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었다. 무엇에게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다쳤는지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었다. 똑같이 다쳤기에. 그리고 그는 그것을 낫게 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떻게라니."
못 느꼈어? 문하는 반대쪽 손으로 끝까지 채워져 있던 자신의 지퍼를 배 가운데까지 길게 주욱 내리고는, 지퍼 앞섶을 풀어젖혔다. 검은 러닝셔츠 차림의 가슴팍이 드러나자, 그는 자신의 손에 쥐여 있던 새슬의 손을 조심스레 들어서 흉곽 위에 조심스레 얹었다. 원래는 차가운 그리스 동상의 가슴팍과 같았어야 할 그것에는, 언젠가 느껴봤음직한 익숙한 고동과 온기가 있어 새슬의 손끝에 느껴졌다. 아직 너무도 옅지만, 이게 제대로 느껴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미약하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부정할 수 없는 규칙적인 박동이 있었다.
"나도, 모르겠는데."
문하의 손은 그저 새슬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 위에 옮겨다놓고는, 떨어져나갔다. 새슬이 원한다면 언제든 손을 뗄 수 있도록.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새슬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같이 알아가고 싶어서. ─너와."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 않고,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까만 눈. 그렇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순진무구했다. 차가웠기 때문에 따뜻하길 원하고, 외로웠기 때문에 함께이길 원하며, 갇혀있기 때문에 자유롭길 원하는, 자유롭게 떠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좀 더 넓은 감옥에서 절망이라는 간수장에게 목줄이 잡혀 끌려다니고 있었을 뿐인 너무도 단순하고 순진한 늑대개의 눈이었다.
문하는 손을 뻗어서 새슬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가볍게 닦았다. 그리곤 말간 웃음을 피워낸 새슬의 손을 가볍게 마주쥐고는 이끌었다. 가자는 말은 이미 했으니, 이제 떠나면 된다.
미약하고 규칙적인 박동. 새슬이 자신의 손 끝을 멍하니 주시했다. 문하의 손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숨조차 죽여야 할 정도로 아주 가볍고, 미약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것은 거기 있었다. 환상도 아니고, 잠깐이면 사라질 신기루도 아닌 것. 새슬이 천천히 손을 그러쥐더니 문하에게서 떼어냈다.
소년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톱니바퀴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걸린 것처럼 덜컥 사고가 멈춰 버렸던 탓이다. 무어라 형용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혼란스럽고도 간질간질한 것. 현기증보다 어지럽고, 꿀보다 달콤한 것. 처음 느껴보는 이름모를 것에 덜컥 겁이 난다. 그 다음으로 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자신이 품어도 되는 것인지, 애초부터 자신에게 허락되어 있는 것인지. 지독하게 혐오하면서도 자신 안에 제일 먼저 떠오르고 마는 것들을. 그러나 평소라면 그저 삼켰을 그것들을, 이번에는 내비치기로 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이상한 용기였다.
“무서워.”
나는... 잘 몰라. 그런 거. 생각해 본 적도 없어. 들이쉬는 숨이 떨린다. 초조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쥐었던 손을 입가로 가져가 대었다. 왜 하필이면 나야?ㅡ하고, 저도 모르게 이상한 질문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걸 들으면 또 다른 이상한 두려움에 잠길 것 같아서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대신, 그 위를 덮어 줄 또 다른 말을 던졌다.
“그래도, 되는 거야?”
그것은 소년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무의식 중에 고개를 들자, 소년과 눈이 마주친다. 자신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번엔 소년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 따위는 비치지 않았다. 그 안에는 이미 간절한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뺨과 눈가를 문지르는 손길을 내버려 두며 웃었다.
“....그래. 자유부 활동.”
하고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지금은 그런 핑계로 되었다. 처음 보는 웃는 얼굴을 마주하면서, 새슬이 문하의 손에 이끌렸다. 소년이 처음 옥상에 들어왔을 때와는 반대로.
>>807 엗. 그것보다는 누가 될진 모르겠으나 새슬주의 파트너가 춤 추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지만! 하늘이의 포크댄스? 모르겠네. 사실 나도 가능하면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서. 페어제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홀수면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빠져야하는 거니까.
>>809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이와 함께 재밌게 춤추면서 일상을 돌렸으면 하는 마음이 큰지라. 괜찮아! 짝수면 누군가하고는 놀게 되겠지! 다만 아무도 없으니 조금 깊게 들어가자면 하늘주. 매번 일상을 구해도 여러 이유로 돌리지 못할 때가 7할인지라 친하게 지내는 이가 잘 없다보니 얘가 누군가와 댄스를 춘다는 것 그림이 안 그려진다. (흐릿) 피아노 교대하고 남아있는 이가 누군가는 있을테니 홀수면 그 누군가와 췄다고 치자!
같이 있어줄게. 어설픈 위로였다. 그러나 그게 할 줄 아는 전부였다. 자신이 바라던 것. 그래서 무엇인지 정도는 아는 것. 그래서 어설프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것. 그냥 내가 어렸을 때- 내가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을 가끔씩만 하던 때는 그렇게 느낄 때마다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었기에, 누군가의 옆에 있으면 괜찮아진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적어도 자신에게는 유효했다. 이제 이 소녀에게도 그게 유효하기를 바란다.
"그래도 돼. 네가 그러고 싶으면."
너나 나나 너무 오랫동안 그런 것들을 빼앗기고 있었잖아. 문하는 나직이 허락을 내렸다. 아까 새슬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보았을 때처럼.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었더니, 이 비루먹은 떠돌이 개가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걸 되찾고 싶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포기했지만... 이제 다시 헤매어보고 싶어졌어. 네가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평소에 하던 것들부터 되짚어보면 어떨까. 문하의 삶에는 이제 그렇게 좋은 부분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없지도 않았다. 약간 남은 그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우리 집?"
─이라니. 농담이야. 하며 문하는 새슬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나 농담이라고 하는 문하의 말과 달리, 그 어두침침하고 외로운 콘크리트 묘실을 떠올린 문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 .hr. 같은 걸 치고 장면을 바꿀까도 생각해봤는데 역시 새슬이 대답을 들어보고 옮기는 게 좋겠다 싶어서 <:3c
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거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홀수여도 너무 신경쓰지 않고 다들 잘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 사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해도 아 저거 되게 징징거리네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뭔가 표현하기도 되게 애매하고 말이지. 참여하는 이들이 좀 더 즐거운 것을 보고 싶은 그런 기획자로 있고 싶다고 일단 주장한다!