대조적인 느낌이었으나, 그 시원한 만큼은 같았다. 아직 땀은 흐르지 않았으나, 괜히 시원하다고 느끼며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카운터로 향했다.
"이용권인데 이거 이용되나요?"
그의 물음에 직원이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해왔다. 무엇이든지 편하게 먹으라고 이야기를 하나 정말로 마음대로 먹기에는 역시 마음 한구석이 살짝 가로막고 있었다. 그냥 가볍게 음료와 디저트 하나만 주문할까 생각을 하다 동행한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그는 살며시 옆으로 지켰다.
"먼저 주문해도 괜찮아.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골라."
나도 김에 조금 생각해보고 싶거든. 뭐 먹을지. 메뉴판을 보고 고민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하늘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가 가라앉혔다. 공짜라고는 해도 뭘 먹는 순간에는 자연히 고민하기 마련이었다. 일단 그녀가 고를 때까지 자신은 카페의 디자인이라도 볼까 싶어 하늘의 눈동자가 차르르 굴렀다. 바다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는지 벽지에는 푸른 파도가 담겨있었고, 창가 너머로는 바다 풍경이 바로 보였다. 느긋하게 뭐 먹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치 여름을 그대로 담은 듯한 그 에메랄드빛 카페의 벽지를 좀 더 눈으로 쫓던 와중 옷자락이 살짝 잡히는 감각이 그의 팔을 통해 전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을 부르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잡혀있는 옷자락을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나 떨어뜨리진 않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블루베리 타르트와 쿠엔크 케이크를 하나씩 짚으며 뭐가 맛있을 것 같냐는 그 물음에 하늘은 잠시 고민했다. 애석하게도 같은 반이라고는 하나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다지 없었다. 당연히 그녀의 입맛 취향도 알 길이 없었다. 물론 큰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 생각하다 그는 물음에 대답했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베리 타르트. 블루베리가 되게 맛있을 것 같거든. 그래도 이건 내 취향이니까 새콤달콤한 것을 좋아하면 타르트로 가고, 그냥 달콤한 것을 좋아하면 케이크로 가는 건 어때? 어차피 제한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하나하나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취향이지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저 그런 조언 아닌 조언을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머지않아 그녀의 주문이 마무리되었다. 음료는 아이스 녹차. 그리고 디저트는 그녀의 취향일지, 아니면 자신의 선택을 듣고 참고했을 무언가. 이젠 자신이 주문할 차례였다. 그제야 하늘은 메뉴판을 눈으로 훑었다. 다 괜찮아 보이는데 뭐가 좋을까. 그렇게 잠시 고민하다 하늘은 수박 에이드와 아이스크림 와플을 하나 주문했다. 땀은 흘리지 않았다고 해도, 기왕이면 여름이니 시원한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가 아래로 내렸다. 과연 어떤 맛일까. 눈동자 속에 그 기대감이 빛을 보이다가 은은하게 사라졌다.
주문을 마치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하늘은 아랑을 바라보며 2층으로 가보자고 권유했다. 1층의 풍경도 좋으나 2층의 풍경도 그리 나쁘진 않을 테니. 아니, 오히려 이런 곳이라면 더 먼 곳을 볼 수 있을 테니 좋으면 좋았지, 절대로 나쁠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보여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도 민폐였고 자신에게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다. 찔리는 것은 없었으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자신 역시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귀찮은 버릇의 발현이었다.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는 번거로우니 하늘은 음료와 디저트를 챙겨갈 테니 먼저 올라가서 자리만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어차피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음료를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은 필요 없었고, 디저트 또한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꺼내오는 것일 테니까. 아랑을 먼저 계단으로 올려보낸 후, 하늘은 벽에 등을 기대며, 다시 한번 벽지를 바라보며 눈을 감으니 절로 하늘의 입에서 고요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할, 혹은 정말로 가깝게 다가와야만 겨우 들릴 그런 멜로디는 하늘이 알고 있는 피아노곡 중 하나였다. 나중에 음료와 디저트 먹으면서 들어볼까. 그러면 역시 아랑에게 실례겠지. 그런 상반된 마음이 흔들리며 어느 한쪽으로 살며시 기울었다.
"주문하신 음료와 디저트 나왔습니다. 추가 주문하실 거면 얼마든지 주문해주세요."
완전히 무한 제공은 아니나 일정 금액 내에서라면 좀 더 주문할 수 있다는 말에 하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금액을 계산해보니, 아직 몇 개는 더 주문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그렇게 고민을 하던 이에게 이 희소식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트레이를 들고서 하늘은 2층으로 계단을 통해 천천히 올라섰다. 음료가 쏟아지지 않게, 디저트가 흐트러지지 않게. 그렇게 균형을 잡아 올라가니 그리 멀지 않은 창가 자리에 아랑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여기에 있다는 듯 손을 흔드는 듯한 모습에 하늘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그 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으니 저 멀리 바다 풍경이 그대로 눈동자에 담겼고 하늘은 자신도 모르게 절로 작게 감탄했다. 좋은 자리를 잘 잡아줬다고 이야기를 하니 상대의 미소가 눈동자에 그대로 비쳤다. 그 미소를 보니 절로 제 입가에도 미소가 작게 터져 나와 입꼬리가 조금 더 휘어지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가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내려놓고, 자기 디저트와 음료를 챙긴 후, 하늘은 에이드가 담긴 잔을 집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시원하고 상쾌한 수박 향이 입 안에 사르륵 녹아내렸다. 수박 말고 다른 것도 들어간 것 같지만 그것이 무엇인지까진 절대 미각이 아니었기에 하늘로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괜히 좋다고 생각하며 다시 쪼르륵 한 모금을 마시니, 여름이 목구멍을 타고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물어보니 일정 요금 내라면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대. 그러니까 편하게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될 것 같아. 그렇다고 무리하진 말고.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 나면 결국 손해니까."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아이스크림 와플을 네 조각으로 자른 후, 하늘은 살며시 접시를 아랑 족으로 밀었다. 그리고 집어 든 포크로 접시를 약하게 툭 치면서 똑같은 크기로 잘려있는 아이스크림 와플 중, 분홍색 체리가 올려진 아이스크림 토핑이 된 와플 조각을 가리켰다.
"먹고 싶으면 먹어도 괜찮아. 나 혼자 먹는 것보다는 역시 같이 왔으니 나눠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 네 꺼 달라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이러고 싶어서."
어차피 다른 세 조각은 자신의 차지였으니 한 조각을 나눠준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물론 하늘은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그러고 싶었을 뿐이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으나, 언제나처럼 그는 자신의 방식에 따르기로 했다. 싫으면 싫다고 알아서 말할 테고, 그러면 자신이 굳이 더 뭐라고 이야기를 꺼낼 일은 없었을 테니까. 말하지 않는 것은 몰라도 상관없다는 것. 그것은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시선이 잠시 바닷가로 향했다. 푸르고 푸른 바다 너머로 보이는 선명한 수평선. 그리고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 그 모든 것이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고유의 풍경이었다. 지금 이 분위기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은 충동은 잠시 가라앉힌 후, 하늘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어 이어폰을 하나 꺼낸 후에 핸드폰과 연결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아랑의 뭐하냐는 눈빛과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하늘은 그저 작은 미소만 비추었다. 이어 휴대폰을 조작한 후, 이어폰 두 쪽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춤추기는 힘든 곡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 분위기에 딱 좋은 곡일 것 같은데 들어볼래? 사실 아까 밑에서 기다릴 때도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왔어. 물론 내가 연주한 건 아니고 이미 있는 곡이지만 말이야."
그녀가 받아들일지, 아니면 조금 그렇다고 거절할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듣겠다고 한다면 들려주면 되고 거절하면 다시 집어넣거나 혹은 자신의 한쪽 귀에만 꽂고 들으면 될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양쪽 귀에 꽂는다는 선택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상대에게 너무 실례되는 행위였으니까. 생각을 마치며 포크로 와플 한 조각을 집어 입에 집어넣으니 아이스크림 특유의 달콤함과 와플 특유의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져 그의 표정이 만족스러움 한 가득으로 바뀌었다.
"좋네. 바다에서 수영도 좋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카페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딱히 대답을 원하지 않는 혼잣말. 그 혼잣말에 대답해도, 대답하지 않아도 하늘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화를 원해서 꺼낸 말이 아니라 그저 작은 감탄사 같은 것이었으니까. 오늘 하루는 이대로 평화롭게, 여유롭게 딱히 하는 거 없이 보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히 시선이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괜히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뒤이어 왜 웃냐는 물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냥 지금 이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단지 그뿐이야."
카페의 분위기와는 다른 또 다른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는 이 분위기를 곡으로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까. 작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하늘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별 의미 없는 소소한 것이기에, 그 평화로움에 걸맞은 화음이 카페를 채웠다. 그 분위기가 하늘에게는 만족스러웠다.
/그냥 최소한의 내용만 담으려고 해도 너무 길어진 것 같네. (흐릿) 암튼 스크롤 미안하다! 모두들! 일단 캐조종 요소는 최소한으로 줄이긴 했고 혹시나 이건 캐붕인데요? 하는 거 있으면 미안하다! 진짜로! 아무튼 올려두고 지금부터 쉰다! 기다리던 게임도 와서 기분이 좋구만!!
걱정할 것 없이 마음껏 즐긴다는데엔 부정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역시 사람이란게 좀처럼 듣지 못하던 말엔 내성이 없는게 당연한 건지... 알수 없는 무언가와 지극히 사적인 욕구가 한데 섞인듯한 당신의 목소리에서 미열이 전해지자 그녀는 부러 모자의 챙 끝을 쥐어내리며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행동이란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앞에 그런 말을 하고서 그렇게 훌렁 벗어버리면 저라도 부끄러운건 마찬가지라구요..."
딱히 유교사상에 짓눌린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러는건 신경 안써도 다른 사람이 그러는것엔 민감했으니까, 더구나 그 예시가 당신이라면 더이상 남이라고 할수도 없었기에 괜히 애꿎은 파라솔만 힘을 주어 고정시킬 뿐이었다. 그래도 어울리지 않는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찰떡같다 해야 할지, 당신의 이미지에 딱 맞는다 생각했기에 칭찬을 했으면 더 했지 덜할 생각은 없었다.
"그 용기란게 엄청 확실하게 와닿아서 눈둘 곳이 없어요.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시선처리가 되는것 같았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당신을 마주하려 했다. 그래도 뭐라 해야 할지...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의 다른점을 주시한다는 것도 나름의 용기는 필요한 모양이었다. 평소에도 무언가의 자극을 원하긴 했다만, 이렇게까지 강렬한걸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게다가 어딘가 익숙한 포즈를 취하는 것도, 거기에 더해 입가에 손을 얹고서 윙크를 해보이는 당신의 '누가봐도 유혹하는' 모습에서부터 기싸움에 밀렸다고 보는게 가까웠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내면은 그걸 쉽게 인정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본 입장에서 안보여준다 뺄 수도 없는 거니까요~"
당신의 말에 대뜸 반응해 평소의 텐션대로 당당함을 비추었지만 이미 지나갔던 기류 때문에도 단단히 묶어두었던 끈을 푸는 손길은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검은 수영복에 덧댄 것이 얇고 흰 원피스라 이미 실루엣은 보이겠지만 그래도 확연히 드러난 것관 다를테니까,
"......"
무리없이 라인을 받혀주고 있는 홀터넥 비키니는 무늬 하나 없는 검은색이었기에 다소 심플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포인트로 잡혀있는 코르셋이 그나마 속옷같다는 이미지를 해소시켜주었다.
"하, 부추겨도 좋을건 없... 거든요...?"
나름 세게 나오려 했지만 어쩐지 방금 전 당신의 입술이 닿았던 뺨에서 미묘한 간지러움이 느껴졌기에 당당했던 목소리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아, 그러면 미리 준비한 보람이 있는걸?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다면 나 되게 부끄럽고 자신이 없어졌을거야. "
파라솔을 애써 힘을 들여 고정시키는 당신의 모습에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웃어보인 시아가 새하얗고 가느다란 자신의 팔을 감싸안은 체 말한다. 아주 살짝 떨려오는 것이 어쩌면 방금전까지의 모습에 허세도 섞여있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흘러나오는 말도 어쩐지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분명 시아도 시아 나름대로 슬혜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눈 둘 곳이 없다니. 이렇게 사귀는 사람이 그대야를 위해 차려 입었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아가야지. "
이미 흔들리고 있는 슬혜의 모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하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 시아는 입꼬리를 올려 아리따운 미소를 지어지어보인다. 그리곤 보너스 라는 것처럼 가볍게 두 팔을 들어올려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던 끈을 풀어내린다. 보기 좋은 몸을 부각시키기엔 꽤나 좋은 자세가 아니었을까. 보통 CF에서도 하곤 하는 자세였으니까. 표정은 장난꾸러기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흐응, 역시 슬혜답네~ "
당당한 듯 말하면서도 옷의 끈을 푸는 손짓이 조심스러워진 것을 알아차린 시아는 장난스레 당신을 놀리듯 속삭이며 기대를 담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드러나는 홀터넥 비키니를 걸친 슬혜의 모습에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시아는 새하얀 볼을 살짝 붉은 빛으로 물들이다 천천히 입을 연다.
" 슬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자~ 그러면 썬크림을 발라보자. 살이 타면 곤란하니까~. "
슬혜의 말에 '호오' 하는 표정을 해보인 시아는 슬며시 슬혜의 뒤로 돌아가선 원피스를 벗어 드러난 슬혜의 새하얀 양 어깨 위에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손가락을 올려 파라솔 그늘이 드리운 돗자리 위에 슬혜를 앉히려 한다. 슬혜가 얌전히 앉았다면 가방을 뒤적거려 선크림 통을 꺼내곤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을 것이다.
>>458 그짤이 첨부가 안 되네요... <<사는 동안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고 얼떨결에 큰 성공하세요>>.... ㅇ>-< ㅋㅋㅋㅋㅋ제가 10시에 오실줄 알았구나... 감사합니다.... ㅇ>-< 크읍... 멘트 아낄게요... (대신 짤을 내밈) (아냐 그래도 말하고 싶어) (왠지 하늘이가 마음을 쪼금 오픈해준 거 같은 거 기분 탓인가요... ㅇ>-<)
>>487 남자는 상의 수영복이 잘 없으니 말이야! 그렇다고 맨 살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고 하얀 셔츠 같은 것도 입고야 있겠지만! 일단 수영복만이랬으니까.
왜 거기서 무서워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관전한 일상만 보자면 아랑이는 하늘이에게 있어선 조금 대하기 서투른 느낌의 타입일 것 같다는게 오너 생각이야. 싫어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정말로 마음 편하게 대하지는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거리감을 유지할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 그러니까 아마 마음을 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반이고 아는 애니까 친하게 지내려고는 한다에 가까울 것 같네.
선배가 하지말라고 하면 당연히 스카웃 안 하는 건가아. 생각해보면 3학년이면 최고참이지, 운동계? 체육계? 그쪽은 선배 말들을 잘 듣는 편이고. 민규 선배는 어쩐지 인망도 있을 것 같지. 짧게 감탄한 아랑이 웃으며 “ 고마워요. ” 라고 덧붙였다.
“ 으음, 글쎄... 한 번에 화악 끌렸던 데는 없어서~? ”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문으로 끝나는 말을 했다. 하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던 거 같다. 집-울타리-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한 번에 화악 끌렸던 곳은 없었지.
“ 지금은 여러 곳을 자유롭게 구경 다니는 게 좋기도 해요~ ”
즐겁긴 해도 완전히 안심되는 곳은 없어서 결국 아무 곳도 선택하지 못한 게 아닐까. 지금에서야 한 동아리에 있는 것보다 여러 곳을 자유롭게 구경다니는 게 좋기도 했고.
“ 아지으은, 없어요오~ ”
길게 늘이며 말하고 천진하게 미소했다. 장래희망을 물은 거겠지만, 글쎄에... 막연히 대학생이 되고 독립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3이 되어서도 이런 상태면 어떡하지이...?
“ 들고 갈 수는 있어야 할텐데요오... ”
난 4kg도 무거운걸요. 바퀴 달린 대형 캐리어에 이거저거 집어넣고 가겠지만... 그걸 끌고 가라고 하면 모를까. 내내 들고 다니라고 하면 그건 못한다. 미래의 제 여행 캐리어를 생각해본 아랑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벚꽃색 머리카락도 흔들림을 따라 가볍게 살랑거렸겠지.
“ 작다면 어느 정도인데요오...? ”
제일 작은 필통...? 거기엔 정말 기본적인 거 외엔 안 들어갈 텐데, 혹시 내가 준 과일펜들 넣으려고 더 큰 걸 사신 건 아닐까...? 설마 싶긴 하지만.
아, 벌써 집이야. 중간에 교대하려고 했는데. 아랑은 발걸음을 멈췄다.
“ 어쩌죠오, 중간에 가방 받으려고 했는데 벌써 집에 도착했어어.... ”
힝구... 아니, 살짝 시무룩 눈썹을 내리며 민규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도토리 수확철을 지나쳐 빈 가지를 올려다보는 다람쥐를 떠오르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497 문하는 저걸로 만든다면 어린 느낌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구나! 어린 문하 귀여워!! 하지만 저 아래의 맨트는 뭔가 슬프다. 8ㅁ8 아무튼 어서 와라! 문하주! 안녕안녕이야!
>>498 일상 과금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얼마나 보고 싶은거야?! 많이 친해지면 볼 수야 있겠지만 그다지 의미는 없다구! 그거! 아무튼 지금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하늘이는 아랑이를 그 정도로 생각할 것 같네. 사실 이것도 직접 안 만나봐서 그냥 내 추측이니 하늘주의 뇌피셜은 언제든 변형될지도 모른다. 진짜로.
새콤달콤한 것도, 달콤한 것도 좋지만. 주문한 녹차에는 하늘이 추천해준 블루베리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것 하나 하나 전부 다 먹는다면... 내 위장이 못 견딜 것 같으니까 어디까지나 적당한 양을 괜찮은 조합으로 고른다. 하늘이가 한 주문도 조합이 괜찮았다. 딱 여름에 어울리는 조합이네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아달라는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 2층에 올라간다. 2층엔 손님이 거의 없어서 맘에 드는 자리를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저 멀리 바다 풍경이 눈동자에 그대로 들어오는 창가 자리. 초여름에 가까워서 그런가 볕도 딱 적당하게 들었다. 음료와 디저트들을 들고 온 하늘이 해주는 감탄 어린 말에 기쁜 듯 미소했다. 이 자리가 네 마음에도 든 거 같아서 다행이야.
*
-먹고 싶으면 먹어도 괜찮아. 나 혼자 먹는 것보다는 역시 같이 왔으니 나눠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 네 꺼 달라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이러고 싶어서.
“ 잘 먹을게에. ”
그 말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방긋 미소했을까. 알아, 같이 왔으니 나눠 먹는 게 좋은 거. 기왕이면 다양한 맛을 맛보는 게 좋기도 하고. 아랑은 제 타르트의 1/3을 잘라 와플의 1/4이 사라진 자리에 채워 넣었다.
“ 나도 그냥 이러고 싶어서~ ”
평소와 같은 얼굴로 빵긋 웃고선 하늘이 덜어준 와플을 작게 조각내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야심차게 얹어 한 입 냠 했을 것이다. 하늘의 시선이 바닷가로 향하는 동안, 아이스 녹차도 한 입 냠 빨아 마시고, 블루베리 타르트도 한 입 냠 했겠지. 어른이 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저트와 같이 먹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직은 녹차-아니면 우유, 디저트가 달지 않은거면 음료가 단 편이 좋다-와 먹는 게 좋다.
옆에서 살짝 바스락 거리는 기척이 들려와 “ 하늘아, 뭐해애? ” 말꼬리가 살짝 늘어지는 애교 있는 질문과 함께 무얼 하는 거냐는 둥그런 시선을 보냈다.
-춤추기는 힘든 곡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 분위기에 딱 좋은 곡일 것 같은데 들어볼래? 사실 아까 밑에서 기다릴 때도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왔어. 물론 내가 연주한 건 아니고 이미 있는 곡이지만 말이야.
“ 좋아~ ”
나 네가 선곡하는 곡 꽤 맘에 들어하는 편인데, 넌 그걸 아직 모르나 봐.
아랑은 방긋 미소하는 얼굴로 심플한 대답을 하고 하늘이 내민 이어폰 한쪽을 꼈다. 춤추기 힘든 곡이라도, 하늘이의 음악세계는 아랑의 음악세계보다 넓기 때문에, 모르던 음악을 알게 되는 건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라, 아랑은 하늘이 권하는 음악은 언제나 선뜻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댄스와 안 어울려도 그다지 상관은 없어. 내가 언제나 춤추는 사람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 근데 이 음악에는 춤출 수도 있겠다. 말로 표현하는 대신 꽤 즐거운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아랑은 발만 깜찍한 동작으로 몇 번 깨닥거라다 멈추었다. 이건 귀여운 폴카도 어울리겠다. 주말쯤에 하는 포크댄스가 낮에 한다면, 이 음악도 꽤 어울릴 터였다. 하지만 밤이라면, 다른 곡도 어울릴 테지.
“나도 그래애.”
어쩌면 수영보다 카페에서 먹을 거 먹으면서 음악 듣는 게 쪼꼼 더 좋은지도 몰라, 덧붙이며 작게 웃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한가롭고 평화로운 휴식을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 이거 답례~ ”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다가, 아랑은 문득 생각난 듯이 가방을 열어 파우치를 꺼냈을 것이다. 샘플이라고 써져 있는 조그마한 썬크림 두어개와 샘플용 핸드크림 몇장을 찾아 하늘에게 건네주려 했을 것이다. “이번에 썬제품을 잔뜩 산 덕에, 잔뜩 받았어~” (언뜻 보이는 파우치 내부에 썬크림, 썬로션, 썬스틱, 썬스프레이... 등의 여러 썬제품이 하늘의 눈에도 보였을까. 샘플도 여러 종류가 정리되어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하늘이 “왜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라고 물었다면 “썬제품 얼마 이상 사면 주는 사은품이 맘에 들었거드은.” 이라는 아주 살짝 개구진 대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
“ 있지이, 나 네가 추천해주는 곡이라면, 댄스곡이 아니라도 꽤 맘에 들어. ”
“ 모르던 음악을 알게 되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야~ ”
“ 좀 어른스럽게 표현하자며언, 음악세계가 쪼꼼씩 쪼꼼씩 더 넓어지는 느낌~? ”
함께 카페에서 시간이 짧지 않았다면, 아랑은 별 의미 없는 이야기 소리 속에 몇 가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아 빵긋 웃는 얼굴로 재잘거렸을 테다. 고마워, 하늘아. 오늘 카페에 같이 가자고 권유해준 것도. 내 음악 세계를 조금 더, 조금 더, 넓혀주는 것도.
+아랑주 지른다! 이벤트 과금! (일상 과금도 지르고 싶은데 지금은... 못 질러요... ㅇ>-<(기력 너덜한 참치가 광광 울었따) +예쁜 글 받아서 넘 기뻐서... 아랑주도 쪼꼼 끄적끄적 한다는게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ㅎㅁㅎ..... (언제나 있는 일...ㅎㅁㅎ) +하늘주 생각보단, 아랑이가 하늘이가 추천해주는 음악들을 더 좋아하고 있어요 >:D 그것이 춤출 수 있는 곡이 아니더라도, 댄스와 연관이 없더라도, 음악세계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기쁜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보다.. 아랑이가 하늘이를 어려워하지 않는 게, 하늘이는 아랑이를 허락없이 덥썩덥썩 만지는 타입도 아니며... 먼저 거리를 성큼성큼 좁혀버리는 타입도 아니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와 아주 거리가 멀잖아요... ㅎㅁㅎ.... 하늘이가.. 금아랑이 어려워하는 타입과 거리가 먼 편이라고 생각합미당.. <:3 (근데 금아랑이 하늘이가 어려워하는 타입과 먼지 가까운지 그것은 모르겠다.. <:3) 하늘주가 모르는 피아노곡 찾아오고 싶었는데요, 아마 이미 알고 계신 곡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564 이런 글이 돌아올줄은 몰랐구만. 매우 잘 읽었어! 썬크림 두개에 핸드크림은 하늘이가 아주 잘 받아가겠다! 썬크림은 둘째치더라도 핸드크림은 하늘이에게 있어서 많이 있어서 나쁠 것이 없으니 말이야. 춤 관련은 그냥 전에 선관 스레에서 이야기할 때 그 관련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떠올라서 대사에 집어넣어봤다고 한다! 하늘이도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니야! 아무튼 확실히 저 3개와는...완전히 반대 타입이네. 아무튼 저런 느낌이라면 대화 중에 한번은 소리없이 그냥 작게 웃는 느낌은 있었을 것 같네. 왜인지는 비밀인 것으로!
다만 그래도 마음을 열거나 한 건 아니었을 것 같네. 이것만은 하늘이도 어쩔 수 없다. (시선회피)
아무튼 글 매우 잘 받았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써줘서 고마워! 참고로 곡은 알고 있는 곡이지만 그래도 좋은 곡은 또 들어도 좋은 것이라구.
역시 기합이 제대로 들어간 사람은 쉽게 이길 대상이 못된다더니, 그말대로 금방 사로잡힐만한 매력포인트가 있음을 그녀도 확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 노력엔 약간의 허세도 가미되었던 걸까? 팔을 감싸안은 당신에게서 살짝 떨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그정도로 무리라고는 생각할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짝 걱정스러움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지...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조바심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런 당신을 위해서 만족할만한 반응은 얼마든지 보여줄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이번엔 연기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거 놀리는거 같은데... 뭐, 그동안 저도 놀린게 있으니 인정은 해야겠네요..."
짐짓 너무하단 투로 장난섞인 말이 이어지자 그러잖아도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녀의 눈길이 잠깐동안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물론 깊게 심호흡을 하고나서야 똑바로 바라볼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정하게 묶어둔 머리카락을 풀어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꽤나 자극적으로 와닿았는지 눈은 똑바로 두어도 내면에 지진이 일어나는, 속히 말하는 고장난 고양이처럼 그저 휘둥그레진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
'살이 타면 곤란하니까,'라는 전제를 던지며 어느새 자신의 뒤로 돌아가 서있는 당신에게, 어차피 보일리는 없겠지만 알수 없는 감정을 추려내느라 옹졸해진 입술이 움찔거리는걸 보이기는 싫었는가보다. 사실 이게 목적인걸까. 라고 묻고 싶어도 그러다간 분위기를 깰거 같아서, 조금 부끄럽긴 해도 싫진 않았으니 지금의 상황에 굳이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조용히 어깨에 와닿은 당신의 손길에 따라 얌전히 앉았다.
어차피 물놀이를 위해서도 찬물에는 이따가 들어갈테니까.
"어... 어차피 구도가 이리 된거... 등이 좋겠네요... 나머진 알아서 할 수 있어도 등은 좀 그러니..."
어쩌면 지금만큼은 얌전히 있는게 좋겠다. 라는 생각이라도 스쳤던 걸까? 뒤를 잡혔다는 것이 인간적인 부분에선 어지간히도 신경쓰였지만 고양이적인 부분에선 나름 안심할만했다. 그리고 그 양극의 위화감을 어찌 무마시키냐에 대한건 순전히 그녀의 몫이니까,
"...물론 저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거든요?"
상대방이 터치하면 자신도 터치한다. 지는 한이 있더라도 똑같은 시츄에이션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에겐 어찌보면 버릇과도 같은 말이었다.
포크댄스는....... (기력 딸려서 하루에 2~3레스 쓰고 뻗을 거 같은 참치가 참가해도 되는 것일까.... 주말이니까 이틀 합해서 4~6레스겠군요... (눈물로 흐릿해지는 시야) (기력 딸려도 1일 1레스는 적을 것임..) 그래서 망설이고 있어요... (훌찌락)) 다들... 포크댄스 참여하시나요.... ㅇ>-<
민규주 >>566 (꽃말 픽크루 구현 실패보고 울고 오는 사람...)
글게 말여요... ㅇ>-< 일단 좀 누워서 쉴까요... ㅇ>-< (뽀드듬 좋아) 앜ㅋㅋㅋㅋㅋㅋ... 청춘 냄새... 민규한테서도 나요... ㅇ>-< 민규는 약간.. 여름밤 산책할 때 나는 그런 청춘냄새가 나는 것이에요.... 그.. 사하주가 추천해주신 백예린 산책? 치면 나오는 동영상에서 예쁜 여름밤배경이 있거든요... 민규 옷에서도 여름밤배경 날 거 같아요 >:3
하늘주 >>567 샘플이라 쪼그만 거예요... ㅎㅁㅎ..... 핸드크림은 향별로 여러장 줬을 거예요.. <:3 (걍.. 많이 사면 주는 샘플들 있잖아요... 그런 거..) 왜인지는 비밀... 아랑이가 쓰는 표현이 웃겼나요...? 어른스럽게 표현한다면서 쪼꼼이라고 말하는 게 웃겼나..? (금명한이 또...<:D!)
ㅋㅋㅋㅋㅋㅋㅋ하늘이 마음은 대체 언제 뭘하면 열리는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겠어요~~~ >:D 어쩔 수 없는 거 알겠어요. 언제 누구에게 마음을 여느냐는 하늘이 맘에 달려있는 거죠 >:3
저도... 3천자 가량을 받을줄은 진짜 상상도 못해서... (동공지진) 이벤트 과금을 너모 하고 싶어져서 했슴당... >:D (그리고 하얗게 불태웠다짤) 헉... 알고 계신 곡이었구나... ㅇ>-< (아 깝 다...) 인도노래쯤 들고와야 모르실까...
문하주 >>569 문하도 여름냄새 나는 일상... <:3 (해변에서 썬크림 나눠주는 문하 기다리는중) (금아랑 썬크림 몰래 버리고 올까...>:3(안됨)) 오늘은 쫌 바쁘신가봐요! (토닥토닥) 문하주도 쫌 쉬엄쉬엄 하시고 잠 일찍 오시면 일찍 주무시기!! (스-담) 4~7일... 거의 다 연장 의견이네요 >:3 진짜 연장될까요...?
>>57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혜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또 첨보는 짤 같은데....(흰고양이.. 액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녀... 여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슬혜주.... 여기서 묘비에서 잠드시면 다른 여름일상은.... 못 보십니다... (소곤) 그리고 전... 슬혜와 시아의 일상과... 슬혜가 쌓아가는 다른 이들과의 일상, 시아가 쌓아가는 다른 이들과의 일상 모두 보고 싶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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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거까진 달고 드러누울게요... 한.... 11시쯤 와야지... (그러다 잠이 들면 못 올 예정...) +사하주가 추천해주신 산책... 아랑주 맘에 들었습니다... >:3 좋은 음악 알려주시는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574 다 합쳐서 홀수면 빠질 것이고 짝수면 참가하게 되겠지. 아마?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운이니 하늘주도 모르겠다! 비밀은 비밀이기에 어쩔 수 없이 비밀이라는 말이 있지! 사실 그런 이유는 아니고 긍정적 이유야! 부정적인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하늘이 마음? 일상 많이 돌리면 열린다. (시선회피) 특별한 조건이랄게 있나. 그냥 친해지면 열리고 친해지고 그러는 거지. 선관이 아니고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애인데 노인상 혹은 원 일상으로 바로 다 오픈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 아무튼 푹 쉬라구!
>>573 나 내버려도~~~~~~~~~~~~!!!!!!!!! (?) 무대... 무... 큭, 머리가...! 그치만 커플일상 재밌는건 킹정이지. 돌리는 나도 그건 확실히 인정하는 바야. :3c
>>574 고양이는 틈만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는 액체같은 존재이기에... (아무말) 여름일상... 봐야해!!!!! 굴려야 하고, 봐야해!!!!! 서사쌓기 최고야!!!! 근데 아직까진 양아치의 극단적인 면모를 보일만한 껀덕지가 없어서 아쉬운 거시야요. 사실 살짝 하드한걸 바라고 있던지라... (맞는거 좋아함)(포돌좌에게 연행당함)
제품명 : ANDROID-TNVA7892 등록된 제품명 : 【경아】 보고된 오류내용 : 자기 자신의 '존재 의의'를 지나치게 탐구합니다. 원인검증결과 : 특정 시점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된 더미 데이터. 해결책 제안 : 해당 명령어 체계 삭제 / "사랑해" #shindanmaker #안당오 https://kr.shindanmaker.com/1039103
라고 말하는 그녀였지만 그 뒤는 굳이 꺼내지 않겠다는듯 곧장 입을 다물고선 당신의 말에 따라 저편에 있는 바다로 눈길을 주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간 언제 또 역공을 당할지 모를 일이니까, 그래도 그런 긴장감 또한 쏠쏠한 재미였으니 비록 어설프다곤 해도 그런 느낌과 감정 자체에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등뒤에선 선크림 뚜껑이 열리는 소리, 조곤조곤 들려오는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파도와 어우러지면서도 뒤늦게 터진 당신의 웃음엔 역시 뜨끔했는지 살짝 움츠러드는 느낌이 있었다.
능청스러움을 뒤로하며 낭랑하게 알린 시작신호에 그녀는 잠깐 몸이 뻣뻣하게 굳다가도 이내 낮은 한숨을 쉬며 편안하게 등을 맡기기로 했다. 물론... 우선 시작된건 등에 낙서를 하는듯한 가벼운 손장난인 모양이지만 말이다. 감각에는 제법 민감한 편이었기에 손가락으로 그려나가는 궤적이 고양이였음을 짐작했던 그녀는 보이진 않는대도 살짝 뚱한 표정을 짓다가 지워나가듯 손바닥으로 펴바르며 물어오는 목소리에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어나갔다.
"관리... 라고나 할까요? 사실 그렇게까지 에스테틱쪽으로는 신경을 쓰진 않아서..."
허구헌날 그런 모습을 봐왔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피부관리를 따로 하는건 불필요한 자기만족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저 일상에서 조심하는 것들 뿐이었을까? 요리라는 취미의 특성상 자칫하면 피부컨디션이 나빠질수도 있기에 조심할만도 하건만, 회복이 빠른 편이라는걸 변론삼아 기피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대야는 어떤 편인가요? 따로 관리하는 거라던가, 유독 신경쓰이는 부분이라던가..."
그렇다면 내심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 어느쪽에도 걸쳐지지 않은 자신과는 다르게 온전히 여성스러운 면모를 가진 이들의 관점은 항상 호기심거리였으니 말이다.
제품명 : ANDROID-DFCA2548 등록된 제품명 : 【현슬혜】 보고된 오류내용 : 설정된 「가족」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원인검증결과 : 감정 리소스의 누적. 해결책 제안 : 자립형 감정 프로세스 설정 해제 #shindanmaker #안당오 https://kr.shindanmaker.com/1039103
가족 포함 자기 족보와 친척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품은건 맞지만... 원인검증 결과랑 해결책이 정반대야!!!! 감정 리소스가 거의 텅텅 비었는데요! 자립형 감정 프로세스가 너무 고급세팅으로 맞춰져있어서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그럼 감정 리소스가 좀 늘어나긴 하려나? 🤔🤔🤔 절대자립맨에서 자립못해맨으로...
>>624 >>626 🤔🤔🤔🤔🤔🤔🤔🤔🤔🤔 평행세계 양아치... 성격 들쭉날쭉한건 공통점이지만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편이라... 진짜 뭔가 일 하나 거하게 쳤을거 같은데...? 가령 '아무도 내 감정을 이해 못해!'라면서 사랑의 도피를 한다던지... 안그래도 주말 저녁드라마 같은 애가 평일 아침드라마가 되었다...
>>637 색다른 관점 맛있어오... 어릴때부터 자립맨이어서 양아치는 개인주의야! 해버렸던 거라면? 너무 자립맨인 나머지 감정조차 자립해버려서 초월체가 된거라면? 사실 양아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니라 심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이미 해탈해서 초연해진 거였다면? (적폐회로에 기름칠함)
같이 해 볼까, 하는 해인의 답이 돌아온 순간. 새슬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와ㅡ정말? 신난다아. 그러고서는 해인의 말에 네ㅡ( ᐛ ) 하고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대답하더니, 얌전히 첫 모래가 쌓일 때까지 근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대하던 첫 번째 젖은 모래. 손가락으로 쿡 찌르니 축축한 바닷물의 촉감과 함께, 모래 사이에 작은 구멍이 남는다. 한 번에 쌓이는 모래의 양이 그리 많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었기에 새슬은 조금 더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만들 모래성의 대략적인 이미지를 그려보기로 했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새슬의 말로 묘사해 보자면)짱 크고, 짱 멋있고, 어쨌든 완전 화려한 거ㅡ]였다는 점.
다행히 살뜰한 해인의 충고 덕에, 새슬의 원대한 <모래사장에 내 집 마련하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ㅡ안 되는구나ㅡ. <:3. 새슬이 조금 풀 죽어 움츠린 어깨로 모래사장 바닥에 몰래 반항하듯 ‘내 집’ 따위의 글자를 손가락으로 끄적이다 슥슥 지워내고는, 그 자리에 젖은 모래 두어 줌을 덜어 쌓기 시작했다. 천천히 토닥거리는 손놀림.
“모래성같은 거 잘 만들어? 해인이는.”
아직 형태가 잡히지 않은 건지, 원래 그런 것을 만들 예정이었는지 모를 작은 모래 언덕을 계속해서 토닥거리면서, 해인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쯤 새슬이 물었다.
아랑이 예쁘게 웃었다. 연호는 바닷바람이 마리를 헝클어뜨려 빗어넘기는 것을 느끼다가, 고개를 돌려 아랑과 눈을 맞추었다. 아랑이 웃는 모습에 그 자신도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평소처럼 이를 드러내며 씩 웃거나, 입을 크게 벌려 하하 웃는것이 아닌, 입에 호선을 그리고 눈은 곱게 휜 미소를.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웃음도 아랑처럼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랑의 손에 살짝 힘이 빠진것을 연호는 캐치해냈다. 그것을 깨닫고서 그는 오히려 손에 힘을 조금 더 주려했다. 그 편이 더 안심된다는 듯이.
" 맞아. 그 보랏빛도 좋아. "
사실 바다라면 다 좋은게 아닐까, 싶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랑도 바다를 보고있었고, 아랑의 옆모습을 보고있던 연호도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아랑의 말대로 이제 주황빛 바다가 점점 어두운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정말 잠시라도 눈을 뗐다간 그 두 색이 섞여가는 모습은 보지 못할테다.
" 사실 말이야, "
그래서 그는 지금 입을 열었다. 아랑이 이쪽을 보지 않을거라는걸 알았으니까. 애초에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였으니.
" 난 혼자 있는걸 싫어해서, 바다에 혼자 남겨졌을때부터 컨디션이 별로였어. "
점점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즈음부터, 그는 홀로 고독을 씹으며 청승맞게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그것도 질려 다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까 하던 차에 아랑을 만난 것이다.
" 근데 너 만나서, 네가 손등을 대주었을때부터 컨디션이 완전 회복됐어. "
속인것 처럼 된건가? 라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는 혹시나 이 말을 듣고 아랑이 손을 빼버릴까 얼른 뒷말을 덧붙였다.
" 그래도, 가끔 이렇게 과충전 하는것도 좋을것 같아. "
그렇게 말을 마친 그의 눈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 아름답게 보랏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바다? 저 멀리서 바닷물을 일렁이게 만드는 물고기들? 그 위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는 갈매기들? 그것도 아니라면, 바로 곁에서 손을 잡고있는, 아랑? 아랑이 그를 보고있는 상태가 아니어서야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어디를 보고있던간에 그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둥굴게 휘어있는 눈이, 사라지지는 않았을테다.
나쁜 꿈 없이 푹 잤다는 소년의 말. 그래, 그렇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언 땅이 녹은 것처럼 미묘하게 풀어진 표정과, 자신과 마찬가지로 잠이 덜 깬 듯한 기색을 바라보며 새슬이 희미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그리곤 다가와, 손을 뻗어 소년의 흰 머리칼을 쓰다듬는 것이다. 두어 번ㅡ아주 가볍지만 느릿한 손놀림. 어쩌면 막 잠에서 깨어 부스스해진 머리칼을 매만져 주는 것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더할 나위 없이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떠나는 손놀림이었다.
“글쎄ㅡ.”
돌아간다고 해도, 어디로 돌아가야 하지? 그 말을 뱉고 나서부터, 급속도로 가라앉는 눈을 새슬은 보았다. 슬프면서도, 아직 무언가 뱉지 못한 말이 있는 것 같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 새슬이 그대로 꿇어앉아 문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너는 뭘 원해? 아무 말 없이 눈을 맞추고 있자, 갈 곳은 있는데 돌아갈 곳은 없어. 대답하듯 돌아오는 말. 그 때까지만 해도 옅은 웃음기가 걸려 있던 새슬의 눈동자가 아주 조금, 흐트러졌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ㅡ(적어도 새슬이 느끼기엔 그랬다) 소년에게 이마를 맞대 오는 것이다. 툭. 저녁 그늘에 식어 서늘해진 체온을 느끼면서, 그대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나도.”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속삭임. 어쩌면 흐느낌? 그리고선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할 틈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새슬의 이마가 소년으로부터 떨어졌다. 곧 문하의 눈에는 평소와 같이 나른하게 웃고 있는 얼굴만이 비추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슬의 시선이 문하로부터 떨어져 거의 자취를 감춘 태양의 끄트머리를 향했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곳은 있어.”
태양의 끄트머리가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 찰나의 순간. 새슬의 미소가 태양빛과 함께 아주 잠깐, 사라졌다. 그러나 다시 문하를 돌아본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도망이라도 칠까? 이뤄질 리 없는 바람이 괜히 장난스레 툭 튀어나왔다.
>>680 감샤합니다... 답레는 늘... 천천히 올라옵니다... (어깨 맡김) 다갓이... 물욕센서에 반응하는가 가지고 싶다 생각하면 안 주는 것 같더라구요...? 🤔 아랑주 같이 가고는 싶은데 (양손에 일상 봄) (하늘이 일상에 찬조출연함) 이미.. 넘치게 받은 거 같으니까요... >:3
>>682 곧 뻗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 그런가, 제일 큰 걸 받아가서 다갓이 네 이놈 하고 안주나봐요.... ㅎㅁㅎ...
>>689 괜찮아요 괜찮아요 연호주는 느긋하게 돌리는거 좋아한답니다 (토닥토닥) 우리의 다갓은 항상 왔다리갔다리 하죠... 레스토랑....은 다갓덕에 받으시겠군요ㅋㅋㅋㅋㅋ 정 안되면 뭐 저도 다른분 참조출연 참가 받거나... 아니면 연호 혼자 갔다! 같은 독백이라도 써야겠어요 :3
>>690 영업당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새슬이 항상 귀여워요... 연호를 만들수는 없지만 과자나라에 있는 과자중 하나일것임...(?)
>>694 맞워요 예정된 스토리에 따르면 문하랑 무조건 생길것 같아요ㅋㅋㅋㅋㅋ 후우후우 청춘배틀일상아 기다려라... (기어감)
새슬이 내민 손이 새하얀 털 사이에 푹 파묻혔다. 겉보기론 거칠거칠해 보였는데 매만져보니 모발이 가늘어 퍽 부드러웠다. 문하는 눈을 감고 새슬의 손에 머리를 기댔다. 아주 잠깐의 접촉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한 어떤 종류의 허락이었다. 마치 낯선 사람이 조심스레 뻗어오는 손길에 으르렁대던 것을 멈추고 조심스레 손 끝을 냄새맡아 보다가, 그 손을 머리로 받아주는 것과 같은. 문하는 새슬의 손을 더 붙잡거나 하지 않고 놓아보내곤, 일어나 앉은 채로 가만히 새슬을 올려다본다.
까맣게 텅 비어져 있어서, 동공과 홍채가 분간되지 않는 눈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것도 그 안에 담기기는커녕 그 위에 맺히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 눈에 보랏빛의 노을이 한 모금 담겨 있는 것이 보인다. 새슬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늑대개는, 이마를 기대어오는 새슬의 어깨를 양 손으로 조심스레-적어도 '덥석' 이라는 의태어가 붙지 않을 만할 정도로, 조심스레 감싸쥐었다. 새슬의 나직한 속삭임이 흘러나올 때에는 문하는 눈을 꼭 감았다. 무엇이 그 날 자신을 이상할 정도로 이 사람의 옆에 붙어있도록 만들었던가. 자신은 어째서 그 날을 아직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문하에게 있었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슬의 이마가 떨어져나가자, 문하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땅을 짚었다. 그리곤 양반다리를 풀며 몸을 일으켜 일어서선 바지며 후드티에 달라붙은 먼지들을 손으로 툭툭 쳐서 털어내고는, 새슬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 주기 위해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다 새슬이 지평선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그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새슬에게로 내밀려던 손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새슬이 했던 말을 정정했다.
"돌아가기 싫은 곳이라는 말처럼 들리네."
도망이라도 칠까? 하는 말에, 문하는 새슬의 눈을 직시했다.
그 때 말야, 네가 저번에 가야 할 시간이 왔어, 하고 말해주었을 때. 그 때... 나, 네 눈을 보았어. 네가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고 울고 있는 것을 보았어. 내가 잘 알고 있는 그 울음을 울고 있는 걸 보았어. 저번에는 그런 너를 보내줬어.
>>731 우와아아아 숏컷이다!! 연호주가 숏컷이랑 단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역시 이쪽도 좋습니다 ^^7 뇌절하셔도 아랑이는 다 잘어울리니 저한텐 오히려 좋아 아닐까요...? oO (찰칵찰칵찰칵)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배고프면 쪼끔 주서먹긴 하지 않을까요? 대신 고기 하나도 없다고 불평이란 불평 다하면서 쭝얼쭝얼쭝얼 시끄러울것ㅋㅋㅋㅋㅋㅋ
(세번째로 만들때 베이비핑크가 있는 걸 뒤늦게 눈치 채버린 사람....................) ㅇ>-< 하지만 이 픽크루는 살짝 찐한 핑크가 더 예쁘군요... 단발은... (아이보리 옐로같다...) 큐....... 너무 즐거운 뇌절이었어요.... ㅇ>-< https://picrew.me/image_maker/8654/complete?cd=VYmCBnpmyT
>>735 단발 좋아하신다니까 단발까지 뇌절하고 왔습니다... ㅇ>-< (그리고 베이비핑크색을 너무 뒤늦게 눈치채버림...흑흑)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카죠 고기 없다고 쭝얼거리는 게 귀여워서 채식뷔페 데려가고 싶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다 채식 고기 한식 양식 다 데려가서 실컷.. 아주 실컷 먹게 해주고 싶네요... <:3
>>736 초등학교때... 봤을 법도 한데.... ^.ㅜ.... 문하는 >>734 한 번 보면 금장 출 거 같은데 혼자 슥 빠져나와서 영상보는 쪽인가요.... ㅇ>-< 문하는 쫌 어려운 춤 영상 줘도... 몇 번 보면 금방할 거 같은데... (어려운 춤영상...) (비보이 춤영상 비슷한 거... 보여주고 싶어짐 <:3)
>>737 연호는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할 거 같은데, 그냥저냥 평범한 실력으로 즐겁게 추는 것도 몹시 좋네요... <:3 (흐 - 뭇)
>>738 그 이유 금아랑주에게도 공유해주십쇼... (왜지이?)
>>739 해인이 춤 잘 추는 편이었죠! (노래를 못 부르는 편이었고!) 해인이.. 왠지 원 안쪽에서 춰줄 것 같은 (좀 더 체력 필요한 쪽) 느낌이 있어요.. 상대가 여자애들이라면 배려해줄 거 같은 느낌... ㅎㅁㅎ (젠 - 틀) 하지만 상대가 남자애들이라면 바깥.. (체력 덜 필요한 쪽에서 출 거 같아요... ㅎㅁㅎ(적폐캐해)
>>740 (아............. 전 이짤을 보려고 아직 안 잔건가 봐요............ (넘 예쁘다...)) 엄청... 힐링 되네요..... ㅠㅠㅠㅠㅠ (넘 귀 여 워)
새슬의 웃음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불쾌나 혐오가 아니라, 다른 것. 지극히 자신에게 향하는 알 수 없는 무언가. 입술 새로 어떤 말이 튀어나오려다 그쳤다. 어쩌면 미지의 두려움에 스스로가 막은 것일지도 모른다. 입술을 꾹 깨문다. 눈동자의 옅은 떨림, 혼란과 고민이 섞여 흔들리는 탁한 색. 한참 뒤에야 적막은 깨어졌다.
“....이번에도 어쨌든, 다시 돌아가야 할 거야.”
영원한 도망침은 못 돼. 단어를 내뱉는 입 안이 써 저도 모르게 눈가가 찌푸려진다. 어떻게 보면 울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울기 직전이거나. 그리고 또 잠깐의 정적. 잡힌 손을 움츠렸다.
“그래도 좋다면ㅡ”
아주 잠깐, 도망쳐 보는 것도 좋겠지. 참았던 숨과 함께 내뱉는 말끝이 떨렸다. 있잖아, 사실 나는 무서워. 그래도 같이 가 줄거야?
>>742 허억 단 발 흑흑 너무 감사합니다 아랑주... 신경써주시다니 상냥한 사람ㅠㅠㅠㅠㅠ (또 찰칵찰칵) ㅋㅋㅋㅋㅋㅋㅋㅋ실컷 먹을 수 있다면 연호는 행복한 뚱댕이가 될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채식뷔페에서는 불만이 많을거에요ㅋㅋㅋ 운동신경은 좋아서 춤은 잘 추지만 다른사람과 맞추는건 조금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서 잘한다고 말하기엔 힘들어요... :3
https://picrew.me/image_maker/8654/complete?cd=5PgocQAo3w (너무 뇌절이라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짤 첨부 안 합니다.... ㅎㅁㅎ.....) (초콜릿 브라운 호박바지) (이 픽크루 진짜 온갖 컨셉으로 다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해...) (내일 다른 분들도 주르륵 올려주시겠지... (흐 - 뭇)
>>744 (이번에는 짤 첨부 안 할게요...) (초콜릿으로 뇌절하다 보니까 호박바지? 저번에 새슬주가 호박바지 잠옷 말씀해주신 게 생각나 호박바지 입혀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저짤 부르면 나오냐구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집사복 입은 새슬이 보고 싶어짐...) 새벽이라 의식의 흐름이 막 흐르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카죠.. 새슬이 아가씨도 어울리고 집사도 어울려버렷.... ㅇ>-<
>>746 숏컷이랑 단발 다 좋아하신댔으니까요 >:3 (아랑주는 숏컷 단발 장발 모든 머리 거의 공평하게 사랑함...) 행복한 뚱댕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굴데굴... 이불말이) 과자뷔페도 데려갈게요... 그럼 불만 없어지겠죠 >:D (연호 : 아니요; 불만 있는데요;) 앗... 그럼 오히려 혼자 추는 춤 쪽을 더 잘하려나요...? 같이 추면 다른 사람들이랑 맞춰주려고 조심조심하다보니까 삐걱..? 거리는 걸까...? <: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 못채고 있던 인간) 나중에... 또 풀어주세요.... ㅇ>-<
>>748 (복수를 원하는 것 같다...) (검열삭제씨 봄) 진단뒤에... 사람 있나요....? <:0.........?? 빌런이든 히어로든 새슬이의 행복한 삶 응원합니다.... ㅇ>-< >>749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인트 그거냐구옄ㅋㅋㅋㅋㅋㅋㅋㅋ (날아가는 새슬주 붙잡)
손 안에서 조심스레 움츠러드는 새슬의 손을, 문하의 손이 조심스레 감쌌다. 소년의 머리에 물든 탁한 보랏빛은 조금씩 탁한 푸른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까만 눈동자는 여전히 같은 빛깔로 새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 망막의 표면에 맺힐 빛마저 없어졌건만 그의 그 빛 한 줄기 없는 까만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초점을 잃지 않고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안다. 많은 것을 안다.
"기다려도 네가 오지 않으면 찾아갈게."
외면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를 무서워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무엇을 무서워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숨막히는 순간들. 스스로의 가치가, 스스로의 생각이, 스스로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나 무너지는 듯한 좌절감을.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만 자신의 차례는 영영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절망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또 도망치면 돼."
문하는 엉망으로 쏠려 있는 가방끈을 한 번 추슬렀다. 아까 새슬과 함께 옥상 바닥에 드러누울 때 채 벗어던지지 못한 가방이 이상한 방향으로 쏠려있는 것을 바로잡고, 그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직도 이어폰 구멍이 남아 있는 구식 핸드폰과, 거기 꽂혀 있는 이어폰이었다. 그는 음악 하나를 재생하고는 새슬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같이 도망치는 정도는 언제라도 할 수 있어. 네가 도망치고 싶을 때가 된다면."
네가 내게 많은 것을 잊게 해주었으니까 이제 내 차례야. 하고 문하는 속삭였다. 누구의 눈도 닿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데려다줄게.
>>747 으악 으아악 뇌절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랑주!!! (메아리) (대충 이불에 말려서 행복하게 웃는 연호짤) 열시히 먹다가 중간에 채식뷔페 갈때 '다음에 더 맛있는데 갈거다' 하면 불만은 없어질거에요! 근데 배 공간 남겨야한다고 채소 적게먹음... 그런 편이죠! 혼자추는게 익숙하기도 하구요! 맞춰준다기보다는 자기가 실수해서 발 밟거나 할까봐 무서워해요... 그래도 상대가 잘 추는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맞춰서 출 수 있을거에요!
어차피 이번 비설은 쪼끔 큰거니까... 나중에 독백? 으로나 풀지 않을까요 :3 일상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쪼끔 있지만 연호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있음...
문하에게서 흘러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새슬의 무언가를 건드려댔다. 그러나 스친 자국들이 거부감이 아닌 안심으로 남는 기묘하고 두려운 감각. 숨을 삼킨다. 검은 눈동자가 이마를 맞대고 있을 때보다도 가까운 것 같은ㅡ 현기증같은 착각이 일었다. 푸른 밤에 물든 녹색 눈동자가 이제까지 소년이 새슬에게서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도 흔들리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색의 혼란,그리고 그 틈에 섞인 작은 의문.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어? 나는 아무 것도 아닌ㅡ나쁜 아이일 뿐인데. 숨소리 섞인 한탄과 비슷한 것.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더해지는 불안정한 떨림. 손 끝에 옮은 진동은 주먹쥐어 애써 숨겼다. 그리곤 시선을 피했다. 그대로 더 마주 보고 있다간 꿰뚫릴 것 같아서. 소년이 가방에서 핸드폰과 이어폰을 꺼내어 내밀어 줄 때까지, 새슬은 고개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하나도, 모르겠어.”
그것이 새슬의 감상이었다. 그걸로 끝일 터였다. 그렇지만 이상하지. 가사도, 무엇도, 하나도 모르겠는데. 속눈썹 끝에 무언가가 맺혔다가 길쭉한 꼬리를 그리며 떨어졌다. 그러나 그 자그마한 움직임을 느끼지 못 한 것처럼, 새슬은 멈춘 듯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멍한 시선이 상대의 가슴께만 맴돌다가, 소년의 속삭임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가 오면, 나는 너와 함께 떠나줄 수 있어.
그거 알아? 사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 그러니까 이건, 그걸 위한 예행 연습인 거야.
잘 알고 있었다. 무엇에게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다쳤는지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었다. 똑같이 다쳤기에. 그리고 그는 그것을 낫게 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떻게라니."
못 느꼈어? 문하는 반대쪽 손으로 끝까지 채워져 있던 자신의 지퍼를 배 가운데까지 길게 주욱 내리고는, 지퍼 앞섶을 풀어젖혔다. 검은 러닝셔츠 차림의 가슴팍이 드러나자, 그는 자신의 손에 쥐여 있던 새슬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서 흉곽 위에 조심스레 얹었다. 원래는 차가운 그리스 동상의 가슴팍과 같았어야 할 그것에는, 언젠가 느껴봤음직한 익숙한 고동과 온기가 있어 새슬의 손끝에 느껴졌다. 아직 너무도 옅지만, 이게 제대로 느껴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미약하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부정할 수 없는 규칙적인 박동이 있었다.
"나도, 모르겠는데."
문하의 손은 그저 새슬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 위에 옮겨다놓고는, 떨어져나갔다. 새슬이 원한다면 언제든 손을 뗄 수 있도록.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새슬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같이 알아가고 싶어서. ─너와."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 않고,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까만 눈. 그렇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순진무구했다. 차가웠기 때문에 따뜻하길 원하고, 외로웠기 때문에 함께이길 원하며, 갇혀있기 때문에 자유롭길 원하는, 자유롭게 떠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좀 더 넓은 감옥에서 절망이라는 간수장에게 목줄이 잡혀 끌려다니고 있었을 뿐인 너무도 단순하고 순진한 늑대개의 눈이었다.
문하는 손을 뻗어서 새슬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가볍게 닦았다. 그리곤 말간 웃음을 피워낸 새슬의 손을 가볍게 마주쥐고는 이끌었다. 가자는 말은 이미 했으니, 이제 떠나면 된다.
미약하고 규칙적인 박동. 새슬이 자신의 손 끝을 멍하니 주시했다. 문하의 손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숨조차 죽여야 할 정도로 아주 가볍고, 미약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것은 거기 있었다. 환상도 아니고, 잠깐이면 사라질 신기루도 아닌 것. 새슬이 천천히 손을 그러쥐더니 문하에게서 떼어냈다.
소년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톱니바퀴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걸린 것처럼 덜컥 사고가 멈춰 버렸던 탓이다. 무어라 형용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혼란스럽고도 간질간질한 것. 현기증보다 어지럽고, 꿀보다 달콤한 것. 처음 느껴보는 이름모를 것에 덜컥 겁이 난다.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자신이 품어도 되는 것인지, 애초부터 자신에게 허락되어 있는 것인지. 지독하게 혐오하면서도 자신 안에 제일 먼저 떠오르고 마는 것들을. 그러나 평소라면 그저 삼켰을 그것들을, 이번에는 내비치기로 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이상한 용기였다.
“무서워.”
나는... 잘 몰라. 그런 거. 생각해 본 적도 없어. 들이쉬는 숨이 떨린다. 초조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쥐었던 손을 입가로 가져가 대었다. 왜 하필이면 나야?ㅡ하고, 저도 모르게 이상한 질문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걸 들으면 또 다른 이상한 두려움에 잠길 것 같아서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대신, 그 위를 덮어 줄 또 다른 말을 던졌다.
“그래도, 되는 거야?”
그것은 소년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무의식 중에 고개를 들자, 소년과 눈이 마주친다. 자신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번엔 소년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 따위는 비치지 않았다. 그 안에는 이미 간절한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뺨과 눈가를 문지르는 손길을 내버려 두며 웃었다.
“....그래. 자유부 활동.”
하고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지금은 그런 핑계로 되었다. 처음 보는 웃는 얼굴을 마주하면서, 새슬이 문하의 손에 이끌렸다. 소년이 처음 옥상에 들어왔을 때와는 반대로.
>>807 엗. 그것보다는 누가 될진 모르겠으나 새슬주의 파트너가 춤 추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지만! 하늘이의 포크댄스? 모르겠네. 사실 나도 가능하면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서. 페어제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홀수면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빠져야하는 거니까.
>>809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이와 함께 재밌게 춤추면서 일상을 돌렸으면 하는 마음이 큰지라. 괜찮아! 짝수면 누군가하고는 놀게 되겠지! 다만 아무도 없으니 조금 깊게 들어가자면 하늘주. 매번 일상을 구해도 여러 이유로 돌리지 못할 때가 7할인지라 친하게 지내는 이가 잘 없다보니 얘가 누군가와 댄스를 춘다는 것 그림이 안 그려진다. (흐릿) 피아노 교대하고 남아있는 이가 누군가는 있을테니 홀수면 그 누군가와 췄다고 치자!
같이 있어줄게. 어설픈 위로였다. 그러나 그게 할 줄 아는 전부였다. 자신이 바라던 것. 그래서 무엇인지 정도는 아는 것. 그래서 어설프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것. 그냥 내가 어렸을 때- 내가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을 가끔씩만 하던 때는 그렇게 느낄 때마다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었기에, 누군가의 옆에 있으면 괜찮아진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적어도 자신에게는 유효했다. 이제 이 소녀에게도 그게 유효하기를 바란다.
"그래도 돼. 네가 그러고 싶으면."
너나 나나 너무 오랫동안 그런 것들을 빼앗기고 있었잖아. 문하는 나직이 허락을 내렸다. 아까 새슬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보았을 때처럼.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었더니, 이 비루먹은 떠돌이 개가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걸 되찾고 싶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포기했지만... 이제 다시 헤매어보고 싶어졌어. 네가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평소에 하던 것들부터 되짚어보면 어떨까. 문하의 삶에는 이제 그렇게 좋은 부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없지도 않았다. 약간 남은 그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우리 집?"
─이라니. 농담이야. 하며 문하는 새슬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나 농담이라고 하는 문하의 말과 달리, 그 어두침침하고 외로운 콘크리트 묘실을 떠올린 문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 .hr. 같은 걸 치고 장면을 바꿀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 새슬이 대답을 들어보고 옮기는 게 좋겠다 싶어서 <:3c
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거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홀수여도 너무 신경쓰지 않고 다들 잘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 사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해도 아 저거 되게 징징거리네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뭔가 표현하기도 되게 애매하고 말이지. 참여하는 이들이 좀 더 즐거운 것을 보고 싶은 그런 기획자로 있고 싶다고 일단 주장한다!
>>817 기획자에게도 자신이 기획한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징징이라니... 하늘주는 첫 번째 만월 이벤트도 치르지 못했잖아. 난 만월 이벤트가 끝나고서야 시트를 냈지만 관전은 전부터 하고 있었다구. 모두가 기회와 권리는 공평하게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820 하늘주 그떄 멋지게 퇴장한다고 말하고 끝났으면 아. 저 오너 뭔가 빠져줄줄 아는구나! 하고 평가되었을 가능성이 .dice 0 100. = 30 % 일 것 같은데 직후 사다리타기에서도 탈락 떠서 벙찐 기억이 순간 다시 떠오르네. (흐릿) 기회와 권리가 모두에게 주어질 수야 있지만 그래도 사정이 안되면 기획자가 마지막 순위가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기획자로서는 역시 모두가 재밌게 즐겼으면 해서.
다만 솔직하게 아침 감성을 이용하자면 놀때 놀더라도 참가하지 않은 이들도 조금만 신경 써주고 너무 참가하는 사람들끼리의 분위기만 만드는건 자제해줬으면 한다는 건 있네.
만월 당시 내가 막 빠지고 나서 다들 서로서로 갓이벤트 갓이벤트 거리는데 정말 솔직한 시점으로는 소외감과 섭섭함 장난 아니었다. (흐릿)
>>823 그러니까 그게 있어. 그래서 직후에 일상 관련으로 지적이 들어오고 나도 조금 욱해서 그런 지적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다들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느꼈거든. 그런 거. 나만 느낀건 아니었나보네. 아무튼 이제와서 왜 원망하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내 입장에선 실제로 내가 그걸 겪었으니 이번에는 그런 것이 최소한이 되었으면 해서. 그래서 가능하면 주말내로 끝내려고 했는데 다들 힘들다고 하니까 하루 더 준거기도 하고.
이벤트 즐기는건 좋은데 너무 그 이벤트 위주의 분위기로만 돌아가면 참가 못한 이들 되게 섭섭하니까 다들 그것은 조금 알아줬으면 한다고 시작 전 날인 오늘 이렇게 말해보기도 하고! (뭐래)
>>824 보통 참치보다 스레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된 하늘주의 입장이며, 참치들 중 하나로서의 하늘주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냐. 그래서 이번에는 하늘주가 정말로 행복하게 이벤트를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그렇지만 커다란 이벤트가 화제가 되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단 말이지... 그러므로 답은 "전원참가" 다!!
>>825 이야깃거리가 되고 주목거리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냥 아주 조금만 다른 이들과도 대화하고 놀아줬으면 하는 그런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당시에는 정말 시트를 내려야하나 고민할 정도로 진짜 참여 못하는 이는 아예 끼이지도 못할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냥 레스 칠 수 있는게 (야광봉) 이것밖에 없었고.. 그래서 당시 일상 돌려준 세 명에게 정말 고마워서 USB 독백 날린 거기도 하고. 이렇게 인과가 밝혀지게 되는구만. 아무튼 사실 지금처럼 다른 이들과도 잡담도 하고 그래주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서툴고 담백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큰 용기가 되는 것. 꾹 다물렸던 입꼬리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문득 눈 앞의 소년이 꿈에서 끌어안았던 무언가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눈을 떠 확인한 그것은 너무 낡아버려 어디가 얼굴인지도 알아보지 못 할 것 같은 누더기 인형이었으나, 그것은 그 이후로도 꽤 오래도록 새슬의 곁에 남았다. 저보다 훨씬 큰 덩치 하며, 단단한 몸, 언뜻 코를 스친 것 같은 세제 향. 소년과는 많은 것이 달랐지만, 그래도. ㅡ응. 이어지는 소년의 말에, 새슬이 웃으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ㅡ어디든 좋아.”
같이 가는 거잖아. 그렇지. 새슬 또한 문하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타박거리는 두 사람의 발걸음만이 층계참에 울려퍼지는 소리. 계단을 모두 내려가 1층에 다다르는 것은 순식간이다. 벌써 어두워진 운동장에는 몇 사람이 남지 않고, 야간자율학습이 한창인 교실, 그리고 몇몇 동아리실에만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을 뿐. 새슬이 문하의 옆에 섰다. 농담이야ㅡ? 하고 문하의 말을 장난스레 되풀이하며 바라보는 것은 덤이다.
음. 하늘주 진짜로 지적할 생각이면 이렇게 말 안하고 진짜 각 잡고 제대로 하니까 너무 그러진 말라구! 나도 누구 싫다 누구 원망한다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사람 없고 뭐라도 잡담해야할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이벤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하고 말하는거고!! 딱히 누구 저격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때의 문제점이 이랬으니 이번엔 조금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정도로 이야기하는 거니까!
저 상황?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벙쪄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착하게 가방에서 공책과 샤프를 꺼내서 사인 해주세요! 하는 하늘이밖에는 안 떠오르는구만.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면 사실 못 알아볼린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로 얼굴을 공개 안해서 잘 모른다면 그 날 하늘이의 완전 행복해하는 얼굴이 나올지도 모르겠어.
비슷하다고 느낄 만도 했다. 아무리 겉보기에는 깔끔하게 하얀 후드집업을 입고 있어도, 비슷한 환경에 놓여서, 비슷한 시간을 보냈기에. 그래서 문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꺼려졌다. 그 묘실같이 을씨년스러운 집은 자신의 삶을 상당히 대변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농담이었으면 좋겠어. 우리 집..."
그렇지만... 그래서 그는 새슬에게 의지하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생각하게 했을까. 그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른다.
"혼자 돌아가고 싶은 곳은, 아니거든. 그다지."
농담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고 문하는 조심스레 반문했다. 사실 나는 네가 괜찮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생각보다 새슬과 문하의 등교길은 꽤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 그 정자가 있는 공원이 정확히 문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새슬의 집으로 가는 길의 분기점이었던 것이다. 다만 문하의 경우, 아침에 다른 사람들보다 확연히 일찍 일어나서 다른 길로 멀리 돌아가 로드워크를 하면서 등교하고, 하교할 때에는 집이 아니라 체육관으로 가기 때문에 문하의 실질적 등하교길이 새슬과 달랐을 뿐이었다. 애초에 새슬이 등교길을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학교와 가장 가까운 길' 한 군데만을 고집했을지도 의문이고.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듯한, 조그만 마당이 딸린 조그만 상자같은 이층집이었다. 페인트를 입힌 대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보면, 잡동사니 없이 살풍경할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된 마당이 있다. 1지붕 처마 아래에 놓여있는 자전거만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사람 사는 흔적이 없다' 고 표현했더라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뭐라고 해야 되나, 이렇게 짧게만 보았는데도 그 집은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분명히 집으로서의 요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토지와 구조물, 지붕, 방들, 수도와 전기, 통신. 없어도 그만인 담벼락과 마당과 대문도 있었다. 그러나 왜인지 그 집은 '거주' 가 가능할 뿐 '삶' 을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당신의 손을 꼭 쥔 채로, 문하는 후- 하고 숨을 조용히 내쉰 뒤 비어있는 손을 들어 패드락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하는 흔한 인사 하나 하지 않는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자신은 아주 잘 안다는 듯이. 작동감지 센서가 달려있을 게 분명한 현관등이 먼저 들어오고, 문하는 손을 뻗어서 거실의 불을 켰다.
현관에는 타일 하나 깔려있지 않았다. 현관 너머의 바닥에는 나무 바닥재가 깔려있었으되, 벽은 벽지는커녕 페인트 한 방울도 묻지 않은 회색 벽이었다. 가구들도 있었고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먼지 없도록 주기적으로 청소되고 있는 것도 분명해보였으나, 이 공간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사용감이 없어 마치 잊혀진 폐가처럼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주방과 일체식인 거실로 이어진 문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는 실내에 사용하기는 부자연스러운 철문도 하나 있었다. 문하는 그 철문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집 안으로 먼저 발을 들여놓았다.
>>844 한쪽 균형이 좀 많이 깨진만큼 양 시트를 닫아놓는게 제일일거야. 더 이상 오지 않는 사람들, 이를테면 동결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리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 다만 내가 여기서 좀 더 주장을 하게 되면 월권에 해당되니 일단 내 생각은 그렇다는거고, 해인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제일일거라고 봐. 캡틴에겐 그만큼 많은 책임이 따르지만 그만큼 많은 권한이 주어지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학원청춘물에 약간의 플러팅 요소를 넣어둔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하지만 어장의 근본인 요소를 부정하기도 쉽지 않으니 고민이네요. 일단 이주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니까 그때까지 시트를 옮기지 않은 사람들은 전부 동결처리 할 생각이고 위키에서도 내릴 생각이에요
>>846 그럼 조금만 내 생각을 말하자면 둘 다 따로 둘 필요는 없지 않아? 어쨌든 늑대와 양이라는 존재의 각 특성이 있으니 플러팅을 늑대와 양끼리 하지 않다고 치더라도 늑대와 양의 구분과 균형은 맞춰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늑대이기에 이런 특성이 있을 수 있고 양이기에 하늘이처럼 아무런 재능도 없지만 그저 좋아서 연습해서 실력을 키웠다라는 설정도 나올 수 있는 거니까. 지금이야 아무런 말도 안 나오지만 우연히 양의 냄새를 맡은 늑대라는 일상도 돌릴 수 있는 거고, 서로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되는 그런 것이 나올 수도 있는거고 그런 거니까.
사실 양 시트를 동결시켜둘려고 하긴 했었는데 막상 양이 하고싶은 사람이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ㅋ 이런건 마음 단디 먹고 해야하는데 캡틴이란 힘드네요 ... 일단 일요일에 동결처리랑 위키 정리까지 끝내고서 홍보 스레에도 글을 올려야겠네요
>>848 사실 그 부분은 결국 캡틴의 성향으로 갈리는 거라서 이런 의견은 어디까지나 그냥 참고 의견일 뿐으로 생각해고 해인주가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것으로 가는게 제일 나아. 물론 캡틴이라고 뭐든지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겠지만 캡틴이기에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면 거기로 이끌 수 있는 거니까. 만약 내가 캡틴이 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러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화이팅이야!
아무튼 오늘은 하루종일 일상이나 구해볼까. 집에서 나갈 수도 없고 계속 쉬어야하는 처지이니. 바다 일상 구하고 싶다거나 혹은 다른 일상 해보고 싶다 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얘기해줘. 사정이 있거나 일상 돌리기 좀 힘들다거나 지금 돌리는 일상에 집중해야한다 그런 이들은 다 스루해도 상관없다!
위에 나온 이야기에는 딱히 내가 이야기를 더 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보여서 얹지는 않을게. 그렇지만 시트 정리하는 건 찬성이야. 아무 말 없이 안 오는 사람들은.... 그냥 안 온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흐릿)
어제 실험 삼아서 지인들과 있는 오카방에서 바다거북스프 게임한 걸 봤는데(←이야기만 꺼내고 하지는 않은 사람) 웹박이나 그런 거 전혀 없이 쉬운 룰인 건 확인했다:D 원래는, 어제 팔 상태 괜찮으면 지인들과 있는 오카방에서 시범운행 해보고 여기에 진행할 계획이었거든':3 오카방에서 말만 꺼내고 진행을 전혀 못했지만 뭐........
한 남자가, 어느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바다거북 수프를 주문했으며 그 남자는 바다거북 수프를 한 수저 먹고는 주방장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이거 정말로 바다거북 수프인가요?” “네, 틀림없는 바다거북 수프 맞습니다.” 남자는 계산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서 자살했다. 왜 그랬을까?
대표적인 바다거북스프 문제! 나무위키에서 가져왔어. 여기에서 왜 그랬는지를 플레이어들이 스무고개 형식으로 추리하면 되는 거야:D
그래서 나도 답을 봤는데 음 스럽긴 하네. 솔직히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긴 하지만 그래도 즐기고 싶은 이가 많다고 한다면 나야 막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금요일밤인 오늘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아서. (흐릿) 일단 상황을 보고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홍현은 한숨을 쉬며 바다를 바라보며 입 안에 있는 딸기맛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리곤 딸기맛 사탕을 단숨에 삼키더니 한탄하듯 혼잣말을 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다고 했던거지..?"
약학부원들이 지원할때 얼떨결에 지원한 홍현이었고, 얼떨결에 부원들과 같이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본인은 긴 여름용 가디건만 걸치고 바다 앞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전부터 가지고는 있었던 딸기맛 튜브를 옆에 두고 홍현은 지루한 얼굴로 옷소매 바깥으로 나오지도 않은 손을 턱에 괴고 앉아 파도와 놀고 있는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던 홍현은 갑자기 어디선가 6병 들이 강장제를 꺼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눈 깜짝할 새 2병을 마신 홍현은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와 놀 때도 있지만 혼자서 놀 때도 당연히 있었다. 때로는 같은 반 친구와 바다에서, 때로는 같은 반 친구와 카페에서. 때로는 홀에 앉아 포크 댄스 때 연주할 곡을 연습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하늘은 하얀 셔츠와 남색 바지형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하며, 때로는 파도에 거슬리기도 하며, 그렇게 계속 수영을 하던 하늘은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닷물을 가르며 해변가로 천천히 돌아갔다. 그렇게 걷다보니 보이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 그녀가 뭔가를 마시자 잠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병에서 입을 떼어낼 쯤 더욱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네. 안녕. 그런데 뭐 마시고 있는거야? 술은 아닐 것 같고."
전에 만났을 때 약에 관해서 이런저런 것을 하는 것 같았으니 직접 만든 약일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비어있을 병을 잠시 바라보다 두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포크댄스 신청은 오늘까지야! 페어제 일상 가능 기간은 토~월 이렇게 3일이니 꼭 참고해주기!! 페어제니까 파트너 맘에 안 든다고 잠수타고 그러면 정말로 노리는 관캐님과의 일상이 무의미하게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꼭 참고해달라구! 플러팅도 스킨십도 서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모두 와르르쾅쾅! (그거 아님)
" 뭐어~ 몸 전체를 여기서 가꿔줄 순 없잖아~ 게다가, 나도 그렇지만 슬혜도 꽤 부끄럽지 않을까~ "
시아는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 슬혜를 쉽게 놓아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고는 키득거리며 말한다. 왠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아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기분 좋게 흘렸다. 어찌됐던 즐거운 시간의 시작이었으니까.
부드럽게 고양이를 그렸다가 천천히 지워나가며 어깨부터 부드럽게 썬크림을 발라나가기 시작한 시아의 손길은 꽤나 부드러웠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빠트리는 부분 없이 정성스럽게 선크림을 덮어나간다.
" 그렇구나. 관리도 안 하는데 이정도인걸 보면.. 역시 대단하네. "
특별하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슬혜의 피부가 손 끝에서 느껴지는 와중에, 딱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려오자 부럽다는 듯 시아가 중얼거리며 천천히 어깨에서 내려가 천천히 손을 등으로 옮겨나간다. 부러움, 하지만 그 감정에 시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뿐.
" 나는 피부에 좋다는 바디워시도 쓰고, 바디로션도 바르고, 나름대로 신경을 쓰는 편이지? 뭐, 본격적으로 관리를 하는 분들이랑은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기왕이면 슬혜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
시아는 천천히 슬혜의 등 중간부분에 손을 옮겼다가 잠시 떼어내선 선크림을 조금 더 손바닥에 펴발라서 슬혜의 등에 비는 부분이 없게 바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허릿춤을 향해 내려가는 손은 점점 더 세심해져갔고, 감각이 민감한 편인 슬혜에겐 좀 더 또렷하게 시아의 손길이 전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 슬혜가 말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네. 아직 등만 하고 있는거지만. "
천천히 허리 근처에 손을 내리며 상냥한 목소리로 슬혜의 귓가에 속삭인다. 간질거리는 숨결이 슬혜의 볼과 귀를 간질거렸을 것이다.
같은 2학년 라인이라고 해도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는 힘든 법이다. 어디 다른 반뿐일까. 같은 반이라도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으면 반을 나간 이후에는 대체 어디서 뭘하는지 모를 이도 천지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행동반경은 참 좁지 않나 생각을 하지만 아무렴 어때라는 느낌으로 하늘은 개운하게 그 사실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니까 나말고 다른 이들 중에서도 묻는 이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내가 잘못 본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특제 강장제? 항상? 꽤 아끼는구나. 그거."
이런 바다에서까지 저런 것을 들고 다닌다면, 그걸 넘어서서 항상 들고 다닌다면 정말 아끼는 물건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모래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가볍게 털어냈다. 물론 그녀에게 튀지 않도록 조심해서.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거?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그런데 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들어가도 되는거야?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정말 알콜 성분 없는거 맞지?"
싫어한다더니 갑자기 이번엔 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말에 하늘의 눈이 의심스러운 분위기로 그녀가 보여주는 병으로 향했다. 강장제를 먹으면 싫어하는 곳에도 들어갈 수 있는건가? 전혀 다른 효과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는거야 자유겠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발을 담그는 정도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수영은 가능한거지?"
>>912 커플끼리 협의해서 다른 사람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포크댄스가 아니라 담력테스트건, 혹은 무슨 활동을 하는 것이건) 가능하면 신청을 해줬으면 해! 커플끼리 할거면 서로 협의해서 각자의 이름 넣으면 되는거고, 아니면 다른 사람 찌르거나 랜덤 돌릴 수도 있는거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하늘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자신도 이럴 때 안 나간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하늘은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알려준다고 해도 자신이 알아볼 것 같진 않았으니까. 무대 위에 앉아있을땐 오로지 피아노만 바라보며, 모든 것을 피아노에게 맡기며 연주를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아무튼 이 누군지 모를 팬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하며 하늘은 곧 그가 보여주는 유리조각들을 바라봤다.
바다에 흽쓸려 동글동글하게 깎여나간 유리조각은 상당히 아름다웠으나 조금 안타깝다고 하늘은 느꼈다. 물론 이 유리가 자신이 아는 그 유리가 맞을진 알 수 없었으나 이렇게 있다는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유리를 먹은 바다생물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슬프진 않았으나 어느 정도 연민을 느끼며 눈을 감으며 하늘은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마치 묵념이라도 하듯 그렇게 고개를 다시 들어올린 후에 하늘은 자신을 규리라고 소개한 이를 바라봤다.
"예쁘네. 그래도 이런게 너무 많이 나오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보여줘서 고마워. 좋은 구경 했어. ...그리고 텐션... 아니야. 아니야. 편한대로 있어도 돼."
역시 이런 높은 텐션의 상대는 대하기가 조금 어려웠으나, 그래도 그게 상대의 특성이라면 존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내면으로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 그것이 하늘의 삶의 방식이었으니까.
"편한대로 불러도 돼. 강규리? 기억해둘게. 일단 내 팬인 모양이니 말이야.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2학년이지만."
팬 맞지? 맞지 않을까? 그렇게 내심 기대를 하는 모습은 자신에게도 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설램을 느끼는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 허나 곧 표정 관리를 하며 하늘은 자신의 머리를 정리했다.
"물론, 맛까지 있어서 정말 좋아해! 근데 평소에 너무 의지할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칼로리가 낮은 편은 아니니까! 그래서 자주 먹진 않으려고 했던 거야! 혹시 먹고 싶으면 말해!"
그렇게 말한 홍현은 강장제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물에 들어가도 정말 괜찮겠냐는 하늘의 질문과 강장제에 향하는 의심스러운 시선에 홍현은 손가락을 턱 위에 놓고 고민하며 말했다.
"그래 그렇지..? 내가 왜 들어간다고 했을까? 알코올 성분은 확실히 없는 게 맞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당분 섭취가 훨씬 많아서 그런가 좀 흥분했던 것 같네!"
홍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웃겨서 킥킥대며 웃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 왠지 나중에 많이 후회할 것 같았지만 일단 지금은 정신없는 이 상태를 즐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홍현은 갑자기 겉에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기 시작했다.
"수영은 빠져 죽지 않을 정도만 하지만 발만 담그는 정도가 나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한 뒤 홍현은 자신의 가디건을 강장제를 놔둔 곳 위에 올려놓곤 하늘을 보고 미소를 지음과 함께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너무 의지할 것 같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거지? 그러면 괜찮은 거 아니야? 너무 푹 빠지지만 않으면 되는 거니까. 아. 나는 사양할게. 지금은 크게 몸이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어서."
자신에게 권하는 홍현의 제안에 하늘은 가볍게 오른손을 휘저었다. 물론 맛이 좋다고 하니 호기심은 있었으나, 자신의 몸 상태가 굳이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조금 끌리긴 했는지 힐끗힐끗 병을 하늘은 아무런 말 없이 바라봤다. 나중에 수영 다 끝나고 콘도로 돌아갈 때 하나만 달라고 해볼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며.
"바다고 여름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 가끔 살다보면 괜히 하이텐션이 될 때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슬슬 들어가려는걸까? 가디건을 벗으려는 그녀를 확인한 하늘은 살며시 고개를 바다 쪽으로 돌렸다. 철썩이는 푸른 파도는 딱 자기 마음에 드는 색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에메랄드 빛과는 조금 다르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맑은 에메랄드 빛이었다. 그에 만족하며 괜히 미소를 짓다 고개를 들어 막 들려오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그럴게. 조금 쉬러 나왔지만 대화하면서 어느 정도 휴식은 취했으니까 말이지."
허나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바로 잡진 않으며 하늘은 아무런 말 없이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그러다 작게 소리없이 미소를 지으며 아주 살짝, 정말로 살짝 손가락 부분만 가볍고 약하게 잡는 느낌으로 잡으며 바다 쪽으로 살며시 발을 들였다.
'역시 조금 부끄러울지도,'라는 말을 덧붙인 그녀는 복잡미묘한 감정에 대해 꽤나 깊게 생각하는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봐도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역시 사람의 감정이란건 정해진 수치로는 표현할수 없는 무형의 무언가인 것일까? 어쩌면 그래서 그녀에겐 더더욱 미지의 무언가로 와닿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모든 것에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없었으니 그저 담담하게, 하지만 기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언젠가는 웃는 이유도, 화내는 이유도, 우는 이유도, 즐거워하는 이유도 알게 될테니까.
"딱히 대단하다 할 정도까진 아니겠지만요...?"
장난스러운 웃음 뒤, 어깨에서부터 천천히 내려가던 손길이 등에 머물러 조심스럽게 움직이자 괜시리 더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다는 것이 오래간만이라 잠시 긴장했을뿐 얼마 안가서 편안하게 늘어졌을지도 모른다.
"좋은 모습이라..."
찬찬히 내려가는 궤적을 등에서부터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그녀는 당신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여전히 세심한 손길은 경계선을 지나 완만하게 패인 허리를 향해가고 있었고, 그녀 역시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던게 매듭지어졌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을까.
"그건 그래요. 저 또한, 그대야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물론 다시 만나고 얼마되지 않아서는 애착보다 죄책감에 가까운 느낌으로 당신을 대했겠지만,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가면서 그런 후회감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던 그녀였다.
어차피 지나간 일을 후회한대도 그것을 덮어쓸수 없는 일이니까, 세이브로드가 가능한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현실엔 그런게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대야만할까요~? 아, 물론 아쉽다면 다른데도 부탁할수 있겠지만요?"
허리 근처까지 닿은 손, 그러면서도 간질거리는 숨결에 덧붙여진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에 사뿐하게 전해지자 그녀 역시 살짝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슬쩍 돌아보았다.
" 그대야랑 마음이 맞는 걸 알 수록 기쁘고 설레이는데.... 역시 노력하는 보람이 있네. "
시아는 잠시 말을 곱씹는 듯한 슬혜의 대답을 얌전히 손만 움직이며 기다려주다 들려온 대답에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대답을 돌려준다. 이제는 정말 둘이서 마음이 맞기 시작한 것 같으니까 분명 초록불이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을테니까. 물론 이제 두사람은 다시 시작선에 선 것인 만큼 노력을 더 해야하겠지만 추진력이 된다는 사실은 틀린 것이 아니리라.
" 흐응, 다른데도 부탁할 수 있는거야? "
시아는 장난스런 자신의 말에 얄궂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본 슬혜의 말에 눈을 한차례 반짝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음을 던진다. 마침 허리부분까지 선크림을 바르던 것이 마무리가 될 즈음이었기에 등에 선크림을 발라주던 손을 이용해 그대로 뒤에서 백허그를 하듯 감싸안는다. 시아의 몸이 슬혜의 등에 맞닿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 다음에는 어디를 부탁하고 싶어? 그대야가 이야기하면 다 들어줄게. "
부드럽고,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슬혜의 배를 톡하고 건드린 시아가 이야기 해달라는 듯 상냥하게 귓가에 속삭인다. 물론 말을 끝낼 즈음, 마지막에 쪽하는 소리를 들려주곤 맑은 웃음을 터트리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홍현은 밝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홍현은 조금 피곤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우 멀쩡한 것 같다가도 가끔씩 조금 피곤해지는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흔쾌히 승낙해준 하늘에게 홍현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같이 들어가자!"
하늘과 손을 살짝 잡으며 바다를 향해 걸어가던 홍현은 이게 다른 남자와 처음으로 악수나 다른 의도 없이 손을 잡아본 경험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왠지 그걸 떠올리니 기분이 오묘해지는 것 같았지만 살짝 손가락만 잡은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손 정도는 잡아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에 그냥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 약학부라면 같이 오긴 했는데 어딨는진 모르겠어! 아마 저기 어디 있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홍현은 어딘가를 가리켰지만 정확히 어딜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현은 먼 해변을 바라보며 잠깐 멍을 때리다가 손을 내리곤 말했다.
손을 잡은 채로 바다에 발을 담그니 시원한 감촉이 발목을 스치다가 빠져나가는 것이 하늘에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조금 큰 파도가 오자 그보다 조금 위쪽, 종아리 부분까지 젖다가 다시 빠져나가자 괜히 간지러운 듯, 그는 다리를 살짝 움찔했다. 바다에 올 때마다 느낄 수 있는 파도의 작은 재미였다. 아무리 크게 온다고 한들, 이 정도겠거니 생각을 하며 하늘은 전방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셨다. 짠 바다향이 입과 코를 통과하는 것을 느끼며 괜히 기분이 좋아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
어딘가를 가리키는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의 기분 탓이었을까? 멍을 때리는 모습도 슬며시 보이는 것 같다고 느끼며 하늘은 정말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는 본인만 알 수 있었으나,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살짝 움직이던 하늘은 조심히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괜찮아? 물이 어려우면 굳이 힘들게 들어올 필요는 없는데."
자연히 하늘의 시선이 해변으로 향했다. 잡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다 하늘은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홍현에게 이야기했다.
"힘들면 다시 나가도 괜찮아. 기왕 바다까지 왔는데 괜히 무리할 건 없잖아? 시험도 끝나고 놀려고 온건데."
자신의 쓸데없는 오지랖일지도 모르지만 말하는 것은 알아줬으면 하는 것. 그렇기에 하늘은 자신에게 전달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었기에.
>>972 잠시 바닷물을 느끼던 홍현은 하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꼈다. 그리곤 얼마 안가 왜 그랬는지 짐작하게 됐다. 아마 자신이 멍을 때리고 있거나 손을 떨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늘 그랬다. 강장제를 먹으면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듯 사람이 바뀌었지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면 불편하듯 친구들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보다도 많이 마신 까닭에 부작용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자신을 걱정하며 조심히 물어보는 하늘의 말에 홍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 괜찮아! 어.. 이게 강장제를 먹으면 친구들도 좀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고 했거든. 이번에는 한꺼번에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아! 헤헤..."
홍현은 그렇게 말하며 잠시 이마를 짚으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진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강장제를 바라보며 하늘의 동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볍게 흔들렸다. 물론 사람마다 약 효과가 드는게 다르다고는 하지만 불안정해보일 정도라면 조금 위험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돌아갈 때 한 병 부탁해도 되냐는 말은 취소하기로 하며 하늘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역시 함부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탄하나 상대에게 직접 들려줄 말은 아니니 하늘은 그 말까지는 차마 밖으로 뱉지 못하고 애써 목소리를 꿀꺽 집어삼켰다.
"네가 괜찮다면 괜찮아. 정말로 강장제 때문이라면 말이야."
약간의 여지를 남겨주며 하늘은 허리를 살며시 굽혔다. 바닷물 아래 쪽에 작은 소라가 하나 있었다. 겉은 진한 갈색이나 속은 주황빛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무지개색이 살며시 보이는 그 소라의 물기를 가볍게 털어낸 후, 하늘은 한쪽 귀에 그 소라를 가져갔다. 특유의 소리가 가만히 울리는 것을 말 없이 들으면서 하늘은 만족스럽게 소라를 귀에서 떼어냈다.
"너도 들어볼래? 바다에 오면 이렇게 듣는 것도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늘 들어."
받아들인다면 그녀에게 소라를 전달했을 것이고, 거절한다면 조금 더 듣다가 바다 속에 놓아줬을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껍데기라고는 하나, 나중에는 누군가의 집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이마를 짚던 홍현은 이마를 땠다. 조금 진정된 것 같았지만 언제 또 전처럼 흥분할지 모르는 것이었기에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밀려오며 발에서 느껴지는 바다 파도가 약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강하지도 않았기에 딱 기분 좋은 정도였다. 하늘이 소라를 주워 귀에 대고 소리를 듣다가 홍현에게 건네주었다.
"아.. 고마워!"
홍현은 조심히 받아 어색하게 귀에 대보았다. 소라를 귀에 대본다면 소리가 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홍현에겐 딱히 중요하진 않았다. 애초에 바다에 간 적도 없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는 홍현을 흥분시키지 않고 오히려 진정시켜주었다. 홍현은 잠시 눈을 감고 듣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하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이거 정말 신기하네! 사실 처음 들어봤거든! 그동안 바다에 거의 가본 적이 없기도 했고 말이야!"
그녀가 소라를 받아들이자 하늘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궁금했는지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주시했다. 자신이 들은 음과 그녀가 들은 음은 과연 각각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녀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기에 어떻게 느낄진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들려오는 말로 추정하면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었지, 부정적은 절대로 아니겠거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들어봐. 똑같아 보이는 소라라도 구조가 다르면 그 소리도 다르거든. 파도 소리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음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꽤 흥미롭더라고."
아쿠아리움에 가면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을 거라고 권유를 해보며 하늘은 다시 자신의 귀에 갖다대고 소리를 듣다가 허리를 줍히고 소라를 바다 속에 집어넣었다. 파도에 흽쓸리며 데구르르 굴러가는 소라는 저 안 쪽으로 들어갔고, 이내 모습을 감췄다. 저대로 어디론가 흘러가다가 멈추고, 다른 게의 집이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포크댄스에 참여할거야? 일단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라서 괜히 궁금하거든."
이전 자신과 같은 반인 하에게 물어봤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물어보며 그는 괜히 답을 기다렸다. 아는 이가 많이 참여한다면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줘서 연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아는 이가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주를 대충 할 생각은 없었다. 피아노와 관련된 일을 대충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글쎄.. 솔직히 지금 강장제를 먹고 업이 된 상태에서도 춤에는 자신이 없어서 말야. 이 상태에서 오히려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하고. 파트너는 둘째 치더라도 그래서 참여하긴 좀 힘들 것 같아... 미안.."
홍현의 난감한 표정은 미안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상황에서 이건 그저 변명으로 들리지 않을까. 홍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걱정했다. 고개를 숙인 홍현은 다시 손이 떨리고 있다는걸 알아채게 되었다. 급하게 손을 뒤로 숨겼다. 홍현은 애써 다시 힘을 내보며 말했다.
"후후후후... 어디 사람생각이 서로 들어맞는게 쉽게 일어나던가요? ...물론 그래서 더 기분 좋은 거지만요~"
같은 마음 같은 생각, 혹은 같은 목표. 그 분류가 어찌되었건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지만 그만큼 기쁜 일임엔 분명했다. 가령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단걸 아는 순간의 만족감은 가히 인간의 원동력이라고 칭할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 어디까지나 책에 쓰여진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당신의 말 한마디에 더 과감하게 나아갈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만 할지를 정했으니까. 그래도 정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이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만큼 그녀 또한 그런 적극성이 필요하다는것 정도는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였다. 그 어느쪽이든 그녀는 이기고만 사는 것도, 지고만 사는 것도 질색이었으니까.
"뭐어, 어디까지나 원하신다면요? 그거야 뭐 자유지만..."
자신의 말에 잠깐 눈을 반짝였던 당신이 꽤나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말을 던지자 그녀는 그것쯤은 별것 아니라는듯 평소처럼 어깨를 으쓱이다가도 뒤에서 안아오는 느낌이 들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혹스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을까? 단순히 뭘까 싶은 마음으로 살짝 돌아보다가도 등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어쩐지 나른한 기분을 주는 것만 같았다.
"으음..."
부드러우면서도 장난스럽게, 배에 살짝 손길이 닿는 느낌이 들자 잠깐 놀란듯 눈이 동그래진 그녀였지만 상냥하게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와 쪽 하는 소리가 맴돌다 웃음으로 흩어지자 마주 웃어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게요~? 배를 건드린 댓가로 부탁을 해볼까~ 원래 고양이들은 배를 건드리면 죽음을 각오하라 하지만, 전 사람이니까요?"
제 뒤에 가볍게 이마를 부딪혀오던 당신이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저편에서 부스러지는 파도를 바라보던 그녀가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한층 더 밝은 톤으로 웃어보였다.
"얼른 해치우지 않으면 잔잔한 바다 위에서 물놀이를 해야 할거라구요~?"
게다가 자신만 선크림을 바를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대로 돌려주는건 그녀만의 철칙이었다.
그냥 가볍게 물어본 것이었는데 저렇게 난감한 표정을 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하늘 역시 살짝 당황하며 머리카락을 괜히 긁적였다. 괜히 물어본걸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하늘은 고개를 숙인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급하게 손을 뒤로 숨기는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곧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까? 그리 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시원했을지 모르겠네. 난 시원했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살며시 뒤돌아서 물밖으로 걸어나가니 첨벙첨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크게 튀지 않도록 살살 걸으니 물 속에 잠겨있단 발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공기와 접촉할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시원함이 느껴졌다. 점점 멀어지는 그 시원함이 아쉬워 괜히 고개를 돌려 물을 바라보나, 더 들어갈 기미는 없었는지 편하게 물 밖으로 나온 그는 잡고 있었을 손을 살며시 떼어내며 두 팔을 크게 하늘 높게 들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 안해도 돼. 정말 그냥 너도 올까? 해서 물어본 거니까. 참여하지 않더라도 집에 돌아갈때까진 즐겁게 보내자. 이런 곳에 오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니잖아? 매년 있는 행사라고는 해도 내년 고3때는 나도 못 올 것 같고."
이 하늘주. 같은 날에 백신 맞은 사람으로서 힘들게 일상 돌리자는 말은 절대 못하는 사람이지! 부작용이 크게 왔으면 일상이 문제가 아니라 푹 쉬어야지! 고로 푹 쉬어라! 규리주!! 그냥 그렇게 안면 튼 것으로 마무리를 짓자! 미안해하지 말아줘. 일상 못 돌리는게 미안한건 아니잖아? (토닥토닥)
시아는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당신에게 작게 웃음을 흘리며 답한다. 원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다가가지도 않았을테니까. 슬혜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은 시아가 바랬던 결과였다. 그렇게 살며시 뒤에서 감싸안은 시아가 슬혜의 배를 살짝 매만졌고, '으음..' 하는 슬혜의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자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자, 그러면 이번에는 슬혜의 배에도 발라줄게. 얌전히 있어야 해. 죽음은 무서우니까. "
시아는 장난스럽게 대꾸를 하곤 끌어안았던 팔을 살짝 풀어선 선크림통을 열어 아까처럼 손바닥에 선크림을 묻힌다. 그리곤 슬그머니 슬혜의 배로 손을 가져가선 천천히 선크림을 펴바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배꼽에서부터 위아래로, 그리고 옆구리까지 천천히 시아의 손이 슬혜의 복부를 휘감고 발라나간다.
물론 이렇게 선크림을 발라주면서도 슬혜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손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과, 슬혜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즐거움에 빠진 체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 슬혜는 다이어트도 안 해도 되겠어요. 군살도 하나도 없고... 왠지 슬혜는 평상시엔 딱히 먹는 것도 신경을 안 쓸 것 같은데... 나는 엄청 신경쓰거든... "
시아는 부럽다는 듯 중얼거리면서도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슬혜의 복부에 선크림을 바른다. 세심히 마무리 지은 시아는 천천히 손을 떼어낸다.
" 휴, 다른 곳은 아무래도 제가 발라주기엔 장소도 그렇고.. 슬혜도 부끄러워 할테니 이젠 얌전히 슬혜에게 선크림을 넘기고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네~ "
슬그머니 손을 떼어낸 시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하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슬혜에게 선크림을 발라주고 자기는 물에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